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곳은 모르지만 이곳은 확실히 동지를 거쳐 신년을 맞으면 금방 조금씩 해가 길어지고 날이 따뜻해진다. 오늘처럼 bomb cyclone이 와서 비가 줄창 내리는 날도 그렇다. 덕분에 잠깐 비가 그친 틈을 타 1마일 정도를 걸었다. 일을 안 한 건 아니지만 처리하고자 했던 큰 건의 업무는 거의 그냥 두었다. 천상 내일 하루를 꼬박 할애해서라도 해결해야 하나씩 밀어낼 수 있을 것이다. 이미 개인사무실을 차린지 10년이 넘었기 때문에 일이란 건 늘 있다. 하루도 그냥 보내면 안되는 일상인 것. 특히 1월에는 밀린 업무를 하나씩 처리해서 잘 정리해야 남은 한 해를 잘 보낼 수 있을테니 열심히. 


일단 아무리 일하기 싫은 날이라도 하다못해 쉬운 일이라도 처리해야 옳다. 처리되지 않은 업무는 크기와 난이도를 떠나서 고스란히 쌓여 누군가의 손을 거쳐야 하기 때문인데, 우리 회사에는 그 누군가란 곧 나를 의미한다. 나 외에 다른 사람이 없으니까. 


가끔 이 정도 매출에 나 혼자 일하는 것이 맞나 싶기도 하지만 HR의 어려움과 높은 임금상승에 따라 가뜩이나 사람을 구하기 어려운 작은 회사에서 예상되는 지출수준에 비례해서 원하는 능력의 사람을 쓸 가능성은 거의 떨어지기 때문에 그저 혼자 버티고 또 버티는 것으로 아낀 비용을 은퇴를 위해 투자하자는 것으로 결론을 짓게 된다. 


요즘의 구인/구직 트렌드가 우습다. 2023년 최저시급이 $17이 되어버린 이곳에서는 맥도날드에서도 시간당 $19정도를 제시한다. 한편 오피스환경에서는 아무리 못해도 $20-$25 정도의 시급에 맞춰 연봉을 제시해야 그나마 관심을 가져 준다고 한다. 문제는 맥도날드에서 면접을 보는 사람은 $19를 받고 일하느니 적당한 사무직을 찾는 것이 낫겠다고 생각하고 오피스에서 면접을 보는 사람은 $20-$25를 받고 머리가 아픈 일을 하느니 맥도날드에 가는 것이 낫겠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너무도 당연하지만 맥도날드 지원자가 오피스로 오는 일도, 오피스 지원자가 맥도날드로 가는 일도 없다.


그냥 일을 하기엔 너무 아깝거나 의미가 없어진 것이다. 주식과 코인이 무너지기 전까지 한국이나 여기서 젊은 친구들은 금융투자로 일확천금을 꿈꾸고 있었던 한편 급등한 부동산가격으로 집을 구할 가능성이 zero가 되어버린 대다수의 직장인들은 middle class stability의 희망을 잃어버렸기 때문에 COVID-19을 거치면서 일과 삶에 대한 perspective가 완전히 바뀌어버렸다는 것이다. 


일을 안 할 수 없으니 열심히 일하되 스마트하게 일하고 사치하지 않고 낭비를 없애는 것으로 은퇴를 향해 살고 있다. 나름의 의미는 있지만 이렇게 사는 것이 맞나 싶을 때가 종종 있다. 얼마나 더 이렇게 살아야 한숨 돌리고 살 수 있을까. 


요즘은 사무실에서 책을 읽지 못하고 있다. 대충 작년 중반부터는 그랬던 것 같은데 사무실에 앉아서 한가롭게 책을 볼 시간이 없기 때문이다. 늘 뭔가를 하고 있고 해야 하는 그런 상태. 평일에는 집에서 잠깐 몇 페이지를 보는 것이 전부라서 이대로 가면 40부터 80까지 40년을 잡고 만 권을 읽겠다는 야심찬 목표를 이루는 건 불가능하다. 


목표를 세우고 counting을 시작한 것이 작년까지 해서 full 6년인데 연 평균 261.66권을 읽었고 2022년까지 1570권의 책을 읽었지만 남은 4년간 열심히 해야 간신히 첫 10년의 2500권에 다다를 수 있을 것이다. 2023년의 나흘이 지난 오늘까지는 아득하니 멀기만한 목표달성, 그에 비해 엄청나게 빨리 흘러갈 시간. 

