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휴식을 취하는 한 주간. 환경이 그래서 조용하게 맑은 공기를 마시고 여유롭게 지내고 있지만 운동도 하지 못하고 먹는 건 삼시세끼를 다 먹으니 몸이 무거워 괴롭기 그지 없다. 해서, 이틀 전부터는 하루에 한끼만 먹고 중간에 과일을 조금 먹으면서 무엇보다 물을 많이 마시는 것으로 조금 효과를 보고 있다. 이담에 여행을 많이 하게되는 시절이 오면 꼭 운동을 할 수 있는 환경을 갖춘 숙박일정을 짜야할 것 같다. 일은 하루 평균 4-5시간 정도만 메일을 처리하고 전화로 상담을 하는 정도인데 어차피 다음 주에 복귀하면 다 처리해야 하니 급하게 마음을 갖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책의 제목과 내용이 중간부터 묘하게 비틀어져 맞지 않는 느낌. 한국어로 한국인 저자가 쓴 책인데 제목은 독일어를 병기한 것도 조금 이상하다. 이곳저곳에서 가져온 삽화와 본문의 내용이 맞지 않거나 두 장의 삽화를 걸어놓고 한 장의 삽화의 이름이나 정황만 설명된 것도 좀 그렇다. 뭔가 survey형식의 논문을 쓰다 만 듯하고 쳅터를 각각 쓰고 엮은 듯한 느낌도 받았다. 무엇보다 내가 싫어하는 기승전결에서 결이 없이 마지막 쳅터의 내용을 끝으로 책이 딱 멈춰지는 구성이 많이 아쉽다. 역사책은 꾸준히 읽고자 하여 작년에 구한 것 같은데 이번에 읽으니 왜 샀나 싶다. 제목과 표지그림에 낚인 듯한 실망감이 가득한 책이다. 메디치 집안의 딸이자 프랑스의 왕비였던 카트린느 드 메디치의 경우 성을 메디시스로 쓰고 집안은 메디치라고 쓴 건 너무한 것 같다. 공부를 오래했다고는 하지만 여러 모로 아쉬운 저자의 필력이랄까.



일본근대문학에 관심이 많은 관계로 이 시기의 작가들의 글은 많이 읽어왔다. 같은 맥락에서 구한 책인데 익숙한 작가들이 많지만 앞서 읽어보지 못한 이야기가 많았다. 지식이나 철학과 삶이 일치해지 못한 당시를 살아간 흔적 같은 것이 많이 보이는 글을 모은 듯, 군국주의에 순응해서 살아가거나 전후의 혼란속에서 자포자기하고 살아가는 모습이 많이 보였으니 염세주의, 자기파괴와 자기혐오가 가득한 글이 이렇게 많이 나왔었다는 건 결국 그런 사회상과 시대의 현실을 극복하지 못하고 살아낸 일본대중의 모습이 이러했을 것 같다. 어떤 면에서는 이런 모습이 작가라는 직업의 정형화된 형태가 되어 무라카미 하루키가 싫어한 문단의 모습이 정립된 듯, 한국의 작가들을 봐도 익숙한 폭음, 무절제, 순간의 번득이는 영감, 폐병, 담배, 무절제한 생활, 여성편력이 마치 작가라는 직업의 특성인 양 받아들여진 듯하다. 도대체 이렇게 살아서 무슨 글을 쓰겠는가 싶을 정도로 마구잡이로 사는 모습이 소설 곳곳에 녹아있다. 



책과 책의 공간, 책을 만드는 이야기, 파는 이야기 등 책과 글에 대한 이야기는 늘 즐겁게 읽는다. 아마도 독서, 장서, 애서, 수집 같은 행위가 점점 minor한 일부의 즐거움이 되어가는 것에서 오는 외로움 때문일 것이다. 책에 얽힌 즐거운 이야기, 책을 사고 팔며 살아가는 한가롭지만 빠듯한, 하지만 행복한 삶의 모습을 잠깐 함께 살아보았다. '독서한담'을 읽은 덕분에 조금 무리를 해서 '쇄미록'과 허균의 저작들을 구해놓게 되었으니 책속에서 찾은 책이라고 하겠다.




