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대산세계문학총서 171
라오서 지음, 김의진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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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주족 영재 출신 작가. 자기 실력 하나로 어려운 시절에 나름대로 성공한 입지전적 인물. 그러나 중국 현대사의 숱한 지식인이 그러했듯이 문화혁명 와중에 당한 린치와 모욕을 견디지 못하고 험한 한 세상을 등진 라오서가 어쩌면 자신의 특기인 블랙 유머를 유감없이 펼친 작품이 <이혼>이다.

  1933년 작품. 서른네 살의 라오서는 이제 결혼 3년차였다. 영국에서 다년간 살다 온 그가 보기에 당대, 1920년대 말부터 30년대 초까지 중국은 여전히 봉건적 잔재로 뒤덮여 있었는데, 작품의 무대인 베이펑, 만주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본군의 침략과 전국을 들썩이게 만든 국민당, 공산당의 투쟁과 별로 관계없이 그나마 이럭저럭 어쨌든 겉으로 보기엔 별 탈 없이, 그러나 나중에 보면 폭풍전야의 평온함을 누리고 있었을 것이다. 베이펑에서 그나마 좀 깬 사람들은 일부 공산주의를 지지하기 시작했으나 그걸 제대로 알고 믿는 것이 아니라 그저 유행처럼, 남들보다 뒤떨어지지 않으면서도 두각을 나타내기 위한 “공산주의 참칭자”들이 대부분이었다. 작품 속에서도 진정으로 혁명을 믿고 공산주의를 신봉하는 인물은 하나도 발견할 수 없다. 반면에 당시 베이펑을 지배하던 세력, 그게 누구인지 장제스가 이끄는 국민당인지 그저 막강한 군벌 호족인지 알 수 없지만, 지배권력은 공산주의를 불가촉의 악으로 규정하여 무분별하게 체포, 처형했던 모양이다. 이런 시대상은 그의 대표적인 희곡인 <찻집>의 2막 장면과 매우 유사하다. <찻집> 역시 읽어볼 만하고 권할 만한 작품이니 참고하실 사.


​  제일 먼저 라오서가 볼펜에 힘을 주었던 인물은 중요한 조연인 ‘장다거’. 이게 이이의 본명은 아니다. 성이 장張 씨인 50대 남자로 관청 재정소의 2급 사무원이다. 중국에서 ‘다거’는 우리 발음으로 대충 다꺼, 따꺼 등으로 들리며, ‘대가大哥’ 큰형이나 형님을 뜻하는, 남자를 향한 존칭이다(우리나라 TV에서 나이 든 딴따라 조용남을 향해 누군가가 ‘조다거’라고 말해 설화를 빚은 적도 있다).

  하지만 재정소 사무원은 얼핏 보면 그냥 부업 같다. 그깟 봉급으로 어떻게 무절제한 낭비를 미덕으로 믿고 있는 맏아들과 딸을 대학과 기숙 고둥학교에 보낼 수 있을까. 주 수입원은 직접 살고 있는 집 말고 가지고 있는 두 채의 집에서 나오는 임대료와, 업무상 물품 구입처에서 받는 리베이트의 일부인 것처럼 보인다. 그렇다고 이이가 무턱대고 활수한 것은 아니다. 원래 부자들의 씀씀이가 그렇다. 필요한 것엔 과감하게 쓰되 허튼 것에는 한 푼을 무서워하는 법이다. 장다거의 본업은 공무원이라기보다 차라리 중매쟁이라고 해야 마땅하다. 그가 일생을 바쳐 이루고 싶은 신성한 사명은 중매, 그리고 이혼의 퇴치다. 그가 중매를 할 경우에 긴 대저울의 끝에 신랑과 신부가 될 인물 둘을 앉힌 다음 저울 추가 평행과 매우 유사한 균형을 잡을 때에 한해 신주단지를 보내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으니, 세상의 모든 이혼의 원인이 중매쟁이의 저울이 부정확한 데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왼쪽 눈에 심각한 안검하수 기가 있어 눈꺼풀이 눈을 덮을 정도라도 이 덮은 눈이 사물과 사건을 보는 혜안이라서 세상과 사람들과 심지어 시장판 물가까지 훤히 내다보는 터, 베이펑의 내로라하는 인물들은 하나 빠짐없이 장다거에게 중매를 부탁하는 판이었다. 이런 판세라면 당연히 장다거의 가장 중요한 생활은 사람들을 두루두루 잘 사귀어 두는 것일 터이고, 그러기 위하여 얼마나 큰 마당발을 가져야 하겠는가.


