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몬드 (양장) - 제10회 창비 청소년문학상 수상작
손원평 지음 / 창비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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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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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은 윤재입니다. 뇌에서 감정을 느끼는 부위인 편도체가 다른 사람들보다 작아, 감정을 느끼지 못합니다. 표현하지 못하고, 왜 그런 감정을 다른 사람들에게 표현해야 하는지도 모르고, 사람들 사이에서 그런 표현이 왜 필요한지도 모릅니다. 다만 모든 사람들은 서로가 서로에게 감정을 표현하는 그 세계로 들어가지 못해 혼자 지내는 날이 많을 뿐입니다.

엄마는 헌책방을 운영합니다. 나를 키우다가 힘에 부쳤는지, 내가 일곱살이 되던 해 결혼을 극구 반대하던 엄마의 엄마, 할멈에게 연락해 같이 살기로 합니다. 할멈도, 엄마도, 모두 각자의 남편을 일찍 떠나보내고 자식을 키우는 처지입니다. 할멈은 나를 많이 이해해주는 것 같은데, 엄마는 나에게 자꾸 감정을 가르치려듭니다. 적절한 감정을 표현해서 튀지 않아야 한다고 하는데, 왜 그래야하는지는 아직도 잘 모르겠습니다.

크리스마스를 기념하러 모두가 외식을 하러 간 그날 엄마와 할머니는 한 남자의 불특정 다수를 향한 칼부림에 피해자가 됐습니다. 할멈은 내게 달려오는 그 남자를 막다가 찔려 그 자리에서 죽었고, 엄마는 목숨만 붙어있는 상태입니다. 나는 이제 혼자서 살아가야 합니다. 새로 입학한 고등학교에서 새로운 친구를 사귀어야 하고, 내가 관리해야 할 책방에서 여러 손님을 맞아야 합니다. 어쨌든, 다른 사람들이 기쁨이나 슬픔이나 기대나 실망이라고 부르는 것들 없이 살아가는 것입니다. 이런 윤재의 이야기, 손원평의 아몬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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꼼꼼하게 책을 읽은 당신을 위해 핵심을 짚어드리는 2종 보통 키워드입니다.

제가 꼽은 키워드는 사이코패스입니다.

이 소설의 주인공 윤재의 상태는 정신질환의 일종인 감정표현불능증, 알렉시티미아라고 합니다. 어려운 말이긴 하지만,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 사이코패스나 소시오패스와도 비슷해보입니다. 아무래도 여러 범죄나 이상행동과 연관 짓는 이미지가 강하고, 감정을 갖고 있는 상태를 정상으로 여기는 분위기가 있다보니 이런 상태에 있는 사람들을 이상하게 여기고 부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는 경향이 있습니다.

반면 이 소설에서는 감정을 표현할 줄 모르는 사람들이라고 하더라도 우리와 그다지 다르지 않다는 점을 많이 보여주려 하는 것 같습니다. ‘감정을 가르친다’는 것이 이상해보이긴 하지만, 감정을 갖고 있는 사람들 또한 감정을 어떻게 표현해야 적절한 것인지 어렸을 때부터 끊임없이 교육을 받지 않습니까? 화가 난다고 물건을 집어던지면 혼나고, 기쁘다고 혼자서 막 소리를 지르면 눈총을 받고, 늘어놓자면 끝이 없겠죠. 과연 이 점에서, 윤재와 우리가 얼마나 다른가, 이런 생각을 해볼 수 있겠고요.

또 오히려 감정을 갖고 있다고, 정상이라고 하는 사람들이 윤재에게 하는 행동이야말로 비도덕적인 면이 훨씬 더 많은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특히나 윤재가 청소년이다보니, 감정을 정리하는 방법을 다시 배워나가는 시기인 청소년들이 모여있는 학교의 모습을 묘사할 때 이런 부분이 더 극적으로 드러난다고 생각해요. 할멈의 죽음과 엄마의 피습을 무미건조하게 지켜보는 윤재와, 그런 윤재를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정제되지 않은 감정을 실어 공격적으로 대하는 아이들의 모습 중, 어느 쪽을 더 인간적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요? 오히려 그런 사람들이 이른바 비정상적인 사람이 되는 이유는, 정상이 아니라는 이유로 우리가 그들에게 폭력을 가하기 때문이 아닐까요?

