뚱미샘의 미술 수다
서인숙 지음 / 지식과감성#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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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 작품은 작가 내면의 반영이며, 크게는 그 시대의 반영이다. 문화가 다르더라도 누구나 좋아하고 꼭 보고 싶어 하는 명화는 그 이유가 있고, 그 작품을 제작한 작가의 위대함에도 이유가 있다. 우리가 미술 작품을 감상하는 이유 중 하나는 작품을 통해 그 시대의 이야기를 알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림은 역사의 기록이다. 그림은 작가의 거짓된 표현에도 은근히 정직함을 숨기고 있다.

p.6

그림은 치유의 힘이 있다. 정신적 문제를 안고 있는 화가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그림을 그림으로써 치유하는 경우가 많다. '쿠사마요이'는 점을 찍으면서 잠시라도 조현병에서 자유로울 수가 있었고, '고흐' 역시 그러하였다. 영리한 사도세자 역시 그림을 그리면서 마음의 안정을 찾지는 않았을까 싶다.

p.23

홀바인이 활동하던 16세기에는 유럽을 휩쓴 종교적 분쟁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미술가들이 거의 없었다. 그러나 그의 작품에는 어떠한 종교적인 요소도 들어 있지 않다. 크롬웰이 죽고 궁정 화가의 자격은 박탈되었지만, 크게 화를 당하지는 않았던 것은 자신의 정치적 종교적인 색을 드러내지 않고, 묵묵히 화가로서의 일을 성실하게 하였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p.71

후대에 와서 그 가치를 인정받은 예술가들의 공통점은 새로운 시도를 두려워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새로운 시도는 늘 불안하다. 그럼에도 위대한 예술가들은 당시 시대 상황에 타협하지 않고 자기 생각을 작품에 드러낸다. 그리고 시간이 지난 후 후대 사람들은 그들과 작품을 한 시대의 획을 긋는 중요한 화가와 작품으로 평가한다.

p.88

선사 시대의 동굴벽화에서 달리고 있는 동물의 모습을 표현하기 위해 다리를 여러 개 겹쳐 그리는 이 표현기법은 현대 애니메이션의 표현기법과 같다. 정지된 화면에서 움직이는 모습을 표현하기 위한 이 환영적 표현 방법을 고대 원시 동굴벽화에서 보게 된 것이다. 이 동물 벽화는 인류 최초의 애니메이션 작품이라 생각한다.

p.161

서미숙, <뚱미샘의 미술 수다> 中

+) 이 책은 중등부 학생들을 가르쳐온 미술 선생님의 그림 이야기를 담고 있다. 제목처럼 미술 작품들을 학생들과 함께 감상하며 수다를 떨듯이 설명하기에 이해하기 쉽다.

오히려 설명이라는 표현이 묵직하게 다가올 정도로 저자는 작품 하나하나 흥미로운 이야기에 초점을 두어 어렵지 않게 풀어냈다.

예술 작품을 제작한 예술가에 대한 정보를 비롯하여 그 시대적 상황, 그 작품의 특징 등을 언급한다. 미술 작품을 감상하고 있지만, 그 예술이 탄생하게 된 시대 즉 역사적 상황까지 가르쳐주고 있어서 역사와 미술 모두를 접한 기분이 든다.

무엇보다 청소년을 대하듯 쉬운 용어로 흥미로운 지점을 찾아 사람, 사랑, 인생, 예술가의 열정 등 소주제를 정해 담아냈기에 가볍게 읽을 수 있다.

예술 작품을 감상할 때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지 보여준 책 같다. 그림을 읽는다고 표현한 저자의 문구가 무슨 의미인지, 학생들에게 이야기해 주듯이 썼다는 표현이 어떤 형식인지 책을 읽으면서 이해할 수 있었다.

예술 작품을 감상하는 법을 알고 싶은 청소년들에게, 예술 작품을 미술 선생님과 함께 감상하고 싶은 청소년들에게, 예술 작품과 미술사를 가볍게 만나보고 싶은 어른들에게 권해주고 싶다.

