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동 20년
김녕만 / 사진예술사 / 199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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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책시렁 56


《격동 20년, 김녕만의 신문사진》

 김녕만

 사진예술사

 1991.11.15.



  사진을 보면, 사진을 찍은 이가 어느 자리에 섰는가를 또렷하게 알 수 있습니다. 사진을 찍은 자리는 숨길 수도 감출 수도 없앨 수도 지울 수도 없습니다. 똑같은 날, 똑같은 물결에 있었다 하더라도, 어느 자리에 서서 어느 곳을 보느냐에 따라 사진은 확 달라집니다. 고작 몇 센미티터라 하더라도 눈길이 갈립니다. 한 발짝 떨어진 곳이어도 눈빛이 다르지요. 《격동 20년》은 신문기자, 이 가운데 동아일보 사진기자로 거센 물결을 지켜보았다고 하는 김녕만 님이 기자란 발걸음을 갈무리합니다. 나중에 사진예술사 대표로 오랫동안 자리를 지켰다고 하는데, 이 사진책을 보면, 길거리에서 집회나 시위를 하는 모습을 많이 담았는데, 사진을 찍은 자리가 엇비슷합니다. 으레 ‘전투경찰이 선 자리’에서 사진을 찍습니다. 전투경찰하고 비슷한 눈길로 바라보고, 전투경찰하고 비슷한 걸음으로 움직입니다. 어쩌면 전투경찰 감식반이 찍은 사진이라고도 할 만합니다. ‘격동’이란 무엇일까요? 잔잔하기를 바란 쪽에서 보자면 ‘격동’이겠지요. 군사독재를 몰아내어 참된 나라를 바란 쪽에서 보자면 ‘피눈물 나는 어깨동무’였습니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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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다운 게 아름다운 거야 - 세상이 말하는 대로 살지 않겠어!
케이트 T. 파커 지음, 신현림 옮김 / 시공아트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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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책시렁 55


《나다운 게 아름다운 거야》

 케이트 T.파커

 신현림 옮김

 시공사

 2017.10.24.



  너도 나도 스스로 우뚝 설 적에 아름답습니다. 제 모습을 잃거나 잊는다면 하나도 안 아름답습니다. 겉보기로 그럴듯하게 꾸민대서 아름답지 않습니다. 아름다움은 겉모습이 아니라 속마음이거든요. 마음을 돌볼 줄 알고, 생각을 가꿀 줄 알며, 꿈을 키울 줄 알아, 사랑을 펼 줄 알 적에 비로소 아름답습니다. 《나다운 게 아름다운 거야》는 미국에서 뭇가시내를 사진으로 담는 분이 ‘가시내라서 안 돼’나 ‘가시내는 이래야 해’ 같은 틀을 깨고 싶은 뜻으로 찍은 어린이·푸름이 모습을 그러모읍니다. 다부지거나 당찬 눈빛인 아이들이 잔뜩 흘러요. 2020년이 가까운 요즈막에도 미국조차 ‘가시내다움’이란 틀이 꽤 단단하네 싶어 살짝 놀라다가도, ‘번뜩이는 눈빛’이어야만 다부지거나 당차다는 듯 보여주는 모습은 아무래도 아쉽습니다. 드세거나 억세거나 거세어 보여야 하지 않습니다. 이른바 ‘사내들이 많이 하는 놀이나 일’을 가시내도 해내야 당차거나 다부지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물어봐야 해요. ‘사내다운 사내’를 사진으로는 어떻게 담아야 아름다울까요? 이제는 ‘사내다움·가시내다움’ 아닌 ‘사람다움·사랑다움’을 바라봐야지 싶어요.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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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전두환 회고록 - 전3권 전두환 회고록
전두환 지음 / 자작나무숲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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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책시렁 54


《전두환 대통령 유럽순방, 수교 2세기의 새 장을 펼치며》

 에드워드 김

 대통령비서실

 1986



  누구한테나 자유하고 권리가 있습니다. 몹쓸 짓을 저질러서 돌팔매를 받는 사람이라 하더라도 그이한테 자유나 권리가 없다고 할 수 없습니다. 이 별에서 태어나 살아가는 모든 사람은 자유하고 권리를 누려야 합니다. 다만, 자유하고 권리를 누리려면 몇 가지를 배워야디요. 첫째, 사랑입니다. 가없고 티없는 사랑을 따스하면서 넉넉히 배울 적에 자유하고 권리를 누릴 만합니다. 둘째, 꿈입니다. 쇠밥그릇 채우려는 검은 꿍꿍이 아닌, 사랑으로 지을 아름다운 살림터를 헤아리는 꿈입니다. 이 둘을 바탕으로 무럭무럭 자라기에 비로소 자유랑 권리를 누리는 아름다운 사람이 될 만해요. 《전두환 대통령 유럽순방, 수교 2세기의 새 장을 펼치며》라는 사진책이 있고, ‘에드워드 김’이란 분이 찍었습니다. 전두환하고 에드워드 김은 무척 가까운 사이였다지요. 뭐, 두 사람 사이란 얼마든지 자유입니다. 아무리 군사독재로 대통령 자리를 가로챘더라도 ‘유럽순방’을 할 권리에, 이 자취를 사진책으로 내놓는 권리도 있겠지요. 그러니 이제 두 분한테 묻습니다. 그대들한테 어떤 사랑과 꿈이 있는지? 여태 노닥거린 값을 이제 둘 다 받으실 생각은 없는지?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사진비평/사진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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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amata (Hardcover, Deluxe)
W. Eugene Smith / Henry Holt & Co / 200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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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책시렁 52


