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빛이 드는 법 아르망 가마슈 경감 시리즈
루이즈 페니 지음, 안현주 옮김 / 피니스아프리카에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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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너무 재밌다......가마슈와 스리파인즈의 조합이 영원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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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에도 부지런히 책을 읽었다. 알라딘 페이퍼에 이렇게 읽었다고 코멘트 남기는 책 말고도 다른 책도 많이 읽었는데 내가 생각하기에 별로인 책들은 전부 빼버렸다. 책에 대해 안 좋은 평 남기는 게 왠지 미안하다. 일단은 좋은 책만 골라 골라 모아봤다.



루이즈 페니 작가의 아르망 가마슈 시리즈는 이번 달에도 열심히 읽었다. 어려운 책 읽다가 머리가 아플 때, 읽을 책은 산더미 같은데 도저히 뭘 집어야 할 지 몰라서 책과 멀어질 것 같을 때 나는 무조건 아르망 가마슈 시리즈를 꺼내든다. 실패가 없다. 첫 장부터 바로 몰입해서 쭉쭉 읽어나가게 된다. 


이번에 읽은 것들 정말 다 재미있었는데 <냉혹한 이야기>와 <네 시체를 묻어라>는 무조건 순서 맞춰서 읽어야 한다. 사실 아르망 가마슈 시리즈 전체가 그렇다. 순서 뒤죽박죽해서 읽으면 이야기가 하나도 연결이 되지 않을 수 있다. 첫번째 책인 <스틸 라이프>부터 순서대로 달려서 현재 <아름다운 수수께끼>를 읽고 있는데 남은 시리즈가 줄어들어가는 것이 아깝다. 이 시리즈는 정말 짱이다. (그런데 <냉혹한 이야기> 종이책 표지는 저렇게 예쁜데 전자책 표지에는 왜 이상한 시뻘건 띠지가 둘러져 있는 걸까. 전자책 구매자들은 띠지를 벗길 수도 없는데ㅠㅠ시뻘건 띠지 때문에 표지 보자마자 눈 질끈 감고 본문으로 넘겨버렸다. 다른 책들은 안 그런데 왜 <냉혹한 이야기> 전자책만....흑흑)



<비정성시 각본집>은 다 읽고 리뷰까지 남겼다. 진짜 이 영화에 대한 정보를 전혀 모르고 양조위 사진만 보고 구입했는데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다ㅋㅋㅋㅋㅋ각본만 있는 게 아니라 시나리오도 있고 13문13답도 있고 나름 알찬 구성이었다. 


타이완 작가인 천쓰홍의 <귀신들의 땅> 이후로 이상하게 대만 관련 책들을 많이 읽고 있다. <비정성시 각본집> 읽고 나서 <먹는 타이완사>도 구입해서 다 읽었고 <도해 타이완사>도 사놨다. 왜지? 왜 이렇게 대만 관련 책들을 사 모으는 거지? 아무래도 올해 대만 여행 다녀오라는 신의 계시인 것인가. 


예전에 여행 하다가 만난 대만 친구가 있었는데 나이는 나보다 한참 어렸지만 영어로 소통했기 때문에 서로 친구처럼 지냈다. 그 친구 정말 쾌활하고 재미있었다. 한국을 좋아해서 한국어도 아주 잠깐 배웠다고 했는데 역시 언어 재능은 배움의 기간과는 관계가 없는 것이었다. 한국어에 대한 지식이 아주아주 짧은데도 나를 포함한 한국인 여행자들이 대화하는 것을 유심히 듣고 적재적소에 자신이 아는 한국어를 활용해 우리를 빵빵 터지게 만들었다. 그 친구와 대만에 대해 많은 이야기들을 나누었는데 그 이후로 대만에 대한 궁금증을 갖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먹는 타이완사>는 재밌게 읽었고 <도해 타이완사>는 다음달에 읽을 예정이다.



이 책은 빛소굴 페이지터너스 시리즈여서 구매한 것도 있지만 표지가 예뻐서 끌린 것도 있다. 초록색과 노란색의 배합이 너무 예쁘고 사진도 독특했다. 이번 달에 읽을까, 다음 달에 읽을까 고민하다가 일단 펼쳤는데 와, 진짜 페이지터너스였다. 정신없이 읽었다ㅋㅋㅋㅋㅋ한 사람의 인생에서 좋은 일만 일어날 수도 없고 나쁜 일만 일어나지도 않는 법인데 그 모든 걸 다 끌어안고 강인하게 살아간 비올레타의 삶은 정말 멋지다. 


