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틴의 기적 - 인생을 바꾸는 강력한 힘
허철희 지음 / 두드림미디어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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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께서는 금융기관에 28년 동안이나 재직하신 금융인입니다. 30년 전 학생시절에는 새벽 4시 30분에 칼같이 일어나서 러닝을 마치고, "여름과 겨울을 가리지 않고(p33)" 냉수욕을 하셨다고 합니다. 그러고는 바로 영어회화 학원으로 향했다고 하시는데, 이처럼 학생 시절을 알차게 보냈기에 자신의 앞날을 멋지차게 개척할 수 있지 않으셨을까 싶기도 합니다. 새벽 시간을 엄격한 루틴에 의해 보내는 의미에 대해 저자는 p34 이하에 세 가지가 나오는데, 그 중에 저는 "시간을 멈추게 한다"는 말씀이 가장 인상 깊었습니다. 알차게 시간을 보내고 나면 그 시간은 자신의 내면에 그대로 자산으로 남아 진정한 역량으로 체화하기 때문입니다. 

"오래가려면 리듬을 타라.(p47)" 노래도 그저 곡조만 잘 맞춘다고 전부가 아니라, 리듬이 정확히 지켜져야 남들이 듣기 좋습니다. 음악도 음악이지만 리듬의 진가는 운동할 때 드러난다고 저자는 말합니다. 운동 자질 중에서도 지구력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데, 저자가 주장하는 핵심은 "동참하라. 시도하라"입니다. 회사에서 과업이 주어질 때, 이 어려운 일을 앞으로 어떻게 해 내나 싶은 두려움이 먼저일 때가 많습니다. 그러나 저자는 "아무 생각을 하지 말고, 그냥 동참하라."고 합니다. 생각 없이 동참부터 일단 하는 것이 바로 리듬을 제대로 타는 첫걸음이라는 뜻입니다. 무슨 일이라도 이렇게 시작해야 오래간다고 합니다. 힘든 건 나만 힘든 게 아니라 다들 힘드므로 괜히 위축될 이유가 하나도 없다고 합니다. 

노력이라는 게 참 묘해서 70만큼의 노력이 쌓인다고 70의 성과가 나질 않습니다. 100이 채워지기 전까지는 0, 즉 아무 노력도 안 한 것과 다를 바가 없다는 겁니다. 만약에 99까지 노력한 사람이 있다면, 아 왜 99씩이나 했는데 아무것도 안 한 사람과 차이가 없을까, 이렇게 좌절하며 멈추면 정말로 손에 아무것도 못 쥐고 멈추는 거죠. 100이 넘어가야 그때부터 노력에 대한 보상을 받기 시작하는 겁니다. 아 이제부터 되기 시작하는구나 느낌이 올 때, 그때의 희열은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습니다. p70에 나오는 "넘치게 하라"는 저자의 주장이 바로 이런 취지이겠습니다. 저자는 토머스 칼라일의 말을 인용하며, "걸림돌을 바로 디딤돌로 바꿔라"고 우리를 독려합니다. 뒤 p134에도 더 심화된 논의가 나옵니다. 

사회 생활을 할 때 아무리 능력이 뛰어나도 같이 있기 싫은 사람(p93)이 꼭 있습니다. 그렇게 되지 않기 위해 저자는 세 가지를 권합니다. 첫째 상대에게 먼저 말할 기회를 줘라, 둘째 대화에서 공통화제를 찾아라, 셋째 아무리 맞는 말이라 해도 따뜻하게 건네라. 이렇게 해야만 내 말의 정당성과 힘이 확보된다고 합니다. 우리가 꼭 명심해야 하겠습니다. 그렇게 해서 일단 호감을 확보한다 해도, 관계를 발전시키려면 친화력이 추가로 필요하겠습니다. 아무리 선천적으로 타고나는 바가 많다 해도, 이런 친화력을 후천적으로 개선할 수는 없을까요? 얼마든지 가능하며, 저자는 "타인에게 먼저 다가가기(p110)"를 루틴화하라고 합니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기에, 저자는 식당 여사님과도 인맥을 쌓았으며(p113) 그 결과 어딜 가도 환영받는 직장인이 되었다고 밝힙니다. 

