멈추지 않으면 끝나지 않는다 - 로커 외길인생 김경호가 전하는 생을 건너는 법
김경호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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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생머리, 하얗고 투명한 피부, 짝 달라붙는 바지, 3-4옥타브를 넘나드는 음역대를 가진 국민 언니 로커 김경호 씨. 내가 김경호 씨에게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그가 한참 잘 나가던 시절이 아니라 <나는 가수다>에 출연할 때부터였던 것 같다. 무대를 휘어잡던 카리스마는 온데간데 없고, 보기보다 굉장히 수줍어하는 모습에 그 사람에 대해 궁금증이 생겼다. 나가수를 하는 동안 그가 보여준 무대들은 매번 그가 팔색조임을 알려 주었고, 중간 중간에 하는 인터뷰를 통해 그가 생각보다 많은 시련과 방황을 보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 동안 내가 알고 있던 김경호와 참 많이 다르구나 하는 생각을 하였다. 그러다 얼마 전에는 댄싱 위드 더 스타에 나오는 걸 보고, 다양한 도전을 하는 사람이구나 하는 생각에 호감도가 급 커졌다.

 

그러다 우연히 그가 쓴 이 책을 만나게 되었다. 이 책을 보니 그가 참 강하고 바른 사람이구나 하는 것을 새삼 느낀다. 노래를 할 때 보여주던 카리스마와 열정 말고도 그에게 진한 아픔이 있었고, 힘든 시기가 여러 번 있었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삶을 포기하지 않는 강한 의지가 있었음을 알았다. 무엇보다 록을 고집하면서 다른 것들(마약, 여자 등)의 유혹에 넘어가지 않고 자신을 믿고 기다려주는 가족들의 사랑을 져버리지 않는 김경호씨의 올곧은 마음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비록 난 김경호씨의 팬도 아니고 다만 그가 40년 동안 걸어온 인생길을 잠깐 들여다본 한 사람의 독자이긴 하지만  이 사람 참 괜찮은 사람이구나 하는 느낌을 받았다.

 

사람은 그 주변에 어떤 사람이 있느냐로 인품을 평가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유유상종이라고 할 수 있겠지. 그의 주변에 "황이사"라는 사람이 줄곧 남아 있는 걸로 봐서 김경호씨는 의리가 있고, 양심이 있으며, 꿈이 있는 사람이란 걸 알 수 있었다. 한 때 잘 나가던 그가 사람들의 뇌리에서 점점 잊혀져갈 때 자신과 황이사의 관계를 생각하면서 영화 <라디오 스타>를 수십 번이나 봤다는 대목에서 얼마나 그 깊은 수렁에서 벗어나고 싶었으면.... 하는 마음이 들었다.  그의 곁에 충직한 황이사가 있어서 절망의 시기를 견뎌낼 수 있지 않았나 싶고.. 그건 반대로 김경호란 사람이 꽤 괜찮은 사람이었기에 황이사 또한 아무 것도 희망할 수 없던 그런 상황에서도 김경호를 믿고 옆을 지켜줄 수 있지 않았나 싶다.  

 

태어나자마자 숨을 쉬지 않아 가족 이하 의료진 모두 죽은 걸로 알았다는 김경호 씨, 어릴 때부터 많이 유약하고, 얼굴이 유독 하얗고 몸이 가늘어서 왕따와 폭력에 시달렸지만 가족에게도 알리지 않고 혼자서 이겨내고, 부부 아나운서인 부모님 덕으로 좀 더 쉽고 편한 길로 갈 수 있었지만 자신의 힘으로 가수의 꿈을 이뤄낸 것만 봐도 그는 참 생각이 깊고 강인한 사람인 것 같다. 거기다 고등학생 때 발병한 소간질, 재기를 꿈 꿀 때 찾아온 또 다른 희귀병까지 결코 평탄하지 않은 인생길이었지만 그는 어느 한 순간도 자신의 길을 멈추지 않았다.

 

희귀병으로 다리 수술을 하고 나서 무대에 다시 설 날만 기다리고 있을 때 나가수를 보면서 내가 꼭 저 무대에 설 거야 라는 의지로 준비를 했단다. 그래서 그가 나가수 무대에서 그렇게 다양한 팔색조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었던 것 같다. 준비된 나가수 멤버였던 셈이지. 나에게 언제 저런 기회가 올까 생각만으로 그쳤다면 그에게 그런 기회가 주어졌더라도 제대로 자신의 모습을 보여줄 수 없었을 테다. 꿈 꾸는 동안 열심히 무대에 설 날을 기약하며 차근차근 준비를 했기에 나가수 무대가 주어졌을 때 제대로 보여줄 수 있었던 셈이다. 얼마 전 새로운 앨범을 내 놓아 가왕의 면모를 보여 준 조용필 씨와의 에피소드는 힘들 때 손 내밀어 주는 그 누군가가 있다는 게 얼마나 큰 위로가 되는지 보여주는 가슴 뭉클한 사연이었다. 나가수에서 조용필 씨가 나왔을 때 왜 그리 김경호 씨가 어려워했던지 책을 보고서야 이해가 되었다. 하나 더, 자신은 어디까지나 로커일 뿐 치킨 집을 하거나 다른 곳에 눈을 돌리지 않겠다는 말 또한 그가 얼마나 로커이기를 희망하는지 잘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김경호 씨를 보면서 부모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었다. 40이 넘은 아들을 끝까지 믿고 기다려 주고 언제나 편이 되어주며 힘들 때마다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준 그의 부모님을 보면서 부모의 역할을 다시금 되새겨 보게 되었다.