빼앗긴 우리의 근대화과정과 그 모습에 대한 그리움이랄까 하는 것으로 늘 식민지시대를 전후로 하는 일본의 문학과 시대상에 대한 관심을 갖고 있다. 문학이든 역사, 사회현상이든 관련된 책을 종종 찾아서 보게되는 이유인데, 역시 같은 취지로 작년에 구한 것을 이제서야 읽게 되었다. survey로 책을 쓰려면 역시 이 정도의 정성과 구성은 갖춰야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하는 생각이 절로 드는 건 위에 이야기한 '중세...'를 읽은 탓이다. 메이지라는 어떤 특수한 시대, 사회가 빠르게 변하고 움직이는 과정을 보면서 우리가 일본에 의해 강제로 병합되지 않았더라면, 조금 더 일찍 개국을 하여 rapid하고 혼란스러운 대로 우리의 근대화를 거쳐 지금에 도달했더라면 어떤 모습이었을까, 어떤 역사서술로 우리의 근대화를 이야기하고 있었을까 하는 생각을 많이 했다. 



아쉽고 불편한 대로 이 생활도 이번 주로 끝이다. 지금 내가 가장 하고 싶은 건 운동이고 내 패턴의 회복이다. 꾸준하고 규칙적인 삶에도 불편함이 있으니 이런 것에 대해서는 몸이든 마음이든 조금 더 flexible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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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을 지속하는 시간이 조금씩 길어지고 있다. 고질병과도 같은 어깨관절, 몸의 틀어짐, 무릎 등은 여전히 가시지 않고 있지만 코로나 이전의 체력으로 조금씩 돌아가고 있다고 볼 수도 있으니 그것만으로도 다행이다. 여기에 cardio를 더하려고 노력하고 있는데 이건 시간이 더 걸릴 것이다. 아무래도 2019년의 나와 지금의 나는 다르니까. 이게 사실 약간의 trade-off가 있었던 것이 코로나 기간 꾸준히 달리기와 걷기를 수행해서 peak까지 갔었던 cardio운동능력과 당시 반비례로 낮아진 근육운동의 intensity로 인한 운동능력의 저하를 경험했으니 말이다. 어쨌든 꾸준히 한다는 것에 의미를 두는 것이 지금의 모든 것이라서.


풍월당주 박종호선생의 '코로나시대의 편지'에서 reference되었던 책이다. 시집도 많고 책이 많아서 일단 한 권을 구입해서 읽어보았다. 강화도에 사는 시인이고 목숨을 걸지 않고서는 할 수 없었던 군부독재시절의 민주화운동을 한 투사라서 그런지 꿀렁꿀렁 힘든 시절의 이야기가 많다. 이런 삶을 살아온 사람이라서 그런 삶의 선택을 한 것인지, 아니면 그런 삶의 선택을 하여 이렇게 살아온 것인지. 아마도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수준의 이야기? 


전등사는 어릴 때부터 가봤고 수학여행이나 소풍으로도 여러 번 갔던 곳이라서, 게다가 강화도는 예전 인삼으로 명성이 높던 시절 인삼을 사러 부모님이 가실 때 함께 갔던 곳이라서 글을 읽으면서 묘사된 지역의 모습이 무척 반가웠다. 벌써 10년도 넘은 언젠가 한번 갔었던 강화도는 이미 쇠퇴한 인삼시장의 모습이 무척 쓸쓸했던 기억을 마지막으로 다시 가진 못했다만 산과 바다가 같이 있고 작지만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는 곳이라서 살기에 꽤 괜찮은 곳이 아닌가 생각한다. 


사판이 이판을 먹어버린 듯, 전등사 아래 사하촌의 상권을 좌지우지 하는 대장땡중의 권세가 이만저만이 아니더라는 말을 들은 것이 1994년 겨울 언젠가였는데 식당에서 키우던 개를 빼앗아갔더라는 말이 기억난다. 뉴스에서 등장하는 조계종단의 모습이나 부유한 유명땡중의 모습을 보면 크게 나아지진 못했을 것으로 본다. 