사소해 보이는 인연도 생각지도 않게 나를 도와 줄 때가 있습니다. p147을 보면 저자는 루틴대로 러닝을 하다가 지방에서 올라온 80대 노인분에게 길안내를 해 드렸는데 지금까지도 그분과 연락을 주고받으신다고 합니다. 이런 인맥 쌓기 루틴도 거저 되는 건 아니고, 노력이 쌓여야 합니다. 저자는 특히 젊었을 때의 노력은 아무리 투입되어도 지나치지 않고, 마치 땅에 비료가 쌓이고 쌓여도 더 비옥한 토양이 되듯, 노노력을 아끼지 않고 끊임없이 인맥구축과 자기계발을 행하라고 조언합니다. "성장기에 거름을 아끼지 마라(p155)." 

사회생활에서는 융통성이라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지만, 그렇다고 원칙을 함부로 훼손해서는 안 됩니다. p173을 보면 "원칙은 지키라고 만든 것이다"라는 말이 공자의 <논어>로부터 인용됩니다. 텀블러는 원래 밑이 둥글어서 쏟아지기 쉽기 때문에 이름이 그렇게 붙었는데(도중에 세우지 말고 원샷하라는 재촉 목적), 이 고사에 나오는 고(뿔 각 변에 외로울 고 자를 씁니다)라는 잔은 각이 져서 쥐기가 어려우니 정반대입니다. 과음하지 말라고 만들어진 잔이며, 이로써 한번 세운 원칙은 끝까지 지키라는 가르침이 강조됩니다. 다듬고 다듬는 노력이 루틴이 된다면 세상에 안 될 일이 없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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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이 꼭 알아야 할 메타버스 이야기 - 메타버스는 미래를 어떻게 변화시킬까?
이종호.조성호 지음 / 북카라반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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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이 꼭 알아야 할" 시리즈 메타버스 편입니다. 일단 청소년을 위한 책이기 때문에, 알듯 모를 듯, 쉬운 듯 은근히 어려운 메타버스를, 여러 일러스트와 자료 사진과 함께 알기 쉽게 설명합니다. 사실 청소년도 청소년이지만, 어른들도 누가 메타버스에 대해 알려 달라고 하면, 아무도 시원하게 설명 못 합니다. 그래서 저는 어른들도, 이 책을 읽고 기초부터 확실하게 개념을 잡고 다음 단계의 공부를 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사실 이 책에는, 주식 투자자들도 참고로 하면 유익할 듯한 여러 유익한 정보들도 들어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 데다, 서술과 구성은 청소년용으로 쉽게 짜였으니 얼마나 좋습니까. 물론 기본 취지는 청소년 장래 설계를 위한 교재, 혹은 수행 평가용 레퍼런스지만, 그 내용은 제법 깊이 있는 사항을 다룬 파트도 많습니다. 일단 저는 이 책으로부터 도움을 많이 받았습니다. 

p67을 보면 이런 말이 있습니다. "많은 학자들은 아직도 메타버스의 정의를 쉽게 내릴 수 없다고 말한다." 학자들도 이러할진대 우리 같은 일반인들은 어떻겠습니까. 행여 어떤 청소년이, 대입 면접 시험에서 이런 질문("메타버스가 무엇인가요?")을 받았다면, 지나치게 단정적으로 어떤 표준적인 문구를 말할 게 아니라, 이 책처럼 "많은 학자들 사이에서 아직 의견 일치가 이뤄지지 않았지만"이라며 다소 유보적인 서두를 잡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엄연히, 학계의 현황부터가 의견이 갈리는데, 어린 학생이 입시 참고서 몇 권 읽고 와서는 지나친 확신으로 대답하면 교수님들이 고개를 절레절레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게임방이건 혹은 자기집에서건 요즘은 VR용 헤드셋을 자주들 이용합니다. p86에서는 그 유형을 셋으로 나누는데 테더링, 독립실행형, 스마트폰 등입니다. 요즘 책들은 결론만 앙상하게 내세우지 않고, 대체 왜 그렇게 되는지 이치와 원리까지를 쉽게 설명해 줍니다. p89를 보면 VR헤드셋의 작동 원리에 대해 설명하는데, 우리도 왜 컴퓨터에서 합당한 코덱을 깔지 않은 채로(혹은 3D 글래스 없이) 입체 영상을 보면 그냥 둘로 나뉜 기이한 화면만 보지 않습니까. 이 책에서도, "두 개의 독립적인 이미지를, 헤드셋 각도와 렌즈의 구조를 통해, 입체로 착각하게, 왜곡하여 보여 주는 것"이라고 그 이치를 설명합니다. 모르고 즐겼을 때에는 신기했는데, 그 이치를 알고 보면 이처럼 허무합니다. 그래도 우리 청소년들은 그저 소비자의 위치에 머물지만 말고, 이치와 원리를 알아 장차 똑똑한 개발자, 창조자, 스타트업 경영자로 자라나야 하겠습니다. 

