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물어도, 예스
메리 베스 킨 지음, 조은아 옮김 / 황금시간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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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부터 이웃하며 함께 지내왔던 두 가족 사이에서 벌어진 비극과 화해의 과정을 아름답게 그리고 있는 다시 물어도, 예스는 피플, 보그, 엘르에서 선정한 2020년 `올해의 책`이다.

지극히 평범해 보이는 두 가족의 이야기를 통해 전체를 흐르는 사랑과 삶에 대처하는 방식 그리고 용기와 화해에 대한 삶의 보편타당한 이야기를 아름답게 그려내고 있어 왜 그렇게 많은 사랑을 받았는지 이해가 간다.

아일랜드에서 혈혈단신의 몸으로 미국에 건너와 경찰이 되고 자신의 가정을 이루며 평범하게 살아가던 프랜시스

그의 이웃으로 한때 짧은 시간 파트너로 일한적이 있던 브라이언이 이사를 오면서 두 가족의 아이들인 케이트와 피터는 단짝이 된다.

아주 어릴 적부터 서로의 단짝이었던 두 사람이 서로를 이성으로 의식하며 아름다운 추억이 될 수도 있었을 이야기는 비극적인 사건이 발생하면서 이 사건으로 인해 두 가족은 엄청난 변화를 겪게 된다.

아름다운 외모를 가졌지만 언제나 불안정한 감정으로 주변을 긴장하게 만들었던 피터의 엄마 앤이 폭발하면서 프랜시스는 경찰의 지위를 잃고 조기 퇴진했으며 오랜 시간 병원 신세를 지게 되었고 위태롭던 피터의 가족은 뿔뿔이 흩어지게 되는 결과를 맞는다.

두 가족 모두에게 엄청난 상처와 후유증을 남기게 되는 이 사건은 구성원 모두 변화시키는 계기가 되고 단짝이었던 케이트와 피터 역시 원치 않았지만 서로 헤어지게 된다.

하지만 서로에게 전부였던 두 아이는 끝내 다시 만나게 되고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면서 함께하려 하지만 두 가족 사이에는 너무 큰 상처와 아픔이 있어 두 사람의 결합은 어디서도 환영받지 못한다.

특히 세심하고 머리가 좋았던 피터에게 가족의 붕괴와 결별은 엄청난 상처가 되어 성인이 되어서는 케이트를 제외한 누구에게도 자신의 속마음을 털어놓지도 곁에 누군가를 두지도 않았지만 그게 얼마나 정상적이지 않은 지를 누구도 알지 못했다.

또 다른 비극의 시작이었다.

사람들은 피터를 보면서 그저 공부를 잘하고 그런 불행을 겪으면서도 엇나가는 행동 한 번 하지 않은 피터를 착한 아이라고만 생각했을 뿐... 그 아이가 어린 나이에 가족의 비극을 눈앞에서 목격했다는 걸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고 아무도 신경 쓰지 못한 새 마음속에 깊은 어둠이 자리 잡게 되었음을 깨달았을 땐 이미 너무 시간이 지났다.

욕하면서 닮는다는 옛 어른들의 말이 진리였다는 걸 나이 들면서 새삼 깨달을 때가 많은데 피터의 경우도 그렇다.

아내의 불안정함과 과도한 예민함이 도를 넘어 폭력적인 양상을 보인다는 걸 알고 있었으면서도 무책임하게도 막연히 괜찮을 거라며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는 사건이 발생한 후 죄책감과 수치심을 견디기보다 외면하는 걸로 모두에게 상처를 줬던 아빠처럼 피터 역시 스스로의 문제를 해결하기보다 외면하고 거짓말로 그 순간을 모면하는 걸로 오히려 문제를 키웠다.

하지만 그런 피터의 곁에는 아빠인 브라이언의 경우와 달리 자신을 굳건하게 믿고 사랑해 준 케이트가 있었고 그건 피터에게 새로운 출발을 할 수 있는 용기와 힘이 되었다.

케이트 역시 자신의 가족에게 엄청난 상처와 아픔을 준 앤을 피해자 가족의 시선이 아닌 자신과 같은 사람을 사랑하는 또 다른 피해자로 바라보게 되면서 서로를 이해하고 끝내 용서할 수 있게 된다.

비극적인 상처와 아픔을 딛고 굳건하게 삶을 살아가는 두 가족의 이야기...

