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금 똑같은 책을 또 샀다. 같은 책을, 심지어 똑같은 전자책인데 또 산 것이다. 왜냐하면...파일 형식이 다르다. 예전에 산 것은 PDF 버전이고 이번에 산 건 epub 버전이다. 하...똑같은 전자책을 두 번 사는 일은 없을 줄 알았는데 이런 일이 벌어지고야 말았다. PDF로 읽는 거 너무 불편해서 정말 어쩔 수 없었다.


이걸 사고 보니 그동안 똑같은 책을 두 번 산 적이 적잖이 있었다는 게 생각이 났다. 대부분은 종이책으로 갖고 있다가 그걸 팔고 전자책으로 새로 산 것이다. 생각나는 책들만 대강 검색해봤는데도 꽤 된다.



-러시아 미술사

우선 <러시아 미술사>. 이 책은 러시아 여행 가면서 들고 갔는데 다녀와서 종이책은 처분했다. 그 후에 전자책이 나왔다는 걸 알게 되었다. 사실 전자책까지 살 생각은 없었는데 러시아 여행을 추억하면서 이 책이 다시 필요하게 되어서 아주 최근에 전자책으로 구매했다. 보통은 월초에 전자책 캐시를 미리 구매해두고 그 안에서 전자책을 구입하는 편인데 최근에는 책 그만 사자는 심정으로 전자책 캐시를 하나도 쟁여두지 않았다. 그래서 이 책은 최근 들어서는 거의 유일하게 전자책 캐시가 아니라 쌩돈 주고 산 책이다. 여기에 소개되는 러시아 화가들 그림 중에서 일리야 레핀, 바실리 수리코프 그림이 참 좋다.



-돈키호테

그리고 <돈키호테>. 양장본 나왔을 때 따끈따끈한 신간으로 구매했었는데 종이책을 전부 정리하면서 중고로 팔았다. 그리고 어차피 안 읽을 것 같아서 잊고 살다가 이수은 작가의 <평균의 마음>을 읽고서 <돈키호테> 전자책을 구입했다. 그 책을 읽으면 자동으로 <돈키호테>가 읽고 싶어진다. 이래서 책에 대한 책을 조심해야 한다. 한 권을 읽었을 뿐인데 장바구니에 책이 십수권 담기게 된다. <돈키호테>는 종이책으로 갖고 있었을 때는 완독 못 할 것 같았는데 전자책이니까 완독할 수 있을 것 같다. 희한하게 벽돌책은 종이책으로는 안 읽히는데 전자책으로 읽으면 그나마 읽힌다. 무게나 두께가 안 느껴져서 그런 듯 싶다. 벽돌책은 전자책으로! 아무튼 <돈키호테>는 올해 안에 읽을 거다. 무조건!



-프랑스 중위의 여자

<프랑스 중위의 여자>도 종이책으로 갖고 있다가 팔았는데 상당히 오랜 시간이 지나서야 전자책이 나온 걸 알게 되었다. 이 책은 전자책으로 사고 싶어서 정말 여러 번 검색했는데도 안 뜨길래 거의 반포기 상태였는데 어느날 검색해보니까 전자책이 나왔길래 바로 샀다. 예전에 갖고 있던 종이책은 한 권 짜리였는데 전자책은 분권이다. 거기다 가격 차이 무엇. 그래도 전자책이 있으니까 다행이라고 생각해야겠지.




-존재의 세 가지 거짓말

<존재의 세 가지 거짓말>도 두 번 샀다. 예전에 갖고 있던 종이책은 세 권 짜리였는데 전자책은 통합본이다. 통합본도 버전이 여러가지인데 내가 산 전자책은 제일 못생긴 맨왼쪽 표지다. 나도 예쁜 리커버 표지의 <존.세.거> 갖고 싶은데 전자책 이용자에게는 어떠한 선택권도 없다. 표지 따위 안 보면 그만이라고 위안을 얻어 보지만 그래도 가끔씩 열 받는다. 전자책 사용자에게도 표지 선택권을 달라!!우리에게도 미적 감각이 있다!



-어제의 세계

슈테판 츠바이크의 <어제의 세계>도 두 번 샀다. 왜인지 모르겠는데 이 책에 대한 집착이 있다. 안 읽으면서도 계속 보관하려고 한다. 이번 달에는 나 혼자 슈테판 츠바이크 작품 뽀개기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기에, 이번 달에 이거 진짜 읽을 거다.

지금은 <광기와 우연의 역사> 읽고 있는데 이거 다 읽으면 바로 <어제의 세계>로 넘어갈 계획이다.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이 책 썩겠어...



-거의 모든 것의 역사

<거의 모든 것의 역사>도 두 번 샀는데 이 책에는 슬픈 사연이 있다. 종이책을 팔고나서 뭔가 허전한 마음에 전자책을 다시 샀는데 몇 달 후에 개정판이 나온 것이다ㅠㅠ이왕 새로 살 거면 개정판을 샀었어야 했는데 두 번을 사면서 구판만 샀다. 슬프다. 개정판이 훨씬 좋다는 이야기가 들리면 개정판 전자책을 또 살지도 모르니 아예 리뷰도 보지 않는다. 표지 말고는 바뀐 게 별로 없기를 바라고 있다.



