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아로서 한나 아렌트>          론 펠드만




"유대인은 150년 동안 서유럽 민족들의 이웃에 속하지는 않지만이들 가운데에서 삶을 영위했다. 이 기간 동안 유대인은 항상 사회적 영광을 위해 정치적 고통으로 대가를 지불하고 정치적 성공을 위해 사회적 모욕으로 대가를 지불해야만 했다." - P139

아렌트에 따르면, 의식적인 파리아는 숨겨진 전통이다. ‘숨겨진‘이란 말은 파리아의 지위를 인정하는, 위대하면서도 고립된 개개인-하인리히 하이네, 라헬파른하겐, 베르나르 라자르, 프란츠 카프카, 발터 베냐민 - 사이에 약간의 연계는 있지만 유대인 공동체의 다른 사람들과는 관계가 없다는 의미다. 그리고 "전통이란 말은 동일한 기본적 조건이 동일한 기본적 반응을 100년 이상 획득하고 환기시켰다"는 의미다. - P140

아렌트는 자신의 유대인 유산과 유럽인 유산을 모두 수용하면서도 이를 비판한 의식적인 파리아다. 그의 지적 계획은 전반적으로 현대 세계의 유대인성이란 문제 틀에서 형성됐다. 유대주의의 특성은 점점 더 세속화되는 세계에서 유대인성으로 바뀌었다. - P141

가장 많은 찬사를 받는 아렌트의 저서인 『전체주의의 기원』은 분명히 유대인과 유럽인의 관심사와 역사를 의도적으로 엮은, 정교하고 아름다운 본보기다. 의식적인 파리아로서의 결실인 이 저서에 필적할 만한 것은 없다. - P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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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22-08-11 21:1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1. 1004쪽 / 45,600원
2. 구입 전에 이 책은 어떠한가.... 맛보기 독서 중
3. 괜찮으면 구입 예정
4. 도서관 안내 스티커에 ‘<고가 도서>(빨간 글씨)니 대출, 반납시 상태 확인 바란다‘는 메모가 있어 조심스레 펼쳐보고 있음
5. 서론격인 글에서 론 펠드만은 <전체주의의 기원>이 가장 훌륭한 책이라고 말함

책읽는나무 2022-08-11 22:28   좋아요 2 | URL
장점이 6 개, 단점이 2 개??
그럼 사야G 사야G 각이네요?ㅋㅋㅋ

어제 김은주 작가님의 책을 읽고 어려워도 아렌트 철학가의 책도 꼭 읽어보리라...생각했었어요.
근데 아마도 이런 분들의 책들은 빨리 못 읽으니 구입해야 할 책이겠지? 그런 생각을 막연하게 했었는데, 오늘 딱 단발님이 이렇게 그 중 한 권을 그것도 가격까지 친절하게 올려 주셨네요.
일단 읽어 보시고, 구입해야 할 것인지 심의를 해 주세요^^

단발머리 2022-08-11 22:59   좋아요 2 | URL
제가 아직도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을 읽고 있다는 거, 알고 계시죠? ㅋㅋㅋㅋㅋㅋㅋㅋ 그 시리즈가 3권이라서요. 한 권은 마치고 사야지 싶은데 이 책도 참 근사하니 괜찮네요. 몇 편만 더 읽어보고 결정할게요.
근데 아무래도 사야G 각입니다. 하하하.

공쟝쟝 2022-08-12 08:33   좋아요 0 | URL
흑 너무 비싸죠 ㅠㅠㅠㅠ 좋은 책이다 ㅜㅜㅜ 저도 혁명론이랑 전체주의의 기원. … 정신의 삶 은 더 어마어마 ㅠㅠ 아렌트 파려면 부자여야함 ㅠㅠㅠ 아… 일단 아우구스티누스 먼저 읽고 생각해봐야지 ㅠㅠㅠㅠ 히힝 ㅜㅜㅜㅜ

단발머리 2022-08-12 08:36   좋아요 1 | URL
아직 결정한 건 아니구요ㅋㅋㅋㅋㅋㅋㅋ근데 잘 정리된 책이고 잘 만들어진 책인거는 확실합니다.
아렌트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사야 된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22-08-11 21:2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6. 행간이 넓어서 읽기에 편함
7. 무거워서 들고 읽기에 불편함

책읽는나무 2022-08-11 21:4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8. 벽돌책은 반납 재대출을 몇 번을 각오해야 할텐데 그것도 쉬운 일은 아님.
9. 독서대는 필수.
10. 가격은 좀 쎄니까 할부로??ㅋㅋ

단발머리 2022-08-11 22:03   좋아요 1 | URL
8-1. 도서관책은 줄을 칠 수 없으니 줄을 쳐야 할 정도로 사고 싶은 책인지 확인해야 함
9-1. 독서대도 힘들어함
10-1. 할부는 3개월이 적당함
 





 













종일 비가 내렸다. 월요일에는 강남 인근 지역의 집중 호우로 퇴근길이 재난 영화급이었는데, 우리 동네는 비가 많이 안 와서 그 정도인 줄 몰랐다. 아침에 일어나 뉴스를 보고 듣는데, 비상 상황이었다. 하지만 이때도 모른 척 할 수 없는 서울 중심주의’. 다른 곳에서도 그 정도의 호우라면 큰 문제가 되었겠지만, 무엇보다 서울이어서, 정확히는 강남이어서. 게다가 정부의 대응이라는 게 참. 욕하면 입만 아프다. 말을 말아야지.

 

화요일 오전에도 비는 부슬부슬 내리고 도로 곳곳은 침수되었고, 국지성 집중 호우 예보가 있었는데. 바쁜 일이 없는 나는 굳이 준비를 하고 롱원피스를 입고 집을 나섰다. 오늘은 도서관 말고 시내 나가야지. 멀리, 더 멀리 가야지.  

 

아이들 낳고 처음으로 맞이하는 비수기 방학에 내심 즐거웠는데, 이번 주부터 휴가 쓴다 하고, 다음 주에는 학교 안 가는 날도 있어서 조용한일상은 화요일이 마지막이었다. 나는 굳이, 비를 뚫고 나갔다. 책들을 구경하고 책들 배치가 바뀌어 있는 것을 확인하고 그렇게 시간을 보내고 있다가 사람들의 웅성거리는 소리를 듣게 되었는데. 그게 오늘이야? 그럼 오늘, 오시는 거야? 라는 말소리. 누가 오시나. 서점이니까 작가님이겠지. 유명한 사람이 오는 걸까, 하고 앞의 플랜카드를 쳐다본 순간. 『파친코』 출간 기념 이민진 작가 사인회. 2022 8 9일 화요일 오후 2. 일부러 맞춰 온 건 아닌데, 시간과 장소를 맞춰 왔구나.

 

싸인은 그날 책을 구입한 사람 중 선착순일 테니 나는 작가님 얼굴이나 보고 가야지. 근처에서 간단히 점심을 해결하고 10분 전에 사인회 장소에 도착해 어슬렁거린다. 작가님은 저쪽에서 나오신다고.

 





30. 자료조사하고 집필하는 데 30년이 걸렸다는 걸 어떻게 이해하면 좋을까. 다하지 못한 이야기, 한이 서린 이야기, 역사 속에서 사실로 존재했던 이야기들을 작가는 소설로 풀어냈다. 예일대 대학 강의실에서 친구의 권유로 우연히 듣게 된 재일 한국인 소년의 자살과 그에 대한 이야기가 어제 들은’ 것처럼 자신을 따라다닌다고 느낄 때. 하나의 이야기에 매여서 등장인물들을 창조하고, 사랑하게 하고, 헤어지게 하고, 죽게 만들었던 그 30년의 시간. 상상조차 쉽지 않다. 글자로 쓰인 것 중에는 시를 최고로 여긴다고 하지만, 현대인은 트위터 할 시간은 있어도 시를 읽을 시간은 없기에 시인은 거의 멸종 상태에 이르고. 그나마 이야기의 힘이 소설, 웹툰, 드라마, 영화, 게임을 지배하고 있다. 이야기의 힘, 소설의 힘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본다.

 



 






작가님을 마주 보고 책장 앞에 섰는데, 작가님이 이 정도 거리에 계셨다. 생각보다 아름다우시고 생각보다 젊으셔서 놀랐다. 한 사람, 한 사람 눈을 맞추시고 환히 웃어 주셨는데 눈웃음이 이효리급이어서 한 번 더 놀라고. 진짜 놀라운 건 그다음인데, 싸인을 받기 전에 이름을 말하면서 사람들이 작가님에게 이야기를 하는데, 이 사람들이 다 영어로. 그래, 작가님은 7살에 이민 가셨으니 당연히 영어가 편하시지요. , 그런데 원어민 앞에서 영어로 이야기하는 여러분은누구세요?