술을 좋아하는 작가. 빨치산의 딸로 태어나 살아온 작가. 이젠 자리를 잡고 잘 살아가는 것처럼 보이는 작가. 구례에서 살고 있는 작가. 조니워커 블루를 좋아해서 그를 아는 사람이라면 찾아갈 때 사들고 가는 작가. 에세이를 읽으면서 본 단편적인 모습들이다. 에세이와 별반 차이가 없는 소설화된 빨치산이자 죽을 때까지 사회주의자를 자처한 아버지의 모습까지 많은 이야기가 이 두 권에 오버랩 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둘 다 각기 다른 모습에서 이야기를 풀어내니 각각의 독서가 모두 즐거울 수 밖에. 


지금도 '빨갱이'는 전가의 보도처럼 쓰이는 세상이라서 뭣이 달라진 것인지 모르겠는 한국. 극우매국세력 주제에 보수를 운운하는 것도 우습고 거기에 넘어간 '보수'지지층이란 것들도 병신들 같이 보이는 요즘이라서 그런지 진정한 독립은 아직도 이루지 못한 것 같다. 통째로 역사를 부정하고 바꾸려는 인간들, 거기에 기댄 추악한 출세욕망자들, 정치나 행정면에서 고자와도 같은 수많은 사람들이 득세하는 걸 보는 마음이 개떡같다. 



좋아하는 작가의 에세이 한 권 그리고 좋아하는 작가와 그의 작품세계에 대한 책 한 권. 눈을 무척 좋아하지만 눈이 오지 않는 곳에서 살아온 지난 30년이 넘은 세월 탓에 눈사람을 뭉치고 눈싸움을 했던 건 기억속 저 멀리 어딘가에만 남아 있을 뿐이다. 언젠가 겨울의 홋카이도에 꼭 가보고 싶은 건 이런 눈으로 가득한 세상을 보고 싶기 때문이다. 미야모토 테루의 책은 그야말로 소소한 내용이었는데 그가 작가가 되어 살아온 세월의 이야기가 꽤 즐겁다. 



어쩌다 보니 에세이 비슷한 것만 잔뜩 읽은 최근의 독서였다만 읽을 수 있는 것들을 찾아서 보면서 꾸준히 글과 함께 하다보면 또 다른 책을 읽는 날이 있을 것이라서 다소 고전을 더 읽어야한다고 생각하지만 큰 스트레스를 받지는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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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23-10-03 11: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버지의 해방일지>가 올해 대구의 책으로 선정됐어요. 올해가 대구-광주 달빛 동맹이 맺어진 지 10년이 되는 해라서 이 책이 선정된 것 같아요. 이 책을 읽어도 여전히 색깔론을 벗어나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겠지만(이 책에 펼쳐볼 생각을 하지 않는 사람들이 많을 거예요), 일단은 학생들에게 많이 알려지면 좋겠어요.

transient-guest 2023-10-03 12:59   좋아요 0 | URL
오 좋은 소식입니다 이 책은 솔직히 이념이나 정치색과 무관하게 한국사의 한 장면과 사람들이 살아온 세월을 잘 그렸다고 생각합니다만 상식적인 생각이 늘 통하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말씀처럼 아이들이 많이 봤으면 하네요
 

Zhu Xiao-Mei를 연달아 듣고 있다. 아마존에서 어제 도착한 스칼라티, 하이든, 모차르트, 베토벤, 슈베르트, 슈만의 다섯 개의 CD 합본이다. 


미국에서도 구할 수 없는 것을 한국에서 구할 수 있어서 주문했으니 도착하면 제대로 들어볼 것이다. Glen Gould의 연주로만 들어본 Goldberg Variation도 이분의 연주로 들어볼 수 있을 것이다.




풍월당이 이름이 나던 무렵의 저자는 대충 중장년 정도의 나이였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이제는 몸 이곳저곳이 고장나기 시작한 노년에 들어선 듯 글이 차분하고 약간은 서글프다. 여행기나 음악에 대한 이야기만 보면 그 열정은 여전하지만 이미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나 음반을 수집하는 사람, 뭔가 아날로그를 사랑하는 인간이란 건 일종의 dying breed임을 인지하고 있기에 글에서 희망보다는 쓸쓸함이 더 많이 느껴진다. 장수하는 시대라고는 하지만 사람은 결국 시간이 흐를수록 앞으로 남은 날들이 살아온 날들보다 줄어듦을 느끼고 뒤를 돌아보게 되는 존재가 아닌가 싶다. 음악과 문학에 해박한 저자가 코로나로 인해 만나지 못하게 된 사람들과 편지로 소통한 것을 모은 책이다. 해박한 지식만큼 reference도 좋아서 Zhu Xiao-Mei와 Maria Joao Pires라는 멋진 거장들을 소개 받았다. Joao Pires는 오늘 도착했으니 남은 주문이 모두 들어오면 하나씩 들어볼 생각이다만 Zhu Xiao-Mei는 본격적인 가을이 오는 듯 아침부터 어두컴컴하고 뿌옇게 흐린 날 듣기에 너무 좋다. 음악이라는 것도 시간과 공간, 분위기 모든 걸 타는 듯, 어제 퇴근 전에 늦게 조용해진 사무실에서 들으니 아침이나 오후와는 또다른 교감을 느낄 수 있었다. 음악이 분위기를 만들기도 하지만 분위기가 음악을 만들기도 한다는 심플한 이치를 이제야 경험해본 것 같다. 