그래서 저는 작가의 말에서도 나와있는 내용이지만, 이 소설은 존중받을 수 있는 차이를 감싸는 따뜻함 즉 사랑에 관해 말하는 이야기라고 생각합니다. 감정이 없는 주인공을 통해 가장 강렬한 마음을 이야기하고 있는 셈이죠. 그런 의미에서, 학부모 청취자 여러분들 못지않게 학생 청취자 여러분도 재미있게 읽으실 수 있을거라 생각합니다.


2제 아이랑 투게더
더 재미있게 읽을 당신에게 보내는 콘텐츠, 2제 아이랑 투게더입니다.

제가 함께 추천드리는 콘텐츠는 만화가 강풀이 시나리오 원안을 쓴 곽경택 감독의 영화 통증입니다. 중요한 결여를 통해 사랑을 말한다는 점에서 번뜩 떠오른 영화였어요. 남자 주인공은 통증을 느낄 수 없는 상태인데 반대로 여자 주인공은 적은 자극에도 과한 통증을 느껴 일상생활이 불가능한 사람입니다. 설정과 장르 탓에 다소 잔인한 장면이 몇 부분 있긴 하지만, 모든 청취자분들이 무리없이 보실 수 있을거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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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말뚝 박완서 소설전집 결정판 11
박완서 지음 / 세계사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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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을 잃은 엄마는 오빠를 데리고 송도를 떠나 경성에 정착했다고 합니다. 그러던 엄마가 이제는 나까지 서울내기를 만들겠다며 데리러 오셨고, 그렇게 나의 서울 생활이 시작됩니다. 오빠를 좋은 학교에 보내고 좋은 집에 살며 서울사람이 된 것인 줄 알았지만, 실상은 판자촌에서 근근이 먹고 살며 집주인의 눈치를 봐야만 하는 신세를 면치 못한 것이었습니다. 그럼에도 오빠와 나에겐 단정한 옷을 입혀 학교를 보내고는 공부해야 출세하고 신여성이 된다고 누누이 강조하는 엄마. 주변 사람들을 상것이라고 내리보면서도 직접 만나서는 굽신거리는 엄마. 그런 엄마와 함께 억척스럽게 살아간 끝에 집에서 은행에서 돈을 빌려 작으나마 집이라도 마련한 게 다행이긴 합니다.

그러나 곧 전쟁이 터지고 어느 편을 들어야 할지 혼란스러워하던 오빠는 전쟁통에 사망하고 맙니다. 그럼에도 자식과 손자들이 잘 자라준 덕분에 서울에서 그럴듯한 연립주택과 아파트를 옮겨 다니며 어느덧 나는 중년이, 엄마는 할머니가 됐습니다. 친구들과 신나게 놀고 들어온 어느날 밤 엄마가 빙판에 미끄러지는 바람에 골반뼈가 부러져 입원했다는 소식을 듣습니다. 뼈를 붙이는 큰 수술을 마친 그 날, 마약성 진통제의 부작용으로 엄마는 헛것을 보고는 헛소리를 내지릅니다. 오빠가 죽던 그날 밤의 일이 그 내용이었습니다. 대한민국과 조선 양쪽이 서울을 뺏고 뺏기는 와중에 갈피를 잡지 못하고 도망자 신세가 된 오빠는 공산당 간부의 총에 맞아 사망했고, 엄마는 수술을 끝낸 와중에 그 날의 기억을 꺼낸 것입니다.

수술 뒤 엄마는 재활에 성공하고 약간을 더 살았지만, 끝내 임종을 맞이합니다. 더 이상 삶을 이어나가야겠다는 의지를 보이지 않는 와중에 맞이한 죽음이었습니다. 가족을 그렇게까지 많이 힘들게 하지는 않은 순탄한 죽음이었지만, 그럼에도 나는 그 앞에서 엄마와 나 사이의 관계에 대해 이런저런 생각을 합니다. 맏조카는 할머니의 장례를 치르느라 분주한데, 화장해서 뼛가루를 강화도에 뿌려달라는 엄마의 소원과는 달리 매장을 진행하기로 결정합니다. 그리고 가매장한 상태에서 엄마의 묫자리를 표시한 말뚝에 새겨진 엄마의 이름, 나 기자에 잠잘 숙자로 새겨진 엄마의 이름을 보면서 이야기가 마무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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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꼽은 키워드는 말뚝입니다.