​  딱 이때, 두루두루 좋은 인간관계를 맺어야 할 때, 그의 눈에 들어온 사람이 있었으니, 작품의 주인공이자 자신과 함께 관청 재정소에서 함께 2급 사무원으로 일하는 라오리. ‘라오리’ 역시 본명이 아니다. 나이 든 리씨, 그러니까 우리나라식 표현으로 하자면 “리형” 정도나 그것보다 약간의 존칭으로 보면 좋다.

  이 양반은 장다거와 거의 반대 성격을 가지고 있는 지식인이다. 크가 크고 호리호리한 체구의 라오리는 “일처리가 꼼꼼해서 온갖 고생을 도맡아야 하는 바람에, 외부출장이나 돈을 나누어 갖는 일, 승진 등은 모두 다른 사람 차지가 되는” 것에 조금도 유감을 가지지 않는 이른바 바른생활 사나이다. 많이 문학적인 인물로 오직 시정詩情, “시적인 정취” 만이 자신의 바람이라고 주장한다. 시정이 정말 문학의 시적인 정취냐고?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시정’을 여러가지로 생각할 수 있는데, 라오리 스스로 “봉건제도는 낭만의 역사적 흔적이고 계급투쟁이 ‘시정’의 길”이라고 생각하는 적도 있다. 꿈만 꿀 것인가, 절실하게 살 것인가? 꿈을 꾸는 것은 시정이고, 절실하게 사는 것은 생활. 이 진퇴양난의 벼랑에서 우리의 주인공 라오리의 고뇌는 깊어 간다.

  좀 부유한 집안에서 낳고 자란 라오리. 그러나 부잣집이라도 시골 부잣집이니 베이펑 수준으로 그냥 그런 부자였겠지만 하여간 베이펑, 당시 이름으로 베이징으로 유학을 와 대학을 졸업을 하고 그길로 관청에 취직을 해 수도에 눌러앉은 라오리. 그는 대학 다닐 당시 부모가 일찌감치 점 찍어 둔 아가씨와 하기 싫은 결혼을 해야 했다. 파혼을 할까 생각도 해봤지만 그것까지 부모의 뜻을 따르지 않는 것이 너무하다 생각해 두 살 많고 봉건잔재의 대표로 상징하는 전족을 한 아가씨와 할 수 없이 결혼을 했고, 마음은 그렇지 않더라도 결혼만 하면 생기는 것이 아이들이라, 위로 아들, 아래로 딸, 이렇게 자식 둘을 두었으며, 처자식은 시골에서 부모와 함께 살고 있다. 딱 그림이 그려지시지? 20세기 초반의 식민지 조선의 모던 보이들. 고향집에 두고 온 사철 발 벗은 아내를 향한 짜증과 후회와 기타등등.

