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집 안의 천사 죽이기


 

질투가 나의 힘이 아니라, 반납일이 나의 힘. 반납일은 나의 읽기를 추동하는 가장 강력한 힘이다. 희망 도서로 신청해 제일 먼저 대출하는 영광을 누렸으나, 반납일이 닷새밖에 남지 않은 상태에서 가열차게. 가열차게 읽어 나갔던 바로 그 책.

 

버지니아 울프의 글, 서평, 연설을 모은 산문선 4편 중 첫 번째 책이다. 여성의 직업, 여성의 지적 지위에 관한 글에서부터 시작해 메리 울스턴크래프트, 제인 오스틴, 샬롯 브론테, 조리 엘리엇과 그들의 작품을 다룬다

 

제인 오스틴이 왜 천재인지, 폭풍의 언덕』이제인 에어』보다 이해하기 어려운 책인지, 우리가 왜 샬럿 브론테를 읽어야 하는지를 소상히 밝혀준다. 울프의 의견과 다른 의견일 수도 있겠으나, 울프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적극 활용할 수 있겠다.

 


아무리 자식을 많이 낳고 빨래를 많이 해도 닳아 없어지지 않는 저 타고난 힘은 과월호 잡지에까지 뻗쳐서, 그녀들은 디킨스를 읽고 번스의 시를 베껴 접시 뚜껑에 기대 놓고 요리를 하면서 읽었답니다. 식사 때도 읽었고, 방앗간에 가기 전에도 읽었지요. 디킨스도 읽고 스콧도 읽고 헨리 조지와 불워 리턴, 엘라 훨러 윌콕스와 앨리스 메이빌도 읽었으며, <프랑스 혁명사 책을 한권 구했으면, 하지만 칼라일의 것은 말고>라는 소원을 말하는가 하면, 중국에 대해서는 버트런드 러셀을 읽었고, 윌리엄 모리스와 셸리와 플로렌스 바클리, 그리고 새뮤얼 버틀러의 『노트북Note Books』도 읽었어요. 그녀들은 굶주림에서 나오는 무차별적인 식욕으로 과자와 소고기와 파이와 식초와 샴페인을 한입에 삼켜 버리듯이, 그렇게 왕성한 지식욕을 가지고서 읽어 댔습니다. 당연히 그런 독서는 토론으로 이어졌지요.

(221)

 


<여성 노동자 조합의 추억>이라는 마지막 글에서 노동자 계층의 여성들이 무서운 식욕과 같은 기세로 책을 읽어가는 모습을 묘사한 부분이 특히 인상적이다. ‘교육받은 남성의 딸인 자신과는 전혀 다르지만, 읽기와 쓰기를 통해 노동자 계층이 집 안의 천사에서 글 쓰는 주체(259)로 변해가는 과정을 애정 어린 시선으로 관찰하고 있다.

 

울프의 결론. 집 안의 천사를 죽이고 글 쓰는 주체로 살아가자.  

 

 















2. All your perfects

 


로맨스 소설에서의 남자 주인공이라 함은 이상형의 총체같은 존재다. 왕자님이거나 혹은 왕자님 같거나 혹은 왕자님 같은 행동을 보여준다. 잘 생겼고. (이 부문은 따로 세어줘야 한다) 체격 좋고 건강하고 섹시하고 사려 깊고 머리 좋고 유머러스하고. 이 책에서는 조금 다른 면이 추가된다. (섹스할) 기회만 되면 돌진하는 (일반적인) 남자들과는 달리, 남주 Graham은 결정적인 찬스 국면에서도 섹스 기회를 유예한다. 당신이 나에게 성적 매력을 느낀다는 건 알고 있지만, 그리고 나도 그걸 원하지만, 당신이 더 편안하게 느낄 때까지 기다리겠다. (게다가) 그때를 기다리면서 당신과 대화하고 싶다, 허심탄회하게. 가히 훌륭하다고 아니할 수 없겠다.

 

또 한 가지. 이건 내가 미국 문화를 모르니까 실제는 어떤지 전혀 알 수 없지만, 이 소설 하나만 놓고 봤을 때, 부모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남주의 모습이 긍정적으로 그려진다.

 


I kind of like his teasing. A lot. I open my mouth to respond to him, but his phone rings. He holds up a finger and pulls it out of his pocket, then immediately answers it. "Hey, beautiful," he says. He covers his phone and whispers, "It's my mother. Don't freak out." (113)

 


남주가 전화를 받으면서 “Hey, beautiful”이라고 인사한다. 여주가 오해할까 봐 핸드폰을 가리고 우리 엄마예요라고 말하는 장면인데, 그럼 먼저는 이런 말은 여자친구에게 할만한 것이라는 거고, 둘째로는 엄마에게 그런 말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엄마와 친근하다는 의미일 것이다.

