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도르노는 칸트를 가혹하게 비판하기도 하고 최상급 칭송을 하기도 한다.  

어느 강의에서는 그의 시대 난점들을 온전히 파악하고 반응했다는 게 칸트의 "천재성"이라면서, 달리 말하면 칸트는 그가 아는 것 이상을 알았다고 한다. 천재성이란, 자기가 아는 것 이상을 아는 것. 


그렇게 칸트가 자기가 아는 것 이상을 알 수 있었던 이유는 

그에게 "강한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그의 경험이 하도 강했던 나머지, 그는 실제 그의 인식 너머로 갈 수 있었다. 



아도르노의 말들이 저렇게 압축적, 우회적이어서 뭐라 즉각 대꾸하기가 어렵긴 한데 

나는 저 말들이 아주 맞는 말인 거 같다. 천재성이란 자기가 아는 것 이상을 아는 것. 그리고 그것은 "강한 경험"에서 온다. 소설이나 아니면 철학이나, 어디서나 있지 않나. 자기가 아는 것 안에 머무는 저자들과 그렇지 않은 저자들. 돌파력이 약하거나 아니면 강하거나. 



만일 아도르노가 말하는 방식 "천재성"이 한국에서는 나오기 힘들다면 (그러니까, 다른 나라들과 비교해서 말입니다... 다른 나라보다 한국에서 덜 나오는 거 같다면.... ) 중요한 한 이유는 "강한 경험"이라는 것이 사회적으로 차단, 제거, 억압되기 때문이라 생각하게 된다. 강한 경험이라는 건, 어쨌든 그 시작은 약자의 경험, 미세한 경험, 비주류의 경험일 거라서. 강한 경험이 될 수 있을 경험들이 제대로 뿌리를 내리지 못함. 허약하게 존재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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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라알라 2022-02-15 20:4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반가우세요. 몰리님 페이퍼를 오랜만에 읽는데, 제가 제대로 이해했다면, 항상 교육에 대한 문제의식과 몰리님의 철학을 느끼게 됩니다^^

2022-02-15 20: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2-16 08: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2-16 08: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2-16 12: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2-16 16: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2-16 17: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2-16 17: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2-16 17: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2-16 17: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월1회 가능한 중고샵 2천원 쿠폰을 매달 쓰고 있는데

오늘 그 쿠폰 사용한 구매 내역이다. 



알라딘 상품으로 등록했는데 잘 보이지 않는다. 역시 표지 이미지 선명하게 볼 수 있는, 구글 이미지가 더 나을. Children's Illustrated Bible, 그리고 번연의 The Pilgrim's Progress, 그리고 비밀의 화원, 노튼판. 그리고 햄릿, 모던 라이브러리판. 



유튜브 Michael Sugrue 교수의 

"The Bible and Western Culture" 강의.  

어느 강의에서 이런 말을 한다. 


"내가 어린 시절 성경 공부하러 다닌 학교는 퀴즈를 많이 했다. 

성경 전체에서 가장 짧은 문장은? 이것도 그 시절의 퀴즈다. 여러분 중에도 같은 기억이 있는 사람들이 있겠다. 성경에서 가장 짧은 문장은 "Jesus wept."다. 이건 아주 오묘한 두 단어다. What kind of God cries? (.....)" 



이어서, "우는 신"의 의미에 대해 한참 말하는데 

.............. 예전에 이런 얘기 들었다면 한 귀로 듣고 바로 다른 귀로 흘렸을 것인 내용이 

순간 심오하게 와 닿음. What kind of God cries? 니체의 기독교 공격이 거의 전부 옳지만, 그런가하면 What kind of God cries? 이 질문에 각자 어떻게 답을 하든, 이 질문을 하게 한다는 그것에 기독교가 세계를 정복한 비결 있는 거 아닌가. 