역시 페이지터너스 시리즈는 날 실망시키지 않는다는 걸 다시 한 번 확인하고 이 시리즈에 속한 다른 책들도 얼른 읽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쇼샤>가 제목이 예뻐서 끌린다. 다음 달에는 <쇼샤> 읽어야지.



<깊은 강>이랑 <한눈팔기>는 어쩌다보니 동시에 병렬독서로 읽게 되었다. 아니 근데 나쓰메 소세키 작품 처음 읽어 보는데 내 안에 있던 나쓰메 소세키 이미지랑 너무 안 맞아서 읽으면서 몇 번이나 '뜨헉' 했는지 모른다. 이 소설이 나쓰메 소세키의 자전적인 경험을 담고 있다고 하는데 제일 나중에 읽었었어야 했나? 하필이면 현암사 나쓰메 소세키 전집 중에서 제일 처음 읽어버려서 뭔가 다른 작품을 읽기도 전에 나쓰메 소세키에 대해 너무 많은 것을 알아버린 기분이다. 이 책을 읽기 전에는 나쓰메 소세키 하면 뭔가 부잣집 도련님 출신의 고고한 학자 이미지였는데 이 소설 속 겐조(아마도 나쓰메 소세키 본인)는....엄청난 자기 혐오에 시달리고 있었다. 그리고 주변 사람들이 겐조만 보면 돈.돈.돈.돈. 거려서 읽다가 나까지도 '그만해!!!!!'를 외치지 않을 수 없었다. 겐조가 부인한테 하는 행동들은 너무너무 싫은데 사람들이 겐조한테 돈 달라고 달려드는 걸 보면 겐조가 미쳐가는 것도 이해가 되기도 하고...그냥 다들 이상해. 보다가 정신이 혼미해지는 소설이었다.


<깊은 강>은 이런 내용인 줄 모르고 인도 갠지스 강 이야기가 나온다길래 읽은 책이었는데 생각보다 굉장히 깊게 들어가는 소설이었다. 특히 미얀마에 주둔했던 일본군 병사의 이야기는....읽는 것 자체가 고통이었다. 고통에 경중이 없다지만 이 사람들 앞에서 내 고통을 말하는 것 자체가 굉장한 결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너무 큰 고통을 겪은 한 인간의 이야기였다. 제각각 고통을 겪고 있는 사람들이 여행사 투어 프로그램을 통해 만나게 되고 인도 바라나시에 머물게 된다. 이 사람들의 이야기를 풀어나가기로는 인도 바라나시만한 곳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과 동물 시체가 둥둥 떠다니는 바라나시 갠지스 강을 보면 산다는 게 뭔지, 죽는다는 게 뭔지, 그냥 이 세계가 다 거짓말 같고 이 고통도 꿈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깊은 강>의 등장인물들은 갠지스 강에서 안식을 찾았을까. 아니, 안식이라는 게 있기는 한 건지, 모든 것에 대해 쉽게 대답할 수 없게 만들어버리는 소설이었다. 



이 소설은 제목을 정말 잘 지었다. 정말로 광인의 이야기다ㅋㅋㅋㅋㅋㅋ. 원래 소설 읽기 전에 배경지식 잘 안 찾아보는 스타일이라 이 소설도 대충 세 명의 인물이 나온다는 것만 알고 읽었는데......와, 마지막까지 제대로 미쳐 돌아간다. 주요 등장인물이라고 할 만한 캐릭터는 셋 밖에 안 나오는데도 종이책 기준 680쪽에 달하는 분량이 나왔다는 것부터 심상치 않다고 생각하기는 했는데...역시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근데 이 소설 속 등장인물들이 하나같이 말이 많다. 예술에 대해, 삶에 대해, 일에 대해, 부모에 대해, 위스키에 대해 끝도 없이 말을 해댄다. 나는 평소에 말수가 정말 적다. 할 말이 없어서 안 하는 게 아니라 말 하는 게 귀찮아서 말을 안 한다. '내가 이렇게 말하면 저쪽에서 이렇게 반응할 테니까 그렇게 되면 말이 길어지겠지? 아예 말을 안 해야겠다^_^' 이런 생각으로 살아가고 있다. 그런데 이 소설 속 등장인물들은 자신이 생각한 것, 자신이 살아온 삶에 대해서 어쩜 그렇게 논리 정연하게 말을 해대는지....세상에 정말로 이렇게 논리정연하게 말을 하면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단 말인가, 아니면 소설적 허용인 것인가, 진지하게 고민할 정도로 등장인물들이 말을 너무 잘 한다. 나는 아무 말도 안 하고 하루 종일 이 책만 읽었는데 다 읽고 나서 피곤해서 누워있었다.....재밌다....그런데 너무 기가 빨려....하지만 그만큼 재밌다.



