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클의 소년들
콜슨 화이트헤드 지음, 김승욱 옮김 / 은행나무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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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슨 화이트헤드는 2017년, 2020년 퓰리처상을 받은 작가이다. 한 번 받기도 힘든데, 두 번이나 받았으니 대단하다. 그가 2017년 퓰리처상을 받은 책이 <언더그라운드 레일로드>이고, 이 책 <니클의 소년들>로 2020년 퓰리처상을 받았다. <언더그라운드 레일로드>는 미국 남부 지방을 탈출하는 흑인에 대한 이야기인데 <니클의 소년들>보다 몰입감이 높다.


니클은 미성년자들이 나쁜 짓을 저지르고, 잡혀서 가는 감화원이다. 이 책도 흑인에 대한 이야기이다. 이 책의 줄거리는 흑인에 대한 차별 속에서 모범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흑인 소년이 누명을 뒤집어 쓰고, 감화원에 가서 온갖 학대와 폭력을 참고,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이다. 마지막 부분에서 반전이 있는데, 별 의미는 없다. 


니클은 나쁜 짓을 저지르고, 잡혀온 미성년자들을 교화시켜 다시 세상으로 돌아가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시설이 아니었다. 보고 싶지 않은 아이들을 한 곳에 모아서 성년이 될 때까지 격리시키기 위한 목적을 지닌 곳이었다. 외면 하고 싶은 곳, 알면 불편한 곳, 없어졌으면 좋겠지만 차마 그러지 못하니 안 보이도록 모아 놓은 곳이 니클이었다. 


니클에서 악한 짓을 저지르는 어른들만 나쁜 사람들이었을까? 감화원이라는 제도는 좋지만, 그곳에서 운영을 잘 못했기 때문이지, 설립 목적 자체는 문제가 없었다고 주장할 수 있을까?

니클 주변에 사는 보통 사람들이 니클에서 빼돌린 음식, 자재, 의류 등을 구매하는 짓은 어떻게 판단해야 할까? 그들이 그런 짓거리를 할수록 니클에 있는 아이들은 헐벗고, 비참한 생활을 해야 한다는 생각을 했을까? 또한, 니클의 참상을 알린 쪽지를 철저하게 외면한 주 정부와 언론 등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우연인지 모르겠지만, 흑인 소년이 차를 얻어타고 가다가 백인 경찰관에게 잡힐 때 그 차를 운전하던 흑인의 이름이 로드니이다. 혹시 로드니를 어디에서 들어본 적이 있지 않나? 들어본 적이 없다면, 로드니 킹은 어떤가?

로드니 킹은 1992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백인 경찰관 4명에게 무차별 폭행을 당했는데, 백인 경찰관 4명이 모두 무죄 판정을 받아서 이에 흥분한 흑인들이 폭동을 일으킨 계기가 된 인물이다. 이때 한인 사회의 피해도 컸다. 당시에 한국인들의 무서움을 알린 루프 코리안이라는 용어가 만들어졌다. 자랑스러운 한국인이다.






코로나 세상을 살아오면서 선진국에 사는 시민들에 대한 환상이 많이 깨졌다. 그저 그들은 돈이 많은 나라에서 사는 것 뿐이지 인간성이 좋거나, 도덕적이거나, 모범적이지 않다. 남을 배려하지도 않고, 남의 아픔을 들여다 보지도 않는다. 물론, 모든 선진국 시민들이 그렇다는 것은 아니다. 그들에게 막연하게 기대했던 모습이 절대 아니었다는 뜻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느낀 점은 어려운 사람을 직접 도와주지는 못할지라도 등쳐 먹지는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2022.01.04 Ex. Libris HJK



그 녀석들은 죽어서도 골칫덩이였다. - P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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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라알라 2022-01-05 01: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루프 코리안!!! 설마하며 사진을 보니 정말 roof네요. 당시 무서워서 한국으로 영구 귀국 등, 피해자의 이미지로만 접했는데 굉장히 다른 이야기를 들으니 더 알고 싶어집니다

아타락시아 2022-01-05 09:44   좋아요 1 | URL
안녕하세요. 저 당시 한국 예비군들이 자발적으로 군대 조직처럼 만들어서 사람들 배치하고 경계 근무를 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미국 언론을 통해 많이 유명해졌죠. ^^
 
방금 떠나온 세계
김초엽 지음 / 한겨레출판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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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 소설이면서 뭔가 다른 느낌의 소설이다. 이 책은 요즘 베스트셀러가 된 <지구 끝의 온실>을 쓴 김초엽 작가가 쓴 7편의 중단편 소설집이다. 

