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범한 여성은 평범한 여성을 기반으로 한다. 평균적인 여성의 삶의 여건들이 어떠했는지 - 자녀를 몇이나 두었는지, 자기 몫의 돈이 있었는지, 자기만의 방이 있었는지, 가족을 돌보는 데 도와주는 이가 있었는지, 하인들이 있었는지, 가사 노동의 일부를 담당했는지 - 를 알 때, 평범한 여성에게 가능한 생활 방식과 삶의 경험을 측량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우리는 작가가 된 비범한 여성의 성공과 실패를 가늠할 수 있을 것이다. - P51

그러므로 19세기 초 영국에서 비범한 소설들이 쏟아져 나왔다는 것은 법과 관습과 풍속에서 무수한 작은 변화가 일어났음을 말해 준다. 19세기 여성은 약간의 여가와 교육을 누렸다. 중류층과 상류층 여성이 자기 의사로 남편을 택하는것은 더 이상 예외적인 일이 아니었다. 네 명의 위대한 여성 작가들 - 제인 오스틴, 에밀리 브론테, 샬럿 브론테, 조지 엘리엇 - 중에서 아무도 자식을 낳지 않았고, 두 명은 아예 결혼하지 않았다는 것은 의미심장한 사실이다. - P53

소설은 그때나 지금이나 여성이 쓰기에 가장 쉬운 것이다.
그 이유를 찾기도 어렵지 않다. 소설은 집중을 가장 덜 요구하는 예술 형식이다. - P53

소설은 희곡이나 시보다 훨씬 쉽게 들었다 놓을 수 있다. 조지 엘리엇은 작품을 쓰다 말고 아버지를 간호했다. 샬럿 브론테는 글 쓰던 펜을 내려놓고 감자 싹을 도려냈다. 여성은 공용의 거실에서 사람들에 둘러싸여 살았던 만큼, 인물을 관찰하고 성격을 분석하는 데 눈이 뜨였다. 그녀가 받은 훈련은 시인이 아니라 소설가가 되기에 적합한 것이었다. - P54

반면, 『오만과 편견Pride and Prejudice』, 『폭풍의 언덕Wuthering Heights 』, 『빌레트 Villette』, 『미들마치Middlemarch』등은 중산층의 거실에서 겪을 수 있는 것을 제외하고는 모든 경험을 유보당한 여성들이 썼다. - P54

여기서도 극복해야 할 어려움들이 보인다. 왜냐하면 -일반화해도 좋다면 ㅡ 여성들은 남성들보다 손쉽게 관찰되지 않으며, 그녀들의 삶은 평범한 일상 가운데서 훨씬 덜 검토되고 검증되기 때문이다. 여성의 하루에서는 이렇다 하게 남는 것이 없을 때가 많다. 요리한 음식은 먹어 없어졌고, 키워 놓은 자식들은 세상으로 나가 버렸다. 어디에 강조점을 둘 것인가? 소설가가 포착할 만한 두드러진 점은 무엇인가? 말하기 어렵다. 그녀의 삶은 극도로 곤혹스럽고 수수께끼 같은 익명성을 지닌다. - P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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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7-18 20: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7-18 22: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7-18 22: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7-19 07: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레삭매냐 2022-07-19 20:0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다 유명한 책들인데 읽은 게
한 개도 없네요 ㅠㅠ

단발머리 2022-07-19 20:42   좋아요 0 | URL
어머! 레삭매냐님 위에 책 중 읽으신 책이 하나도 없으시다니…. 믿을 수 없습니다! @@
 
















어린 시절 큰 트라우마를 남긴(외상은 거의 없음) 교통사고에 대한 기억에서 시작해 고등학교 시절부터 심해진 눈물 샤워이야기. 그리고 이후의 우울증 투쟁 과정이 가감 없이 그려진다. 가까운 사람의 죽음 이후에 심각해지는 우울증의 양상에 대해서도 솔직하고 진솔하게 쓰고 있다.

 

우울증이라고 말할 때 떠올리는 이미지가 있다. 나 역시도 그랬는데, 우울증은 울적한 기분더 구체적으로는 자신의 힘으로 이겨내기 어려울 정도의 극도의 울적한 기분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우울증의 징후와 증상 중 주요한 기제는 우울한 기분이라기 보다는 자신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라는 걸 알게 됐다.

 


저자의 설명을 따르면 그렇다. 자기 능력이 인정받고 더 나은 기회가 주어졌을 때, 보통의 사람들은 그 기회를 포착해 자신의 또 다른 능력을 증명하고자 한다. 하지만, 우울증이 있는 사람은 자신의 무능력이 곧 탄로나리라 생각해 크게 걱정한다고 한다. 자신의 일이 실패했을 때, 보통의 사람들은 자신의 한계와 단점, 부족했던 점을 돌아본다. 실패를 자신의 일부로 받아들이지만, 실패를 극복할 방법에 대해서도 생각해본다. 하지만 우울증이 있는 사람은 다르게 생각한다. ‘거봐, 이것 봐! 이렇게 될 줄 알았어! 그럼, 그렇지! 내가 뭐, 제대로 하는 게 하나라도 있어?’ 