알 수 없는 이유로 매년 가을이 되면 무라카미 하루키의 책을 몇 권 읽곤 한다. 딱히 뭔가를 더 알아내려는 것도 아니고 특별히 추구하는 어떤 이유도 없다.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는 그의 첫 작품인데 세 번째 아니면 네 번째 읽는 것이라서 딱히 이야기가 새롭거나 하지는 않고 작품이 주는 기시감이 여전할 뿐이다. '색채가 없는 다카지...'는 두 번째 읽는 것 같은데 여전히 각기 색이 뚜렷한 네 명의 친구들을 하나로 묶어주던 무색채의 다자키 쓰쿠루가 그룹에서 잘려나가게 된 '그 사건'의 본질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뭔가 아직 많이 열린 이야기라서, 늘 개작에 가까운 창작을 하여 과거의 모티브를 새로운 작품에서 풀어나가는 작가의 특성상 언젠가 다시 펼쳐주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 


이번에 새로나온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 뒤로 갈수록 한번만 읽어서는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잘 파악하기 어려운 것이 작가의 소설이라서 이 또한 몇 번 더 읽을 것이 분명하다. 구덩이와 군인 등 몇 가지 그의 다른 작품들에서 사용된 모티브가 보인다만 이제까지 본 하루키의 소설들과 조금은 다른 것 같다. 마구잡이로 던져보자면 사람, 그 사람의 그림자, 그 사람의 본질, 둘로 나뉘면 그림자가 본질인지 본질이 그림자인지 당사자는 알지 못하고 주변 사람들도 쉽게 알기 어렵고. 책을 소화해온 소년은 도서관의 메타포가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해봤고. 벽으로 둘러싸인 도시는 각각 사람마다 하나씩 갖고 있는 상상의 세계인가 싶기도 하고. bits and pieces 퍼즐을 맞추려는 듯 바닥에 펼쳐놓은 조각들을 바라보는 심정이다. 쓰고서 보니 이건 무척 괴로운 상황이 아닌가. 재미있게 읽었으나 알아듣지 못하는 것이 바보같다. 


현대의 작가인 다카노 가즈아키의 책과 추리소설에 있어 일본의 아버지와도 같은 에도가와 란포의 작품을 각각 읽었다. 사무실을 열고 일보단 시간이 많았던 초창기에는 추리소설을 참 많이 봤었다. 일단 내가 읽지 못한 유명한 작품이 너무도 많았기 때문인데 그 3-4년간 애거서 크리스티부터 해서 정말 많은 작가들의 작품을 사들여 읽었기에 요즘은 어쩌다 한 권 정도를 읽는 것이 전부다. 에도가와 란포의 작품은 요즘의 세련된 눈으로 보면 동화같기도 한 것이 마치 나레이션으로 배경을 설명해주거나 자신의 계획을 친절하게 설명해주는 악당이 등장하는 70년대의 만화를 보는 느낌이다. '6시간 후 너는 죽는다'는 정통추리라고 하기엔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초자연적인 능력의 등장인물이 나오는 것이 나름 신선하다.