SF 소설을 읽기 위해서 기본적인 과학 지식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앤디 위어의 <마션>, <아르테미스>를 읽으면서 기본적인 과학 지식을 좀 더 안다면 더 재미있지 않았을까 생각했다. 

하지만, 이 책은 뭐라 말하기 어렵지만 다르다. 과학보다는 사람의 마음이 중심이고, 배경이 되는 공상 과학은 그저 양념에 불과하다 일까, 정확하게 표현하기 어렵지만, 그동안 접했던 SF 소설과 다르게 다가왔다. 사실 SF 소설을 많이 읽어보지는 못했기 때문에 그저 개인적인 느낌일 뿐이다. 


멸망한 도시에서 끝까지 버티고 있는 오퍼레이터 로봇, 자신에게 3번째 팔이 있다는 감각을 느끼면서 살다가 결국 기계 팔을 어깨에 연결한 사람, 지하 세계에 살면서 공기중의 입자를 통해 후각만으로 소통을 하는 세상 등 미처 상상하지 못했던 내용을 접할 수 있다. 전반적으로 7편을 관통하는 하나의 주제는 현재의 세계에 살면서 새로운 세계에 대한 동경, 호기심, 좌절 등이 아닐까 싶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계가 아닌 다른 세계를 인정하는 것은 분명 쉽지 않을 것이다. 현재 세계를 지키려는 자와 새로운 세계로 나아가고자 하는 자의 갈등을 단순하게 안정과 변화의 대립 구도로 취급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내가 알고 있는 진실과 지식 너머에 무엇인가 있다고 인정하지만, 막상 그 무엇인가를 접했을 때 냉정함을 유지하고 마음을 열 수 있을까? 영화 <컨택트>가 생각난다.


우주 평화, 기이한 괴생물체, 우주 문명 간의 충돌 등을 접하던 나에게 이런 부류의 소설은 신선하다. 짧은 여행이었지만, SF 소설 분야를 좀 더 알아가는 데 도움이 될 거 같다. 


2021.01.02 Ex. Libris HJK



나는 혼자 이곳에 왔고, 그게 잘못된 판단이었음을 깨닫고 있다. - P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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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
에릭 와이너 지음, 김하현 옮김 / 어크로스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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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 관련 도서를 읽기 위해 도전해 본 적이 있다. <소피의 세계>를 중고로 구매해서 읽어보려고 했지만, 성공하지 못했다. 스토아 학파에 대한 관심이 생겨서 <세네카의 대화 : 인생에 관하여>를 구매해서 읽어보려고 했지만, 역시 실패했다. 인생을 살아가는데 분명 도움이 될 거 같은데, 쉽게 접근하기 어렵다. 


회사 직원 중의 한 명이 부서 내 비치 도서로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를 신청했다. 교보 문고에서 책 구경을 하다가 베스트셀러 책장에서 힐끗 쳐다만 보았던 책이다. 일단 신청자에게 우선순위가 있기 때문에 기다렸다. 얼마 뒤 신청한 직원은 중간에 읽기를 멈추고 반납했다. 나도 아무 기대 없이 책이나 구경하자는 마음으로 시작했는데 의외로 너무 재미있었다. 철학 입문서인 거 같은데 어렵지도 않으면서 생각을 하게 만드는 힘이 있었다. 말로만 들었던 철학자들도 있었고, 독립운동가로만 알고 있던 무하트마 간디, 전혀 들어본 적도 없는 세이 쇼냐곤 같은 인물도 있었다. 


철학자들은 보통 사람보다 똑똑하다. 천재라고 생각도 해본다.

로마 황제였던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는 12세의 나이에 스토아 학파의 모든 학설을 터득했다고 한다. 니체는 24세에 스위스 바젤 대학 고전문헌학 교수가 되었고, 1872년에서 1889년까지 14권의 책을 썼다고 한다. 간디는 해외에서 유학을 한 법정 변호사였다. 장 자크 루소는 소설가, 작곡가, 정치이론가 등 다양한 정체성을 가진 인물이었다. 시몬 베유는 14세에 블레즈 파스칼의 <팡세> 대부분을 암기하고, 산스크리트어와 아시리아-바빌로니아 언어로 쓰인 책도 읽었다고 한다. 

