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가

마흔 세 살에 다시 시작하다

-10년마다 자신의 삶을 결산하는 자아경영 프로젝트




구본형, 휴머니티스


   저자는 이 책은 자서전이라 말한다. 자서전은 저자의 삶의 현실적인 흔적이 기술되고 그 삶에서의 저자의 생각들이 나타난다. 저자는 자서전의 부제를 ‘10년마다 자신의 삶을 결산하는 자아경영 프로젝트라고’명명했다. 자신의 삶의 결산 방식을 저자의 삶을 구성하는 총 11개의 테마로 구성하여 기술하고 있다.

  먼저 1장에서는 자신의 지난 10년의 삶을 돌아보고 2장에서는 글을 쓰고 있는 시점의 나이에 대한 단상을 이야기하고 있다. 3장에 이르러 직장생활을, 4장에서는 얼굴과 외모와 더불어 자신의 내면에 대해 기술하고 있다. 5장에서는 가족, 6장에서는 자연, 7장에서는 건강, 8장에서는 길, 9장에서는 집과 공간 10장은 학습, 11장은 일이라 주제로 구성되고 있다. 이러한 주제 아래 자신의 삶에서 생각해오고 실천해 오던 것에 대해 저자가 가지는 삶의 철학을 이야기하고 있다. 각각의 주제 아래 소제목을 달아 짧은 이야기 형태로 구성하고 있다.

 흔히 자서전이라 하면 시간적인 흐름에 따라 저자의 삶의 외관을 이야기하고 그에 따른 내면의 이야기가 흐르는 것이 보통이다. 그러나 이 책은 서사적인 흐름을 따르는가 싶으면서도 삶에서의 사건이나 인생의 흐름보다는 살아온 과정 속에서의 사유를 풀어내는 것을 더 중시한 듯하다. 그래서 어찌 보면 주된 ‘이야기라인’이 없다. 어쩌면 특정한 인물의 인생이야기가 부각된 자서전적 소설이나 에세이에서 볼 수 있는 인생의 ‘특별한 사건’이라 부를 수 있는 게 없다. 이렇게 얘기하기엔 그렇지만 막장 드라마에서나 볼 수 있는 ‘막장’ , ‘어떻게 그런 일을 겪을 수가’라고 할 만한 이야기가 없기에 이러한 형태의 구성이 나오지 않은가 생각해 보기도 한다. 그런 면에서 자신의 인생에 대해 회고하고픈 이들에게, 그럼에도 이렇다 할 ‘사건’이 뚜렷하지 않았던 삶이라 생각하는 이들에게 참고가 될 만한 구성과 내용으로 보인다.

   각 장마다 소제목을 달고 이야기하고 있어 소제목에서의 연결고리는 있지만 전체적인 구성에서 보면 큰 이야기의 흐름이라기보다는 사유의 흐름으로 보아도 될 듯하다. 사유에 맞게 힘있고 강건한 문체가 아니라 부드럽고 조곤조곤한 문제가 담백하게 이어진 에세이 형태다.

  저자는 구성상에 세 개의 에필로그와 평설을 두고 있다. 특히 평설이라는 것은 글에 대한 해석이자 논의라고 할 수 있는데 보통 이러한 역할은 저자보다 연배가 높거나 네임 밸류를 가진 사람들이 한다. 그러나 저자는 자신의 제자의 평설을 싣고 있다. 어쩌면 저자는 단지 이름이 널리 알려진 누군가에게 보여 주고 ‘글이 좋다, 나쁘다’의 평보다 자신에 대해 잘 알고 가까이 있는 누군가로부터 이야기를 들려주고 그리하여 그에 대한 평을 받는 것이 더욱 진정성있는 일이라 생각하는 듯하다. 그리고 그 방법은 적중한 듯하다.

  자서전을 읽다 보면 우선적으로 눈에 띄는 것은 삶이다. 자서전을 쓰는 이들은 우선 많은 굴곡과 사건들을 겪은 삶을 보여주는 경우가 많아서 그 힘든 일들을 겪은 데 대한 ‘사건’에 집중하게 된다. 그러나 이 책은 딱히 사건이라 부를 사건이 없기에 사물이나 일상에 대해 가지는 그의 차별적인 생각, 혹은 공감되는 생각, 아름답게 묘사하고 비유한 문장들에 눈이 간다.


불행한 사람들만이 변화에 관심이 있다. 행복한 사람들은 지금을 바꾸려 하지 않는다. 행복을 가장한 사람들 역시 변화를 원하지 않는다. 그들도 때때로 변화를 바란다고 말하지만, 그들은 뼛속 깊이 변화를 두려워하고 있다. 지금이 지루하고 반복적이며 별 의미와 보람도 없는 불안과 무력감에 시달리는 일상이라고 엄살을 떠는 사람들을 많이 보았다. 그들은 그렇게 말하지만 이미 마음속으로 인생은 그런 것이려니 하는 사람들이다. 변화하지 않아도 되는 안도감과 당위성을 찾아냄으로써 그들은 서로에게 위안이 된다. 변화를 꿈꾸지만 별다른 노력을 하지 않는 대부분의 사람들, 나는 그들 속에서 불행을 감지한 치열한 사람들을 찾아내야 했다. p334


  아마도 이 책의 제목이 “마흔 세 살에 다시 시작하다”인 것처럼 ‘마흔’에 대해 표현한 구절들이 되씹어지는 구절이다. 마흔의 삶에 대한 저자의 단상들, 비유가 참 좋다고 생각했다. 마흔은 정말로 흔들리는 나이인 것인지, 이와 같이 마흔에 대한 좋은 글귀로 인해 사람들이 감성적이 되는 것일까. 무엇보다 마흔의 삶에 대한 비유들이 이 책이 나올 수 있는 핵심적인 요인이 되는 듯해서 ‘마흔’에 대한 그의 여러 묘사와 비유를 가진 글귀들을 계속 곱씹어 볼 참이다. 근데, 또 딱히 생각하면 거기에 ‘마흔’ 이 아니라 ‘서른’도 대입해 보고 오십도 육십도 대입해 본다. 딱히 안 어울리는 건 아닌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그러나 저자의 필력이 워낙 매끄러워 정말 ‘마흔’이 딱이구나 싶게 된다. 마흔은 당나귀의 삶이라는데 어쩌겠는가. 서른도, 오십도, 육십의 당나귀의 삶보다 마흔의 당나귀의 삶이 딱~이다.