슬프지만 아름다운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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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인 오스틴 소사이어티
내털리 제너 지음, 김나연 옮김 / 하빌리스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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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로지 제인 오스틴을 향한 팬심 하나로 모인 남녀 8명의 이야기

팬클럽 같은 건 요즘 시대에만 있는 걸로 알고 당연히 시대적 배경이 요즘인 줄 알았는데 이 모임이 결성된 건 세계대전을 비롯한 전쟁이 끝난 직후라는 것부터 의외인 작품이었다.

그리고 예나 지금이나 로맨스물로 치부하기 쉬운 제인 오스틴의 작품은 대부분 여자들이 좋아하는 걸로 생각하기 쉬워 이 모임 역시 전부 여자일 거라는 편견 역시 깨고 있다.

전쟁의 상흔이 깊이 베어 있는 영국의 작은 마을 초턴에 미래의 할리우드 배우가 찾아오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그녀는 오스틴의 광팬으로 그녀가 마지막 10년을 머물면서 3편의 작품을 집필했던 초턴을 요즘 말로 하면 성지 방문하듯이 찾아왔고 그곳에서 농부 애덤을 만나 도움을 받게 된다.

이게 제인 오스틴 소사이어티 멤버의 첫 만남이었다.

당시의 초턴에는 전쟁에 참가해 전사한 가족이 없는 집이 없을 정도로 전쟁의 피해가 극심해서 서서히 인기를 끌고 있는 제인 오스틴의 마을임에도 그녀에 대한 관심도 없을 뿐 만 아니라 문화적 가치나 유적으로서의 가치에는 신경조차 쓰지 않고 있었다.

가족을 잃은 슬픔에 한없이 우울해지던 애덤은 우연히 오스틴의 작품을 읽게 되고 그녀의 작품을 거듭 읽으면서 슬픔에서 위로를 받게 되었고 이곳 초턴에 남아있는 그녀의 유산과 흔적이 사라지는 걸 안타깝게 여기게 된다.

그의 이런 발상이 제인 오스틴을 사랑하는 8명의 남녀가 모여 그녀의 유산을 사수하기 위한 계획에 돌입하고 이를 실행하기 위해 제인 오스틴 소사이어티 클럽이 탄생하게 되는 배경이 된다.

농부인 애덤과 미국에서 건너온 여배우 미미를 비롯해 전쟁으로 갓 결혼했던 남편을 잃기 전까지 모두의 반대에도 당당하고 소신 있게 제 목소릴 냈던 전직 교사 애덜린,이 마을 유일한 의사인 그레이, 오스틴-나이트 가문의 유일한 상속자임에도 비열하고 편협한 아버지로 인해 유산상속은커녕 살던 집에서 쫓겨날 처지에 있는 프랜시스, 그리고 그런 그녀를 위해 같이 모임에 든 변호사 앤드류와 어린 하녀지만 교사였던 애덜린의 영향으로 제인 오스틴에 매료된 에비, 소더비 유산 경매 부 부장이자 제인 오스틴의 팬인 야들리까지...

한 사람도 평범한 사람은 없었지만 제인 오스틴의 작품을 사랑하고 그녀의 유산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는 공통점 하나로 뭉친 이 들 남녀의 오스틴 유산을 사수하기 위한 작전은 시작부터 삐걱거린다.

오스틴 가문의 한 사람이자 프랜시스의 아버지는 남성우월주의자이자 편협하기 그지없는 시각을 가지고 누구의 의견도 들으려 하지 않는다. 마치 오만과 편견의 베넷가의 딸들이 처한 상황처럼...

그 역시 딸은 스스로 생각할 수도 결혼을 하지 않은 채 혼자서는 살아갈 수 없는 박약아처럼 생각하며 경멸한다.

문제는 그가 딸이 아닌 알지도 못하는 집안의 남자에게 집을 비롯해 모든 유산을 넘길 경우 그걸 다시 찾아와 오스틴의 작품들을 모아 기념관을 만들려 든 이들의 계획은 수포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에 이 들은 에비로부터 우연히 얻은 정보를 이용해 법을 저촉하지 않고 양심에 거리끼지 않은 상태에서 기념관으로 점찍은 별채와 오스틴의 서재를 사수하기 위해 모든 것을 총동원한다.

