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 입문을 위한 최소한의 동양 철학사 : 인물편 - 요즘 세대라면 반드시 알아야 할 동양 대표 철학자 17인
신성권 지음 / 하늘아래 / 2024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지난 2월 19일 신성권 선생님의 <서양 철학사(인물편)>를 읽고 리뷰를 올렸습니다. 지금 이 책은 자매편인 <동양 철학사>인데, 모두 17분을 다루고 있으며 특히 우리 한국 성현들도 여덟 분이 포함되었습니다. 동양 철학은 서양의 그것과는 또 다른 차원과 방향성과 깊이를 자랑하며, 우리들도 모두 동양인인 만큼 그 최소한의 내용이라도 공부하여 내면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물론 이 책은 동양 철학의 정수, 핵심을 최대한 쉽게 설명하되 그 주창자들을 깊이있게 분석하므로, 이 책만 잘 읽고 공부해도 교양인으로 충분히 통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기소불욕이면 물시어인." 공자의 가르침 중 하나입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가르침 중에도 골든 룰이라 하여 이 비슷한 것이 있습니다. p21에서 저자는 "서(恕)"의 개념을 소개하며, "다른 사람의 마음을 나와 같이 생각하라"는 게 그 핵심이라고 요약합니다. 여기서 저자는 이를 절묘하게 <장자>의 해조(海鳥) 이야기와 연결시켜, 동물조차도 그 마음이 통하지 않으면 유리한 환경에서도 죽어버리는 이치를 설명합니다. 내가 아무리 상대를 생각하여 그런 행동을 했더라도, 상대가 그 호의를 마뜩지 않게 여긴다면 이는 내가 그 상대방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것과 비슷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깊이 생각해 봐야 할 부분입니다. 

맹자는 공자-증자-자사로 이어지는 유가 적통의 대현인입니다. 그런데도 p35를 보면 이른바 폭군 방벌론을 주장하여 한때 문묘에서 초상화와 글이 제거되었다고 나옵니다. 당시에는 저런 주장이 불온시되기도 했겠으나, 민주주의 시대를 사는 우리들의 눈으로 다시 보면 차라리 시대를 앞서 간 혁신의 사상가가 아닐까 싶게, 그 기개와 정의감이 새삼 위대하기까지 느껴집니다. p37을 보면 '하늘이 장차 큰 일을 맡기려는 인재에게 의도적으로 곤궁과 시련을 부과한다"는 고자장의 구절, 天將降大任於斯人也, 必先勞其心志 苦其筋骨, 餓其體膚 窮乏其身, 行拂亂其所爲, 是故動心忍性, 增益其所不能이라는 유명한 문장이 나옵니다. 

p50을 보면 노자의 가르침에 대해 우리가 갖는 선입견과는 달리, 원래는 제왕의 통치술에 관한 저술이 <도덕경>이었다고 저자는 지적합니다. 무위이치(無爲而治. p56)라든가 소국과민(小國寡民. p59) 같은 구절을 보면 확실히 그렇습니다. 또 도가 자체와, 현세지향적 종교였던 도교를 구분해야 하며, 사람들이 그 각자 태어난 바에 따라 자연스럽게 살도록 도울 뿐 어떤 획일적 기준을 강요하지 말아야 한다는 도가 본연의 가르침을 유가와 선명히 대비시킵니다. 

법가는 현실이고 유가는 이상인데, 어째서 유가인 순자 밑에서 법가인 한비자가 나왔는가? 이런 의문이 누구에게나 들 만합니다. p85 이하에서 저자는 그 이유를 설명하는데, 순자의 독특한 입장, 한비자 사상의 도가 상통성을 들며 이 두 사람이 원래부터 잘 맞는 성향이었음을 시사합니다. 한비자는 너무나 현명했기에 이사(李斯)에 의해 참소(p86)당했지만, 이사 역시 환관 조고에 의해 비참하게 죽었으므로 너무 애달파할 필요는 없겠습니다. 천도가 본래 그런 것 아니겠습니까. 

