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락 댄스
앤 타일러 지음, 장선하 옮김 / 미래지향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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퓰리처상 수상 작가로 유명한 앤 타일러의 작품은 언제 읽어도 흥미롭다.

다른 작품에 비해 드라마틱 하거나 엄청난 풍파와 험난한 여정으로 읽는 사람의 진을 빼게 하는 작품이 아니라 잔잔하게 흘러가면서도 인생의 온갖 희로애락이 다 들어 있다고 할지...

그래서일까 작가의 작품은 언제 읽어도 편안함이 느껴진다.

그렇다고 소설 속 주인공들의 삶마저 조용하고 편안하기만 하다고 생각하면 오산인 것이 마치 우리네 인생처럼 소설 속에서 온갖 우여곡절이 다 들어있다.

이 책의 주인공인 윌라 역시 그렇다.

시대적 배경이 그런 만큼 1970년대의 그녀는 누구보다 똑똑하고 당찼음에도 당시의 남자친구의 청혼을 그저 자신과 맞지 않는 부모님에게 대항하는 심정으로 받아들인다.

마음속으로는 그의 청혼을 받아들이고 싶은 것보다 자신이 공부하고자 하는 언어학에 더욱 매진하고 싶은 마음이 컸음에도 그렇다.

그리고 이후 그녀의 삶은 당시의 여느 여자들과 다르지 않다.

남편의 뒷바라지를 하고 자식들을 낳아 건사하면서 자신의 원했던 삶과 다른 삶을 살면서도 별다른 반발심을 가지지 않은 채 주부로서의 삶에 나름 만족하며 살았지만 그런 그녀의 삶은 갑작스러운 사고로 남편의 죽음으로서 끝이 나버렸다.

하지만 그녀의 삶 대부분을 차지하던 그의 죽음 역시 그녀에게는 큰 영향을 미치진 못했고 그렇게 조용히 흘러가는 듯하다 한 통의 전화로 변화가 찾아온다.

자신과 전혀 상관없는 여자의 어린 딸을 잠시 보살피게 되면서 이제까지와 다른 삶을 살게 되는 윌라는 낯선 이웃들과 함께 하면서 조금씩 변화되어 감을 느낀다.

더불어 살아가는 삶의 즐거움을 비롯해 누군가를 보살피고 보살핌을 받는 관계에서 오는 따뜻함을 느끼게 되고 나아가 이제까지의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는 기회를 얻으면서 윌라는 예전의 수동적이고 삶을 관조적으로 바라보던 사람에서 적극적으로 자신의 길을 찾아가는 사람으로 변화되어간다.

부유하고 누군가의 위에서 명령을 내리는 삶에 익숙한 남편의 눈에는 한없이 초라하고 한심하기 그지없는 것처럼 보이는 사람들이지만 윌라의 시선에서 그들은 이웃을 보살필 줄 알고 배려할 줄 아는 따뜻한 정이 넘치는 사람이었고 그들과 함께 하면서 삶의 즐거움을 새롭게 찾아가게 된다.

그리고 자신의 오래전 꿈을 조금씩 되찾기 시작하는 윌라

한 통의 전화로 인생의 2 막을 다시 시작하게 되는 윌라의 여정이 잔잔하면서도 가슴 따뜻하게 그려진 클락 댄스는 요즘 소설에 비해 심심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그럼에도 늘 한걸음 뒤에서 수동적인 삶을 살았던 윌라가 조금씩 예전의 모습... 자신의 의견을 주장하고 스스로 생각하는 삶을 살아가는 모습을 되찾아가는 과정을 잔잔하지만 따뜻하게 그려내고 있다.

삭막한 세상을 살아가는 요즘 사람들이 읽으면 좋을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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맡겨진 소녀
클레어 키건 지음, 허진 옮김 / 다산책방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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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어렸을 때만 해도 한 집안에 서넛의 자녀를 둔 가정이 일반적이어서 엄마가 동생을 출산하거나 혹은 몸이 여의치 않을 때 많은 아이들 중 한두 명을 친척이나 친지에게 잠시 보내는 일이 그다지 드물지 않았다.

