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노래꽃 / 숲노래 동시

― 내가 안 쓰는 말 . 청소년 2023.8.11.



네가 가리키는 곳을

내가 함께 걸어가고

내가 가다듬는 길을

너랑 더불어 가꾸고


날마다 하루가 흐르고

달마다 오늘이 새롭고

철마다 천천히 익히고

해마다 하나씩 이룬다


작은씨는 싹트고 뿌리내려

잎망울에 꽃망울 터뜨리고

줄기하고 가지가 튼튼하니

푸릇푸릇 숲으로 나아간다


온마음 가만히 열고서

눈뜨는 새벽에 이슬을

동트는 아침에 햇살을

온몸에 듬뿍 받아안아


ㅅㄴㄹ


어린 사람은 ‘어린이’요, 젊은 사람은 ‘젊은이’요, 늙은 사람은 ‘늙은이“입니다. 한창 푸른 나날을 보내는 사람은 ‘푸른이·푸름이’입니다. 어린이하고 젊은이 사이에 선 사람을 한자말로는 ‘청소년(靑少年)’이라 하는데, 우리말로는 ‘푸른이·푸름이’라 하면 어울립니다. 푸르게 피어나는 풀꽃을 닮은 하루이고, 푸르게 우거지는 나무를 담은 삶이고, 푸르게 바람이 일어나는 숲으로 다가가는 사랑인 ‘푸른이·푸름이’예요. 우리가 서로 어떤 이름으로 부르거나 가리키거나 맞이하는가에 따라서 마음이 다르게 자라게 마련입니다. 어린이는 어린이로서 어른 곁에서 두루 지켜보고 살펴보면서 하나씩 배웁니다. 어른은 어른답게 어린이 곁에서 고루 사랑하고 돌아보면서 하나씩 일굽니다. 푸른이·푸름이는 어린이하고 어른 사이에서 새롭게 길을 열면서 푸르게 살림빛을 밝히는 나날을 가꿉니다. 어린이는 어린숲입니다. 어른은 어른숲입니다. 푸른이는 푸른숲이에요. 푸릇푸릇 잎빛을 베풀면서 온누리가 싱그러워요. 파릇파릇 하늘빛을 품으면서 언제나 산뜻합니다. 온몸과 온마음을 푸른들과 파란하늘로 채우는 길목입니다.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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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노래꽃 / 숲노래 동시

― 내가 안 쓰는 말 . 무지 2023.8.10.



안다면 알뜰히 말하고

알맞게 이어가겠지

모르면 멍하니 읊다가

머뭇머뭇 망설이지


알기에 알차게 가꾸고

아름다이 헤아린다

몰라서 밀치고 몰다가

모조리 무너뜨리지


아는 사람이라면

무엇을 모르는 줄 알고

새롭게 알아가는 길에

반가이 배우며 웃어


모르는 굴레라면

뭘 모르는지 모르기에

그대로 굴레에 갇혀서

하나도 안 배우더라


ㅅㄴㄹ


알지 못 할 적에 ‘모르다’라 하고, 이를 한자말로는 ‘무지(無知)’로 나타냅니다. 모르기에 잘못이라거나 나쁘지 않아요. “모르는 줄 알” 때에는 스스로 배우려고 합니다. “모르는 줄 모를” 때에는 스스로 닫아걸면서 짜증을 내고 부아를 일으키면서 싸우거나 다투기 일쑤입니다. “모르는 줄 모를” 때에 함부로 달려들거나 몰아붙이거나 밀어대기 때문에 ‘어리석다’고 여겨요. ‘알다’라고 말할 수 있으려면 “난 내가 무엇을 모르는지 알아.” 하고 말하면서 “난 내가 모르는 길을 배울게.” 하고 덧붙입니다. 모르는 줄 알기에 “모르는 일”을 함부로 안 해요. 모르기에 늘 고개를 숙이면서 묻습니다. 모르니까 어른이어도 어린이한테 얌전하게 묻고서 배우려고 합니다. “모르는 줄 모를” 적에는 나이를 앞세워서 누른다거나, 이 핑계 저 핑계로 빠져나가려고 하더군요. 아무리 달아난들 끝나지 않으니, “모르는 길을 배워서 알려고 하지 않을” 적에는 늘 쳇바퀴를 돌아요. 쳇바퀴질로 허둥지둥하기에 그만 스스로 지쳐서 무너져요. 하나씩 배우는 길은 얼핏 더뎌 보이지만, 차근차근 스스로 세우면서 든든하고 새롭게 일어서는 살림빛입니다.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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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노을빛 2024.4.23.불.



네가 지켜보든 안 보든 늘 해가 뜨고 져. 네가 느끼든 안 느끼든 아침저녁으로 노을빛이 퍼져. 네가 어느 곳에 있어도 이 별은 늘 빙그르르 돌아. 네가 무엇을 하든 이 별 둘레와 먼 곳에서 숱한 별이 반짝여. 네가 곁에 가든 등을 지든, 새는 언제 어디에서나 노래하고 날아. 네가 알아채든 아니든, 지렁이는 흙을 새로 일구지. 아침노을을 느끼거나 보는 하루이니? 저녁노을을 만나거나 아는 오늘이니? 밤에는 고요하게 덮는 ‘잠빛’이고, 낮에는 환하게 퍼지는 ‘일빛’이고, 아침저녁으로는 노래처럼 번지는 ‘노을빛’이야. 구름이 끼거나 비가 오더라도 아침노을과 저녁노을이 있어. 네가 걷거나 뛰거나 앉거나 눕거나, 네 몸에는 노상 피가 흘러. 너는 말을 할 적에 피돌이를 느끼니? 숨을 쉬고 뱉는 사이에 온몸이 어떻게 거듭나는지 알아보니? 네가 스스로 숨소리를 느끼는 귀를 틔운다면, 나뭇잎이 들려주는 숨소리를 들을 수 있어. 네가 온몸에 바람이 드나들면서 기쁘게 흐르는 숨결을 느끼는 빛을 틔우면, 넌 돌과 모래가 어떻게 숨쉬는지 읽을 수 있어. 그러나 하나는 늘 새겨야겠지. 여태 몰랐거나 안 읽었기에 대수롭지 않아. 틔워서 느끼고 읽는 오늘부터 바꿀 수 있어. 바로 여기에서 하면 돼. 숨을 내쉬면서, 이 숨이 어느 하늘로 피어올라서 노을하고 섞이는지 지켜보렴.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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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비구름 2024.4.24.물.