한편 p89 이하에는 고타마 싯다르타의 심원한 불교 사상이 등장합니다. 해탈과 열반, 고집멸도의 사성제, 12연기설 등이 설명되는데 역시 부처님의 가르침이란 심오하면서도 뭔가 마음이 편안해지는 느낌입니다. 이어 신라 시대의 고승인 원효 스님의 사상이 설명되는데요. 우리가 잘 아는 해골물의 가르침, 정토(靜土) 사상, 화쟁과 일심 등 그의 사상 정수들이 알기 쉽게 이해됩니다. p115에 나오듯 <대승기신론(大乘起信論> 자체는 馬鳴(마명) 대사가 지은 경전인데, 이에 주석을 단 분이 7세기의 원효이며 그 책이 <대승기신론소(疏)>입니다. 동아시아 전체에서 명저로 통했다고 하니 너무도 자랑스럽습니다. 이어, 지금까지도 한국 불교의 대종을 이루는 조계종의 창시자 지눌 스님이 설명됩니다. 

주자는 유학에 불교적 형이상학을 접목시켜 그 철학적 깊이를 더한, 공자 이후 거의 이천년 만에 등장한 대학자입니다. 저자는 서양 플라톤 철학에서 현실과 이데아가 대립하는 이원론 요소를 지적하며, 주자학에서도 理(이)와 기(氣)가 대립한다는 점에서 닮았다고 지적합니다. 주자 역시 다른 유학자처럼 거경(居敬)과 궁리(窮理)라는 두 가지 방법론을 강조했다(p136)고 합니다. 한국에서 이 주자학을 받아들여 대성시킨 유학자가 이황, 이이인데, 퇴계는 주리론이라서 기(氣)를 천하다(p144)고 본 반면, 구도장원공 이이는 기발이승일도설(p173)을 주장하여 둘의 경중을 따지기 어렵다고 했습니다. 북인의 태두인 남명 조식은 과단성 있는 행동가(p165)로 평가받으며, 애민정신으로 유명한 18세기 실학자 다산 정약용은 원시 유학(p189)의 질박함을 복구하여 국태민안을 위정자들이 추구할 것을 주창했습니다. 

무려 1000권의 책을 써서(p197) 한국형 경험론의 토대를 놓은 최한기의 업적은 <명남루총서>에 잘 나옵니다. 수운 최제우는 한국형 종교인 동학(p209)을 창시하여 농민들을 각성시켰는데 20세기 들어 3대 교주 손병희의 손에 의해 천도교로 정립됩니다. 이렇게 동양의 철학 거인들, 그 중에서도 한국이 낳은 사상가들의 행적을 공부하니 자랑스럽기도 하고, 바르게 사는 방법에 대해 치열하게 연구한 대성현들의 가르침을 읽으니 마음이 숙연해지기도 합니다. 초보자도 쉽게 접근하도록 잘 읽히는 문장이 최고입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미래 학교, 학생이 주도하는 교실
이보람 외 지음 / 두드림미디어 / 2023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학생이 자신의 이상과 포부를 마음 놓고 펼치는 인재로 자라나려면, 아마도 그 학교는 교사나 그 외 당국자보다는 학생 본인이 교육 커리큘럼 중 상당 부분을 주도하는 시스템이라야만 할 것 같습니다. 아이들이 저마다의 소질을 뽐내며 잠재력대로 멋지게 성장하는 모습은 어른들이 상상해 봐도 매우 뿌듯합니다. 물론 희망과 비전이란 그의 참된 포텐셜에 합당한 내용이라야 하며 터무니없는 욕심이나 환상에 기반한 것이어서는 안 됩니다. 거품이 안 낀 바른 미래상도 결국은 자기 주도 학습을 통해서야 자리할 수 있는 것이며 이 목적의 달성을 위해서라도 학생의 권리 보장은 반드시 필요합니다. 

