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라리스 빈의 우승컵 구출 작전 클라리스 빈의 학교생활 2
로렌 차일드 지음, 김난령 옮김 / 국민서관 / 200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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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애들에게 책을 사주는 기준은 솔직히 말하자면 좀 멋대로다.  학교에서 날아온 권장도서목록은 저만치 옆에 제껴놓고, 나는 알라딘을 뒤진다.  표지도 이쁘고 제목도 근사하고.. 한마디로 내가 읽고 싶은 책을 고르는 셈이다.  내게 간택받은 이 책 <클라리스 빈의 우승컵 구출작전>도 그렇게 우리집으로 왔다.

사실, 이 책은 선명한 색상과 똘망똘망한 여자아이가 그려진 표지만으로도 시선을 끈다.  한데, 받고보니 더 만족스러웠다.  양장본이라는것도 좋지만  꽃분홍색의 띠가 책갈피 대신으로  붙어 있다. 게다가,  겉표지 바탕은 매끌한 감촉으로 하고, 그림 부분은 다른 질감을 사용하여 자꾸만 만져보고 싶게 만들었다.

로렌 차일드의 작품을 전에는 본 적이 없었는데, 알고보니 유명 작가였다. 아무래도 나만 몰랐나 보다. 그녀의 삽화가 넘 마음에 든다. 그리고, 톡톡 튀는 문체가 너무나 즐겁다. 주인공의 마음 상태에 따라 제멋대로 춤추는 글자모양도 재밌다.

이 책에서 일어나는 가장 큰 사건은 독서경진대회에 걸려있던 우승컵의 분실과 그걸 찾기위해 동분서주하는 클라리스 빈의 활약이지만, 사실 그것보다도 더 눈에 들어오는건  학교 생활과 친구들과 가족들을 묘사하는 귀여운 소녀의 머릿속이다.   외동딸이고 싶어하는 소녀 클라리스 빈의 끊임없이 팽글팽글 도는 머리속을 따라가다 보면,  귀엽고도 발랄한 상상력에 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 내 머릿속에 있는 귀중한 공간은 모두 별로 중요하지 않는 것들로 가득 차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게바로 내가 집중하지 못하는 이유다.  "팔꿈치를 식탁에서내려라."라든가, "동생 꼬집지 마라."와 같은, 자질구레하고 쓸데없고 전혀 도움이 안 되는 잡동사니들로 가득 차 있기 때문이다.

나름대로 불만이 가득한, 얼마나 귀여운 발상인가..!^^

싫어하는 선생님과 매일 마주하고 싶지 않다는 클라리스 빈의 말에 아빠는 어른이 되어서도 마찬가지며, 자신 또한 그런 상사가 있다고 한다. 그러자, 그녀의 대답은 걸작이다..

- 적어도 아빠는 괴롭힘을 당하는 대가로 월급은 받잖아요. 전 완전히 무료라구요.

그녀의 생활과 함께하는 책이 있다. 루비 레드포트 탐정 시리즈다.  그녀의 생활 구석구석마다 이 책이 등장한다. 소녀 명탐정인 루비 레드포트의 이야기에 푹 빠진 클라리스 빈은 모든 상황을 루비 레드포트의 생활에 적용시키고, 생활해 나간다. 분실된 우승컵을 찾게 되는 과정도 꼬마 명탐정 루비 레드포트를 연구한 덕분이랄까..ㅎㅎ  우리 딸은 이 책을 읽고나더니, 루비 레드포트 시리즈를 사달라고 난리다. 아무리 실제 책이 아니라는 얘기를 해도 내가 인터넷을 뒤지는걸 보고서야 포기한다.

말이 아이책이지 어른들이 읽어도 무방한 내용이다.  이 책을 읽고나니 같은 작가의 다른 작품도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몇 권을 보관함에 넣어놓았다.

읽는동안 참 유쾌하고 즐거웠다. 소녀시절로 다시 돌아간 느낌, 혹은 소녀친구를 하나 사귄것 같은 느낌이다..  루비 레드포트 시리즈를 읽느라 책벌레가 된 클라리스 빈의 삽화 하나를 올리면서 이 느낌을 전할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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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티나무 2005-04-15 19: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보고파요, 클라리스 빈!
<난 토마토 절대 안 먹어!>밖에 못 봤는데, 빈 시리즈는 이렇군요~^^
재밌을 것 같아요.