-장미의 이름

<장미의 이름>도 두 번 샀다. 그런데 <장미의 이름> 처음 종이책으로 산 게 무려 2003년이다. 믿기지가 않는다, 20년 전에 사놓고도 아직도 안 읽었다는 게! 그때는 <장미의 이름>을 읽을 준비가 전혀 되지 않았을 때였는데 있어보이고 싶어서 사놓고 책상에 꽂아두었던 것 같다. 

사실 나는 책을 읽는 것보다 사서 전시하는 걸 더 좋아했다. 그러다가 종이책을 전부 처분하고 코로나 시절부터 마음이 심란해서 진짜로 책을 읽기 시작했다. 책을 좋아했던 시절에 비해 정작 책을 읽은 기간은 얼마 되지 않는다. 

이것도 구매 20주년 기념으로 올해 진짜 읽어야겠다. 이탈리아에서 만든 드라마가 있다는데 그걸 먼저 보고 읽으면 더 쉽게 읽을 것 같은데 OTT에 아무리 뒤져도 없다. 이탈리아 드라마 어디서 구하져...아무튼 드라마 못 구해도 꼭 읽을 거다. 나와의 약속이다.


사실 이것 말고도 두 번 산 책은 엄청 많다ㅋㅋㅋㅋㅋ


왜냐하면 나는 김영하의 팬이고 김영하 작가의 책을 전권 종이책으로 소장하고 있었는데(전부 초판) 나중에 결정판 시리즈로 새로 나왔길래 그걸 전부 전자책으로 다시 샀다. 알라딘 전자책 적립금 들어올 때마다 구슬 꿰듯이 하나 하나 사서 모았다. 몇 달에 걸쳐 사면서도 뭐 하는 짓인지 약간 회의감이 들기는 했다.



이제는 웬만하면 구독 서비스 이용하려고 노력 중이고 책 안 사려고 하는데 그래도 가끔씩 들어오는 전자책 적립금의 혜택을 외면할 수가 없다. 뭐라도 사야 할 것 같은 이 마음!!게다가 30명 추첨, 50명 추첨 이런 식으로 주는 추첨 적립금도 은근히 당첨 확률이 높아서 하나도 안 빼놓고 계속 응모 하다보면 적립금을 계속 건질 수 있다. 이거 완전 마약이다. 적립금의 마약에서 벗어나려고 핸드폰에서 알라딘 어플 알림 꺼놓은 적도 있었는데 딱 한 달 갔다. 그 후에 알림 다시 켜고 또 적립금 모으는 중이다...하 그나마 종이책으로 안 사니까 안 쌓인다는 게 위안이기는 한데, 안 보여서 더 사는 것 같기도 해서 뭐가 좋은 건지는 모르겠다. 


어쨌든 세상에는 똑같은 책을 알면서도 두 번씩 사는 바보가 있다. 전자책 시장이 커져서 모든 책이 전자책으로 나왔으면 좋겠다. 그러면 알면서도 또 살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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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읽는가 - 서울대 교양강의 ‘동서양 명작 읽기’
서영채 지음 / 나무나무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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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에 갈 때마다 새로 들어온 책 코너를 꼭 구경하는데 거기서 이 책을 발견했다. 예쁜 초록색 표지가 눈길을 끄는 새 책이었다. 도서관에서 새 책을 읽는 경험은 흔치 않기에 냉큼 빌려왔다. 


이 책은 서울대 교양강의 '동서양 고전 읽기'를 정리한 것이다. 안나 카레니나, 마담 보바리, 호밀 밭의 파수꾼 등등 유명한 고전을 다루고 있다. 학생들이 해당 주차의 책을 읽고 독후감을 제출하면 이 책의 저자인 교수가 그 독후감을 읽고 의견을 나누면서 강의가 시작된다. 교양 강의라고 해서 간단한 내용일 줄 알았는데 상징계, 상상계 이런 얘기도 나오고 아난케, 에로스 이런 단어도 등장한다. 문학 분석에 이미 익숙한 사람이라면 굳이 이 책이 필요없겠으나 문학 읽기에 대해 깊이 공부해본 적이 없는 나한테는 딱 필요한 책이었다.


나는 그동안 비문학 위주의 독서를 해왔다. 소설을 읽더라도 스토리 라인이 단순한 책들만 읽었고 소위 말하는 고전이나 조금 난해한 소설들은 잘 읽지 못 했다. 문학 작품에서 사용하는 수많은 비유들을 이해하지 못했거나 작가가 말하지 않은 어떤 것들을 상상하는 힘이 부족했기 때문인 것 같다.


예를 들자면 이런 것이다.『토니오 크뢰거』에 관한 부분이다.


「여러분의 글을 읽으며 의아했던 게 있어요. 소설의 마지막 대목에서 토니오 크뢰거가 한스와 잉에를 만나잖아요? 두 사람이 커플이 되어 나와요. 그런데 그 둘은 주인공 토니오를 알아보지 못해요. 토니오는 두 사람을 바로 알아보는데, 그 둘은 토니오를 보고도 누군지 '모른다고? 이상하지 않았어요? 이 대목에 대해 이상하다고 쓴 사람이 하나도 없어서 이상했어요. 헤어진 지 너무 오래돼서 못 알아보나요? 토니오가 한스를 만난 것은 만 열네 살 때, 잉에를 만난 것은 만 열여섯 살 때, 그러니까 중· 고등학교 시절이에요. 현재 토니오의 나이는 서른 근처로 되어 있어요. 토니오가 고향을 떠난 지 불과 13년 만이에요. 헤어진 지 얼마나 됐다고 못 알아봐요? 이상하지 않아요?」

네? 소설가가 두 사람이 토니오를 못 알아본다고 썼으면 못 알아본 거 아닌가요? 