아직 작품의 연도를 살펴보지는 않았지만 모티브가 되는 시대는 아무래도 70년대 정도가 아닐까 싶다. 아주 고전적인 의미에서 익숙한 American horror혹은 gothic한 모티브가 보인다. 네 가지 단편 모두 영화를 소설로 옮긴 듯 생생한 묘사가 압권이다. 나는 처음 읽지만 Joyce Carol Oates는 매우 유명한 이 분야의 작가라서 과연 이름값을 하는 것이다. 방금 찾아보니 85세로 연세가 있는 작가인데 이 책의 작품들이 쓰인 시기와 이에 따른 묘사와 모티브가 얼추 내가 생각한 것과 맞을 것 같다. 


역시 다른 작품을 보면 조금 더 확실하게 말할 수 있겠지만 이 작가는 아마도 과거에 있었던 사건들을 배경으로 이야기를 만드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데 묘사의 생생함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자영업이란 것이 바빠도 힘들고 한가해도 힘든 것인데 최근 이상한 갑질을 하는 미친 X수 출신의 고객도 있어서 여러 가지로 좀 신경을 쓰고 산다. 이것도 경험이 쌓이니 그날의 걱정은 그날로 끝내고 미래의 걱정은 닥치면 그때 맞춰 걱정을 하는 정도까지는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항상 감정은 up-and-down을 반복하는 것이 철이 덜든 것 같다. 오후 3시까지는 오늘도 계속 일하다가 문득 남은 건 내일 해도 될 것 같아서 책을 구경하던 김에 YouTube으로 서점이야기도 찾아서 보다가 이렇게 페이퍼를 정리할 수 있었다. 내일 걱정은 내일 해도 될 것이니 오늘은 이대로 시간을 보내는 것도 괜찮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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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켈리포니아의 bay area에 와서 쭉 살다가 잠깐 LA/OC에서 5년 정도를 살고 돌아온 이후 계속 이곳에서 살아왔기에 bay area는 고향인 인천에서보다도 훨씬 더 긴 시간을 보낸 곳이다. 어디를 가든 늘 이곳이 고향처럼 느껴지는 이유다. 


하지만 이젠 슬슬 이곳을 떠나 다른 곳에서 살 계획을 하고 있다. 지난 10-15년 중 최저점 대비 4-5배가 오른 비싼 집값, 갈수록 높아지는 세금과 물가, 빈부격차가 계속되면서 늘어난 crime rate 등 이곳은 공산당 money를 들고온 중국인들, stock option을 받고 이것이 떡상한 engineer들, 아니면 투자받은 남의 돈으로 대박을 내고 exit한 startup 창업자들이 아니면 도저희 sustainable한 life를 꿈꾸기 어려운 곳이 되어버린 것 같다. crime의 경우 petty crime은 잡지도 않고 기소도 않고 심지어 눈앞에서 범죄가 행해지고 있는 상태라도 사람이 다치지 않고서는 경찰이 오지 않는 이상한 온정주의정책으로 인해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거시적으로는 범죄를 사회문제로 보는 관점에 동의하지만 무조건 '사회'문제로만 보는 것에 기반한 형사정책은 결국 범죄가 늘어나게 만든다고 믿게 된 요즘이다. 하다못해 다른 곳에서 이곳으로 원정을 온다고 하니 더 할 말이 없다. 


세금정책도 큰 문제가 되고 있다. 워낙 빈부격차가 커진 탓에 정부의 보조와 부양이 없으면 대다수가 살기 어려운 곳이 되었기에 때문에 합리적인 수준에서 정부가 더 많은 역할을 해야한다는 의견에 동의한다. 문제가 되는 건 재원확보인데 대기업이나 부자증세에는 법적으로도 그렇고 정책면으로도 한계가 있다보니 결국 자잘한 간접세가 늘어나고 여기에 대해 중산층의 소득세가 높아지는 결과로 돌아오게 되는 것이다. 게다가 sales tax같은 간접세 외엔 사실상 세금부과가 불가능한 불체자들까지도 주 정부의 정책에 따른 혜택이 주어지고 있으며 국경이 가까운 탓에 미국에서 태어난 시민권자이지만 타국의 정체성을 갖고 사는 이들 중 cash job으로 살면서 의료부터 생활까지 다양한 보조를 받는 이들도 많다보니 중산층의 세금부담은 갈수록 늘어날 수밖에 없다. 