요즘같이 한 명 혹은 기껏해야 두 명 정도 자녀를 둔 가정에서는 생각지도 못할 일이지만 예전에는 그렇게 서로 잠시 아이를 맡아두는 일이 큰 흉도 아니었던 시대도 있었다.

그래서 책 제목을 보고 내용을 살짝 훑어봤을 때 소녀가 어떤 처지에 놓였는지 그 상황을 짐작할 수 있었다.

곧 출산을 앞둔 엄마의 손을 덜어주고자 소녀는 외가 쪽 친척 집에 맡겨진다.

그리고 그곳에서 이제까지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감정.... 어른의 보살핌과 관심이라는 걸 느끼게 된다.

아이들이 복작이는 집... 언제나 무심한 아버지... 그리고 아이들 뒤치다꺼리와 잦은 출산으로 언제나 피곤에 지쳐있는 엄마

언제나 그런 상황에서 제대로 된 보살핌은커녕 관심조차 받아보지 못했던 소녀에게 친척 집에서의 하루하루는 낯설지만 즐겁고 행복했다.

그렇게 많은 아이를 낳았으면서도 한 번도 아이에게 관심 어린 손길을 보내지 않았던 아버지에 비해 무심한듯하면서도 작은 것도 함께 하는 즐거움을 알려준 아저씨

아저씨는 그 당시 다른 남자들과는 달리 식사 준비를 함께 하며 가정의 일에 남녀 구별이 없이 함께 하는 다정한 남편이기도 했다.

“아저씨가 손을 잡자마자 나는 아빠가 한 번도 내 손을 잡아주지 않았음을 깨닫고, 이런 기분이 들지 않게 아저씨가 손을 놔줬으면 하는 마음도 든다. 힘든 기분이지만 걸어가다 보니 마음이 가라앉기 시작한다. 나는 집에서의 내 삶과 여기에서의 내 삶의 차이를 가만히 내버려 둔다.”

이 한 대목의 글에서 소녀가 살아온 환경이나 집안 분위기 등 모든 것이 설명되는 이유다.

소녀는 친척 집에 맡겨진 이후로 이제까지 자라면서 한 번도 느껴보지 못했던 감정을 느끼면서 혼란과 더불어 결핍이라는 감정을 배우게 된다.

짧은 글이었지만 그 속에서 소녀가 느끼는 감정에 대한 묘사가 참으로 섬세해 문장 하나하나를 읽을 때마다 곱씹어 읽게 된다.

그리고 마침내 소녀가 친척 부부가 가지고 있는 슬픈 비밀을 알게 된 순간 소녀는 어른들의 규칙에 대해서도 알게 된다.

평온해 보이는 그 부부가 가지고 있는 슬픔을 어린 소녀는 완전하게 이해하지는 못했지만 어떤 순간에 입을 다물어야 하는지를 알게 된다.

어린 소녀가 처음 낯선 곳에서 불안감을 느끼다 점차로 가족 같은 친밀감을 느껴지만 예정된 시간이 다 함에 따라 이별하는 슬픔도 배우게 되는 과정이 아름답게 그려진 맡겨진 소녀는 결말 역시 인상적이었다.

마치 불안정한 소녀의 심리처럼 독자로 하여금 결말을 상상하게 만드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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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슬픔의 거울 오르부아르 3부작 3
피에르 르메트르 지음, 임호경 옮김 / 열린책들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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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겐 프랑스 스릴러 작가로 더 인상 깊지만 공쿠르 상을 수상한 문학 작가로 더 유명한 피에르 르메트르

그를 세계적인 작가로 부상하게 한 오르부아르를 비롯한 역사 3부작 중 드디어 마지막 3편이 나왔다.

하필이면 공교롭게도 지금 세계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정치적 경제적으로 불안정한 시기라 이 책이 더욱 의미 있게 다가온다.

오르부아르가 세계 1차 대전을 다뤘다면 이번 작품에서는 2차 대전을 주 배경으로 하고 있다.