 

앞으로 그의 행보가 기대된다. 그의 말처럼 또 다른 시련이 닥칠지라도 스스로 멈추지 않는 한 길은 끝나지 않을 거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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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사마미 수납개조]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까사마미 수납 개조 - 수납으로 삶을 바꾼 여자들의 리얼 개조 스토리
까사마미 지음 / 포북(for book)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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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처음 받아본 순간 두 가지로 놀랐다. 첫 째 집안이 난장판이라서 컨설팅을 부탁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과 둘째 그런 사람들을 위해 컨설팅을 하는 사람도 있다는 것이었다. 

 

가정을 이루고 살다보면 짐이 하나둘씩 느는 것을 경험을 통해 잘 알고 있다. 특히 아이가 하나 둘 생기기 시작하면 그 짐은 두 배 , 세 배로 늘어난다. 그렇게 짐이 점점 불기 시작하면 어느 순간 정리를 포기하게 된다. 언젠가 지인이 그런 말씀을 하신 적이 있다. 옷을 하나 사게 되면 당연히 한 벌을 버려야 되는 게 마땅하다고 말이다. 더구나 1-2년 사이 한 번도 입지 않은 옷은 과감히 버려야 한다고 말이다. 그래야 옷장에 수납 공간이 있는데 난 행여나 유행이 돌고돌아 다시 입게 될까 봐 못 버리곤 했다. 거기다 거실부터 시작해서 여기저기 책에 깔려 살고 있다.  이번에 이 책을 읽고 나서 옷 정리를 과감하게 좀 했다. 아직도 아쉽고 아까운 마음에 남겨 놓긴 했지만 조만간 처분하려고 한다. 옷은 처분하겠는데 책은 차마 못 버리겠다. 이 부분도 언젠가는 해결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책은 <도서관>의 주인공처럼 언젠가 기증을 해야 되지 않을까 싶다.

 

책을 다 읽고나서는 나도 까사마미에게 컨설팅을 부탁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남편이 반대하겠지만서도. 돈이 많이 들고 시간도 많이 드는 리모델링에 비하면 훨씬 저렴하면서도 힐링의 효과까지 줄 수 있는 수납 컨설팅은 한 번 고려해 볼 만하다는 생각이 든다.

 

유난히 살림살이를 깔끔하게 정리를 잘하는 분들이 있는 반면 난 이 쪽에 많이 약한 편이다. 그래서 이 책을 보고 반성을 많이 하였다. 까사마미의 조언처럼 하루에 30분을 정리에 투자하도록 노력하려고 한다. 30분 책도 읽어야 하고, 정리까지 해야 하니 지금보다 더 부지런해져야겠지? 깔끔하게 정리된 집은 쉽게 어질러지지 못한다는 그 말이 맞는 듯하다. 까사마미가 가르쳐 준대로 옷을 개서 서랍장을 정리해 놓고 보니, 전보다 훨씬 정리를 잘 하게 되고, 흐트러놓질 않는다. 이런 종류의 책에서는 한 가지만 제대로 나에게 적용 할 수 있어도 다행이다는 생각을 한다. 까사마미로부터 옷 개는 요령과 클리어 파일을 재활용하여 옷 개는 판을 만드는 것을 확실히 내 것으로 만들었다. 클리어 파일 재활용은 아직 못 하고 있는데 조만간 해 보려고 한다. 옷 개기는 정말 유용하다. 세워서 넣으니 전보다 서랍장에 옷이 많이 들어가고, 쉽게 꺼내 쓸 수 있어서 아주 도움이 된다.

 

여러 사이즈의 바구니와 pet병들을 이용하여 조목조목 분류를 하여 정리하는 것도 많은 도움이 되었다. 책 읽는 부모 밑에서 책 읽는 아이가 나오듯이 정리정돈도 부모를 닮는 듯하다. 내가 이 책을 읽고나서 실천 차원에서 옷을 개고 안방을 정리하기 시작하자 그걸 보던 수퍼남매가 자신들의 옷을 정리하는 것을 봤다. 그 동안 둘에게 정리정돈 못한다고 잔소리 많이 했는데 앞으로 이 엄마부터 하루 30분 정리하는 모범을 보이도록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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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찬샘 2013-05-25 14: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멋진 책이네요.
책은 차마 못 버리겠다. 동의~
남도 못 주겠고...
그래서 늘어나는 책 때문에 걱정이에요.
이제는 사는 것을 자제해야 할 듯합니다.