p142를 보면 메타버스에 대한 저자들의 의미 부여가 나옵니다. "메타버스는 디지털 환경에서 자신을 연결하고, 거래하고, 표현할 수 있는 강력한 방법이다.... 모두가 메타버스 안에서 윈-윈 하려면 큰 전제로 신뢰성이 바탕이 되어야 한다.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과 온라인 모두에서 사회의 기초가 바로 신뢰이기 때문이다." 기술은, 그 자체로는 아무것도 아닙니다. 같은 물을 마셔도 뱀이 마시면 독이 되고, 소가 마시면 우유가 된다는 격언도 있습니다. 같은 기술도 어떤 사람이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사람을 죽이기도 하고 반대로 만인을 이롭게도 만듭니다. 메타버스는 기본적으로 단단한 현실이 아니라 일종의 대안을 빚어내는 체계이기 때문에, 그를 향유하는 참여자들, 소비자들이 냉철한 현실 감각, 혹은 타 참여자들에 대해 신실한 연대의식, 공감대를 구축해야만 합니다. 그래서 메타버스 활용만큼 윤리의식과 인성이 요구되는 국면도 또 없습니다. 

메타버스는 그저 즐거운 엔터테인먼트에서만 쓸모를 갖는 게 아닙니다(그랬다면, 주식 시장에서 그렇게나 많은 종목들이 테마로 엮여 올랐다 내렸다 하지 않았겠죠). 이 책 p162을 보면 자동차 산업에 대한 설명이 있는데, 이 분야에서 메타버스가 어떻게 적용되고 또 얼마나 그 생산성과 효율을 증가시켰는지가 나옵니다. 특히 작금의 자동차 메이커들은 자율주행 시대에 대비해야 하는데, 책에서는 BMW社의 사례를 들며 이 자율주행 공정에서 메타버스가 얼마나 큰 역할을 하는지 설명합니다. 어떤 사람은 메타버스가 과대평가된 트렌드, 테마라고 하던데, 책의 이런 부분을 읽어 보면 과대평가는커녕 우리는 아직 메타버스의 가장 작게 드러난 일부마저도 제대로 평가 못 하고 있지 않은가 하는 생각까지 듭니다. 

메타버스 담론은 그저 기술만으로 채워진 비인간적인 콘크리트 더미도 아니고, 감각적 쾌락만을 추구하는 환상의 놀이공원도 아닙니다. p196을 보면 과연 로봇이란 무엇인가의 주제를 놓고 깊이 있는 분석과 탐구가 이어지는데, 이게 잘 뜯어 보면 "What is a robot?"이 아닙니다. 거꾸로, "인간이란 무엇이며 어디로 나아가야 하는가?"에 대한 모색 과정입니다. 불완전하고 불만족스러운 로봇의 단점을 보완하려면 결국 인간에 비해 여전히 못 미치는 점을 찾아야 하는데, 그 과정에서 "우리 인간은 그럼 무엇인가?"의 질문을 다시 만나고 그 해답을 찾아야 하기 때문이죠. 메타버스의 긍정적 영향, 부정적 영향까지 두루 살피며 결국 얻게 되는 인식의 경지는 "인간, 인간, 그리고 인간"이라는 주제입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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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작정 따라하기 도쿄 - 2024-2025 최신개정판 무작정 따라하기 여행 시리즈
정숙영 지음 / 길벗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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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벗에서 펴내는 여행서, 무작정 따라하기 시리즈는 첫째 거의 매년 섬세한 개정이 이뤄지며, 둘째 매우 미려한 컬러 사진들과 함께 현지의 명소들이 최대한 많이 소개되어서 좋습니다. 이름난 랜드마크의 사진들은 물론이며, 여행서에 음식 메뉴 사진이 이처럼 대량으로 담긴 것도 개인적으로는 처음 봅니다. 시내 교통도를 비롯한 예쁜 주제도들도 독자의 눈이 행복할 정도입니다. 정숙영 작가님이 그만큼 도쿄 시내와교외를 발로 샅샅이 훑으셨다는 증거입니다.

