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 있는 당신께, 다르마 톡
영화 지음, 대지 외 옮김 / 어의운하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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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주 전쯤인 4월 12일에 영화 스님의 <선 명상(운주사 刊)>를 읽고 서평을 올렸습니다. 이 책은 스님이 미국에서 포교 활동을 하며 남긴 대중 법문 모음입니다. 그래서인지 문체가 매우 쉽고 형식이 자유롭습니다. 읽다 보면 스님이 특유의 그 자애로운 웃음을 웃으시며 내게 말을 건네는 듯 착각이 들 정도입니다. 그러면서도 말씀 하나하나가 내 마음을 꿰뚫어보는 듯하고, 세상의 티끌에 찌든 마음이 깨끗이 씻어지는 듯합니다. 과연 고승의 높은 경지는 말 한 마디로 중생의 번뇌를 잠재우는 것인가 봅니다. 

p72 등에서 영화 스님은 자신의 스승인 선화상인에 대해 말합니다. 사람이 종교라는 걸 갖게 된 동기는 불멸(immortal)에의 지향이 그 중 하나입니다. 우리가 어렸을 때에는 몸에 아픈 데도 없고 매일매일이 즐거우며 신체 기능도 정점에 달한 듯합니다. 물론 어린이는 근육도 약하고 잦은 전염병에 시달리기도 하지만, 대신 몸에 기운이 넘쳐나고, 쓸 수 있는 힘에 비해 몸이 참 작습니다. 그래서 열심히도 뛰어다니고, 적게 먹어도 활력이 폭발할 듯 생성되는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영화 스님도 책에서, 인체는 13세가 절정이며 이후로는 그저 쇠퇴할 뿐이라고 하시는데 어떤 의미에서 정곡을 찌르신 듯합니다. 

아무튼 선화상인께서는 도교의 가르침을 예로 들며, 사람은 무려 일만년을 살 수 있는 비결이 있으며, 이는 수련자가 일생을 걸고 추구할 가치가 있다는 말씀을 했다는 게 영화 스님의 증언입니다. 만 년이라니 너무 허황되지 않은가? 게다가 정통 불도도 아닌, 인접 종교의 가르침이라니 말입니다. 다만 만 년이라는 숫자에 지나치게 구애받기보다, 바른 호흡과 명상의 수행으로 몸에 잔고장 없이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면, 또 번민과 증오, 불안, 걱정, 강박 같은 것 없이 편안한 생을 영위할 수 있다면, 이야말로 신선이라든가 천계인의 삶을 사는 것에 근접하지 않겠습니까. 시간이라는 것도 결국 상대적인 성격으로 파악해야 하는데, 심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건강한 1년은, 아프고 괴롭고 불안한 십 년보다 더 가치있다고 볼 수도 있죠. 

관음보살은 세상 사람들의 근심과 고통과 신음과 애로를 멀리서 눈으로 보듯이 들으며 챙기신다고 해서 이름이 그리 지어졌습니다. p126에서 영화스님은 스승인 선화상인에 대해 회고하며, 자신만 아프다고 힘들다고 울면서 불평하는 속 좁은 염원을 관음께 보낸다면, 과연 이를 보살님이 미쁘게 보시겠냐며 이기적이고 소견이 좁은 우리들을 비판, 질타합니다. 세상 곳곳에서는 부조리와 잔인함과 탐욕이 판을 치며, 간악한 자들이 가난하고 힘 없는 이들을 괴롭히고 착취합니다. 부처님은 제법무아(諸法無我)라 하며 세상에 나만의 의지, 욕망, 집착이라는 게 다 허상임을 일찍부터 가르치셨거늘, 자신의 작은 불편을 침소봉대하여 떠드는 짓이란 얼마나 어리석고 미숙합니까. 

참된 행복이란, 그래서 일체를 놓아버려야 비로소 내 손에 남는다고 스님은 말합니다. 안 잡히는 걸 애써 쥐려고 발버둥치면 칠수록 행복은 나로부터 점점 멀어집니다. <선 명상>에서도 스님께서는 결가부좌의 미덕을 설명하며, 마음을 한 곳에 집중할수록 몸의 고통은 점차 잊혀지는 놀라운 이치를 체험하라고 권했습니다. 이 책 p175에서도, 스님은 우리가 몸을 꼬아 가부좌로 앉을 수나 있다는 자체가 얼마나 큰 행복이냐고 가르칩니다. 아파서, 혹은 그렇게 태어나서, 몸 하나 뜻대로 가눌 수 없는 이들도 부지기수입니다. 다르마라는 게 알고 보면, 우리한테, 일체의 잡되고 삿된 걸 버리고 진리를 향해 마음을 돌릴 수 있다는 자체가 행복인 줄 알게 된 우리한테, 다 이익을 주게끔 애초부터 설계가 된 것(p242)이라고 저자는 말합니다. 