수퍼남매맘 2013-05-25 09:22   좋아요 0 | URL
교실도 집도 늘어나는 책 때문에 빈 공간이 사리지고 있네요.

러브캣 2013-05-27 17: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멋진 리뷰 잘 보았습니다.

수퍼남매맘 2013-05-27 18:23   좋아요 0 | URL
수고가 많으십니다.
 
[떡만들기가 정말 쉬워지는 착한 책]을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떡 만들기가 정말 쉬워지는 착한 책 - 일상생활에서 누구나 쉽게 만들 수 있는 메떡.찰떡.떡케이크 66가지 정말 쉬워지는 착한책 9
강숙향 지음 / 황금부엉이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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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떡 보다는 빵을 더 좋아하는 편이다. 그런데 이 책을 보면서 어릴 때 엄마가 집에서 만들어 주시던 시루떡이 생각났다. 엄마는 가끔 집에서 멥쌀을 빻아다가 시루에 얹고 밀가루 반죽을 하여 시루에 김이 새지 않도록 빙 둘러가며 막아 떡을 찌시곤 하셨다. 난 밀가루 반죽을 빙 둘러가며 막는게 신기해서 엄마 옆에 쭈그려 앉아 그 모습을 지켜보곤 했다. 남은 밀가루 반죽은 언제나 내 차지가 되어 그걸로 조물락조물락 장난을 하곤 했었다. 떡 찌는 날은 떡도 먹고, 밀가루 장난도 하고, 일석이조였다. 엄마는 지금도 푸슬푸슬한 멥쌀시루떡을 좋아하신다. 난 찹쌀시루떡이 더 좋던데.... 떡집에 가면 찹쌀시루떡이 대부분이라서 멥쌀로 만든 시루떡을 볼 때면 엄마가 생각나곤 한다.

 

   난 떡 중에서 약식을 제일 좋아하는데 만드는 과정을 보니 복잡해 보여서 엄두를 못내겠다. 우리 식구 중에 나만 약식을 좋아해서 잘 사먹게 되지 않는다. 그래도 언젠가는 꼭 한 번 도전해보고 싶은 메뉴이다. 수퍼남매는 아직도 달콤한 꿀이 들어가 있는 꿀떡을 좋아하는데 책에 나와 있지 않아 조금 아쉽다. 남편이 좋아하는 바람떡도 없어서 안타깝다.

 

   작가 말에 " 떡은 나눔의 실천입니다. 떡은 건강 지킴이입니다. 떡은 기다림입니다. 떡은 기도입니다" 라는 말이 마음에 와닿는다. 요즘엔 떡보다는 다른 음식을 선물로 많이 하는 것 같은데 어릴 때를 떠올려 보니 예전에는 모든 행사에 떡이 빠지지 않았던 것 같다. 기쁜 일이 있거나 슬픈 일이 있거나 떡을 나누었던 것 같다. 근래 들어 내가 떡을 이웃과 나눠 먹어 본 적이 있었던가 떠올려 보니 딸 아이 돌 때 이웃과 직장 동료들에게 떡을 나눠 준 게 끝인 것 같다. 친척들과는 나눠 먹어도 이웃들까지 나눠 먹게 되지 않는 것 같다. 대신 직장에서는 윗분들이 승진하셨을 때 또는 부임을 하실 때 떡을 많이 돌리셔서 떡을 자주 먹곤 한다. 그런 걸 보면 아직도 우리 문화에서 떡은 빠지지 않는 단골손님이긴 하다. 그 동안 우리 집에서는 간식을 살 때도 떡보다 빵이나 과자를 사는 횟수가 더 많았고 이래 저래 떡이 다른 음식들에 비해 밀려 있었다. 빵보다는 떡이 건강에 더 좋다는 것을 알면서도 밀가루로 만든 것들을 아이들에게 간식으로 줬던 것 같아 이런 것들은 조금씩 고쳐가려고 한다. 아이들 건강을 생각해서 말이다.

 

 

 

   그러나 솔직히 떡에 관한 책 한 권을 읽었다고 해서 선뜻 집에서 떡을 만드는 일에 도전할 것 같지는 않다. 아직도 떡을 집에서 만드는 일이 간단하기보다는 번잡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래도 이 책을 보면서 수퍼남매에게 해 주고 싶은 메뉴가 생겼다. 바로 떡강정이다. 그 정도는 나도 할 수 있겠다 싶다. 다음 주말에 한 번 해봐야지. 또 도전해 볼 만한 메뉴는 바로 여름에 빼놓을 수 없는 팥빙수인데 얼음 팥빙수가 아니라 우유 팥빙수이다. 팥빙수 기계 없이도 만들 수 있고, 우유가 들어가니 영양만점이고... 이번 여름에는 우유 팥빙수로 아이들 간식을 만들어 줘야지.