독일 나치의 행군이 심상치 않다고 생각하면서도 프랑스 사람들 대부분은 독일군이 자신들의 땅을 감히 침공하지 못할 거라 자신만만한 가운데 초등학교 교사이면서 퇴근 후 집 근처 레스토랑에서 서빙을 하는 루이즈는 오랜 단골 의사로부터 생각지도 못한 제안을 받는다.

단지 자신의 눈앞에서 옷을 벗어준다면 거금을 주겠다는 그의 제의는 처음엔 모욕처럼 느껴져 분노했지만 결국 그 제안을 받아들인 날 자신의 눈앞에서 총으로 자살한 그 사람 때문에 엄청난 충격을 받은 건 물론이고 주변 평판마저 나빠져 학교 교사로서의 지위마저 흔들릴 지경에 이른다.

군인이자 전직 수학교사였던 가브리엘은 군대에서 보급품을 빼돌리고 사람들에게 사기를 치며 돈을 버는 라울을 보는 게 힘들고 고통스럽지만 수완 좋은 라울은 그런 가브리엘에게 협박을 가해 자신의 일에 끌어들이는 걸 서슴지 않는다.

하지만 원수같이 여겼던 그 라울과 자신만 유일하게 군대 대오에서 낙오해 한순간에 탈영병 신세가 되면서 서로 떨어지지 못한 채 함께하게 된다.

이렇게 평범했던 사람들은 전쟁으로 인해 자신도 모르는 새 인생이 뒤틀려져버린다.

누군가는 뜻하지않게 탈영병이 되고 누군가는 위험천만한 가방을 운반해야 하고 또 다른 누군가는 그토록 자신의 아이를 원했지만 갖지 못한 채 남의 아이를 목숨을 걸고 안전한 곳으로 대피해야 했다.

보통의 사람들이 생각지도 못했던 전쟁으로 고통받는 순간에도 정치인들과 고위 관료를 비롯한 군인들은 현 상황을 국민에게 정확히 알리기보다 그저 거짓말로 때우고 유언비어를 퍼트리는 걸로 모자라 터무니없는 계획을 세우고 실행한다.이런 터무니없는 일이 실제로 벌어졌다는 게 더 유머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물론 이에 대한 대미지는 국민들의 몫인 건 예나 지금이나 당연한 일이다.

그런 그들 옆에 붙어서 그들의 입맛에 맞는 말로 속여 돈을 갈취하는... 여기저기에 모습을 나타내지만 정체가 모호한 데지레라는 인물은 상당히 흥미로웠다.

분명 영악한 사기꾼임에는 분명하지만 그가 사기를 치는 방식이 독특해서 밉지가 않다.

아니 어쩌면 그 현란한 혀로 부자들, 정치인들, 고위 관료를 대놓고 속이는 모습이 속 시원하게 느껴지기까지 한다.

이렇게 여러 주인공들이 각자의 사정에 따라 어떻게 전쟁에 휘말리고 어떤 고초를 겪는지를 보다 보면 전혀 상관없을 것 같은 이 사람들 사이에 작은 연결점이 나오기 시작한다.

그때부터 이야기의 속도는 빨라지기 시작하고 점점 더 흥미로워지다 마침내 결말을 맞게 되는 우리 슬픔의 거울은 전쟁이란 게 얼마나 사람들의 인생을 비틀어버리는 지 얼마나 고통스럽게 하는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전쟁을 다뤘다고 당연히 무겁고 비극적인 이야기로 가득 차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작가는 비극 속에서도 유머와 농담을 섞어놓아 마냥 무겁지만은 않다.

생각지도 못한 호의를 받게 되거나 누군가로부터 도움을 받는다든지하는... 절대적 절망 속에도 희망이 있고 그 희망은 사람을 통해 피어난다.

어쩌면 이게 바로 작가가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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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몬 케이크의 특별한 슬픔
에이미 벤더 지음, 황근하 옮김 / 멜라이트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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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문득 자신이 먹는 음식에서 만든 사람의 감정을 모두 느낄 수 있다면 어떻게 될까

이 책의 소녀는 아무런 예고도 없이 엄마가 만들어준 레몬 케이크에서 평소의 맛과 달리 이상한 맛을 느끼게 된다.