욕망이 꿈을 만들고 꿈은 믿음에 의해 현실적 개념이 된다. 미래를 현실로 인식하는 능력은 정신적 여행자들이 가지는 힘이다. 그들은 상상하는 것으로 그치지 않고 상상과 더불어 그 속에서 산다. 그것이 생활의 일부이기도 하다. 나는 책을 쓴다. 말하자면 나의 이야기를 하며 산다. 글쓰기는 꿈을 현실로 데리고 오는 나의 방식이다. 나에게 책이란 꿈과 현실을 잇는 통로이다. 매일 조금씩 책을 쓰는 것은 나의 일상이며 현실이다. 책을 쓰며 상상하는 모든 것 역시 나의 일상이라는 점에서 구체적으로 남아 있든, 저술가에게 생각과 상상은 이미 현실을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라는 점에서 분명한 현실이다. p211~212


 나는 분노를 품고 있는 사람이다. 분노는 억제된 불길이다. 나는 때때로 침울해 보이거나 무거워 보였다. 분노를 적의 없는 상태로 감출 수 있는 방식이 바로 스스로에게 물기를 뒤집어씌우는 것이었다. 그 속에서 나는 제대로 타오를 수 없었다. 가득한 여기에 시달리다가 결국 불문을 열고 굴뚝을 달아 불길이 훨훨 타오르도록 했다. 이것이 나를 살려 주었다.

 그들의 방식이 아니라 나의 방식대로 살 수 있도록 분노를 자극했다. 나의 세계를 보호하기 위하여 분노를 키웠다. 이것이 내가 내 속의 분노를 길들이는 방식이었다. 내 속의 욕망이라는 불길이 잘 타오르는 동안 나는 마음의 평화를 즐길 수 있다. 그 불길의 주위에 자리를 펴고 누워 타오름을 즐기는 것은 벽난로의 아득함이었다. p314


  너무 자서전이라는 말에 얽매이지 않고 책의 흐름을 보려고 한다. 하지만, 자꾸 ‘자서전’이라고 보니 흔히 하는 자서전의 틀로 책을 보게 된다. 일단, 자서전의 느낌인데 자서전을 벗어난 형식이란 것이 신선하다. 하지만, 자서전을 내는 이들은 일단 여러 방면으로 이름이 알려진 이들이다. 구본형도 마찬가지다. 이미 앞선 여러 권의 책을 통해 이름이 알려져 있다. 그렇다는 것은 그의 저서를 통해 그의 기본적인 삶의 모습을 알고, 그의 생각들을 알고 있다는 말이다. 그렇게 놓고 보면 이 책에서 저자가 이야기하는 사유들은 다른 책들에서의 사유와 어떤 차별이 있다고 봐야 할까?

  그의 삶에 대한 대강의 그림자라도 알고 싶어 하지 않을까. 보통의 자서전이 태어난 순간부터의 삶의 궤적을 그리고 있다면‘구본형’의 자서전은 그의 지난 생애를 그저 ‘지난 10년’으로 묶어 간단하게 정리했다. 그리고 감각적, 묘사적, 비유적인 글들로 그의 생을 정리하고 있다. 자서전이 과거의 이야기를 말하고 있다면 이 책은 미래의 이야기인지 ‘하고 싶다’와 ‘되고 싶다’라는 단어가 더욱 가득차 있는 것 같다.

  이야기의 구성 또한 종횡무진이다. 직장생활을 이야기하다 내 얼굴을 이야기하다가 자연을 이야기한다. 하지만 책을 읽을 때 그 연결고리가 그렇게 어긋나다는 것을 느끼진 않았다. 그저 장마다 다르게 읽히는 이야기로 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목차만 봤을 때는 이것이 자서전의 제목이 되는 건가라는 생각이 들게 한다. 저자처럼 여러 책을 통해 반복적인 메시지를 전달한 경우에만 가능한 목차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세상에 처음부터 자서전을 들이미는 사람은 없겠지만. 자신이 생각하는 메시지들을 다른 글들과 얽어 내어 또다른 메시지를 전달하는데 탁월한 힘을 가진 저자임엔 틀림없다는 생각이 든다. 결국 이야기의 핵심은 돌고 돌아 ‘직장생활’이 아닌 개인의 ‘일’에 대한 이야기였던 것 같다. 직장생활을 벗어나 나의 ‘일’을 찾는 과정에서 느끼는 인생의 사유를 개인의 내면과 외면을 넘나들며 한 편의 그림같이 만들어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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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낙타를 죽이지 못해서...

구본형의 필살기 - 죽을 때까지 프로로 사는 법


구본형, 다산라이프, 2010.



왜 잘하는 일을 즐기며 먹고 살 수 없단 말인가?”