 

  어제는 비가 오더니 오늘 날씨는 전형적인 봄날이었다. 산과 들에 한창 쑥이 쑥쑥 올라오고 있을 텐데 쑥 뜯어서 "쑥갠떡" 만들어 먹으면 정말 향긋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쑥이 몸에 좋다는 것은 " 단군신화"에서 벌써 증명되었으니 두말하면 잔소리지. 올챙이 꼬리마냥 떡 꼬리를 길게 하여 만든 "절편"도 아주 귀여웠다.  이 책에 나온 떡들은 거의 대부분 본 것들인데 가장 생소했던 떡이 바로 "개성주악"이라는 찹쌀 도너츠처럼 생긴 떡이었다. 만드는 과정도 튀기기가 있어서 떡보다는 도너츠 같아 신기했다. 시어머니는 제사를 지낼 때마다 "두텁떡"을 만들곤 하시는데 시집 가서 처음 구경한 떡이었다. 난 그 떡이 참 낯설었다. 이름도 이상하고, 딱히 맛있는 것 같지도 않고 말이다. 그런데 책을 보니 그게 귀한 궁중의 떡이었단다. 다음에는 왕비처럼 좀 더 음미하며 먹어봐야겠다.

 

 

 

 

  책을 덮고나서 든 생각은 지금 당장 집에서 떡을 만들어 먹이기는 어렵더라도 아이들에게 과자보다는 건강지킴이인 떡을 먹이도록 노력해야겠다는 다짐을 해 본다. 마침 봄이어서 아이들과 함께 쑥을 한 웅큼 뜯어서 쑥갠떡 만들어 먹으면 좋을텐데, 아파트 근처에 나는 쑥이 안전할지 그게 좀 걱정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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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캣 2013-04-22 03: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보았습니다.
 
[마음을 담은 사찰음식]을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마음을 담은 사찰 음식 - 사랑하는 이들과 마음과 맛을 나누는 따뜻하고 정갈한 사찰 음식 레시피
홍승스님.전효원 지음 / 영진.com(영진닷컴)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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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잘못하고 싫어하는 것 중의 하나가 바로 요리이다.요리를 잘하는 사람을 보면 참 부럽다. 어쩌면 저리도 요리를 잘할까 싶다. 요리를 즐겨 하지 못하는 아내와 엄마를 둔 가족들에게는 많이 미안하다. 그래도 우리 가족은 내가 해 준 음식을 맛있다고 먹어주니 얼마나 고마운지.....남편 입맛이 까다로와야 아내 요리솜씨가 일취월장한다는데 남편 입맛이 까다롭지 않은 것도 내 요리 솜씨가 발전하지 못한 데 한 몫을 하였다. 그건 어디까지 핑계이고 맛있는 것 먹는 것은 좋아하는데 하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편이다. 이건 우리 친정 어머니의 영향도 크다. 보통 친정 엄마가 요리 솜씨가 좋으면 딸들이 요리를 잘하는 걸 보니 말이다. 이것도 핑계인가?

 

그나마 내가 자랑할 만한 것은 일 년에 1-2회를 빼고는 가족들 아침밥을 꼭 챙겨 먹인다는 것이다. 1-2회는 나도 모르게 알람을 꺼버려서 늦잠을 잔 날이다. 나부터가 아침밥을 먹어야 힘을 쓰는 스타일이라서 우리 집은 아침밥을 꼭 챙겨 먹는다. 빵으로 대체를 해 본 적도 있는데 도저히 내가 니끼해서 못 견뎌 다시 밥으로 바꿨다. 요리를 못하는 탓에 식재료라도 친환경적인 것으로 써야겠다 싶어 몇 해 전부터 쌀부터 유기농으로 바꾸고, 웬만한 식재료들은 유기농을 사용하려고 노력한다. 그게 요리 못하는 내가 아이들을 위해서 유일하게 해 줄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거니와 장기적으로 토양을 위한다면 지금 당장 가격이 좀 비싸더라도 유기농을 구매해야 한다는 생각에서이다. 시중에 파는 먹거리를 보면 유해한 요소들이 들어가 있어서 최대한 그런 것들은 아이들에게 먹이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잘 지키는 것은 참 어렵다. 바쁘거나 요리 하기 싫으면 라면, 피자, 치킨 등을 시켜 먹기 때문이다. 요즘에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은 바로 방사능이다. 후쿠시마 원전 폭발 이후 방사능에 오염된 재료들이 너무 많아서 걱정이다. 방사능 때문에 수산물을 마음대로 먹지 못하니 더 요리할 게 없어서 진짜 고역이다. 우리 가족 모두 좋아하는 초밥도 먹지 못 하고.... 음식을 통해 방사능이 몸으로 들어가면 뼈에 그대로 달라 붙는다고 한다. 그래서 가급적 방사능 검사를 하여 검출이 되지 않은 제품을 먹이려고 노력 중이다.  안전한 먹거리를 아이들에게 제공해야 아이들이 건강하게 자랄 텐데 걱정이 많이 된다. 