 


정신적으로 건강한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자기성찰에 쏟는 시간을 조절하여 삶을 그냥 살아가는 데 쓰는 시간과 균형을 맞춘다. 이런 정상인들은 요가나 명상을 하기도 하고 목표 목록을 만들 수도 있으며 이따금 자기계발서를 집어 들기도 하지만, 그러고 나선 이탈리아 요리 체인점 올리브 가든에서 친구들과 어울려 샤블리 와인을 마시거나 브래들리 쿠퍼 영화를 본다

, 보다시피 난 정상인들이 어떻게 시간을 보내는지 잘 모른다. 그들은 자기 머릿속 최악의 생각에 갇혀 버리거나 몇 년씩 그런 생각에서 벗어나려고 애면글면하는 걸 걱정할 필요가 없다. 그런 생각들은 나른한 패기로 휙 쫓아 버리겠지. 이건 정상인들에겐 파티에 아무렇지도 않게 참석할 수 있는 것만큼이나 본능이다.


반면 우울인들은 한갓진 순간마다 머릿속으로 뛰어 들어가선 우울을 꺼내 과거에 대해 자책하고, 불안을 꺼내 미래에 대해 자책하고, 대체로 형편없는 인간이라고 자신을 질책하는 경향이 있다. (235)

 


급하지는 않더라도 삶을 돌아보는 시간을 따로 떼어내고, 새로운 에너지를 얻을 수 있는 시간(친구들과의 만찬)을 중요한 비중으로 다루는 정상인들과 달리, 우울한 사람들은 한가한 순간마다 과거를 자책하고 미래를 걱정한다. 할 일은 너무 많지만 실제로는 자책과 걱정으로 현재의 시간을 허비하고 있는 셈이다. 형편없는 인간이라고 자신을 질책하는 것, 그것이야말로 우울증을 가진 사람의 사고 패턴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하겠다. 이는피로사회』의 한병철의 주장을 떠올리게 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우울증은 모든 면역학적 도식 바깥에 있다. 우울증은 성과주체가 더 이상 할 수 있을 수 없을 때 발발한다. … 아무것도 가능하지 않다는 우울한 개인의 한탄은 아무것도 불가능하지 않다고 믿는 사회에서만 가능한 것이다. (28)  

 

하지만, 우울증, 소진증후군,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와 같은 오늘날의 정신 질환은 심적 억압이나 부인의 과정과는 무관하다. 그것은 오히려 긍정성의 과잉, 즉 부인이 아니라 아니라고 말할 수 없는 무능함, 해서는 안 됨이 아니라 전부 할 수 있음에서 비롯된다. (『피로사회, 92)

 


자기 혐오와 자기 과신은 서로 연결되어 있다. 아무것도 불가능하지 않다고 믿는 사회 속에서 불가능을 실현하고 있는 나. ‘할 수 있어라는 말이 메아리치는 조건과 상황 속에서 실제로는 할 수 없는 나,를 볼 때, 가능하지 않은 와 할 수 없는 는 결국 우울할 수밖에 없다. 우울함에 사로잡힐 수밖에 없다. 지나친 기대, 긍정성의 과잉, 실패의 가능성조차 부인하는 조건이 이러한 우울함의 조건이 되는 것처럼 보인다.

 


사실, 제일 궁금했던 답은 이미 찾았다.

 















마찬가지로 우울증도 사람마다 다르게 나타난다. 어떤 이들은 그것에 저항하거나 이겨 내는 힘이 있는 반면 어떤 이들은 꼼짝없이 휘둘린다. 유약하고 순종적인 사람을 무너뜨리는 우울증을 고집과 자존심으로 이겨 내는 사람도 있다. (『한낮의 우울』, 31)

 


한 가지로 말할 수 없는 복잡함이 있다. 단순화할 수 없는 면이 존재한다. 하긴 다면적인 인간을 이해하는 일이 어디 그렇게 단순한 일일까.



 

드디어 나온다. 우울증을 이겨내는 첫 번째 팁. 개를 키우세요.

 

나는 인간과 동물을 구별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가 언어라고 생각한다. 말이 주는 매력 혹은 말만 줄 수 있는 매력, 말로 건네는 힘에 대해 무한 긍정한다. 물론, 내가 좋아하는 속담도 말 한마디로 천 냥 빚 갚는다이다. 말 한마디로 천 냥 빚을 탕감해주고 싶다.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말하지 못하는 대상, 말할 수 없는 대상과의 언어가 아닌 다른 소통의 방식, 그리고 그 소통이 주는 즐거움에 대해 이 문단을 통해 새롭게 배웠다.

 


개는 과거나 미래에 대해 걱정하지 않는다. 우울도 불안도 없다. 바로 이 지점에서 개는 롤 모델의 지위를 갖게 된다. 개의 '오직 현재뿐인’ 삶의 태도를 모방해선 안 되지만 그랬다간 우리의 커리어와 가족과 집이 엉망이 될 테니) 그럼에도 그 태도는 용감하다고 볼 수 있다여느 개가 거의 모든 인간을 사랑하는 것처럼 인간이 다른 인간을 대놓고 사랑하는 건 불가능하며 바람직하지도 않다. 내 말은, 개가 인간에게 하듯이 남을 쓰러뜨리고 낑낑거리며 온몸을 핥아 댈 수는 없지 않은가. 그건 무례한 짓이다. 하지만 사랑이란게 어떤 모습을 띠는지에 대한 그토록 일상적인 시범을 보는 건 인간에게 유용하다. 특히 우울한 인간에게 이는 무언가를 느끼는 것이, 그것도 깊이 느끼는 것이 정말 가능하다는 사실 또한 상기시켜 준다. (255)

 


라디오 방송국에서 오랫동안 일했던 사람으로서, 우울증의 심연을 직접 겪었던 사람으로서, 그리고 그 와중에도 유머를 잃지 않는 사람으로서, 그의 글은 쉽고 편안하고 재미있게 읽힌다.