그렇지만 저자는 이상하다고 말한다. 그러니까 소설가가 독자들에게 알려주는 것이 전부 다 진실이 아닐 수도 있다는 것, 소설 속에는 숨겨진 이야기들이 너무나 많이 있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 배운 것이다. 숨겨진 것을 상상하라! 이렇게 간단한 진리를 왜 이제야 알게 되었을까.


그 이후로는 소설을 읽을 때마다 쓰여지지 않는 뭔가를 생각하게 된다. 예를 들어 어떤 소설에서 남편이 자신을 찾아온 손님에게 과거 연인이었던 여성에 대해 구구절절 얘기하는 장면이 있다. 남편의 이야기가 끝난 후에 부인이 응접실로 들어오고 그렇게 대화는 끝이 난다. 여기서 멈칫. 부인은 분명히 응접실 밖에 서서 남편의 이야기를 엿듣고 있었을 것이다. 작가는 거기에 대해 쓰지 않았지만 분명히 그런 생각이 들었다.


또 다른 소설에서는 어떤 여성이 다른 남성과의 관계를 설명하면서 피는 섞이지 않았지만 남매 같은 사이라는 뉘앙스를 풍긴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하다. 남매 같은 사이라면서 그 남성이 집을 떠났을 때 그렇게 운다고? 하지만 그 여성은 독자들에게 아무런 답을 주지 않는다. 그러다가 소설의 끝에서 둘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다는 것이 다른 사람의 입을 통해 밝혀진다. 예전 같았으면 '깜놀, 대박' 이랬을 텐데 작가가 숨겨놓은 부분을 어느 정도 추측한 나는 그렇게 놀라지 않았다.


<왜 읽는가>를 읽고 나서 문학 작품을 보는 눈이 크게 달라져서 요즘에는 책을 볼 때도, 영화를 볼 때도 '말해지지 않은 것'에 대해서 계속해서 생각하고는 한다. 그런데 나한테 변화를 준 이 내용은 이 책의 내용 중 아주 지엽적인 부분에 속하고 실은 굉장히 다양한 이야기들이 나온다. 인상 깊었던 부분 위주로 정리를 해 본다.


▶ 존재론적 간극

신이 이 세계를 창조했다고 믿었던 사람들에게도 허무함은 있었다. 우리가 지금까지도 이름을 알고 있는, 그 유명한 솔로몬 왕조차 '헛되고 헛되니 모든 것이 헛되도다'라고 탄식할 정도였으니, 솔로몬 왕보다 더 대단할 수 없는 인간들이 느끼는 허무함은 오죽 하겠는가.


하지만 솔로몬 왕에게는 그 허무함을 극복할 수 있는 해답이 있었다. 바로 절대자에 대한 사랑과 믿음이다. 근대 이전의 세계라는 것은 그런 시대를 뜻한다. 신이 인간을 위해 이 세계를 창조했고, 인간이 우주의 중심이며 완벽한 원리에 따라 이 세계가 돌아가고 있다는 믿음이 존재했던 시절이다. 


하지만 1609년, 갈릴레이가 망원경으로 천체를 관측한다. 망원경으로 본 우주는 완벽하지 않았고, 달 표면은 울퉁불퉁했다. 그동안 보지 못했던 '진짜 세계'가 갑자기 눈 앞에 당도한 것이다. ​완벽하다고 믿어왔던 세계는 완벽하지 않았고, 이리 보고 저리 봐도 지구는 우주의 중심이 아니었다. 지구는 태양 주위를 돌고 있는 작은 별일 뿐이라는 사실을 도저히 반박할 수가 없었다. 


신이 인간을 위해 이 세계를 창조한 것이 아니라니!!! 그렇다면 인간이 존재하는 이유가 뭐지? 나는 왜 존재하는 거지?


​이렇게 근대성에 눈을 뜬 인간들은, '그동안 세계라고 믿었던 것'과 '진짜 세계', '나라고 생각했던 자아'와 '진짜 자아' 사이에서 괴로워했다. 그것이 바로 존재론적 간극이다. 그것은 '진짜 나'와 '내가 생각하는 나' 사이에 존재하는 틈을 말한다. 거기서부터 모든 불안이 생겨난다.


소설은 바로 이러한 존재론적 간극이 낳은 깊은 회의주의와 공허함을 다룬다. 흔히들 소설은 근대의 산물이라고 하는데 그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주인과 노예의 변증법

신이 없어진 자리에 뭘 채워넣을 수 있을지 고민하던 사람들이 찾은 해답은 행복이다. 우리는 뭘 위해서 살아가는가? 행복을 위해서 살아간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행복에 이를 수 있을까. 아쉽게도 행복에 이르는 길은 쉽지 않다.