 


Easton Press라고 가죽으로 제본된 예쁜 책을 매우 비싸게 파는 회사가 있다. 대학교 때 구해둔 Sherlock Holmes를 이 판본으로 조금씩 읽고 있다. Equalizer의 남자처럼 아주 나중엔 모든 걸 처분하고 Easton Press의 책만 모아서 읽다가 갈지도 모르겠다. 이때만 해도 한 권에 $45정도 하던 것이 이젠 보통 $100-$150에 새책 한 권을 살 수 있다. 중고서점을 기웃거리면서 한 권씩 모아들이던 때도 있었는데 요즘은 이것도 주춤한 편이지만 언제나 한 권 정도는 갖고 오고 싶은 예쁜 책이 많다. 


2020년에 읽기 시작한 이 책을 아직도 읽고 있다. 원문만 약 900페이지가 넘는 책의 1/3을 겨우 읽었다. 한창 William Shirer의 책을 읽다가 이 책에 와서 힘이 좀 빠졌던 탓에 오래 미뤄둔 것이 2023년이 되어버렸다. 요즘은 다시 눈에 잘 들어오는 것 같아 하루에 몇 페이지씩이라도 읽고 있다.










한 챕터 정도를 읽었다. 시간이 좋은 주말 아침에 일찍 운동을 끝내고 머리가 맑고 기분이 좋은 그런 짬을 내서 더 읽어나갈 것이다. 위화는 작가라는 것 이상, 요즘 대륙의 중국인들이 국뽕으로 미친지 오래인 시대에 드물게 괜찮은 중국사람이 아닌가 싶다.










한 페이지를 읽은 상태














Motivation을 위해 읽기 시작했다. 뭔가 내가 공감하기엔 어려운 의견이지만 일단 끝까지 읽어볼 생각이다. 













이것도 같은 취지로 읽다 말기를 반복하면서 조금씩.













펼친 책은 많은데 다 읽은 것은 없으니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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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23-01-05 13:1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 벽돌책은 뭔가요?
요즘 저런 책들이 심심찮게 나오는데 미국도 그런가 봅니다.
한국도 좀 비슷하지 않나 싶어요.
동지가 지나면 새벽, 밤으로 1분씩 밤이 짧아진다고 하는데
동지 지난지가 열흘이 넘었으니 그만도 20분은 짧아졌네요. ㅎ
날씨도 지난 달에나 추웠지 지금은 크게 춥지는 않습니다.
이러다 봄이 오겠죠.

책 많이 읽으시네요. 올해도 변함없이...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transient-guest 2023-01-06 02:30   좋아요 1 | URL
Easton Press라는 출판사에서 가죽으로 제본한 책을 팝니다. 무척 예쁘로 종이의 질도 좋아서 책이 오래 가는 대신 값이 무척 비싸서 요즘은 주로 중고로 가끔 구입합니다. 한국과 달리 미국은 대부분의 책들은 한 권 = 한 시리즈라서 긴 소설은 1000페이지가 넘는 경우가 많습니다. ‘왕좌의 게임‘급이 보통 그렇게 나오는데 한국에서는 예외없이 2-3권으로 나눠서 팔더라구요. 전 미국식이 더 좋습니다. 한 권을 세 권으로 나누면 값이 대충 2.5배는 더 나가니까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저도 열심히 읽고 남기겠습니다

바람돌이 2023-01-05 14:5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런 가죽장정의 책을 전문으로 만드는곳이 있군요. 저런 책 사면 진짜 지문묻으면 안돼 막 벌벌 떨면서 읽을듯요. ㅎㅎ

transient-guest 2023-01-06 02:31   좋아요 2 | URL
그만큼 소장가치가 있는 건 아니라서 대충 읽지만 신경이 쓰이기는 합니다. 셜록 홈즈도 제가 갖고 있은지 벌써 28년 정도 됐거든요. 금박이 살짝 닳긴 하더라구요. ㅎㅎ Easton Press, Folio, Franklin Library가 책을 예쁘게 제본해서 냅니다.