켈리포니아주 정부의 최근 정책을 보면 좋은 의도로 시작한 일이 어떤 과정을 거쳐 나쁜 결과로 돌아올 수 있는지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 선의로 시작한 일도 일련의 과정을 거쳐 전혀 의도하지 않은 결과가 나올 수 있는 것이니 악의로 시작된 일의 결과는 말할 필요도 없는 것이다. 그나마 세상만사가 애초에 원하는 대로 된다는 법은 없으니까 굥이 겨누는 모든 총구가 세상의 이치에 따라 돌고 돌아 자신에게 돌아올 수도 있다는 점에서 약간의 희망을 갖고 있다.



추신: 이 두 권의 책에 대해 아무런 말이 없다는 것이 못내 아쉽다. 읽고난 뒤 시간이 많이 흘러버려서 '밤의 약국'을 읽으면서 떠올린 밤의 괴괴한 혼자만의 시간, 그것도 바쁜 바깥과 문 하나로 분리된 그 시간에 대한 감상이 다 날아가버렸다. '익명의...'는 그저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냉큼 손에 넣게되는 책과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라서 본 기억, 그리고 첫 권보다는 살짝 떨어진 임팩트가 아쉬웠던 기억이 난다. 















































































지난 7-8-9월까지 읽은 책들을 제대로 정리하는 건 어려울 것 같다. 3-4권 정도를 묶으면 제일 좋은데 읽는 속도 못지않게 쓰는 속도 또한 계속 떨어지고 있는 탓에 이리 밀려버리고 말았다.


정치, 사회, 경제, 아니 세상에서 마음에 드는 것이 하나 없어 그저 연명하기 위해 일을 하면서 위안은 책과 운동에서만 찾을 수 있을 뿐이다. 


근래에 읽은 무라카미 하루키의 새 작품과 어제 저녁에 시작하여 오늘 다 읽은 박종호선생의 책 두 권은 읽은 것, 느낀 것들이 사유의 응접실에서 창고로 밀려나기 전에 써보고 싶다. 솔직한 바램이다.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다소 slow한 8월이 여전히 이어지는 9월이라서 밀린 일들을 잘 처리하고 나면 10월부터는 조금 더 새롭게 일을 끌고갈 동력이 생길 것도 같다. 


그저 빠릿빠릿하게 일 할 수 있는 시기도 이제 대충 10년 안팎이니까 그때까지 열심히 뛰고 뭉쳐서 일을 줄이고 세상을 돌아보는 여유를 가진, 그러면서도 sustainable한 삶에 가는 것, 건강한 것, 주변이 다 잘 되고, 연세드신 부모님이 건강히 오래 행복하게 계시는 것이 매일 머리에 떠올리고 간간히 화살기도를 날리게 하는 소망이다. 


세상의 이치는 돌고 돌아 자신에게 올 것이니 굥이 건강을 위해 강제로 술을 끊게 될 날이, horizontal한 거니의 얼굴이 화학약품으로부터 강제로 자유를 찾는 날이, 농운이의 뚜껑이 열려 드러난 민머리가 시원함을 맞이하는 날이 오리라 믿는다. 사람은 사람다워야 사람이라고 할 수 있는데 세상이 돌아가는 꼴을 보면 뭔가 생명체라고 말하기엔 너무도 괴랄한 종자들만 설치는 것 같아 화가 끓어오른다. 이럴 땐 잔잔하게 분노를 가라앉히고 차가운 불꽃을 피우며 때를 기다리면서 할 수 있는 것을 할 뿐이다. 


박종호선생의 책을 보면서 CD를 여러 장 주문하고 (처음 듣는 연주자와 가수의) 책도 몇 권 주문했다. 본격적인 가을임에도 불구하고 가을의 낭만을 잊고 사는 요즘인데 책에서 받은 감성의 기운이 충만하여 마침 회사에 있는 CD를 틀고 하루종일 들었다. Lo-fi 노동요도 즐겨 듣지만 잔잔하게 펴지는 배경의 피아노소리가 참 좋았다. Sviatoslav Richter라고 유명한 연주자라는 것만 알고 어떤 계기로, 어떤 책이나 작가의 말을 듣고 이걸 샀는지는 다 잊어버렸다. 그저 들으니 좋더라 정도의 말을 하는 것이 가능한 수준의 귀라서.