날개 2005-04-15 19: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난 토마토 절대 안 먹어!> 가 그렇게 재밌다면서요? 전 다른걸 안봐서 궁금해요..^^

깍두기 2005-04-15 20: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넘 맘에 들게 생겼어요. 하는 짓도 다 맘에 들고. 말하는 뽄새가 소현이 비슷한 거 같아요 ㅎㅎ
3학년이 볼만한가요?

울보 2005-04-15 20: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로 귀여운 책이지요..
아이들의 상상력을 볼수가있답니다,
류도 너무너무 좋아하는 책인데..
난 토마토 절대 안 먹어,,,

울보 2005-04-15 20: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을 찾아올립니다,,,

이책을 많이들 사지요,,정말 즐거운 책

이책도 좋아하는데..

 

 

 

 

저 두남매 너무너무 귀여워요..


날개 2005-04-15 20: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깍두기님, 그렇겠군요..! 소현이...ㅎㅎ 저 책이 원래 초등학교 3학년부터 읽는 책이예요.. 보여주세요..!
울보님, 오오~ 이렇게 책도 찾아주시다니.. 고마와요..^^
근데, 혹시 <난 토마토 절대 안 먹어>는 너무 유아용 책인가요?

울보 2005-04-15 20: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쎄요..
아이들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만일 편식을 하는 아이라면 저학년인경우 한번 읽어보는것이 어떠신지...
아이들이 고학년이면 그렇지요..
우리 조카가 작년에 일학년일때 이책을 보고 혼자서 좋아라 하더군요,,
아이들마다 조금씩은 다르니까..
지금의 류가 좋아하니,,,,,,

하루(春) 2005-04-15 21: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지막 사진이 책벌레인가요? 고거 참 귀엽군요.

날개 2005-04-16 08: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울보님, 그렇군요..으으음.. 선물을 받을까? 흐흐~
하루님, 정말 귀엽죠? 책을 많이 읽어서 책벌레가 된 모습이래요..^^

2005-04-18 10: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5-04-18 11: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책읽는나무 2005-04-20 17: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렌 차일드가 여자였군요!..어쩐지 섬세한 면이 있더라니..^^

그리고 클라리스 빈이 롤라가 자란 모습 같아 보이네요..ㅋㅋㅋ
전 찰리와 롤라가 나오는 토마토랑 잠자기 싫다는 책만 봐서 이런 책이 있었는지 님을 통해 처음 알게 되었네요..^^
일단 보관함에..^^

날개 2005-04-20 19: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토마토랑 잠자기싫어 그 책도 한번 봤으면 좋겠어요..^^

다오얀 2005-04-28 15: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도 있어요, 로렌 차일드 그림.  전 다른 책보다도 이 책이 맘에  들어요.

로렌 차일드 그림을 생각하면, 톡톡 튄다는 느낌이 드는데,

명화랑 같이 있는데도 명화의 느낌을 전혀 해치지 않는....

그리고 <클라리스 빈의 영어 시험 탈출 작전>도 나왔던데요. 무슨 내용일지 궁금궁금...


날개 2005-04-28 15: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다오얀님..^^* 소개해주셔서 고마와요. 그림 보니 무지 땡기네요..
영어시험탈출작전은 저도 궁금해요..^^

인터라겐 2006-11-02 08: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날개님... 안녕하시지요? 조카 책 주문넣으러 들어왔다가요..헤헤.. 잘 지내고 계시지요?

날개 2006-11-02 10: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 인터라겐님.. 왜 이렇게 오랜만에 오시는거예요~~!!!^^ 넘 반가와요~
 
카멜레온 자일 - 단편
이노우에 타케히코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05년 4월
평점 :
절판


<슬램덩크>, <배가본드>, <리얼>로 유명한 이노우에 타케히코의 단편집이 나왔다.  작가의 명성도 명성이거니와, 강렬한 눈빛을 뿜어내는 표지그림의 남자도 마음에 들어 망설임없이 책을 주문했다.  단편집 치고는 책값이 좀 비싸다 했더니, 보통 책 두배 정도의 두툼한 두께가 투덜거림을 없애주었다.