 


우울증을 이겨내는 두 번째 팁도 있는데 그건 다음 기회에. 주말이라 나도 좀 놀아야 한다. 정신적으로 건강한 사람들은 그런다 했다. 일하고 놀고. 놀고 일하고. 일하고 일하고. 놀고 놀고. 놀고 놀고 놀고. 놀고놀고놀고놀고. 놀놀놀놀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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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괜찮은 사람
    from 책이 있는 풍경 2022-07-18 12:42 
    내가 제목으로 정했던 <우울증을 이겨내는 첫 번째 팁>은 ‘개 기르기’였는데, 정확히 하자면 그건 <나를 더 강하게 만드는 것들>의 소제목 중 하나였다. 첫 번째는 ‘개 기르기’이고 두 번째는 ‘밴드 활동하기’. 말 그대로 밴드 활동이다. 음악적 혹은 상업적 성공이 아니라 순수하게 재미로 이어지는 밴드 활동. 세 번째가 ‘가짜일 수 있는 무서운 것들의 동영상 보기’인데, 이건 잘 모르겠다. ‘자, 여기까지 왔다’로 시작되는 문단.
 
 
난티나무 2022-07-18 01: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 235쪽 인용구에 몹시 찔리네요.@@ 우울증인 것인가…..
첫번째 팁은 아직 어려울 것 같고(어제도 길에서 내 다리에 침 바를려고 달려든 검정개에게 놀란 일인…^^;;;) 두번째 팁 궁금해요. 놀고 나서 알려주세요~~~~~^^

단발머리 2022-07-18 13:21   좋아요 1 | URL
두번째 팁이랑 교훈 9가지 올렸습니다. 여러 방식의 그리고 여러 층위의 도움이 있다고 생각해요. 저자는 EMDR(안구운동 민감소실 및 재처리) 치료를 받았는데요, 트라우마를 초래한 기억을 처리해서 해로운 사고가 돌아올 때 뇌가 다른 선택을 하도록 하는 거였다고 해요. 구체적으로는 ‘그 때 그 일은 내 잘못은 아니었어‘를 그 상황에 맞게 변형한 건대요. 그런 생각을 계속 가지도록 연습하고 부정적인 사고가 밀려올 때 그렇게 사고하도록 유도하는 거더라구요.

제가 신나게는 못 놀아서 이제 좀 놀겠습니다. 오늘 날이 많이 안 더워서 놀기에 좋습니다^^ (30도)

hnine 2022-07-18 06:5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동물이 힘들면 식물이라도, 뭔가 내가 돌봐야하는 생명체를 갖는 것이 우울증 해소에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왜 그럴까 생각해보았더니 단순히 외로움을 덜어주어서라기 보다 내 역할, 내 존재 가치를 확인하는 기회가 되기 때문 아닐까 생각이 드네요.

단발머리 2022-07-18 13:22   좋아요 1 | URL
hnine님 말씀이 맞다고 생각해요. 돌볼 수 있는 존재가 있다는 게 좋은 것 같아요. 전에 강신주씨는 사랑할 대상, 그게 사람 아니라 동물, 식물이어도 된다 그렇게 말씀하시더라구요. 저자가 말했던 개는 특별히 강력한 활동 에너지로 우울증을 앓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된다고 그러네요.

다락방 2022-07-18 12:2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오 생각지도 못한 팁이네요. 그러나 뭔지 알겠습니다. 특히 위에 나인님 댓글 읽으니 더 와닿아요. 그런 한편, 저는 그 팁을 제가 할 생각을 안하는 걸 보면 저는 우울증이 아닌가보다, 합니다. 제 경우에는 내가 돌봐야 하는 생명체를 갖는게 영 부담스러워서요. 한 번 맡았으면 정말 열심히 들여다보고 책임져야 할텐데, 거기에 제 에너지가 엄청 소모될 것 같아요. 이런 생각을 하는 걸 보면 전 지독하게 개인주의적인 성향이 있는 것 같아요.

단발머리 님, 정말 좋네요. 우울증을 앓고 있는 친구 생각하며 우울증에 관련된 책을 읽고 공부를 하고 그걸 또 풀어내는 삶을 살고 계시다니.... 전 정말 단발머리 님과 친구인 게 너무 행복합니다. ㅠㅠ

단발머리 2022-07-18 13:24   좋아요 1 | URL
저도 다락방님과 비슷한데 저도 저 하나 돌보기도 버거워서요. 근데 예전보다는 맘이 바뀌어서요. 강아지 고양이들이 쫌 귀엽기는 합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보기에만요.

저도 다락방님 친구여서 행복해요. 같이 읽고 느끼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음에 감사합니다.