출산의 고통이 그렇게나 심했는데, 아이를 또 낳을 수 있겠어요? 부처님이 산모에게 이리 묻자, 산모는 "내 아이가 다르마를 말할 수 있다면, 앞으로 일곱 번은 더 낳을 수 있습니다."라고 답했답니다. 아이가 바르게 자라고 순수함을 지킬 수만 있다면 자신의 어떤 아픔과 고난도 감내하겠다는 게 어머니의 마음이요, 또 곧 부처님의 대자대비함입니다. 스님은 지극히 오묘한 궁극의 이치를 가장 쉬운 말로 전달하며, 청중들도 행간에서 군데군데 등장하여 열렬히 영화스님에게 호응하는 듯한, 어떤 현장감까지 담긴 멋진 책입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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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은 그렇게 왔다 - 나는 중증장애아의 엄마입니다
고경애 지음, 박소영 그림 / 다반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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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름다운 세상에 우리가 생명을 갖고 태어난다는 자체가 엄청난 축복입니다. 대부분의 갓난아기들은 부모, 다른 주변 인물들의 기대와 환희 속에 고고의 성과 함께 태를 열고 이 세상에 나옵니다. "그날은 벼락같이 왔다(p10)." 이 대목은 독자인 제가 참 충격적으로 읽었습니다. 아이가 태어난 후 의료진이 "건강하다"며 가족과 산모를 안심시킬 때, 그런 당연한 말을 왜 하는지가 잘 이해되지 않았는데, 낮은 확률이긴 하나 이 책에 나오는 준영이의 사례를 볼 때 그 당연함이 결코 당연한 게 아니었음을 새삼 확인했습니다. 

준영이는 원래 건강한 아이였습니다. 그런데 생후 6개월에 폐렴에 걸려 갑자기 입원하게 되었습니다. 폐렴은 그 자체로 고통스럽고 위험한 병이지만 예측이 어려운 다양한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어서 더욱 신생아, 유아들에게 위험합니다. 이어 급성 패혈증이 생겼고 뇌부종도 발견되었습니다. 아직 어려서 제 몸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아기도 아기지만, 엄마(이 책의 저자인 고경애씨)도 얼마나 충격을 받고 놀랐겠습니까. 이렇게 어린 단계에서 뇌에 상처를 입으면, 그 좋지 않은 영향이 평생 간다고 합니다. 준영이는 생명에 지장이 생길 단계는 다행히 지났으나, 대신 평생 장애를 안고 살아가야 할 수 있다는 진단을 받았습니다. 

이때 이미 준영이한테는 위로 두 (어린) 누나들이 있었고, 친정아버지께서 항암치료를 받는 등 매우 힘든 처지였다고 나옵니다. 책만 읽어도 저자께서 얼마나 고통스럽고 걱정이 많으셨을지 그 무게가 페이지 밖으로 밀려오는 듯했습니다. 이 와중에 기어이 부친이 돌아가셨고 준영이는 슈퍼항생제가 투약되고 나서야 간신히 중대 고비를 넘기는 등 저자에게는 거의 산 너머 산과 같은 불행과 불운이 닥칩니다. 어떤 사람한테 아무 잘못도 없이 이처럼 나쁜 일이 휘몰아치는 걸 보면 과연 세상에 정의가 있나 하는 짙은 회의감이 듭니다. 

준영이처럼 중대 고비를 넘긴 아이들에게는 재활치료가 필요합니다. 이런저런 병원들이 있긴 했는데 아이한테 딱 맞다 싶은 시설은 또 그리 쉽게 찾아지지 않았다고 합니다. 특히 준영이는 재활치료를 힘들어 했는데, 엄마 입장에서는 아이 치료도 힘든 판에 금전적인 부담, 주위에서 갖곤 하는 터무니없는 오해와 편견, 질시 등 때문에 더욱 힘든 나날을 보내야만 했다고 나옵니다. "온몸의 강직이 심하고 전신마비에 경기약을 복용하는 아이들은, 치아가 제 자리에 나기 힘들다.(p50)" 참 책을 읽으면서 이런 사실은 또 처음 알았습니다. 의사 선생님들은 이미 이런 심각한 증상이 발현되기 전에 예측이 되나 봅니다. 이가 제 자리에 가지런히 나지 않고 제각각으로 난다고 생각해 보십시오. 엄마가 보기에도 가슴이 찢어질 뿐 아니라, 아이 본인의 고통은 또 이루말할 수 없습니다. 