여기에 두 사람이 있다고 가정하자. 두 사람이 결투를 벌이고 이긴 자가 주인, 진 자가 노예가 되었다. 그렇지만 그 상태는 영원할 수 없다. 주인 마음 속에서는 저 노예가 언젠가는 다시 싸움을 걸어올텐데 그때는 어떻게 해야 하나, 하는 두려운 마음이 생길 수 있다. 두려운 마음은 노예의 정신이다. 즉, 현실에서는 주인이지만 마음은 노예인 상태가 되는 것이다.  


노예의 마음 속에도 변화가 일어난다. 왜 저 인간은 주인이고 나는 노예여야 하지? 한 판 더 붙으면 이길 수도 있을 것 같은데 들이받아, 말아? 이런 생각이 들 수 있다. 하지만 마음 속에서는 자신이 우위라고 생각하면서도 현실에서는 노예라는 신분 제약에 묶여있다. 즉, 강인한 정신을 가졌지만 현실은 노예다.


저 위에 언급한 ​존재론적 간극은 '불안함'을 야기하고, 주인과 노예로 나누어진 자아는 '불행함'을 야기한다. 어째 낯설지 않은 이야기다. 내 마음 속에도 노예와 주인이 동시에 존재하고 그래서 때때로 불행함을 느낀다.


타자의 시선

소설이라는 것은 인간의 삶을 향해 던지는 하나의 질문이다. 이때 '왜 사는가'라는 질문이 나올 수밖에 없는데 이때 등장하는 것이 '시선'이다. 내가 나를 바라볼 때, 남들이 나를 바라보는 시선으로 나를 보기 때문이다.


남들이 나를 보는 시선과 내가 나를 보는 시선은 완전히 분리되어 있지 않다. 우리는 남들이 나를 보는 시선을 내제화해서 그 렌즈를 통해 나를 본다. 내 안에 들어와있는 타자의 시선, 그것이 언제나 문제가 된다.


나 자신의 행복을 위해 열심히 살았는데 어느날 문득 가슴 한구석이 시린 순간이 찾아온다. 이게 진짜 내가 원하는 게 맞나? 내 안에 있는 타자의 시선을 만족시키기 위해 살아온 것은 아니었을까? 이런 순간이 찾아오면 인간은 흔들린다.


「사람은 누구나 배우라는 거죠. 사회적 배역을 수행하는 배우일 뿐 아니라, 자기 자신을 유일한 관객으로 삼고 자기 자신을 연기하는 배우라는 거예요. 진짜 관객은 내 마음속 깊이 들어와 있는 타자의 시선이죠. 자기가 배우라는 사실을 보통 때는 잊고 살다가 어느 순간 문득 깨닫곤 합니다. 어떤 의미에서건 연기가 잘못됐기 때문이에요. 몰입에 문제가 생긴 거죠.」


이런 이야기들을 펼치다가 마지막에 '왜 읽는가, 무엇을 읽을까, 어떻게 읽을까'의 단계로 나아가게 된다. 이 책이 두꺼운 이유가 있다.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교양 강의여서 반복하는 부분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다루는 내용이 방대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의 형식이라는 특성 때문에 어렵거나 지루하지 않다는 것이 장점이다. 


이 책에 나오는 작품을 모두 읽은 독자라면 더 재미있게 읽을 수 있고 거기에 나오는 걸 한 권도 안 읽는 나 같은 독자들도 어렵지 않게 따라갈 수 있다. 나는 이 책을 도서관에서 빌려서 읽다가 이건 빌려 읽을 책이 아니라는 걸 깨닫고 바로 알라딘에서 주문했다. 앞으로도 여러 번 반복해서 읽어보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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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원래 아침에 일어나는 걸 늘 힘들어했다. 저혈압이라서 그렇다고 핑계를 대보기도 하지만 어쨌든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는 생활이 익숙했던 거다. 늘어지게 자고 일어나면 개운하기는 하지만 하루를 도둑 맞은 것 같은 생각에 기분이 좋지만은 않았다. 그래서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방법이 뭐가 있을까 고민하다가 최근에 두 가지를 시작했다. 모닝페이지와 신문 구독.


모닝페이지는 <아티스트 웨이>라는 책에서 소개하는 방법이다. 아침에 일어나서 45분 동안 손으로 세 쪽 일기를 쓰라는 것이다. 


2012년에 나온 첫 책은 아주 예전에 종이책으로 읽었던 기억이 난다. 그때 엄청 감명깊게 읽고 모닝페이지를 썼다. 그때는 손으로 쓰기가 싫었는지 컴퓨터로 썼다. 그때 쓴 한글 파일을 찾았는데 열려고 하니까 비밀번호를 입력하라고 한다ㅋㅋㅋㅋㅋ핸드폰 번호 뒷자리부터 생년월일까지 다 넣어봤는데 안 열리더라. 나 도대체 무슨 숫자를 입력해놓은거지? 아무리 시도해도 열 수가 없어서 포기했다. 그렇게 2012년에 쓴 모닝페이지는 날아갔다. 도대체 무슨 대단한 비밀이 있다고 비밀번호까지 걸어놓은 건지 나 자신을 이해할 수가 없다.


