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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트 게임 - 중앙아시아를 둘러싼 숨겨진 전쟁
피터 홉커크 지음, 정영목 옮김 / 사계절 / 2008년 8월
평점 :
* 너무너무 재미있어서 요즘 초집중해서 읽고 있는 책.
* 책 맨 앞에 지도가 있지만 왔다갔다 하면서 보기가 힘들었다. 그래서 일단 챗지피티 켜고 '부하라 위치 어디야, 헤라트 위치 어디야' 이러면서 온갖 지도를 뽑아냈다. 이 책에 자주 등장하는 지역들의 위치 정도는 어느 정도 알아놔야 이해가 편하다. (예: 카스피해, 흑해, 캅카스, 히바, 부하라, 헤라트, 카불, 테헤란 등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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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일단 두 명이 죽고 시작한다. 찰스 스토다트와 아서 코널리. 아직 누군지 모르지만 중요한 인물일 게 분명하니까 메모하고 넘어가자. 이들이 죽은 장소는 부하라.(부하라는 진짜 자주 등장하니까 위치를 꼭 알아둘 것.)
이들은 지금 그레이트 게임에 참여한 대가를 치르고 있다. 그레이트 게임이란? 영국과 러시아가 중앙아시아를 차지하기 위해 벌인 경쟁을 뜻한다. 러시아 입장에서는 중앙 아시아가 바로 자기네들 땅 아래에 있으니까 탐이 났겠지. 그런데 영국은 도대체 왜 끼어든 걸까? 그건 인도 때문. 영국은, 러시아가 만약 중앙아시아를 차지한다면 그 다음 수순은 인도가 될 거라고 봤다. 인도를 방어하기 위해 중앙아시아에서 러시아의 세력 확장을 저지할 필요가 있었던 것.
【정치적 우위를 차지하려는 이 그늘진 투쟁이 벌어진 광대한 체스판은 꼭대기에 눈이 덮인 서쪽의 캅카스 산맥으로부터 중앙아시아의 큰 사막과 산맥들을 가로질러 동쪽으로 중국령 투르기스탄과 티베트까지 뻗어 있다. 최고의 보물, 즉 런던과 캘커타에서는 빼앗길까 봐 걱정을 하고 아시아에서 근무하는 야심만만한 러시아 장교들은 간절하게 원하던 보물은 영국령 인도였다.】
그 당시 인도로 말하자면, 영국은 뺏길까봐 노심초사하던 곳, 러시아는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며 노렸던 곳이다. '전설적인 부'를 지닌 어마어마한 땅, 그곳이 인도였다. 솔직히 현재의 인도만 생각하면 잘 와닿지 않는다. 나는 솔직히 이 대목 읽으면서 '인도가?!!!' 이랬었다.
하지만 엄연히 인도는 영국 지배 전 무굴제국까지 굉장히 잘 나가던 나라였다. 아프리카에서 다이아몬드 광산이 발견되기 전에 모든 다이아몬드는 인도산이었다는 말도 있고(출처 불분명), 인도에서 나는 각종 향신료(특히 후추)는 말해 뭐해. 너무너무 귀해서 한때 그 집에 후추가 얼만큼 있는지가 부의 척도가 되기도 했다고 한다. 유럽 사람들이 육식을 많이 했는데 솔직히 지금 기준으로 보면 누린내 나는 맛없는 고기들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인도의 후추를 맛본 유럽 사람들 눈이 번쩍 뜨였다고 한다. 후추가 고기의 누린내를 싹 잡아줘! 너무 맛있어!! 그런 귀한 것들이 전부 인도에서 나오니...다들 인도를 보물이라고 여길 만했겠다.
영국은 인도를 차지하기는 했는데...뭘 제대로 한 것 같지가 않다. 이 책 보면 '영국 도대체 왜 저래' 소리가 계속 나온다. 인도를 방어하기 위해서는 페르시아랑 친하게 지낼 필요가 있었는데 두 번이나 동맹 조약을 맺고도 두 번을 배신 때린다. 내가 페르시아였다면 영국 정말 너무 싫었을 듯.
러시아가 대놓고 중앙아시아에서 세력을 확장하고 있는데 영국은 그 사실을 제대로 보려고 하지 않는다. 분명히 러시아의 야욕을 경고하는 사람들이 있는데도, 그 말을 귀담아 듣지 않는다. 그 당시 모든 영국 관리들이 인도를 소중하게 여겼던 건 아닌 게 분명하다. 어쩌다 보니 차지하기는 했지만, 땅 넓고 인구 많고 관리하기에는 너무 버거운 존재였음이 분명하다. 그래서인지 영국 정부의 입장은 일관되지가 않고 이랬다 저랬다 하는 게 느껴진다. 인도를 방어하는 문제에 대해서도 그 당시 외무장관이 누구냐, 인도 총독이 누구냐에 따라 오락가락 하는 느낌.