 

그렇게 잠깐 서 있는데, 작가님 앞에 서 있는 한 사람이 뭐라뭐라 이야기하자 작가님과 그 사람, 그리고 내 주위의 모든 사람이 와하하하고 다 같이 웃는다. 잠깐만요. 저는 못 들었단 말입니다. 잠깐만요. 뭐라고요? 그제야 내 주위의 소곤거리는 소리가 영어라는 걸 알아챈 나. 책을 들고 연일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으며 작가님을 애정 가득한 눈으로 쳐다보고 있는 젊은이들도 다 영어로 말하고 있다. , 여기는 미국인가. 한국인가. 그리고 여러분은 대체. 누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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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의화가 2022-08-11 13:0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흥미진진하게 읽었습니다! 작가에 대한 고려의 차원이었을까요? 독자들도 영어로 이야기하는 광경이 낯설기도 합니다. 제가 그 입장이었으면 어땠을까~ 진짜 그분들은 누구?ㅎㅎㅎ
그나저나 인생은 타이밍이 맞나봅니다! 그 비를 뚫고 가신 보람이 있으셨네요^^ㅎㅎㅎ

단발머리 2022-08-11 13:12   좋아요 1 | URL
작가에 대한 고려 차원이었다고 생각하기는 합니다만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암튼 책은 거의 <파친코> 들고 있었는데 말은 다 영어로 하더라고요. 주위의 젊은이들(20대)와 외국인들까지 해서 완전 글로벌한 분위기였습니다.

저도 이 책 좋게 읽었고요. 주제와 소재, 인물도 그렇지만 사건을 풀어가는 방식이 무척 마음에 들었는데 작가님 직접 만나니 더욱 좋았습니다. 인생은 타이밍 맞는 것 같아요. 의도치 않은 즐거운 만남이었습니다. 물론 저만 기억하는 만남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거리의화가 2022-08-11 13:15   좋아요 1 | URL
ㅎㅎㅎ 교보문고가 아니었다면 뒤의 타이틀이 한글로 써져 있는 것만 아니면 외국으로 봐도 무방했을 현장이었겠네요. 말씀하신대로 작가님의 미소가 참 좋습니다.
어쨌든 새로운 경험이셨듯해요^^

단발머리 2022-08-11 13:18   좋아요 0 | URL
네, 그 시간 그 장소는 외국이었죠 ㅋㅋㅋㅋㅋㅋ 아, 안내말씀은 한국어로 하시던데요.
저는 맨 첫번째 사진의 스팟 1과 왼쪽과 오른쪽 측면에서 작가님을 샅샅이 구경하고요. 비 쏟아지니 얼른 집으로 귀가하라는 친구의 문자 지시에 따라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보람찬 하루였죠^^

저희 동네는 지금 비가 그쳤어요. 화창하지는 않은데 비만 안 와도 괜찮네요. 거리의화가님도 오늘 좋은 날 되세요!

미미 2022-08-11 13: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앗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 단발머리님! 상황이 너무 웃기고 (왜 눈물이 나려 하는가ㅋㅋㅋㅋㅋ)공감되고 아...사진까지 올려주셔서 잠시 단발머리님께 제가 빙의?된 듯한 착각까지 했습니다. 저 얼마전 극장에서 나올때 남자고등학생 3명이 옆에 있었는데 영어로 이야길 하더라구요? 발음이 원어민에 가까워서 요즘 참 잘가르치나보다 생각했어요ㅋ

단발머리 2022-08-11 18:03   좋아요 1 | URL
눈물 닦아주시고요, 미미님! 저는 제 주위의 젊은이들, 교포라고 생각했습니다ㅋㅋㅋㅋㅋㅋㅋ 복장도 자유로웠고요. 영어도 자연스러워서요. 그렇게 생각하면 눈물 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발음은 요즘 애들이 그렇게 좋다고 그러대요. 신기한 세상입니다^^

다락방 2022-08-11 14:0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제가 몇해전에 리베카 솔닛 의 작가와의 만남에 갔었거든요. 거기가 무슨 대학이었더라. 대학 강연장을 빌려서 할만큼 사람들이 많이 왔었는데요, 솔닛이 얘기하면 통역분이 그걸 저희에게 전달해주셨는데, 그 강의실 안의 많은 사람들이 솔닛이 얘기를 하면 같은 타이밍에 웃더라고요. 왜웃어? 어리둥절 하다가 통역해주시는 분의 얘길 듣고 ‘아 이 지점에서 웃었구나‘ 하게 되는데, 그 때 참 기분이.... 한국에 영어 잘 하는 사람, 정말 많은것 같아요, 단발머리 님.

끝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그 학교를 나오면서 친구랑 ‘우리 빼고 솔닛이 하는 말 다 알아들은거 같지?‘ 하고 씁쓸해하며 갈빗집에 들어가 소주를 마셨습니다. 물론 안주는 갈비...


단발머리 님, 저는 다락방 입니다. 그냥 말씀드리고 싶었습니다. 이만 총총.

단발머리 2022-08-11 18:07   좋아요 1 | URL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한국에 영어 잘 하는 사람 많은 거 같아요. 다락방님의 에피소드 읽다보니 그 때가 생각나네요. 호랑이가 담배 피던 시절이던가요. 리차드 도킨스 강연 갔는데 입구에서 통역기 주는데 저랑 동행한 사람이 필요없다 해서 얼떨결에 ˝괜찮아요.˝ 이러고 들어가서 1시간 반 동안 후회했다는 안타까운 이야기요.

그런 밤에, 소주와 갈비는 잘 어울립니다. 물론 소주와 삼겹살도, 파전도 잘 어울리겠지만요.
다락방님의 그냥 전해주신 말씀, 매우 심히 감사드립니다.

비로그인 2022-08-11 16: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ㅏㅏㅏㅏ단발머리님 진촤 웃겨효

사랑스러운 단발머리님, 저는 한국말도 잘 못하는 아른입니다. 저도 다락방님을 따라 이만 총총.

단발머리 2022-08-11 18:08   좋아요 0 | URL
아른님에게 큰 기쁨을 드렸다면 저로서는 매우 기쁘고 즐거운 일입니다.

저도 한국말에 능숙해지는게 소원이기는 합니다. 한국말 잘하면 영어도 잘한다고 하던데요 ㅋㅋㅋㅋㅋ 두 분 같이 어디 가세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난티나무 2022-08-11 19: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제가 영어(포함 외국어)를 못하는 이유가 한국어를 못하기 때문!!!!! 인 건가요오 @@ 급 슬퍼집니다….. ㅎㅎㅎ
작가님 웃는 모습 정말 환하네요! 저도 저렇게 웃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생각해봅니다.^^

단발머리 2022-08-11 20:32   좋아요 0 | URL
슬픔은 모두 저의 것이라서요, 난티나무님에게 돌아갈 슬픔은 남아있지 않습니다 ㅎㅎㅎ
작가님이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저런 환한 눈웃음 발사하셨고요! 싸인할 때는 안경 쓰시고, 셀카 요청하면 안경 벗으시고 그랬습니다. 하하하.

수이 2022-08-11 20: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작가님 웃는 모습 아름다워요. 꽃바구니보다 더 환하고 밝아요! 영어 너무 잘하는 이들 많아서 저는 영어를 포기하도록 하겠습니다 이만;;;;

단발머리 2022-08-11 21:18   좋아요 0 | URL
작가님 정말 넘나 환한 미소... 전 완전 팬!! 이러지는 않았는데 한 사람, 한 사람 얼마나 진중하게 대하시는지 팬 되어도 좋겠더라구요. 꽃바구니가 필요하더라구요. 작가 사인회는요, 명심할게요!! (충성!!)
영어를 포기하지 말..... 말아요. 말아요. 말아요.

책읽는나무 2022-08-11 22: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효리급 미소라는 게 참말이네요?^^
어떻게 저렇게 웃으실 수 있죠?
나도 거울 보고 연습해 보고 싶어지는군요ㅋㅋㅋ
독자들이 영어로....에는 갑자기 웃음이 멈춰졌어요ㅜㅜ
아뉘......그런 건가요???
아....한국에 살아도 갑툭튀 영어 하는 상황이 발생하는군요??
그럼 단발님도 줄 서서 작가님 앞에 서셨을 때, 멋지게???? %:._~/-^♡♡♡

단발머리 2022-08-12 08:41   좋아요 2 | URL
작가님 사진 잘 안 나오는 스탈이에요. 실제로는 훨씬 더 아름다우십니다. 글고 저 웃음은 평생 동안의 경험이 어우러진 사랑의 눈웃음 아닐까 싶어요. 무엇보다 진심으로 한 명, 한 명 대해주시는게 참 좋았어요.
한국인데도 가끔 그런 상황이 발생하더라구요. 저는 그래서 책을 안 사고 줄도 안 섰던 거 아닐까요? ㅋㅋㅋㅋㅋ 멀리서만 작가님 만나려고요? ㅋㅋㅋㅋㅋㅋㅋㅋ (웃으면서 울고 있음)
 
































어젯밤에 아멘하고 왔더니(통역: 어젯밤에 금요기도회 참석하고 집에 돌아왔더니) 정희진쌤 책 두 권이 도착해 있었다. 보자마자 봉투를 뜯어 김치 냉장고 위에 올려두었는데, 너무 피곤해 읽지 못하고 아침에 눈 뜨자마자 첫 페이지를 넘긴다. 4권이 더 예쁘지만 5권 먼저 읽고 싶다.