그리고 어디든 미혼의 남녀가 모이면 그들 사이에 로맨스가 피어나고 갈등이 생기기 마련인데 이들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그들이 합심하기 위해 모임을 갖는 동안 서로 미묘하게 신경을 쓰던 남녀 간의 갈등 역시 증폭되고 폭발한다.

자신들이 읽었던 오스틴의 작품 속 주인공인 에마나 엘리자벳과 다아시처럼 자신의 감정을 모른 채 그저 신경 쓰인다는 이유로 화를 내기도 하고 모른 척 외면하기도 하는 모습이 오버랩되기도 해 과연 그들은 언제 자신의 진짜 감정을 깨닫게 될지... 로맨스 결과 여부도 궁금해지게 한다.

작품 속에 그들의 대사를 통해 제인 오스틴의 작품이 소개되기도 하고 초턴이라는 마을에 대한 묘사가 아름다워 마치 그 시대에 있는듯한 느낌이 들게 한다.

모임 속 남녀의 로맨스가 오스틴의 소설 속 주인공들의 로맨스와 묘하게 닮아있다는 점도 이 책이 흥미로웠던 부분이었다. 마치 한 권으로 오스틴 작품 몇 권을 본 듯한 느낌이 들었던 책~

영상으로 만들어도 아름다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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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한 복수 주식회사
요나스 요나손 지음, 임호경 옮김 / 열린책들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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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에게 받은 대로 앙갚음할 수 있다면 얼마나 속이 후련할까?

아마도 인간의 가장 원초적인 감정은 복수심이 아닐까 싶다.

교육을 받고 사회적인 규율에 의해 사적 복수가 금지된 사회에서 은밀하고도 치밀하게 내게 해를 입힌 상대에게 복수할 수 있다면... 아마도 그 비즈니스는 성공할 가능성이 높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런 사람들의 은밀한 욕망을 꿰뚫어 본 남자가 바로 전직 광고업자인 후고

그는 누군가의 사적 복수를 대행해 주는 게 돈이 된다는 걸 간파하고 회사를 차려 나름 성공을 길을 걷던 중

남편에게 전 재산을 빼앗기고 빈손으로 쫓겨난 옌뉘와 같은 상대인 빅토르에게 목숨을 잃을 뻔한 케빈을 만나면서 의기 투합한다.

그리고 여기에다 다소 이색적인 조합으로 에릭의 양아버지이자 마사이의 전사이며 위대한 치료사인 올레가 합류하면서 이 엉뚱하고도 귀여운 팀은 타도 빅토르를 외치며 작전을 계시한다.

작가는 이 작품에서도 전작과 마찬가지로 역사적인 진실 한 조각과 주인공들의 사소한 인연을 엮어서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있는데 이번에는 아프리카 미술로 유명한 화가 이르마 스턴이 등장한다.

우리에게는 다소 낯선 이 화가는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화가로 아프리카의 여러 풍경이나 흑인들을 소재로 주로 그림을 그렸는데 그런 이르마 스턴이 한때 올레의 아버지가 목숨을 구해준 대가로 그림을 그려준 걸로 풀어놓고 있다.

당연하지만 그 그림을 둘러싸고 일대 소동이 벌어지고 그 소동의 과정에서 유쾌한 복수도 이뤄지고 있다.

잘 몰랐던 인상파 나 표현주의 파 그림에 대한 이야기도 흥미로웠고 역사적 사실과 픽션인 소설 속 주인공들을 어떻게 자연스럽게 연결고리를 만들어 매끄럽게 이야기를 풀어나가는지가 이런 소설의 흥행에 중요 관점이 된다고 볼 때 작가는 그런 부분에서 탁월한 솜씨를 보여주고 있다.

아마도 이런 솜씨가 그의 작품들이 출간될 때마다 흥행하는 이유 중 한 가지가 아닐까 싶다.

여기에 서로 살아온 환경도 그렇고 성격마저 정반대인 두 사람 즉 후고와 올레가 한 팀이 되어 겪는 좌충우돌이 이 책의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올레라는 인물은 문명화된 사회에서 약간 벗어난 케냐의 평원에서 대를 이어 치료사로 살아온 인물이지만 나름의 원칙과 법을 지키는 데 있어선 웬만한 선진국의 사람들보다 엄격해 당연히 꼼수가 통할 리 없다.

그런 그의 원칙 때문에 빅토르에게 복수하고자 한 사람들은 오히려 애를 먹고 그 덕에 빅토르는 큰돈을 쥐는 아이러니도 겪지만 올레로 인한 이런 모든 소동이 유쾌하게 느껴진다.