사실 소설은, 특히 박완서 선생님같은 대가가 쓴 소설은 직접 읽어보는 것이 참맛이라고 말씀드릴 수밖에 없습니다. 엄마와 나와 오빠와 그 주변을 둘러싼 여러 인물과 환경을 통해 정말 많은 것을 이야기하고 있고, 그것을 하나하나 풀어서 이야기하기엔 제 능력도 부족하고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도 많지 않죠. 그럼에도 짧게 생각해보자면, 말뚝의 의미만큼은 짚고 넘어가는 게 좋겠습니다. 문학지문 독해하듯 상징이 어떻고 숨은 뜻이 저떻고 하는 이야기를 하자는 것은 아니니, 편하게 들어주세요.

엄마의 말뚝에 등장하는 엄마는, 적어도 제가 보기엔 계속해서 둥둥 떠다니고 정착하지 못하는 삶을 사는 것처럼 보입니다. 마음의 고향이 없다고나 할까요? 처음엔 그곳이 송도였고, 그 이후엔 서울에 와서 처음 자리를 잡은 현저동이었습니다. 소설 속의 나는 엄마의 말뚝이 현저동이었다고 이해하지만, 그렇다고 하기엔 엄마의 삶에서 겪은 가장 끔찍한 사건이 일어난 장소가 바로 그곳이기도 하죠. 그래서 오히려 심리적으로 탈출하고 싶은 장소겠지만, 동시에 자신을 얽어매는 장소이기도 한 것입니다. 이후엔 집을 사고 또 딸과 손자들이 성공해서 잘 부양하고는 있지만, 수술 이후에 보여준 발작처럼 그 기억은 언제나 엄마의 기억과 인생의 중심부를 차지하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아마도 엄마가 여성이라는 점도 이렇게 둥둥 떠다니는 삶을 만든 요인인 것 같습니다. 남편에 얽매이는 삶, 자식에 얽매이는 삶, 그밖에도 사회가 자신에게 강요하는 여성으로서의 역할에 얽매이는 삶, 자신은 그것을 벗어던질 수 없지만 딸은 그런 것으로부터 자유로웠으면 하고 바라는 삶, 하지만 그렇게 얽매인 것이 자신의 정체성을 형성한다는 사실 또한 받아들이는 삶. 그런 의미에서 엄마의 삶이 고정과 유동의 의미를 동시에 가지는 말뚝으로 형상화될 수 있을 것 같고, 삶에서 벗어나 안식을 찾은 순간에야 그 이름이 온전히 새겨진 비석으로 교체될 것이 된 그 말뚝으로 표현된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2제 아이랑 투게더
더 재미있게 읽을 당신에게 보내는 콘텐츠, 2제 아이랑 투게더입니다.

제가 앞에 놓은 이 책은 박완서 전집의 11권입니다. 표제작은 엄마의 말뚝이지만 그 이외에 다른 단편, 특히 또 다른 대표 단편으로 불리는 ‘꿈꾸는 인큐베이터’도 실려있습니다. 그래서, 만약 이번 기회에 엄마의 말뚝을 처음 접하셨다면, 이 전집에 실린 다른 작품을 함께 감상해보시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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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 - 역사, 논리, 정치 레-프리젠테이션
모니카 브리투 비에이라.데이비드 런시먼 지음, 노시내 옮김 / 후마니타스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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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와 내년은 선거의 해입니다. 지방자치단체장, 국회의원, 대통령 등등 굵직한 선거가 기다리고 있죠. 선거는 무엇을 하는 절차인가요? 너무 쉬운 질문인가요? 우리를 대표해서 국가의 중대사를 논의하고 집행할 사람을 뽑는 절차입니다. 이렇게 최종적인 주권은 시민인 우리 모두에게 있지만 우리를 대신해 그 실무를 담당하는 사람은 선출해서 운영하는 정치체제, 우리는 이걸 대의민주주의라고 합니다. 현재 전세계에서 꽤 그럴싸하게 운영되는 나라들은 대체로 대의민주주의 정치체제를 채택하고 있죠.