도쿄는 볼 곳도 많고 규모 자체가 큰 도시라서 여행자 입징에서 일단 개념이 잡힌 후에야, 비로소 내실 있는 여행 계획 세우기가 가능합니다. 책 p14를 보면 도쿄 전체를 개관할 수 있는 지도, 그리고 구역별 설명이 나오는데 편집부터가 매우 예쁩니다. 이 다섯 페이지의 정보만 머리 안에 확실히 넣어도, 도쿄에서 길을 잃거나 여행이 남의 호흡에 끌려다니며 붕 떴다는, 남는 게 없었다는 허탈감은 절대 들지 않을 것 같습니다. 이어서 도쿄 근방의 요코하마, 하코네 등도 함께, 같은 편제로 소개되는데 이렇게 바로 이어붙여야 앞의 정보들(도쿄 시내)과 세트로 독자한테 다가올 것 같습니다. 바로 다음에는, 어떻게 계획을 짜야 "오래 기억에 남을 스토리가 생길지"를 고민하며 독자들에게 제안되는 인포그래픽이 나옵니다.

도쿄는 근대 일본의 기본 구조를 형성한 에도 막부가 260년 가까이 도읍을 잡았던 곳이며, 2차 대전에서 패망한 후 경제 기적을 일으키며 부활한 곳이기도 하기에, 전통과 모더니티가 절묘하게 공존하는 매력이 있어 세계로부터 많은 관광객들이 몰려듭니다. p77을 보면 도쿄 미드타운이 소개되는데, 맑고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치솟은 고층 빌딩들 사진이, 이 도시의 개성과 활력을 그대로 상징하는 듯합니다. 또 책 좋아하는 사람들은 결코 그냥 지나칠 수 없는 다이칸야마[竹官山] 티사이트(T-site)가 약도와 함께 소개됩니다(저 뒤 p306의 츠타야 서점도 참조). 소개되는 장소들에 대한 정보가 사진, 약도, 텍스트 등 다양하게, 입체적으로 제시되어서 독자가 마치 작가한테 직접 브리핑을 받는 듯 지루할 틈이 없습니다.


장어는 한자로 鰻(만)이라고 쓰는데 이 책 p120 이하에서 도쿄 대표 요리 중 하나인 우나기 잘하는 명소 여러 곳을 소개해 줍니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다른 여행서에서 이 책처럼 자세하게 맛집 소개를 하는 건, 저 개인적으로는 본 적 없는 것 같습니다. 명물 식당의 대표 메뉴를 선명한 사진과 함께 소개하는데, 사진만 봐도 군침이 뚝뚝 흐르는 것 같습니다. 한국에서도 그 변형메뉴가 (예전부터) 대성황인 돈카츠 메뉴가 p139에 나오는데, 일본 고유의 담백하고 깔끔한 풍취, 풍미가 사진 밖으로 배어나오는 느낌입니다.

일본이 세계적인 디저트 메뉴의 강국(p152)이기도 하다는 건 이 책을 읽고 처음 알았습니다. 그 이름만 들어서는 프랑스 어느 명가의 branch 아닐까 싶지만 고베에 본점이 있다는(p153) "앙리 샤르팡티에"의 긴자 점도 소개됩니다. 사실 아무리 고베가 본점이라고 해도 더 유명세를 탄 곳은 오히려 도쿄의 긴자 메종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무작정 따라하기 여행서의 장점이, 최신 정보가 바로바로 업데이트되는 점이라고 했는데 p169, p307의 오니버스도 요즘 뜨는 명소로 소개되네요. 반면, p157 등의 록시땅 카페는 프랑스의 실제 유명 화장품 브랜드와 연계된 곳입니다. 

한국도 요즘 세계인들의 주목을 받고 H&B 산업이 발달하며, 올ooo 같은 곳은 동남아 이주민(노동자), 혹은 관광객들이 필수로 들러야 할 명소 취급을 받는다는데, 원래 이런 drugstore는 미국을 거쳐 일본에서발전한 유형이었습니다. 그래서 p187 같은 데서도, 어딜 들러서 뭘 챙겨갖고 와야 하는지가 사진과 함께 잘 설명됩니다. 일본은 미국 문화를 적극 수용하여 개성의 본질을 크게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자신의 색깔을 덧입힌 전략으로 성공한 편인데, p37의 디즈니 씨 판타지, p58의 (다소 우습기도 하지만) 자유의 여신상, p202의 토이저러스, p514의 디즈니 리조트 등입니다. 토이저러스는 우리 나라에도 여러 지점이 있습니다.