 

영화 <트와일라잇 : 이클립스>에서도 테일러가 벨라에게 이렇게 인사한다. “Hey, beautiful.” 처음 들었을 때는, <미녀와 야수>의 미녀도 아닌데, beautiful인가 싶었는데, sweetiesweetheart 혹은 honey쯤으로 기억하면 되겠다. 평생 이런 말 들을 일은 없겠지만, 혹시 모르지 않나. 들을 일은 없어도 쓸 일은 있을 수도. Hey, beautiful!

 

 















3. 탐닉

 


"Ya tebya lioubliou." (러시아어로 '당신을 사랑해’라는 뜻) 그가 내게 러시아말로 대답했다. 나는 이해하지 못해서 그에게 다시 한번 말해보라고 한다. "단지 마샤만 사랑해?" "." 내가 대답한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당신을 떠날 거야. 하지만 당신은 슬퍼하지 않겠지, 강한 남자니까." 그가 대답한다. "그래 맞아." 그가 떠날 시간이었다. 어떤 말로도 덮을 수 없는 그 말이 내 가슴을 찢어놓았다. "다음주에 당신에게 전화할게. 집에 있을 거야?"라는 말뿐. 일순간에 정신이 번쩍 든다. 그를 거칠고(그리 심하지는 않지만), 즐기기만 하는(나쁠 것도 없지) 플레이보이 또는 고르비보이로 봐야 한다. 떠나며 탁자위에 있는 말버러 담배 보루를 가져가도 되겠느냐고 묻는 그 남자를 위해 내가 1년이란 시간과 돈을 잃었음을 확인했다. 스무 살에나 마흔여덟 살에나, 언제나 원점으로 되돌아온다. 하지만 남자 없이, 삶 없이 무엇을 하겠는가? (205)

 


그녀가 갈구했던 건 그의 젊음과 그의 육체였다. 젊음만도 아니고 육체만도 아닌, 젊은 그의 육체. 그것 말고 그는 그녀에게 줄 게 없었다. 그녀는 그걸 알았고, 그가 원하는 걸 주고 그녀가 원하는 걸 얻었다. 13살이나 어린 그가 혹 다른 여자를 만나지는 않을까, 조바심 내는 그녀의 모습이 안쓰럽다. 한편으로는 자신에 대해, 사랑에 대해, 인생에 대해 이토록 솔직하고 뜨거운 그녀가 대단하게 느껴진다.

 

사랑에 빠진 사람, 그곳에서 탈출하기 어려운 사람의 짙은 무력감이 36도의 더위처럼 끈적끈적하다. 사랑 없으면, 사랑이 없다면 인생은 정말 아무것도 아닌 걸까.

 





 












4. 임신 중지

 

선택이라는 수사는 임신중지 의제에 따라 붙을 때부터 비판 받아왔다. 임신중지가 여성의 선택 문제로 환원되면 순전히 개인적인 결정처럼 보일 수 있다. 여성이 임신해 엄마가 되든 임신중지를 하든, 그런 일은 진공상태에서 이루어지지 않는다. 여성이 임신과 양육에 대해 내리는 결정과 그에 따른 결과는, 젠더·계급·인종 같은 요인 때문에 그 여성이 어떤 선택에 다가갈 수 있으며 어떤 선택에서 멀어지는지, 더 넓게는 선택이 사회·문화적으로 어떻게 의미화되는지와 떼놓고 생각할 수 없다. 이 문제를 선택의 자유로 축소해 버리면 임신중지를 우리 시대의 도덕적·사회적·정치적 이슈로 만드는 사회·정치의 요인이 흐릿해진다. (32)

 


선택이라는 단어처럼 오염된 단어가 있을까 싶다. 생각해보니 있을 것 같기도 하다. 동무, 공정 그리고 세월. 임신 중지뿐만 아니라 젠더와 관련된 의제는 그 어떤 문제보다도 쉽사리 개인적인 문제로 환원되는 것 같다. 가정폭력이 발생하면 집안 문제이고, 데이트 폭력이 발생하면 애정 문제가 된다. 가사 노동 분담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면 그깟 집안일 가지고라는 응수를 듣기 쉽고, ‘임신에 대한 문제라면 노코멘트. 그야말로 말할 수 없는 비밀이다.