  라오리는 자신의 처지에 대한 비관이 차츰 결혼제도의 근본적인 부조리로 바뀌고, 이것을 그대로 두었다가는 라오리 말대로 언젠가는 이혼을 할 수도 있을 것 같아, 눈부신 조연, 장다거가 자기 집에서 적지 않은 돈을 들여 양고기 샤브샤브를 요리해주며 시골의 처자식을 베이펑으로 데려오라고 설득한다. 라오리 입장에선 조금도 그러고 싶은 마음이 없지만 이미 양고기 샤브샤브를 배불리 먹은 다음이라 차마 그가 하는 말을 안 된다고 거부할 수 없어 고민하고 있는데, 베이펑 최고 마당발을 자랑하는 장다거는 자기가 적당한 셋집도 물색해줄 것이며, 살림살이 역시 지원을 해주겠노라 했고, 나중에 정말로 그렇게 했다. 대단한 장다거다. 그리하여 전족을 한 촌 여인 리부인이 아들 잉과 딸 링을 데리고 베이펑의 좐타 후퉁(골목)에 있는 디귿 자 삼합방의 다섯 간짜리 북채에 살게 되며, 이로써 라오리는 자기 혼자도 버거운 엉망진창의 베이펑, 봉건과 혁명과 부패의 와중에 아내 그리고/또는 결혼제도와도 한 판 맞짱을 떠야 하는 숙명을 맞이한다.


​  여기에 빠질 수 없는 것. 관청 재정소를 구성하고 있는 공무원들. 심지어 글자도 많이 알지 못하는 전직 군인도 있고, 표준어 사용에 매우 심각한 문제가 있는 직원도 있으며, 대단한 사기꾼, 이것을 넘어 천하의 악당, 인신매매 같은 것도 서슴지 않는 진정한 악당 샤오자오, 작은 조趙씨도 있다. 당연히 작은 조씨, 샤오자오가 문제다. 이이는 소장의 아내와 ‘매관매직’을 매개로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어, 이 거래를 통해 약 2백명과 연결이 되어 있는, 직급은 겨우 2급 사무원이지만 관청 내에서 막강한 권력을 자랑하고 있는 악당이다. 처음엔 악당이라기보다 좀 지나친 장난꾼으로 등장하다가 조금씩 역할이 넓어지면서 나중에 가서는 수십만 위안 정도를 보유한 검은 재산의 소유자요, 흉악범죄를 눈꺼풀 하나 깜짝 하지 않고 저질러버리는 범죄자로 등장한다. 20세기 초반의 중국문학이니까 권선징악일 터이고 그러니 불행한 종말을 맞지 않겠느냐고? 왜 이러셔, 명색이 근현대 중국문학의 큰 별로 추앙받는 라오서인 것을.

  샤오자오가 본격적으로 뜨는 계기는 어처구니없게 장다거의 아들 톈전이 공산주의자로 지목되어 포승줄에 묶인 채 쥐도 새도 모르는 곳으로 끌려간 이후다. 어찌 어처구니가 없느냐 하면, 장다거가 생각하기로, 공산共産, 물자의 공동생산, 공동소유를 이루면 이후에는 당연히 공처共妻, 마누라를 공유하자는 주장을 할 것인 바, 공처를 하면 중매쟁이가 필요 없게 되니 자신의 존재 이유가 사라지게 되어 버린다. 그래서 장다거가 평소에 늘 주장하는 바가 바로, “공산당은 당연히 총살감”이었기 때문이다. 샤오자오는 장다거의 이런 불행에 편승해 선한 부르주아 장다거가 가진 모든 것을 빼앗으려 한다. 물론 그게 쉽게 되지는 않지. 장다거의 옆엔 정의파이지만 냉소파이기도 한 라오리가 있으니.


​  내용 소개는 이 정도면 적당한 거 같다. 분명히 말씀드리건데, 위의 스토리에 거짓말이 하나 있다. 그러니 믿으면 안 된다. 그러니 유머와 풍자를 잔뜩 섞어 재미있게 중국 현대사의 한 페이지를 그린 라오서의 대표작이 어떤지 아시려면 정말로 책을 읽어보셔야 할 것이다. 지금의 시각으로 읽어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유머라서 가끔 키득거릴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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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원 2023-08-29 07: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골드문트따거!
재미난 글
생기넘치는 글
잘 읽었습니다.