교사는 무엇을 해야 할까요? 과거처럼 일정 지식을 학생에게 주입하는 식이어서는 안 됩니다. p60을 보면 교사는 학생이 해 놓은 과제, 성취를 좀 더 다듬는, 주도가 아닌 보조 역할에 그칩니다. 책의 설명을 보면, 학생이 제출한 계획서(자기배움 과정)을 면밀히 검토한 후 국가 수준의 교과 과정과 접점을 찾은 다음, 이를 교사 수준에서 체계화한 교육 과정으로 정립한다고 나옵니다. p61 하단에 그 예시 문서가 나오는데, 관심 있는 교사분들은 확대 인쇄해서 참고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p101을 보면 IB라는 게 설명됩니다. 국제공인교육과정이라고 번역되는데, 원어는 International baccalaureate입니다. 원래 프랑스의 대학 학부 입학 자격 시험 바카로레아도 석사 학위자를 뜻하는 bachelor하고 그 어원만큼은 같습니다. 이런 교육과정은, 앞으로 전개될 세계는 불확실성, 변동성, 복잡성, 모호성 등으로 특징지워지니 만큼, 어떤 기계화하고 정형화한 지식만 장착해서는 변화의 추세에 제대로 대응할 수가 없다는 진단을 전제로 합니다. 아이들은 학교에서 느닷 자신 앞에 전개되는 상황에 침착하고 융통성 있게 대처하되, 무작위나 충동, 운에 맡기는 요행 심리가 아닌 시스템적인 사고를 갖고 주어진 문제를 해결하는 자질을 갖춰야 합니다. IB는 이런 자질을 학생들에게 함양하는 모범적인 커리를 제시합니다. 

p120에는 지철이와 규빈이(아마도 둘 다 가명이겠지만)의 우화, 사례가 나옵니다. 투표를 하는데 여학생줄과 남학생 줄로 나누어서 진행되었습니다. 그런데 여학생 줄이 더 빠르게 줄어서, 일부 남학생들이 볼평을 하기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이때 선생님이 지철이에게 의견을 물으니 얘는 그저 웃으면서 자기 줄에서 묵묵히 기다리더라는 것입니다. 착한 학생이죠. 그런데 선생님은 약간 걱정이 들더라고 하네요. 분명 문제가 있는 상황이었는데도 지철이는 상황을 개선할 생각보다는 무기력한 순응을 선택한 것 아닌가. 글 말미에도 나오지만 지철이가 꼭 잘못이라는 건 아닙니다. 이런 학생들이 일선에서는 대부분이고 또 기존의 커리큘럼에서는 이런 모범생으로의 교육을 지향해 왔습니다. 

그러나 기존의 시스템에서는 더 이상 효율을 찾을 수 없을 때, 부조리를 과감하게 지적하고 이를 개선할 방안을 제시하거나, 찾으려 노력하는 건 시민의 권리이자 의무입니다. 물론 어설픈 공명심이나 주목 욕구가 주된 동기가 되어서는 안 되며 공동체의 앞날을 개선하려는 진지한 자세와 마음가짐이 바탕이 되어야만 하죠. 규빈이는 이 이야기 안에서 "남자애들이 여자 줄로 옮겨가서 서자!"는 제안을 합니다. 그 제안은 여학생들의 편익(현재 혹은 미래의)을 해치는 바도 없고, 남학생들의 편익은 그것대로 증가시키는, 말하자면 파레토 효율을 달성하는 아주 합리적인 방안입니다. 

물론 피해망상에 사로잡힌 편협한 인간이라면 앞뒤를 따지지도 않고 일단은 구태의연한 성별 장벽을 지키려 들겠지만, 이 사례에서 선생님은 주저없이 "그렇게 해!"라며 승인을 내립니다. 승인을 할 뿐 아니라 규빈이의 유연한 사고를 칭찬하기까지 합니다. 물론 이 경우 무질서가 초래되면 안 되므로, 오래 기다린 순서대로 일정 인원만큼만 이동시켜, 두 줄의 끝이 같아지는 선에서만 변동을 허락해야 하겠지만 말입니다. 이처럼 자기 주도 학습 습관이 몸에 밴 학생은, 자신뿐 아니라 모두의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친구들을 이끌 줄을 압니다. 