 

이 책 4장의 제목은 수치스러운 선택이고, ‘임신중지 수치를 다룬다. 임신중지 여성의 침묵이 임신중지에 대한 공적 논의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특징이라고 보는데, 그 부분은 외부에 쉽게 알려지지 않는 성폭력성폭력 신고와도 유사한 면이 있다. 말하지 않음으로써, 실재했던 사실을 숨겨버리는 효과가 발생한다. 피해자의 고통과 경험이 역사 속에서 지워진다.





저번 주에는 옆에 <행정법>을 공부하는 학생이 있어 내심 기대하게 하더니만, 오늘은 초등학생이 앉았다. <상위권의 기준 : 최상위 수학>을 펼쳐서는 대각선의 성질 이용하기파트를 풀고 있다. 고개 한 번 돌리지 않고 열공하는 이 아이에게 부끄럽지 않아야 할 텐데. 일단 『임신중지』를 부지런히 읽어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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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이 2022-08-02 17:4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 책 저 빌려 읽고 싶은데 반납하시면 그 다음 바로 제가 달려가서 빌려 읽을까요?!

단발머리 2022-08-02 18:06   좋아요 2 | URL
현재 상태는 안타깝게도 대출중입니다. 울프 산문선 2권 <문학은 공유지입니다>는 대출가능하다고 합니다. 이용에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독서괭 2022-08-02 18:10   좋아요 2 | URL
ㅋㅋㅋ 친절한 단발님!

단발머리 2022-08-02 18:12   좋아요 1 | URL
✌️✌️✌️브이!

수이 2022-08-02 18:17   좋아요 2 | URL
네 그럼 휘리릭 달려가보겠습니다!!!

단발머리 2022-08-02 18:29   좋아요 1 | URL
혹 오실려거든 ㅋㅋㅋㅋ 지름 2미터 장우산을 추천합니다. 이번주 내내 비온다고 그래요 ㅋㅋㅋㅋㅋㅋ

수이 2022-08-02 18:37   좋아요 2 | URL
이번주는 힘들 거 같은데;;; 만일 가게 되면 톡 드리겠습니다앙! 같이 라멘 드실래요? :)

단발머리 2022-08-02 18:52   좋아요 2 | URL
ㅋㅋㅋㅋ 편하신대로 하시지요. 라멘이랑 비타님은 1년 365일 콜입니다 ㅋㅋㅋㅋ 독서괭님, 오실래요? ㅋㅋㅋㅋㅋㅋㅋㅋ

독서괭 2022-08-02 19:00   좋아요 4 | URL
라멘 맛있겠네요 ㅋㅋㅋ🤭

책읽는나무 2022-08-03 00:19   좋아요 4 | URL
비 오는 날 라멘은...궁극의 조합!!!
아..배고프네요ㅜㅜ

책읽는나무 2022-08-03 00:28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심각하게 읽다가...옆의 초딩 짝지에게 부끄럽지 않으려고 읽는다!!에~~ㅋㅋㅋㅋ
도서관 가면 오늘 내 옆의 짝지가 누굴까? 기대할 수 있는 기회가 있겠어요!!!^^
저는 고속 버스 탈 때.....책 읽다가 멀미에 졸음이 와서 스르륵~~ 늘 옆자리에 앉아 있는 사람들 어깨에 머리를 얹을 뻔!!!! 아..힘들어요!!ㅜㅜ

단발머리 2022-08-03 21:51   좋아요 2 | URL
도서관에 가면 매일 새로운 짝궁을 만나게 됩니다. 오늘은 1인 자리에 앉아서 독방이었습니다^^
저도 고속버스 탄지 오래되긴 했는데 차만 타면 바로 취침모드라서요. 옆자리에 앉은 사람들에게 바로 기대서 잠듭니다.
참는 게 쉬운 게 아니지요 ㅎㅎ

햇살과함께 2022-08-03 17:2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최상위수학! 반가운 이름이네요 ㅋㅋ
울 집 거실 책상에도 늘 굴러다닙니다
매일 도서관 출첵하시는 단발님 대단하세요!!

단발머리 2022-08-03 21:53   좋아요 2 | URL
최상위수학이 인기 문제집이군요. 전 어제 처음 봤는데, 넘 신기하더라구요 ㅎㅎ
둘째 아이 낳고 최초의 비수기 방학이에요. 날이 하도 더워서 매일 도서관 출첵하고 있어요. 오래 살다보니 이런 날이 오네요!!