이 책의 목표는 분명하다. 언젠가 인생의 후반부에서 고단한 낙타의 삶을 버리고 사자의 삶을 살기를 원하는 사람들이 거대한 전환을 ‘지금 미리’ 준비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한 것이다.


이 책은 훨씬 안전하고 수익성이 높은 투자에 대한 책이다. 자신의 재능에 대한 투자를 돕기 위해 쓰였다. 주식과 부동산에 대한 투자는 반 토막이 날 수 있다. 그러나 자신의 재능에 대한 투자는 결코 밑지는 법이 없다.


  저자의 말처럼 이 책은 개인이 제일 잘할 수 있는 기술을 찾아 평생 현역으로 살 수 있는 ‘필살기’를 기르는 방법을 알려 주고 있다. 필살기를 알아야 낙타의 삶이 아닌 사자의 삶으로 전진할 수 있는 것이다. 니체가 삶의 전반부를 낙타의 삶이라고 했다. 그것은 등에 책임을 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생이라는 사막 한가운데서 낙타는 죽고 내 마음대로 살아볼 수 있는 사자의 시대가 열리게 된다고.


필살기란 유니크한 차별성이다. 그것은 내 재능에 기초하여 어디서도 나만큼 해낼 수 없는 수준의 차별적 전문 서비스를 계발해내는 것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직장생활에서 자신이 하고 있는 업무를 잘 파악하여 거기에서 자신의 ‘필살기’를 찾는 방법을 찾도록 해준다. 15명의 실제 직장인들과 자영인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한 필살기창조 프로그램을 통한 체험 사례를 곁들여 필살기 창조방법을 구체적으로 제시해 활용하도록 하고 있다. 그에 대한 방법을 총 3장으로 5단계의 필살기 프로그램으로 정리하고 있다. 먼저 필살기를 창조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강점을 아는 것에 출발해야 한다며 자신의 업무 속에서 강점을 찾는 방법을 소개하고 업무에서 이 강점을 개발하고 강화시키는 방법을 소개하고 있다.

  그러면 필살기를 찾고 나서 그것을 어떻게 할 것인가.  저자는 계속 실천과 습관의 힘을 강조하고 있다. 실제 저자는 매일 새벽 4시에 글쓰기를 했다. 매일을 꾸준히 새벽의 글쓰기를 함으로써 공저 포함 20여권의 책을 썼다.

 

홀로 지내면서 더 엄격한 자기 통제가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쉽게 느슨해지고 게을러지기 때문이다. 종종 성공이 나를 망친다는 생각을 하곤 했다. 곤란하고 어려울 때 내 정신은 바짝 긴장하고 최고의 명민성을 발휘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함을 알게 된 것이다.


  어떤 것이든 그것을 이뤄내기 위한 실천의 힘이 중요함을 알지만 하기 어렵다는 것 또한 알고 있다. 그가 제시하는 것은 거창한 것 같지도 않고 쉽게 접근할 수 있을 것 같은 이야기들로 점철된다. 그러한 소소한 이야기들이 늘 행동에 반성을 하게끔 하는 일침같은 글들이 된다. 직장이 나를 책임져 주지 않음에도 우리는 ‘직장’을 목숨인 양 받쳐들고 살았다. 잘할 수 있는 일을 더 잘하며, 즐기며 사는 길이 있음에도 왜 낙타로 머물러 있을 것인가.

  

“좋아하는 일을 하다가 죽을 것이고 죽음이 곧 퇴직인 삶을 살 것이다” 이것이 내가 추구하는 직업관이다. 죽을 때까지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지 못하고 죽는 것은 삶에 대한 모독이다. 어떤 변명도 있을 수 없다. 아니, 변명일 뿐이다. 하고 싶은 일을 하지 못하고 산다는 것은 삶에서 실패한 것이다.


  물론, 충분히 생생한 체험 사례를 통해 설득과 전달력을 갖추고 있다고 본다. 그럼에도 전작들에서 너무 방대한 대상들의 사례 이야기를 본 탓인지, 15명의 사례는 너무 적은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세상의 업무는 다양하긴 하지만 또한 비슷비슷하긴 하다 해도 말이다.

 자신의 일 속에서 필살기를 찾아내는 과정이라 딱히 업무가 없는 내게는 업무 영역이 쪼개지지 않았다. 지난 업무나 업무가 아닌 일로 확대하여 적용하여 보려고 했으나 잘 안되었다. 아직, 직장에 전혀 발을 들여놓지 않은 이들이라면? 구직을 하는 이들이 이 책을 읽는다면? 이런 생각도 하면서 직장인이야 확 와 닿을 것 같다는 또한 사무직인 경우에 더욱 더 적용하기 쉽다는 생각 조금 해본다.

 여기 나오는 사례들을 개인의 사례로 이끌어와 창조놀이를 해보는 것은 독자들의 몫일 것이다. 내용을 잘 따라서 적용하는데 어려움을 느끼는 이들도 그렇지 않은 이들도 있을 것이다. 현재 직장인이 아닌 이들이 이것을 적용할 때는 어떤 식으로 적용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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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사이, 사망과 사랑이 맴도네. 그것은 사랑이었을까

- 작가 괴테에 대한 주절주절



나에게 혼자 파라다이스에서 살게 하는 것보다 더 큰 형벌은 없을 것이다

-괴테-


  <괴테와의 대화>의 저자 에커만에게 연민을 느낀 난, 성격 뭐 같고 제 자랑 심하고 말많은 할아범 괴테를 떠올린다. 괴테란 이름에 괴자 하나 들어간다고 괴상을 떠올리지를 않나, 파우스트에서 스크루지를 혼합한 노인 괴테까지를 막 그리고 있다. 대문호로 칭송받는 괴테를 이토록 곱지 않은 눈으로, 처음부터 완고한 그 모습의 노인으로 바라보는 건 앞서 말한 에커만에 대한 연민 때문이고 ‘노인’ 괴테를 먼저 인식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어쩌면 그에 대해 부족한 이해가 크게 한몫 한 것이다.