철학자들의 삶이 평온하지 않았지만, 문제를 해결하자고 하는 그들의 노력은 높이 살만하다. 철학자들은 현실을 외면하고, 말장난만 친다고 생각했던 내가 안쓰러울 지경이다.


책을 읽으면서 가장 관심이 간 것은 스토아 학파와 니체였다. 

이 책을 통해 스토아 학파가 어떻게 태어났는지 알았고, 삶의 어려움을 해결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 마음에 와닿았다.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명상록>, 세네카의 <세네카의 대화 : 인생에 관하여>를 읽어 볼 생각이다. 무엇보다 철학이 현실 세계의 문제를 해결하는데 도움을 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흥미로웠다. 꼭 철학이 어려운 것만은 아니구나라는 어설픈 자신감이 들었다. 책 한 권 읽고 이런 생각을 하는 것이 창피하다.


자유를 강조하는 실존주의는 중년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스토아철학은 나이 든 사람을 위한 철학이다. 몇 번의 전투를 이겨내고, 패배도 몇 번 해보고, 상실도 경험해본 이들을 위한 철학이다. 크고 작은 인생 역경의 시기를 위한 철학이다. 고통과 질병, 거절, 짜증나는 상사, 건조한 피부, 교통체증, 카드빚, 공개적 망신, 지연되는 열차, 죽음 같은 것들. 스토아학파를 낳은 철학자 디오게네스는 철학에서 무엇을 배웠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한다. "모든 행운에 준비되는 법." (P.398)


내가 많은 철학자 중에 프리드리히 니체에 관심이 많이 가는 이유를 모르겠다. 이 책에서 주로 언급한 영원회귀 사상과 확실한 무확실성의 세계에서 자신의 방향성을 바꾸려는 시도 등은 솔직하게 이해하기 어렵다. 이 정도 분량의 책으로 니체의 생각을 이해한다는 것은 너무 건방진 생각이다. 결국 그에 대해서 좀 더 알기 위해서 그가 쓴 책을 읽어볼 생각이다. 그런다고 이해할지는 잘 모르겠다. 

이 책에서 영원회귀 사상을 설명하면서 <사랑의 블랙홀> 영화를 소개한다. 1993년 영화라서 본 기억은 나는데, 일련의 파편뿐이다. <사랑의 블랙홀>은 하루가 계속 반복되지만, 주인공이 무엇을 할지를 매번 선택할 수 있다. 영원회귀하고는 다른 측면이 있다. 가끔 상상을 한 적이 있다. 나도 계속 오늘이 반복된다면 어떻게 살 것인가? 일주일도 아니고, 단지 하루뿐이라면 말이다. 언젠가 내일이 올 수도 있다는 것을 안다면 열심히 오늘을 살 것인가? 하루에 3시간씩 매일 어떤 것을 연습해서 잘하게 된다면, 반복되는 오늘이 아니더라도 매일같이 3시간씩 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그렇다면, 반복되는 오늘을 굳이 열심히 살 필요가 있을까? 그러나, 지금 나이에 일취월장할 수 있다면 역시 반복되는 오늘을 좀 더 열심히 살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일단, 몇 번 정도는 막 살아봐도 괜찮을거같기도 하다. 


영원회귀는 우리의 환상을 벗겨내고 우리의 성취가 거짓임을 드러낸다. 큰 거래를 성사시키고, 책을 쓰고, 승진을 했는가? 축하한다. 하지만 이제 그 모든 것이 사라지고 다시 처음부터 시작해야만 한다. 몇 번이고 처음부터 다시. 영원히. 우리는 모두 시시포스다. 신이 내린 형벌로 영원히 바위를 산꼭대기로 밀어 올렸다가 그 바위가 다시 굴러 내려가는 모습을 지켜봐야 했단 가여운 그리스신화 속 인물. 뉴저지 몽클레어의 발코니와 친구 제니퍼의 질문을 다시 생각해본다. "성공은 어떤 모습이야?" 나는 니체가 이 질문에 어떻게 답할지 안다. 성공의 모습은 자기 운명을 철저하게 받아들이는 것이다. 성공의 모습은 시시포스의 행복이다. (P.386)