알고보니, 이 작가 초기의 단편만을 모아놓은 것이었다.  총 4편의 작품은 표제작인 <카멜레온 자일>을 비롯하여 , , <카에데 퍼플>이다.  여기에서 <카멜레온 자일>이 책 대부분을 차지하고, 나머지 작품들은 그냥 간단한 단편이다.

카멜레온 자일

최강의 리스크 헌터(위험청부인)인 카멜레온 자일은 경찰에서 처리하지 못하는 유괴, 테러리즘, 살인방지등 수많은 위험에 대처하는 범죄방지의 프로페셔널이다.  그의 특이한 능력은 얼굴을 자유자재로 바꿀 수 있다는 것... 초인적이라 할 수 있는 집중력으로 미간에 있는 '차크라'에 모든 신경을 집중 시킨 뒤, 생명에너지를 폭발시켜 육체를 자유자재로 바꿀 수 있다는데...-.-;

다른때에는 이런 설정도 잘 받아들이는 편이었는데, 이 작품에서는 어쩐지 그런 말이 황당하게 느껴지는건.. 아마도 균형잡히지 않은 초기의 어설픔 때문이 아닐까 생각된다. 하드보일드 코믹액션을 내세운것 답게, 일을 할 때는 제법 진지한 얼굴에 호쾌한 액션을 선보이다가,  평상시엔 푼수같은 행동을 서슴치 않는 자일을 보여주어 웃음짓게 만들기도 한다.

그림은 지금과 많이 다르다. 얼핏 지금의 모습이 눈에 뜨이기도 하지만, 작가이름을 모르고 봤다면 눈치를 못챘을 것이다. 말하자면, 그다지 특이할 것 없는 액션만화다.

BABY FACE

네 단편 중 가장 마음에 든 작품이다. 순진한 얼굴을 가진 암살자의 이야기인데, 희망도 사생활도 없는 그의 아픔이 느껴졌다. 짧지만 강렬한 이야기이다.

JORDAN처럼

가장 슬램덩크를 많이 느끼게 한 이야기이다. 아마도 슬램덩크의 기초가 되지 않았을까? 서태웅과 흡사한 인물이 나와서 즐거웠다. 3 대 3 농구를 통해 농구의 짜릿함을 잠깐이나마 보여준 이야기이다.

카에데 퍼플

역시 농구 이야기이다. 농구를 통해 깨닫고 성장한다는 뭐 그런류를 그리고 싶었던 것 같은데, 주인공 카에데의 무표정하면서도 관조하는것 같은 얼굴을 제외하면 다른 캐릭터들은 그다지 맘에 들지 않았다.

슬램덩크나 배가본드의 짜임새를 기대하고 책을 읽는다면 실먕할 것이다. 차라리 모르는 작가의 단편이라 생각하는것이 선입견을 가지지 않고 작품을 대할 수 있는 비결이 아닐까 싶다. 어느 작가나 초기의 시행착오를 거쳐가며 탄생했기에,  이런 책들도 어느 정도 애정을 가질 수는 있을 것 같다.

큰 기대없이 보기에는 그럭저럭 무난한 평작 정도는 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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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무비 2005-04-13 20: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초기 단편들이 좋은 작가들 별로 못 봤어요.
그림체는 그렇다 치고 아이디어나 창의성이 제일 뛰어날 때였을 텐데......

날개 2005-04-13 20: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디어는 좋아도 그걸 제대로 구현해낼 세련됨이 부족해서 그런가봐요..
저 작가가 <카멜레온 자일> 같은 아이디어로 지금 다시 쓴다면, 아마도 멋진 작품이 나올걸요?^^

oldhand 2005-05-12 17: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무래도 초기에는 그림실력과 연출력이 많이 떨어지긴 하지요. 물론 <무한의 주인>같은 데뷔작을 그리는 사무라 히로아키 같은 작가도 있지만요. 이런 경우엔 또 후속작이 데뷔작을 뛰어넘지 못하고 버벅이게 되는 경우가 흔하지요..