  그러고 보니 괴테의 책을 처음 접한 건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이 먼저였지만 당시에 괴테에 대한 기억은 어느덧 사라지고 없다. 이십년도 더 되었으니까 그런가 싶다가도 어떻게 젊은 베르테르의 괴테를 잊어먹었을까. 아니, 그 베르테르가 어쩌다가 저런 파우스트 노인으로 변해버렸을까. 

  괴테는 평생 경제적 어려움이 없었다고 했다. 그의 부모님 덕분이기도 하다. 괴테의 아버지는 황실 고문관으로 법학을 공부한 부유한 인사였다 하고 그의 어머니는 프랑크푸르트 시장의 딸이라 하니 그는 탄생에서부터 경제적 어려움과 맞닥뜨린 적은 없는 것 같다. 더구나 그의 아버지는 황실고문관이라는 명예직을 돈 주고 샀다고 한다. 귀족 신분에 대한 갈망이 컸던 모양이고 그것을 얻을 만큼의 돈을 가지고 있었으니, 뭐 다행인가.

 이러한 부유함과 지식에 대한 욕구를 가진 아버지는 괴테가 여러 교육을 받을 수 있게끔 해 주었다. 괴테의 부친은 괴테를 법률가로 만들기 위해, 라틴어를 비롯한 다른 나라의 말과, 수학, 역사, 지리, 미술, 승마, 피아노 등 다방면의 교육을 하도록 해 주었다. 또한 부유한 부친은 집안에 서재와 많은 예술가들의 작품으로 화랑을 꾸몄고 또한 여행에서 얻은 기념물로 집 안을 장식했다. 괴테의 수많은 저작 속에 나타난 다방면의 학문과 지식은 일찍부터 받은 이러한 교육과 집 안에 가득한 다양한 예술품들 덕분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괴테는 이러한 지식 외에 어머니로부터 문학에 대한 열정 또한 배울 수 있었다. 그의 어머니는 재치있고 발랄한 성격에 교양이 풍부하였고 어린 괴테에게 재미있는 동화를 들려주었기에 로마 고전 작가들의 작품을 읽었고 어려서부터 시를 쓰기 시작했다. 그가 8세 때 쓴 조부모에게 보낸 신년시는 여전히 보관되어 있다. 13세에는 첫 시집을 내었다고 한다.

 어린 시절부터 이렇게 문학과 예술에 관심이 많은 문학청년이기에 문학으로 기우는 마음은 어쩔 수 없었나 보다. 아버지의 권유로 법학을 공부하고 20대 초반 변호사로 개업을 했지만 그는 계속 문학과 관련된 독서와 공부를 지속하고 문인들과 교제한다.


  괴테의 연보를 보다 보면 유독 눈에 띄는 단어가 ‘사망’과 ‘사랑’이다. 이 두 가지 단어는 모두 사람과 연결되는 말이다. 그의 긴 생애에 만난 수많은 사람들은 그가 사랑하였고 그가 사랑하였기에 그들의 부재는 괴테에게 많은 영향을 주었을 것이다. 먼저, 아주 어린 시절부터 그는 동생들을 잃는 아픔을 겪어야 했다. 그에겐 다섯이나 되는 동생들이 있었지만 여동생 크로넬리아 한명을 빼고는 모두 태어나 얼마되지 않아 사망했다. 그들의 부모가 받았을 충격이 무지 컸으리라. 그리고 또 어린 괴테 역시도 일찍부터 상실감을 겪었을 듯하다. 그것이 누가 괴테와 결혼할까? 괴테는 누구를 사랑했나?와 같은 생각을 들게 할 정도의 많은 여성들을 ‘사랑’하는 경험을 하게 한 것일까. 아무튼 적어도 13명 이상의 여인들을 사랑했다 하는데, 과연 사랑일까? 욕망일까?


 1) 파우스트 구원의 여인 그레트헨

 참, 조숙하기도 하지. 하긴 일찍부터 시를 짓는 감수성이 그렇게 이끈 것일까. 괴테의 첫사랑은 파우스트에 나오는 여인의 이름과 같은 그레트헨이다. 로미오와 줄리엣보다 더 빠른 세의 이 사랑이 깨어진 후 그는 대학에서 법률 공부를 하면서 자유분방한 생활을 보낸다.

  그녀는 술집에서 잔심부름을 하고 있었고 괴테를 어린이처럼 취급했다하는데 괴테는 이 소녀를 ‘믿기 어려울 정도의 아름다움’이라 예찬했다. 아마도 미화의 측면이 있었던 게 아닌가 사람들은 비판하기도 했다고. 왜냐하면 실제로 어린이 취급에 매우 분개해 잊을 때까지 마음의 안정을 찾지 못했다고 한다.


 2) 안나카타리나 쇤코프

 첫사랑과 헤어지고 1765년 9월말 공부하러 떠난 도시에서 괴테는 식당 주인의 딸 쇤코프를 만나 사랑한다. 그녀에게 <아테네>라는 시집을 바쳤고 그녀와의 사랑과 연애경험을 통해 로코코풍의 시와 희곡, 목가조의 희극 <애인의 변덕>, <공범자>와 같은 글을 쓰게 된다.