우리는 확실성이 아닌 정반대에서 즐거움을 찾기로 선택할 수 있다. 일단 그렇게 하면, 삶(외부인의 관점에서는 똑같은 삶)은 꽤나 다르게 느껴진다. 불확실성에서 즐거움을 찾으면 낮에 회사에서 있었던 심란한 일은 하루의 끝에 이를 갈며 와인 한 잔을 더 마셔야 할 일이 아닌 축하할 일이 된다. 불확실성에서 즐거움을 찾으면 질병마저도, 신체적 고통이 계속될지라도, 더 이상 두렵지 않다. 이러한 관점의 변화는 미묘하지만 그 영향력이 엄청나다. 세상이 전과 달라 보인다. 니체 또한 이러한 방향 전환이 쉽지 않음을 인정하지만,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게다가 지금까지 아무도 생각하지 못한 가능성을 탐험하는 것이 바로 철학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P.388)


새해를 맞이하여 노화에 대한 관심이 늘어났다. 나이 한 살이 더 먹는다는 것, 이번에는 앞의 숫자가 바뀌기 때문에 더 절실하게 다가왔는지 모르겠다. 매년 건강 검진 결과서를 볼 때마다 읽어야 할 항목이 많아진다. 잘 살고 있는가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 압박감을 떨치기 쉽지 않다. 

노화에 대해, 죽음에 대해 역시 철학은 무시하지 않는다. 아래 프랑스 철학자 보부아르의 글이 나에게 많은 위안을 주었다. 


(철학이) 보태줄 수 있는 것이 꽤나 많다. 철학은 우리에게 생각할 내용이 아닌 생각하는 방법을 알려주며, 우리에게는 나이 듦에 대한 새로운 사고방식이 필요하다. 사실 우리는 노화에 대해 별 생각을 안 한다. 젊음을 유지하는 것만 생각한다. 우리에게는 나이 듦의 문화가 없다. 나이 든 사람들이 절박하게 매달리는 젊음의 문화만 있을 뿐이다.

노화는 질환이 아니다. 병이 아니다. 비정상이 아니다. 문제가 아니다. 노화는 연속체이며, 우리 모두 그 연속체 위에 있다. 우리 모두가 언제나 늙어가고 있다. 이 글을 읽고 있는 지금고 당신은 늙고 있다. 갓 태어난 아기나 할아버지보다 더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은 똑같은 속도로

철학은 우리가 소크라테스처럼 단어의 뜻을 명확히 정의 내리도록 도와준다. '늙었다'라는 말은 무슨 의미인가? 나이를 말하는 게 아니다. 나이에는 아무 의미도 없다. 나이는 그 사람에 대해 아무것도 말해주지 않는다고, 노화를 연구한 철학자 얀 바스는 말한다. "나이는 그 무엇의 원인도 아니다." (P.440)


이 책의 저자 에릭 와이너는 '잘 늙어갈 수 있는 열가지 방법'을 제시한다. 열가지 방법 중 가장 공감이 간 것은 4번, 5번, 6번이다. 내가 좋아하는 <인턴>이라는 영화가 있다. 은퇴 후에도 매일 아침 7시에 일어나서 양복을 입고, 스타벅스에 가고, 본인이 해보지 않았던 인터넷 의류 업체에 인턴으로 도전하는 모습이 멋있다. 적극적으로 추천하는 영화이다.


1. 과거를 받아들일 것

2. 친구를 사귈 것

3. 타인의 생각을 신경 쓰지 말 것

4. 호기심을 잃지 말 것

4. 프로젝트를 추구할 것

6. 습관의 시인이 될 것

7. 아무것도 하지 말 것

8. 부조리를 받아들일 것

9. 건설적으로 물러날 것

10. 다음 세대에게 자리를 넘겨줄 것 


이 책은 20만 부가 팔렸다고 한다. 베스트셀러에 큰 관심이 없었는데, 좋은 책을 선택하는 집단 지성을 무시하면 안될 거 같다. 인용하고 싶은 글이 너무 많아서 책이 스티커로 도배가 되었다. 

2022년이 철학에 대해 좀 더 알아가는 한 해가 되기를 희망한다. 


2022.01.02 Ex. Libris HJ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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츠바키 문구점
오가와 이토 지음, 권남희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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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프와 함께 교보 문고를 방문했다. 와이프는 지인들과 1년 넘게 독서 클럽을 하고 있다. 만나기 힘들면 줌을 통해서 영상으로 미팅을 한다. 솔직하게 부럽다. 와이프는 나보다 책을 안 읽기는 하지만, 독서 클럽에서 선정한 책은 열심히 읽는다. 책장 한 칸을 별도로 지정해서 독서 클럽에서 읽었던 책을 모아놓고 있는데, 벌써 10권이 넘었다. 