어쨌든 2012년에 낸 <아티스트 웨이> 이후로도 <새로운 시작을 위한 아티스트 웨이>, <아티스트 웨이, 마음의 소리를 듣는 시간>와 같은 책들이 더 출간됐다. 그 중에서 <아티스트 웨이, 마음의 소리를 듣는 시간>이 전자도서관에 있길래 빌려봤는데 사실 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뭔지 알 것 같아서 속독하면서 넘어갔다. 어쨌든 모닝페이지를 쓰면 자기 자신의 내면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고 인생이 달라진다는 것이다. 사실 나는 인생이 달라진다는 식의 이야기를 잘 믿지 않는 편이어서 그런 메시지에 혹 한 것은 아니다. 다만 아침에 일어나서 45분 동안 일기를 쓰자, 라는 구체적인 방법이 맘에 들었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할 일을 만들어두면 일찍 일어나는 데 도움이 될까 싶어서였다.


작년 말(그래봤자 몇 주 전)부터 모닝페이지를 쓰기 시작했는데, 하루 딱 해보고서는 이거 나랑 아주 잘 맞는다는 걸 깨달았다. 우선 나는 손글씨 쓰는 걸 아주 좋아하고 기록하는 걸 좋아한다. 기억력이 짧아서 기록을 안 해놓으면 내가 뭘 하고 살았는지 다 까먹기 때문이다. 그런데 저녁에 일기를 쓰려면 너무 귀찮고 피곤해서 내일 쓰지 뭐, 하면서 건너뛰기 일쑤였다. 그런데 모닝페이지를 쓰니까 전날에 있었던 일들을 정리할 수 있어서 좋다. 그러니까 저녁에 써야할 일기를 다음날 아침에 쓰는 것이다. 모닝페이지를 쓰는 방식은 사람마다 다 다를텐데, 나는 무조건 전날 뭐 했는지 쓰면서 시작한다. 모닝페이지를 쓰니까 그날 있었던 일을 당일에 기록하지 않고 잠들면서도 죄책감이 들지 않는다. 내일 일어나서 쓰면 되니까 굳이 밤에 피곤하게 일기를 쓸 필요가 없다. 예술가들은 모닝페이지를 쓰면서 영감을 찾을 것이고, 고민이 많은 사람들은 해결책을 찾을텐데, 기억력이 짧은 나 같은 사람은 전날 있었던 일을 소 여물 먹듯이 되새김질 하면서 새로운 하루를 시작한다.


모닝페이지를 쓰고 나면 바로 나가서 동네를 산책한다. 아직 해가 뜨기 전이다. 해가 뜨고 나면 선크림을 바르고 나가야 하는데 그게 귀찮아서 보통 집밖에 나가는 건 해 뜨기 전과 해 지고 난 후다. 예전에는 해 지고 나서 밤 9시, 10시에 걷기 운동을 했는데 모닝페이지를 쓰면서부터는 아침에 일찍 일어나게 되어서 해 뜨기 전에 걷기 운동을 하고 있다. 거창한 건 아니고 30분 정도 걷는데 걸음수 3500보 정도가 찍힌다. 그렇게 아침에 걸음수를 저축해놓고 시작하면 이자가 붙듯이 걸음수가 차곡차곡 쌓여서 저녁에는 7000보 정도로 마감을 할 수 있다.


걷기 운동 하고 돌아오면 신문을 읽는다. 당연히 종이 신문이 아니고 디지털 신문이다. 다른 사람들이 많이들 보는 경제 신문 하나를 돈 주고 구독하고 있다.(중고나라에서 1년 구독권 사서 그나마 저렴하게 구독 중이다.) 그 신문사에 내 돈 보태주는 거 너무 싫었는데, 제대로 된 디지털 신문 구독 서비스가 그 신문사밖에 없는 것 같아서 울며 겨자먹기로 선택했다. 그거 다 보고 나면 네이버 컨텐츠에 들어가서 다른 신문사들 기사도 두루 살펴보려고 노력 중이다. 그렇다면 경제 신문 거기도 굳이 구독하지 말고 네이버에서 봐도 되는 거 아니냐고 생각할 수 도 있지만 이게 내 돈 주고 보는 거랑 공짜로 보는 게 확실히 다르다. 정말 다르다. 돈 주고 보는 신문은 확실히 집중해서 보게 된다. 너무 피곤해서 가끔씩 안 보고 지나갈 때도 있는데 돈 낸 게 아까워서 금방 다시 돌아오게 된다. 반면 네이버에서 공짜로 보는 뉴스들은 봐도 그만 안 봐도 그만, 하는 기분이다. 구속력이 없다. 이래서 뭔가를 제대로 하려면 일단 돈부터 들이라는 조언이 생겼나보다. 솔직히 책도 돈 내고 보는 게 훨씬 재미있다. 구독 서비스나 전자 도서관에서 빌려보는 책들은 재미가 80%밖에 되지 않아 아쉽다. 하지만 보관함에 있는 모든 책을 샀다가는 파산하고 말 것이기에 오늘도 책 구입과 대여 사이에서 갈팡질팡 줄다리기를 한다.