 















『삶을 바꾼 페미니즘 강의실』 정희진쌤 부분을 읽으며 발췌해 두었던 고 장춘익 교수의 문장이 첫 번째 페이지에서 보여 반가웠다. 다시 한 번 기억하는, 지적으로 욕망의 대상이 된다는 것.

 


페미니즘이 네 주장의 설득력을 보증해주는 것이 아니라 너의 지식이 너의 페미니즘에 설득력을 가져다주어야 해. 페미니즘이 아닌 다른 영역에서도 지적으로 신뢰받을 수 있어야 사람들이 네 페미니즘도 신뢰한단다." (9, 장춘익)

 

 


나는 워낙 마구잡이로 읽고 또 실제로 많이 읽는 사람도 아니어서 나의 읽기에 공부라는 이름을 붙이는 게 민망하기는 하다. 하지만 알고 싶고, 아는 것을 넘어 이해하고 싶고, 그리고 그것들을 나의 말로 풀어내고 싶은 마음이, 욕망이 없는 것은 아니다.

 


베껴쓰기와 인용, 필사의 수준이지만 또 다른 앎과 삶에 대해 배우고 싶다. 읽고 쓰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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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anca 2022-08-06 09:2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는 저 중 먼저 나온 두 권을 읽었고 신간 중에는 <새로운 언어를 위해서 쓴다> 사고 싶은데...이미 너무 많은 책을 사서 흑, 절약해야겠지요? 부럽습니다.

단발머리 2022-08-06 09:31   좋아요 3 | URL
에공ㅠㅠ 저는 다른 책은 생각하면서 고민하면서 구입하는데 정희진쌤 책만은 고민없이 사고 있네요. 책이 집에 많이 있지만 계속 사고 싶은 이런 마음…. 뭘까요 ( “)

독서괭 2022-08-06 09:37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악 시리즈 쫙 두고 보니 소장욕구가 마구…! 특히 4,5권 넘 아름답네요 ㅜㅜ

독서괭 2022-08-06 09:39   좋아요 3 | URL
어제 이시리즈 3권이 알라딘직접배송중고로 있기에(그것도 최상!) 담아놨는데 그새 팔렸네요 ㅜㅜ

단발머리 2022-08-06 18:02   좋아요 2 | URL
에고야 어째요ㅠㅠ 최상이면 겟하셔야했는데… 원래 알라딘중고는 빛의 속도로 없어지더라구요. 쩜쩜.

미미 2022-08-06 09:56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저도 마침 정희진언니 책 읽다가 글 올렸는데 단발머리님 찌찌뽕입니다.(>.<) 이번책도 마음에 쏙 들어요!

단발머리 2022-08-06 18:03   좋아요 2 | URL
미미님 찌찌뽕 반가워요! 우리 <정희진 같이 읽기>인가요? 근데 저 앞에 쪼금 읽어봤는데 어렵더라구요. 아.. 슬프다… 쩜쩜.

수이 2022-08-06 10:40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시간의 제한 없이, 주부라는 정체성 없이 읽고 쓰는 시간은 언제나 고통스럽고 달콤해요. 그대는 아직 출판만 하지 않았다 뿐이지 저의 읽고 쓰는 동지들 중에서 가장 탑이고 언제나 본받고 싶은 분입니다. 시간의 그물망 없이 누군가를 보살펴야 한다는 부담감 없이 우리가 이미 가졌으나 더 완벽하게 갖고싶어하는 정체성이 어느 순간 모든 것들을 완성하게 해줄 거예요.

단발머리 2022-08-06 18:09   좋아요 2 | URL
누군가를 보살펴야 한다는 부담감 없이.. 에서 제 맘이 쿵… 하고 떨어지네요. 가진 것에 감사하면서 불평하지 않으면서 스스로를 가꾸어가면서 한걸음 더 내딛는 자세를, 전 비타님에게서 배웠어요. 귀한 격려의 말씀 감사해요, 비타님! 😘

거리의화가 2022-08-06 13:5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시리즈 한 곳에 모아놓으니 진짜 근사하네요^^ 저는 3권까지는 사두었는데 아직 읽지를 못해서 다 읽고 나서 5권을 마저 사려고 합니다.

단발머리 2022-08-06 18:25   좋아요 1 | URL
이번에 4, 5권 나온김에 서둘러 읽으시면 좋겠네요. 선택, 독서, 구매 중에 제일은 역시 구매니까요! ㅎㅎㅎ

책읽는나무 2022-08-07 06:3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욕망이 없는 것은 아니다.^^
단발님의 욕망은 늘 빛이 났던 거 아시죠?
한 번씩 단발님의 글을 읽을 때, 그런 생각을 하곤 했어요. 맞아, 그런 사람이었어! 끄덕끄덕!!!
단발님의 첫 인상을 떠올리곤 합니다.
아마도 다락방님 서재에서 처음 뵌 듯 한데... 두 분의 주고 받는 댓글에서 지적인 아우라가 팍!!!! 무척 친구하고픈 분이셨어요.ㅋㅋㅋ
단발님의 말로 풀어내는 글을 읽으면 늘 공부하려는 자세가 느껴지는 지성미에 맞아! 이런 사람이었어~늘 배우고픈 사람~ 친구하길 잘했어!! 속으로 생각합니다^^
계속 읽고 쓰신다면, 저도 단발님의 글을 신나서 읽을게요. 더 많이 공부해 주세요. 부담 팍팍 드립니다ㅋㅋㅋ

단발머리 2022-08-11 18:15   좋아요 1 | URL
저의 빛나는 욕망을 알아주셔서 감사해요, 책나무님!! 제가 오늘 페이퍼에 영어 관련 이야기 썼는데요. 지금 이 댓글을 읽으니 지적인 아우라는 한없이 쪼그라들고 ㅋㅋㅋㅋㅋ 엄청 부끄럽네요. 하지만, 책나무님과 좋은 알라딘 이웃, 알라딘 친구가 되어서 너무너무 기쁩니다.
오래오래 책나무님의 읽기 친구, 독서 친구, 수다 친구가 되려 합니다.
부담 팍팍 안고서 열심히 읽을게요. 앞으로도 사랑과 관심 오래오래 부탁드려요!!!

바람돌이 2022-08-07 14:4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표지는 4권이 더 예쁘지만 제목과 목차는 5권이 더 끌리더라구요.
항상 단발머리님의 읽기도 글도 열심히 공부한 흔적이 많이 보여서 늘 배우려고 노력합니다. 물론 잘 안되긴 하지만요.
정희진샘의 글 리뷰도 기대하며 기다립니다. ^^

단발머리 2022-08-11 18:13   좋아요 0 | URL
전 5권 먼저 읽고 있는데 너무 좋네요. 물론 어렵기는 하지만요.
공부한 흔적이 많이 보인다고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바람돌이님께 이런 칭찬을 들으니 더욱 으쓱해지네요.
열심히 읽고 있을게요. 기다림에 적당한 리뷰여야 할 텐데요. 걱정입니다^^

다락방 2022-08-07 17: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삶을 바꾼 페미니즘 강의실은 사실 관심 없었는데 단발님의 이 글을 보니 이것도 사야하는것인가 싶네요.
언제나 말씀 드리지만 읽고 씁시다. 저는 우리가 읽고 쓰는 것이 우리를 좀 더 좋은 방향으로 이끌 거라고 확신합니다.

단발머리 2022-08-11 18:11   좋아요 0 | URL
저는 정희진쌤 부분만 읽었습니다. 여러 분들이 모여서 같이 쓰신 책이라서요. 장춘익 교수를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좋겠지만 저도 그 분을 잘 모르고 있어서요.
읽고 씁시다! 다락방님 그 말, 항상 귓가에 맴돌아요. 고마워요, 다락방님!!