요즘은 아이들이 TV보다 스마트폰을 더 자주 사용하는 세상입니다. 이에 대해 걱정만 할 게 아니라 기왕이면 스마트폰을 자기 주도적으로 활용하게끔 지도와 교육을 베푸는 게 낫겠습니다. p140을 보면 "덜 가르치고 더 배우게 하기"란 말이 나오는데, 아이들을 어른이 가르치려 드는 것보다, 아이가 스스로의 생각과 결단에 의해 배우게 돕는 게 훨씬 바람직하다는 뜻이겠습니다. 아이들은 이 예화(실제)에서 템플릿 폼들을 신기하다는 듯이 들춰 보고, 마음에 드는 걸 써도 되냐며 선생님께 허락을 구합니다. 이들은 자신의 생각에 맞춰 ppt를 개성적으로 제작하고, 어떤 단계에서는 교사보다도 더 높은 창의력을 발휘하여 기어이 멋진 작품을 만들어냅니다. 학교라기보다 놀이동산에 가까운 곳에서 길러지는 창의력(물론 남에게 보여 주가 위한 가짜나 흉내, 구실, 핑계가 아닌)을 갖춘 인재라야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성공적으로 헤쳐 나갈 수 있겠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시원스쿨 여행 중국어 [핵심 표현 정리집 PDF + 테마별 단어 정리집 PDF] - 급할 때 바로 찾아 말한다!
시원스쿨어학연구소 지음 / 시원스쿨닷컴 / 2024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손바닥보다 작은 크기의, 휴대가 편한 여행중국어책입니다. 여행 다닐 때마다 상황에 합당한 표현을, 잠시 책 참조해 가며 접객원, 안내자, 식당 주인, 역무원, 호텔 데스크 등에 내 입으로 표현할 수 있다면 훨씬 즐겁고 편한 여행이 될 것입니다. 다른 책에는 잘 안 나오지만 실제 여행시에는 꼭 필요했던 표현이 많아서 도움이 되었습니다. 

이런 여행외국어책은 목차도 목차지만, 목차와는 별개로 가나다순 색인이 따로 있어야 상황이 발생할 때 바로바로 찾아서 참고할 수가 있습니다. "필요한 문장과 단어를 가나다순으로 정리"한 색인이, 목차, 책 특징 소개 페이지 바로 뒤에 나옵니다(책 맨뒤가 아님). 아무리 책 내용이 좋으면 뭐하겠습니까? 필요할 때에 책 어디엔가에 있는 그 정보가 내 눈에 바로바로 들어와야 그게 쓸모가 있는 것입니다. 책의 컨텐츠에 대해, 여러 방향으로부터 접근이 가능해서 좋았습니다. 

모든 단원 앞에는 긴 문장 표현 말고, 개별 단어를 중국어로 뭐라 하는지 생각이 안 날 때 바로바로 찾아볼 수 있도록 별도로 항목을 제시했습니다. 예를 들어, 공항 편에서는, 게이트, 환승, 탑승, 연착 등을 중국어로 뭐라고 하는지 32개 단어를 앞부분에 따로 모아 놓았습니다. 카트는 중국어로 뭐라고 할까요? p42에는 手推车(셔우투이처)라고 나옵니다. 한자를 풀이해 보면 손으로 미는 차(車. 수레)지요. 우리말로도 堆는 밀 퇴라고 읽기도 합니다. 퇴고라고 할 때의 그 글자입니다. 책에는 셔우투이처라고 한글로도 적어 주고, 병음기호에는 성조도 표시해 두었습니다. "제일 가까운(the nearest)"은 最近的인데, 뭐 우리말로 하면 "최근적"이니 대충 뜻이 짐작 가능하죠. 역시 병음으로 주이 찐 더 라고 대략의 발음이 나오며 성조에도 주의해야 하겠습니다. 이 最近的은 간체와 정체 구분이 없어 한국인 눈에도 바로 들어옵니다. 