가장 현실적이고 자본주의 정신이 투철했던 후고마저도 그의 철저한 계획과 대비가 올레로 인해 뒤죽박죽이 되는 등... 이를 바로잡기 위한 후고의 고군분투가 웃음 포인트이자 이 책을 이끌어가는 원동력이 된다.

대놓고 누군가를 대신해 복수를 해 준다고 내걸었지만 제대로 된 복수는커녕 올레가 일으킨 말썽의 뒤치다꺼리를 하다 보니 생각지도 못한 결과를 가져온 과정이 유쾌하고 재밌게 그려진 달콤한 복수 주식회사

모로 가도 어떻게든 원하던 결과를 얻는 과정을 재밌게 풀어놓는 요나스 요나손다운 작품이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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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심장을 쳐라
아멜리 노통브 지음, 이상해 옮김 / 열린책들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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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문학은 어렵다는 편견을 깨게 만든 작가 아멜리 노통브

그녀가 이번에는 특유의 통찰력과 간결한 문체로 여성의 질투 그중에서도 모녀 사이의 질투를 주제로 작품을 썼다.

길지 않은 중단편의 글로 인간 내면의 심리를 이만큼 제대로 표현해내는 작가도 드물지 않을까 생각하는 데 이번에도 역시 200페이지가 채 안 되는 글로 모녀간의 그 미묘한 심리를 제대로 표현하고 있다.

상당히 독특한 제목은 19세기 프랑스 작가 알프레드 드 뮈세의 시구에서 따왔다는 걸 본문에서 디안의 입을 빌려 들려주고 있는데 왜 이런 독특한 제목을 지은 건지는 그녀의 직업 등 여러 부분과 연관이 있다.

마리는 어릴 적부터 모두로부터 찬탄의 시선과 질투의 시선을 즐기던 소녀였다.

그랬던 소녀는 갓 성인이 되면서 이제부터 자신의 시대라는 생각을 하며 마음껏 젊음을 즐기려던 차에 덜컥 임신을 하게 되어 원치 않았던 엄마가 된다.

어쩌면 너무 빠르게 엄마가 된 탓일까?

그녀는 자신이 낳은 아이를 안아주지도 사랑해 주지도 않는다.

오히려 그 아이 디안으로 향하는 주변의 감탄과 애정을 질투하고 미워한다.

딸 때문에 자신으로 향해야 할 질투와 감탄의 시선이 사라졌기 때문이라 생각한 이유인데 그녀가 딸 디안을 낳았을 때가 겨우 스무 살이라는 걸 생각하면 그녀의 마음을 이해 못 할 것도 아니다.

하지만 디안에게 있어 젊고 이쁜 엄마인 마리는 여신이었다.

엄마가 자신을 질투하고 있음을 이해하고 엄마에게 왕관을 바쳐 그녀를 위로하리라 결심할 만큼 조숙하고 영리한 아이였지만 그런 그녀의 마음은 보답받지 못하고 엄마가 여동생을 낳으면서 상처받고 깨져버린다.

만약 디안에게 그녀를 맹목적으로 사랑해 준 조부모와 아빠가 없었더라면 그녀의 삶은 한없이 외롭고 그녀의 엄마 마리처럼 스스로도 어쩔 수 없는 질투의 구렁에 빠졌을 지도 모른다.

겨우 그런 엄마에게서 벗어난 디안이 만난 사람은 또 다른 엄마인 올리비아였다.

교수로서 똑똑하고 뛰어난 올리비아에게 매료된 디안은 엄마를 대신해 그녀에게 헌신하며 그녀를 위해 자신의 시간과 노력을 다해 올리비아를 뒷받침해 주지만 올리비아는 디안의 생각과 달리 자신만 아는 속물적인 사람이었다.

어쩌면 딸아이를 질투하고 시기했던 마리보다 더 악의적이고 나쁜 영향을 준다.

그녀는 자신보다 못하다 여기는 사람 위에 군림하는 걸로 부족해 그들을 내려다보고 경멸하는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심지어는 자신의 기준에서 부족한 딸아이를 돌봐주지 않을 뿐 아니라 경멸하며 내치고 자신이 할 일을 디안에게 미루면서도 미안해하지 않을 정도로 염치도 없는 사람이란 걸 깨달으면서 디안은 차라리 자기 스스로에 대해

무지했던 엄마가 더 나았다는 걸 깨닫는다.