5년의 간병 끝에 저자 가족은 정말로 오랜만에 여행을 떠나기로 합니다(p98). 가족끼리 여행 떠나는 게 많은 이들에게는 그저 별것아닌, 많은 추억 만들기 노력 중 하나이지만, 간병 때문에 운신 자체가 자유럽지 못한 이들에겐 여행 중에 맞는 모든 순간이 특별하고 새롭습니다. 이 대목 역시 참 인상적으로 읽었는데, 아무리 일상적인 체험과 과정이라고 해도 이 순간이 다시 오기 힘들다는 깨달음이 오는 순간 모든 동작, 소통, 공감이 새롭고 소중하다는 점 우리는 잊지 않아야 하겠습니다. 

심한 장애를 겪은 것도 힘들지만, 의사 선생님이 처음에 말했던 대로 준영이는 결국 오래 살기가 힘들다는 게 엄마를 더욱 마음아프게 했습니다. 결국 준영이는 여기저기가 아프면서도 회복이 안 되고 매일매일 서서히 죽어가고 있었던 것입니다. "나에게 엄마라고 단 한 번도 말해 주지 않고, 그렇게 내 품을 떠나 멀리 날아갔다(p131)." 숨을 거두었을 때 평소에 아파하고 힘들어하던 그 표정이 안 보이고, 그렇게 편해 보일 수가 없었다고 합니다. 

"내가 그때 이랬으면, 이렇게 했으면 달라졌을까?" 아이 생일, 세상을 떠난 날이면 더욱, 내가 지금 누리는 편안함, 편리가 아들 준영이의 죽음과 맞바꾼 건 혹시 아닌지 자책이 안 느껴질 때가 없다고 합니다. 물론 그럴 리가 없지만, 둘 사이에는 아무 인과관계도 없지만(p152), 엄마의 마음은 또 그렇지 않은가 봅니다. 아이의 가래 등을 빼 주는 작업을 석션(suction)이라고 하는데(p16, p164 등), 엄마가 아니면 도저히 기민하게 임할 수 없는 어려운 간병 중 하나입니다. "이젠 무언가를 해 주고 싶어도 해 줄 수가 없다(p198)." 그러나 딱지가 앉았다고 막 떼어버리면 상처가 덧나며, 남은 이들은 그렇게 상처를 달랠 수밖에 없다며 담담히 말씀하십니다. 모정이란, 모성애란 무릇 이런 것입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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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씨 바로쓰기 속담편 저학년 2 - 개정2판 글씨 바로쓰기 경필 시리즈
컨텐츠연구소 수(秀) 기획 / 스쿨존에듀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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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권에 이어 초등 저학년용 속담으로 바른 글씨쓰기를 가르치는 교재입니다. 1권 표지에는 "천 리 길도 한 걸음부터"가 적혔는데, 이 둘째 권에는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라며 문장 끝에 느낌표까지 붙었습니다. 같은 내용이라도 깔끔하게 쓰인 글씨 안에 담겨야 더 진정성 있게, 설득력 있게 다가온다는 뜻 같습니다.  

전 우촌초 교장 김연숙 선생님의 서문(p3)을 보면 "경필"이라는 단어 뜻에 대한 설명이 있습니다. "붓과 대비된, 딱딱한 필기도구를 사용하여 궁서체로 쓰는 펜글씨." 경필(硬筆)에서, 앞의 경이라는 글자는 단단하다는 뚯입니다. 붓은 그와 반대로, 대단히 부드럽지 않습니까. 김연숙 선생님은 "어린이들은 꼭 궁서체를 고집할 필요는 없다"고도 하십니다. 글자 크기가 들쭉날쭉함 없이 일정한 크기만 유지하게 써도 성공이라고 하시네요. 또 경필 연습 텍스트로 속담을 고른 것도, "속담 속에 든 풍자와 유머를 보고 언어적 통찰력과 사고력을 기를 수 있다"며 그 고유한 교육적 효과를 지적합니다. 독자로서, 과연 그렇겠다며 수긍하게 되었습니다. 