거리에서 쓸 수 있는 표현들이 p66 이하에 죽 나옵니다. 일단 "~가 어디 있어요?"라는 기본 문형을 알아야 하겠는데, 在哪儿(짜이날)이 그것입니다. 짜이날 앞에다가, 내가 알고 싶은 장소를 붙이기만 하면 됩니다. 예를 들어 "이 레스토랑은 어디에 있나요?"라고 하려면, 這個飯館짜이날이라고 하면 되죠. 물론 간체자로 제대로 적으면 这个饭馆在哪儿입니다. 레스토랑이 饭馆이며, 관형사 "이(this)"가 这个입니다. 한국식으로는 반관이지만 중국어로는 판관 비슷하게 읽습니다. 어떤 경우에도 성조에 유의해야 하겠습니다. 

교통수단, 특히 택시 등을 이용하고 나서 영수증이 필요할 때가 있습니다. 영수증은 發票(발표)라고 쓰는데 물론 대륙식 간체로는 发票이며 그 발음은 p86에 나오는 대로 파피아오 비슷합니다. 역시 이때에도 병음에 표시된 성조를 최대한 살려 발음해야 하겠습니다. 여튼 영수증이 파피아오이며, 영수증을 달라고 하면 給我發票吧(급아발표파), 간체로는 给我发票吧(게이 워 파피아오 바)입니다. 버스 요금이 얼마냐고 물으려면 車票多少錢(차표다소전)이며, 간체로는 车票多少钱(츠어퍄오 뚜어샤오 치엔)이라고 책에 나옵니다. 

우리나라, 특히 수원 등에 소재한 여러 노래방은 중국인들도 자주 이용하는지 간판에다 練歌廳이라고 써 놓기도 합니다. 물론 저렇게 정체로 쓰면 중국인들이 모르므로 练歌厅이라고 간체로 써야 합니다. 련가청, 풀면 노래를 연습(수련)하는 홀이라는 뜻인데(ㅋ), 廳이라는 글자가 본래 영어의 hall 정도의 방을 뜻하게끔 중국어에서 뜻이 확장되었습니다. 따라서 厅이면 괜히 한국식 한자를 거쳐 관청 같은 걸 번거롭게 떠올리지 말고 hall로 바로 번역하면 거의 안 틀리더라는 게 저 개인적 노하우입니다. 이 책 p106을 보면 호텔에서 로비가 어디냐고 물을 때 大厅在哪儿이라고 하면 됩니다. 즉 로비가 대청(大厅. 따팅)인 것입니다. 짜이날 문형은 이미 앞에서 배웠습니다. 

이 책의 또하나 장점은, 모든 페이지 하단에, 지금 이 단원이 책 전체에서 어느 파트에 해당하는지 표시를 한다는 점입니다. 따라서 다른 파트로 가고 싶으면, 구태여 맨 앞 차례로 돌아가서 해당 내용이 몇 페이지에 있는지 확인하지 않아도, 그 페이지 맨밑만 봐도 알 수 있다는 거죠. 뿐만 아니라 책 옆면에 thumb index가 다 나오기 때문에, 손으로 페이지를 후루룩 넘기면서도 내용을 찾아갈 수 있습니다. 접근성이 좋아서 더 효용이 컸던 책이었네요. 