책 속에 등장하는 엄마들은 우리가 믿어왔던 엄마의 모습과 많이 다르지만 그래서 오히려 더 현실적이었다.

아이를 방치하거나 학대하는 부모 이야기가 더 이상 새로울 것 없는 세상을 살고 있기 때문이기도 한데 그런 의미에서 마지막 장면은 새로운 관계를 통한 희망을 제시하고 있는 게 아닐까 싶다.

짧지만 강렬한 인상을 남긴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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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소 몬스터
이사카 고타로 지음, 김은모 옮김 / 크로스로드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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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아이들이 즐겨 찾는 놀이기구 중 하나가 시소다.

시소라는 건 반드시 한쪽의 무게가 무겁거나 더 가벼워야 오르락내리락하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데

만약 양쪽의 무게가 같다면 한 쪽이 자리를 옮기거나 다른 누군가를 실어서 무게의 균형의 깨야만 한다.

이 책에서 시소가 의미하는 건 바로 이렇게 양쪽이 똑같이 나눌 수 없는, 즉 양립할 수 없는 관계를 의미하는 듯하다.

하나의 장편이 아닌 2편의 중단편으로 나눠져 있다.

첫 번째 이야기가 이사카 코타로식 유머와 재미를 책임지고 있다면 2편은 좀 더 확장된 듯한 느낌 즉 다소 과장되고 판타지적인 요소가 섞인 이사카 코타로 특유의 비틀기를 선보이고 있다.

시어머니와 사이가 몹시 좋지 않은 며느리

며느리는 원래 누구와도 쉽게 친밀한 관계를 맺는 게 특기인 사람이지만 고부간의 관계에선 이런 그녀의 장기가 전혀 통하지 않을 뿐 아니라 날이 갈수록 점점 더 악화되어가는 중이다.

게다가 우연인지 아닌지 시아버지의 갑작스러운 사고사를 비롯해 시어머니 주변에서 사고로 인한 죽음이 많다는 걸 깨닫게 되면서 그녀는 특유의 감이 작동한다.

모든 것이 의심스러운 상황에서 누군가가 그녀를 노리고 있는 게 분명한 정황이 발생하지만 여기서 또 다른 흥미로운 포인트!!

며느리는 사실 평범한 주부가 아니라 결혼 전 첩보원으로 맹활약했던 사람이었다.

남편을 사이에 두고 며느리와 시어머니의 치열한 공방전이 아주 흥미롭게 그려진 시소 몬스터

역시 고부간의 관계는 세상 어디에서도 편하지 않은 관계임을 보여주고 있다.

또 다른 이야기 스핀 몬스터는 좀 더 미래의 모습을 보여준다.

모든 것이 디지털화된 세상

이런 세상에 불안과 반감을 가진 사람은 여전히 존재해서 아날로그적인 방식을 선호하는 사람 역시 적지 않다.

그런 이유로 사람들 사이에서 손 편지를 전달하는 일로 먹고사는 남자 미토는 우연히 만난 한 남자의 편지 전달을 의뢰받으면서 생각지도 못한 사건에 휘말려 쫓기는 신세가 된다.

이런 미토를 쫓는 사람 중 한 사람이 바로 시소의 다른 쪽이면서 미토의 가족의 죽음과 깊은 연관이 있는 사람이었고 둘은 서로가 우연히 마주칠 때마다 마치 자석의 같은 극처럼 서로를 밀어낸다.

두 사람 역시 언제까지나 평행할 수 없는 관계

이다음에 보여주는 추격전은 미래 사회의 어두운 면을 보여주는 영화 같은 데서 자주 보여주는 장면들이 연속으로 일어난다.

사방에 존재하는 보안 카메라로 인해 어디로도 숨을 수 없고 심지어는 그들을 반사회적 범죄자로 만들어 뉴스에 내보내서 모두가 두 사람을 추적한다.

뉴스에서 보내오는 정보를 의심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고 당연한 듯 두 사람은 경찰을 비롯한 세상의 모든 사람들로부터 쫓기게 되지만 이 모든 걸 설계한 사람은 뻔하면서도 의외의 인물이라는 설정

미래의 모습이라고 하지만 현재 우리의 모습과 다르지 않다는 점에서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짐작할 수 있다.

무거울 수 있는 소재를 작가 특유의 경쾌함과 가벼움으로 전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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