공쟝쟝 2022-07-18 17:0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어떤 소중한 것을 잃어버렸을까요. 얼마나 소중했으면 잃어버렸다는 것을 인정하고 싶지 않은 걸까요. 소중했던 마음에, 소중히 여길 수 있었던 마음에 애도를 표합니다.
저의 경우, 우울한 지도 몰랐던 맹탕이라서, 우울하던 시기의 몸의 반응을 기억해뒀다가 몸에서 먼저 반응이 오고 나면 (몸의 반응을 인식한 후에)지금 뭔가를 내가 상실했구나.. 그게 뭐지? 하면서 더듬어 보는 글을 씁니다. 모든 우울은 정당합니다. 저는 우울이야 말로 정당한 몸의 반응이라고 생각합니다!!!

단발머리 2022-07-18 18:40   좋아요 2 | URL
모든 우울은 정당하다고 생각합니다. 우울이야말로 정당한 몸의 반응이라고 생각하고요.
근데 이 책에서 다루는 우울은 우울증. 질병으로서의 우울증이에요. 자살 사고를 불러일으키는 정도의, 치료와 상담이 필요한 우울증이요.

공쟝쟝 2022-07-18 19:18   좋아요 1 | URL
별수 없죠 ㅜㅜ 현대 과학의 힘을 빌리는 수 밖에…. 흑흑….. 근데 개 키우는 거 좋은 명약인 게.. 저도 홉스 없었으면 아주 심각해졌을 것 같아요…

단발머리 2022-07-18 19:35   좋아요 1 | URL
약 이야기도 나와요. 자기에게 맞는 약을 찾는 과정이 쉽지 않더라구요. 개도 고양이도….인간보다 더 큰 위로를 전해줄수도 있다고요. 참 사랑인가 🙄
 
















어젯밤, 집에 돌아온 아이 1이 자기 핸드폰을 열어 사진을 보여 준다. 엄마, 이거 봐요! 어머? 이게 뭐야? 제임스웹 우주 망원경이 찍은 사진이래요. 물의 흔적을 찾았대. 그래서 과학자들 흥분하고 난리 났다는데. 이야! 너무 이쁘다! 우주가 이렇게 예쁘구나. 나도, 내 핸드폰에도 저장해줘. 아이 1이 내 핸드폰을 받아 든다.

 


 


스테판 5중주(Stephan’s Quintet)의 모습

 




남쪽 고리 성운(Southern Ring Nebula)의 모습

 





카리나 성운(Carina Nebula, 용골자리 성운)의 모습

 


 


우주의 아름다움을 사진으로나마 보고 느낄 수 있어서 기쁘고 즐겁다. 이 너른 우주에 우리 은하, 우리 은하 속 우리 태양계, 우리 태양계 속 우리 지구, 이 지구 속의 나. 우주가 이렇게나 아름답다니. 먼지처럼 미미한 나이지만. 어쩌면 나는 생각보다 훨씬 더 소중한 존재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이 사진을 보면서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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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의화가 2022-07-15 11:1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도 신문을 통해서 이 사진을 봤는데 역시 화면 이미지로 보니 더 선명하고 좋네요^^ 오늘도 살아갈 수 있음에 감사하며.

단발머리 2022-07-15 11:19   좋아요 2 | URL
진짜 너무 예쁘죠! 전 핸드폰 배경화면도 가운데 사진, 남쪽 고리 성운으로 바꿨습니다.
지금 커피랑 쿠키 먹고 있거든요. 오늘도 살아서 커피랑 쿠키 먹을 수 있음에 감사합니다^^

오거서 2022-07-15 20:00   좋아요 2 | URL
거리의화가 님, 단발머리 님의 말씀을 명심하겠습니다. 맛있는 것들을 먹고 살아갈 수 있음에 감사합니다. 우주의 먼지 같은 존재이지만요 ^^;;;

단발머리 2022-07-18 13:28   좋아요 0 | URL
우주의 먼지 같은 우리가 서로에게 영감을 주고 감사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게 기쁘네요. 오거서님도 맛난 거 많이 드시길요!

난티나무 2022-07-15 11:5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우왓! 그림 같아요!!!!!! 🤩

단발머리 2022-07-15 12:33   좋아요 1 | URL
우주가 이렇게나 아름답더라구요. 나사에서 공개한 건데 화질도 짱이네요 ㅋㅋㅋㅋㅋㅋ

페넬로페 2022-07-15 11:5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는 지금 커피와 옥수수 먹고 있어요.
먼지같은 저도 살아있음에 감사해요^^

단발머리 2022-07-15 12:34   좋아요 2 | URL
아니... 옥 수 수 라니요, 페넬로페님!!
여름엔 옥수수가 짱이지요. 제가 졌습니다(털썩) 옥수수가 없어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옥수수만 있다면 저는 더 소중해질텐데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수이 2022-07-15 15:5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우주 사진은 볼 적마다 정말 판타지 속 세상인지라 현실감이 전혀 느껴지지 않아요. 하지만 이렇게 아름다운 곳에서 먼지 한톨과 같은 무게로 살아가고 있지만 어쩌면 단발님 말씀처럼 ‘생각보다 훨씬 더 소중한 존재‘일지 모르겠다 싶어져요. 만화 같아요. 한참 바라봤어요. (콩국수에 막걸리 마셨어요. 페넬로페님 급은 아니지만 저도 콩국수와 막걸리에 감사해졌어요)