*시원스쿨에서 책을 제공받고 활용해 보며, 솔직하게 또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은원, 은, 원
한차현.김철웅 지음 / 나무옆의자 / 2024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대흥동은 마포구 소재이니 한강 벨트에 (크게 봐서) 속합니다만 아직도 개발이 미진한 구역이 많아서인지 서울 북부 같는 느낌이 드는 지역입니다. 그래서 일산까지의 거리도 매우 멀지만, 느낌상으로는 일산도 금방 갈 것만 같습니다(제 주관적인 느낌이지만). 은원이 성이연을 찾아가는 길이 대흥동에서 버스를타고 일산으로 가는 건데, 개발 초기와는 달리 현재는 매우 침체된 분위기인 일산이 목적지라는 점도 그렇고 뭔가 좀 다운되고 약간은 어둡기까지 합니다. 현재 은원은 집을 비워, 자신의 공간을 "은원 없는 은원의 집(p16)"으로 만든 상황, 여튼 기어이 백석역에 도달해 호수공원 근처 약속한 찻집을 찾은 은원. 이미 성이연은 장소에 나와 있습니다. 

은원은 제 생각에 주위 사람들에게 다소 걱정을 끼치는 타입인 듯도 합니다. 연락이 안 되니 한차연은 안달복달하며 걱정할 만도 합니다. 소설 초두는 차연이 은원을 걱정하며 기어이 그 집에까지 와서 부재를 확인하는 장면입니다. 제주도 여행이 기어이 그렇게 큰 문제가 되었다는 말인가. p91에서 은원의 어머니는 차연에게 전화를 해 그녀만이 해 주었던, 앞으로 해 줄 것으로 기대되는 역할을 부탁합니다. 차연의 답은 남자답게 흔쾌하고 단호합니다. 어머니의 전화가 아니었어도 이미 그럴 생각이었기 때문입니다. 

차연은 성격답게 "무조건 아이스아메리카노(p127)"를 읊습니다. 그러나 은원은 따뜻한 라떼를 마시겠다며 약간은 뜻밖으로 다른 의견(?)을 냅니다. 이 순간 은원은 아마 아아를 마실 수가 아마 없었을 겁니다. 머리 속에 아카이브처럼 기억을 저장해 두는 게 "변태" 짓일까요? 은원이 하필이면 그 말을 꺼낸 걸 갖고 차연 본인도 아니고 밖에서 보는 독자가 뭔가 위화감을 느낄 필요는 아직 없습니다. 그러나 정작 뭔가 아슬아슬해진다는 예감은 은원이 갖는 것 같습니다. 생리 이야기를 꺼내다 "이렇게 편해도 되나?"며 스스로 겸연쩍어합니다. 그러게 말입니다.  

잔잔한 소통과 약간은 수상쩍은 로맨스가 기대되던 초반의 분위기는 이후 급변합니다. 다소곳이 어느 시인(이름은 진이정이라고 합니다)을 여느때처럼 토의할 것 같던 차연과 은원. 물론 차연은 우리가 눈치챈 대로 시인 같은 토픽을 즐길 사람은 아닙니다만 이상하게도 이때 차연은 은원의 말머리를 급히 자릅니다. 평소답지 않죠. 그런데 은원은 오히려 후련함을 느낍니다. 이 후련함은 감정상의 유쾌함이 아니라, 그저 예감만으로 취급했던 불안, 불길 같은 게 여튼 현실임을 깨닫고 느끼는 시원섭섭, 허탈, 체념에 가깝습니다. 그리고 은원의 운명은 급하게 진로를 잡는데... 남 보기엔 날벼락이겠으나 은원 같은 이가 그리 충동적으로 뭘 결정하지는 않습니다. 