책 중반을 지나 2부부터는 본격적으로 도쿄라는 도시를 구역으로 나눠 집중 분석, 탐방합니다. 도쿄 최고의 번화가 시부야[澁谷]입니다. 시부야도 중심부, 히카리에, 도켄자카, 진난 등 여러 구역으로 다시 나눠 명소 여럿을 동선 순으로 이어서 소개하는데 사진이 많아서 확실히 정보가 눈에 쏙쏙 잘 들어옵니다. 나카구메로, 에비스, 하라주쿠 등의 설명이 이어지는데, 책이 너무 예쁘게 꾸며져서 아직 도쿄 구경을 못 해 본 이들에게는 마치 이곳이 지상천국처럼 착각되지 않을지 쓸데없는 걱정이 생길 정도였습니다.

책 p380에 설명이 잘 나오듯, 본래 일본의 군주는 교토[京都]에 거주하였으나 메이지 유신 후에 도쿄[東京]으로 옮아와 전에 없던 권위를 행사했습니다. 그런 까닭으로, 이른바 코쿄[皇居]로 불리는 군주 일가의 궁전이 도쿄 시경 안에 소재하며 제한적으로나마 관광 명소 노릇을 합니다. 관광객과 젊은이들의 거리로 유명한 롯폰기[六本木]도 멋지고 번화한 곳으로 한국인들에게도 인기가 많습니다.

우에노 쪽으로 가면 국립박물관, 여러 미술관들, 이름난 신사, 우리 한국인들에게는 결코 편안한 이름이 못 되는, 정한론의 수괴 사이고 다카모리[西鄕隆盛]의 동상 등이 명물로 꼽힙니다. 또 전세계의 오타쿠들에게 성지로 꼽히는 아키하바라 거리가 있는데, 오타쿠는 집 안에만 있어서 오타쿠[御宅]라면 벌써 이런 거리를 다니는 데서 자격을 상실하는 게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권말에는, 도쿄에서 가까운 가나가와[神內川] 현 소재의 요코하마[橫濱], 에노시마[江の島] 등이 소개됩니다. 마무리까지 치밀하고 꼼꼼하게 독자들을 배려하는 책의 태도가 믿음직합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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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착같이 그리고 꾸준하게 - 남아공살이 7년 차, 바닥을 딛고 일어난 한 여자의 도전기
최주선 지음 / 미다스북스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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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들은 요즘 세계 곳곳에 진출하여 어디를 가도 만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현지에 적응하고 터잡고 안정적으로 사는 건 그리 녹록지 않습니다. 더군다나 영어가 공용어인 남아공 같은 나라에서 영어가 안 된다면 이는 보통 어려운 사정이 아니겠습니다. 저자 최주선 대표께서는 남편분, 자녀들과 함께 남아공으로 이주하셔서 생의 새로운 도전을 시도했고, 지금은 크게 성공하여, 자신처럼 처음에 힘든 적응 구간을 거치는 데에 도움을 주십니다. 또 최 대표님은 기독교 선교사이기도 합니다. 

"아이를 체질적으로 좋아하는 것과, 일로써 아이를 돌보는 건 다르다(p44)." 참 이상하게도, 내가 나고 자란 환경에서는 오히려 내 자신이 누구인지 파악이 어렵습니다. 내가 무슨 일을 잘하고, 내 재능이 어느 쪽인지에 대해 자신이 잘 모르는 수가 많습니다. 아마도 이런저런 관계, 체면 때문에, 타인(친지, 가족, 동문)이 보는 시선 안에서 내 선택을 해야 하는 경우가 많아서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남아공에 처음 건너가서 가장 어려웠던 건 영어가 안 되어서 무슨 의사소통이 불가능했던 점이었습니다. 

정착 초기에 겪었던 어려움을 들려 주시는 대목에서 제가 느낀 건, 우리 나라 사람들은 참 타지에서조차 남의 눈치를 보는 경향이 많다는 점이었습니다. 아무리 영어가 안 되어도, 제대로 대응을 안 하면 당장 내가 금전적인 손해를 보는 상황인데, 그 와중에도 "땡큐"라며 대충 얼버무리고 멋쩍음만 면하려 하니 말입니다. 최 대표님뿐 아니라 한국인 90%가 아마 이렇게 행동할 것입니다. 어디 가서 잘 살아남으려면 일단 낯을 가리거나 열적어하는 내성적, 소극적 태도부터 버려야 할 듯합니다. 

