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사랑의 갈증 페이지터너스 11
미시마 유키오 지음, 이수미 옮김 / 빛소굴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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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지터너스 인정...! 한 번 손에 잡으면 끝까지 내달릴 수밖에 없다. 처음 읽은 미시마 유키오 소설인데, 문장도 좋고 캐릭터도 재미있다. 에쓰코..너무 매력적인 캐릭터라 쉬이 잊히지 않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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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여행하는 인문학자
공원국 지음 / 민음사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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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냄새, 술 냄새 나는 여행기여서 재미있게 읽었다. 나는 어딜 가나 조용히 지내다 오는 편이라, 항상 그 지역 사람들과 어울리는 저자의 모습을 보며 대리만족도 느꼈다. 이 책을 읽고 유목 민족, 티베트 역사에 대해 좀더 공부하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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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여기서는 여기서만 가능한
이연숙 지음 / 난다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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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는 일기 쓰는 게 정말 싫었다. 초등학교 때 학교에서 강제로 써오게 했던 일기장들은 어디로 사라졌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도대체 그런 걸 왜 쓰라고 시키는 건지 이해를 하지 못했다. 그런 내가 이제는 매일 일기를 쓴다. 일기를 쓰지 않으면 어딘가 찝찝한 느낌이 들어서 3~4일씩 밀리더라도 짧게라도 쓰고 지나가려고 노력한다. 일기를 쓰지 않으면 나의 하루하루가 바닷가에 쌓아둔 모래성처럼 스르륵 무너져서 사라지는 기분이 든다. 일기를 쓴다는 건 그것들을 어떻게든 모으고 다지고 구워서 단단하게 만드는 작업이다. 그렇게 해야 비로소 지나간 시간들을 단단하게 붙들어맸다는 기분이 든다.


일기를 쓰고 있다는 걸 주변 사람들에게 당당하게 얘기하면서도 내가 숨기고 있는 게 하나 있다. 공개용과 비공개용 두 종류의 일기장이 있다는 것이다. 사진과 글을 함께 올리는 블로그에는 모두에게 공개할 수 있는 내용만 적는다. 공개하기 힘든 내용들은 일기장에 손글씨로 적는다. 그래서 나에게는 두 가지 삶이 있다. 남에게 보여줘도 괜찮은 삶과 절대 보여주고 싶지 않은 나만의 비밀스러운 삶. 물론 나만 이런 건 아닐 것이다. 누구나 블로그나 인스타그램에는 올리는 자신의 삶에는 필터링을 걸지 않을까? 남들에게 보여줄 수 없는 부분은 꽁꽁 숨겨두어야 마땅하다고 생각해왔다.

<여기서는 여기서만 가능한>은 일기책이다. 그런데 다른 일기나 에세이와는 조금 다르게 느껴진다. 나의 주관적인 기준에 따르자면 ‘남들에게 보여줄 수 없는 부분’까지도 적혀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가족 이야기. 우울한 감정에 대한 이야기들. 나라면 이런 이야기들은 나만 보는 일기장에 적을 것 같은데 저자는 이런 글들을 블로그에 올렸고 그것들을 정리해서 책으로 출간했다. 처음에는 ‘오? 아? 이렇게 솔직하게 쓴다고?” 이러면서 책과 약간 거리두기를 했다. 하지만 그런 생각은 잊고 금세 책 속으로 빠져들었다. 책의 많은 부분에 공감이 갔고, 일단 저자가 글을 잘 쓴다. 마음에 남은 문장들이 꽤나 많았다.