p29에는 "손도 안 대고 코 풀려 한다."가 나옵니다. 행(=줄)이 바뀌긴 했어도, "풀려"와 "하다"는 분명히 띄어서 쓰였는데, 본용언과 보조용언 관계여서 그렇습니다. 1권에 등장했던 두 캐락터가 또 보이는데, "설거지"가 맞는 표기이겠습니다. 페이지 중간에 보면 "손도 안 대고 남의 도움만 바라는, 노력 없는 뻔뻔한 행동을 비판하는 교훈"을 독자들에게 상기합니다. 국어를 배움과 동시에, 사회 생활에 더 잘 부합하는 바른 심성, 인성까지도 교육할 수 있는 소재이겠습니다. 또, 이 교재가 손을 부지런히 놀려 바른 글씨를 가르치는 목적인 만큼, 글씨 잘 쓰려는 근면한 습관 배양과도 연계되는 교훈이라 하겠습니다. 

"업은 자식에게 배운다."라는 속담이 p38에 나옵니다. 이 교재에 나온 모든 속담은 그 속뜻에 대해 바로 당해 페이지에서 쉽게 풀어 주는 난이 마련되었습니다. "자신보다 못한 사람에게도 겸허하게 배울 것은 있다"는 뜻이라고 하는데, 여기서 "업은"이란 말은 "자식"을 꾸미는 관형어이며 등에 업었다는 뜻입니다. p44를 보면 "원수는 외나무다리에서 만난다."가 나오는데, 아래 두 캐릭터가 어제 싸운 급우와 짝이 되었다며 이 속담을 인용합니다. 어렸을 때는 옆 친구와 자주 싸우며 감정이 상하기도 하죠. 원수라는 단어의 뜻을 모를까봐 역시 설명을 친절하게 달아 놓았습니다. 

1권도 그랬지만 이 교재는 가끔 콩트를 실어 학생들의 지루함을 피하고자 합니다. p57을 보면 토끼와 거북이가 등장하여 경주를 벌이던 지난날을 회고합니다. 이들은 경주만 한 게 아니라, 용왕님을 언급하는 것으로 봐서 토끼의 간 이야기에 나온 그 당사자들이기도 한가 봅니다. 그렇다면 정말로 외나무다리에서 만난 원수인 셈인데, 실제로 이 콩트에서 둘은 외나무다리에서 딱 마주쳐 누가 먼저 건널 지를 놓고 실랑이 중입니다. 그러나 결말은 해피엔딩인데, 지난 사연을 감안하면 재미있는 구성입니다.   

1권의 굼벵이처럼, 이 2권에는 베짱이(p67)가 등장하여 초등 저학년들에게 맞춤법의 난도를 높입니다. 콩트 도중에는 속담이 부호로 가려져서, 어떤 문장이 들어가면 뜻이 잘 통하겠는지를 묻습니다. 앞선 콩트에서, 갈등하던 두 인물, 아니 동물들이 결국 화해하고 대립을 해소한 반면, 개미와 베짱이는 끝까지 의견을 달리하는 게 특징이라면 특징입니다. "상황을 떠올리며" 답을 맞혀 보라는 요구를 함으로써 교재는 학생들의 문맥 파악 능력을 증진시키려 합니다. 

p70을 보면 "형만 한 아우 없다"가 나오는데, 이 역시도 띄어쓰기에 유의해야 합니다. p75에 "혹 떼려 갔다가 혹 붙여 온다."가 나오는데, 그 베짱이처럼 생긴 캐릭터가 다시 등장하여 이 속담에 걸맞은 재미있는 경험담(?)을 들려 줍니다. p78 이하에는 경필 연습란 없이, 여태 나온 모든 속담들을 가나다순으로 총정리합니다. 