그레이스 2022-08-03 17:3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는 커피마시면서 책을 봐야해서...
도서관 북카페에서 책 봅니다.
대출, 반납하러 들렀다가 꼭 카페로! 카페 메니저님이 제 기호를 알고 계셔서 라떼에는 시나몬가루를 잔뜩 뿌려주십니다.^^
가끔 백색소음이라 하기에는 너무 개인 신상을 크게 말씀하시는 분들때문에 같은 문장을 계속 읽다가 집으로 올때가 있어요. ㅋ

단발머리 2022-08-03 21:55   좋아요 2 | URL
제가 바로 옆동네에서 지금 사는 곳으로 이사왔는데 구가 바뀌었거든요. 옆동네는 물 이외는 불가능인데 이 동네는 물과 음료는 가능이라고 해서요. 도서관에서 커피 마시면서 책을 읽을 수 있답니다.
그레이스님 기호 아셔서 시나몬가루 잔뜩 뿌려주시는 카페 매니저님 멋지시네요, 저도 시나몬가루 좋아한단 말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감정은 임신중지를 단속한다. ‘임신중지 금지’를 대놓고 말하지 않되, 임신중지의 경험과 그 결과라는 각본에 따라 공유된 의미에 반反임신중지 정서를 심는다. 이를테면 ‘여성이 임신중지 뒤에 깊은 슬픔과 수치심을 느꼈다‘는 말을 계속 듣다 보면, 임신중지는 본래 애통함과 수치를 야기하는 절차로서 자리매김한다. 이는 여성이 간절히 원한다면 임신중지를 할 수 있다는 생각과 분명 양립하지만, 한편으로 임신중지를 하면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경고가 되기도 한다. - P10

페미니스트들은 젠더를 탈자연화하려는 정치적 책무를 안고 재현 방식에 주목하며, 그럼으로써 사회에 굳게 뿌리박힌 젠더역할과 이에 새겨진 불평등을 수면 위로 올린다. 페미니즘의 접근대로라면 여성이란 생물학적으로나 신경화학적으로 결정되는 게 아니라 여성을 묘사하는 행위 안에서 구성된다. - P23

제니퍼 키스에 따르면 여성은 몇 가지 감정 조절 기술을 통해 자신의 경험을, 요구되는 감정 각본의 틀에 맞추어 낸다. 예를 들어 반임신중지 진영의 여성은 태아를 아기로 인격화할 것이다. 반면 프로초이스 진영의 여성은 배아, 태아, 혹은 세포조직이라 여길 것이다. 임신중지에 관한 상반된 내용의 감정 각본들이 공존하는데, 그 어떤 각본도 여성의 임신중지 경험을 자동적으로 프로그래밍하지는 못한다. - P24

임신중지에 관한 사회적 우려란 여성의 섹슈얼리티와 모성을 둘러싸고 생겨난다. 임신중지는 수행적으로 재현된다. 이는 단순히 임신중지 여성을 묘사하는 게 아니라 젠더화된 주체로 만드는 방식이다. 젠더는 과정으로 나타날 뿐 고정된 실체가 아니기 때문에, 끝없는 반복과 유지를 필요로 한다. 임신중지의 재현은 젠더를 형성하고 재형성하는 수단이다. - P25

오늘날 임신중지와 임신을 묘사할 때 일반적으로 배아를 태아 혹은 생존 가능한 태아, 출생 전후의 태아, 심지어 아기와 한데 묶는다. 배아는 임신 8주차에 들어서야 태아가 되는데도 말이다. 임신중지가 대부분 임신 3개월 내에 일어나며, 약물에 의한 임신중지가 늘면서 임신 9주차 전에 행하는 매우 이른 임신중지건수도 증가하고 있다. 배아나 태아의 생명이 지니는 의미시 맥락에 따라 달라진다. 예를 들어 체외수정 과정에서 일어나는 배아 폐기는 임신중지와는 다르게 취급된다. 임신한 여성의 의도·행동이 두 경우에 서로 다르다고 보기 때문이다. 임신중지의 경우, 배아는 재생산을 의도하지 않은 채 성관계를 하고, 출산 이후에도 양육을 원치 않는 여성에게 착상되어 있던 것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같은 배아 폐기라도, 냉동고에 보관된 배아는결과적으로 모성을 의도한 과정의 산물로 간주된다. - P27