얄라알라 2023-01-05 15:3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그러잖아도 캘리포니아 사이클론 뉴스 보고, transient님 안부인사 드리려했는데, 알라딘 서재에 바로 님의 글의 떴어요...
책도 운동도 아무쪼록 안전한 환경에서 즐기시고,
악천후에 주변 분들도 피해 없으시기를..

transient-guest 2023-01-06 02:32   좋아요 2 | URL
물폭탄이네요 정말. 덕분에 가뭄은 좀 해소되겠지만 여긴 비가 많이 오면 대비가 안 되어 있어서 그런지 사고도 많이 납니다. 어제도 퇴근길에 고속도로 한 켠에서 물이 많이 찬 부분에 차가 그냥 서있더라구요. 오늘은 고속도로를 피해서 돌아갈 생각입니다. 감사합니다. ㅎ
 

흔히 책상의 상태 혹은 방의 상태를 그 주인의 머릿속 상태의 reflection이라고들 말한다. 일리가 있는 이 말이 어느 정도 사실에 근접한다면 내 사무실과 책상의 상태로 보건데 나의 머릿속은 엉망으로 물건이 쌓여 정리조차 어려울 정도로 disorganize 된 상태라고 할 수 있겠다. 유감스럽게도 공간의 정리가 처음부터 엉성했고 직원을 염두에 둔 공간의 배치가 결과적으로는 혼자서 일하게 된 지금과 맞지 않는 면도 있어서 어떤 야심찬 reorganization은 불가능한 것이 현실이다. 이런 상태를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은 이 시점에서는 이사를 가는 것 말고는 없는데 마침 작년의 첫 3년의 lease가 끝난 후 1년씩 계약을 갱신하고 있기 때문에 이번 해의 lease가 끝나면 당분간 month-to-month로 가다가 공실률이 점점 높아지는 현재의 경기에 따라 좋은 deal을 찾아 사무실을 옮길 생각을 하고 있다. 전적으로 내가 일할 공간이니 나의 편의에 맞추되 최대한 정리정돈이 깔끔한 상태로 처음부터 셋업을 하는 것이 나의 야심찬(?) 계획인데 갖고 있는 책과 다른 모든 것들을 어떻게 잘 펼쳐놓아야 하는지 큰 고민을 하게 된다. 책의 숫자만 해도 그렇지만 영화와 게임 소프트는 완전히 다른 문제인 것이 현재에는 늘어놓을 공간이 없지만 나이가 들어서는 잘 정리해서 즐기고 싶기 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태가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책은 좀 괜찮아도 다른 것들은 하필이면 유행인 미니멀리즘의 트렌드에 따라, 기술발전에 따라 갖고 있을 필요가 전혀 없는 물건으로 취급을 받고 있기 대문에 더더욱. 결론은 최대한 내가 원하는 형태의 내부구조를 가진 사무실을 좋은 deal에 찾아야 한다는 것. 일단 돌아가는 걸 보다가 괜찮은 위치, 괜찮은 넓이, 그리고 좋은 cut을 발견하면 최대한 negotiate을 해서 3-5년 정도의 계약을 하면 좋을 것 같다. 


'신들의 전쟁'은 그 소재와 아이디어의 참신함에도 불구하고 다소 지루하게 이어지는 면이 없지 않았으나 '네버웨어'는 판타지와 성장소설의 요소가 잘 어우러진 좋은 flow의 소설이라서 한 페이지씩 줄어드는 것이 나중엔 무척 아쉬울 정도로 재미있게 읽었다. 북쪽으로 런던으로 취업을 온 주인공은 좋은 직장에 누구나 부러워할만큼 아름답고 지적인 여성과 약혼한 상태. 약간의 공상끼가 있는지 중요한 일을 자주 잊어버리는 탓에 늘 허둥지둥 거리는 것, 그리고 뭔가 연인에게 끌려가는 듯한 인생을 살고 있기는 하지만 딱히 불만은 없다. 어느날 연인과 함께 중요한 약속을 위해 장소로 이동하는 과정에 곤경에 처한 여자애를 도와준 탓에 익숙한 모든 것들의 세계에서의 존재감은 흐려지고 표면의 세계 이면의 다른 세계의 일원이 된다. 자신의 삶을 다시 원상복귀시키기 위해서는 우선 그 원인을 제공한 소녀를 찾아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 세계의 다른 면에 존재하는 판타지의 세상으로 가야 한다. 일종의 성장소설의 요소도 갖추고 있는 이 기발한 이야기는 다 읽고나면 주인공이 선택한 결말에도 충분히 공감할 수 있을만큼의 기시감을 준다. 판타지의 이면에는 아주 평범하게 어쩌면 줏대없이 타동적으로 살아가던 한 젊은이가 모험을 통해 시련을 극복하고 용사로 거듭난다는 태고적부터 이어내려온 모티브가 뚜렷하게 배여있는 것 같다. 