"글씨를 바르게 쓰는 것은 곧 마음을 바르게 갖는 것이다." 김연숙 선생님의 말씀을 두고두고 새기게 되는 교재 공부였던 듯합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교재를 초등 저학년에게 공부시킨 후, 어른이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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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씨 바로쓰기 속담편 저학년 1 - 개정2판 글씨 바로쓰기 경필 시리즈
컨텐츠연구소 수(秀) 기획 / 스쿨존에듀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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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습의 첫걸음은 바른 글쓰기부터." 우리도 어렸을 때 연필을 바르게 쥐고 예쁜 글씨를 쓰도록 선생님과 부모님께 배웠습니다. 요즘 같은 세상에 타자만 빠르고 정확하게 치면 되지 글씨 잘 쓸 필요가 뭐 있을까 싶어도, 바른 글씨를 쓰는 학생을 보면 왠지 공부도 잘할 것 같은 인상을 받습니다. 아무래도, 마음이 반듯하고 생각이 정돈된 사람이, 글자도 예쁘게, 보기 좋게 잘 쓰지 않겠습니까. 복장이 단정한 사람이, 직장도 좋은 곳에 다니고 평판도 우호적일 것 같아 보임과 비슷합니다. p2의, 김연숙 교장 선생님께서 쓰신 서문에도, 한국이나 당나라에서 사람의 품격을 재는 기준이 신언서판(身言書判)이었다는 말이 나옵니다. 글씨 잘 쓰는 자질이라는 게 그만큼 중요했다는 뜻입니다. 

p5에는 "가랑니가 더 문다."라는 속담이 나옵니다. 이 책이 지금 초등학교 저학년 교재인데, 저는 이 속담이 무슨 뜻인지 정확하게 알 수 없었습니다. 일단 가랑니라는 단어의 뜻을 몰랐습니다. 그런데, 아무리 사전적 뜻을 명확히 알 수 없다 해도, 한국인인 이상 "이거 혹시...?"하고 느낌이라는 게 오긴 합니다. 포털 사이트에서 검색을 해 보니... 으앗! 역시 그 뜻이었습니다ㅠ 요즘은 학생들은 물론, 그 학생들을 키우는 부모님들도 이게 뭔지 모르실 듯합니다. 잘 살펴 보니 교재 중간쯤에도 낱말 풀이가 나오긴 합니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는 속담은 그 안에 어려운 말이야 없어도, 속담이 정확히 뜻하는 바와 뉘앙스는 아이가 이해하기 힘들 수도 있습니다. 

페이지 상단에는 좀 큰 폰트로, 또 그 폰트가 들어갈 만한 정사각형 안에, 속담이 제시됩니다. 이 약간 큰 정사각형 안에 학생이 글씨를 따라 쓰게 합니다. 물론 띄어쓰기도 정확히 따라해야 합니다. p10을 보면 "개같이 벌어서 정승같이 쓴다."라는 속담이 나오는데, 잘 보면 "개"와 "같이" 사이를 띄우지 않았습니다. "같이"가 조사(토씨)이기 때문입니다. 저학년 시절부터 띄어쓰기까지 이처럼 정확하게 가르쳐야 커서도 그 바른 감각을 유지하게 됩니다. 

p14를 보면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진다."라는 속담이 나옵니다. 페이지 중간쯤에 보면 푸른 색을 띤 곤충처럼 보이는 애가 자신의 슬픈 사연을 이야기하는 일러스트가 삽입되었습니다. 친구 지섭과 윤호가 싸우는 걸 말리다가 자기만 억울하게 다쳤다는 건데, 3학년 2반 땅꼬마라고 합니다. 저도 고3때 2반이었는데(이 교재는 초등 저학년용입니다만)... p18, p19를 보면 십자말 풀이가 나오는데 퍼즐 구조에 비해 난도는 제법 높아 보입니다. 칸 수가 많아서 아이들이 지레 겁을 먹을 수 있으나 어른들이 자상하게 지도하면, 앞에서 다 배운 내용이므로 그리 어렵지 않게 다 풀어낼 수 있겠습니다. 

p22에는 "굴러온 돌이 박힌 돌 뺀다."라는 속담이 나옵니다. 이 역시도, "굴러온"이 띄어지지 않았는데 물론 이게 정확한 표기가 맞습니다. 학교 선생님 중에도 구태여 "굴러 온"이라고 띄어쓰기를 잘못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굴러오다" 자체가 하나의 단어이므로 교재처럼 이렇게 쓰는 게 맞습니다. 저학년이라 해도 이처럼 작은 것도 소홀히하지 말고 정확하게 배워야 하겠습니다. 잘 보면 몇몇 캐릭터들이 돌아가며 등장하여 코믹한 대사를 치는데, 아이들이 재미있어할 것 같습니다. 다음 페이지의 "굼벵이도 구르는 재주가 있다."에서, 굼벵이를 행여 굼뱅이라고 잘못 쓰지 않게 잘 지도해야 하겠습니다. 또 굼벵이가 대체 어떻게 생겼으며 무슨 특징이 있는지도 어른이 함께 가르치면 좋을 듯합니다. 