선택이라는 수사는 임신중지 의제에 따라 붙을 때부터 비판받아왔다. 임신중지가 여성의 선택 문제로 환원되면 순전히 개인적인 결정처럼 보일 수 있다. 여성이 임신해 엄마가 되든 임신중지를 하든, 그런 일은 진공상태에서 이루어지지 않는다. 여성이 임신과 양육에 대해 내리는 결정과 그에 따른 결과는, 젠더·계급·인종 같은 요인 때문에 그 여성이 어떤 선택에 다가갈 수 있으며 어떤 선택에서 멀어지는지, 더 넓게는 선택이 사회·문화적으로 어떻게 의미화되는지와 떼 놓고 생각할 수 없다. 이 문제를 선택의 자유로 축소해 버리면 임신중지를 우리 시대의 도덕적·사회적·정치적 이슈로 만드는 사회·정치의 요인이 흐릿해진다. - P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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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겨울이었다. 친구가, 친애하는 다정한 친구가 다이어리를 선물해 주었다. 다이어리계의 명품으로 통하는 몰스킨 다이어리였다. 여기에다가 일기 써. 강한 다짐을 요구하는 말이 아니라 평범하고 느슨한 권유였다. 핫핑크의 예쁜 다이어리를 들고 설레는 마음으로 집으로 돌아오던 길이 기억난다. 초등학교 4학년 때 시작해 중, 고등학교, 대학교, 직딩 때까지 이어졌다가 퇴사를 기점으로 중단되었던 종이 일기쓰기가 그렇게 다시 시작되었다. 10시가 조금 넘어 퇴근 시간이 다가오면 손을 씻고 다이어리를 꺼내 자리에 앉았다. 나는 아직 만년필 세계에 입덕 하지 않은 상태라 펜에 대한 선호가 불분명하지만, 내가 가진 펜 중에 가장 새 제품이고 얇은 펜으로 밤마다 일기를 써 내려갔다. 다시 시작하는 게 쉽지 않았지만, 쓰라는, 계속해서 쓰라는 친구의 권유와 명품 다이어리의 아름다운 외모에 힘입어 한 줄을 쓰고, 그다음 한 줄을 이어 나갔다.

 


2020, 그렇게 시작된 종이 일기쓰기는 작년에도 올해도 이어져 오고 있다. 사실 올해는 많이 못 써서 빈자리가 눈에 확연하기는 한데, 그래도 중단하지 않고 이어서 쓰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렇게 오랫동안, 그렇게 열심히, 그렇게 부지런히, 예식을 거행하듯 소중히 이어져 왔던 종이 일기쓰기가 왜 이렇게 힘든지 모르겠다. 다른 쓰기가 아닌 이 종이 일기쓰기가 주는 특별한 즐거움이 아니라면 계속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잃어버린 즐거움을 되찾기 위해. 나 혼자만의 쾌락을 위해. 오직 나만을 위해, 다시 일기장을 펼친다.

 



주말부터 읽는 책은 아니 에르노의탐닉』이다. 이제 7등분선을 넘은 것 같은데 복잡한 생각에 자꾸만 읽기가 중단된다. 『단순한 열정』의 연인 A와 『탐닉』의 S는 동일인이다. 당시의 경험을 소설로 엮어냈던 에르노는 이후에 연애 기간에 썼던 일기를 모아 출간했는데 그것이 바로 이 책이다.

 


작가의 내밀한 이야기를 듣는 일은 경이롭다. 이미 작가로서 사회적 명망을 쌓았고 직업적으로도 성공한 그녀의 전혀 다른 면을 알게 될 때 느끼는 기쁨과 슬픔. 한 사람을 사랑하고 그의 사랑을 받고 싶어 하는 사람의 고통. 그를 욕망하듯 그의 욕망의 대상이 되고자 하는 욕구. 그가 더 이상 자신을 원하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불안한 마음에 잠 못 드는 밤. 그의 전화, 재회와 섹스 그리고 다시 시작되는 기다림.

 



그녀는 촌스러운 긴 치마에 살색스타킹을 신었고, 나는 짧은 미니스커트에 검정스타킹을 신었다. , 머리, 눈 색깔, 몸매(그녀는 약간 땅딸막하다)면에서 이보다 더 대조되는 두 여자를 상상하기 힘들 것이다. 주부와 창녀. (58)

 


언제나 나는 한 남자에게 너무 많은 상상력을 발휘했다. 더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나 자신을 지나치게 소모했다. 이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그가 내게 어떤 애정을 품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것이 단지 내 이름 때문이라면, 내가 작가라는 사실 때문이라면 도망치고 싶다. 가장 큰 두려움은 그에게 또 다른 여자가 있을까 하는 것이다. (67)