런던의 밤을 공포로 물들였던 Jack the Ripper의 연쇄살인이 다시 시직된다. wrong place at wrong time 덕분에 범인으로 몰린 Mr. Hyde의 사건의뢰를 받아들인 홈즈와 왓슨은 그의 무죄를 증명하는 '쉬운'일은 금방 해결하지만 살인사건이 계속되면서 맞닥뜨린 상대와 사건의 배후를 탐문하면 할 수록 사건은 꼬여만 간다. 홈즈와 왓슨의 세계가 논리와 이성의 세계에서 전설과 신화의 세계로 들어간 계기가 되었던 이전의 사건에서 잠깐 등장한 Innsmouth 패거리들의 그림자가 어른거리는 건 어인 일일까. 


투명인간과 늑대인간, Dr. Jeykll과 Mr. Hyde, 거기에 Innsmouth건으로 알게된 정체를 알 수 없는 고대의 존재를 부활시키려는 런던의 엘리트그룹. 어떻게 봐도 신나는 요소들로 가득한 Classified Dossier 두 번째 작품. 세 번째는 무려 도리언 그레이와 홈즈의 조우를 그릴 전망인데 9월에 나온다고 한다. 알라딘에는 두 번째 작품이 reference되지 않는 것이 이상하다.


이미 여러 번 읽은 작품. 여러 번역으로 갖고 있는데 이번의 번역이 가장 엉망이다. 일차 번역기를 돌리고 shadow가 번역작업을 한 것에 그럴듯한 이름을 빌려 감수를 넣은 듯 수준 낮은 번역과 오류로 가득한, 거기에 어울리는 무능력한 편집까지 성의 없이 만든 책의 표본과도 같은 책. 이 출판사에서 나오는 책을 사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다.




뭐라고 하고 싶어서 새해 첫 페이퍼를 써봤다. 이곳은 1/2이 새해 휴일로 잡혀 있기에 오늘까지는 쉬고 내일부터 다시 업무를 볼 생각이다. 2023년은 더욱 바쁘고 빠르게 지나갈 것이니 하루하루의 시간을 소중하고 생각하고 헛되이 쓰는 날이 없었으면 좋겠다. 


내일부터의 계획은 일단 새벽운동을 다시 살리는 것으로 오후의 걷기에 시간을 배정하고 미뤄둔 프로젝트를 하나씩 끝내는 것으로 무척 바쁠 것이 확실한 2023년의 업무일정에 대비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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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를 먹어가면서 한 가지 확실하게 예전과 다른 것이 있으니 '선물'이다. 어릴 때와 지금을 비교하면 선물을 주는 건수는 늘어나지만 받는 경우는 거의 없다는 것. 가끔 일이 마무리되고 고객으로부터 감사의 선물을 받는 경우는 있어도 생일선물을 받을 일은 좀처럼 없는데 성탄절이든 다른 무엇이든 현재의 내 삶은 스스로 자신을 챙기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다. 그런 핑계로 주문한 책들이 도착하자마자 알라딘과 아마존에서 대충 300불어치의 책을 주문하고 말았다. 아마존은 배송이 무료라서 순수한 책값이지만 알라딘은 한국에서 DHL로 받으니 배송비가 상당해서 이를 제외한 액수가 그 정도. 