Falstaff 2023-08-29 12:56   좋아요 0 | URL
ㅎㅎㅎ 재미있게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건수하 2023-08-29 08:3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공산 이후에는 공처.... 처를 재산으로 생각해서 그런 걸까요 -.-
그러고보면 그런 (실험적인) 공동체가 많은 것 같긴 하네요.


세상의 모든 이혼의 원인이 중매쟁이의 저울이 부정확한 데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ㅎㅎ
재밌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인과관계를 따지자면 세상의 모든 이혼의 원인은 결혼 아닌지.. (의미없는 결론)

Falstaff 2023-08-29 13:00   좋아요 1 | URL
오래 전 작품입니다. 토마스 하디 작품 속에서는 처자식을 파는 일도 버젓하게 벌어지는 걸요. <캐스터브리지의 시장>에서요.

재미있습니다. 별 넷이냐, 다섯이냐 잠깐, 조금 고민하다가 넷으로 했습니다. ㅎㅎ

은하수 2023-08-29 08: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골드문트 님 글도 벌써 재밌어요 ㅋㅋ 읽어보고 싶은 생각이 마구 듭니다. 유머와 풍자까지 겸비한 작품이라니 더요^^

Falstaff 2023-08-29 13:01   좋아요 1 | URL
ㅎㅎㅎ 근데 라오서 말년이 참. 하여튼 중국의 많은 것들이 그놈의 문화혁명 때문에 거덜이 났다니까요. 은하수 님도 즐기셨으면 좋겠습니다. ^^

coolcat329 2023-08-29 11: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블랙 유머가 빛나는 재미있는 작품이라니 저도 라오서 기억하겠습니다.

Falstaff 2023-08-29 13:02   좋아요 1 | URL
옙. 기회를 만나면 놓치지 마셔요!
 
평온한 삶 클래식 라이브러리 2
마르그리트 뒤라스 지음, 윤진 옮김 / arte(아르테)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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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42년에 쓰고 44년에 출판한 작품이다. 서른여덟 살의 뒤라스. 나치가 점령한 파리에서 갓 낳은 첫아이를 잃고, 작은 오빠 폴도 사이공에서 병들어 죽고, 새 연인이 생겼던 해. 이후 16년이 더 흐르면 뒤라스는 그의 작가 인생에 분수령이 될 <모데라토 칸타빌레>를 쓴다. 뒤라스의 많은 작품을 독자들은 <모데라토 칸타빌레> 이전과 이후로 나누고 싶어한다. 나도 예외가 아니다. 한때 김치수, 김화영, 최현무 등을 우리나라 불문학계의 신세대, 프로방스 대학 출신들이라 프로방스 학파라고 부르기도 했었다. 이 가운데 한 명인 최현무, 필명 최윤의 번역으로 나온 <부영사>가 내가 처음 읽은 뒤라스인데, 난생 처음 읽은 누보 로망 작품으로, 당시가 아마 20대 초중반, 기껏해야 스물서너 살 정도였던 미성숙 청년이 겁 없이 읽었다가, 정말 뇌가 뒤집히는 줄 알았었다. 이후에 이용숙 선생의 번역본도 나왔지만 이하동문이었다. 단칼에 말하자면, <모데라토 칸타빌레>부터 시작해 이후 작품들은 재미없지만 하여튼 뭔가를 읽은 느낌이 난다. 그리고 속으로, “이런 문장으로 단편소설 쓰면 폼 나겠는데.” 라는 생각도 들게 한다. 그러나 극도로 건조한 문장의 나열은 작품에 몰두는 할지언정 마음에 들지 못하게 해서, 뒤라스의 책을 읽은 뒤엔 께름칙한 감상을 적게 만들고는 했다. 누보 로망 작품답게 서사가 부족하거나 심지어 어떤 경우엔 아예 없어서 그랬을지 모르고 다른 이유가 있을지도 모른다. 아쉽게도 뒤라스의 후기 작을 읽은 것이 하도 오래 전이라 지금은 “하여튼 뭔가” 또는 “다른 이유” 같이 슬그머니/비겁하게 넘어갈 수밖에 없는 것을 양해해주시기 바란다.