그건 엄마가 느끼는 슬픔과 외로움, 텅 빈듯한 공허함과 괴로움의 맛이라는 걸 안 순간 어린 소녀는 그 케이크를 삼킬 수 없었다.

그 케이크 맛은 이루 말할 수 없는 괴로운 맛이었지만 놀랍게도 그 맛을 느끼는 건 자신뿐이라는 걸 깨달으면서 소녀는 혼란스럽다.

어쩌면 당연한 것이 소녀의 나이는 불과 9살이었고 겉으로 보이는 것과 전혀 다른 엄마의 감정을 이해하기에는 너무 어렸기 때문이다.

그때부터였을까

로즈는 사람들 모두 겉으로 보이는 것과 다른 일면이 있음을 음식을 통해 깨닫는다.

얼핏 봐선 평범하고 단란한 집이지만 로즈네 집은 들여다보면 볼수록 평범하지 않다는 걸 알게 된다.

우선 다섯 살 위의 오빠 조지프는 과학과 수학에 탁월한 재능을 보이지만 친구가 없을 뿐 아니라 가족과의 소통에서도 어려움을 겪는다.

단순하게 말이 없이 과묵하고 과학적 사고에 탁월한 영재라서 그렇다기보다 뒤로 갈수록 조지프가 가지고 있는 문제가 두드러지는데 누구보다 사교적인 로즈가 그런 오빠 곁에서 맴돌면서 항상 주의 깊게 지켜보는 이유를 알게 된다.

무엇보다 더 안타까운 건 서로 사랑해서 결혼 한 엄마와 아빠가 별다른 대화를 하지도 않을뿐더러 서로 손님처럼 예를 갖추고 거리를 두고 있다는 것이다.

차라리 서로를 미워해 큰 소리로 싸우는 것보다 못한 상태의 부모를 보면서 소녀는 언젠가부터 엄마의 상태를 이해하고 아빠가 혼자서만 묵묵히 시간을 보내는 모습을 그런 아빠의 모습을 슬픈 시선으로 바라보게 된다.

이런 가족들을 지켜보며 로즈가 성장해가는 모습은 사뭇 안타까움을 느끼게 한다.

모든 음식에서 그 음식을 만든 사람의 감정을 느끼게 된 이후로 제대로 된 음식을 먹기 힘든 로즈가 엄마의 변화를 가장 먼저 눈치챈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르겠다.

너무 사랑하지만 언제나 저 멀리 있는 듯한 아들 조지프와 어느새 남처럼 느껴지는 남편만으로는 그녀의 텅 빈 가슴을 채울 수가 없었던 걸까

엄마는 다른 남자와 불륜 관계가 되고 이를 눈치챈 로즈가 침묵한 이유 역시 엄마의 감정을 이해한 탓이 아니었을까?

로즈가 엄마의 레몬 케이크에서 엄마의 진짜 마음을 알게 된 날은 아마도 로즈가 마냥 행복했던 어린아이 시절을 마감한 날이 아니었을까 싶다.

이 집안에 묵직이 내려앉은 깊은 슬픔과 침묵을 밝고 명랑했던 어린 로즈가 깨달으면서 조금씩 그런 가족을 받아들이고 성장해가는 모습이 책을 읽는 내내 사뭇 안타깝게 느껴졌고 로즈가 마침내 오빠 조지프의 상태를 눈앞에서 발견한 날 느꼈을 충격과 슬픔이 가슴 깊이 이해되었다.

읽는 내내 이 집안의 불행이 와닿아 마음이 답답했지만 마냥 비극적으로 마무리짓지 않은 점은 좋았다.

읽는 사람의 감정 소모가 심했던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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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령들이 잠들지 않는 그곳에서
조나탕 베르베르 지음, 정혜용 옮김 / 열린책들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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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작스럽게 사랑하는 사람을 잃거나 오래전 떠나보낸 사람을 단 한 번이라도 만날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이뤄질 수 없는 소망을 간직한 사람이라면 자신이 그토록 그리워하는 그 사람의 영혼을 불러낼 수 있다는 말이 얼마나 유혹적으로 들릴까

과학이 발전한 지금 시대에 들으면 시대착오적인 이야기로 들리겠지만 19세기 즈음 심령 술사를 중심으로 심령회라는 게 엄청난 붐을 이뤘던 시기가 있었다.