날개 2005-05-12 17: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 <무한의 주인>은 정말 대단하지요? 데뷰작이면서도 그런 섬세한 작품을 그릴 수 있다는게 놀랍습니다..
 
과학축구단 1 - 위기의 학교를 구하라, 스포츠 과학 학습만화-축구 스포츠 과학 학습만화 1
그림나무 글 그림, 이인호 감수 / 뜨인돌 / 2005년 4월
평점 :
절판


애초에 애들용으로 나온 책들은 웬만하면 안본다.  애들책까지 일일이 들여다보기에는 내가 볼 책이 너무 많다. 한데, 이 책 <과학축구단>은 읽어보지 않을 수가 없었다. 초등학교 2학년인 울 아들이 나를 줄줄 따라다니며 책을 낭독해주는데다, 얼마나 키득거리며 웃어대던지..  
결국, 도대체 얼마나 재밌는지 보자며 책을 펴들었다.

주내용은 학생수가 14명밖에 안되어 폐교위기에 몰린 들꽃초등학교의 학생들이 축구를 통해 학교를 살리는 이야기이다. 아이들이 푹 빠져들 수 밖에 없이 만드는 만화의 요소들 - 축구에 천부적 소질을 가진 영웅, 반칙을 일삼는 다른 팀의 악당, 위기의 순간에 힘을 합쳐 해결하는 감동  등등 - 이 곳곳에 배치되어 왜 우리 아이가 그토록 책에 매달렸는지 알것 같았다. 게다가 이야기를 코믹하게 엮어놓아, 웃음을 연신 자아내게 한다.

스포츠 과학 학습만화를 표방한 책답게 이 책에는 축구에 대한 이야기가 과학적인 설명과 함께 자세히 나온다.  이야기를 끌어가는 만화 중간중간에 축구에 관련된 과학 상식을 넣어놓아 아이들이 저절로 그것을 익힐 수 있도록 배려했다. 
축구화나 축구공에 얽힌 과학적인 비밀이며, 왜 잔디구장이 좋은지.. 운동전에는 왜 준비운동을 해야하는지.. 등등 그림을 곁들인 쉬운 해설로 아이들도 이해하기 쉽게 해놓았다. 실제로 그 안에 있는 내용을 아이에게 물어보니 제대로 포인트를 집어내어 잘 알고 있어 기특했다.

2권까지이다.  책을 읽는 내내 울 아들은 옆에서 장면 장면마다의 해설을 곁들여 날 웃겼다. 물론, 어른들이 보기에는 좀 유치하지만,  아이들에게는 적당한 책인것 같다. 재밌게 읽으면서 스포츠 상식까지 익힌다면 일석이조라 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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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져 2005-04-10 23: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들의 해설 한번 듣고 싶네요 ㅎㅎㅎ
날개님 아들에게 추천을....^^

2005-04-11 09: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날개 2005-04-11 09: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플레져님, 감사합니다..^^* 하도 옆에서 이 장면이 웃기다느니, 멋있다느니, 혹은 이 장면을 잘 보라는 둥 말을 늘어놓는 통에 정신이 어찌나 산란하던지요..ㅎㅎ
속삭이신 님, 벌써 이 책을 열댓번은 봤습니다..^^ 외우고 다녀요..

겨울 2005-04-11 20: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카아이가 축구를 무척 좋아해요. 마침 뭘 사줄 지 결정하지 못하고 있는데, 이 책이 좋겠네요. ^^

날개 2005-04-11 22: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선물이 되면 좋겠네요..^^

2005-04-12 17: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날개 2005-04-12 19: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이신 님, 그랬다니 리뷰 쓴 보람이 있군요..^^ 말씀 고마와요~!
 