현지에서 자금이 소진되어가다 보니 무슨 일이라도 해서 돈을 버셔야 했는데, 이 역시도 한국에서라면 쉽사리 결단 못 내릴 일이긴 합니다. 속성으로 배운 기술로 적은 요금만 받고 머리를 잘라 주셨다고 하는데, 하다 보니 이쪽으로 기술이 있음도 알게 되고 생각 외로 잘되셨다고 합니다. 참 이래서 사람은, 전혀 낯선 환경에 일부러라도 나를 노출시켜 진짜 내가 누구인지 아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만약 한국에서 계속 어린이집 교사로 봉직하고 현실에 만족하셨다면 과연 이렇게 성공하셨을지 아무도 모르는 일 아니겠습니까. 

영어를 잘한다 못한다는, 이게 재능의 영역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재능이 없어도 영어를 자주 쓰는 환경에 어려서부터 노출되면 남 보기에 잘해보이는 것이고(심지어 이런 것도 안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타국에 가서 처음부터 영어를 척척 잘하면 물론 그건 바람직하지만 대표님처럼 고생고생하다가 완전히 눈이 뜨여서 달인이 되는 경우도 있는 겁니다. 게다가, 본인이 쌩초보로서 맨땅에 헤딩을 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그런 처지에 놓인 사람들을 (자신처럼) 끌어올려 주는 일에는 누구보다 많은 노하우가 있지 않겠습니까. 

최대표님의 놀라운 점은, 기독교 선교 목적도 겸하여, 한국에서 못다 피웠던 보육 사업의 꿈을 남아공 현지에서 기어이 성취했다는 것입니다. 더군다나 이곳의 조건이라는 건 열악하기 짝이 없었는데, 그 모든 역경을 이겨내고 양질의 어린이 돌봄 시설을 개척, 완성해 내고야 마는 과정(p196)은 정말 놀라웠습니다. 또 한번 내가 서투르구나 하는 점을 확인했던 분야에서, 초기 좌절을 딛고 정반대로 대 성취를 해낸다는 게 진짜 어려운데, 자신의 취약점을 체계적으로 연구하고, 특히 소리튠이라는 시스템에 의거하여 자신을 영어 달인으로 거듭나게 만드는 과정(p90)도 대단했습니다.  

대표님은 "뭘 열심히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전략적으로 접근해야 힘도 덜 들고 성과도 빨리 난다"고 강조합니다. 그런데 책을 읽어 보니, 대표님 같은 분은 일단 확신이 서고 발동이 걸린다 싶으면 노력하기도 참 악착같이 하시는 분이 아닐까 생각되었습니다. 물론 잘못된 방법으로 애를 쓰면 힘은 힘대로 소진하면서 의욕도 상실하고 재기의 가능성마저 스스로 위축하는 나쁜 결과가 나올 수도 있습니다. 회원들에게 맞춤형으로 조언하면서 강점은 더욱 키우고 단점은 보완하는 맞춤형 코칭, 예컨대 p224의 "기초 훈련이 잘 되셔서 소리가 단단하고, 자음의 특성, 모음의 조음기관을 완벽하게 이해하신 것 같다"는 조언은, 고객들에게 정말 큰 만족을 주지 않겠습니까? 또 이 책에서 뻬놓을 수 없는 게 책쓰기 코칭 코스를 통해 저자로서, 사업가로서 거듭난 대목인데, 자기계발을 위해 애쓰는 독자들에게 시사점이 참 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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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잔혹사 - 약탈, 살인, 고문으로 얼룩진 과학과 의학의 역사
샘 킨 지음, 이충호 옮김 / 해나무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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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운 과학 이야기를 대중에게 쉽고 재미있게 전달하는 대중과학서 저자 샘 킨의 책입니다. 독자 입장에서는 일단 샘 킨이라는 이름만으로도, 최소한 책이 지루할 일은 절대 없겠다며 기대를 품게 됩니다.  

18세기, 19세기 들어 서유럽 중심으로 자연과학 혁명이 일어났으며 그 가시적 성과도 성과지만 종전의 한계, 궁핍, 불편을 운명처럼 체념적으로 수용하던 인류에게, 어떤 도전 정신, 낙관주의를 마음에 심어 준 게 과학자들이었습니다. 자연스럽게 대중은 과학자들에게 존경심을 품게 되었습니다. 그런 일반인들한테는, 기행을 일삼고 반사회성을 표출하며 심지어 끔찍한 범죄까지 저질러 악명을 후세에 남긴 일부 과학자들의 행적이 대단히 충격적으로 다가올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 역시도 엄연히 실제 역사에서 일어났던 일이니 인정은 해야 합니다. 