그런 심령술에서 가장 대표적인 인물로 꼽는 게 바로 이 책에 나오는 폭스 자매다.

책을 읽기 전 이 자매들의 이야기를 들은 기억이 있는데 당대 최고의 인기를 구가했으며 많은 사람들이 그들이 심령들이 내는 소리라 주장하는 `딱` 하는 소리의 수수께끼를 찾기 위해 노력했지만 자매 중 한 사람이 고백하기 전까지 그 누구도 성공하지 못했다는 걸 안다.

그렇게 유명한 실화 인물을 중심으로 가상의 인물을 넣어 이야기를 만든다는 건 그만큼 철저한 고증과 조사가 뒤따라야 하고 사실과 사실 사이의 작은 틈을 비집어서 이야기의 소재를 섞어놓아야 할 뿐 아니라 널리 알려진 사실을 바꾸는 것 역시 쉽지 않기에 처음부터 제한적이 될 수밖에 없다.

게다가 거리의 마술사인 제니에게 폭스 자매의 비밀을 밝혀내는 임무를 맡긴 사람인 로버트 펑커튼의 탐정 회사 펑커튼 역시 실제로 존재했으며 당시 이런저런 사건에서 맹활약을 펼치다 현재에 와서 다른 보안업체와 합병되었다는 사실 역시 소개 글을 통해 알 수 있었다.

심령회와 과학적 근거와 증거를 가지고 사건을 해결하는 탐정회사 사이는 서로 극과 극일 수밖에 없고 이런 둘 사이에서 오가며 서로의 주장을 듣고 허점을 찾는 사람이 바로 주인공이자 마술사인 제니였다.

제니 역시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실의에 빠지고 괴로워하는 사람을 현혹해서 그들의 주머니를 노리는 심령 술사들을 사기꾼이라 생각했기에 폭스 자매에게 접근해 그들의 비밀을 파헤치는 자신의 임무를 부당하다 생각하지 않는다. 아니 오히려 아슬아슬한 순간에 재치를 발휘하는 대담함까지 보여 자매 중 한 사람에게 호의를 얻는다.

하지만 폭스 자매에게 접근해 그들 곁에서 그들이 하는 행위를 지켜보면서 점점 자신의 생각에 회의를 느끼기 시작한다.

아무리 찾아봐도 그녀들이 거짓말을 하는 것 같지 않을 뿐 아니라 큰 언니이자 이 심령술을 실질적으로 이끄는 노아를 제외한 두 여자에게서는 세상 물정을 모르는 순진함과 언니의 속박에서 벗어나고 싶어도 마음대로 할 수 없는 심약함만이 보일 뿐이었다.

게다가 맨 처음 이 자매들에게서 심령현상이 발견된 곳 즉 그녀들이 살던 집 지하실에서 아무도 찾지 못했던 유골을 발견했지만 당연히 이 사실을 경찰들에게 알릴 것이라 믿었던 로버트의 배신은 그녀의 모든 믿음을 흔드는 결과가 된다.

이제 누구의 편에서가 아닌 그녀 스스로가 이 수수께끼의 비밀을 찾고 싶어진 제니는 모든 거짓을 버리고 마술사 제니의 모습으로 그녀들에게 가고 그녀들의 입으로 직접 진실을 듣는다.

누구에게도 밝히지 않았던 진실을 밝히는 과정을 통해 언니에게 속박된 삶을 살았던 두 자매와 자신이 하는 마술에 대한 자신감이 부족했던 제니 그리고 아버지 회사를 물려받았지만 서로 뜻이 다른 형제는 각자가 원하는 바 즉 온전한 자신의 선택에 따른 자신의 길을 걷게 되는 과정이 그려져있다.

심령술사라는 실질 인물과 역사적 사실에 근거를 두고 그들의 비밀을 밝히는 과정을 미스터리적 요소로 풀어 흥미로운 이야기가 탄생했다.

가독성이 좋은 편은 아니었지만 몰입해서 읽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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