《Minamata》

 William Eugene Smith 사진

 ileen Mioko Smith 글

 Holt, Rinehart & Winston

 1972



  한 걸음 더 내딛을 적에는 한 가지를 더 보기도 할 테지만, 서로 이웃이나 동무가 될 수 있습니다. 한 걸음 더 내딛지 못할 적에는 한 가지를 덜 보기도 하겠으나, 서로 이웃도 동무도 안 되곤 합니다. 고작 한 걸음이라지만, 이 한 걸음이 무엇인가를 헤아려야 합니다. 기껏 한 걸음이 아닌, 바로 한 걸음인 터라, 이 작디작다 싶은 몸짓으로 서로 마음이 어떻게 달라지는가를 느길 줄 알아야지 싶습니다. 그래야 글도 그림도 사진도 새로 깨어나거든요. 《Minamata》라는 사진책은 군더더기가 없습니다. 그저 미나마타를 담았으니 ‘Minamata’입니다. 미나마타라는 터전을 담고, 미나마타마을을 담고, 미나마타사람을 담고, 미나마타병을 담고, 미나마타에서 수은공장을 차려 돈을 번 사람을 담고, 미나마타 벼슬아치하고 정치꾼을 담고, 미나마타를 찾아온 사람들을 담고, 미나마타가 앞으로 걸어갈 길을 그리는 꿈을 담습니다. 그래서 이 사진책은 군더더기 하나 없으나 제법 두툼한 《Minamata》입니다. 유진 스미스·에일린 미오코 스미스, 두 사람 땀하고 사랑하고 꿈하고 숨결이 고스란히 깃든 사진책 하나는 온누리를 발칵 뒤집었습니다. 사진으로만 뒤집지 않았어요. 글로도, 또 두 사람 눈빛하고 발걸음으로도 확 뒤집었습니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사진비평/사진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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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박 - 고공농성과 한뎃잠 대한민국을 생각한다 28
정택용 지음 / 오월의봄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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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책시렁 51


《외박, 고공농성과 한뎃잠》

 정택용

 오월의봄

 2016.6.20.



  겨울이 저무는 빛은 날마다 차츰 길어지고 높아지는 볕살을 보면서 느낍니다. 그리고 이 볕살에 따라 어느새 고개를 내미는 봄맞이꽃한테서 느끼고요. 볕바른 자리에서 봄맞이꽃은 보드랍고 옅은 빛이라면, 그늘진 자리에서 봄맞이꽃은 짙고 단단한 빛입니다. 새벽하고 밤에는 아직 쌀쌀해도 봄맞이꽃은 외려 이 찬바람을 같이 먹고서 기지개를 켜요. 《외박, 고공농성과 한뎃잠》을 쥐면, “잠의 송(頌)”이라는 말마디가 먼저 뜨입니다.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잠의 송”이라니요. 낮은자리에서 한뎃잠을 이루면서 삶다운 삶을 꿈꾸는 이들 곁에서 “잠노래”가 아닌 “잠의 송”을 읊을 수밖에 없다면, 이 눈길로 어떤 결을 어떤 숨빛으로 담아내려나 좀 아리송합니다. 곰곰이 보면 고공농성은 ‘높은’ 곳이 아닙니다. 한뎃잠은 ‘낮은’ 곳이 아닙니다. 삶다운 삶을 외치는 사람은 ‘소외’되지 않았습니다. 우리가 그곳을 이때껏 제대로 바라보지 않았고, 참다이 마음을 기울여 어깨동무를 하지 않았을 뿐입니다. 높은 데도 낮은 데도 없으며, 안쪽도 바깥쪽도 없습니다. 오로지 삶이 있고, 사람이 있습니다. 그저 꾸덕살이 있으며, 사랑이 있고, 꾸덕살로 사랑스레 가꾸는 오늘이 있습니다. 낮은 데 아닌, 곁에 다가선다면 달라집니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사진비평//사진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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