내 마음속의 자전거 1
미야오 가쿠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01년 11월
평점 :
품절


어렸을 때 자전거를 타본 적이 있다.  위험하다고 자전거는 못 사주겠다는 엄마의 말에, 남의 집에서 빌려서 자전거를 배웠다. 매일매일 문을 두드리며 자전거를 빌려달라는 내가 그 아줌마는 얼마나 미웠을까..ㅎㅎ
혼자서 조금씩 배운 자전거가 조금 익숙해질 무렵에 한번 크게 굴러버렸다. 그 이후로는 관심 뚝~   내가 좀 겁이 많다..^^

<내 마음속의 자전거>는 자전거가 주인공인 만화다.  자전거를 가업으로 살아온 아오바 자전거포의 주인 토게 코이치와 그의 딸 아오바를 중심으로, 이 자전거포에 자전거를 사러오는 사람들의 조그마한 이야기들이 옴니버스 형식으로 펼쳐진다.

각각의 짧은 이야기들은 그 사람에 맞는 특색있는 자전거를 소재로 재미나게 진행된다.
조립에 재주가 없던 젋은 아버지가 아이를 위해 정성들여 만들어주는 조립식 자전거 '로빈',  몸약한 그녀에게 청혼하기 위해 만든 2인승 자전거 '탠덤',  기계치를 위해 3초만에 접을 수 있다는 '브리지스톤 트랜지트 컴팩트' 등등..
각자의 사정에 맞춘, 각자의 사이즈에 맞는 자전거들로 그들은 행복해진다.

감동적인 이야기, 가볍게 웃을 수 있는 이야기, 눈물이 흐르는 이야기 등등.. 이 책에는 참 많은 사람들과 많은 이야기가 존재한다. 한가지 아쉬운 점은 이야기들이 하나같이 너무 짧다는 것..  감동을 느낄만 하면 끝나버려 뭔가 좀 부족함을 느낀 것이 여러번이다. 기왕이면, 조금만 더 호흡이 길었다면 좋았을 것 같다. 
물론, 자전거에 촛점을 맞추기 위한 거였을지 모르지만, 주인공으로 내세울만한 인물이 특별히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도 극의 재미를 떨어뜨린다. 아오바 자전거포의 주인을 주인공이라고 내세우기는 2% 부족함이 있다. 그는 그냥 도와주는 인물정도라고 해야 할 듯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자전거 얘기를 읽다보면 겁많은 나도 다시 자전거를 탈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든다. 내 몸에 맞는 안정감 있고 근사한 자전거가 어디선가 나를 기다리고 있을 것만 같은 느낌이다. 아오바 자전거포의 주인을 만나서 나에게 적당한 자전거를 소개받고 싶다. 
그래! 나는 빨강으로 멋을 낸 접이식 자전거가 갖고싶다. 핸들은 손에 적당히 맞아야 하고, 페달은 밟기 편안해야 한다. 접었을때 가능하면 부피가 작고, 가벼웠으면 좋겠다.   그런 자전거 어디 없을까?^^

자전거를 타고 나가고 싶다. 바람을 맞으며 신나게 달리는 상상을 열심히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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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무비 2005-04-10 14: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박흥용의 <내 파란 세이버>도 좋죠?
리뷰 좋네요.^^

하루(春) 2005-04-10 14: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전거 다시 타세요. 좀 작은 거 사면 차에 싣고 호수공원(거기도 있는 거 맞죠?)에 가서 타도 되고.

날개 2005-04-10 20: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드무비님, 그 책도 안봤어요.. 이 책도 다른분 말씀듣고 봤는데.. 저 왜 이렇게 안본책이 많죠? ㅡ.ㅜ
하루님, 자전거 사고싶어요.. 부담스럽지 않은 자그마한거로.. 울 딸래미 자전거는 있는데, 그걸로라도 탈까요?^^

날개 2005-04-13 10: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새벽별님, 바로 그거예요.. 아오바는 지름신! ㅎㅎ
 
에덴 1
엔도 히로키 지음 / 세주문화 / 1998년 1월
평점 :
절판


엔도 히로키의 <에덴>은 아직 완결되지 않은 SF만화이다. 바이러스에 의해 그리고, 자랑하던 과학문명에 의해 인류가 얼마만큼 비참해질 수 있는가를 여실히 보여주는 매우 잔혹한 만화임에 틀림없다.  사람의 목숨이 한갖 파리목숨처럼 너무나도 쉽게 버려지고, 인간들의 이기심은 극에 달해 서로 믿지도 교류하지도 않는다. 어떻게 보면 지금의 인간들에게서도 찾아볼 수 있는 모습일지도 모르겠다.