 이 때 그리스 연구가 벵겔만이 살해되는 일이 일어나는데 괴테는 벵겔만의 작품을 자주 읽어왔 터라 벵겔만의 살해 소식에 큰 충격을 받는다. 그리고 이내 폐결핵으로 고향으로 돌아가게 된다.


 3) 스산네 폰 클레텐베르크

1768년 그는 다시 고향으로 돌아오게 된다. 젊은 열정으로 또다시 사랑하고 그녀를 위해 시를 짓던 그는 자유로운 생활을 했음에도 병을 얻었던 것이다. 요양생활을 하면서 파우스트가 그러했던 것처럼 신비주의와 중세 연금술에 관심을 가지게 된다. 어머니의 친구인 클레텐베르크 양과의 교제를 통하여 경건한 신앙에 접근하게도 되는데 그녀는 <아름다운 영혼의 고백>의 모델이 되었다 한다.


 4) 프리데리케 브리온

 죽을 때까지 참회하는 마음을 간직하고 있던 여성으로 지센하임의 목사 딸이라고 한다. 괴테가 21세 때 열렬히 사랑했다 하며 그녀 역시 결혼을 원했지만 괴테는 그녀를 버리고 떠났다고. 파우스트에게 유혹당했다 버림 받고 자식을 죽여 사형에 처해지는 처녀의 이야기가 어느 정도는 프리테리케의 일과 다른 여성들에 대한 참회의 마음이 담긴 것이라 볼 수도 있다고.  ‘시골 하늘에서 빛을 발하고 있는 세상에서도 아름다운 별’과 같이 그녀를 예찬하는 말은 많이 하지만 떠난 이유에 대해서는 기록하지 않았다고 하는데 헤어질 때 말 위에서 손을 내밀자 그녀의 눈에 눈물이 넘쳐 흐르는 것을 목격하고 그녀의 슬픔을 알게 되었다고만 기록하고 있다 한다. 프리데리케 브리온에 대한 사랑으로 민요풍의 소박한 서정시를 만힝 썼는데 슈베르트의 작곡으로 알려진 <들장미> <환영과 이별> 등이 있다.


 5) 짝사랑, 이상의 여인, 샤를로테 부프

  몸이 회복되고 1770년 스트라스부르 대학교에서 법률박사 학위를 얻었다. 이 무렵 괴테는 고트프리트 헤르더를 만나면서, 문학의 본질에 눈뜨고 성서, 민요, 호메로스, 셰익스피어 등에 친숙해진다. 귀양 후 변호사 개업을 하지만 문학에 더욱 관심을 가지며 <괴츠(Gottz)>의 초고를 쓴다. 다름슈타트의 메르크와 친교를 맺었다. 1772년 법률 실습을 위해 베츨라 고등법원으로 가게 되는데 그곳에서 그는 그의 오랜 사랑이자 이상인 여인을 만나게 된다. 그곳에서 그가 사귄 요한 케스트너라는 친구의 약혼자인 샤를로테 부프이다. 괴테는 그녀에게 첫눈에 반해 짝사랑하게 된다. 그녀와는 이후 12년에 걸친 연애를 하게 되는데 그의 대표적인 저서인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의 모델이 된 여인이다. 이 작품의 폭발적 인기로 괴테는 엄청난 유명 작가가 된다.


 5) 약혼녀, 릴리 쇠네만

  1775년 4월 프랑크푸르크 은행가의 딸인 릴리 쇠네만과 약혼을 하지만 가을에 파혼한다.  그는 많은 여인을 사랑했는데 갑작스런 결혼 결심은 어떤 이유인지 모르겠다. 더구나 릴리 쇠네만과 약혼하기 전 그는 16세의 소녀 맥시밀리아네를 사랑했다는데 곧바로 프랑크푸르크로 돌아오자 약혼을 한 것이다. 이 약혼이 정착하고 싶었던 때문이라고 얘기되는 듯한데 그런 정착 결심이 계절 하나를 지나 사라져 버리다니.

 당시 18세였던 바이마르 공 카를 아우구스트의 초청으로 11월 바이마르에 가게 되는데 가을 파혼한 괴테에게는 얼마나 위안이 되는 일이었을까 한다. 이곳에서 지내는 10년의 기간 동안 괴테는 정무를 참당하여 추밀참사관, 추밀고문관, 내각수반의 정치적 활동을 하기도 하고 다양한 연구에도 매진한다. 물론 정치적인 영향을 갖춘 괴테가 보다 많은 사람과 교류했을 것은 당연하다. 아우구스트공의 모후 안나 아말리아, 시인 빌란트, 고전적 교양미가 풍부한 크네베르 소령, 궁정가수 코로나 슈레타 등 궁정 안의 많은 사람들과 친교를 맺으면서 자연과 인생에 대해 배우며 이른바 질풍노도의 슈투름 운트 드랑의 격정을 지나 보다 평안하고 원숙한 변화를 이루었는데 거기엔 당연 샤를로테 부인의 영향 또한 있었다. 그녀 역시 시간의 변화와 함께 일곱 아이의 어머니가 되었고 지적이고 우아한 여성이었다 한다. 그러나 1786년 갑작스럽게 떠나야겠다는 생각으로 남몰래 괴테가 이탈리아로 떠나면서 샤를로테 부인과의 관계는 종지부를 찍게 된다.