다만, 과학이라는 테마 자체에 내재한 매우 위험한(위험할 수도 있는) 속성에 이런 비극들이 주로 기인했을 뿐 그 원인을 과학자 일반의 속성으로 귀납하기란 매우 큰 무리라는 점도 새겨 봐야 하겠습니다. 아울러, 편한 도구를 갑자기 손에 넣게 되었을 때 이를 나쁜 목적, 즉 가학성의 발휘라든가 타인을 지배하려는 데 쓰려는 못된 마음이 우리 내면에 잠재하지는 않는지 오히려 스스로를 돌이켜봐야 하겠습니다. 

"노예 제도는 문명만큼이나 그 역사가 오래되었다(p60)." 한국처럼 대륙의 먼 동쪽에 고립된 지형에 오래 전부터 터잡고 단일민족으로 산 겨레에게는 노예제가 상당히 낯섭니다. 그러나 우리 조상들도 몽골, 왜인들의 침략 당시 포로로 잡혀 국제 시장에 노예로 끌려간 이들이 많았고, 솔거 노비, 외거 노비도 일종의 노예이긴 했습니다. 그러나 국내 인신매매가 활발하지는 않았고 외거 노비의 경우 노예라기보다는 농노에 가까웠으며 천민 신분이라는 게 타 종족의 귀화, 형벌 집행의 결과물로 취득되는 경우가 많았으므로 외국의 노예제와 함께 볼 것은 아닙니다. 

여튼 노예제와 과학자가 무슨 관계라서 이 책에 등장했는지 의아한 분들도 있을 텐데, 바로 다음 페이지에 그 이유가 나옵니다. 박물학자들이 동식물 표본을 구하고 싶을 때 이 노예 무역 인프라를 이용했던 것입니다. 연구가 하고 싶어도 무슨 표본이 있어야 가능할텐데, 이를 위해 따로 시스템을 구축하는 건 발달된 현대 국가 체제에서도 쉽지 않은 일입니다. 노예제와 직접은 무관하지만 찰스 다윈 같은 사람도 박물학자의 범주에 속합니다. 사실 뭔가 큰 이익이 남지도 않는 판에 온갖 위험, 불확실성을 무릅쓰고 그 먼 바다를 건너온다는 게 무리이며, 노예 무역이 그만큼 큰 수익을 올려 주는 유망한 비즈니스였다는 뜻입니다. 노예 무역으로부터 가장 큰 혜택을 입고 심지어 본인이 항행에 적극 참가하고 현지에 일정 기반을 다지기까지 한 박물학자로는 이 책에 헨리 스미스먼이 소개되는데, 자기 딴에는 원없이, 재미있게(?) 한 생을 산 사람이라 이야기로만 읽어도 매우 흥미로웠습니다. 

미국은 한때 전기의자 방식이 사형수 처결의 원칙이었으며 이를 소재로 삼은 범죄물, 미스테리물도 무척 많습니다. 전기의자 자체가 사형의 제유(提喩)이기도 합니다. 이 사형 방식을 두고 치과의사(이상하게도, 역사에 남을 기행을 벌인 이들 중 치과의사들이 제법 됩니다. 물론 선량한 의료인들이 압도적으로 많습니다만) 앨프리드 사우스윅이라는 이가 독극물 주입에 반대하여 전기의자 식을 옹호했으며, 발명가로 유명한 에디슨이 인도주의적 관점에서 이에 반대하고 나섰습니다. 순전히 제 개인적 생각인데, 당시 막 상용화를 앞두던 전기 시스템에 공연히 끔찍하고 잔인한 대중적 선입견을 피하려는 비즈니스상의 고려도 있지 않았을까 짐작합니다. 아무튼 윌리엄 켐러라는 사형수에게 집행된 처분 과정에서 벌어진 끔찍한 사고는 이 책 말고도 여러 서적에서 논할 만큼 당대에 큰 화제가 되었습니다. 