* 이 서평은 해당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쓴 것입니다. 평소와 다름없이 읽고 제 생각을 기록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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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AN HR: 당신의 스타트업은 안녕하십니까
이용훈 지음 / 한빛미디어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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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가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미션/비전)가 무엇인지에 따라 문제 해결에 접근하는 방식(핵심가치/일하는 방식)이 달라지고 이러한 접근 방식에 따라 어떤 사람(인재상)과 함께해야 할지, 어떤 조직 형태(조직 구조)를 선택해야 할지 결정된다. 그리고 일하는 방식은 HR 원칙을 수립하는 데 영향을 주고, HR 원칙은 조직 구조와 더불어 어떤 식으로 운영해야 할지 구체적인 HR 제도를 결정하는 데 영향을 미친다.

pp.21~22

거창하게 돌려서 말하긴 했는데 HR에서 올바른 결정이 이루어지기 어려운 이유는 전문성이 없어도 누구나 한마디씩 훈수를 둘 수 있는 영역으로 인지되고 있어서다.

약은 약사에게 맡기고 HR은 HR 직무 전문가에게 맡겨야 하는데 말이다.

p.32

HR이 중요한 이유는 HR이 회사를 보호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겉으로 보기에 그 역할은 그리 대단해 보이지 않을 수 있다. 이를테면 필요한 시기에 적합한 후보자를 채용하고 조직문화와 일하는 방식을 가다듬어 성장의 속도를 높여주는 것, 구성원에게 적절한 보상과 복지를 제공하여 구성원의 만족도를 높이고 조직이 흔들릴 때 구성원과 소통함으로써 조직을 안정시키는 것 등의 일 말이다.

p.39

최근 경영 환경에서 중요한 것은 의사결정의 정확성이 아니라 빠르게 실행하고 그 결과에 맞게 대응하는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스타트업에서는 수평적으로 일하는 방식을 택하여 실행 횟수를 늘리는 방향으로 전환한 것이다.

일단 수평적으로 일하는 방식이 제대로 작동하려면 개별 직무에 있어서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는 직무 전문가가 필요하다. 스타트업에서 높은 수준의 인재 밀도를 유지하려는 이유는 개별 구성원에게 업무 자율권과 의사결정 권한을 부여하기 때문이다.

p.77

  • 조직의 가치체계 수립 방법에 대한 몇 가지 조언

- 조직의 과거 성공에 기여했던 가치를 채용해야 한다.

- 조직이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

- 가급적 적은 수의 가치나 기준으로 구성해야 한다.

- 조직의 가치체계는 불변하는 것이 아니다.

- 조직의 철학과 가치체계를 세우는 과정에서 벤치마킹은 적당히 하라.

pp.100~103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좋은 리더가 스타트업에서도 좋은 리더다.

리더는 앞장서야 한다. / 업무 역량 역시 뛰어나야 한다. / 뛰어난 업무 역량을 위해 끊임없이 학습하고 성장해야 한다. / 빠르게 이해하고 빠른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어야 한다. / 빠른 의사결정은 도식화되지 않은 글과 말을 통해서도 사안의 맥락과 핵심을 파악할 수 있는 능력에서 비롯된다. / 리더라면 자신의 결정에 책임질 줄 알아야 한다. / 리더라면 동료의 짐을 덜어줄 수 있어야 한다. / 동료가 존경할 수 있는 리더여야 한다.

pp.126~131

HR이 평가 결과의 공유와 보상 결정에 관여하는 것이 효율적인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직무 리더의 인사 관리 업무를 대신함으로써 직무 리더의 높은 시급을 상대적으로 낮은 시급의 HR로 대체할 수 있다. 또 다른 이유는 뒤에서 다루겠지만 기능적으로 HR이 보상의 적정성을 판단하기 가장 쉽고 적합한 위치에 있기 때문이다.

p.190

스타트업 HR 직무자는 어떤 역량을 가져야 할까?

요약하자면 HR 직무 역량의 기초가 탄탄하고 문화적합성이 뛰어난 직무자를 채용하면 된다.