거지같은 자본주의도 코로나 이후 조금 바뀌어서 12/25 성탄절 당일에는 거의 모든 곳들이 문을 닫는다. 불편하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지만 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아주 조금이지만 사람이 사는 냄새가 난다고나 할까. 과거 풍요에 비해 경쟁이 덜했던 미국의 어느 한 시절을 잠시나마 느껴본다. 물론 약 20여년 전 블프의 등장으로 열린 지금의 미친 소비시대는 여전히 잘 굴러가고 있기에 (기실 상점들이 닫았어도 온라인몰은 24/7 성업 중이니) 내가 느끼는 이 감성은 현실을 반영하지는 못한다.  


셜록 홈즈, 드라큘라 백작, 크툴루. 더 바랄 것이 없는데 소설의 짜임새도 훌륭하여 더욱 즐겁게 읽었다. Classified Dossier라는 시리즈로 두 권이 나와 있고 내년 가을에 세 번째가 나올 예정. 두 번째 작품은 하이드씨, 세 번째는 도리언 그레이가 나올 것이니 그야말로 두근두근 아니겠는가. 





란포의 작품이라서 좋다만 번역의 오류, 편집의 오류, 확인과 감수의 불성실함에서 완전 개떡같은 책, 작품이 아닌, 거지같은 책이 나오고 말았다. 내가 받은 것이 실은 파본이었다면 말이 되는 수준의 저질스러운 책. 






종종 친한 이들과 한 잔 꺾을 수 있으면 좋으련만. 미국에서의 인간관계는 95%이상이 social한 관계라서. 혼술이 늘어날 수도 있는 책. 매년 한번씩은 한국에 가서 잠깐이라도 휴식을 취하면서 친구들과 정기적으로 만날 계획. 미친듯이 비가 퍼붓는 날 소성주와 전을 먹고 싶다.




약간은 주마간산 격인 면이 있지만 근대부터 현재까지 한국에서의 서점의 역사를 짚어본다. 하루종일 책구경을 하다가 한 권을 겨우 살 수 있었던 어린 시절보다 훨씬 더 많은 책을 원하는 대로 구입할 수 있는 지금이지만 그떄의 설레임과 기다림이 그립기는 하다. 





드디어 끝. 여전히 다뤄지는 와인은 아직 한 병도 마셔보지 못했지만.








약간의 힐링. 하지만 내 마음속 깊은 곳에서는 '이런 것이 가능할 리가 없다'라는 생각이 몽글몽글.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을 새삼 실감하게 만든 책. 내 지식이 더 쌓인다고 해도 여기서 다룬 이야기를 온전히 다 즐길 수준까지는 못 갈 것 같다.







동지들. 탄핵과 Justice가 살아난, 해방된 조국에서 See You Aga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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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amoo 2022-12-26 09:1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우와~ 30만원을 출쩍 넘는 책주문이네요!! 지름신이 강림하셨나봅니다..ㅎㅎ

근데, 한국배송료는 얼마정도 되나요??

transient-guest 2022-12-26 14:43   좋아요 1 | URL
무게에 맞춰 산정되는데 잘 따져보지는 않았습니다. 이번에는 다음과 같이 나오네요.
상품가격 253,160원 + 배송료 83,400원

주기적으로 책을 사니 돈도 들고 읽을 것들은 늘어나고 공간은 부족해지는 문제가 있습니다. 저는 그림도 시작하면 그렇게 될 수 있는 성향이라서 조심해야 합니다.ㅎㅎ
 

켈리포니아에도 눈이 오는 곳이 있기는 하다. 주로 산꼭대기에 있는 동네인데 스키장이 있는 곳이 대부분이다. 나머지 지역에서는 아무리 추운 날도 영하로 내려가지 않기 때문에 한국처럼 추운 겨울의 쌉쌀한 공기를 마실 수는 없다. 하지만 이곳의 기후에 익숙해진 지금은 이런 날씨라도 엄청 춥게 느껴진다. 


2022년의 동지를 약 일주일 앞둔 오늘도 역시 오후 네 시만 되면 해가 기울다가 다섯 시면 어두워진다. 덕분에 지난 봄부터 가을까지 매일 열심히 수행하던 걷기를 하지 못하고 새벽의 운동도 어렵다. 최근에는 코로나까지 걸렸었기 때문에 지난 한 주간은 운동도 많이 하지 못했기에 힘든 몸상태와는 별개로 답답하기 그지 없다. 


