뱅뱅클럽
그레그 마리노비치, 주앙 실바 지음, 김성민 옮김 / 월간사진출판사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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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책시렁 50


《뱅뱅클럽》

 그레그 마리노비치·주앙 실바

 김성민 옮김

 월간사진

 2013.3.11.



  사진기를 손에 쥐어 단추를 누르면 나오는 그림이 사진일까요? 언뜻 보기로는 이런 그림도 사진입니다. 삽차를 마구 들이밀어 마을을 온통 까뒤집어도 일일까요? 삽차를 모는 사람은 틀림없이 일을 한다고 하겠지요. 아이들은 소꿉질을 하면서 놀이를 누리는데, 어른들은 못난 짓을 일삼으면서도 놀았다는 말을 섣불리 씁니다. 참말로 둘 다 ‘놀이’라는 이름을 붙일 만할까요? 《뱅뱅클럽》을 들여다보면서 ‘사진’이란 무엇인가를 새삼스레 생각합니다. 사진기를 손에 쥐어 찍기만 해도 되기에 사진인지, 아무 이야기도 사랑도 마음도 뜻도 없이 찍어대어도 사진이라 해도 될는지, 돈을 벌려는 뜻으로 착착 찍어내어도 사진이라 해도 될는지 곰곰이 생각합니다. 이 책에 흐르는 이야기는 맨마음으로는 도무지 사진기를 쥘 수 없다고 느낀 사람들이 날마다 온몸으로 부대껴야 한 터전을 다룹니다. 기계질로 이루는 사진이 아니라, 일감을 맡기니 돈을 주는 이 입맛에 따라 찍는 사진이 아니라, 어떤 삶을 어떤 눈으로 보면서 어떤 몸짓으로 마주할 적에 비로소 ‘사진’이란 이름을 써도 되려나 하고 뼛속 깊이 돌아본 이야기를 다루지요. 목숨을 바칠 사진일 수 있고, 사랑을 쏟을 사진일 수 있고, 눈물하고 웃음을 담는 사진일 수 있습니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사진비평/사진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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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 사람 - 38선 북쪽의 어제와 오늘
하츠자와 아리 지음 / 눈빛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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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책시렁 49


《이웃 사람》

 하츠자와 아리

 눈빛

 2018.7.27.



  곁에 있기에 사랑스레 느끼면서 사진으로 찍습니다. 곁에 있기에 외려 시큰둥하면서 사진으로 안 직거나 못 찍습니다. 늘 마주하기에 아름답다 여기면서 사진으로 담습니다. 늘 마주하지만 어느새 익숙한 터라 사진으로 못 찍거나 안 찍어요. 두 마음에 두 손길입니다. 사랑스럽다고 여기니 굳이 사진으로 안 찍고, 사랑스럽다고 여기니 기꺼이 사진으로 찍어요. 《이웃 사람》은 일본사람 한 분이 북녘으로 마실을 다니면서 찍은 사진으로 꾸린 책입니다. 책이름처럼 그저 이웃인 나라요, 이웃이 사는 마을이며, 이웃을 마주하는 곳이라고 여기는 마음으로 찍은 사진을 그러모읍니다. 그렇지만 일본은 북녘이나 남녘하고 그리 안 아름다운 나라 사이로 맞붙기 일쑤입니다. 고운 사람들이 어깨동무할 때가 있지만, 얄궂은 사람들이 총칼을 앞세우거나 삿대질을 일삼곤 해요. 가까이에 있는 두 나라는 왜 이웃이 되거나 이웃이 안 될까요? 그리고 남녘하고 북녘은 서로 어떤 이웃이 될 만할까요? 어려울수록 서로 도우면서 함께 가시밭길을 헤쳐나갈 슬기를 기쁘게 찾을 수 있을까요? 넉넉할수록 함께 즐기면서 도란도란 이야기밭을 가꾸면서 한결 흐드러진 잔치마당을 펼 수 있을까요? 이웃으로 여기는 눈이기에 동무가 됩니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사진넋/사진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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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西俊明寫眞集 白馬嶽 彩りの瞬間 (YAMAKEI CREATIVE SELECTION ヤマケイクリエイティブセレクション) (單行本(ソフトカバ-))
山と溪谷社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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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책시렁 41


《白馬岳》

 塚本閤治

 山と溪谷社

 1940년대?