HR 철학이 중요한 이유는 HR 직무자가 내리는 결정이 조직의 가치체계나 일하는 방식과 상호작용하기 때문이다.

pp.262~263

이용훈, <LEAN HR : 당신의 스타트업은 안녕하십니까> 中

+) 이 책은 HR 직무 전문가의 역할이 조직에서 왜 중요한지 다방면으로 설명하고 있다. HR은 인전 자원을 관리하는 업무를 의미하는 표현으로, 저자는 각 회사 특히 스타트업에서 HR 영역에 왜 의미를 두어야 하는지 이야기한다.

스타트업 HR이 기존 조직 HR과 무엇이 다른지 언급하고, 스타트업 내 조직문화와 가치체계 수립 과정에 대한 조언을 한다. 또 스타트업 리더의 역할과 핵심 인재 관리 및 조직 문화 구성, 평가 및 보상의 목적과 방법, 그리고 인재 채용 전략과 HR 운영 방식 등을 논의한다.

저자의 말처럼 HR 직무 전문가가 각 회사의 목표, 가치, 문화 등을 분석하여 인적 자원을 관리한다면 조직의 효율적인 성장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일종의 거리두기라고 생각하는데, 조직 내 일원은 객관성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으므로 외부 전문가를 기용한다는 점에서 장점이 있다고 본다.

물론 HR 업무를 관례적으로 처리하는 사람이 아닌, 회사의 미래를 생각하여 근본적인 부분부터 현실적으로 파악하려고 노력하며 그 회사의 발전 가능성을 연구하는 HR 직무 전문가와 함께 해야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는 조직을 이끄는 리더에게도, 그 회사에 들어가고 싶어하는 사람들에게도 모두 의미 있는 일이다. 특히 스타트업의 경우 인재 구성과 일하는 방식의 차이가 성장 가능성을 판가름하기 때문에 HR 전문가의 역할이 꼭 필요하다.

이 책은 스타트업 리더를 비롯하여 여러 회사 내 HR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이나, HR 운영 방식을 배우고 싶은 사람들이 읽으면 도움이 될 듯하다. HR 직무의 역할이 왜 중요한지, 조직과 구성원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배울 수 있는 책이었다.

* 이 서평은 해당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쓴 것입니다. 평소와 다름없이 읽고 제 생각을 기록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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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의 후반생 - 새로운 도약을 위한 인생 화두
정진홍 지음 / 문학동네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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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를 용서한다는 것은 자신의 과오를 묻어두자는 말이 결코 아니다. 담담하게 스스로의 현재를 받아들이라는 얘기다. 과거에 잘했든 못했든 지금 자신의 모습을 스스로 용납하라는 말이다.

p.57

수다쟁이 영장류 대신 내 안의 과묵한 늑대의 소리를 들어야 한다.

p.62. 마크 롤렌즈, [철학자와 늑대]

"우리 사는 데 F가 두 개 필요해. 하나는 Forget(잊어버려라)이고 다른 하나는 'Forgive(용서해라)'야!"

p.82.

남을 속이는 것이 '좀도둑'이라면 자기를 속이는 것은 '큰도둑'이다.

p.123

일기의 힘은 지속하는데 있다. 우리는 지나온 생에 대한 연민보다 앞으로 살아가야 할 나날들에 대한 애정으로 일기를 쓴다.

p.277

자신이 '그 사람'이 아니며 '그 사람'이 될 수 없는 한 아무도 '그 사람'의 마음을 알 수 없다.

p.306

'무각사'라..... 그 의미는 "깨달음이 없다"는 뜻이기보다는 오히려 "깨달았다는 생각마저 없어야 한다"는 깊은 뜻이 담겨 있는 것 아니겠는가.

그렇다. 살고 죽는 것은 경계조차 없다. 어차피 연극 같은 인생이지만 첫공도 막공도 따로 없다. 게다가 깨달음조차 따로 없다.

pp.356-357

정진홍, <남자의 후반생> 中

+) 이 책은 남자에 한정해서 혹은 나이 오십 즈음에 머문 사람들에 한정해서 읽을 필요는 없다. 저자가 정의한 후반생은 이전과는 다른 삶을 살아보겠다고 결심한 그때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또한 누구나 인생을 살면서 필요한 가치들을 살펴보는 것이기에 꼭 성별을 구분해 읽을 것도 아니다.