6) 괴테의 아내, 크리스티아네 불피우스

 수많은 여성을 사랑한 괴테가 갑자기 결혼을 결심한 까닭은 무엇일까. 그의 자식의 어머니이니까 그럴 만도 하다. 그러니까 처음부터 결혼을 한 것이 아니었다. 1788년 바이마르에 돌아온 괴테는 그의 나이 38세에 크리스티아네 불피우스를 만난다. 그녀는 괴테보다 15세 어린 바이마르 조화 공장에서 일하는 여공이었다. 원래는 좋은 집안의 신학자이자 법률가 집안의 딸이었으나 그녀의 아버지의 알콜 중독으로 가난한 환경에서 자랐다 한다. 그녀는 23세에 바이마르 공국 추밀관인 괴테에게 일자리를 부탁하러 갔다가 만나 동거에 들어갔다. 그리고 다음 해 그들의 아들 아우구스트가 태어나는데 아들이 17세 성인이 된 것을 계기로 1806년 가을 결혼식을 올렸다. 그리고 크리스티아네가 병으로 사망하기까지 28년의 세월을 함께 했다.

 그가 그의 아내를 만나며 사랑도 보다 안정되던 1974년 실러와 만나게 된다. 괴테는 실러에서 많은 영향을 받게 되는데 파우스트의 집필에 실러의 지속적인 독려가 있었다고 한다. 그렇게 그들의 우정은 괴테의 작품에도 많은 영향을 주게 된다. 실러와의 교류 중에 <빌헬름 마이스터의 수업시대>, <헤르만과 도로테아>와 같은 작품을 썼다. 1805년 실러의 죽음은 괴테에게는 더할 수 없는 충격을 주는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충격과 상실감을 극복하고 창작에 몰두하고 자연과학 연구에도 몰두하고 있을 때 그의 아내 크리스티아네의 죽음은 또다시 그를 쓸쓸한 인생을 보내게 만들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1816년 그의 아내가 죽은 후 쓸쓸했던 괴테는 시안 하피스의 작품을 읽고 자극을 받아 창작열을 불태웠고 또다시 빌레머 부인을 사랑하게 되어 그녀를 사모하여 읊은 <서동시집>을 발표하게 되는데. 그때가 1819년이다. 사랑한 인생의 동반자가 죽은 지 3년도 안 되어 또다시 사랑, 정말 괴테는 사랑이었나. 하긴 그의 아내가 있고 그가 좋아하던 실러의 죽음으로 힘들어하던 그 시기에도 괴테는 또다른 사랑을 하고 있었다. 미나 헤르츨리프와의 사랑인데, <친화력>이 이 소녀를 모델로 한 것이라 한다. 그리고 이 소설ㄹ은 1809년 출간되었다. 그러니...

 

7) 마지막 여인, 울리케 폰 레베초프

 72세의 괴테는 자신이 잘 가는 휴양지 마리엔바트에서 17세의 이 소녀를 만나 구애한다. 구애의 과정이 웃긴다. 그는 72세의 나이로 결혼을 하면 몸에 독이 되는지 의사에게 물었고 의사는 걱정할 게 없다고 한다. 그러다 2년 후에 청혼을 하는데 울리케는 거절했다고 한다. 그리고 그녀는 후에 수녀가 되었다 한다.

 

 수많은 여인들을 사랑한 괴테의 특징이라면, 그녀들을 사랑하고 그녀들을 위해서인지 그녀들과 헤어져서인지 꼭 관련된 작품들을 남긴다. 마치 자신의 사랑을 꼭 기록해야 하는 것처럼 혹은 작품을 위해 여인이 뮤즈인 듯이 행동하는 괴테의 기질을 뭐라 말할 수 있을까.

 아무튼 많은 사랑을 하며 자유로운 생활을 누리던 괴테는 돌연 이탈리아 여행을 떠나게 된다. 1786년부터 1788년까지의 3년 동안이었지만 이 여행이 괴테에게는 많은 변화를 일으키는 일이었다. 일단, 여행부터가 갑작스런 떠남의 욕구로 이루어진 것이었다.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고 몰래 떠난 여행, 이때 오랫동안 사랑하던 여인 샤를로테 부인과의 관계도 있었는데 이 여행으로 그녀와의 만남도 소원해지고 괴테의 문학적 성향도 고전주의로 변화되는 계기가 되었다.

 1832년 3월 22일, 괴테는 83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난다. 그의 평생의 친구 실러의 무덤 옆에 묻혔다고 하는데 괴테의 마지막까지 함께 한 에커만은 “평안한 기색이 고귀한 얼굴 전면에 깊이 어려 있었다. 시원한 그 이마는 여전히 사색에 잠겨 있는 듯했다.”라고 그의 작품에 기록하고 있다.



•이원용, 세계를 움직인 12인의 천재들, 을유문화사, 1996.

 

 이 책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천재 12명의 천재성에 대해 얘기하고 있는 책이다. 딱 괴테에 대한 내 생각을 확정짓듯이 괴테의 천재성을 사랑, 괴테의 창작의 창조성은 사랑이라고 소개하고 있는 책이다. 피카소의  뮤즈와 같다고 볼 수 있겠다. 한편으로는 천재 혹은 창작자들의 뮤즈는 '여성'인 것이 도식적이기도 하고 여성편력에 대한 자기변명같기도 하다. 그러나 어쩌랴. 많은 여인들을 만나고 나서 그림을 그렸다 하고 글을 썼다 하는데......다른 11명이어야 어떻든....


 •네이버 지식백과, 네이버캐스트, 위키백과

•괴테, 파우스트, 민음사

•페터 요한 에커만, 괴테와의 대화, 민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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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끼리든 벼룩이든 명성이 필요한 걸 


 코끼리와 벼룩 - 직장인들에게 어떤 미래가 있는가

 찰스 핸디 저, 이종인 옮김, 생각의나무


  <코끼리와 벼룩>은 서문과 맺음말 이외 총3부 8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책은 기업을 코끼리로 벼룩을 코끼리에서 벗어나 혼자 힘으로 살아가는 피고용인으로 설정하고 있다. 저자는 코끼리의 삶에서 나와 벼룩의 삶으로 가는 여정을 자신의 삶을 통해 보여주며 고용문화와 같은 변화된 사회환경, 프리에이전트의 시대에 대해 설명한다. 저자는 결국 코끼리의 삶에서 벗어나 벼룩처럼 혼자 살아가야 한다는 핵심 메시지를 전하며 이러한 삶을 포트폴리오 인생이라고 말한다.