그런데 러시아가 캅카스를 지나 콘스탄티노플까지 밀고 내려오자 영국은 화들짝 놀라며 중앙아시아에서 러시아 영향력이 어느 정도인지 얼른 정보를 수집해오라고 부랴부랴 사람을 파견하기에 이른다.(그보다 몇 년 앞서 무어크로프트라는 영국인이 이미 그쪽 지방을 탐험하고 러시아의 파워에 대해 경고를 했건만 그때는 무시하더니 이제 와서 뒷북;;)
여기서 '아서 코널리'라는 인물이 등장한다. 친구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그레이트 게임'이라는 말을 처음 사용했으며, 애석하게도 이 책의 맨 첫 장에서 죽음을 맞이하는 인물이다. 그는 이 지역을 탐험하고 나서 상관들에게 만약 침락군(=러시아군)이 온다면 루트는 두 개라고 보고한다. 첫 번째는 히바(현재 우즈벡)-발흐(현재 아프간 북부)-카불(현재 아프간)-페샤와르(현재 파키스탄)-인더스 강 건너서 인도로 가는 루트다. 두 번째는 아예 헤라트(현재 아프간)를 점령해서 거기서 군대를 양성하고 퀘타(현재 파키스탄)를 지나 인도로 가는 길이다.
어느 길이든 아프가니스탄을 지나야 한다. 만약 아프간 사람들이 러시아에 길을 터준다면 영국은 인도를 뺏길 것이요, 아프간 사람들이 러시아와 싸워준다면 영국은 인도를 보호할 힘을 얻을 것이었다. 그레이트 게임이 벌어지던 1830년대까지만 해도 아프가니스탄은 통일된 중앙 정부가 다스리는 나라가 아니었다. 여러 개의 부족들이 각자도생을 하고 있었다. 그 중에서도 힘이 센 지도자를 뽑아보자면, 헤라트의 캄란 샤, 카불의 도스트 무함마드가 있다.
영국은 고민에 빠졌다. 누구를 아프간의 통일 지도자로 추대해야 할 것인가? (하여튼 남의 나라 문제에 끼어드는 건 도가 텄다. 아프간 통일 문제를 왜 영국이 고민하고 있냐고요.)
이때 '알렉산더 번스'라는 인물이 등장한다. 펀자브의 통치자인 '란지트 싱'에게 선물을 가져다준다는 핑계로 배를 이용해 인더스 강을 탐험한다. 펀자브 들러서 란지트 싱 만나고, 그 다음에 카불 가서 도스트 무함마드를 만났는데 번스와 도스트 무함마드는 처음 보자마자 죽이 잘 맞았다고. 그 후에 번스는 카불을 떠나 부하라로 가게 된다. 부하라에서도 좋은 대접을 받고 온 번스는 일각 영웅으로 떠오른다. 번스의 별명이 '부하라 번스'라는데 앞으로 무슨 일이 벌어질지 흥미진진.
그 당시 영국의 분위기는 역시나 반반이었다. 러시아의 힘을 두려워하는 사람들이 예전에 비해 늘어나기는 했지만 아직도 절대다수라고 보기는 어려웠다. 무엇보다도 상트페테르부르크 주재 영국 대사는 "러시아의 힘이 과대평가되어 있다"고 딱 잘라 평가했다.
...여기까지의 내용이 전체의 3분의 1이다. 작년에 무작정 읽다가 중간쯤에 길을 잃고 중도하차한 적이 있어서 이번에는 요약하면서 읽는 중. 너무너무 재밌다. 이런 종류의 책을 더 많이 읽고 싶다. 일단 같은 저자의 <실크로드의 악마들>은 당연히 구비했고, <중앙아시아사>도 같이 읽는 중. 하지만 일단 <그레이트 게임>부터 차분하게 완독하고 다른 책 시작하자.
아아, 그나저나 우즈베키스탄 여행 가보고 싶다. 이런 문장을 보면 부하라에 관심이 생기지 않을 수가 없다. 도대체 부하라는 어떤 곳인 건가요.
【1825년 2월 25일,무어크로프트 일행의 시야에 멀리 첨탑과 돔이 들어왔다. 그들은 그곳이 이슬람이 지배하는 중앙아시아 최고의 성도(聖都) 부하라임을 알았다. 워낙 거룩한 곳이었기 때문에 다른 곳에서는 빛이 하늘에서 아래로 쏟아지지만 부하라에서는 빛이 위로 비추어 하늘을 밝힌다는 말이 있을 정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