혼자 일하는 것도 한계가 온 듯, 2022년에는 연말임에도 불구하고 매일 뭔가를 해야만 한다. 당장 12/29까지 나갈 일이 한 건, 12/19까지는 나가야 하는 일이 여럿, 거기에 한국스타일로 쪼아대는 어떤 corporate client의 일도 가능하면 마무리해야 한다. 이런 저런 구상을 해보는데 혼자 일하는 것이 너무 편하고 사무실을 서재처럼 사용하는 것도 좋아서 굳이 직원을 새로 뽑을 생각은 없다. 사람을 잘못 쓴 탓에 큰 고생을 한 2019-2020 이후로는 그런 맘이 굳어졌다. 차라리 backend service업체를 잘 활용해서 support를 받는 것이 여러 모로 더 편할 것 같다. 내가 업무를 도와주고 있는 유관회사에서 직원들이 드나들면서 말썽이 잦은 걸 보니 더욱 그렇다. 


이제 약 10-15년 정도 일하면 노년의 일차시기가 온다. 아무리 지쳐도 그 정도는 더 일할 수 있을 것, 아니 일해야 한다. 딱 지금의 내 나이때 아버지는 누나의 대학입학을 맞았었는데 이미 burnout이 심했던지 그때부터 적극적으로 일하기보다는 조금씩 일을 놓아가고 있었다. 그다지 물러날 준비가 잘 되어있었던 것도 아닌데 생각해보면 자신의 삶이나 가족의 미래에 대해 아무런 생각이 없었던 것 같다. 그 나이가 되어보니 나에게도 그런 기질이 있는 것인지 요즘은 일이나 일상에서 재미를 느끼지 못하고 늘 지쳐하고 있다. 하지만 quit하고 싶은 생각이 들때마다 아버지를 생각하면서 일을 할 수 있는 시기에는 빡세게 해서 물러남을 준비해야 한다고 다짐을 한다. 공부처럼 일도 때가 있는 법이니 어느 시기가 지나면 어차피 은퇴하기 전이라도 천천히 뒤에서 따라오는 젊은 친구들에게 market share를 내주어야 할 것이라서. 


큰 사업을 일으키지는 못했지만 내 두 손으로, 그야말로 적수공권으로 여기까지 왔다는 사실에 가끔은 혼자서 뿌듯해한다. 그래봐야 아버지의 커리어 클라이맥스 시절의 규모에는 아예 비교를 할 수도 없지만 그대신 나는 보다 더 알차게 내 몫을 챙기고 절약해서 물러남을 대비하고 있으니까 개념이 많이 없었던 2-30대 시절과 비교하면 다행이 아니겠는가.


언제가 되면 내 책과 영화, 게임들을 한 자리에 잘 정리해놓고 하루를 보낼 수 있을까. 책이 넘쳐나는 마당에 영화/게임은 따로 꺼내지 못하고 박스에 넣어 정리된채 시간이 흘러가고 있다. 내가 살아온 삶의 일부와도 같아서 정리해서 버리거나 할 생각은 없다. 나는 맥시멀리스티라서 어려움속에서도 조금씩 사들여 즐기던 그간의 기억을 물건과 함께 간직하고 싶기 때문이다. 


작년에 이사를 간 후 사무실과 집과의 거리가 좀 생겨버린 탓에 서점에 가는 빈도가 많이 줄었다. 서점이란 것이 작은 녀석들은 고사하고 대형서점브랜드도 이합집산을 거쳐 BN 하나로 통일된 후 다시 폐점이 된 곳이 많아서 서점을 가는 건 이제 일종의 시간과 거리의 호사가 되어버렸다. 그래도 지난 10월 말에 가보니 사람들이 꽤 많던데. 노인들을 빼면 잡지는 사가는 사람이 없고 책은 그나마 바리바리 싸들고 book haul을 하는 사람들이 있는한 하나 정도의 대형서점은 망하지 않겠지?


간만에 오아후에 사는 친구와 잠깐 통화를 하는 것으로 가끔은 너무 멀게만 느껴지는 하와이로의 이주에 대한 불씨를 살려보았다. 섬이라서 답답한 건 둘째로 하고 아파트는 관리비가 엄청 비싸고 외곽으로 나가면 집을 간수하는데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합리적인 사고를 해보면 확실히 젊을땐 바빠서 늙으면 돈을 아껴야해서 못 갈 것만 같다. 섬이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살아가려면 미니멀리스트가 돈이 적게 들 것이니 책과 영상자료를 바리바리 싸들고 다녀야하는 나에겐 무리가 되려나? 