【엄마는 항상 서러움을 꾹꾹 씹어 삼키면서 말한다. 언제고 어느 때고 말을 하다가 울 것 같다. 그날도 엄마는 옛날 이야기를 하다가 울었다. 나는 결코 엄마의 외로움을 외면할 수 없다. 그렇지만 그것은 내가 보상해줄 수 있는 종류의 것이 아니다. 엄마를 볼 때면 그래서 무력해진다.】

【이런 식으로 삶이 천천히 망가진다. 망가진다는 것을 안다. 처음에는 이렇게 머리를 감지 못하거나 옷을 입지 못하는 일로 시작해서 살아가는 것에 흥미를 잃게 된다. 나는 분명히 내가 매듭짓지 못하고 벌여놓기만 한 일들, 시작도 하기 전에 포기한 일들에 대해 기억하고 있다. 언젠가 그것들을 모두 마무리지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단지 미루는 것이 아니라 방치하게 되면서 나는 나를 주워담는 것 역시 포기한다. 도처에 내가 굴러다니는 느낌이다.】

【내 말은, 결국 내가 하고 싶은 말은, 난 정말 정신이 나가버릴 수도 있다는 거다. 그렇게 하려고 마음을 먹기만 한다면. 그러지 않으려 최선을 다할 예정이다. 왜냐하면 정말 그러기 싫기 때문이다. 추해지지 말자. 하루에도 일억 번씩 생각한다. 하루에 일억 번씩이나 추해지지 말자는 생각을 하다보면 사람이 추해진다.】

【가는 데는 순서가 없지만, 지금 누가 나를 죽이지 않는 이상에야 남은 숫자를 세면서 이빨로 손톱을 물어뜯는 수밖에. 9월도 미워하지 말자, 장담할 수는 없다. 사람은 미워하되 죄는 미워하지 말자.】
 
사람은 미워하되 죄는 미워하지 말자는 이 문장은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다. 보통은 죄는 미워해도 사람은 미워하지 말자고 말한다. 그런데 그걸 뒤집으니까 굉장히 재미있는 문장이 되었다. 이 문장을 읽고난 후 나는 계속해서 생각한다. 사람은 미워하되 죄는 미워하지 말자... 왜지? 왜 자꾸 이게 생각나는지 모르겠는데 나도 모르겠다. 자꾸만 생각이 난다.

이것 말고도 인용하고 싶은 문장들이 굉장히 많은데 또 너무 많이 인용하다보면 저작권에 위배가 되니까 적당히 옮겨본다.

【쉼터에 들어가거나 말 그대로 '빌어먹을' 수도 있었지만 그러지 않았기에 혼자서 항의하듯이 죽어갔던 젊은 예술가들의 선택을 잊을 수가 없다. 나는 죽기를 선택한 사람들의 '안으로' 들어가볼 수는 없지만, 매번 그 닫힌 문 앞에서 서성거린다. 더이상 이런 일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고 말하려는 것이 아니다. 그런 말은 쉽다. 어떤 상황에서 어떤 선택을 하게 되는 누군가가 이미 있다.】

【반성하는 게 너무 좋아서 반성 그 자체가 되어버린 사람들... 인신공격이 대단한 인권운동인 양 생각하는 사람들... 지가 말하는 건 당사자성이고 남이 말하는 건 인권침해(?)인 사람들... 인권 인권 외치면 인권이 자동으로 생기는 줄 아는 사람들... 자기집 개 이름도 인권으로 지을 사람들... 어제까지는 남 욕하는 농담에 웃다가 오늘은 갑자기 정신 차린 사람들... 지가 그렇게 하는 게 대단한 사회개혁인 줄 아는 사람들... 반성은 집에 가서 혼자 하고 일기장에 쓰면 되는데 굳이 동네방네 죄송하다고 떠드는 사람들... 전자렌지에 햇반 데우는 시간보다 빨리 반성하고 빨리 죄송한 사람들... 하여튼 어떻게든 인간을 분류하지 않으면 불안해서 견딜 수가 없는 사람들... 남들이랑 자기랑 똑같지 않으면 세상이 불합리하게 느껴지는 사람들... 트윗 몇 개로 인권이 나아졌다가 줄어들었다가 하는 사람들...】