 

요리를 못하는 내가 제일 부러워하며 봤던 영화가 바로 <화양연화>이다. 거기서 장만옥과 양조위가 매일 매식을 하는 걸 보고 어찌나 부럽던지.... 지인 중에는 온 가족이 매식을 하는 분이 계시다. 아내가 건강이 좋지 않으셔서 한 끼를 차리는데 드는 노동력이나 생산성을 고려해 보건데 안전한 먹거리를 찾아 매식하는 게 낫겠다고 판단하여 매번 매식을 하신다고 한다. 그 선배님의 말씀을 듣고 깜짝 놀랐던 기억이 난다. 한 두번이 아니라 매번 매식을 하다니....그런데 나도 언제부턴가 매식 문화를 부러워하고 있었다. 한 끼를 차리는데 드는 노동력은 정말 돈으로 계산이 안 된다. 가끔 시어머니를 보면서 어쩜 그렇게 평생을 세 끼를 차리실 수 있을까 감탄이 절로 났다. 난 방학 때 아이들 때문에 세 끼를 차려야 할 때 정말 짜증이 많이 났었는데.....어떤 때는 캡슐 하나만 먹어도 배부르고 고르게 영양이 보급되는 신약이 개발되기를 얼마나 기다렸는지 모른다. 나 어릴 때는 내가 성인이 되었을 때 밥 안 먹고, 캡슐 먹고 살 줄 알았다. 그런데 캡슐만 먹게 된다면 많은 즐거움을 잃어버릴 것 같다. 음식은 만드는 즐거움, 보는 즐거움, 먹는 즐거움, 나누는 즐거움을 주는 것 같다.  캡슐을 먹게 된다면 그런 모든 종류의 즐거움을 느낄 수 없을 테지. 아! 씹을 일이 없어져서 이가 퇴화될 지도 모르겠다.

 

생각이 여기까지 이르자  내가 만든 음식을 가족들이 맛있게 오순도순 먹는 장면이 생각난다. 특별한 것도 아닌데 내가 만든 요리를  " 아! 맛있다" 해 주던 가족들의 감탄사가 기억난다. 그렇기에 많은 시간과 노동이 필요하지만 오늘도 많은 이들이 가족을 위해, 자신이 아끼는 사람을 위해 자신의 시간과 노력을 들여 음식을 만드는 게 아닐까 싶다. 그런 면에서 요리는 단순히 허기를 채우는 것이 아니라 사랑을 전달해 주는 전령사인 듯하다. 

 

연잎 영양밥이다.

 

 

신혼초에는 여러 가지 음식에 도전해보기도 하였다. 그런데 요즘에는 늘 해 먹는 음식만 해 먹게 되는 것 같다.  지난 주 아이들이 이가 썩은 걸 보고 나물 음식을 많이 해 줘야겠다고 다짐하였건만 가장 어려운 게 바로 이 나물 분야이다. 장 보러 갔다가 "유채"라는 특이한 이름의 나물이 있어 사왔다. 오늘에서야 점심에 된장, 마늘, 파, 참기름을 넣고 무쳐서 먹었는데 나름 괜찮았다. 봄도 되었으니 나물들이 많이 나올 텐데 몸에 좋다는 나물을 자주 해 보도록 해야지.

 

이 책에 보니 스님들은 음식을 약이라고 여기고 드셨다고 한다.  스님들이 건강하고 오래 사는 이유 중 하나는 규칙적인 식생활이라고 한다. 맞는 말인 것 같다. 공기 좋은 산 속에 있는 사찰에서 신토불이 음식을 규칙적으로 드시니 당연히 건강하실 수 밖에....반면 우리네들은 공기 안 좋은 아파트에 사는데다 불규칙한 식사 습관, 강한 조미료, 육식 위주의 식단, 외식까지... 참 대조적이다. 근래 들어 사찰 음식들이 왜 현대인들에게 사랑받을까 그 해답이 보였다. 우리나라 토양에서 자란 신토불이 식재료에다 만드는 사람의 정성이 가득한 사찰 음식은 외식과 매식 등 강한 맛에 길들여진 현대인들에게 전통적인 우리 나라 맛을 느끼게 해 주는 것 같다. 거기다 "오신채"라는 자극성 강한 다섯 가지 채소는 넣지 않는다고 한다. 사찰과는 멀리 지내던 터라 오신채가 궁금하여 찾아 보니 마늘, 달래, 무릇, 김장파, 실파를 이른다고 한다. 마늘이 들어 있어서 깜짝 놀랐다. 우리 나라 음식에 마늘이 거의 빠지지 않는데 사찰 음식에는 전혀 마늘이 들어가지 않고 어떻게 맛을 낼까 궁금하였다. 그야말로 담백하고, 깔끔한 맛을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사찰 음식에서는 육수 대신 다시마와 표고 버섯을 우려낸 채수를 쓰는 걸 알게 되었다. 좀 생경한 낱말들이 간혹 있어서 흥미롭기도 하였다. 솔직히 사찰 음식을 먹어 본 적은 없다. 요즘 temple stay가 각광을 받고 있다고 하는데 나도 종교를 떠나서 아이들과 함께 기회가 되면 절에 머무르면서 수양도 하고, 절밥도 먹어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였다.