"집착이 문제였어요. 관계에 대한 집착이 우리를 괴물로 만들었지요.(p204)" 소현정과 이인태 부부는 둘 다 전문의입니다. 기술, 특정 순간과 상황에서 그들에게 완전히 다른 의미로 다가올 수 있는 특정 기술에 대해 이해를 갖춘 사람들입니다. 초4인 딸 서인이가 크게 다쳤고 다시 예전처럼 돌아올 가망이 없어 보이는 상황에서 천공렬 회장이 제안한 놀라운 내용, 유전자 복제를 통해 예전의 딸을 다시 만나라는 게 차분한 이성으로 그 당부가 판단되지 않는다는 다소의 회한입니다. 그러나 그들의 기대는 배반당했고, CL바이오 측은 다른 속셈을 감추고 있었던 거죠. 차연은 이미 기술의 위험함을 감지했었으나 다만 현정 부부가 내적으로 어떻게 그 정도의 단단한 사명감을 가지게 되었는지가 궁금했을 뿐입니다.  

p244에 다시 언급되는 마포구 대흥동은 은원이 다니는 회사 소재지입니다. 차연은 기어이 은원과 다시 연락이 되었고 전화로 접촉이 된지 40분만에 은원이 나타납니다. 그런데 상황이 잠시 fade-out되고, 이제까지 oo로 알았던 ooo가 갑자기 태도를 돌변하여 차연의 목에 칼을 들이댑니다. 강원도와 경기도 경계 어디쯤으로 여겨지는 곳으로 끌려간 차연과 은원은 거기서 ooo와 ooo를 만납니다. 심하게 구타까지 당한 듯합니다. 절체절명의 위기입니다. 

다소 생뚱맞은 상황에서 oo은 oo에게 고백 비슷한 걸 합니다! 물론 oo의 생각이 뭐였는지 정도야 우리 독자들이 진즉에 다 눈치챘습니다만 그 상황과 시점이 생뚱맞다는 겁니다. 다만 은원의 생각이 무엇인지가 여전히 아리송한데... 이제 차연과 은원은 천 회장의 비정하고 위선적인 표백을 들으며 그와 맞서는데 다만 이 와중에 약간은 낯설어진 모습을 은원에게서 차연은 느낍니다. 막판까지 결말이 과연 어떻게 될지 예측이 안 되어 더 흥미로운 소설이었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그리고 너는 속고 있다
시가 아키라 지음, 양윤옥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4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책을 받기 전부터 입소문이 자자해서 기대를 잔뜩 가졌는데, 막상 받고 읽어 보니 마음이 무척 답답해졌습니다. 일본이나 우리나 사회구조, 평균적인 사람들의 심성 몇 측면이 닮았다 보니, 이 소설에서 펼쳐지는 사회상이 꼭 일본스러운 현상이 아니라, 지금 이 시각 한국의 여느 싱글맘에게도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누마지리 다카요 씨는 못난 남편을 만나 재산상으로 큰 피해를 입었는데 그 영향이 친정에까지 미쳐 거의 살림이 풍비박산이 난 상태입니다. 딸 아야나까지 혼자 힘으로 키워야 하는데 그 궁핍함이란 이루말할 수가 없습니다. 

읽으면서 독자는 고개를 갸우뚱하게 됩니다. 이렇게 친절한 사채업자가 있다는 게 말이 될까? 과도한 친절은 뭔가 의심을 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사채업자는 기어이 다카요의 집에 찾아오려 들고, 하필이면 남편에게 받을 빚이 있다는 불량한 사내도 같은 날 찾아오겠다는 기세라서 다카요는 극도로 불안해집니다. 다카요는 이른바 헬스딜리버리라는 준 성매매업소에까지 다닐 뻔했으나 직전에 다르게 진로를 틀었기에 우리 독자들은 더욱 불안해졌다가 잠시 안도하게 됩니다. 지금 밖에서 문을 두드리는 사람이 누구건 간에, 칼까지 손에 쥔 상태에서 괜히 경솔한 판단은 하지 않아야 할 텐데 말입니다. 