자, 그렇다면 여기에서 질문입니다. 선출된 사람들이 우리를 대표한다는 건 대체 무슨 뜻인가요? 우리 생각을 그대로 옮기는 것인가요 아니면 내가 미처 생각지 못한 부분을 고려해서 더 현명하고 올바른 결정을 해주길 바라는 것인가요? 대표자는 개인인 나를 대표하나요 아니면 국민 전체를 대표하나요? 내가 일하는 회사의 사장이나 내가 다니는 학교의 교장선생님도 내가 속한 회사나 학교를 대표하기도 하는데, 그런 대표와 정치적 대표의 차이는 무엇일까요? 대체 정치적으로 누군가가 다른 누군가를 대표한다는 발상은 어떡하다가 생겨난 것일까요? 이런 질문을 우리에게 던지면서, 대의민주주의 정치체제를 더 잘 이해하고 우리 사회가 나아갈 더 나은 정치적 방향을 고민하게 만드는 책 대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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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꼽은 키워드는 대의민주주의입니다. 영어로는 representative democracy, 즉 대표 제도를 채택하고 있는 민주주의라는 뜻입니다.

이 책을 관통하는 주요 주제이기도 하면서 동시에 대의민주주의 정치체제의 밑바탕이 되는 중요한 모순? 긴장?이 있습니다. 바로 ‘누구를 대표로 뽑을 것인가’라는 문제입니다.

한편으로 우리는 “서민의 삶을 아는”, 우리와 비슷한 사람을 뽑아서 우리 자신의 이해관계를 입법과 정책에 반영하고자 합니다. 그래서 대통령 후보에게 교통비를 물어보고 후보들은 시장에 나와서 국밥 떡볶이 어묵을 맛있게 먹죠. 하지만 동시에 우리보다 뛰어난 사람을 뽑아서 대표하게 만들어야 우리의 이해관계를 더 잘 반영할 수 있겠죠? 게다가, 우리와 식견이 비슷한 사람을 선출할 거면 그 비싼 비용을 들여가며 선거를 할 이유가 없습니다. 내가 직접 하느니만 못할 게 뻔하고, 그렇다면 선거보다는 제비뽑기를 하는 쪽이 훨씬 낫겠죠. 이렇게 보면 이 두 가지 요구 사항, 즉 “우리와 비슷한 사람이 대표자가 돼야 한다”와 “우리보다 뛰어난 사람이 대표자가 돼야 한다”는 것은 충돌하는 것처럼 보이고, 하나를 선택하면 하나를 포기해야 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이 책의 저자들은 이 두 가지 요구가 충돌하지 않으며, 이 둘 사이의 긴장이야말로 민주주의 체제를 안정적으로 굴러가게 만드는 핵심적인 요소이고 그렇기 때문에 민주주의는 대의민주주의가 될 수밖에 없다고 말합니다. 둘 중 한쪽을 완전히 포기하는 순간, 독재를 통해 시민을 억압하는 폭력이 민주주의라는 형식적 정당성을 띄고 나타나기 때문입니다. 프랑스 혁명 때 자코뱅의 공포정치나 2차 세계대전 때 독일의 나치즘이 역사적 사례들입니다.

이 긴장은 동시에 ‘왜 대표를 뽑는가’ 즉 대표의 기능과 존재이유에 대한 답변과도 긴밀하게 연결돼 있습니다. 이 책의 저자들은 우리의 대표는 개인으로서의 나와 공동체 전체로서의 우리를 동시에 대표한다고 주장합니다. 우리에겐 대표를 뽑을 권리가 있지만 동시에 대표를 뽑음으로써 대표될 수 있는 권리를 부여받는다는 것입니다. 거칠게 이어보자면, 개인인 나를 대표하는 사람을 뽑는다고 생각한다면 그게 가능한 이유는 권리가 이미 나에게 주어져있기 때문이고 또 나와 비슷한 사람이 나를 대표하는 방향을 선호할 것입니다. 반대로 공동체 전체를 대표하는 사람을 뽑아야 한다면 그 대표의 결정이 나를 구속함으로써 공동체에 소속된 구성원으로 인정받게 될뿐 아니라 되도록이면 공동체 전체를 위하는 현명한 결정을 내리는 것이 좋겠죠.