공쟝쟝 2022-08-07 23: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 ㅠㅠ 저 이거 시리즈 다 살것입니다

단발머리 2022-08-07 23:25   좋아요 1 | URL
아무렴요 ㅋㅋㅋ지금 암스테르담 오후 4시 24분이네요. 1분 1초 아껴서 재밌게 놀다와요^^

공쟝쟝 2022-08-07 23:39   좋아요 1 | URL
나 서울시ㅜ양천구

건수하 2022-09-13 06:3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그 머리말에 기억에 남아서 밑줄 쳤는데 :)

장춘익 선생님 책 찾다가 지난번에 하트 누르고 간 단발머리님 글 두개를 다시 읽고 좋아서 댓글 남기고 가요 :)

단발머리 2022-09-13 09:34   좋아요 2 | URL
이 책이 장춘익 선생님 제자분들 글모음이라서 저도 함 읽어야지 했는데요. 다 못 읽고 반납했어요. 수하님은 성공하시길요^^

건수하 2022-09-14 14:08   좋아요 1 | URL
아 제자들 글 모음이군요, 그러면 그 인용문은 또 머리말 같은 곳에 있으려나.. 여러분 글 모임은 좀 지칠 때가 있어서 ㅎㅎ 저도 도서관에 있나 찾아봐야겠어요.

단발머리 2022-09-13 10:21   좋아요 2 | URL
정희진쌤이 인용하신 그 부분은 저 책 <삶을 바꾼 페미니즘 강의실> 속 정희진쌤 글 끝부분에 있어요. 신간에 옮겨쓰시면서 표현 조금 바꾸셨더라구요. 헤헤헤.
 


















아니 에르노의단순한 열정』을 읽었다. 『탐닉』이 워낙 강한 느낌이라 이 책은 상대적으로 밋밋하게 느껴질 정도다. 굳이 비유하자면, 『탐닉』이 고소한 향의 진한 에스프레소라면단순한 열정』은 부드럽게 잘 넘어가는 아이스 아메리카노 같다고 할까. 두 책을 읽는 순서가 바뀌었다면 좋았을걸.

 


사랑하는 사람, 사랑하는 존재에 대한 그녀의 열정은 너무나 뜨겁고 절절하게 애달프다. 그녀의 열정에 대한 불편한 마음이 무엇 때문인지 생각해 본다. 본래적으로, 태생적으로 사랑 없이 살 수 없는 사람들이 있구나. 하지만 나는 사랑 없이도 살 수 있을 거 같은데. 내겐 왜 이런 마음이 없는 걸까. 그녀의 사랑이 일시적이었다는 건 중요하다. 와해에 가까운 이런 정신 상태로 그녀는 거의 2년의 세월을 보냈지만 이렇게 5, 10년을 사는 건 불가능하지 않을까. , 그녀의 열정이 계속해서 타오를 수 있었던 건, 그가 끝까지 그녀의 완벽한 소유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추측. 완전히 가지지 못했기에 가지고 싶어 하는 욕망이 사그라지지 않았던 건 아닐까.  

 

더 많이 주고 계속 주면서도 그에게서 아무것도 받지 못하는 그녀, 그를 왕자님으로 대우하는 그녀의 모습도 불편하기는 마찬가지다. 하지만, 그는 그녀에게 멈추지 않는 시간을, 영원히 기억될 순간을 선물해줬으니. 그녀는 그의 이런 사랑에 만족해한다. 까칠한 나와는 다르다.

 

 


<해설 : 소외된 사람들을 위한 글쓰기>에는 그녀의 작품과 관련해 그녀의 인생이 소개되는데, ‘자서전’, ‘자전적 소설’, ‘혈통소설나아가 오토픽션으로 불리는 자아의 글쓰기에 대한 설명이 담겨 있다. 자신이 속했던 계급에서의 탈출에 성공한 지식인이 자기 부모와 계급을 되돌아볼 수밖에 상황에 대해서는 『랭스로 되돌아가다』의 디디에 에리봉이 떠오른다.

 

 

그 사람과 사귀는 동안에는 클래식 음악을 한 번도 듣지 않았다. 오히려 대중가요가 훨씬 마음에 들었다. 예전 같으면 관심도 갖지 않았을 감상적인 곡조와 가사가 내 마음을 뒤흔들었다. 그런 노래들은 솔직하고 거리감 없이 열정의 절대성과 보편성을 말해주었다. 실비 바르탕이 노래한 <사람아, 그건 운명이야>를 들으면서 사랑의 열정은 나만이 겪는 게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대중가요는 그 당시 내 생활의 일부였고, 내가 사는 방식을 정당화시켜주었다. (23)

 


위의 본문과 관련해서, 해설 중에 이런 문단이 있다.

 


단순한 열정에 빠진 문학교수는 예전처럼 바흐를 듣거나 사르트르를 읽지 않고 유행가와 영화에 공감하는 자신을 발견하고 놀란다. 부르디외의 견해에 따른다면 문화소외계층이 도무지 진입할 수 없는 취향 영역이 음악이다. 다시 말해 신분상승과 더불어 취미, 의상, 입맛 등이 바뀌지만 음악에 대한 감수성은 좀처럼 달라지지 않는다는 뜻이다. 작가는 전남편의 권유로 가까스로 바흐를 듣게 되었지만 연인에게 버림받자 <마태수난곡> 보다는 실비 바르탕의 노래에 절감하게 된다. (해설; 86)

 


어제저녁에 소파에 반쯤 누워 이 부분을 읽다가 화들짝 놀라 일어나 자리에 앉았다. , 부르디외. 부르디외의 말이 옳았어.


 

10여 년 전 일이다. 평생교육원에서 유아 피아노 수업을 듣게 되었다. 수업해주시는 교수님은 유아 페다고지 쪽으로 일가를 이루신 분이어서, 수강생 중 몇 명은 지방에서, 한 명은 제주도에서 매주 서울까지 올라올 정도였다. 활달하고 에너자이저와 같은 교수님께서 어느 날엔가는, 신세계 정용진 회장 이야기를 하시는 거다. 그때는 멸콩 논란한참 전이니까, 나는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잘 모르고 그냥 고현정의 전남편이라는 사실만 알고 있을 때였다. 교수님께서 그의 트위터를 인용하시며 그가 클래식을 얼마나 골고루 넓고 깊게 듣는지, 전공자인 자기도 모르는 곡을 좋아하고 강추하더라, 이런 말씀을 하셨다. , 나는 클래식 들으면 졸리던데. 속으로 이렇게 생각했더란다. 교수님도 이야기 말미에 어렸을 때 듣는 음악의 중요성, 클래식을 어려서부터 듣는 환경에 대해 말씀하셨던 기억이 난다.

 



어떤 문화가 더 고급이다, 혹은 저급이다, 라고 나누는 것 자체가 우습기는 하지만, 우리가 사는 세계는 그런 구분과 구별을 기본으로 하는 것 같다. 라흐마니노프 좋아한다고 말하는 사람은 김동률 좋아한다고 말하는 사람보다 왠지 더 우아해 보이고, 뭔가 있어 보이고. (나만 그렇습니까?)

 

말로는, 꼭 그런 건 아니라고 하지만, 순간순간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특히 아이들은 나보다 더 클래식을 좋아하고 더 많이 들었으면 하는데 그게 생각대로 되지 않는다. 교육의 일환으로 여러 가지 방법을 취해보지만, 실제 효과는 매우 미비하다. 손열음 연주회, 실황 공연에 데리고 가고, 나 혼자라도 김선욱 피아노 독주회 다니고, 한국의 자랑 조성진이 쇼팽 콩쿨 1위했을 때 쇼팽 악보집 사서는 연주 플레이시키면서 악보 읽는 모습 보여주고, 라흐마니노프 아무리 크게 틀어놓아도.

 


눈치 100, 사회생활 만랩의 귀염둥이 아롱이는 실컷 놀다가, 슬슬 발동 걸린 내가 이제 (공부하러 방에) 들어가야지?”, “(공부) 할 거 시작해야지?”라고 말하기 정확히 1분 전에. 김광석, 이문세, 박효신, 성시경, 잔나비, 아이유, 에일리 노래를 플레이한다. 그렇게 지혜롭게 4분을 번다. 엄마가 말로는, 김선욱의 베토벤 해석이 제일 맘에 든다고, 김선욱 진짜 좋다고 하지만, 실제로 좋아하는 사람은 잔나비인 걸 아롱이는 아니까.

 




 


짝궁의 공부. 오른쪽의 아이는 32 나누기 52 하다가 집에 갔고, 왼쪽 아이는 턱 jaw 외우고 있다. 맞은편 아이는 <Unit. 3. 일반 동사의 과거형> 보고 있고 그 옆의 아이는 노트정리 하다가 지금은 종이 접고 있다. 책 읽는 아이는 대각선에 딱 한 명. 그 옆에, 또 그 옆에 중학생들도 다 문제집 풀고 있다. , 문제집이 문제가 아닌데 말이지요.