 

가장 흥미로왔던 부분은 속가에서는 전혀 음식으로 만들어 먹지 않던 재료 가지고 요리를 한 것들이었다. 이런 재료들로도 음식을 하다니 놀라웠다. 거기다 요즘 환절기라서 감기 때문에 고생하는 분들이 많은데 감기탕 끓이는 법까지 들어 있어서 반가웠다. 한 번 끓여 봐야겠다.  그리고 스님들이 발우공양을 할 때 외던 오관게는 아이들에게 꼭 알려 주고 함께 외고 싶은 구절이다. 매일 급식 때 남는 음식을 보면 정말 안타깝기 그지 없다.

이 음식이 어디서 왔는고. 내 덕행으로는 받기가 부끄럽네. 마음의 온갖 욕심 버리고 몸을 지탱하는 약으로 알아 도업을 이루고자 이 공양을 받습니다.

이 오관게 속에 스님들이 음식을 대하는 태도가 다 들어 있음은 말할 것도 없다.  단순한 허기를 채운다는 생각이 아니라  이 음식이 내 몸에 약이 된다 생각하고, 이 음식이 내 입에 들어오기까지 많은 이들의 땀이 있었음을 알면 지금보다  음식 쓰레기도 많이 감소할 거란 생각이 든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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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 고전읽기 혁명 - 내 아이가 고전에 빠져든다! 성장한다! 초등 고전읽기 혁명
송재환 지음 / 글담출판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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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사람마다 타인에게 호감을 느끼는 부분은 다 다를 것이다. 어떤 이는 외모에, 어떤 이는 유머에 또 어떤 이는 경제력에 호감을 느끼겠지만 난 주로 상대방의 지적인 모습에 호감을 느낀다. 원래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었다. 언제 내게 이런 호감도가 생겼나 하면 고등학교 때, 1학년 담임 선생님을 만나고부터이다.

 

 고 1 담임 선생님은 박학다식한 분이셨다. 담당 교과는 한문이었지만  한문 외에도 중국사, 미술, 음악, 철학 등 정말 여러 방면에 두루 백과사전적인 지식을 가지고 계셨다. 덕분에 한문 시간이 즐거웠다. 한문을 해석해주시면서 그와 관련된 배경지식을 총망라하여 들려주셨기 때문이다. 그건 마치 역사의 보고, 이야기의 보고 같았다. 하나의 문장에 저렇게 많은 것들이 내포되어 있음에 놀라면서 많이 안다는게 참 멋있는거구나 생각하게 되었다. 아마도 이 때부터 지적인 면에 대한 호감이 생겼던 것 같다. 그러자 당연하게도 선생님은 어떻게 저 많은 지식들을 머릿 속에 담아 둘 수 있었는지 호기심이 생겼다. 그러다 알게 되었다. 바로 책 덕분이었다는 걸. 선생님은 정말 책벌레셨다. 항상 몇 권의 책을 손에 들고 계셨다. 책은 선생님의 그림자 같았다. 그 책을 틈날 때마다 읽으셨다. 야간 자율학습을 할 때도 기억나는 건 우리들을 감독하시는 모습이 아니라 항상 저만치서 열중해 책을 읽는 모습뿐이다. 그렇게 읽으시는 책들이 방대한 지식의 원천이 되었음은 두 말할 필요가 없다. 지적인 모습에 대한 호감과 더불어 책에 대한 흥미도 그 때 비로소 생기게 되었다. 책을 통해 담임과 친해졌고 그 분이 추천하시는 책들을 읽으면서 점점 책의 세계로 빠져들어갔다. 그 때까지만 해도 내게 책을 읽으라고 권해주는 사람은 하나도 없었다. 그래서 다가 온 책의 세계는 내게 신천지나 다름없었다. 매혹되었고 중독되었다. 물론 사는 게 점점 바쁘다보니 그 때처럼 열정적이고 지속적일 수는 없었지만 그래도 책이 얼마나 멋진 것을 줄 수 있는가 하는 것은 똑똑히 마음에 새겨 둘 수 있었다.