신문까지 다 보고 나면 확실하게 정해놓은 아침 루틴은 끝난다. 그 다음에 하는 일은 매일 다른데 그래도 요즘에는 하루 30분에서 1시간 정도를 투자해서 영어 단어를 외우려고 노력하고 있다. 영어 원서를 너무너무 읽고 싶은데 단어가 발목을 잡는다. 한 페이지에 모르는 단어가 왜 이렇게 많은건지 이해가 안 된다. 그래도 꾸역꾸역 단어 찾아가면서 읽었는데 어느새 네이버 영어사전 단어장에 미암기 단어가 1000개가 쌓였다ㅋㅋㅋㅋㅋㅋ그래서 지금은 원서 읽는 걸 중단하고 영어 단어 뽀개기에 집중하고 있다. 미암기 단어 1000개 다 외우고 나서 다시 원서로 돌아갈 예정이다. 그런데 하루에 아무리 외워도 50개 이상 외워지지가 않는다. 이것도 외우는 게 아니라 뇌 표면에 잠시 얹어두는 것이다. 다음 날 일어나면 또 까먹고 또 외운다.


지금 읽고 있는 원서는 두 권. <기묘한 나라의 여행기>로 번역된 <Don't Go There>, <경험 수집가의 여행>으로 번역된 <Far and Away>다. <Far and Away>가 압도적으로 어렵다. 원서읽기 초급자가 도전할 레벨이 아니다. 왜 이렇게 어려운 책을 골라서 셀프 고통받고 있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보통 영어원서 초급자들에게 추천하는 쉽고 말랑말랑한 책들은 도무지 내 취향이 아니다. 영어 원서든 뭐든간에 어쨌든 책이라서 취향이 맞아야 읽는다. 나도 청소년 필독도서 읽으면서 단계별로 실력을 늘리고 싶은데 성격상 그게 안 된다. 못 읽어도 좋으니까 재미있어 보이는 거 읽고 싶어서 사서 고통이다. 이거 다 읽고 나면 <In Cold Blood> 원서로 읽고 싶다. 그거 다 읽고 나면 이언 매큐언 소설. 도대체 내 수준에 맞는 책을 고를 의지라고는 0.1그램도 없다.


이렇게 거창하게 써놨는데 모닝 루틴 시작한지 얼마 안 됐다. 적어도 반 년 이상 지속하면 루틴이라고 부를 수 있겠지. 솔직히 신문? 안 읽어도 되고, 운동? 저녁에 해도 되는데, 모닝페이지만은 꾸준하게 쓰고 싶다. 두툼하게 쌓인 일기장 보면 올해 연말에 뿌듯할 것 같다. 연초부터 연말을 생각하면서 올 한 해 동안 뭘 해야 행복한 연말을 맞이할 수 있을지 고민한다. 확실한 건 모닝페이지와 독서. 그 중에서도 영어 원서. 저작권 만료되어서 인터넷 상에 무료로 풀린 고전 영미권 소설들 원서로 읽는 게 꿈이다. 연말에 이 페이퍼 다시 보면서 2024년을 점검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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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종이책이 없다. 갖고 있는 책은 전부 전자책이다. 


물론 한때는 종이책이 꽤 많았다. 나중에 커서 서재방을 갖는 게 꿈이라고 할 정도로 종이책 모으는 걸 좋아했다. 그런데 물건과 소유에 대한 생각이 바뀌었고 2016년부터 2020년 사이에 걸쳐 서서히 종이책을 처분했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 종이책을 처분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책을 처분하는 것보다 더 빠른 속도로 책이 쌓이기 때문에 찔끔찔끔 정리하는 건 티도 안 난다. 한꺼번에 미친 사람처럼 정리해야지만 변화가 생긴다.


나 같은 경우는 2016년에 '정리의 축제'라고 부를만한 이벤트를 가졌다. 친언니랑 같이 살 때였는데 언니가 잠시 휴직을 했다. 나는 그때 퇴직을 결심하면서 우리 자매에게는 인생의 변화가 필요했다. <인생이 두근 거리는 정리의 마법>이라는 일본 드라마를 보고서 언니한테 우리도 이거 해보자고 제안했고 언니가 오케이 했다.













도서관에서 곤도 마리에의 <인생이 빛나는 정리의 마법>과 사사키 후미오의 <나는  단순하게 살기로 했다>를 빌려와서 읽고 바로 실행에 돌입했다.


언니와 둘이서 온집안을 다 뒤졌다. 둘이 살던 자취방이었는데 무슨 물건이 그렇게 많은지 충격을 받았다. 주변에 고물상이 있었는데 거기 사장님과 번호를 교환했다. 우리가 옷과 신발 같은 걸 집밖에 내어놓은 후 연락을 드리면 그 분이 리어카를 끌고 오셔서 수거해가셨다. 우리가 굉장히 많은 물건을 내놔서 상당히 흡족해하시는 것 같았다.


그 정리의 끝에는 책이 있었다. 이미 정리 가속도가 붙은 상태였기 때문에 아무 고민 없이 안 읽는 책을 처분하기 시작했다. 알라딘 중고매입 서비스가 있어서 참 다행이었다. 깨끗한 건 알라딘에 팔았고 매입불가 판정이 뜬 건 고물상 사장님께 연락드려서 한꺼번에 수거해가실 수 있게 했다.


그렇게 해서 2016년에 1차 정리가 끝났다. 2차 정리는 코로나 시기였다.