하늘을 덮으면서 흐르는 구름은 빗물을 뿌리기도 하지만, 햇볕에 녹아 아지랑이로 스며들기도 해. 바람은 빗방울도 아지랑이도 실어나르지. 물은 가만히 바람을 타고서 어느 곳으로든 찾아가. 구름이 나타나지 않더라도 바람에는 풀꽃나무·짐승·새·풀벌레·사람이 두루 조금씩 내놓는 물기운을 맞아들여서 퍼뜨려. 그래서 모래만 있는 데에서는 메마르다고 느낄 테고, 나무와 풀이 우거진 데에서는 비구름이 없더라도 향긋하면서 시원하단다. 서울(도시)처럼 북적거리고 쇳덩이에 높은집이 빽빽한 데라면 숨이 막히겠지. 그곳에는 푸른숨도 파란바람도 비구름도 스미거나 퍼지기 어려울 뿐 아니라, “물기운을 조금씩 내놓으면서 나누려고 하는 숨붙이”가 턱없이 적거든. 보렴. ‘서울사람(도시인)’은 제 몸에 있는 물기운을 기껍고 즐겁게 베푸는 몸짓일까? 몸을 친친 감거나 덕지덕지 발라서 막잖니? 게다가 해바람이 흐르는 곳에 나오는 사람이 몹시 적어. 비가 올 적에 빗물을 품을 흙과 풀과 나무와 새와 풀벌레가 없으니까 매캐하지. 빗물을 그리고 사랑하면서, 제 몸에 흐르는 숨기운과 물기운을 늘 새롭게 내쉬는(내놓는) 터전에서라야, 누구나 느긋하고 튼튼하단다. 돌봄터(병원)가 왜 사람을 오히려 괴롭힐까? 왜 돌봄터에서 더 앓거나 아플까? “풀빛이 없는 화학약품·백신” 탓에 사람들 스스로 몸을 망가뜨리기도 하지만, ‘해·바람·비·별·흙·숲’이야말로 사랑으로 가득한 ‘돌봄물(약·치료약)’인데, 어느 돌봄터에서 해바람비와 별흙숲과 바다를 맞이할 수 있니? 없더구나.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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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문학이라는 2024.4.25.나무.



글을 쓰면서 ‘글’이라고 안 하는 까닭을 헤아릴 수 있을까. 일을 하면서 왜 ‘일’이라 않는지 알아차릴 수 있을까. 종이를 접으니 ‘종이접기’야. 땅을 콕콕 호면서 조금씩 홈을 내듯 파는 연장인 ‘호미’야. 말을 말답게 쓸 줄 안다면, 마음을 오직 마음으로 돌볼 테지. 말부터 꾸미려 한다면, 허물을 씌우고 꺼풀을 덮으면서 꽁꽁 싸매다가 감출 텐데, 이러면 해와 바람이 스밀 틈이 없어. 씌우지도 덮지도 싸매지도 않으니, 감출 일이 없으면서, 갖은 일을 다 치르거나 만난단다. 숱한 일을 겪다 보면, 신나거나 좋은 일도 있겠지만, 서운하거나 싫은 일도 있어. 그런데 좋든 싫든 온갖 일을 맞이하고 보면, 몸과 마음이 천천히 자라. 너는 몸뿐 아니라 마음이 자라고 싶기에, 이곳에서 살아간단다. 때로는 짜증스럽거나 얼토당토않은 일이 있고, 때로는 반갑거나 활짝 웃을 일이 있어. 모든 일은 물이 흐르듯이 지나가고 다가오며 오늘을 이뤄. ‘글’이나 ‘일’이나 ‘종이접기’나 ‘호미’라고 할 적에는, 이 이름하고 맞물리는 일을 그대로 보고 겪고 느낀단다. 그런데, ‘글’이 아닌 ‘문학’이라 하거나, ‘일’이 아닌 ‘작업’이라 하거나, ‘종이접기’가 아닌 ‘예술’이라 하거나, ‘호미’가 아닌 ‘농기구’라 하면, 꺼풀이 생기지. 이 꺼풀은 곧 껍데기를 이루고, 겉치레로 나아가. 겉치레일 적에는 참모습을 못 보거나 등진단다. 말에 꺼풀을 씌워서 껍데기가 늘면, 그야말로 해바람비를 등지거나 잊으면서 ‘노래’도 잃어버려. 고작 말 한 마디이지 않아. 모든 일은 말 한 마디부터야. 마음에 놓는 말 한 마디가 두 마디로 열 마디로 자라. 삶이라는 길을 꿈빛으로 물들이고 싶으면, 말씨부터 심고서 마음을 밭으로 가꾸렴.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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