어렸을 때 내게 사치라는 것은 모피 코트나 긴 드레스, 혹은 바닷가에 있는 저택 따위를 의미했다. 조금 자라서는 지성적인 삶을 사는 게 사치라고 믿었다. 지금은 생각이 다르다. 한 남자, 혹은 한 여자에게 사랑의 열정을 느끼며 사는 것이 바로 사치가 아닐까. - P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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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미 2022-08-04 15: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 아롱이 너무 깜찍하네요ㅋㅋㅋㅋㅋ
부르디외의 말에 공감합니다.
저 라흐마니노프를 좋아하지만 아무래도 기분이 꿀꿀할때 손이가는건 역시 김동률이더라구요. 잔나비좋죠!
설렘과함께 진한 에스프레소 한잔 찜해갑니다.^^

단발머리 2022-08-04 15:21   좋아요 1 | URL
아롱이가 그렇게 깜찍합니다. 실제로는 거뭇거뭇한 ㅋㅋㅋㅋㅋ 여기까지만 하겠습니다.
저도 라흐마니노프 좋아하지만 라흐마니노프는 다른 거 안 하고 음악만 들어야 돼요. 그죠? 그리고 너무 하늘의 언어인지라 꿀꿀할 때, 울적할 때는 역시 김동률이죠. 요즘엔 잔나비도 큰 사랑을 ㅋㅋㅋㅋㅋㅋ 저한테 받고 있고요.
미미님과 제가 좋아하는 남자 스타일이 비슷하네요. 라-김-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수이 2022-08-04 15: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캬 좋다 이 모든 것들이

단발머리 2022-08-04 16:13   좋아요 0 | URL
크흐 그렇단 말입니까 진정 😘😘😘

독서괭 2022-08-04 15: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롱이 정말 똑똑하군요.. 엄마의 찐마음을 알아챈다 ㅋㅋ 전 얼마전 아이 데리고 공연 보러 갔는데 차이콥스키 음악이 참 좋더라구요. 하지만 퇴근길 차에서 튼 건 비욘세였다.. ㅋㅋ 사실 최근 젤 반복해서 많이 들었던 건 다이너마이트 같습니다 ㅋㅋ 방탄 몇명인지도 모르는데 그노래는 참 좋더라구요😊

단발머리 2022-08-04 15:33   좋아요 0 | URL
엄마의 말이 아니라 마음을 알아채 버린거죠. 이런 자세여서 살아남는 것 같습니다. 차이콥스키 넘나 좋죠, 그러나 비욘세가 더 좋은 것이고요. 저도 다이너마이트 좋아합니다. 방탄은 7명이고요 ㅋㅋㅋㅋㅋㅋㅋ 저는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한 명, 한 명 이름 댈 수 있는 ㅋㅋㅋㅋㅋ 그런 사람인 것입니다. 참, 제가 좋아하는 방탄 노래는 <airplane pt. 2>에요. 함, 들어봐주세요!!

다락방 2022-08-04 15:4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와 이 페이퍼 진짜 너무 좋아서 제가 암스테르담 호텔방 침대에서 읽다가 벌떡 일어나 암스테르담 호텔방에서 맥북을 켰습니다. (강조)

1. 저는 아주 오래전에 <단순한 열정>을 처음 읽고 되게 불편했어요. 이렇게 쓸데없이 솔직할 일인가? 그래서 아니 에르노를 밀어두었었거든요. 그러다 2016년인가, 다시 읽어보고 싶어져서 다시 읽었는데, 와 그 때는 진짜 내 마음같은 소설인거예요. 뭐 이런 소설이 다 있지? 저는 그 책을 읽는 내내 ‘맞아, 내가 그랬어!‘ 하고 공감하면서 좋아했어요. 사랑에 빠진 저의 상태가 바로 그 상태였었거든요. 사랑에 열렬하게 빠진 순간 제가 미친것 같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아니 에르노 글이 딱 그걸 말해주는 것 같았어요. 아니 에르노에 대한 불편한 마음이 시간이 흐르니 아 내가 그랬네! 하게 되더라고요. 그렇지만 <집착> 이었나 <탐닉> 이었나, 뭔가 읽다가 포기하긴 했습니다.

2. 아니 에르노가 <아버지의 자리> 에서 그런 얘기 하거든요. (노동자, 계급 낮은) 아버지는 자신을 멸시하는 그 그룹으로 딸(아니 에르노)를 밀어 넣기 위해 애를 썼다고. 그 말이 그렇게나 치명적이더라고요. 그런데 오늘 인용하신 글 중에서 문화소외계층을 언급하신 부분에 진짜 무릎을 탁 치게 되네요. 저는 라디오를 듣다가 좋다고 막 게시판에 물어가며 알게 되고 사게 된 클래식 시디가 하나 있긴 하지만 대체적으로 클래식을 듣지 않고 듣게 되어도 저한테 감흥을 주지 않거든요. 저야말로 유행가 가사에 눈물 흘리는 사람인데, 그런데 제가 자랄 때 제 주변에 클래식을 듣는 사람은 정말이지 하나도, 아무도 없었어요. 제가 자랄 때는 제 주변에 전시회나 미술관을 가는 사람도 없었습니다. 그런데 제 조카는 어릴 때부터 뮤지컬, 발레공연을 가고 전시회를 가요. 저는 그리고 제 동생은 자라는 시절 문화소외계층(어쩌면 이것은 과장된 표현일런지도 모르지만) 이었지만 우리의 다음 세대를 그렇게 만들지 않으려고 시도하는 것 같아요. 그리고 그런 간극의 최고봉이 클래식이 아닌가 생각해요. 저는 클래식을 듣는 사람이 저보다 더 나은 사람이라고 확신하는 건 아니고 그런식으로 판단하는 것도 아니지만, 그러나 클래식을 듣는 귀는 제가 가진 귀와는 다르다는 생각은 합니다.
그리고 우리는 사실 클래식이 아니어도 간혹 느끼지 않나요. 지금 내 앞에 있는 이 사람은 내가 살아온 것과는 다른 환경에서 살아왔구나, 하는 것을요.

올려주신 해설을 보니 탐닉을 다시 읽어야하나 싶어져요.
해설이 궁금해서요.


단발머리 2022-08-04 23:13   좋아요 3 | URL
제가 여러 댓글을 받아보았지만 암스테르담 호텔방에서 날아온 댓글은 이번이 처음이라서 영광이며, 오래오래 간직하겠습니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알라딘, 포에버!

1. 저는 오래전 이 책을 알고 있었지만 그냥... 뭐랄까 ‘뒤늦게 사랑에 빠진 여인의 무모한 사랑‘ 쯤으로 여겼거든요. 그건 다락방님의 첫번째 감상과 비슷할 거 같아요. 근데, 전 <탐닉> 읽고 이 소설 읽는데, 막 마음이... 참 복잡한 거에요. 전 <탐닉> 읽으면서 그런 생각 많이 했거든요. 아니 뭘 이렇게 사랑을.... 이렇게 애절하게.... 근데 제가 불편해 하는 바로 그 지점에 사실은 제가 있는 거에요. 제가 그랬거든요. 내가 좋아하는 그 애한테 그렇게 (마음 속으로) 매달리고 매일 전화를 기다리고... 이렇게 에르노처럼 일기를 썼단 말입니다. 혹여나 그 애가 사는 동네 근처에 가게 되면, 운명처럼 만날 수 있을까. 한 번이라도, 먼 발치서라도 볼 수 있을까. 그런 나를, 에르노가 그려낸 거에요. <단순한 열정>은 순한 맛이고요, <탐닉>은 매운 맛입니다. 전, 탐닉이 더 힘들었지만 그래도 그 맘 알겠고요. 제가 페이퍼에서 쓰고 싶었는데 못 쓴 거를 여기에 씁니다 ㅎㅎ 계급 탈출에 성공하고 결혼하고 중산층 시부모 틈에서 문화적 충격, 18년 결혼 생활, 아이 둘 그리고 이혼. 사회적 성공과 작가라는 멋진 직업이 있었지만.... 마흔 여덟의 에르노는 너무 예쁘고 섹시해서 쓱 지나가면 20살 어린 남자들이 추파를 던지고 아직도 그녀를 원하는 숱한 남자들 사이에서... 그 틈에서 자기가 사랑하는 남자를 사랑한 거에요. 이 사랑.... 넘나 대단하고요. 용기 있다고 전, 생각해요.