너무도 빨리 지나가는 9월이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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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라알라 2023-09-21 16: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transient님의 긴 글을 읽으며, 캘리포니아의 요즘 모습을 상상하며
그리고 꾸준히 운동하심에 진심 경탄을 보내며!!

transient-guest 2023-09-22 06:57   좋아요 1 | URL
사는 것이 너~~무 힘들어서요. 여긴 타국에서 현금 잔뜩 들고 와서 cash로 집을 샀다고 해도 지금 쓸만한 single home 집값 대비 세금하면 월 3-4천불씩 내야 해요 -_- 저도 괜찮게 버는 편인데 어렵네요. 그저 운동하고 일하고 책읽고 가끔 술마시며 견디고 있습니다
 

기나긴 우기를 거쳐 살짝 여름이 오는가 싶더니 이제 8월이 지나면 가을의  NFL시즌이 돌아온다. 작년 시즌 오프닝 때 친한 사람들 몇이랑 같이 Yard House란 곳에서 맥주를 마시면서 게임을 본 것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한 바퀴를 돌아온 것이다. 한가한 듯 하면서도 차곡차곡 쌓여가는 일꺼리를 보면서 자칫 잘못하면 작년의 상황을 그대로 repeat하는 참사가 일어날 수 있다는 생각에 마음만 급해지는 한 주간이다. 


더위를 거의 모르고 지나간 6월과 7월이었는데 그래도 여름이라고 가끔 2-3일씩 덥다가 다시 풀리는 것을 몇 번 반복하긴 했었다. 8월도 대략 비슷하게 지나갈 것처럼 나온다. 다만 켈리포니아의 여름해는 역시 뜨겁기 때문에 아침과 저녁의 선선한 날씨에도 불구하고 대충 오전 11시를 전후로 해서 저녁 6-7시까지는 상당히 덥게 느껴진다. 덕분에 건물이 열을 받고 AC는 max로 돌아가니 시원하면서도 가끔씩 서늘한 추위속에 앉아서 일을 하고 있다. 


완전히 아열대기후로 바뀐 듯 한국의 여름은 이제 폭우로 시작해서 폭염 후 장마와 태풍을 지내야 끝나는 것 같다. 사람도 많이 다치고 모두 괴롭기 그지없었을 7월이 지났지만 덕분에 이젠 더위로 습기로 고생하고 있다고 하니 점점 여름엔 한국에 나갈 엄두가 나지 않는다. 장대비가 내리는 장마의 어느 날 저녁 때 빗소리를 들으면서 친구와 삼겹살에 소주 한 잔 때리고 싶다는 로망은 그대로인데 어제 통화해보니 막상 그렇게 벽을 열어제낀 곳에 비오는 날 앉아있으면 습하고 더워서 별로 즐겁지 않다고들 한다. 지금도 노동 BGM으로 틀어논 YouTube의 한국 + 비내리는 날은 시원하게 돌아가고 있건만..


넷플릭스에서 작화가 예뻐서 틈틈이 감상했던 애니메이션의 원작을 드디어 구했다. 2022년 4월에 나온 16권이 가장 최근의 작품이라서 언제 17권이 나올지 모르겠다만 빨리 다음 권이 나왔으면 한다. 불의의 사고로 가족을 모두 잃고 양자로 들어간 집에서 그야말로 살아남기 위해 쇼기 (일본 장기)를 익혀 프로가 된 아이가 주변과 함께 살아가며 도움을 받은 것 이상 든든하게 가족이 되어가는 이야기. 우연히 만난 세 자매와 함께 형제처럼 가족처럼, 그리고는 연인처럼 의지해가며 잔잔하게 한 걸음씩 나아가는 모습을 예쁜 그림체로 그린 만화. 훈훈하니 좋다.


추리소설도 아닌, 연애소설도 아닌 그 이상의 무엇. 내가 백수린작가의 다른 책을 읽었던가 잠시 생각해보았지만 떠오르는 것이 없다. 기실 일부러 파고든 케이스가 아니면 요즘의 나는 읽고서 싹 까먹어버리는 것이 다반사라서. 채우기 위해서가 아닌 비우기 위한 독서가 되어버렸으니 이것은 득도를 넘어 해탈에 이르려는 선승의 독서인가 의문스럽다. 