에이즈 이후로 인류에게 다가온 것은 경질화 바이러스.. 면역계에 덤벼든 것까지는 에이즈와 같지만, 에이즈와 반대로 면역계를 과잉반응시켜폭주하게 만드는 병이다. 면역이 '자기'를 지키려 한 나머지 '외계'를 셧아웃 시켜버리고, 폐쇄상태가 되어 말그대로 체피가 딱딱한 각질층으로 둘러싸이게 되고.. 그 안에서 내장이 괴사하여 질척한 스튜화 되버리는 것.. 마지막으로 그 스튜는 몸의 구멍이란 구멍으로 모조리 흘러나와 텅빈 껍데기만 남게 된다. 이런 병은 너무 무섭다.

자신들이 만든 기계가 폭주하여 멸망하고, 병에 당해 죽고.. 이런 가운데도 인류는 끈질기게 살아남는다. 다친 몸을 기계로 바꾸는 것이 보편화되어버린 사회, 살아남기 위해 다른 사람을 죽이는게 너무도 쉬운 사회가 된다. 거기다가 잔인한 인간들은 물리쳐야할 바이러스까지 다른 사람을 죽이는 무기로 이용한다.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유명한 마약상의 아들 에리어는 그나마 가장 인간적인 소년이다. 최소한 뭐가 옳은가만은 제대로 판단하려고 애쓰고 있다. 그러나, 현실은 만만치 않은법.. 복수를 위해 결국 손에 피를 묻힌다. 도대체 어떻게 사는 것이 옳은것인가는 읽는이에게도 숙제거리다.

독자는 이 책에서만은 누구에게도 정을 주어서는 안된다. 작가는 절대로 그걸 허용하지 않는다. 조금만 익숙해지려고 하면 여지없이 죽어버려, 마치 이 비정한 현실을 받아들이라고 강요하는 것 같다.  하지만, 결코 책에서 눈을 떼놓을 수는 없게 만든다. 숨죽여 그들을 지켜봐야 하는건 한편으론 괴롭다.

미완이다. 더 이상의 출판을 기대할 수 없다는게 너무나 안타깝다. 읽느라고 힘들었지만, 나에겐 가슴깊이 남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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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春) 2005-04-01 21: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왜 미완이에요? 게다가 절판.. 흠 그리움만 쌓이는 게 아니구, 궁금증만 쌓여 가네요.

날개 2005-04-01 21: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이 세주출판사에서 나온거거든요.. 세주출판사 망해서 여기서 나온 책은 전부 절판입니다.. 인기책은 다른 출판사에서 받아서 계속 발행해주는데요, 이 책은 그런 행운도 없을것 같더군요..-.-;

플레져 2005-04-02 00: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만화책 읽는 여인, 날개님. 리뷰 잘 보았어요. 추천합니다 ^^

2005-04-02 09: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날개 2005-04-02 09: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플레져님, 님이 그렇게 부르면 되게 고상하게 들려요..ㅎㅎ 감사합니다..^^
속삭이신 님, 잘 하셨어요.. 이제 더 이상 살 수 없으니, 있을때 구입해야죠..ㅎㅎ

2005-04-04 08: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balmas 2005-04-06 01: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허걱, 사볼까 그랬더니 절판이네요 ... ㅠ.ㅜ

날개 2005-04-06 09: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주출판사 책들이 다 절판이랍니다..ㅠ.ㅠ

2005-04-06 21: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날개 2005-04-06 22: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이신 님, 내일 보내드리겠습니다..^^*

JUNE 2005-04-29 16: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정말 구입하고 싶은데...아 어떻게 좀 안돼나..그럼 일본에선 계속 나왔나요?

날개 2005-04-29 18: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주니님, 안녕하세요..^^ 안타깝군요. 책이 절판이어서 지금은 구하기가 힘들구요, 오프라인 서점이나 중고시장을 돌아보셔야 할 것 같네요..
저도 다른 분께 드려서 지금은 없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