해서 어린이용 그림 성경 냉큼 구입. 천로역정도 냉큼 구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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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로 2022-02-14 19: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 몰랐어요!!! ˝Jesus wept.˝ 가족들에게 퀴즈 내봐야겠어요.ㅋㅋㅋ
근데 중고샵에 외국어 책도 있나봐요?? 몰랐어요,,^^;;
몰리님 서재에서 많이 배우고 갑니다.^^

몰리 2022-02-14 19:38   좋아요 1 | URL
정말 저 두 단어에 신약은 다 요약되는 거 아닌가? 싶어지기도 했어요.
중고샵에 외서가 따로 분류되어 있는데 여기 득템의 개미지옥. 미국에서는 쓸모없겠지만 구경만도 재미있어요. 이런 책이 나왔네, 나왔다니!
 



이건 Passion of Anna. 


Bergman 영화 본 지 아주 오래됐는데, 그 영화들 보던 시절 생각하니 

보고 싶어지기도 하고 영화 마라톤 시청하던 그 시절 다시 살아보고 싶어지기도 한다. 

공부하는 방이 있는데 그 방은 영화보는 방과 연결되고, 그래서 영화보는 방에 Bergman 영화를 틀어두고 공부하는 방으로 와서 빛과 소리로 그 영화를 감지하면서 공부하면 공부 잘 될. 조금만 움직이면 화면이 보이므로 공부하다가 영화보다가. (.....) 얼른 그렇게 살고 싶어진다. 


그의 영화엔 "속박"을 알게 하는 힘이 있다고 생각한다. 

아도르노가 무지무지 자주 쓰는 말. spell. "속박". "주문". 등등.  

"속박"과 연결되는 유형의 불행을 알았던 사람들에게 특히 그래서 강하게 호소력 갖지 않나 한다. 

타르코프스키는 그 유형 불행을 알았던 거 같지는 않고 그래서 타르코프스키가 Bergman을 칭송할 땐 거의 오직 시네아스트로서?  


내가 뭐에 씌었었지. (.........) 이걸 체험한 다음 그의 영화를 보면 

안 볼 수가 없는데 너무 고통스러워 볼 수도 없으니 취한 다음 보기 시작해 계속 취해 있으면서 보아야 하는........... 


그랬었. 



아도르노를 처음 읽던 시절엔 조금만 (세 문단?) 읽어도 허기로 쓰러질 거 같았으나 

지금은 아니게 되었다. 지금도 완전 집중하지 않으면 읽을 수 없긴 하지만 전처럼 쉼없이 혹사되는 느낌은 아니다. 

Bergman 영화도, 이제는 속박과 고통을 내려다 보고 올려다 보면서, 그 안으로 들어가지는 않으면서, 물만 마시면서 볼 수 있을 것인데 


그러나 지금 집엔 TV도 없. pc와 아이패드 미니. 이걸로 봐야 하다니, 정 봐야겠다면. 

그렇다. 삶을 바꾸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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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rgman은 영화계의 아도르노. 재난 전문 감독. 

계몽된 세계에서 승리를 구가하는 바로 그 재난. 

둘 사이 완벽한 대칭이 되는 면들을 찾아 연결해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런가 하면, 위의 저 말은 "영화관 방문은, 내가 아무리 경계해도, 어김없이 나를 멍청해지게 한다" 아도르노의 이 유명한 (엄청나게 비판 받은) 말의 정면 반박처럼 들린다. 








아도르노 깊이 참조하면서 "예술의 자율성" 주제로 이 영화에 대해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아주 재미있고 (우리를 웃게 하고 우리를 울게 하고 우리의 삶을 바꾸고....) 환상적인 글을 누군가는 쓸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려면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가. 어떻게 살아야 그런 글을 쓸 수 있는가. 생각해 봐야겠습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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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하는 철학 리스트서브에서 

웁살라 대학 철학과에서 "풀펀딩" 박사과정 모집한다는 이메일이 얼마 전 왔었다. 


오 가고 싶다. 

아니 진짜 농담이 아니라 여기 연락처 나온 교수에게 이메일 한 번 보내볼까. 

제가 나이가 매우 많습니다만 (늦기 전에, 죽기 전에) 철학과에서 철학 공부 해보고 싶습니다.  