2. 부르디외 이야기는 좀 짜증나기는 하는데, 그게 맞는 것 같고요. 전, 아니라고 하고 ㅋㅋㅋㅋ 아니고 싶지만 어쩔 수 없이 제가 문화소외계층이었음을 인정하게 됩니다. 근데 그건 있는 것 같아요. 우리가 자랄 때 우리 주변에요. 다락방님 말씀처럼 전시회 가고 미술관 가는 사람 별로 없었잖아요. 근데 요즘 아이들에게는 미술관, 전시회가 박물관처럼 흔한 거니까요. 우리나라가 전체적으로 잘 살게 되어서라고... 전 그렇게 생각해요. 어느 교육 전문가가 그랬다죠. 이 아이들은 여러분과 달라요. 이 아이들이 태어났을 때, 이미 이 나라는 선진국이었습니다. 우리 태어났을 때, 우리나라 후진국이었단 말이죠. 제 말은...... 한두 사람이 아니라, 전체적으로 전반적으로 우리들의 삶의 수준, 질 자체가 바뀌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아이들은 보통의 우리와는 다른 삶, 더 고급스런 삶을 살 수 있는 것 같고요. (하지만 아이들은 이게 당연한 걸로 알죠 ㅋㅋㅋㅋㅋㅋㅋ )

즐거운 여행 되소서! 하이, 암스테르담!!

바람돌이 2022-08-04 15:4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부르디외의 말에 극공감하다보니 음 나는 문화소외계층이었구나 하고 고개를 끄덕끄덕!
저에게 클래식은 너무 어려워요. 요즘은 윤미래와 볼빨간 사춘기 무한 리플레이중입니다.
방탄은 원조 아미였던 딸이 탈덕하고 난 이후 저도 시들... ㅎㅎ

단발머리 2022-08-04 16:15   좋아요 3 | URL
저도 문화소외계층입니다. 저는 윤미래를 좋아하고요. 근데 볼빨간 사춘기는 들어본 적이 없는 것 같아요.
원조 아미였던 따님이 왜 탈덕하게 됐는지... 전 그게 엄청 궁금하네요 ㅋㅋㅋㅋㅋㅋㅋ

공쟝쟝 2022-08-04 16:25   좋아요 4 | URL
저는 대중문화 향유계층입니다. 영탁의 막걸리 한잔을 좋아하며 영탁이 좋다고했다가 단발머리님한테 웃음을 산 적이... 네? 라흐마니노프라고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22-08-04 23:14   좋아요 3 | URL
아니 ㅋㅋㅋㅋ 암스테르담에서 알라딘 웬말이냐? ㅋㅋㅋㅋㅋ 얼른 나가서 놀아요!! 영상 찍고 사진 찍고!!

바람돌이 2022-08-04 17:01   좋아요 1 | URL
구체적으로 얘기를 안해서 정확하지는 않으나 스치듯 한말로 보건대 방탄이 세계화되면서 국내 원조아미들이 섭섭한게 좀 있었나보더라구요. ㅎㅎ
딸이 탈덕하면서 남긴 말.
지들이 누구때문에 컸는데.... 였습니다. ㅎㅎ
그리고는 그간의 온갖 굿즈를 팔아먹더니 그 돈으로ㅠ미모를 가꾸더군요. 굿즈는 살 때는 엄마 돈, 팔 때는 지돈이었습니다. 엄마는 늘 빡칩니다. ㅠㅠ

얄라알라 2022-08-04 21:22   좋아요 1 | URL
단발머리님 ㅋㅋㅋ˝아니 ㅋㅋㅋㅋ 암스테르담에서 알라딘 왠 말이냐? ㅋㅋㅋㅋㅋ˝ 빵 터집니다

그러게말입니다. 아무리 다락방님께서 문자를 젓가락 조정하듯 가볍게 다루시는 분이여도
이렇게 긴 댓글을 앰스테르담에서 쓰시는 건, 컴 앞에 오래 앉아 계셨다는 .
ㅋㅋ다락방님의 휴가를 진정 아끼고 응원하시는 단발머리님의 마음이 느껴지는 충고입니다 ㅎ
아 부러부러 우정이 부러 여행이 부러워

책읽는나무 2022-08-05 00:02   좋아요 2 | URL
ㅋㅋㅋㅋ
암스테르담에서 알라딘 서재 댓글!!
그저 귀한 댓글입니다.

단발머리 2022-08-05 13:54   좋아요 1 | URL
바람돌이님 / 따님의 그 마음 이해합니다. 저는 아미는 아니지만 큰아이 친구들이 비티에스 탈덕하면서 그와 비슷한 이야기를 해서 저도 기억이 나네요. 게다가 그 돈이 그 돈이라니요. 두 번이나 빡치신 어머님께 심심한 위로와 사랑을 전합니다^^

쟝쟝님 / 좋아하는 거는 취향이고 그걸 뭐라 할 수는 없지만... 영탁에 대해서는 어떻게 해줄 수가 없네요. 미안합니다 ㅋㅋㅋㅋㅋ

얄라알라님 / 이분들의 우정 여행 정확히는 <부장님 모시고 떠나는 유럽 여행>은 1분 1초가 얼마나 소중한지요. 이 시간에.... 댓글 달 시간에 영상 제작에 매진하시기를 바래 마지 않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

책나무님 / 그러게나 말입니다. 이 알라딘 댓글을 캡처하고 프린트하고 박제해가지고 ㅋㅋㅋㅋㅋㅋㅋㅋ 맨 위에 <암스테르담 호텔에서> 이렇게 써가지고는 ㅋㅋㅋㅋㅋㅋ 오래오래 간직하겠습니다!

책읽는나무 2022-08-05 00:2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문화소외계층!! 맞는 말 같기도 하구요.
우리는 태어났더니...흑백 티비에서 칼라 티비로 겨우 바뀌는 과정을 직접 볼 정도였으니 클래식에서 소외되었을 수도 있었겠지만, 대신 우린 대중가요를 넘나 절절하게 사랑하며 들을 수 있는 능력을 키웠어요.
그래서 김동률을 끝까지 사랑하면서 또 라흐마니노프를 들어보려고 노력도 할 수 있어요. 왜냐면 우린 음악을 가슴으로 애닳아 하며 들었던 연습이 너무나도 철저하게 장착되어 있기 때문이죠.ㅋㅋㅋ
그래서 똑바로 앉아서 열심히 들을 수 있고, 느껴보려고 노력도 할 수 있죠.
그리고 휴식 차원에서 다시 김동률로!!!^^
이문세, 김동률은 영원한 안식처!!!ㅋㅋㅋ

이러한 단발머리님의 사유를 끌어 내주는 책이라니...또 담아갑니다^^
그리고 짝꿍들의 이야기ㅋㅋㅋㅋ
넘 재미나잖아욧!!!ㅋㅋㅋㅋ
저는 넘 더우면 아파트 독서실에 뛰어 내려가는데 거기서 맨날 애들 공부 뭐하는지? 졸고 있는지? 몇 시에 와서 몇 시에 나갔는지? 며칠을 결석했는지 혼자서 체크하고 있다는...ㅋㅋㅋ

단발머리 2022-08-05 14:00   좋아요 2 | URL
책나무님 말씀이 100번 옳습니다. 우리는 문화소외계층이기는 하지만, 우리가 대중가요를 넘나 절절하게 들으며 성장한 거는 그거 나름대로 혜택인거 같아요. 제가 사랑하는 이문세와 김동률이 책나무님에게도 안식이 된다니 너무 행복한 소식입니다.
저는 지금도 이문세 들으면 중학생 된거 같은 기분이 들어요. 그니까 저의 그 시절과 이문세가 연결된 것 같고요. 김동률은 틀기만 하면, 제 마음 저 아래아래 심연으로 내려가는 거 같아요. 그것도 참 좋고요.

오늘은 짝궁이야기가 없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아, 오른쪽에 한 명 있네요. 오늘은 아이들이 다 학원에 갔나봐요. 도서관에 자리가 텅텅 비어서 전 원래의 제 자리를 사수하고 있고요. 오른쪽 아이는 <Bricks 중학 Grammar 1>하고 있어요. 사전 찾아가며 열심히 하네요. 부끄럽지 않기 위해 저도 열공!! 해야 하는데 하기 싫은 것입니다!!!
 


 

















에바 일루즈의 사랑의 사회학 시리즈는사랑은 왜 불안한가』, 『사랑은 왜 아픈가』, 『사랑은 왜 끝나나』의 세 권이다. 사랑은 왜 아픈가』는 인간의 감정 중 극한의 지점 남녀 간의 사랑에 대한 사회학적 통찰을 시도했다.