단발머리 2022-07-18 13:27   좋아요 0 | URL
우주가 너무너무 이쁘죠. 까만 우주에 보석처럼 밝게 빛나네요. 제가 너무 작아서 잘 안 보인다는 사실에 기쁨과 슬픔을 느낍니다. 동시에 콩국수와 막걸리에 감사한 마음이 들고요.
현재 랭킹 1위에요. 콩국수가 더 먹고 싶어서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감은빛 2022-07-15 21:0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동아일보 제임스웹 코너(https://original.donga.com/2022/jameswebb) 보셨어요? 일터에서 이거 보고 너무 좋아서 다른 동료 몰래 계속 반복해서 보느라 애 먹었어요. ㅎㅎ

단발머리 2022-07-18 13:25   좋아요 0 | URL
올려주신 링크 가서 이것저것 읽고 왔는데, 넘 좋더라구요. 좋은 정보 감사해요. 외계 생명체에 대한 글이 특히 좋았어요 ㅎㅎ
 



 














1. 유쾌한 우울증의 세계 / 한낮의 우울

 


작년에 『한낮의 우울』을 시작했지만 다 읽지 못했다. 300쪽 정도 읽었으니까 3분의 1 정도 읽은 셈이다. 우울에 대한 책을 찾아 읽게 된 건, ‘우울함이 밀려와라고 자주 말하는 친구 때문이었다. 우리의 삶은 각자 외롭고 쓸쓸하다. 그리고, 종종 우울한 기분이 우리를 사로잡기도 한다. 하지만, 우울증은 그것과는 다르다. (다르다고 생각한다)   

 


난 태생적으로 명랑하고 낙천적이다. 그냥 그렇게 생겨먹었다. 잘 웃고, 남을 웃기는 데에 최선을 다하고, 가끔은 근처에서 내가 제일 웃긴 사람이라는 걸 확인받기 위해 주위 사람들(가족)을 협박하기도 한다. 나는 그런 사람이다. 하지만, 내가 그런 사람일 수 있는 건, 내가 처한 조건에 영향을 받는다. 남편이 투털이 스머프에 잔소리꾼이라면, 아이들 학교에서 나를 찾는 전화가 시도 때도 없이 온다면, 아이들의 감정 롤러코스터가 360도 회전이라면, 부모님이 편찮으셔서 내가 직접 그분들을 돌봐야 한다면, 무릎이 시리다면, 일 년 내내 신경성 장염에 시달린다면. 그렇다고 하면, 명랑하고 낙천적이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 반대라 했을 때, 그렇다면 우울은 그 흔적도 찾아볼 수 없다는 것인가. 만약남편이 어마어마한 돈을 벌어다 주면서 친절하고 다정하다면, 아이들이 모범생에 공부도 잘하고 친구들과의 관계도 원만하다면, 부모님이 때마다 내게 용돈을 주신다면, 수영, 요가, 필라테스 강사급의 실력을 갖출 정도로 건강하다면, 그렇다면 나는 행복할 것인가. 그러한 인생에 우울이라는 단어는 존재하지 않는가. 그건 아닐 테다.

 


그래서 읽는다, 『유쾌한 우울증의 세계』. 미국 최고 인기 팟캐스트의 진행자인 존 모의 책이다. 그 역시 우울증을 앓았던 사람으로서 본인의 경험과 출연자들의 경험을 따라가며 우울증의 모습을 입체적으로 그려낸다. 100쪽 정도 읽었는데 흥미롭고 재미있다. 재미있다고 말하기 미안하기는 한데, 저자가 우울을 풀어내는 방식이 그러하다. 재미있다.

 



트라우마는 늑대고 우리의 정신은 집이다. 우리는 생각한다. '이젠 안전해. 늑대가 날 해치기 전에 집 안에 가뒀으니까.' 하지만 조금만 지나면 그게 아니란 걸 알게 된다. '안 돼! 내 집에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 가구가 죄다 박박 긁혔고, 사방에 늑대 똥 천지잖아! 어쩌다가 이렇게 된 거야? 어어, 내 몸도 찢어발기고 있네.(24)

 


문제는 한번 울음보가 터지자 멈출 수 없었다는 것이었다. 몇 달 전부터 그랬다. 무언가 속상한 일이 일어나고 눈물이 흐르기 시작하면, 나는 울고 있다는 걸 숨겼다. 눈을 비비는 척 눈물을 닦아 냈고 어디가 간지러워서 긁는 척하며 셔츠에 물기를 닦았다. 물론 눈물은 감정의 장소에서 자연스럽게 흘러나오는 것이나, 내 눈물은 멍청할 정도로 양이 많았다. 몸의 배관에 문제가 생긴 것 같았다. 눈물이 코피처럼 줄줄 흘렀다. 하도 울어서 어지럽고 정신을 못 차릴 정도였다. (33)

 