그런데, 갑자기 나는 왜 아내라고 쓰지 않고, 와이프라고 쓸까 의문이 들었다. 영어를 더 좋아하는 것은 아니다. 한국어가 영어보다 더 과학적이고, 멋있는 언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아내라고 쓰면 더 나이가 들어 보이는 느낌이 든다. 한국어는 오래되고, 영어는 좀 더 젊은 언어라고 생각하는 것일까? 잘 모르겠다. 


와이프는 교보 문고에서 소설 분야가 있는 곳을 돌아다니다가 <츠바키 문구점>을 찾아냈다. 2017년에 초판 1쇄가 나온 후에 2021년 초판 16쇄 발행을 했으니 대중적인 인기를 얻은 책이다. 하지만, 이건 내 시각이고, 와이프가 책을 고른 이유는 책 표지이다. 와이프는 책 표지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아기자기하면서 세련된 책 표지를 좋아하고, 그림이 있는 책 표지를 좋아한다. 책을 구성하는 많은 요소 중 책 표지는 중요하다. 첫인상이기 때문이다. 와이프의 말을 듣고 보니 왠지 절제된 컬러와 고즈넉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와이프가 책을 다 읽기를 기다렸다가 나도 읽었다.

일본 가마쿠라 지역에 있는 오래된 문구점 주인이면서 대필업을 하는 젊은 여자가 주인공이다. 자신을 키워준 할머니와 갈등에도 불구하고, 선대부터 내려온 대필업을 이어가고 있다. 가마쿠라 지역에 사는 주변 지인들과의 관계, 대필을 부탁하는 사람들과의 인연과 그들의 사연 등이 어디에서 많이 읽었던 내용과 전개 방식과 유사하다. 

내가 시리즈 전권을 소장하고 있는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이 생각났다. 이 책에서는 고서점 주인이면서 책과 얽힌 사건, 미스터리를 해결하는 젊은 여자가 주인공이다. 내가 좋아하는 책에 대한 이야기와 서점 배경이었기 때문에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 수첩>을 재미있게 읽었다. 

비슷한 전개 방식이라고 하더라도 <츠바키 문구점>은 문구점 주인 시점으로 이야기가 전개되어 좀 더 내면을 들여다볼 수 있어서 좋았다.    


한때 연필, 만년필, 종이 등에 관심을 가져본 적이 있어서 <츠바키 문구점>에 글을 쓰는 재료에 관한 내용이  반가웠다. 요즘 메일로 거의 모든 것을 처리하기 때문에 편지, 연하장 등에 대한 추억이 점차 사라진다. 

일본은 전자 기기 사용 측면에서 후진국이라고 들었다. 아직도 펙스와 도장 문화가 산재하고, 정부의 디지털 전환도 늦고, 전통을 중시한다고 한다. 이런 일본이 한심하게 느껴지지만, 고서점, 문구점 등에 관한 일본 소설은 재미있다. 특정 지역에서 잔잔하게 전개되는 이야기도 좋다. 

우리나라에 가마쿠라 보다 멋진 지역이 많을 것이다. <츠바키 문구점> 같은 부류의 소설이 많이 나오면 좋겠다. 소설 속에 나오는 가게들이 실제로 가마쿠라에 존재한다. 신사에서 행하는 제사나 참배 등에 관심이 없었지만, 장어덮밥, 카레, 빵 등 여러 가지 음식을 먹을 수 있는 음식점은 한 번쯤 찾아가고 싶었다. 

일본이 아직도 반성을 안하고, 독도에 대한 야욕을 드러내고, 자격지심을 드러내며 험한을 하는 한 일본을 언제 다시 가볼 수 있을지 모르겠다. 안타까운 현실이지만, 강한 자에게 약하고, 약한 자에게 나쁜 짓을 하는 일본을 항상 조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역사가 이를 증명한다.


2021.12.28 Ex. Libris HJ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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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신의 바다 - 그 바다는 무엇을 삼켰나
황현필 지음 / 역바연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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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나왔군요. 유투브 구독자로서 구매 전에 먼저 평점 올립니다. 400페이지로는 부족할 거 같은데 기대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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