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제목만 보고 '나 정치에 관심 없어' 할 수도 있는데 그게 아니다. 이건 여당이냐 야당이냐, 국민의 힘이냐 민주당이냐 정의당이냐, 보수냐 진보냐를 따지는 책이 아니다. 그런 이야기는 여기에 안 나온다. 이건 아이와 엄마가 더 살기 좋은 세상을 위해 분투하는 엄마들의 이야기다. '정치하는엄마들'이 이야기하는 정치는 권력 투쟁의 도구가 아니라 때로는 싸우고, 때로는 대화하고 타협하며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가는 과정이다.


엄마에게도, 아빠에게도, 아이를 키울 생각이 없거나 결혼 생각조차 없는 사람들에게도 이 책을 권한다. 엄마들이 만든 시민단체 '정치하는엄마들'은 말한다. '우리 모두가 엄마다' 라고. 그러니 성별·젠더, 결혼·출산 유무와 상관없이 나도 엄마라는 생각으로 이 책을 읽으면 좋겠다.

조성실: 작지만 확실한 행복을 지향하는 이 세대의 엄마들에게는 아이도 중요하고 자신도 중요해요. 그런데 (정부에서) 그것이 병행 가능한 구조로 만들고자 하려는 노력이, 그런 관점이 부족했다고 생각해요. 결국에는 비용을 지출하는 방식으로만 한 거죠. "너희가 아이를 안 낳아? 그럼 돈을 줄게." 근데 사실은 그게 아니라 체계를 만들었어야 해요. 공공성이 있는 체계를 만들고, 개인에게 부모가 될 시간을, 아이에게 부모를 줄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하는 두 가지 관점에서 비용 지출이 돼야 하는데 그냥 어떤 행정을 했다, 이런 입법을 했다, 라는 생색내기 식에 그쳤기 때문에 지금까지 쓴 예산이 거의 낭비가 된 것 같아요. 보육 정책 경우에도 이미 너무 벌여놔서 손대기가 어려울 정도거든요. 안 쓰니만 못한 부분도 많았다는 생각이 들어요. - P308

이고은: 사실 저출산이 문제가 되는 건 ‘생산 가능한 노동 인구가 감소한다‘의 차원이잖아요. 저출산과 동시에 고령화도 함께 이뤄지고 있는 상황에서, 고령 사회에 접어들면서 나이 드신 분들이 더 오랫동안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는 환경을 고민한다면 저출산이 과연 정말 문제일까, 하는 의문도 들어요. 그렇게 결과적으로 생산 가능한 인구가 줄어들지 않는다고 하면 저출산이 문제가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고요. 또 현재 위기에 처해 있는 사람들이 인간답게 살면서 삶의 균형을 찾을 수 있는 사회 구조라면 애 낳지 말라고 해도 낳지 않을까요. 지금 비출산을 선택한 사람들을 사회에 기여하지 않는 사람처럼 보는 시선도 문제인 것 같아요. 결론은 저출산 문제는 인구가 아니라 인간의 문제라는 겁니다. 인간 삶에 대한 관점으로 접근한다면 자연스럽게 저출산 문제도 해결되지 않을까, 뭐 이런 나이브한. (웃음) - P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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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후 준비도 예외는 아니었다. 흔히들 공무원하면 정년 보장과 연금을 떠올리지만 우리보다 앞선 세대면 몰라도 지금의 공무원에게 연금은 더 이상 노후를 보장해주지 못한다. 이미 2009년과 2016년에 두 번의 공무원 연금 개혁이 이뤄지면서, 정년퇴직 후 5년이 지난 65세가 되어야 연금을 받을 수 있다. - P44

20년 일하고 퇴직하면 곧바로 200~300만 원씩 다달이 연금을 받았던 것도 이전 세대나 가능한 일일 뿐 우리에게는 해당되지 않는다. 현재 9급 공무원들은 10년 일하고 퇴직하면 월 40만 원, 20년 일했을 땐 월 80만 원, 30년 일했을 땐 월 200만 원 이하의 연금을 받을 수 있다. 앞으로 공무원 연금 개혁은 분명히 더 있을 것이기에 수령액이 적어지면 적어졌지 늘어날 것 같지는 않다. - P44

그래서 똑똑한 동기들은 일찍부터 개인 연금보험을 들었고 연말정산 혜택까지 꼼꼼하게 챙기며 미래를 준비했다. 심지어 한 동기는 임용과 동시에 재무 컨설팅을 받고 정년 이후까지 먹고살 방도를 미리 마련해두기도 했다. - P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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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는 데 필요한 어휘력은 자신이 닮고 싶은 사람의 말을 많이 듣는 게 더 효과적이다. 모델로 삼고 싶어 눈여겨봐둔 사람의 강의나 토론 등을 반복해서 들으면 좋다. 그러다 보면 그 사람이 자주 쓰는 어휘를 자신도 모르게 흉내 내게 된다. 그리고 무엇보다 국어사전을 수시로 찾아보는 게 중요하다. - P92

말을 잘하는 사람은 대체로 자신이 모르는 미지의 것에 대한 호기심이 왕성하다. 그래서 사람을, 사건을, 사물을 유심히 본다. 호기심이 발동해 관찰하고 본 것을 말한다. 아니 말하기 위해 열심히 관찰한다. 관찰은 나만의 느낌과 독창적인 생각을 만드는 출발점이다. 보는 것만 실재하는 세계이고, 말하기의 대상이 된다. - P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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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는 저항, 불복종의 시작이다. 이 책에는 내가 그간 겪은 ‘책, 글쓰기, 공부와 여성/아줌마‘와 관련해 차별, 편견, 무시, 경멸, 혐오당한 일화는 쓰지 않았다. 남들이 봐도, 지금 내가 생각해도 재미있는 일화가 무궁하다. 20여 년 동안 거의 매일 하루에 한 건 이상 겪었다. 너무 많아서, 너무 어이가 없어서, 누가 믿을까 싶어서 쓰지 않았다. 새삼스런 이야기지만 가장 강력한 지배는 사람들에게 여행과 독서를 금지하거나 접근하기 어렵게 하는 것이다. 인간은 누구나 독서 이전의 상태로는 돌아갈 수 없기 때문이다. 인간관계에서 ‘갑‘은 원하는 것이 없는 사람, 잃을 것이 없는 사람, 덜 사랑하는 사람일지 모르지만 권력이 두려워하는 인간은 분명하다. 세상이 넓다는 것, 다른 세계가 있다는 것, 이동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사람이다. - P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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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들 중에서도 갈매기만큼이나 암수가 공평하게 자식 양육에 동참하는 예는 그리 흔치 않다. 조류학자들의 관찰에 의하면 갈매기 부부는 거의 완벽하게 열두 시간씩 둥지에 앉아 서로 알을 품는다. 그리고 나머지 열두 시간은 바다에 나가 물고기를 잡아들이는 바깥일을 본다. 바깥 양반이나 집사람의 개념이 전혀 없는 사회다. 남녀평등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갈매기가 우리 인간보다 훨씬 앞선 동물들이다. - P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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