우울증은 병이다. 모든 환자에게서 비슷한 병리적 증상이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 이런저런 특징, 사건, 반응들이 많은 이들에게서 거듭 되풀이하여 나타나는 건, 우리가 알고 보면 서로 그다지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당신이 세상에서 유일무이하며 특별하고도 고유한 빛나는 별이라고 생각했다면, 미안하지만 틀렸다. 믿기 어렵겠으나 당신이 겪고 있는 일 가운데 다른 사람에게 일어나지 않았던 일은 없다. 이건 좋은 소식이다. 입증된 치료가 혹은 적어도 동료들이 준비되어 있다는 뜻이니까. 안녕하세요. 환영합니다. (41)

 


 
















2. Book Lovers / People on the vacation / Beach Read

 


에밀리 헨리의 세 번째 책이다. 욕하면서 읽는 로맨스. 『People on the vacation』이 우정과 사랑 사이라면, 『Beach Read』는 작가들의 삶(쓰기의 괴로움)을 보여준다. 여남 주인공이 편집자와 출판 에이전트이니 이 책 역시 책과 관련된 일을 하는 사람들의 삶을 그려낸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장면은 여기. 남주(Charlie) 가족이 운영하는 서점에서 남주의 어머니(Sally)가 우연히 여주를 본다. 현재 여주는 한적한 시골 동네에 휴가를 온 상태.



 

 




나는 어렸을 때부터 키가 컸고, 키가 크다는 건, 곱슬머리나 여드름처럼 그냥 내 일부였다. 키가 커서 좋을 때(만원 버스에서 맨 위 봉 잡을 때)도 있었지만, 나쁠 때(초등학교에서 창문 청소 전담일 때)도 있었다. 오히려 요즘에야 키가 크다는 게 장점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좋아하는 배우 시몬 애슐리의 키가 178센티미터라서 키가 180센티미터인 남주(조나단)랑 눈싸움할 때 특히 그랬다. 더 크고 싶은데 그건 안 될 거 같다.  

 

 














3. 박시백의 고려사

 


<조선왕조실록>을 그려내었던 박시백이 고려사로 돌아왔다. 통일신라 말기에서 후삼국 시대, 그리고 고려 초기까지를 그려내는데, 견훤과 왕건에 대한 평가가 특히 대조적이다.



 




자신의 힘으로 나라를 일으킬 정도의 능력이 오히려 지나친 자신감으로 변질되었기에 견훤이 실패했다고 보고 있다. 반면에, 자수성가한 지도자가 아니었던 왕건은 장수, 호족들과 협력하면서 오히려 경쟁자들을 자기편으로 끌어들이는 친화력이 있었기에 삼국통일의 주인이 되었다고 보았다. 개인적인 매력이라면 견훤이 훨씬 나은 것 같은데 주인공은 왕건이 된 셈이다.  



 

 














4. 더 이상 어머니는 없다

 


딸로서, 우리는 어머니 자신의 자유와 우리의 자유를 원하는 어머니가 필요하다. 우리는 다른 여성의 자기 부정과 좌절을 담는 그릇일 필요가 없다. 어머니의 인생이야말로 아무리 곤경에 처하고 보호받지 못한다 할지라도 - 딸에게 물려주는 가장 중요한 유산이다. 왜냐하면, 자신에 대한 믿음을 간직한 어머니, 투쟁을 하는 어머니, 그리고 계속해서 그녀 주위에 살만한 공간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어머니는 딸에게 이러한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282)

 


우리 엄마는 그랬다. 엄마는 내게 그런 모델이 되어 주셨다. 아빠랑 동갑이어서 툭하면(정확히는 대부분의 경우) 아빠에게 반말을 하셨고, 아빠가 작은 사업을 하실 때는 직원 중의 한 명이 되어 아빠를 도우셨다. 평생 일을 하셨다. 내 돈, 이라고 말할 만한 돈을 항상 수중에 가지고 있었다. 엄마는 그랬는데. 나는 그러지 못한다. 그러지 못했다. 엄마가 나에게 그랬던 것처럼, 나도 큰아이에게 좋은 모델이 되어, 내 인생을 아이의 가장 중요한 유산으로 물려주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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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2-07-15 09:3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렇게 많은 책들을 읽고 이런 글을 쓰시는 단발머리 님을, 따님은 설사 (단발님의 알라딘 서재글을)읽지 않는다 하더라도 이미 충분히 자랑스러워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따님이 좀 더 자란다면, 더 자랑스러워 할거고요. 제 경우도 저희 엄마가 특별하다는 사실을 좀 늦게 알았거든요. 단발머리 님의 따님은 이미 자랑스러워할 거라고 생각하지만, 혹여 아직 그렇지 않다면, 늦지 않게 그걸 느낄 수 있기를 바랍니다. 전 좀.. 늦게 알았던 것 같아요. 뭐, 안다고 해도 엄마한테 특별히 더 잘하는 건 아니지만요. 엄마랑 딸의 관계는 항상 후회가 좀 있는 것 같아요. 극진한 사랑과 후회. 제일 잘해드리고 싶은 사람도 엄마인데 제일 짜증내게 되는 것도 엄마고, 그렇습니다. 저는 저희 엄마가 배움이 짧으신 분이었고 가진 자원이 별로 없는 사람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게다가 신랑이 무능력했음에도 불구하고 악착같이 저희를 먹여 살리려고 하고 가진 것 내에서 뭐든 다 해주려고 했다는 것을 알아요. 무엇보다, 공부 시켜야 된다고 생각했던 사람이라는 게, 번 돈을 자기가 관리하게끔 해야 한다며 존중해줬다는 게, 아주 어른이 되고 나서 대단하다고, 정말 감사하다고 생각했어요. (눈물 금지!!)