어쩌면 이번 해의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알라딘주문을 넣었다. 다음 주중에는 받아볼 수 있으면 훌륭한 self gift가 될 것이다. 남에게 주는 건 있어도 남이 나에게 주는 선물은 별로 받아볼 일이 없는 나이가 되고나니 어쩌면 기쁨이든 슬픔이든 무엇이든 다 내가 하기 나름이란 생각이 든다. 


사무실 창문으로 내려다보니 어둡고 쓸쓸한 겨울의 하루가 저물고 있다. 아침부터 꼬박 오후 한 시까지는 열심히 일했고 운동을 가려다가 추운 날씨와 코로나 막바지에 주저앉고나서는 뭔가 손에 잡히지 않았기에 일찍 들어갈 생각을 하고 있다. 기실 책을 읽으려고 '달팽이 식당'을 꺼냈는데 우연히 서재를 열고 이렇게 씨부리고 있다가 시간이 가버렸다. 


 













요즘 즐겁게 읽고 있는 시리즈. 예전에 해적판으로 나왔던 것이 원제와 비슷한 의역으로 제대로 나와주고 있다. 일본어로는 '띠를 꽉묶어!'로 알고 있는데 '띠를 조여라!'보다는 뭔가 더 박력이 있고 만화에서 지향하는 스피릿을 잘 살린 것 같다. '야와라'와 함께 잘 만든 유도만화.


아무리 좋은 이념이라도 하나의 관점으로만 세상을 보는 건 공감을 얻지 못하고 심지어 위험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내내 했다. 덕분에 몇 꼭지의 글을 제외하고는 그리 크게 와닿지는 않았다. 서경식선생의 글이 들어있어 구한 책인데 딱 그만큼이었다. 나와 다르게 생각하는 사람들로 꽉찬 세상이니 당연히 이건 순전히 내가 이번에 느낀 것이 그렇다는 것.









아무래도 한 시간 정도는 더 버텨야 하루가 끝날 것 같다. 술이 땡기는 저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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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사람들은 다 걸려도 나는 안 걸릴 것 같더니 나에게도 COVID-19 감염이 와버렸다.

그간 활발하게 사람들을 만나고 다녔어도 3차까지 접종을 했고 마스크도 꾸준히 써오다가 최근에 조금 느슨해졌는데 결론적으로 스트레스와 과로가 겹치니 아무리 기초체력이 좋아도 어쩔 수가 없었던 것 같다. 


목요일 점심에 한 팀과의 미팅을 끝냈고 저녁에도 상담을 했었는데 두 번 다 마스크를 벗고 진행했던 것이 원인이었던 것으로 생각된다. 징후는 딱히 없었고 금요일 오후부터 백신접종 후 느낀 증상들이 하나씩 단계적으로 왔으니 마른 기침, 깔깔한 목, 밤이 오면서 들린 오한. 그리고 다음 날 본격적으로 발생한 증상으로 아무리 따뜻한 걸 먹고 따뜻하게 누워있어도 땀이 나지 않으며 높은 열과 상대적인 오한. 그러다가 기계처럼 저녁부터 조금씩 몸살기운이 가시면서 밤부터는 땀이 나기 시작했고 일요일부터는 보통의 감기처럼 계속 콧물이 나고 뭔가를 하면 식은 땀이 나고 있다. 


하루를 더 쉬고 싶었지만 미룰 수 없는 것들이 있고 우리 회사는 내가 아니면 일을 할 사람도 없기 때문에 출근해서 맘을 독하게 먹고 일을 처리했다. 강한 맘을 먹으니 밀린 일을 오히려 과감하게 정리할 수 있었고 내친 김에 진짜 독하게 이틀 간 못한 운동까지 해버렸다. 다른 때와는 달리 땀이 많이 나서 추웠던 것 빼고는 괜찮았는데 문제는 하오 늦은 시간으로 오면서 체력이 급격하게 떨어진다는 점이다. 