S와의 관계를 이어가고 있을 때 아니 에르노는 48, 그의 애인은 35세였다. 나는 여자 나이 48세가 어떠할지 정확하게는 모르지만, 어떠할지 짐작할 수 있는 나이가 되었다. 그녀의 마음을 안다고는 말할 수 없을 것 같다. 그건 나이에 관한 문제가 아니라, 마음에 대한 문제다. 그녀는 사춘기 소녀 같다. 그녀는 사랑에 모든 것을 걸었고, 기대하고 실망한다. 그녀는 자신의 마음을 종이에 쏟는다. 자신의 사랑과 절망을, 그에 대한 기대와 실망을. 그의 아내와 다른 여자들에 대한 질투와 원망을. 그녀는 종이 위에 써 내려간다. 그를 기다리는 것 이외에 다른 일을 할 수 없었으므로, 그녀는 일기를 썼다. 그의 전화를 기다리고, 오겠다고 약속한 그가 도착하기를 기다리면서 쓴다. 그가 간 후에 아쉬운 마음에 쓴다. 또다시 그를 기다린다.  

 

 

인간은 정신과 육체로 이루어졌다고 하지만, 우리 인간이 얼마나 육체에 갇힌 존재인가를 다시 한번 깨닫게 되는 순간이다. 고상한 척, 우아한 척 하지만, 우리 인간도 결국엔 동물이고. 동물로서 하는 행동, 생존을 위한 행동은 좋고 나쁨을 가늠할 수 없는 것 아닌가, 그런 생각도 든다. 그녀에겐 음식처럼, 사랑이 생존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처럼 보인다. 모든 것을 다 내주고도 더 주고자 하는 사랑. 그리고 자신이 준 사랑의 일부를, 정말 극히 일부만이라도 다시 자신의 것으로 돌려받고 싶은 그 마음이 절절하다. 간절한 사랑. 소녀 같은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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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이 2022-08-01 11:1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제가 그래서 아니 에르노를 좋아하는 거 같아요, 단발님. 소녀 같아서. 잘은 모르지만 실체 또한 소녀 같은 분이실 거 같아요. 저도 아니 에르노 또 읽어야겠어요!!

단발머리 2022-08-01 11:22   좋아요 3 | URL
저는 이번에 두 번째 책인데 비타님 덕분에 읽게 됐어요. 소녀 같은 마음, 넘나 두근두근 분홍색입니다 ㅋㅋㅋㅋㅋㅋ
저는 다음책으로 집착을 골라두었습니다. 하핫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바람돌이 2022-08-01 13:0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니 에르노 책이 이렇게 많이 출간되어 있군요. 하나같이 표지들이 예술입니다. 그런데도 저는 하나도 안읽은.... ㅠㅠ 저렇게 탐닉하는 절망적인 사랑 안좋아하는데 단발님 글을 보니 또 관심이 생기고 고민이네요. ㅎㅎ 그나저나 꾸준히 일기를 쓰시는 단발님 존경합니다. ^^

단발머리 2022-08-01 15:26   좋아요 2 | URL
네, 아니 에르노 책이 이렇게나 많더라구요. <한 여자>랑 <나는 나의 밤을 떠나지 않는다>등 몇 권 빠졌는데도 이렇게 많네요. 마저 넣어야겠습니다^^
저도 이번에 에르노는 두 번째라서 제게는 황금 어장 같습니다. 일기를 꾸준히 써보겠습니다. 아직, 많이 부족합니다 ㅎㅎㅎ

독서괭 2022-08-02 15:0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와 단발님 종이일기 쓰는 분! 저도 맨날 쓸 수 있을 거란 생각에 다이어리를 간직하지만 텅텅텅 빈 결과물이 ㅋㅋ 아니 에르노 <열정> 사놓고 아직 못 읽었어요 ㅜㅜ 정말 자기 속을 긁어내어 글을 쓰는 작가라는 생각이 듭니다.

단발머리 2022-08-02 16:57   좋아요 3 | URL
저도 그래요. 저도 빈 칸 보면 참 안타깝고 그렇습니다. 특히 올해는 많이 못 썼어요. 이제 다시 시작하려고 했더니 8월 2일이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 에르노, 속마음 토크 정말 절절합니다. 이런 사랑, 오랜만에 만나서 더운 여름이 더 뜨거워지고 있다고 합니다.

그레이스 2022-08-02 15:1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렇게나 많네요
몇권 사놓고 아직 한권도 못이읽었는데 이 페이퍼 앞에서 쪼그라들고 있습니다.^^

단발머리 2022-08-02 16:56   좋아요 3 | URL
네, 저도 이번에 찾아보면서 놀랐습니다. 생각보다 훨씬 많네요. 전 다 읽는 건 꿈도 못 꾸고요 ㅋㅋㅋㅋㅋㅋ 이번에 연속해서 2-3권 읽어볼 생각합니다. 쪼그라들지 마소서, 그레이스님!!