저자는 이 책에서 다양한 예술 분야의 깨달음을 이야기한다. 동서양 고전에서 얻은 이치는 물론, 음악과 미술 작품을 만들어낸 예술가들의 노력, 역사 속 인물의 용기와 지혜 등을 관련 설화와 함께 실어 그 의미를 보여준다.

이 책은 인생을 새롭게 다시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화두를 제시했다고 말할 수 있다. 그동안 살면서 간과한 삶의 이치를 다시 조명하여 기존과는 다른 삶을 살 수 있도록 제안하고 있다.

각 꼭지 별로 단편적인 이야기와 지혜를 담은 조언으로 구성하기에 이해하기 쉽다. 꼭 순서대로 읽지 않아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인생, 마음, 변화, 자신 등에 초점을 두어 설명하고 있기에 관심 있는 소주제를 선택해 그 부분부터 먼저 읽어도 어려움 없이 자연스럽다.

기존과는 다른 삶을 살아보겠다는 결심을 한다면, 언제쯤인지가 중요한 게 아니라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가 중요하다는 걸 이 책을 읽으며 되새겼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어떻게 살아야 인생의 멋진 후반전을 뛸 수 있을지 방향이 되는 기준을 가르쳐준 책이라고 느꼈다.

* 이 서평은 해당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쓴 것입니다. 평소와 다름없이 읽고 제 생각을 기록한 글입니다.

*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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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기완을 만났다 (리마스터판) 창비 리마스터 소설선
조해진 지음 / 창비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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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삶과 정체성을 증명할 수 있는 단서들이란 어쩌면 생각보다 지나치게 허술하거나 혹은 실재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의도와 관계없이 맺어지는 사회적 관계들, 관습 혹은 단순한 호감에 의해 만들어지는 수많은 커뮤니티, 실체도 없이 우리 삶의 테두리를 제한하고 경계짓는 국적이나 호적 같은 것들은 혼자가 아니라는 위로는 줄 수 있겠지만 그 위로는 영원하지도 않고 진실하지도 않다.

p.10

담백하게 요약된 한 사람의 생애를 들으며 나는 인간이란 어째서 이렇게 하나같이 외로운 것일까, 생각했을 것이다. 어머니의 피 흘리는 다리 사이로 얼굴을 내밀며 세상에 나온 순간부터 불가항력의 죽음 앞에 설 때까지, 철저하게 혼자일 수밖에 없는 모든 인간의 운명적인 한계가 박이 들려주는 그 짧은 이야기 속에 고스란히 들어 있었기 때문이다.

p.26

감정은 전염된다. 타인의 편집된 고통에 대한 재이의 불만족이 감지된 이후부터 나 역시 내가 쓴 대본이 모두 거짓 같다는 자격지심에 괴로워하기 시작했다.

재이는 연민이란 자신의 현재를 위로받기 위해 타인의 불행을 대상화하는, 철저하게 자기만족적인 감정에 지나지 않는다고 믿는 것 같았다.

pp.63~64

용서하지 않으면 되잖아.

뭐? 되물었을 때 그는 다시 말했다. 용서하지 말고 계속해서 미워하도록. 지극히 인간적으로, 이가 갈릴 만큼. 그 감정이 그 작자가 너한테 준 마지막 선물인거야.

윤주에게 내가 걸었던 희망은 윤주의 용서할 수 없는 마음이었다는 것, 그래서 나 역시 그 애의 그 미워하는 마음만큼 서운해하며 동시에 죄책감에서 벗어나고 싶어했다는 그 진실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 그 진실마저 외면하는 순간, 내 남은 생애는 이가 갈릴 만큼, 지극히 인간적으로 영원히, 언제까지고 영원히, 스스로를 미워하고 또 미워해야 하는 나날뿐일 테니까.

pp.116~118

"나는 늙었어요. 김작가. 늙었다는 말의 의미를 아오? 감정이 다 사치가 된다는 뜻이에요. 남은 시간이 뻔하니 저절로 그리되어가는 거요. 관용이라면 관용이고 체념이라면 체념이겠지."

p.208

"때로는 미안한 마음만으로도 한 생애는 잘 마무리됩니다."

p.222

조해진, <로기완을 만났다> 中

+) 이 책은 탈북인으로 낯선 나라에서 철저하게 고립되어 이방인으로 살아가는 로기완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하지만 그가 주인공이라기 보다 로기완의 발자취를 따라가는 서술자의 이야기가 중심이라고 생각한다.