... 어떻게든 비장하게, 거절하기 어렵게, 말해볼까. (그쪽에서 거절이야 물론 숨쉬듯 쉽겠지만 그래도 순간, 응? 하게 절절한 편지를 쓰자). 이 학교 분위기가 어떤지 모르겠지만 혹시 "다양성" 추구한다면, 심지어 고령도 잇점 아니야? 단 한 사람의 늙은 학생. 필요하지 않습니까? 


.... 저런 미친 생각 연달아 하게 됐었다. 

 



웁살라는 Ingmar Bergman 영화들 보면서 생긴 (푸코를 읽으면서 조금 더 강화된) 로망이 있는 도시라서. 

이름도 멋진 도시. 웁살라. 이메일을 보내보지는 않았다. 그랬다면 정말 놀랐겠지만 긍정적인 반응을 받았을 가능성이 아예 없지는 않다는 생각도 든다. 나이가 많습니다만 철학을 사랑하는데요, 이런저런 작업을 요만큼이지만 해보았고 이런저런 작업을 죽기 전에 해보려는 중입니.... 이라 말했다면, '그래그래, 우리 조금 더 알아보도록 합시다. 서류를 보내주세요' 랬을 수도. 야 지금 대학원 박사 과정이 아니라 퇴직할 나이 아니냐. 물론 70대에 평생을 원하던 공부를 하러 박사 과정 가셨던 분들도 있지만 그런 분들 (그만, 그만 생각하자). 





고생하면서 읽었던 아도르노 요즘 다시 읽으면서, 그에 대해 어떤 글들 쓸 수 있나, 쓰고 싶은가... 같은 생각 하게 되는데, Ingmar Bergman 영화들 다시 보면 비슷하게, 그것들 처음 보던 때와는 그래도 조금 다르게, 내가 이 영화들에 대해 무슨 말을 하고 싶은가에 집중하면서 볼 수 있을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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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쟝쟝 2022-02-09 15:4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앗 웁살라 푸코 💕

몰리 2022-02-09 16:15   좋아요 1 | URL
우리는 모두 푸코 투어리스트가 되어야 합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혼자 웃음;;;;;;;;;)

공쟝쟝 2022-02-10 12:40   좋아요 1 | URL
아니요 저도 웃어요! 떠나요 웁살라로 몰리님!!

몰리 2022-02-11 07:40   좋아요 1 | URL
우리의 미래에
웁살라의 추억이 있게 합시다! (기원. 기원).

han22598 2022-02-11 04:2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스칼라쉽이 이렇게나 무섭습니다.
누구는 내가 하고 싶은 공부하는데 돈까지 준다면서 고마워하는 사람이 있는가하면,
혹자는 그 돈받고 어떻게 생활이 되냐며.....혀를 차는 사람이 있다는 ㅎㅎ 그들에게는 하찮겠죠.
돈은 그래서 대략 중립적인 것 같아요. 결국 사람은 돈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어야 한다며..이렇게 자기 합리화 ㅎㅎㅎㅎㅎ

몰리 2022-02-11 07:39   좋아요 1 | URL
웁살라 철학과 박사과정 펀딩은 심지어 진짜 거의 직장 수준인 거 같기도 했어요. 스웨덴에서 유로 단위라 상상할 수 없긴 하지만 설명하는 걸 보고 있으니 뭔가 느낌이 ˝야 너 진짜로 공부만 할 수 있다니깐˝ 플렉스. 진짜로 지원해 봤어야 하나, 내년에 ㅜㅜㅜㅜㅜ 해볼까, 이러고 있. ;;;

라로 2022-02-14 19: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신청해 보시지... 저는 너무 무모한가요??^^;;

몰리 2022-02-14 19:32   좋아요 0 | URL
아앜 그런데 사실 철학보다는 웁살라를 탐하던 것이었는데
만약 이메일 보내고 긍정적으로 이런저런 대화가 오갔다면 그 마음을 들켰을 ㅎㅎㅎ 거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