서곡 2022-10-07 13:2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성지순례 댓글 남기고 갑니다 ㅎㅎㅎ

단발머리 2022-10-07 15:25   좋아요 2 | URL
여기가 성지는 아니지만 ㅋㅋㅋ 언제든 환영합니다! 더 많이 읽었어야 하는데요. 너무 아쉬운 것입니다 ㅋㅋㅋㅋㅋ
 




















아니 에르노는얼어붙은 여자』 밖에 읽지 못했다. 좋다고 팔짝팔짝 뛰었던 프랑수아즈 사강도 『슬픔이여 안녕』 딱 한 권 읽었고, 올해 상반기의 책인어떻게 지내요』의 시그리드 누네즈도 한 권밖에 안 읽은 상태다.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사람이 책 딱 한 권 읽은 사람이라 그랬던가. 내가 그런 사람이다. 작가별로 책 한 권씩 읽은 사람.



 














친구가 읽은 아니 에르노의탐닉』을 도서관에서 빌려왔다. 제목의 강렬함은 표지의 강렬함으로 이어지고, 표지가 없는 도서관 책은 더더욱 강렬하다. 눈이 부셔요. 너무 빨개요.

 

 















자체 휴가 기간 중이고 주말이라 『탐닉』 들고 집 앞 카페에 나왔는데 다들 휴가 가셨나, 조용하고 선선하다. 같이 빌려 온 책에 정희진쌤의 짧은 글이 있어서 그것 먼저 후루룩 읽었다. 역시나 좋다. 제목은삶을 바꾼 페미니즘 강의실』이고, 부제는 고 장춘익 교수의 <여성주의철학> 교육혁명에서 다음 세대의 페미니즘을 들여다보다이다. 정희진쌤은 대한민국 인문대학의 현실 속에서 장춘익 교수의 업적이 얼마나 특별한지를 설명하고, 마지막에는 제자에게 전한 그의 당부를 옮긴다.

 


“ … 페미니즘이 네 주장의 설득력을 보증해주는 것이 아니라 너의 지식이 너의 페미니즘에 설득력을 가져다주는 것이어야 해. 페미니즘 아닌 다른 영역에서도 지적으로 신뢰받을 수 있어야 사람들이 네 페미니즘도 신뢰한단다." (140)

 


그리고 이렇게 덧붙인다.

 


저도 사람들에게 이렇게 말했는데 - 페미니스트가 지적으로 욕망의 대상이 되고 행복하고 건강하면, 그게 바로 여성운동이 아닐까요 - 이번 기회에 인용할 만한 좋은 텍스트가 생겨서 기쁩니다. (140)

 


지적으로 욕망의 대상이 될 것. 행복하고 건강할 것. 그게 선생님이 말하는 여성운동이다. 페미니스트로서, 어떻게, 지적으로 욕망의 대상이 될 것인가. 아직은 잘 모르겠다. 그건 잘 모르겠지만, 내가 지적으로 욕망하는 대상이 누구인지는 안다. 욕망은 해소되어야 하고, 책은 소유를 부른다. 책이 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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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2-07-30 15:4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정희진샘 영화가 내 몸을 지나간 후 표지 정말 역대급입니다. 구매를 부르는.... ^^ 암요 욕망은 해소되어야지요.
삶을 바꾼 페미니즘 교실도 살포시 담아갑니다.
아래쪽의 음료와 쿠키도 와 먹고 싶은데 저 지금 대장내시경 준비 중..... 어제부터 계속 바나나 먹었더니 입에서 구린내가 나요. 그래서 좀 전에 카스테라 사먹음요. 내일부터는 흰죽만 먹어야 되는데 슬픔요. ㅠ.ㅠ

단발머리 2022-07-30 16:28   좋아요 2 | URL
저도요. 저도 4권 표지가 제일 예쁜 것 같아요. 구매를 부르다 부르다.... 욕망은 해소되었습니다.
대장내시경 준비 과정이 그렇게 힘들다고요. 제 친구도 화장실 문을 붙잡고 눈물을 흘렸다는 슬픈 이야기를... 흰죽에 맛있는 거 쪼금이라도 올려 드시면 나을텐데요. 장조림이요 ㅠㅠㅠㅠ 날도 더운데 고생많으십니다 ㅠㅠㅠ

거리의화가 2022-07-30 16:2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정희진 시리즈는 계속해서 나오는 듯하여 독자로서는 반가운 일이네요~ 항상 생각하지만 이 시리즈 표지가 참 예쁩니다^^ 저는 5권을 사려고 생각중입니다ㅎㅎ(3권까지는 사두었는데 음... 읽지를 못하고 있네요) 인증샷까지 완벽하네요. 즐거운 주말 보내시길.