  1930∼40년대에도 백두산이나 금강산을 오르내린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즈음 이 멧자락을 오르내린 사람들은 글로 느낌을 담아내었으며, 더러 그림을 그렸습니다. 한국에서는 아직 백두산이나 금강산을 사진으로 담기 어려웠어요. 그래도 최계복 같은 분은 1942년에 ‘백두산 조사대원’이 되어 백두산을 사진으로 담았고, 1946년에는 울릉섬하고 홀로섬을 사진으로 담았다고 합니다. 다만 한국에서는 1930∼40년대는 사진에 마음을 거의 못 썼고, 무엇보다 찬밥이었어요. 이런 즈음 일본에서 나온 ‘멧골 사진책’인 《白馬岳》을 보면 높다란 멧자락을 타면서도 무거운 사진 장비를 짊어지고 오르내렸을 땀방울을 생생하게 느낄 만합니다. 일본에서 1930년대에 멧골 이야기를 다룬 회보나 잡지를 살피면 사진이 으레 깃듭니다. 아무래도 발빠르게 서양 살림을 받아들인 일본이니 여느 자리에서도 사진으로 이야기꽃을 피우는 길을 열었구나 싶습니다. ‘日本山岳會 寫眞書’라는 이름으로 나온 《白馬岳》인 터라, 다른 사진책도 더 있을 테고, 이에 앞서도, 이다음으로도 꾸준히 ‘시로우마다케’를 비롯한 멧자락 숨결을 사진으로 보여주었으리라 봅니다. 2933미터라는 멧자락인 시로우마다케는 이 나라 백두산하고 비슷하구나 싶기도 합니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사진넋/사진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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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다가온 모든 시간
양해남 지음 / 눈빛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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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책시렁 48


《내게 다가온 모든 시간》

 양해남

 눈빛

 2018.12.20.



  그림은 붓질을 차곡차곡 하면서 태어납니다. 사진은 단추질을 자꾸자꾸 한대서 태어나지 않습니다. 어느 한때에 빈틈이 없도록 찰칵 하고 누르고서 사진기를 내려놓을 줄 알아야 비로소 사진이 태어납니다. 오직 한 칸에 하나로 이야기를 담아내자면 숱한 단추질 끝에 하나를 추리기도 하지만, 바로 하나를 한 칸으로 얻기까지 숨을 죽이고 기다리거나 살핀 끝에 문득 사진기를 쥐어 찰칵 하고 찍고서 내려놓곤 합니다. 소설로 펴는 이야기는 차곡차곡 즐거리를 보태고 이어서 엮는다면, 시로 펴는 이야기는 알맞게 맺거나 끊어야 합니다. 더 많은 줄거리나 말마디가 아닌, 꼭 그만큼 있어야 할 몇 마디로 들려주는 이야기가 시예요. 《내게 다가온 모든 시간》은 사진 한 자락에 시 한 자락을 모두어 이야기를 폅니다. 삶 한 자락을 두 갈래로 보여주되, 꼭 이만큼이면 넉넉하다 싶도록 한 걸음씩 나아갑니다. 우리한테 다가온 모든 때를 아우르되, 한 줄 두 줄로 끝맺습니다. 우리가 다가서는 모든 길을 돌아보되, 한 걸음 두 걸음으로 멈춥니다. 사진을 찍으려면 시를 써야겠습니다. 시를 쓰려면 사진을 찍어야겠습니다. 이러면서 삶을 사랑해야겠지요.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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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고건축 5 - 너와집
강운구 사진 / 광장 / 197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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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사진책시렁 40


《내설악 너와집》

 강운구 사진

 김원 글

 광장

 1978.11.1.



  사진으로 찍거나 그림을 그려 남깁니다. 사진도 그림도 아니라지만 마음에 새겨서 두고두고 물려주거나 물려받습니다. 똑같이 남길 수 있으나, 굳이 똑같이 흐르지 않기도 합니다. 어버이한테서 물려받은 말씨를 토씨 하나까찌 똑같이 쓸 수 있고, 몇 가지를 살짝 바꾼다든지 새로운 말씨를 보탤 수 있습니다. 집짓기나 옷짓기나 밥짓기에서도 예부터 물려받은 그대로 따를 수 있고, 조금씩 손보거나 새롭게 더할 수 있어요. 《내설악 너와집》이라는 사진책이 있기에 1970년대 끝자락에 설악산 골짜기에 깃든 너와집이 어떤 살림이었는가를 어림할 만합니다. 가만히 돌아보면 그무렵에도 사진 찍는 이는 많았으나, 살림집 한켠을 두고두고 지켜보며 담는 손길은 드물었지 싶어요. 멧자락을 찍는 이는 많아도 ‘멧자락 살림집’을 찍는 이는 적었다고 할 만해요. 더 돌아본다면 그무렵에는 너와집이 사그라들지만, 오늘날에는 골목집이 사그라들어요. 너와집도 골목집도 ‘살림집’입니다. 수수한 살림이에요. 이 수수한 살림을 ‘살림짓는 바로 오늘 이 자리’에서 ‘살림짓는 수수한 손’으로 ‘무지개빛 마음’이 되어 담는 눈썰미가 있다면 더없이 아름답습니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사진읽기/사진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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