 


사랑(특히 이성 사이의 사랑)이 소설의 주제가 되면서 사회적 이동성이라는 주제와 밀접하게 맞물린다(25)는 지적이 새롭다. 이전 세대와의 비교가 필요할 텐데, 저자는 오스틴 여주인공들의 자아가 현대 여성의 자아에 비해 남자의 시선에 훨씬 덜 의존적(55)이었다고 주장한다. , ‘사회 네트워크로서의 연애라는 틀 속에서 여성이 훨씬 더 자유로웠다는 것인데, 구애자인 남성이 예비 장인과 장모뿐 아니라 구애의 대상인 여성에게 철저한 심사의 대상으로 존재했으며, 연애의 과정 전체를 여성이 통제(64)했음을 그 근거로 제시한다. 결혼 시장의 확대는 이러한 문화에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왔다.

 


배우자 선택의 기준이 개인주의화한 것과 공동체의 도덕구조에서 떨어져 나온 것은 두 가지 새로운 기준이 개선행진을 벌여온 데서 분명히 목격할 수 있다. 한편으로는 '감정적 친밀함과 심리적 합의', 다른 한편으로는 '성적 매력의 발산이 그것이다. (86)  

 


계급, 즉 집안과 재산, 평판이 전혀 고려되지 않는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예전에 비해 그 중요성이 급격히 줄어든 것은 사실이다. 이제 중요한 것은 호감을 느끼는 자아’, 그 자아가 경험하는 특별한 감정그리고 도처에 발산되는 성적 매력이다. 저자는 이 과정에서 남성이 주도권을 잡았다고 주장한다. 감정적으로 대등한 관계, 특별히 연애 과정에서 주도권을 쥐었던 여성이 결혼 시장의 등장과 섹스 해방의 기치 아래 훨씬 더 열악한 환경에 처하고 말았다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현대 이전의 남성과 여성은 적어도 감정적으로는 어깨를 나란히 했다. 반면 자본주의 경제에서 재산과 자본 흐름의 대부분을 통제하는 쪽은 남성이다. 이로써 결혼과 사랑은 여성의 사회적이고 경제적인 생존과 직결되었다. 이어지는 두 장에서 논증하겠지만, 결혼시장이 불러온 이런 탈규제화는 섹스 분야를 통제한다는 새로운 형태의 지배권을 남성이 잡도록 방조했다. (109)


 

<권력의 고정 틀 깨기>에서는 문화적 세계관의 하나인 페미니즘으로 사랑의 문제를 연구한다. ‘대칭성에 대한 부분이 흥미롭다. 대칭성이라는 축을 따라 애정 관계를 조직하는 새로운 원칙을 가장 잘 보여주는 예가 성희롱이라는 것인데, 펜실베이니아 대학교의 경제학 교수 데이브 캐스와 석사과정 졸업생 클라우디아 스타셜의 관계를 조망한다. 학교 당국은 학사과정 학장 후보에 오른 캐스의 이전 행동이 부적절하다고 판단했는데,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그들(캐스와 스타셜)은 비대칭적 관계를 비판하는 페미니즘의 규범을 여러모로 침해했다. 이 규범에 따르면 서로 애정을 나누는 사람들이 이루는 관계의 쌍방 사이에 현저한 권력 차이가 성립하는 것은 부적절한 일이다. 이런 틀에서 본다면 비대칭적 관계는 일종의 추행과 다르지 않다. 서로 합의했다는 게 의심스러울 뿐만 아니라 심지어 불가능해 보인다. 대칭적 관계란 평등과 선택의 자유를 나타내는 것이어야만 하기 때문이다. 데이브와 클라우디아는 연령대에서 큰 차이가 난다. 데이브는 클라우디아보다 25세나 많다. 또 대학교에서 권력지위가 서로 달랐다. 즉 데이브는 교수고 클라우디아는 제자였다는 점에서 여러모로 비대칭적 관계였다. (333)

 

 















역시나 생각나지 않을 수 없는 『The Love Hypothesis』. 이 책을 읽고 리뷰를 썼을 때 많은 분들이 남자 주인공(애덤)이 교수, 여자 주인공(올리브)이 박사 과정 학생이라는 점에서 다양한 우려를 표시했다. 작가는 그 부분을 희석하고자 여러 장치를 마련해 두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설정의 의미가 가벼워질 수는 없다.


 

두 사람 모두 미혼(구체적으로는 사귀는 사람도 없는 상태의 미혼)이고, 두 사람의 나이 차가 8살밖에 안 되고, 올리브는 애덤의 제자가 아니었다는 점이 중요하기는 하다. 하지만, fake relationship이었음에도 애덤의 여자친구가 된 이후, 올리브는 실험실의 여러 사람이 자신에게 호의를 베푸는 것을 느낄 수 있었고, (의도한 바는 아니었지만) 올리브의 다음 프로젝트의 책임자는 애덤의 친구였다. 컨퍼런스를 위해 급하게 방을 구해야 했을 때 도움을 준 사람도 애덤이고, 컨퍼런스에서 발표할 슬라이드를 봐주는 사람도 애덤이였으니, 애덤이 소유한 지식/지위/권력//시간이 올리브의 삶 전체에 미치는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는 일이다. 작가는 이를 상쇄하기 위해 애덤을 한없이 소극적인사람으로 그리는데, 그는 예전부터 올리브를 마음에 두고 좋아했지만, 그녀가 같은 과에 속한 대학원생이라는 점 때문에 그녀에게 데이트 신청을 하지 '못' 했다. 말 그대로, 속앓이.

 


다만, 올리브는 애덤의 그런 사정을 알지 못한 채 그와 사랑에 빠지는데, 그 과정에서 자신의 감정과 욕망에 솔직하게 반응한다. 관계의 시작과 진행, 그리고 끝을 조정하는 사람은 애덤이 아니라 올리브다. 애덤 앤 올리브. 올리브 앤 애덤.

 



10년도 이전 일인 거 같은데, 아이들이 방학하기 전이었다. 찌는 듯한 더위가 며칠이나 이어지던 어느 날, 학교에 가려고 나서는 큰아이에게 말했다. 어쩜 좋니, 오늘도 많이 더울 거 같은데. 오늘도 잘 지내고 와. 큰아이가 나를 빤히 바라보며 말했다. 엄마, 우리는 에어컨 있잖아요. 이렇게 더운데, 엄마는 혼자서 어떡해요.

 

엄마, 아빠, 동생, , 친정 식구 네 사람은 모두 더위에 강하다. 우리는 추위에 약한 종이다. 시댁 식구 네 사람은 모두 추위에 강한 종이다. 그러나, 더위에는 어마 무시하게 취약하다. 아이들은 둘 다 시댁 식구들을 닮아 더위에 약하다. 나는 덥지만, 덥지 않다. 어느 경우든, 더위는 참을 만하다. 자기가 더울 때 힘든 것처럼 엄마도 더울까 걱정해주는 아이 맘이 참 기특했다.

 

오늘 아침. 종일 비가 오나, 기온은 몇 도까지 올라가나 앱을 확인하다가 아이가 오늘의 습도를 알려줬다. 95%. 오전 7, 서울의 습도가 95%였다. 아이가 집을 나서면서 말한다. 엄마, 우리 가고 나서 꼭 에어컨 켜요. 너무 힘들어. 아이는 바뀌지 않았다, 착한 마음. 높은 습도에 엄마가 자기처럼 힘들어할까 봐. 엄마는 괜찮아. 나도 집에 안 있을 거야. 걱정 마.



 

 



착한 마음 고맙다. 마음만은 잘 받겠다. 그러나, 나를 걱정하지 마라. 나는 시원하게 안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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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소프 가의 덤앤더머 경쟁 (feat. 용산 시대)
    from 책이 있는 풍경 2022-10-05 20:46 
    제인 오스틴의 『노생거 사원』을 읽었다. 예전에 『노생거 사원』을 읽은 직후, 나의 ‘오스틴 랭킹’은 오만과 편견 > 노생거 사원 > 설득 > 엠마 > 이성과 감성 순이었다. 다른 작품들은 모르겠지만 노생거 사원이 ‘진격의 2위’인 것만은 확실한 듯하다. 줄거리는 모두 다 알고 계시는 대로이다. 특히 이 책은 <작품 해설>에서 역자가 제인 오스틴의 작품 중에서 이 소설이 차지하는 의의와 의미에 대해서 뿐만 아니라 줄거리도
 
 
얄라알라 2022-08-03 15:4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아...이 쿨함이.마구.느껴지는.큰자녀분의 멘트와 엄마의 쿨한 피서처...도서관이신가봐요. 에바 일루즈, 이름이 예뻐서 책은 정작.안.읽고 이름부터 기억하고 있었는데 3권 엮어 읽으면.더 좋겠어요