아, 키.. 저는 키가 작은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크지도 않아서, 딱히 키 크고 싶다는 생각은 해본 적은 없는데, 이 페이퍼 읽고 시몬 애슐리의 키가 178 이라니, 그게 제 키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크지도 않은 제 키가 나이 들면서 줄어들고 있는 것 같습니다. 슬퍼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저도 180 이상의 사람과 눈 맞추고 얘기하고 싶습니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뭐, 꼭 키가 같아야 눈 맞출 수 있는 건 아니지만, 남자는 막 덩치가 엄청 큰데 여자는 너무 작고 그러면 어쩐지 화가 나잖아요? 흠흠.

단발머리 2022-07-18 13:37   좋아요 0 | URL
귀한 말씀 감사합니다, 다락방님! 저희 큰애는 제 글을 잘 읽지 않고 또 저를 자랑스러워하지도 않습니다. 아롱이가 가끔 제 글을 읽는데 ‘로맨스 소설 속 남주 분석‘ 이런 글을 읽네요. 양자역학과 우주와 삶과 죽음에 관한 글을 읽으면 참 좋으련만 ‘조나단을 주세요‘ 이런 글만 읽어요. 저의 기쁨이며 또한 슬픔입니다.
딸애와의 관계는 참 오묘하고 그래요. 체질이나 성격, 기질이 작은애가 저랑 똑같은데 저는 항상 큰애를 저의 분신으로 느낍니다. 가끔은 정말 나라고 느껴지고요. 하지만, 그렇지 않다는 걸 잘 아니까, 그걸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려 애쓰고 있어요. 제 글을 안 읽고 저를 자랑스러워하지 않아도, 그냥 사이좋게 지냈으면 하는 생각이 제게는 강합니다. 저희 사이가 좀 좋은 편이기는 한데, 그 이상을 전 바라지는 않고요. 딸애에게 인간적으로 좋아할 만한 사람이고 싶지만, 저는 엄마여서 그건 불가능할 거 같기도 하고요. 다락방님의 귀한 말씀만 마음에 깊이 새기겠습니다. (부디 제게 이루어지길)

저희 엄마가 저를 생각하는 마음에 대해서는 정말 최근에서야 더 절절히 알게 됐는데, 제가 딸애를 좋아하는 것보다 엄마가 저를 더 좋아하시더라구요. 물론 딸애가 저를 좋아하는 마음과는 차이가 많이 나겠죠 ㅎㅎ 저를 더 좋아하는 엄마와 더 많은 시간을 보내야겠다 그런 생각도 들고요.

저는 키가 더 크고 싶기는 한대 그게 불가능하다면 스트레칭을 꾸준히 해서 작아지지 않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믿고 있습니다. 언제 저랑 같이 만나서 스트레칭 강하게 한 판 땡기실까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것은 계급 장벽 중에서도 상대적으로 양호한 사례지요. 제 글에서 언급하는 계급 아파르트헤이트는 제가 살던 서벵골주에서 목격한 것입니다. 계급 아파르트헤이트는 제가 다닌 농촌 학교들에만 있던 것이 아니에요. 그것은 농촌의 하층 계급 전부와 이들보다 상위의 모든 것 사이에 있지요. 제가 살던 주에서 거의 30년 전에 목격한 교육에서의 이러한 계급 아파르트헤이트가, 원컨대 인도의 모든 주에서 반복되지 않았으면 싶지만, 아무래도 그럴 것 같아 두렵군요. 그것은 인도의 수치 중 하나인 1,000년 된 카스트 장벽의 치환이지요. 물론 이 모든 것은 우리가 나머지 인류와 공유하는 젠더 장벽들로 인해 복잡해져요. 그렇게 카스트 장벽은 인종, 계급, 젠더와 교차합니다. - P18

서발터니티를 자기 것으로 삼는 건 자신을 모두라고 생각하기의 특징이지요. 그런 일이 메트로폴리스의 급진주의자들 사이에서는 아주 흔하다는 점을 부언해 둡시다. 그런 치들에게 저는 늘 이렇게 말하지요. "당신들이 저 더 낮은 곳과 구별되는 방식을 알려면 위가 아니라 아래를 보세요." 훈련받은 지식인으로 존재하기의 책임을 회피하지 맙시다. 지적 노동의 권리를 박탈당한 사람들이 생각하는 방식으로 우리가 생각하지는 않잖아요. - P59

저는 학창 시절에 『제인 에어』를 여러 번 읽었어요. 이런식으로 읽은 적은 전혀 없었지만요. 제가 (당시 겪은 것은 미국의 메트로폴리스에 온 양심적인 교육 이주자에게 해당하는 전형적인 자전적 계기였어요. 이는 파농의 숭고한 불쾌에 비견할 만한 감정이지요. 그런 욕구 자체는 미국적 신조American Creed에 의해 생산되었고요. 인도에서 하인을거느리는 자라면 누구든 제인 에어가 버사에게 한 짓을 똑같이 합니다. 이 한 편의 소설이 인도에 있는 우리를 계급너머로 회심케 할 수 있으리라 생각하는 것은 전적으로 비현실주의적이지요. 제가 텍스트에서 암시한 것은 우리가 샬럿 브론테를 인종주의자라 부를 수는 없다는 겁니다. - P96