부모문제로 잠깐 살다가 돌아온 독일에서 시작된 숙제는 화자가 마흔이 다 되어가서야 그 결말을 보여준다. 화두처럼 붙잡고 있지만 그것만이 전부가 아니라서 더 좋았던 이야기. 내가 other side of the street에서 노는 사람은 아니지만 가슴이 시리게 안타까운 사연에 잠깐 눈가가 촉촉해졌던 것 같다.



중국역사에서 당당하게 한 축을 담당하기도 했고 역대 dynasty에서 보면 정말 많은 개조들이 출신의 적을 두고 있는 유협과 자객의 세계를 테마로 풀어낸 중국역사의 여러 장면들. 길디 길었던 조선시대 500년 간의 유교독재로 인해 사라져버린 탓인지 우리 역사에는 그다지 많이 등장하지 못하는 법 바깥의 인간들이 살아간 한 시절을 역사에서 추려냈다. 간혹 등장하는 지명과 함께 저자의 비감을 풀어내니 그런 대로 좋았다만 새로운 것이 없었기에 다소 지루한 면이 없지는 않았다. 그저 주선으로만 알고 있었던 이태백이 검객으로 젊은 시절을 보냈기에 그런 호방한 시가 나올 수 있었나 싶다. 형가가 역수에서 읊은 시도 오랫만에 떠올려봤다. 


읽는 내내 절절했지만 막상 떠올리면 딱히 할 말이 나오지 않는 두 권. 때로는 난해하고 때로는 너무 꼬아놓은 김훈의 글. 사는 것이 뭔지 의문이 드는 요즘에 어울리는 책 두 권. 뭘 해도 재미를 느끼지 못하지만 아직 다 이룬 것도 없기에 계속 꾸역꾸역 살아가야 하는 듯 살고 있는 요즘이다. 





나이들어 새로 시작하거나 다시 하는 운동엔 필연적으로 큰 부상의 위험이 따른다. 그러다보니 유도를 하고 싶다가, 무리가 덜한 Aikido를 해보고 싶다가, 처음으로 내게 운동의 묘미를 주고 자신감을 준 검도로 돌아가고 싶다가를 반복하고 있다. 좀 긴 term을 두고 나온 두 권을 보니 역시 유도가 하고 싶긴 하다만 '띠를 조여라'의 아이들이 아닌지도 오래되어 이런 로망스는 기대는 커녕 상상도 할 수 없기에 막상 시작해보려고 하면 주저앉게 된다. 주인공 일행이 커가는 모습이 귀엽다는 건 결국 나이를 먹어버린 탓이다. 물론 보는 내내 뭔가 있지도 않았던 청춘시절이 떠올라 행복했다.



책과 더불어 살아가는 인생에서 빠질 수 없는 교양과 담론에 대한 이야기까지. 

어쩌다보니 읽는 시기가 섞였다.





멋진 이야기지만 한국에선 가능할 것 같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텃세는 그렇다고 해도 욕심은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제도가 엉망이었던 시절부터 지금까지 개선되지 못한 땅의 경계문제부터 여기서 파생하는 돈의 문제, 게다가 세습되는 땅이라는 면에서 당사자를 넘어선 문제까지. 능동적으로 받아들여 사람들이 들어오고 덕분에 살아남은 작은 마을에서 대안의 희망을 본다고는 하지만 기실 대부분 이 수준까지 가지 못하고 지자체의 지원금이 끊어지면 산산히 흩어질 사람들의 모습이 보인다. '청년'XX 어쩌고 해서 (여기에 창업, 예술, 지원 등등 여러 가지 단어를 갖다붙일 수 있다) 지원금을 받아서 이런 저런 활동을 하다가 자생하지 못하고 끝난 지역의 프로젝트가 한 둘인가. 뭔가 일을 추진하는 방식부터 바뀌어야 할텐데 현실은 그렇지 못할 것이니까. 



책사진. 가득 쌓인 책에서 지의 세계를 보는 것으로 만족. 













이제 다시 일할 시간. 9월이나 10월 비가 다시 오기 시작하면 어느 날엔게 허름한 식당에 앉아 삼겹살을 구워 소주를 한 잔 할 생각이다. 여기서 문제는 '허름'한 식당이라도 한국음식의 프리미엄이 너무 붙어서 엄청 비싼 것이란 것. 한국과 비교하면 정말 고기값이 싼 나라에서 등급이 낮은 고기를 쓰면서 값은 top notch steakhouse만큼 받는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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