  1부는 포트폴리오 인생을 시작하기에 앞서 유년시절과 그 시절 자신이 받은 교육과 깨달음에 대해 설명한다. 인간의 생이란 과거와 뗄 수 없는 것이므로 그 시절의 경험이 밀의 삶과도 관계가 있다는 얘기다. 2부에서는 인터넷 시대의 기업 문화의 변화를 설명하며 달라지는 기업환경과 그 속에서의 개인의 상황과 역할에 대해 말하고 있다. 3부에서는 포트폴리오 인생을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에 대한 방법을 일과 생활의 구획 짓기임을 강조하고 있다.

  저자는 이 책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한다. 즉 이 책은 저자 개인의 삶에 대한 회고록이자 미래에 대한 예언서이고 저자는 이 책 속에 자신의 기억과 편견을 뒤범벅하면서 아이디어와 사상이라고 할 것들을 독자들에게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나는 내가 훗날의 저서에서 아주 독창적이라고 생각했던 아이디어의 여러 가지 형태가 이미 그 책에 나와 있는 것을 보고서 깜짝 놀랐다. 하지만 나중에 그게 그리 부끄러워할 일도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동일한 주제를 가지고 글을 쓴다면 자신의 견해를 급격하게 또 빈번하게 바꾼다는 것은 아주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작가는 과거의 아이디어를 여전히 다루지만 새로운 현실에 비추어 재해석하는 것이다. 그렇게 하여 새로운 통찰, 새로운 관점, 새로운 경험을 나눠줄 수 있기를 희망하는 것이다. p277


   ‘솔직히 털어놓고 말해서 이 책은 기억과 편견의 뒤범벅이다’라고 저자 자신이 말했다. 나 역시도 동감한다. 이 책은 도대체 무언가 뒤범벅이다. 깔끔하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이야기의 내용도 이제는 너무나 친숙해서 달달 외워 버릴 1인 기업가의 생활을 다루고 있다. 때문에 저자가 이 책을 낸 연도에 이 책을 읽었다면 저자의 포트폴리오인생에 대한 이야기들이 놀라웁게 여겨졌겠지만, 알고 읽는 입장에선 내용의 전개가 산만해서 아쉽게 느껴졌다. 그래서인지 지루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저자도 이야기한 것처럼 일과 개인의 이야기가 섞여 있다. 또한 그 과정에서 자신이 통찰, 예견하는 사회도 말하고 있다. 저자는 포트폴리오 인생이 필요함을 강조하고 그 삶을 제안하면서 자신의 생활을 늘어놓는데, 어떤 사회에 대한 통찰보다도 오히려 아내의 부추김으로 인해 그 생활을 하게 된 것이 강조된다. 이것은 저자의 배움과 통찰로 바라보며 보다 전문가적인 입장에서 전하는 이야기로 여겨지기보다는 자신의 삶의 방향을 이끌어준 아내의 이야기를 전하는 듯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그래서 도대체 이게 뭐지?라는 생각이 수시로 들었다. 저자에게 이 인생을 결정하고 확신하고 이끌어 가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은 오로지 ‘아내’의 말이다. 전문적인 방법이나 통찰을 기대한 나에게 오로지 ‘나의 아내는 나와 달리 이것을 이렇게 말했다’라는 메시아적으로 언급하는 이 내용을 나는 얼마나 참고 읽어야 하는가.

 코끼리와 벼룩으로 조직과 개인을 비유하여 이야기를 끌어간 것은 좋다고 본다. 하지만 그 코끼리와 벼룩의 삶에 대한 대비 역시도 명쾌하기보다는 왔다 갔다 정리가 되지 못한 모양으로 보였다. 무엇보다 저자는 이 삶에 대한 확신이 있는 것인가?

  과거의 나가 미래의 모습에 영향을 미친다며 자신의 이야기를 늘어놓았는데 오히려 이 부분도 이야기의 흐름에 방해 요소가 되었다. 읽기 시작해서 얼마 안 있어, 뭐야, 이거 자서전이야?라는 생각이 들었고 앞서도 얘기했듯이 전체적으로 산만하고 정리되지 않은 느낌에 이 부분도 당연 힘을 쏟았기 때문이다.

  뭔가 핵심을 찔러 들어가는 식이 아니라 주변부를 맴맴 도는 듯한 이야기 전개가 시원스럽게 와 닿지 않았다는 것. 물론,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았기에 흥미가 덜했을 수도 있다. 그러니까 지금은 이미 1인 기업가, 프리랜서의 삶에 대한 이야기가 넘쳐나고 있는 상황이기에 새롭지 않은 이야기로 호기심이 당기지 않았다는 측면도 있다. 그렇다고 무작정 13년 전의 상황에서 억지로 읽는 것처럼 이 책을 읽어나갈 수는 없었기에, 이런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과연 경제나 경영 분야의 책은, 시대의 흐름, 시간을 무시할 수 없는 거구나. 그 뿐만 아니어도 당대의 사회적인 분위기, 트렌드라는 것은 무시못할 요소이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프리랜서 생활은 노출된 생활이다. 그것은 자기 신념을 필요로 한다. 비평 혹은 혹평의 형태로 다가오는 피드백으로부터도 배우려는 의욕이 있어야 한다. p319


  저자는 포트폴리오 인생에서 중요한 것은 명성, 명성, 명성이라고 강조했다. 프리랜서를 꿈꾸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저자의 말처럼 오로지 명성이 어떤 일을 하는데 있어서 중요하다는 것을, 개인의 명성, 프로필임을 다시 한번 깨닫는다. 이런 형태의 자기 삶에 관한 이야기, 편하게 읽힌다는 장점은 물론 가지고 있지만, 딱히 차별성이 보이지 않는 형태에서 제일 중요한 차별성은 명성있는 ‘찰스 핸디’가 썼다는 것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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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을 못해서 목적함수를 못찾고 있나?!