어두운 색의 토착 물소 괴물을 상징적으로 살해하는 것을 주류 종교가 대제일 의례로 경축하는 이 나라에서 우리가 어찌 『제인 에어』에 잘못된 게 있노라 말할 수 있겠어요? 이것이 우리의 ‘전통’인데요. 이것을 우리는 에세이의 필자에게 다가가는 맥락에 놓아야 합니다. 그 맥락이란 정형화된 저 자신인 이 필자가 미국을 겪으면서 이렇게 정형화되었다는 것이에요. 계급 없음과 피부색-맹목에 대한 미국의 철학은 타협된 것이고, 이 사실이 이주자 학생에게는 훨씬 뚜렷하지요. 벵골로부터 발화되는 제국주의 스토리는 또한 바드랄로크bhadralok (영국 식민 통치기에 등장한 벵골신사층) 계급의 부역 스토리입니다. - P97

우리가 이와 같은 글을 읽을 때 정말로 생각해야만 하는것이 있어요. 백인에게 사랑받는 이주자에게 파농이 보낸 경고에 해당하는 사례가 바로 저라는 거예요. 그래도 제게는 최소한의 분별력이 있어 우리가 그 스토리를 분석할 때 생각해야 할 사실을 언급했지요. 브론테의 것과 같은 바로 그러한 상상력조차 그러한 문화적 자기 - 재현의 그러한 희생물일 수 있을진대 우리는 얼마나 우리 자신의 것의 희생물일 수밖에 없겠는가라는 사실 말입니다. 이것은 경쟁적 민족주의를 향한 경고지요. 이런 민족주의의 ‘발흥’으로 인도는 큰 고통을 겪고 있어요. 브론테 소설의 교훈은 우리를 향한 경고지, 백인 여성에게 반대하는 진단이 아니에요. 52년간 미국에서 살고 있고 48년간 교편을 잡은 제가 서양 페미니스트가 되려면 과연 얼마나 오래 걸릴지를 자문해 봐요. 서양 비평에서 유래하는 비평이라면 그것이 무엇이든간에 지적질과는 매우 달라요. 비평을 허가해 주는 계급 접근을 고려한다면 특히 그렇지요. - P98

대부분의 사회는 지각되는 성차에 의해 추상적으로 구축됩니다. 이것은 사람들이 지각할 수 있는 가장 쉬운 물질적 차이예요. 묵시적으로 글로벌한 것이기도 하지요. 남성 학자들이 글로벌한 것을 상상하기도 전에 말입니다. 쿳시는 전체 스토리를 이러한 차이 안에서, 어미 찾기 질문들과 처녀에 의한 잉태를 중심으로 연출해요. - P144

‘글로벌 영어가 나를 죽여!‘라고 말하느니 차라리 그것을 잡고 움직여 보세요. 그러면 여러분이 돌파하는 저 장벽들을 그대로 둔 채로 여타 인도 언어-여러분의 모어가 아니라ㅡ에 들어갈 수 있어요. 무장벽성에 대해 생각만 한다면 부적합한 영어 번역들 안에서 맴돌 테니까요. - P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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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쟝쟝 2022-07-14 12:5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어려운 거 싫다면서 맨날 제일 어려운 거 읽으시는 분!!!!

단발머리 2022-07-14 13:34   좋아요 1 | URL
나 아니고 쟝쟝님 ㅋㅋㅋㅋㅋ 아, 생각보다 어렵군요. 번역 탓이라 하기엔 넘 어려운 것이었던 것이다 ㅋㅋㅋㅋㅋ

공쟝쟝 2022-07-14 14:18   좋아요 1 | URL
제가 지금까지 읽으려고 덤벼본 책 중에 가장 겸손해진 책이 바로 <서발턴은 말할 수 있는가?> 였다… 어렵다 수준이 아니었음… 그건..

다락방 2022-07-14 14:31   좋아요 2 | URL
서발턴.. 그 책 나도 있는데.........(없는 책이 없는 사람)

공쟝쟝 2022-07-14 14:35   좋아요 3 | URL
저기 다락방님 집이 혹시 국립 도서관이세요?

미미 2022-07-14 15:16   좋아요 2 | URL
쟝쟝님 너무 웃김요!ㅋ 똑똑한데 웃기기까지...욕심쟁이! 그러지마요ㅋㅋㅋㅋㅋ
ㅡ둘 다 안되는 광녀미미

공쟝쟝 2022-07-14 16:09   좋아요 2 | URL
이 미친 똑똑함을 알아보는 광녀 미미 ㅋㅋㅋ 광녀란말 왤케 웃기냨ㅋㅋㅋㅋㅋㅋ ㅠㅠㅠ 아앙대 ㅠㅠㅠㅠ

다락방 2022-07-14 13:4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니 이젠 스피박까지!! 대박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공쟝쟝 2022-07-14 14:19   좋아요 2 | URL
광박..피박… 독박…(워워) 피박온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