단발머리 2022-08-03 16:48   좋아요 2 | URL
쿨한 피서처는 도서관입니다. 제 고정 자리가 있는데 요즘 방학이라 초등 아이들이 아주 많아서요. 늦게 도착한 저는 구석 쪽으로 밀려 왔습니다 ㅋㅋㅋ
에바 일루즈 책은 전 두번째인데 쉬우면서도 어렵네요. 근데 다음 책 또 읽고 싶고요^^

얄라알라 2022-08-03 21:1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3권 중에서 이상하게 <사랑은 왜 끝나나>는 읽고 싶지가 않네요^^ 단발머리님 다니시는 도서관은 작은 도서관인가봐요. 커피를 마실 수 있는 곳이라니! 넘 부러운걸요^^

단발머리 2022-08-03 21:49   좋아요 0 | URL
만약 사랑이 끝나지 않을 비법을 알려준다면 <사랑은 왜 끝나나> 읽고 싶은데요, 내용은 그게 아닐 거 같아요. 그죠? ㅎㅎㅎ
네, 제가 다니는 도서관은 작은 도서관이에요. 물과 음료 섭취가 가능한 곳입니다^^

공쟝쟝 2022-08-04 15:5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 나의 에바일루즈가... 잠시 내가 외국간 사이에 단발님에게 점령당했다.... 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22-08-05 14:01   좋아요 1 | URL
한국 오면 찾아가세요. 에바 일루즈 ㅋㅋㅋㅋㅋㅋㅋㅋ 쉬운 거 같지만 어렵네요. 가져요, 에바 일루즈 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2-08-04 16:05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단발머리 님은 어떻게 이렇게 한없이 좋은 페이퍼를 연속해서 쓰실 수 있는걸까요?
에어컨을 켜두라는 아이의 말이 정말 따뜻하네요. 착한 마음을 계속 간직한 채로 살아가는 아이라니. 너무 좋아요 단발머리 님!
내가 더우니 너도 덥지 않을까, 라고 생각하는 건 사실 기본인것 같지만 그 기본을 갖춘 사람은 별로 없잖아요.

단발머리 님이 도서관에 가서 책을 읽고 이렇게 페이퍼를 써주시는 것도 좋고, 에바 일루즈를 읽고 글을 써주시는 것도 좋습니다. 저도 에바일루즈의 저 책들을 모두 갖고 있고 사실 저는 가장 궁금한 건 <사랑은 왜 끝나나>입니다. 어쩌면 우리 모두가 짐작하고 아는 이유가 쓰여져 있을지도 모르지만 그것을 어떻게 써 냈느냐는 중요하니까요. 무엇보다 저는 사랑을 공부하고 싶다는 생각을 해요. 어제 브뤼셀에서 암스테르담으로 이동하는 기차 안에서 전자책으로 고미숙의 사랑에 대한 책을 읽는데, 앞부분만 읽기는 했지만 좀 옛날 글이라는 생각을 하게 됐거든요. 제가 어릴 때 읽으면 좋았을지 모르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네, 라고 생각을 하게 됐어요. 이건 좀 더 읽어보고 판단해야 겠어요.

저는 나이, 지위는 비대칭적 관계의 어떤 상징 같은 것이라고 생각해요. 아무리 너와 내가 우리는 순수한 사랑이야 우리는 서로를 서로라는 이유만으로 좋아해, 라고 해도 단발머리님이 언급하신 것처럼 이미 갖춘 경제적 능력과 사회적 경험 같은 것들은 어쩔 수 없이 기울게 되겠지요. 그건 문화자본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하고요. 올려두신 로맨스 소설은 제가 아직 읽지 않은 책이고 또 그렇게 말하는 것 같지 않다고 생각되지만, 저는 그 비대칭성이 서로를 끌어당긴다고도 생각해요. 저 사람이 나보다 더 가진게 많아서 라는 이유로 상대방에게 매혹당할 수도 있고 또 저 사람에게 내 가진 걸 나눠주고 싶어서 상대방에게 마음이 생길수도 있을 것이고요. 그런점에서 보면 온전히 공평한 상태로 시작했던 건 <헤이팅 게임> 이었던 것 같은데, 제가 그래서 이 설정이 좋다, 라고 생각했으면서도 밀폐된 공간안에서 섹스를 하게될 때 한쪽으로 기울게 됨을 인식하게 됐지요. 완전히 대칭적인 관계라는건 그렇다면 인간이 살아가는 세상속에서 불가한 것은 아닌가, 라는 생각을 해보게 되네요.

공쟝쟝 2022-08-04 16:29   좋아요 4 | URL
저는 그 비대칭성이야 말로 사랑의 본질 같은 것이 아닌가, 그렇다면 내게 사랑은 권력의 쏠림이 있어야만 생겨나는 다소 저열한(;;;) 개념이 아닌가? ㅋㅋㅋ에 대한 질문을 갖고 있어요!! (다 그렇다는 것이 아니라 제가 느끼는 사랑이라는 감정의 발생 포인트?) 그래서 에바 일루즈를 조금 더 읽어보려고 합니다. 그리고 에바일루즈 딱 기다려 이러고 있었는 데 이러다가는 마니아 단발머리 1등 등극하겠어.. 나 어서 어서 한국으로 돌아갈 것이다. 나 에바일루즈 마니아다. 나 한국으로 돌아가기 위해 점심은 한식이다!!!! (또?) ㅋㅋㅋ

단발머리 2022-08-05 14:12   좋아요 1 | URL
다락방님 / 비대칭적 관계에서 경제적 능력, 사회적 지위, 나이가 중요한 요소인건 확실한 거 같아요. 문화자본도 마찬가지고요. <The Love Hypothesis>에서는 올리브가 실험을 수행하는데 그게 잘 안 되었어요. 둘이 이야기 나누다가 핸드폰으로 그 내용을 슬쩍 애덤을 보여줬더니, ˝응, 이건 실험에서 이 부분이 잘못 설정된 거 같애.˝ 하면서 알려줘요. 별거 아닐 수도 있죠, 근데 그 사람이 교수고 박사고 그러니까 그 사람이 슬쩍 봐주기만 해도 답이 나오고.... 비대칭적 관계에서 완벽하게 자유로울 수 없다고 생각해요. 제가 이 소설이 좋았던 거는 애덤은 약간 ‘맹한데가‘ 있거든요. 머리도 좋고 외모도 근사하지만. 가끔 맹하고 ㅋㅋㅋㅋㅋ 암튼 그래요. 글고 학생관리가 엄격해서 학과 내에서 평판도 별로고요. 그 지점을 올리브가 ‘만회‘해주는 지점이 있어요. 애덤이 줄 수 있는게 있고 올리브가 줄 수 있는게 있다고 전 생각합니다.

다만 다락방님 지적처럼 저는 어떤 로맨스보다 <헤이팅 게임>의 설정이 두 사람을 동일 선상에 두었다고 생각하고요. 직장 동료니까요, 승진 기회를 놓고 서로 다투는.... 하지만 섹스에 대해서라면 다른 상황이.. 이건 다른 페이퍼로 풀어가야겠군요. 다락방님, 일단 지금은 암스테르담 맡아 주시고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한국 와서 얼른 페이퍼 쓰세용!!

쟝쟝님 / 전 쟝쟝님이 이 책을 읽으면 저보다 훨씬 더 잘 이해할 거 같아요. 특히 그 권력의 문제에 대해서는 에바 일루즈가 설명하기는 했는데 전 아직 글로는 잘 풀어내지 못할 거 같아요. 뭘 먹든 소화 잘 하고 구경 많이 하고 한식 그만 먹고 ㅋㅋㅋㅋㅋㅋㅋ 좋은 시간 보내고 오세요!!

책읽는나무 2022-08-05 00:3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귀한 댓글들이 여기서도???ㅋㅋㅋ
착한 딸의 마음은 갸륵하고
엄마는 넘 쿨하시고...^^
꼭 이중 생활하는 엄마 같아요ㅋㅋㅋ
딸들은 늘 엄마가 힘들까봐, 엄마가 외로울까봐, 엄마가 위험할까봐....노심초사 하는 것 같아요. 걱정해 주는 마음들이 이쁩니다^^
그나저나 이 책도 또 담아가야 하는...

단발머리 2022-08-05 14:04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 그러게 말입니다. 여기에도 이런 아름다운 댓글이.......
딸이 걱정해주는 마음, 착한 마음은 고맙게 생각합니다. K-장녀가 뭐에요? 이렇게 키우고 싶었는데 실상은 그러지 못해서 미안하고요. 제가 착하고 좋은 엄마라서가 아니라, 착하고 좋은 아이가 제 딸로 와줘서, 제가 항상 고맙게 생각합니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
책나무님 쌍둥이들 거제 찾아간 이야기 넘 좋았어요. 이제 우리 다 키운 겁니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