【그치만 전 다른 이유로 레즈비언이 부럽다는 말이 존나 이해가 안 갔는데요. 왜냐면 그 트윗을 쓴 사람도 여자들이랑 조금만 있어보면 알겠지만 도대체 이 미친 여자들을 어떻게 할 것인지? 이 여자들은 다 미쳤는데 어떻게 이 여자들과 연애를 한다는 것인지? 제가 레즈비언 연애를 하고 레즈비언 관계를 맺으면서 가장 어려웠던 건 사회의 시선이 아니라 그냥 여자들이 미쳤다는 사실 자체였거든요. 여기 적을 수도 없는 별의별 미치광이 같은 여자들이 다 있었고 그녀들도 절 그렇게 생각하겠죠. 그런 것들은 잊혀지지가 않아요.】

해야 하는 일들은 이미 너무 많다. 나는 그것들을 기꺼이 감사한 마음으로 미룬다. 아직 미룰 수 있다는 사실로 나는 안정감을 느낀다.】

【어느 날 나는 주민센터에 갔다. 주민센터 입구에서 '나는 차상위 계층입니다'라고 소리내서 말하자 그곳의 두껍고 거대한 철문이 겨우 틈새를 벌리며 열렸다. 그들은 내가 통장 평균 잔고를 오십만 원 정도 유지하면 계속해서 차상위 계층(계급?)으로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지는 화려한 자격 요건들 속에서 나는 이 모든 과정들이 나를 죽이지는 않되 겨우 살려놓으려는 계략임을 알았다.】

【지금 당장 삼만 원이 없어서 모든 것을 포기해야 한다고 마음먹어지는 그 사람은 또 어떡하지? (나는 그게 가능하다는 걸 안다. 죽을 용기로 왜 살지 못하는지 안다. 용기는 공짜가 아니기 때문이다. 용기는 삼만 원이다.)】

이 책을 읽는 동안 정말로 일기가 쓰고 싶어졌고 좀더 솔직하게 쓰고 싶어졌다.(용감하게 공개할 자신은 없다. 솔직한 일기는 일기장에만 간직할 예정). 계속해서 글을 쓰는 행위가 인간을 변화시킬 수 있는지 궁금해졌고 변화시키지 않더라도 그건 그것대로 좋은 일이라고도 생각한다. 아무 것도 변화하지 않았지만 일기가 남았으니까! 미래의 내가 그것을 읽을 수 있으니까! 그것 나름대로 멋진 일이다.

이 책을 다 읽고 나서 저자가 주간 문학동네에서 연재하는 '소년 완결 없음'도 읽고 있다. 일기책도 재밌었는데 '소년 완결 없음' 이것도 상당히 재미있다. 좋아하는 필자가 생긴 것 같다. 다음 책도 기다리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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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피라미드 - 세계문학전집 212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212
이스마일 카다레 지음, 이창실 옮김 / 문학동네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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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에는 죽어 없어질 인간에게 왜 그렇게 거대한 건축물이 필요했을까. 작가는 피라미드 건축을 소재로 삼아 독재 정치의 작동 방식을 파헤친다. 위트 있는 문체 덕분에 잔인함과 공포가 더욱더 도드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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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피라미드 - 세계문학전집 212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212
이스마일 카다레 지음, 이창실 옮김 / 문학동네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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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의 피라미드는 왕의 무덤이다. 실제로 그 안에 관이 있고 보물이 있고 왕의 미라가 있었다고 배웠다.(지금은 도굴되었거나 어딘가 안전한 곳으로 옮겨졌겠지만 말이다.) 이스마일 카다레는 이런 질문을 던진다. 왕의 무덤을 왜 그렇게 거대하게 지었어야만 했는가?


언뜻 생각해보면 단순하게 대답할 수 있을 것만 같다. 고인돌 같은 거대한 무덤을 보면 흔히들 하는 설명이 있지 않은가. 거대한 무덤은 무덤 주인의 권위를 상징하는 것이고, 크면 클수록 무덤 주인의 권위가 높았다 등등등. 이 소설은 조금 다른 답을 내놓는다. "피라미드는 거대한 묘소임에 틀림없지만, 그걸 만들게 된 원래의 의도에 무덤이나 죽음은 전혀 포함되지 않는다"고 말이다.