이런 여러 복잡한 요소들을 동시에 고려하며 앞으로 있을 선거에서 한 표를 행사하는 게 바로 대의민주주의 사회를 살아가는 시민으로서 우리가 갖춰야 할 덕목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2제 아이랑 투게더
더 재미있게 읽을 당신에게 보내는 부가상품, 2제 아이랑 투게더입니다.

제가 이 책과 함께 추천드리는 콘텐츠는 박상훈의 정당의 발견입니다. 학교에서 우리는 대의민주주의 제도의 핵심 중 하나가 정당 제도, 특히 다당제라고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어왔습니다. 흔히 중국이 민주주의 국가가 아닌 이유로 드는 것 중 하나가 일당국가이기 때문이라고 하잖아요? 하지만 정작 정당이 어떤 일을 하고 어떻게 작동하는지 관심을 갖진 않죠. 다른 민주주의 선진국에 비해 정당가입률도 매우 낮은 편이고요. 대표 개념과 선거를 앞두고 대의민주주의에 관심을 가진 김에, 대의민주주의의 핵심 개념 중 하나인 정당에 관해서도 꼼꼼하게 알아가면 좋겠다는 의미에서 권해드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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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말이 사라진 날 - 우리말글을 지키기 위한 조선어학회의 말모이 투쟁사
정재환 지음 / 생각정원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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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2년 함경남도 함흥의 함흥역. 식민지 경찰이 한 고등학생을 불심검문합니다. 기차 안에서 ‘조선어’로 이야기를 나누었다는 것이 그 이유입니다. 이 고등학생의 집을 압수수색한 경찰은 일기장에서 1년 전에 쓰인 한 문장을 발견합니다. ‘국어를 썼다가 선생님께 혼났다.’ 여기서 국어가 조선어를 뜻한다고 해석한 경찰은 그 학생에게 조선어가 국어라고 가르친 교사 정태진을 체포합니다. 일제시대 국어란 당연히 일본어여야 하는데, 그에 반하는 교육이었기 때문입니다. 이를 빌미로 경찰은 정태진이 소속돼있던 학술연구단체 조선어학회의 회원들을 치안유지법 위반으로 체포해 구속, 감금, 고문합니다. 이들은 징역을 언도받고 해방이 될 때까지 옥에 갇혀있어야만 했죠. 바로 조선어학회 사건입니다.

그렇다면 조선어학회는 어떤 단체였기에 일제가 이런 반응을 보였을까요? 식민지 지역의 방언을 연구하는 단체에 지나지 않았을 수도 있는데 어째서 치안유지법 위반인 것일까요? 조선어학회의 탄생과 활동을 통해 우리 글의 역사와 독립운동의 한 장을 동시에 볼 수 있는 책을 한 번 같이 읽어보겠습니다. 정재환의 <나라 말이 사라진 날>입니다.


2종 보통 열쇠말
꼼꼼하게 책을 읽은 당신을 위해 핵심을 짚어드리는 2종 보통 열쇠말입니다.

제가 꼽은 열쇠말은 ‘조선어학회’입니다.

아마 30대 이상의 청취자라면 정재환이라는 방송인을 기억하실 것입니다. 1990년대 초중반 활발하게 활동했던 희극인이고, 이후 우리말 홍보 관련 활동으로 기억하시는 분도 있을 겁니다. 2000년에 뒤늦게 역사를 전공으로 공부하기 시작해서 2013년에 ‘해방 후 조선어학회 한글학회 활동 연구’로 박사 학위를 얻습니다. 그 동안 여러 책을 쓰긴 했지만, 자신이 공부한 분야를 바탕으로 낸 책은 박사논문 이후로 이게 처음입니다.