해외에서 생활하다가 코로나가 터지고 나서 한국에 있는 부모님 집에 와보니 나를 맞이하는 건 보관을 잘못해서 누렇게 변해버린 책들이었다. 책 주인이 해외에 있으니 관리가 안 된 건 당연한 일이었다. 미니멀 본성이 되살아나면서 남아있는 책을 전부 정리해야겠다고 결심했다.


제일 힘들었던 게 바로 이 2차 정리였다. 1차 정리 때는 사놓고 안 읽은 책들만 정리를 했기 때문에 별다른 고민이 없었다. 2차 정리 때는 좋아하고 아끼던 책들도 정리해야 했다. 내가 세운 원칙은 이러했다.


1. 전자책이 있으면 처분한다. 나중에 다시 보고 싶으면 전자책으로 사면 된다.

2. 종이책만 있다 하더라도 도서관에 있으면 처분한다. 나중에 보고 싶으면 빌려서 보면 된다.

3. 정말 아끼는 책이라면 북스캔 업체에 가져가서 스캔한 후에 PDF로 보관한다.


이 3번 과정이 사실 결정적이었다. 한 번 해보니까 너무 힘들었다. 책이 든 캐리어를 끌고 서울 지하철역을 오고 가는 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어쩌다가 엘리베이터나 에스컬레이터가 없는 구간을 만나면 지옥이었다. 그걸 깨닫고 나서는 처분 속도가 더 빨라졌다. 이 책은 절대 못 판다고 생각했던 것도 다 팔았다. 그 무거운 책을 들고가서 내 돈 주고 스캔하는 것보다는 깔끔하게 택배로 처분하고 돈까지 받는 일이 훨씬 나았다. 그렇게 해서 책장 두 개에 꽉 차 있던 책을 처분하고 책장도 버렸다.


물론 그렇게 해서 책 정리가 다 끝난 건 아니었다. 책에 대한 집착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그 다음에는 종이로 된 아주 작은 책꽂이를 샀다. 딱 거기에 들어가는 만큼만 책을 보관하겠다고 맹세했는데 어느 순간에 그 책장도 보기가 싫어졌다. 책을 다 꺼내놓고 책장부터 처분했다.(당근으로 무료나눔) 그렇게 책장을 없애고 나니까 자연스럽게 또 책을 정리했다.


그 다음에는 북엔드를 놓고 거기에 놓을 수 있는 정도로만 보관하기로 마음 먹었다가 또 처분. 그런 식으로 아주 여러 번에 걸쳐서 책 정리를 했고 결국에는 2022년 무렵에 종이책 제로 상태에 도달했다.


그렇게 나는 천천히 전자책의 세계로 넘어왔다. 


예전에는 뭘 사려고 검색해봐도 전자책으로 있는 게 없었다. 그런데 이제는 엄청나게 많은 책들이 전자책으로 나오고 있어서 별다른 어려움 없이 읽고 싶은 책을 읽고 있다. 이 책은 도대체 전자책이 왜 안 나오지, 했던 책들도 하나둘씩 전자책을 내고 있어서 두근두근 하는 마음으로 기다리는 재미도 있다.


트루먼 커포티의 <인 콜드 블러드>는 진짜 전자책으로 안 나올 줄 알고 전자책 알림 신청을 걸어두고도 까먹고 있었는데 이거 전자책 출간되었다는 푸시 알림 받고 끼야악 소리를 질렀다. <둔황>은 오랫동안 전자책 출시를 기다리고 있는데 감감무소식이다. 문학동네 세문전 웬만한 책들은 거의 전자책이 있던데 왜 이 책은 없는 건지 모르겠다. 아무튼 기다려본다.



세상의 모든 책이 전자책으로 나오기를 기다리며 오늘도 나는 이북리더기로 책을 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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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부터는 매달 나만의 테마를 정해서 책을 읽어보려고 한다. 내가 너무 산만하고 눈에 보이는대로 아무 거나 읽는 스타일이어서 '진짜 읽어야겠다'고 생각한 작품이나 작가를 읽지 못하고 넘어가는 경우가 너무 많기 때문이다. 독파 프로젝트라고 여러 사람들이 모여서 같은 책을 읽어나가는 커뮤니티가 있다고 하는데 나는 뭐든지 혼자 하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 나 혼자 독파 프로젝트를 진행해보기로 했다.


이번 달 테마는 '슈테판 츠바이크 읽기'다. 이 작가의 책을 두 권 사놨는데 아직 읽지 못했기에 이 기회에 사놨던 책도 읽고 안 산 책도 찾아서 읽어보려고 한다.


1. 『어제의 세계』














이 책은 왜 이렇게 진도가 안 나가는지 모르겠다. 예전에 종이책으로 갖고 있다가 생각보다 두꺼워서 못 읽었다. 나중에 종이책 전부 처분하고 전자책으로 다시 사들였는데 그 후로도 방치. 분명히 재미가 없는 건 아닌데 나의 산만함이 문제다. 이번 달에는 무조건 이 책은 읽을 것이다. 다른 책은 못 읽어도 이 책은 뽀개기로 결심했다.