 

삶의 정도 

윤석철 교수 제4의 10년 주기 작作

윤석철, 위즈덤하우스,


 이 책은 삶의 목적을 실현하는 방법에 관한 책이다. 저자는 인간이 가치 있는 삶을 완성하려면 ‘목적함수’를 세우는 것이 중요하며 목적함수는 가야할 길을 위한 방향 설정이며 그 의지의 완성체라 말한다. 그리고 명확한 목적함수를 세우기 위해서는 ‘수단매체’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이 둘의 조화를 통해 비로소 삶의 정도를 갈 수 있다고 주장한다. 특히 이 복잡한 시대에 사람들의 머릿속 생각이나, 욕망과 가치관도 혼란스러워진 이때에, 조직의 경영목표 또한 복잡한 이 시대에 ‘간결함’을 추구할 것을 주장한다. 간결함을 추구하는 방법이 바로 수단매체와 목적함수이며, 이를 통해 삶에 필요한 의사결정이 가능하고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방향 설정이 가능하다고 말한다.

 이러한 주장을 3부 12장의 구성으로 담아내고 있다. 1부는 수단매체에 대해, 2부는 목적함수에 대해 3부는 이 두 가지의 결합방법에 대해 저자가 추구하는 바대로 간결한 목차로 정리하여 이야기를 이끌어 나가고 있다.


복잡한 것은 자기 스스로의 복잡함에 얽매어 힘이 없다. 그래서 복잡한 것은 단순화 쪽으로 진화해야 살아남는다는 것이 역사의 대세같다.


목적함수는 외부로부터 쉽게 주어지는 것이 아니고, 자기가 스스로 정립해야 한다. 의미 있는 목적함수는 부단한 자기수양과 미래 성찰을 통해 축적된 교양과 가치관의 결정이다. 모적함수가 정립되었다면 이를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수단매체는 우회축적의 방법으로 형성 및 축적해야 한다.


 이와 같은 저자의 주장을 위해 저자가 이야기를 이끄는 방식은 특이하다. 그에 관한 철학책이라고 해야 할지 방법론이라고 해야 할지 모를 경계가 뚜렷하지 않은 방식으로 서술하고 있다. 저자가 간결함을 추구하라고 말하듯이 책의 문장은 상당히 간결하다. 핵심을 찌르는 단문형태다. 가독성을 높여준다. 글의 분량도 매우 간결하다. 3부 12장으로 구성되어 있고 각각의 장은 여러 소제목으로 나누고 있는데, 소제목의 내용 또한 한두 단락이다. 소제목만으로 내용을 알 수 있을 형태로 구성되어 있다. 한마디로 간결하다는 것, 문장 구성과 장의 구성의 간결함이 이 책의 특징이라고 할 것이다. 

 글의 내용도 인문학과 물리학, 자연과학 등을 넘나든다. 이 속에서 다양한 사례들을 끌어들이고 학자들의 어록들을 결합하고 있다. 한국의 ‘통섭의 대가’라는 명칭답게 저자는 자신이 공부한 인문학과 자연과학을 잘 결합한 글쓰기, 내용을 다루며 핵심메시지를 전달하는데 할애하고 있다.

 간간히 서술되고 있는 저자의 어린 시절의 이야기. 조서현의 이야기. 그 시절 어떻게 가난을 인지하게 되었는지 그것을 위해 얼마나 열심히 공부를 했는지, 누나의 혼수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돼지를 기른 이야기. 그리고 여러 전공의 공부를 하게 된 계기들. 이러한 자신의 일화들이 실화이기도 하기에 좀더 깊이 있게 다가왔다.

 저자의 글쓰기 방식은 간결함과 명확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목차만 훑어보아도 내용이 이해될 정도이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청소년용 백과사전을 읽는 듯했다. 또한, 저자의 통섭을 극대화하는 방안이기도 하겠지만, ‘나 여러 전공을 했소’라는 것이 너무 표면적으로 드러낸다는 느낌도.

 농심의 사례를 많이 들었네 했더니 농심 사외이사이고, 한두 개 맘에 들지 않는 사례의 연결성에 의구심을 가졌다. 전체적으로 이 책은 뭘까를 생각했다. 좋은 방법을 가지고 다양한 장점을 가진 형태로 글을 쓸 수 있음에도 좀 미흡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철학이라고 하기엔 저자의 지식의 나열느낌도 나고, 간간히 자신의 지난 이야기를 읊조리는데 도대체 이 책의 장르는 뭘까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던. 사실, 모든 책의 줄거리는 간결하다. 그 간결함을 제시하기 위해 한 권의 책으로 나열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게 본다면 저자의 매우 간결한 메시지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저자 자신도 복잡함보다는 간결성을 추구하고 있으니까. 그래서 오히려 이런 생각도 든다. 어쨌든 지극히 간결한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저자는 이리도 백과사전식으로 나열해 놓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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