이집트의 쿠푸 왕은 자신의 피라미드를 짓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신하들에게 전한다. 하지만 신하들은 파라오에게 피라미드가 단순한 왕의 무덤이 아니라고 설명하며, 피라미드를 만들게 된 진짜 의도는 백성들의 에너지를 빨아먹기 위해서였다고 말한다.


"안락한 생활 탓에 사람들은 독립심과 훨씬 자유로운 정신을 갖게 되어 권위 일반에, 특히 파라오의 권위에 더 반항적인 태도를 보이게 된"다는 것을 깨달은 과거의 파라오와 정부 관료들은 어떻게 하면 백성들의 정신을 피폐하게 만들 수 있을지 고민하다가 거대한 피라미드를 쌓자는 아이디어를 고안해냈다. 즉, 피라미드가 왕의 무덤이라는 건 겉으로 드러낸 핑계일 뿐이고 실은 이집트 백성들이 안락하게 살지 못하도록 그들을 괴롭히기 위해 고안된 건축물이었다. 왕의 권위를 드러내기 위해 크게 지은 게 아니라, 백성들을 크게 괴롭히기 위해 크게 지어야만 했던 것이다.


지금으로부터 4000년 전에 지어진 피라미드의 진짜 건축 의도를 알기는 어렵다. 오죽하면 외계인이 지었다는 설까지 나오겠는가. 그래서 이 소설은 피라미드의 건축 의도를 설명하는 이 지점에서부터 정치적인 우화로 나아가게 된다. 이집트의 실제 역사를 기반으로 한 소설이 아니라 피라미드라는 소재를 이용해서 독재자의 심리와 그로 인해 고통 받는 일반 사람들의 이야기를 쓰고 싶었던 것으로 보인다.


내가 가장 인상깊게 읽었던 부분은 일반 민중들의 심리 변화였다. 쿠푸 왕의 피라미드가 곧 만들어질 예정이라는 소식을 들은 사람들은 대부분 그 일을 피하려고 했다. 피라미드를 짓다가 자신의 인생이 끝날 수도 있는데 누군들 그 공사에 참여하고 싶을까.


그런데 피라미드 건설이 시작되기도 전에 이 건설에는 어떠한 음모가 숨어있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수도에서는 수많은 사람들이 음모와 연루되어 죽어나가고 있다는 이야기가 삽시간에 전국으로 퍼진다. 일반 백성들은, 자신도 모르게 음모에 연루될까봐 너무 불안한 나머지 이렇게 생각하기에 이른다. 차라리 피라미드를 짓고 싶다! 얼른 공사가 시작되었으면 좋겠다!


이스마일 카다레는 이런 장면들을 통해 대중 선동 정치의 작동 원리를 보여준다. 작은 공포는 큰 공포로 덮으면 된다. 정치인들이 일반 대중들을 세뇌하는 것은 의외로 간단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등골이 오싹해졌다.


피라미드를 바라보는 쿠푸 왕의 심리 변화도 재미있는 부분이다. 자신의 죽음을 상징하는 거대한 피라미드를 보면서 쿠푸 왕은 서서히 미쳐간다. 수많은 사람들을 죽게 만든 대피라미드의 주인이면서도 한편으로는 자신의 죽음 앞에 나약한 인간일 뿐이라는 사실이 씁쓸한 뒷맛을 남긴다. '아무튼 독재는 나쁜 거야'라는 단순한 메시지 대신 '도대체 인간이란 왜 이렇게 생겨먹은 존재일까'를 고민하게 만드는 복잡미묘한 소설이다.


이스마일 카다레는 이 소설을 통해 그의 조국 알바니아의 정치를 비판하고 있다고 한다. 알바니아는 나에게 너무 생소한 국가고 그곳의 정치에 대해서는 더욱더 무지했다. 이 소설을 읽고 나서 알바니아라는 곳에 대해 궁금해졌다. 이런 게 문학이 가진 힘이라고 생각한다. 이야기와 상징을 통해 은근하게 말을 걸어온다. 내가 몰랐던 세계에 대해 좀더 알고싶지 않느냐고 말이다. 내 대답은 언제나 '예스'다. 알바니아와 이스마일 카다레에 대해 좀더 알고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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