 

 새삼스레 선생님 이야기를 하게 된 것은 <초등 고전읽기 혁명>을 읽으면서 가장 많이 떠올랐던 분이기 때문이다. 내가 고전을 처음 접했던 것도 선생님 덕분이었다. 그 때 추천해 주신 <데미안>이 내가 태어나 처음으로 읽은 고전이었다. 처음 추천해주셨을 때 솔직히 실망했다. 나는 뭔가 근사한 베스트셀러라도 추천해 주실 줄 알았는데 나온지 한참 되는 케케묵은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이라니! 내가 이렇게 실망했던 건 일단 고전이라고 하면 막연하게 어렵고 지루하다는 선입관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렇지 않아도 공부의 부담 때문에 어지러운데 어려운 고전까지 읽으면서 심신을 괴롭혀야 하나 싶어 좀 망설였지만 그래도 그토록 박학다식한 선생님이 추천해 주신데는 뭔가 이유가 있겠지 싶어 읽어보기로 결심했다. 솔직히 굉장했다거나 좋았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말은 어렵고 내용은 선뜻 들어오지 않아 읽다 말다를 얼마나 반복했는지 모른다. 하지만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다 읽고나니 '해냈다!'라는 뿌듯한 성취감은 있었다. 물론 내가 얻은 게 그 성취감만은 아니다. 비록 집중해서 읽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지금까지 내가 읽어 온 책들과는 남다른 깊이를 가졌다는 건 느낄 수 있었다. 뭔가 스스로 고양되는 느낌도 나고 지금까지 내가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것을 느끼고 생각할 수 있어서 좋았다. 그제서야 알 수 있었다. 선생님이 왜 이 고전을 추천해주셨고 왜 고전을 읽어야 하는지를...

 

 그런 고전과의 첫만남이 있었기에 고전의 유용성을 말하는 이 책에 쉽게 설득은 되었으나 그래도 초등학생에게 고전을 읽히는 건 좀 무리가 있지 않나 생각했다. 아무래도 고전의 깊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어느정도 나이를 먹어야 가능한 일이라 생각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 역시 아이들에게 고전을 읽히지 않았다. 적어도 중학생 정도 되면 읽혀야지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초등학생부터 시작하라니! 솔직히 어디 어떻게 하나 보자라는 마음으로 읽어나갔다.

 

 지은이는 현직 초등학교 교사이다. 독서교육의 중요성을 일찌감치 간파한 그는 독서 교육을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기 위해서는 먼저 좋은 책을 읽혀야 하고 그러러면 검증된 좋은 책이라 할 수 있는 <고전>이 가장 좋은 길잡이가 될 것이라 말한다. 이건 나도 전적으로 동의한다. 하지만 머리가 채 자라지 못한 초등학생이 과연 이 고전을 소화할 수 있겠냐는 것이다. 지은이는 아예 초등학교 1학년부터 고전을 읽혀야 한다고 하는데 가벼운 책조차 부담스러워 하는 그 나이의 아이들에게 이런 고전이란 무거운 짐을 안겨주면 이제 막 싹을 틔운 책에 대한 흥미마저 잃게 만들어 버리지나 않을까 염려스러웠다. 이건 비단 나만의 걱정은 아니다. 사실 학부모들은 고전이 좋다는 걸 안다. 하지만 다들 고전이 아직 아이들에게 버겁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많은 학부모들이 아이들에게 베스트셀러, 권장도서 혹은 흥미위주의 독서를 시키는 것은 독서의 중요성은 알고 있으니 최소한 아이들이 독서에 대한 흥미라도 잃지 않도록 하려는 의도라고 할 수 있다. 그런 책들이 깊이가 얇다는 건 알지만 여건상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어떤 학부모들은 이런 깊이의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다독>에 집중하기도 한다. 양을 늘려 질을 높이려는 전략인 셈이다. 또 어떤 학부모들은 그래도 고전을 읽혀야 하지 않나라는 생각으로 <축약본>에 집중하기도 한다. 막상 고전을 아이들이 소화시키기는 어려우니 미음처럼 소화하기 쉽게 만들어진 <축약본>을 읽히는 것이다. 하지만 둘 다 문제가 있다. <다독>은 결코 양이 질을 높이지는 못한다는 문제가 있고 <축약본>은 전혀 다른 책이나 마찬가지라는 문제가 있다. 지은이는 축약본에 대해 이런 비유를 든다.

 "축약본은 2시간짜리 영화를 30분짜리로 편집한 것과 같다. 과연 그것으로 2시간의 내용을 다 파악할 수 있을까?"

 한 마디로 축약본은 고전을 미음으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전혀 다르게 지은 밥이라는 이야기다. '고전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면 진짜 고전을 읽혀라'가 지은이의 주장인데 그럼 강력한 장애물이라 할 수 있는 이 소화의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가 남는다. 과연 아이들이 소화불량에 걸리지 않고도 고전을 잘 소화할 수 있을까?

 

 이 책이 이론에 치우치지 않고 지은이가 실제로 실시했던 <고전 읽기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이끌고 가는 것도 이 때문이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듯이 아예 실제 사례를 통해 아이들이 고전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리의 우려를 불식시키는 것이다. 책은 자세하게 학급 단위에서 시작되었던 고전 읽기 프로젝트가 어떻게 학교 전체 단위까지 나아가게 되었으며 또 그 결과가 어떻게 나왔는지 보여주고 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아이들은 전혀 소화불량에 걸리지 않았다. 물론 소화하는데 어려움을 느낀 아이들이 없진 않았지만 그래도 다들 무난히 소화시켰다. 고전을 읽히기에 아이들의 나이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입증한 것이다. 지은이는 말한다. "아이들은 아이들 나름대로 고전을 이해한다. 그러니 너무 걱정말고 당장 시작하라!"고...