단발머리 2022-07-30 16:25   좋아요 1 | URL
이 시리즈는 처음에 기획이 5권까지라고, 저는 그렇게 알고 있어요. 그렇다면 이번 5권이 완결편인가 싶어요. 무척 아쉽습니다. 또 다른 저작이 계속 나왔으면, 아니면 정희진쌤 글만 모아서 책으로 나왔으면 좋겠어요.
5권 읽을 때 여러 분들이 같이 읽게 되시면 의도치 않게 <같이읽기> 될 거 같아요. 거리의화가님도 즐거운 주말 보내시길요^^

mini74 2022-07-30 19:1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진짜 표지가 예쁘네요 ~ 정희진 시리즈, 빌려봤다가 결국은 사게되는 ㅎㅎ 전 올초에 산 정희진처럼 읽기 아직도 읽고 있어요. 소개되는 책을 읽고 그 파트 부분 읽고 ㅎㅎ 그러다간 언제 읽을지 모르겠어요 ㅎㅎ

단발머리 2022-07-30 19:55   좋아요 2 | URL
네, 진짜 넘넘 이뻐서 아… 출판사에서 무척 고심하면서 열심히 일했구나, 그런 생각이 듭니다.
<정희진처럼 읽기> 를 미니님처럼 읽으려던 사람은 많지만(본인 포함) 사실 실천은 어려운데 미니님 진짜 대단하십니다! 따봉! 👍🏼👍🏼👍🏼
 



라고 정희진은 썼다. 정희진은 '공부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쓰기'라고 답하겠다고 했다. 







내 생각은 다른데, 공부의 왕도란 정희진을 읽는 것이다. 책 사러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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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쟝쟝 2022-07-29 13:5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정희진이 읽은 거 따라 읽으면 공부왕 우리처럼 되는 것입니다 💕

단발머리 2022-07-29 13:56   좋아요 1 | URL
공부왕 된다는데 만원 걸고요, 쟝쟝님처럼 되는 것도 좋기는 한데 ㅋㅋㅋㅋㅋㅋ 선생님이 읽은 거 다는 못 읽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마무시해서ㅋㅋㅋㅋㅋ 다는 못 읽음

공쟝쟝 2022-07-29 14:02   좋아요 2 | URL
다 따라 읽을 수는 없지 ㅋㅋㅋㅋㅋ 근데 진짜 열정왕 공부쟁이 희진샘 ㅋㅋㅋ 근데 저는 희진샘 보다 단발님이 더 좋아요 ㅋㅋㅋㅋ (갑자기 고백)

단발머리 2022-07-29 14:09   좋아요 2 | URL
나를 좋아해줘서 감사링 ㅋㅋㅋ 나도 쟝쟝님 좋아요😘😘😘 그러나 선생님 진짜 만나서 눈 마주쳐봐봐요 ㅋㅋㅋㅋ 막 초롱초롱한 눈으로 바라봐주시는데 ㅋㅋ 뭐든 고백하고 싶어진다 ㅋㅋㅋ

공쟝쟝 2022-07-29 14:28   좋아요 2 | URL
ㅠㅠㅠㅠ 으꺅 ㅠㅠㅠㅠ 보러갈거야 다섯권중에 제일 좋은거 들고 가서 사인받을거야!!

미미 2022-07-29 15:3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헉......정희진님의 저 문장을 읽으며 입이 쩍 벌어져서 감탄하다가 단발머리님 마지막 문장에 뒷통수를 호되게 맞았습니다. ㅋㅋㅋㅋㅋ역시 멋진 정희진!! 더불어 멋진 나의 페미니스트 이웃 단발머리님👍

단발머리 2022-07-29 15:56   좋아요 2 | URL
정희진쌤의 말씀은 백번 옳습니다. 맞습니다, 맞고요!! 오래오래 미미님의 멋진 페미니스트 이웃이 되기위하여ㅋㅋㅋㅋ 뽜야!!

바람돌이 2022-07-29 16:0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이번에 나온 시리즈 표지가 진짜 예술!!! 8월 구매 확정입니다. ㅎㅎ

단발머리 2022-07-29 18:13   좋아요 1 | URL
8월이 이제 이틀밖에 안 남았다는 행복한 소식입니다! 내용도 완벽하겠지만서도 표지 정말 예술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