제7장의 주제 인물은 터스키기 매독 연구로 악명 높은 존 커틀러입니다. p233에, 잘생기고 샤프해 보이는 생전 그의 사진이 나옵니다. 과테말라 사건의 진상이 밝혀지기 전까지는 이 사람은 앨버트 아인슈타인애 비견될 만큼 칭송받던 의사였습니다. p232를 보면, 존 커틀러와 정확히 같은 시대를 살았고, 아이티와 인도에서 여성들의 부인과 치료 접근성을 쉽게 했으며, 에이즈 환자들을 악마화하지 말라는 도덕적 호소로 세계를 감동시킨 의사 이야기가 나오는데, 이 사람이 누군지 책에는 끝까지(?) 안 나옵니다. 이 사람이 과연 누구겠습니까? 바로, 그의 악행이 폭로되기 전의 존 커틀러 본인입니다. 제가 영어 원서룰 읽어 보니 "괜히 말을 꼬아서 사과한다"는 독자에게의 사과(?) 문장이 있더군요. 

8장에는 에가스 모니스, 그리고 후계자 격인 월터 프리먼 이야기가 나옵니다. 훌륭한 가문에도 지능이 떨어지는 자녀 한둘은 있기 마련인데, p269에 나오는, 딸 로즈메리에게 전두엽 절제 수술을 받게 해서 더 인생을 망치게 한 정계 거물 조셉 케네디가, 우리가 아는 존 F 케네디의 부친입니다(로즈메리는 JFK의 여동생이며, 지금 미국을 떠들썩하게 하는 로버트 주니어의 고모입니다). 전두엽 절제 수술 이야기는 한때 이런 어설픈 의사들에 의해 하나의 처방처럼 통했고, 많은 장르물에서 즐겨 쓰던 소재였죠. "얼음 송곳(icepick)"은 영화 <원초적 본능>에도 나왔던 끔찍한 도구인데, 이걸로 뇌 수술을 했다니 정말 대단한(?) 의사들이었다 싶습니다. 참고로 이 책 원서 제목이 <The icepick surgeon>입니다. 

"정치적 목적으로 심리학을 악용한(p347)" 나쁜 사례라는 건, 정치적 반대자들에게 어떤 정신병리학적 누명을 씌워 시설에 가두거나 그 이상의 끔찍한 처분을 했던 사건들을 가리킵니다. 구 소련의 탄압 사례라든가, 중국에서 파룬궁 수련자들에게 가하는 비정상적인 압제가 이 책에서 예로 쓰이는데, 저는 혹시 "인체의 신비 전시회"도 언급이 있지 않을지 기대했지만 없었습니다. 아마도 아직 객관적 증거가 충분치 않아서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이 장에서는 한때 유나바머 연쇄 테러로 미국을 공포에 떨게 했던 수학 천재 테드 카친스키 이야기도 나옵니다. 

대개의 경우 "미친 과학자"는 과학 자체에 대해서는 지극히 헌신적이고 이념을 위해 팩트 자체를 왜곡하는 건 매우 드문데(하긴, 제대로 미쳤으면 뭘 더 못하겠습니까만), p312에 나오는 리센코의 경우 독재 정권에서의 출세를 위해 과학적 원리까지도 마음껏 비틀었던 최악의 케이스로 꼽힙니다. 냉전 시기 해리 골드는 적국으로 너무도 많은 정보를 빼돌려 옥살이까지 했지만, 감옥에서 자신의 재능을 잘 살려 동료 죄수들에게 큰 도움을 주는 등 치밀하고 유능한 과학자로서의 면모만큼은 부정할 수 없었습니다. 

철학자 니체도 지적인 성실성(intellectual integrity)라는 개념을 말했는데, 지식 발견이라는 한 가지 난제와 미션에 몰두하는 이들, 특히 자연과학자나 의사라면 그 본연의 업무 성격 때문에라도 쉽사리 거짓말이나 일탈 행동을 하지 않으리라는 게 일반적인 기대입니다. 그러나 이 책에서 보듯 현실은 결코 그렇지도 않았는데, 이런 사람들이 국가 권력과 결탁하여 천인공노할 범죄를 체계적으로 저지른 게 나치와 닥터 멩겔레 같은 사례입니다. 그래서 저자는 아인슈타인의 견해를 인용하며, 정직, 성실성, 양심적 태도 등의 미덕을 과학자 양성 과정에서 어린 학생들에게 교육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p437). 그래서 이 책은 본문도 본문이지만 결론과 보론 파트도 독자에게 묵직한 임팩트를 줍니다. 권말의 항목 색인이라든가 문헌 소개까지도 완벽하여, 역시 과학책은 해나무다 싶었네요.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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