어제까지는 여전히 positive로 나오는데 아마 감기증상을 조금 더 앓다가 사라지는 것 같다. 덕분에 오늘은 하루종일 콧물이 나와서 코가 헐어버렸다. COVID-19 초기의 무서움은 결국 이렇게 급성으로 진행되는 증상이 아니었을까. 감기보다 훨씬 더 강도가 높고 마치 몇 가지 단계가 한꺼번에 닥치는 것처럼 고열과 오한, 몸살 등등 여러 가지 증상들이 세가 한꺼번에 오는 것 말이다. 백신을 3차까지 맞은 덕분에 그리고 아마도 그간의 꾸준한 단력 덕분에 이렇게 mini로 진행되어 기승전결을 약 이틀 만에 지내고 이제 마무리단계에 와 있는 것 같지만 초기에 걸렸더라면 얼마나 두렵고 막막했을까.


새삼 지난 정부 한국의 대응과 행정력이 사무치도록 그립고 자랑스러운 순간이다. 2찍이들과 그저 지난 정권과 이재명후보가 싫어서 2찍이들과 힘을 합친 '민주'와 '중도'를 표방하는 인간들에게 묻고 싶다. 윤석열 밑에서 이미 외교, 정치, 경제, 등등 전방위적인 면에서 참사가 이어지고 있는 지금이 행복하냐고. 그대들이 원한 세상이냐고. 


어쨌든 나는 이겨낼 것이다. 위기는 기회가 되어 아마 나에게는 더욱 좋은 기회의 시간이 올 지도 모르겠다. 더구나 이곳은 이미 거품빼기에 돌입해서 가장 먼저 이 과정을 벗어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실제로 내가 어떤 피해를 볼 가능성은 적다. 그러니 더더욱 복장이 터질 노릇이다. 온갖 지랄발광을 한 결과가 겨우 1%도 안되는 차이였으니 적보다 더 미운 것이 내부총질을 한 잡스러운 인간들이 아니겠는가. 


5시에 잡힌 한국과의 Zoom이 아니었으면 퇴근을 해버렸을 지금 시간에 일을 손에 안 잡히고 굳이 Zoom으로 미팅을 하겠다는 사람 - 내가 배푼 good will이 어떤 권리가 되어버린 것일까 - 도 미운 지금 여러 가지로 negative한 마음이 가득하다.


아침의 각오와 함께 끌어모은 positive한 힘을 다시 불어넣어 내일은 더욱 충실하고 강하게 보낼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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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22-12-06 10: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국은 코로나 상황이 어떤지 모르겠습니다. 마스크 규제는 풀린 줄 알고 있는데. 한국도 이제 예전만큼 놀라고 그런진 않는 것 같아요. 제 조카는 한번 걸렸는데 또 걸려서 좀 쉬었으면 좋겠다고 말할 정도니 노동이 코로나보다 더 힘든가 봐요. ㅎ 모쪼록 무탈하게 잘 회복하시기 바랍니다.^^

transient-guest 2022-12-06 13:24   좋아요 1 | URL
사실상 종료로 보고 모든 규정이 없어졌습니다 마스크는 자율시행이고 해서 일하는 사람들은 쓰지만 보통 일반적으로 안 씁니다 저도 한번 방심했다가 걸리니 좀 황당하네요 ㅎㅎ 뭐 견뎌내야죠 좀 쉬었으면 좋겠는데 일은 해야 하니까 내일도 모레도 계속 싸워야죠 ㅎㅎ 감사합니다

얄라알라 2022-12-12 18:0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3차까지 접종하셨어도 걸리셨네요...그 와중에 일이 많으셔서 제대로 쉬시지도 못하고...
부디 후유증 가볍게 지나가기를 바랍니다...

전 한 2~3주 내내 기침 심했어요....^^:;

transient-guest 2022-12-13 02:29   좋아요 1 | URL
아픈 건 금방 좋아졌어요. 근데 아직까지도 test하면 계속 양성이 나오네요. 처음엔 감기의 모든 증상이 아주 세게 한꺼번에 온 느낌이었고 매일 증상이 하나씩 떨어져나가다가 이젠 만성감기처럼 있네요. 다행히 기침감기증상은 없었지만 무척 귀찮네요.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