서술자가 로기완이라는 한 인물의 생애를 추적하게 되기까지의 과정은 꽤 충격적인데 그것이 근원이 되어 이 소설이 시작된다고 본다.

선한 의도로 행한 일이 정말 악한 결과를 가져온다면 그것은 선한 일일까, 악한 일일까. 이 소설을 읽으면서 너무나 아픈 사연에 마음 한편이 저려왔다. 마음과 달리 한 사람의 생애에 큰 피해를 주었다면, 그것이 설사 본의가 아니더라도, 그때의 우리는 어떤 마음일까.

만약 그런 입장이라면 상상하기조차 힘든 자책감과 죄책감으로 견디기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으리라 느낀다. 딱 그때 서술자는 로기완의 사연을 접하게 되고, 무작정 그를 찾아 낯선 타국으로 떠난다.

소설에서도 계속 언급되듯이 한 사람의 생애에 개입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골똘히 생각해본다. 처음에는 관심이었고, 애정이었으며, 최선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건 곧 타인의 영역에 깊이 개입하게 되는 결과를 가져온다.

로기완을 도운 의사 '박'의 모습에서도 알 수 있다. 만약 박이 로기완을 적극적으로 돕지 않았다면 그의 삶은 어떻게 되었을까. 하지만 같은 의도였음에도 '윤주'를 돕던 '나'의 행동은 불행한 결과를 가져왔다.

이 둘의 차이를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선한 행동을 동기로 결정해야 하는지 결과로 결정해야 하는지 딜레마에 빠진 기분이었다.

타지에서 외롭게 살아가는 로기완의 발자취를 쫓는 서술자는 조심스럽지만 여전히 타인의 삶에 개입하려 한다. 자신이 타인에게 진심으로 내민 손은 좋지 않은 결과를 가져왔지만, 누군가가 내민 손을 잡아 성공한 로기완의 삶에서 그녀가 얻으려 했던 것은 위안이지 않았을까.

아마 위로 혹은 위안이었을 것이다. 그것으로 죄책감과 두려움 혹은 원망 사이에서 길을 찾아가려고 하지 않았나 싶다. 이 소설은 캐릭터를 통해 그들의 선택이 지닌 의미를 명확히 제시한다. 그것을 어떤 의미로 수용할지는 독자의 몫이라고 느꼈다.

자신의 삶이 아닌 다른 이의 삶을 이해하려는 시도가 어떤 한계점이 있는지, 그리고 그것을 어떻게 넘어설 수 있는지 보여준 소설이라는 생각이 든다.

* 이 서평은 해당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쓴 것입니다. 평소와 다름없이 읽고 제 생각을 기록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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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피의 행복한 미술 이야기 한국가톨릭문화연구원 6
박혜원 지음 / 바오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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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의 여신'은커녕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아름다운 모습과도 거리가 먼 모습인데, 어떻게 비너스라는 이름을 붙인 걸까요?

선사시대에는 이런 모습의 여인을 가장 아름답다고 생각한 거예요.