넷플릭스에 드라마 <삼체>가 올라왔다. 넷플 드라마 뜨기 전에 읽으려고 했는데 나의 빈약한 상상력으로는 도저히 이 소설이 설명하는 바를 따라가지 못할 것 같아서 일부러 드라마 1편 보고 나서 책 찔끔 읽고 드라마 2편 보고 나서 또 책 찔끔 읽고 이런 식으로 <삼체> 1권을 다 읽었다. 중국 작가가 쓴 SF 소설은 처음 읽는데...재밌다! 나는 상상력이 매우 부족한 극 현실주의적인 인간이라 하드SF든 소프트SF든 제대로 몰입을 못 하는 편인데 이 소설은 확실히 드라마가 도움이 되었는지 처음부터 끝까지 재미있게 읽었다.(특히 소설 속 게임 내용.....입이 떡 벌어졌다.) 


그런데 솔직히 중간중간 많이 건너뛰었다. 갑자기 과학 얘기 다다다다 나오기 시작하면 갑자기 매직아이 모드가 되면서 스스스슥 읽어나가다가 과학 이야기 끝나는 부분에서 갑자기 눈에 생기가 돌아오곤 했다. 과학 얘기 진지하게 나오는 부분은 정말 어려워서 많이 건너뛰었다. 그래도 재미있는 건 분명했다. 이제 2권, 3권 읽어야 하는데 솔직히 1권도 재밌다고는 하지만 쉽게 읽은 건 아니어서 쉽사리 다음 권으로 넘어가지 못하고 있다. 일단 드라마 먼저 보고 좀 쉬었다가 2,3권으로 넘어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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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선 2024-03-26 01:2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전자책에도 띠지가 있는 게 있군요 신기하네요 전자책이니 그런 거 없는 게 나을 것 같은데... 얼마전에 라디오 방송에서 대만 노래를 틀기도 하더군요 대만 무슨 차트에 있는 노래라고 했는데... 일본 사람이 부른 노래도 대만 차트에 있었어요 나쓰메 소세키는 어릴 때 집이 가난했다고 하더군요 작가 자전 이야기를 먼저 보고 다른 소설을 보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싶습니다


희선

Laika 2024-03-27 22:28   좋아요 1 | URL
나쓰메 소세키는 어린 시절에 다른 집에 양자로 갔다가 다시 본가로 복적했더라구요. 말씀하신대로, 작가의 삶을 이해하고 다른 소설들을 읽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지금 현암사 나쓰메 소세키 전집을 1권부터 차례대로 읽고 있어요...ㅎㅎ
 
[eBook] 광인
이혁진 지음 / 민음사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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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 걸맞는 캐릭터와 스토리를 지닌 소설이다. 위스키와 예술을 논하는 장면들이 너무 좋았고, 등장인물 세 명이 전부 말이 많은데 그들의 대화를 지켜보는 것도 아주 꿀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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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깊은 강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60
엔도 슈사쿠 지음, 유숙자 옮김 / 민음사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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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듯이 끌어당기는 책은 아닌데 잔잔하게 와닿는 책이다. 인간으로 태어난 이상 다들 저마다의 고통으로 괴로워하는데...그런 고통이 없다면 우리는 인간다움을 잃게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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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비올레타 페이지터너스 9
이사벨 아옌데 지음, 조영실 옮김 / 빛소굴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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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재미있다는 것이 가장 큰 미덕인 소설. 정치 권력과 가부장제 속에서 고통 받는 사람들을 보면서 지구 반대편에 있는 나라인데도 어쩜 이렇게 비슷한 구석이 많은지 깜짝 놀랐고, 그 속에서 자신의 빛을 잃지 않고 멋지게 살아가는 비올레타를 정말 많이 응원했다. 짱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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