우리가 보통 초성퀴즈라고도 하는, 자음 퀴즈가, 예를 들면 p28 같은 곳에 나옵니다. ㄲ ㅁㄱ ㅇ ㅁㄴㄷ. 이게 뭔지 맞힐 구 있겠습니까? 퀴즈 밑에 힌트가 충분히 나와서, 어른들이라면 어렵지 않게 답을 알아낼 수 있겠지만 아이들은 이런 속담 자체를 처음 배울 테니 모를 수도 있습니다. 그 다음 퀴즈는 ㄷㄷㄹㄷ ㄷㄷㄱ ㅂㄱ ㄱㄴㄹ인데, 밑의 힌트를 읽고도 저는 20초 정도 생각한 후에야 답이 생각났습니다. 다음 페이지에서는 "급히 먹는 밥이 목이 멘다."가 나옵니다. 일단 이 문장에는 주격 조사 "이"가 붙은 성분이 두 개나 되고, "목이 메는" 게 어떤 상태인지 아이들이 모를 수 있음에 유의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올컬러 배색이고 편집이 시원시원해서 좋았는데, 아이한테 노트나 연습장(이 교재처럼 정사각형 칸이 쳐진)을 사 줘서 몇 번이고 반복해서 글씨를 다듬게, 손에 익게 해 줘야 하겠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교재를 초등 저학년에게 공부시킨 후, 어른이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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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b · Programming · Git이 쉬워지는 Visual Studio Code 가이드
리브로웍스 지음, 김은철 외 옮김 / 영진.com(영진닷컴)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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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로소프트, 구글, 오픈AI 등 IT 업계의 거인들은 웹 상에 무료로 다양한 툴을 공개해 두었습니다. 개발자들로 하여금 자발적으로 참여하게 하여 시스템도 더 풍성하게 만들고, 참여자를 널리 포섭하여 생태계의 볼륨을 키움으로써 장차 업계 표준을 선점하려는 의도도 깔린, 긴 안목의 포석이라 하겠습니다. p5에 나오듯이 이런 걸 두고 IDE(통합 개발 환경)이라 부르는데, 비주얼 스튜디오도 그 일종입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비주얼 스튜디오는 IDE이며, 비주얼 스튜디오 코드는 텍스트 에디터입니다. 일렉트론 기반의 에디터는 마소의 VSC 말고도 몇 개가 더 있었으나, 이 프로그램이 워낙에 대중의 호응을 받았었고, 얼마 전 마소가 Git까지 인수해 버림으로써 현재는 거의 대안이 필요 없는 위상입니다. 리누스 토르발스(무료 OS 리눅스의 "아버지")가 개발해 무료 오픈 소스로 풀었던 Git에마저도 MS가 한 발 걸침으로써 일각의 우려도 있었지만, 유저들과 개발자들의 염원을 받들어 앞으로도 에디터, 나아가 IDE의 핵심 기능을 잘 수행할 것으로 기대되죠. 

이 책 서문을 보면, 버전 관리 담당자, 나아가 개발자들의 전유물로 비주얼 스튜디오 코드를 간주하는 건 근시안적인 선입견임을 알 수 있습니다. 이 프로그램은 본래 텍스트 편집기로 개발되었으며, 윈도 비고급 사용자들에게도 이미 익숙했습니다. 그런 만큼, 구태여 프로그래밍 용도가 아니라도, 텍스트 편집, 폴더 조작 같은 일상 업무도 이 VSC로 수행함으로써 훨씬 효율을 높일 수 있습니다. 저자들은, 만약 독자가 이 프로그램 조작에 익숙해지면, 하루에 사무실 컴퓨터로 돌리는 프로그램이 이 VSC와, (크o 등의) 웹브라우저, 이 둘밖에 없을 수도 있다며 자신만만해합니다. 하긴 예전에도 코딩 고수들은 메모장 하나만 열고 모든 일을 다 끝내곤 했습니다. 