 

 이렇게 눈에 보이는 확실한 결과가 나왔으니 나 역시 승복할 수 밖에 없다. 그동안 내가 아이들의 수준을 너무 얕잡아 보았는지도 모르겠고 사실 고전이라는 게 딱 이런 의미다 하는 것도 없으니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해석하면 그만일텐데 너무 어른들이 생각하는 수준을 아이들에게 요구하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나도 이제 고전을 읽혀보려 한다. 이 책엔 그 학교 독서전문가 선생님들이 1년간 함께 노력한 끝에 선정한 학년 별 고전 목록이 나와 있어 아이들에게 맞춤한 고전을 읽히는데 도움이 많이 될 것 같다. 아무리 아이들이 나름대로 고전을 이해한다해도 2학년이 도스토예프스키의 소설을 이해하는 건 역시 버거울테니까 말이다. 

 

 나는 일단 고전의 중요성은 알고 있지만 아이들에게 고전을 읽히는 것은 무리가 아닐까 하는 생각에 그것을 중점으로 글을 써 왔지만 이 책은 이런 나 이외에도 다음과 같은 학부모들에게 참 유용한 것 같다.

 

  첫째, 고전이 중요하다는 건 막연히 알지만 정작 고전을 읽히는 게 왜 좋은지는 잘 몰랐던 학부모.

  둘째, 책만 잡고 있으면 된다는 생각에 아이가 학습만화나 흥미위주의 책들만 봐도 만족했던 학부모. 

  셋째, 그저 많이 읽히는 게 좋다고 생각하고 아이를 다독에 집중시키는 학부모

 

 이런 분들이 이 책을 보면 참 깨닫게 되는 부분이 많을 것 같다. 깊이 없이 재미만 있고 내용만 습득하는 독서가 얼마나 수박 겉 핥기에 지나지 않는지 똑똑히 배울 수 있을테니까 말이다. 여기서 자꾸만 굳이 '학부모'를 운운하는 건 역시 아이들 독서 지도에 있어서는 부모의 역할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나는 아이들과 함께 3년간 <아침 독서 10분>을 이끌었다. 그 때의 경험으로 나는 아이들은 어른이 이끄는대로 잘 따라온다는 것을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아이들의 독서를 성공시키기 위한 가장 최선의 방법은 먼저 부모부터 좋은 안내자가 되는 것이다. 좋은 책들을 선별하고 제대로 된 목표와 그 때 그 때 이정표를 세워 놓으면 아이들은 잘 따라오니 성공적인 독서교육을 할 수 있다. 지은이도 이를 강조한다. '아무리 고전이 좋다고 해도 그냥 툭 던져 놓고 읽으라고만 해서는 안 된다. 그러면 100% 실패한다. 고전은 오히려 다른 책들 보다 철저한 준비와 계획이 필요하다'라고 말이다.  즉 관리가 중요한 것이다. 아이들의 독서는 방목이 아니라 유목이 되어야 한다. 부모가 길잡이가 되고 앞에서 잘 이끌어 주어야만 아이들은 <고전>이라는 양질의 풀을 뜯어 무럭무럭 잘 자라날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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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찬샘 2013-01-16 06: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 잘 읽는 아이들은 고전도 잘 읽지요. 책 읽기 어려워하는 아이들에게는 선뜻 권할 수 없지만, 먼저 고전명작부터 접근해보는 것도 좋겠다 생각해요.

희망찬샘 2013-01-16 06:09   좋아요 0 | URL
데미안은 이 책을 찬양하는 언니 덕에 읽었는데, 중학교 때 읽어서 제겐 무지 어려웠어요. 지금 생각해보니 축약본으로 읽었네요. 그 때 문고판 도서로 언니가 학교 도서관에서 빌려온 책 많이 읽었거든요. 다시 읽어봐야지 생각하고 있는 책 중 하나에요.

수퍼남매맘 2013-01-16 15: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전 읽기 중요하고 꼭 필요하단 걸 알고 저부터 실천해 보려고 지금 <논어>를 조금씩 읽고 있어요.
딸도 창작 동화와 고전을 교대로 읽기 시작했답니다.
<데미안> 저도 다시 읽어봐야겠어요. 스승님 생각하면서요.

1학년 봐도 가끔 축약본을 읽는 아이들이 있더라고요.
아이들이 뭘 알겠어요? 부모가 사주고 읽으라고 하니 읽는 거겠죠.
축약본은 차라리 안 읽는 것보다 더 못한 것 같아요.

희망찬샘 2013-01-17 21:36   좋아요 0 | URL
저도 이 책 읽으면서 <<논어>>를 샀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