조선어학회 사건이 책 소개나 홍보의 전면에 나와있긴 하지만, 이 책은 그보다 더 넓은 범위를 다룹니다. 조선어학회 사건 관련 자료를 바탕으로 조선어학회가 해왔던 일을 시대순으로 죽 훑어보는 것입니다. 1800년대 후반 ‘언문’이 정부가 채택한 공식 언어로 등극한 순간에서 시작해 여러 후보 명칭을 제치고 ‘한글’이 정착하는 과정, 표준어와 맞춤법을 설정하면서 고려해야 했던 문제, 이 모든 연구성과를 집대성하는 사전 편찬 작업 절차와 해방 이후 그 완성에 이르기까지 조선어학회가 한글 연구와 확산에 기여한 바를 하나하나 짚어나가는 것이죠.

조선어학회의 활동은 우리말과 글이 확립되는 과정 그 자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앞에서 언급한 활동 중에 우리의 언어 생활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이 있을까요? 물론 학교에 다니며 한국어가 공부의 대상이 될 때에는 이들의 노력이 잠깐 원망스럽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우리가 정치적으로 독립한 이후에도 문자와 언어가 없는 공동체로 살아갈 수도 있었다는 걸 생각한다면, 우리 생활에 이들이 미친 영향은 보통 커다란 것이 아닙니다. 또한 언어가 공동체의 결속에 미치는 영향을 생각해보면, 다른 어떤 문자와 언어도 아닌 조선어, 한글을 연구하는 것이 단순한 학술활동을 넘어 독립운동이 될 수밖에 없는 것이지요. 그런 의미에서 조선어학회의 활동을 다시 한 번 되새길 필요가 있겠습니다.


2제 아이랑 함께
더 재미있게 읽을 당신에게 보내는 부가상품, 2제 아이랑 함께입니다.

이 책과 함께 추천드리는 콘텐츠는 윤계상 유해진 주연의 영화 <말모이>입니다. 우리 책에서 다루는 조선어학회의 우리말 사전 편찬 사업을 염두에 두고 만들어진 영화입니다. 실제 사건과는 다른 부분이 많아서 거의 창작이라고 하고 또 평론가들에게 높게 평가받는 영화는 아니지만, 사전 편찬 과정을 눈으로 보고 경험할 수 있게 만든 것만으로도 의미있는 영화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두 주연배우를 좋아하신다면 더 재미있게 보실 수도 있겠고요. 이 책 안에서도 <말모이>에서 나온 여러 장면을 이야기해주고 있으니 함께 보시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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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으로서의 학문 나남신서 1140
막스 베버 지음, 전성우 옮김 / 나남출판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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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저자 막스 베버는 마르크스, 뒤르켐과 함께 사회학의 기초를 놓은 창시자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또 그가 학술적으로 쓴 논문들 못지 않게 유명하고 많이 읽히는 강연록 두 개가 있는데, <직업으로서의 정치>와 <직업으로서의 학문>입니다. 이미 살아있을 당시 큰 스승으로 대우받았던 그는, 정치와 학문에 대해 이야기해달라는 당시 대학생들의 요청에 학생들에게 건넬 충고를 담아 강연을 시작합니다.

이 강연에서 그는 전근대 사회와 근대 사회 사이의 차이와 전문화되고 파편화된 근대 사회에 대한 베버의 진단, 그 속에서 학문의 기능과 역할이 변화하는 과정, 사회의 다른 영역과 학문 사이의 차이, 그에 대응해 학문에 임하는 사람들이 가져야 할 자세 등 아주 다양한 주제로 이야기를 풀어나갑니다. 그래서 보통 베버의 세계관 전체를 아주 짧은 글 안에 응축해서 보여준다고 평가하죠. 이런 주제에 대해서 관심을 갖고 더 많은 정보를 알아보는 것도 좋겠지만, 이 책을 읽으며 우리에게 좀 더 가깝고 현실적인 주제로 질문을 던져보는 것도 좋겠죠. “대체 우리는 공부를 왜 하는 것일까요?” 막스 베버의 <직업으로서의 학문>입니다.