2. 『광기와 우연의 역사』














이 책도 재미있어 보여서 전자책으로 사놨는데 아직 펼쳐보지 못했다. 한 번도 제대로 읽지 않는 작가를 좋아할 수 있을까? 나한테는 가능하다. 슈테판 츠바이크의 책을 제대로 읽어본 적이 없는데 그 작가를 꽤나 좋아한다. 나치 독일을 피해 브라질로 갔다가 거기에서 생을 마감했다는 비극적인 이력 때문인 걸까. 아무튼 이 작가에게는 계속해서 끌리는 지점이 있다. 이 책도 주제는 그렇게 특색있지는 않지만 슈테판 츠바이크가 어떻게 풀어냈는지 궁금해서 샀다. 샀으면 읽어야겠지?


3. 『우체국 아가씨』
















나는 예전에 슈테판 츠바이크가 전기 작가 혹은 비문학 책만 쓰는 저자라고 생각했는데 이 사람은 소설도 쓴다. 다재다능함이 부럽다. 아무튼 이 책도 이번 달에 읽을 책 목록에 들어가 있다. 재미있다는 소문이 자자하다.


4. 『츠바이크의 발자크 평전』
















츠바이크는 전기를 잘 쓰기로 유명하다. 그 중에서 딱 한 권, 이 책을 골랐다. 츠바이크에 대한 호기심도 해결하고 발자크에 대한 궁금증도 풀 수 있으니 일석이조다. 발자크에 대해 흥미를 갖게 된 것에는 여러가지 계기가 있다. 이수은 작가가 쓴『평균의 마음』이라는 책이 있는데 거기서 이수은 작가는 발자크를 사랑한다고 고백한다. 그러면서 간결한 문장이나 담백한 글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발자크를 굳이 찾아서 읽어보지는 말라면서 어쨌든 자신은 발자크를 좋아한다고 말한다. 굳이 찾아서 읽어보지는 말라니까 더 궁금해진다. 그렇게 발자크에 접근해보려던 즈음에 알쓸*잡 프로그램에서(알쓸신잡인지 별잡인지 기억이 안 난다) 김영하 작가가 바로 이 츠바이크의 발자크 평전에 대해 언급했다. 아니, 츠바이크가 발자크 평전까지 썼다니. 일단 이것부터 읽어보고 발자크에 접근하는 것이 마땅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이 책을 이번 나만의 독파 프로젝트 시리즈에 넣었다.


다음은 안타깝게(?) 나만의 독파 프로젝트에 들지 못한 책이다. 


5. 『마리 앙투아네트 : 베르사유와 프랑스 혁명』














츠바이크가 쓴 마리 앙투아네트 전기 소설은 늘 읽고 싶었는데 전자책이 없어서 못 읽었다. 그런데 이번에 새로운 출판사에서 새로운 번역가로 책이 나왔다. 이화북스의 츠바이크 선집 3권이다. 찾아보니 2023년 10월 출간이다. 아직은 전자책이 없는데 츠바이크 선집의 1, 2권이 모두 전자책이 있으니 이 책도 기대를 걸어본다. 전자책 나오면 무조건 구매할테니 제발 전자책을 출간해달라! 해달라!


6. 『초조한 마음』














이 책도 재미있다는 평이 자자한데 전자책이 없다. 대산세계문학총서는 전자책이 아주 띄엄띄엄 나온다. 같은 세계문학 전집이라도 민음사나 문학동네, 열린책들과는 전자책 정책이 확연히 다르다. 이 책도 전자책 나오면 바로 구매한다. 그러니 제발 굽어살피소서.


+번외














이거 페이퍼 쓴다고 『평균의 마음』의 발자크 부분을 다시 읽었다. 이수은 작가의 이런 문장들이 너무 좋다. 


"발자크는 인간을 묘사하면서 문장 하나로 그를 천국까지 들어 올렸다가 다음 문장 하나로 지옥 바닥을 뒹굴게 한다. 저항할 수 없는 매혹으로 빠져들게 했다가 이보다 더 졸렬할 수 없는 나약함으로 무너지게 한다. 발자크의 묘사력이 힘센 이유는 인간이라면 누구나 아는 감정들을 누구라도 수긍할 수밖에 없는 생생한 비유와 상징으로 되살려 코앞에 들이밀기 때문이다. 흑백의 희미한 윤곽으로만 머물던 세계에 발자크이 시선이 닿으면 그곳에 불이 들어오고 사물은 색채를 얻고 존재는 활동을 시작한다."

발자크를 안 읽었는데도 마치 내가 발자크를 열 권 정도 읽은 것 같은 느낌을 흩뿌려주신다. 이래서 책에 대해 쓴 책을 좋아한다. 그 책을 안 읽고도 아는 척을 할 수 있다. 『평균의 마음』은 그런 책 중에서도 정말 좋아하는 책이다.

페이퍼가 츠바이크에서 시작해 발자크로 끝나는 느낌인데 그렇다면 다음달 프로젝트는 발자크 읽기가 될 지도 모른다. 그런데 일단 이번달 프로젝트를 무사히 끝마쳐보자. 시작이 반이라고 했으니 우선 『광기와 우연의 역사』부터 시작해본다.『어제의 세계』부터 읽었다가 또 미룰까봐 겁이 난다. 그나마 쉬워보이는 책부터 발을 담그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라고 본다.


슈테판 츠바이크를 시작으로 2024년도 가열차게 읽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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