예전부터 일본 미스테리물은 서술 트릭을 교묘히 잘 쓰는 걸작들이 많았습니다. 이 작품은 서술 트릭, 나아가 사건의 배치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트릭인 셈이어서 구성 트릭이라고 해도 될 것 같습니다. 이야기는 칼을 쥔 다카요가 어떻게 되었는지 설명이 생략된 채, 누마지리(p225에 누미지리라고 오타난 부분 있습니다)가 그 마음 좋은 사채업자 밑에 들어가 사부님으로 모시며 일을 돕고 배우는 장면으로 바로 넘어갑니다(그렇게 보입니다). 누마지리는 (기대대로 사람 좋아 보였던) 사부님 밑에서 특유의 순진함도 드러내며 경제적 곤궁도 벗어나고 있는 듯해서 독자는 그나마 마음이 놓입니다. 다만 딸 아야나를 어떻게 할지가 문제인데, 배우자에게서 "딸에게 학대를 가한 적 있다"는 공격까지 받는 판이라서 양육권을 둘러싼 다툼이 불리해질 듯도 합니다... 

와... 지나고 보니 이 부분도, 작가가 노골적으로 힌트를 준 셈이었는데, 독자는 까맣게 몰랐습니다. 한국과 일본은 닮은 점이 많은 사회이지만, 결정적으로 다른 점 하나가 있습니다(뭔지는 이 리뷰에서 말할 수 없고요). 이 요소 때문에, 이 소설은 한국을 배경으로라면 도저히 그 트릭이 성립되지 않습니다. 또 이 소설은, 라디오극이나 영화로 절대 만들어질 수 없습니다! 지면(紙面) 소설이 담을 수 있는 트릭의 극한까지 몰고갔다는 점에서 저는 정말로 감탄했습니다. 다시 강조하지만, 이런 소설은 여태 읽어 본 적이 없습니다. 입소문이 과연 그렇게 날 만했습니다. 

소설은 2부로 구성되었는데, (앞에 말했듯이) 2부에서도 딱히 다카요의 운명이 나락으로 떨어진다거나 하지 않고 오히려 적응, 안정을 찾아가는 듯해서, 작품의 긴장은 감소해도 차라리 독자는 마음이 좀 놓입니다. 뭐 별것없고, 그냥 착한 사채업자도 세상에 있긴 하고, 현행법(우리 나라나 일본이나)이 워낙 강하게 규율하기 때문에 요즘은 저런 패턴의 사업도 나오나 보다(이른바 소프트사채) 하고 넘어가게 됩니다. 물론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기 때문에, 업계의 실태에 대해 어떤 환상을 가지면 곤란하겠습니다. 별일없어서 다행이긴 한데, 소설은 좀 밍숭맹숭하다, 이렇게 착각하고 책을 덮...을 뻔했습니다. 

사실 저는 책을 다 읽고 나서도, 사건의 진상을 잘못 파악했습니다. 마지막에 인물 간의 대사가 바뀌었나 싶은 대목이 있긴 했는데, 둘이 이야기가 잘 안 되어서 ooo가 xxx을 죽이고 비극으로 끝났나 보다 하고 독서를 마무리지었습니다. 그러다가 "이게 지금 사회고발 소설인가, 아니면 미스테리물인가? 분명 걸작 미스테리라고 해서 읽었는데 뭐가 이렇게 심심하지?" 싶어서 양윤옥 역자의 후기를 읽었는데, 엄청난 반전이라고 해서 뭐지 싶어 (좀 이상했던) 마지막만 다시 읽었습니다. 그리고 비로소 깨달았는데 한동안 머리가 멍해지는 것 같았습니다! 세상에 이렇게 속을 수도 있구나! 

반전인 줄 알고 다시 읽어 보니, 소설 곳곳에 빤하게 힌트와 함정이 도사리고 있었으니 두눈뜨고 속은 셈이었습니다. 심지어 이 책의 제목, 차례에까지도 힌트가 대놓고 주어졌는데 그걸 몰랐다니! 자세하게 짚으면서 여기, 여기, 여기가 암시, 복선이었다고 썰 좀 풀고 싶지만 안 읽은 분들을 위해 자제하고 후기는 마무리하겠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