책 중후반부로 갈수록 내용이 어려워지는 것도 사실이지만 일단 책의 챕터1, "VSCode를 도입하자"는 고급, 비고급 어떤 사용자에게도 도움이 됩니다. 컴퓨터에 파일 관리 프로그램 하나는 다들 깔려 있을 텐데(무료 배포판도 많고, 윈도 기본인 탐색기로도 가능합니다), 이제 그럴 게 아니라 훨씬 작업을 편하게 할 수 있는 무료 프로그램 VSC를 일단 깔고 보자는 것입니다. 사람은 경로의존이라는 습성이 있어서, 길을 트기 시작하기가 어려울 뿐, 일단 습관이 붙으면 이 강력한 도구를 안 쓸 수가 없습니다. 또 편하고 쉬운 기능부터 일단 건드려 보다가 고급 기능도 익숙해지는 것이므로 시작을 해 보는 게 중요합니다. 이용 방법도 지금껏 우리가 쓰던 여러 프로그램과 비슷합니다. 

VSC에서는 커서를 여러 곳에 둘 수 있습니다(p55). 그 말은, 수정해야 할 곳을 동시에 여럿 지정한 후 같은 문자로 동시에 수정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이것만으로도 얼마나, 여러 수고가 덜어지겠습니까. 일단 동시 수정이 끝나면 선택을 해제해야 다음 작업으로 넘어가고 수정 사항도 세이브하겠는데, 이때는 esc 키를 누르라고 합니다. 이것도 습관이 일단 붙으면 아주 편합니다. 아직 VSC 이용 습관이 안 붙은 사용자들도 마크다운 파일이라는 걸 들어 봤을 텐데, 애초에 이 형식으로(확장자는 .md입니다) 파일이 만들어졌다면 VSC에서 그야말로 만능으로 처리할 수 있습니다. 또 이미지 삽입 기능이 있다는 것도 장점인데, png 파일도 가능합니다. 

MS 워드에도 초창기부터 그런 기능이 있었지만, p84를 보면 자동저장 기능이 있습니다. 그렇게 하려면 설정에 들어가서 자동저장 옵션에 체크를 해야 합니다. 이런저런 설정이 충돌할 수 있는데 p91을 보면 폴더 설정, 작업 영역 설정, 사용자 설정, 이 순서대로 순위가 높다고 합니다. 아까 이렇게 만졌는데 왜 적용이 안 되지?라며 짜증내지 말고, 이 순위를 염두에 두어 정확한 세팅을 할 필요가 있습니다. 또 사무실 환경에서 여러 대의 컴퓨터에 설정을 공유하려면 p104의 Settings Sync 설명 부분을 참조하십시오. 또 p128에 나오는 포매터인 Prettier(벌써 이름부터가 재미있습니다)를 쓰면 코드 정리가 깔끔해집니다.  포맷 설정을 도중에 변경하고 싶으면 p130을 참조하면 되겠습니다. 이 프로그램의 두드러진 장점 중 하나는, 자바나 파이썬 등 언어별로 다른 설정을 세팅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미지 파일 미리보기도 크기를 수정할 수 있는데 이렇게 세심하게 설정이 나뉘어졌으니 그 이름이 prettier 아니겠습니까. 

정의와 참조를 마음대로 오갈 수 있다! 퀵오픈 역시 많은 사용자들에게 칭송 받았던 기능이며 VSC가 십 년 가까이 발전할 수 있었던 든든한 기반 중 하나였겠습니다. 앞에서 봤듯이 언어별로 다른 설정이 가능라기 때문에 편리성이 더욱 높아지는 VSC인데, p176을 보면 이에 따라 참조되는 범위도 다 달라진다고 합니다. 이동할 때, 참조 부분이 혹 여러 곳이면 피킹 윈도에 모든 부분이 다 표시됩니다. 

이 책을 고른 많은 독자들은 Git과의 연계성 때문에 더 큰 기대를 가졌을 것입니다. p198 이하에 그 내용이 상세하게 나옵니다. 버전 관리라는 게 요령 없이, 무신경하게 수행하면 나중에 가서 뭐가뭔지 아주 정신없어집니다. 가뜩이나 기능이 강력하지만, p209에 나오듯이 작업을 좀 더 편하게, 일목요연하게, 시각적으로 더 뚜렷하게 현황을 파악하려면 깃허브 데스크탑 같은 플러그인을 따로 깔 수도 있습니다. VSC 사용에 이미 익숙한 개발자라도, 이 가이드북을 수시로 참조하며 실수 없이 업무를 수행할 수 있겠네요. 

*리뷰어스 클럽의 소개로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고, 작성자의 주관에 따라 자유롭게 솔직하게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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