이를 일컬어 '풍요'와 '다산'의 의미를 담고 있다고 합니다. 선사시대 당시 거친 대자연에서 생존하기 위해서는 건강한 일꾼들이 많이 필요했을 테니까요. 이렇게 시대마다 '아름답다'고 생각한 모습, 즉 '아름다움의 기준'이 달랐다는 점이 참 흥미롭지요.

pp.25~26 [빌렌도르프의 비너스]

지구라트는 바로 성경에 나오는 바벨탑의 모태가 되었습니다. 물론 지구라트 자체는 신을 공경하고 제사를 올리기 위해 만들어졌지만 말이지요. 이렇게 바벨탑은 끝없이 하늘에 닿고자 하는 인간의 마음, 도전하는 욕심이 자칫 잘못하면 오만함으로 변질될 위험이 있음을 경고해줍니다.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항상 새로운 것을 갈구하는 진취적인 사고방식은 바람직한 것이지만, 자칫 잘못하면 '오만함이나 교만'에 빠질 수 있다는 경각심을 불러일으키지요.

pp.59~60 [우르의 지구라트]

고대 이집트 미술이 근본적인 변화 없이 오랜 시간 지속될 수 있었던 이유로 크게 두 가지를 들 수 있습니다. 첫 번째는, 하나의 통일국가가 계속 이어졌다는 것입니다. 이웃인 메소포타미아 문명의 경우, 수많은 도시 국가들이 계속 세력 다툼을 벌여서 한 도시국가가 멸망하면 문화의 계승과 발전이 불가능했습니다. 두 번째는, 그들이 추구했던 절대적인 완전함을 온전히 지키기 위해 정해놓은 규칙을 엄격히 준수하고, 영원히 보전하는 것이 주된 관심사였다는 것입니다.

pp.71~72

뒤러는 중세 이후 르네상스 시대, 바로 '인간이 사고의 바탕이 되는 휴머니즘'에 심취한 화가였습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르네상스인이라고 해서 인간이 중심이고 하느님은 버렸다는 의미가 결코 아닙니다. 하느님을 향한 신앙은 변함없지만 이제 개인의 존재는 물론 개인의 주관적인 표현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는 것입니다.

pp.135~137 [아담과 이브]

작품은 물론 견고한 대리석을 깎아서 만든 것입니다. '조각' 작품은 커다란 돌덩어리, 즉 원석을 깎아 들어가며 만들기 때문에 작품 도중에 실수를 하면 작품 전체를 망치게 되고 말지요. 단 한 번의 실수도 허용되지 않는 놀라운 집중력과 실력, 결단력이 필요한 작업인데 이처럼 완벽한 작품을 만들어냈다니 그저 경이롭기만 할 따름입니다.

p.185 [피에타]

박혜원, <소피의 행복한 미술 이야기> 中

+) 이 책은 서양미술사를 시대적 상황과 사람들의 사고방식을 반영하여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고 있다. 특히 그리스도교 미술이 중세와 르네상스 이후로 어떤 변화를 거쳤는지, 그를 만들어내는 예술가의 인식이 어떻게 달라졌는지를 중심으로 이야기한다.

선사시대, 메소포타미아 문명, 이집트 문명, 고대 그리스 시대 등 당시 새로운 문화와 사회의 흐름을 간략히 소개한다.

그리고 우리에게 익숙한 다빈치, 미켈란젤로, 라파엘로, 조토, 렘브란트, 고흐 등의 화가들과 그들의 작품을 직접 실어 핵심적 요소들을 집어가며 알기 쉽게 설명한다.

이 책에 실린 예술작품들은 그 당시의 미술사와 함께 살펴볼 수 있어서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 또 그리스도교 미술을 비중 있게 다루고 있어서 인간과 신의 관계에 대해서도 깊이 생각해 볼 기회가 된다고 느꼈다.

그동안은 그림을 견고하게 그리는 것, 부조와 조소 등을 실수 없이 제작하는 것을 막연하게 생각했었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그런 작업이 얼마나 집중력을 요하는 것인지 새삼 확인할 수 있었다. 실수 없이 진행해야 하는 예술작업을 상상하니 예술가의 고통과 인내가 떠올라 저자처럼 경이로움을 느꼈다.

전반적으로 저자가 예술 작품의 아름다운 메시지를 긍정적으로 전달하려고 노력했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저자의 인간에 대한 솔직한 사유와 숭고한 종교적 인식이 진정성 있게 다가온 책이었다.

* 이 서평은 해당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쓴 것입니다. 평소와 다름없이 읽고 제 생각을 기록한 글입니다.

*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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