2종 보통 키워드
꼼꼼하게 책을 읽은 당신을 위해 핵심을 짚어드리는 2종 보통 키워드입니다.

제가 이 책을 읽으면서 꼽은 키워드는 ‘그냥’입니다.

이런 고전을 읽는데 키워드가 생각보다 김빠지는 단어라서 놀라셨나요? 하지만 어쩔 수 없습니다. 이게 바로 막스 베버가 주장하는 사람들이 공부하는, 공부를 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그가 생각하기에 공부를 ‘그냥’ 해야 하는 이유는 공부가 더 이상 진리를 찾는 작업이 아니게 돼버렸기 때문입니다. 옛날 공부하는 사람들은 숭고하고 거창한 것을 추구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지금 공부란 물건이나 노동 용역과 똑같은 가치를 지니고 시장에서 거래될 수 있는 것으로 바뀌었습니다. 그래서 공부를 직업으로 삼는 대학교수들도 지식을 팔아서 월급을 받는 것이고요. 그렇다고 공부를 열심히 하면 돈을 많이 버는 기회가 주어지는가 하면, 결코 그렇지도 않습니다. 그 둘이 이어지는 것은 순전히 우연입니다. 대학교수뿐 아니라 어느 직업을 갖게 되든 마찬가지죠. 베버는 이런 경향을 ‘미국적 현상’이라고 소개하고 있지만, 자신이 살아가는 독일 또한 곧 이렇게 바뀔 것이라고 이야기합니다.

또한 이제 공부는 현실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별 도움을 주지 않기 때문에, 더 나아가서 별 도움을 주지 않아야 하기 때문에 ‘그냥’ 해야 합니다. 공부가 진리를 찾는 활동이며 그래서 공부를 열심히 하면 모든 게 해결되리라고 기대하는 태도를 가진 사람들을 베버는 ‘선지자’나 ‘예언자’라고 부릅니다. 근대적이고 합리적인 사회에 알맞지 않는 태도라는 점을 지적하는 것이죠. 공부의 초점은 이해와 분석입니다. 그래서 공부는 ‘문제를 이렇게 해결해야 한다’는 방향, 즉 가치에 대해서 이야기해주지 않고, ‘이 문제는 이렇게 생겨먹은 것이다’라는 사실에 관해서만 이야기해줍니다. 또 그런 태도를 지니고 있어야만 정확한 이해와 분석이라는 목표에 도달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베버의 논의를 따라가다보면, 공부를 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 ‘그냥’이라는 결론에 도달합니다. 그러나 단순한 ‘그냥’은 아닙니다. 공부를 해야 하는 이유, 공부의 의미를 스스로 만들어야 합니다. 또한 정확한 이해와 분석에 초점을 맞춘 공부는 내가 마주한 문제에 관해 합리적으로 생각하도록 만듭니다. 이렇게 다른 요인 없이 그 자체에서 스스로 즐거움을 찾아야 하고, 그러지 않으면 그 동기가 거의 없는 데다 매우 어렵기까지 하다는 점에서 베버에게 공부란 일종의 부르심, ‘소명’에 가깝습니다.


2제 아이랑 투게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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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읽으면 좋을 책으로 김영민의 <공부란 무엇인가>를 추천드립니다. 혹시 <추석이란 무엇인가>라는 글을 읽어보신 적이 있나요? 2018년 경향신문에 실려, 추석 명절에 일어나는 갈등을 위트있게 풀어낸 것으로 인터넷을 강타했던 칼럼인데요. 이 외에도 감각적인 글솜씨로 유명한 김영민은 서울대 정치외교학과에서 중국 고대 정치사상을 가르치는 교수입니다. 교수의 입장에서 학생들에게 ‘대학생으로서 공부하는 방법’을 정리한 책이 바로 <공부란 무엇인가>인데요. 대학에서 어떤 공부를 어떤 방법으로 하는지 미리 엿보고 싶은 중고등학생 청취자들에게, 그리고 공부의 의미를 되찾고 그 방법을 다시 되새겨보고 싶은 학부모 청취자 여러분들께 베버와 함께 이 책을 조심스럽게 권해드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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