  그러다가 2년 전에 덜컥 읽은 것이 <태평양을 가로막는 제방>. 1950년에 출판한 작품으로 공쿠르상 후보에 올랐으나 장렬하게 미역국을 마시고 만다. 이후 34년이 지난 1984년 이 작품의 자매작이라고 할 수 있는 <애인>으로 공쿠르 상을 받는데, <애인>(또는 “연인”)은 뒤라스의 후기 작품으로는 의외랄 정도로 쉽게 읽힌다. 길게 이야기하는 것은, 여태까지 읽은 뒤라스 가운데 내가 제일 재미있게 읽은 책을 꼽으라면 바로 <태평양을 가로막는 제방>을 들겠다는 말을 하기 위해서다. 실제로 뒤라스의 작품으로는 유일하게 별 다섯, 만점을 준 책이 <태평양…>이다. 하지만, 나더러 뒤라스의 대표작을 꼽으라면 여전히 골치 아프지 않고는 읽기 힘든 <부영사>를 꼽게 만드는 작가가 마르그리트 뒤라스라는 말을 하고 싶어서 긴 이야기를 했다. 이렇게 이이의 전기와 후기 작품이 (내가 경험하기로)극명하게 다르다는 것을.

 

  <평온한 삶>은 전기작품이다. 주제는 권태? 사랑? 하여간 그렇다. 아예 작품 속에서 노골적인 단어 “권태”를 약 아흔여덟 번 정도를 사용하고 있으니 주요 주제 가운데 권태를 빼놓을 수는 없을 듯하다. 사랑도 마찬가지. <태평양…>에서 오빠 조제프에 대한 쉬잔의 감정 정도를 <평온한 삶>의 화자 ‘나’ 프랑신 베르나트가 동생 니콜라를 향하고 있다. 책을 열면 아직 해가 뜰 기미가 없는 신새벽. 철로 옆 작은 공터에서 니콜라가 외삼촌 제롬과 심하게 주먹다짐을 한 다음이다. 늙은 제롬은 베르나트 씨의 뷔그 농장에 얹혀 살면서 꾸준하게 운동을 해 젊은 외모를 유지하려 애쓰지만 농장의 모든 남자들과 달리 일을 하지 않는 뺀질이다. 마치 베짱이 같다 할까?

  베르나트 씨는 19년 전까지 만 해도 벨기에의 작은 R시에서 10여 년 동안 시장을 지낸 시골 명사였다. 아내 아나와 나름대로 행복한 결혼생활을 했으며, 쉰 살이 거의 다가왔을 때, 아나가 마흔이 넘은 나이로 주인공 프랑신을 낳음으로 해서 부부의 행복이 거의 완성되었다고 할 즈음, 부부 앞에 외삼촌 제롬이 등장했다. 제롬은 아빠 루이 베르나트 씨를 주식 투자에 끌어들였고, 이것 때문에 빚을 갚아야 하는 신세가 된 베르나트는 시의 자선기금에 손을 대고 만다. 베르나트 씨가 주식투자에 대한 믿음이 있어서가 아니라, 제롬이 그렇게 해달라고 요구를 했기 때문이었다. 요구도 요구 나름이지, 미친 사람처럼 날뛰면서 얼마나 난리를 치는지 대가 세지 못한 매부는 견디다 못해 절대로 해서는 안 된다는 걸 알면서도 그렇게 해버렸다. 다른 것도 아니고 무엇보다 회계가 엄격해야 하는 자선기금을. 비위 사실은 곧바로 들통이 나버렸으며, 순식간에 작은 R시의 거의 모든 시민들도 알게 되어 베르나트 씨는 시민들의 싸늘하고 경멸에 찬 시선을 받으면서 프랑스로 이주를 해야 했다. 심지어 아내 아나와 프랑신은 혹시 있을 지도 모르는 시민들의 해코지를 피하기 위해 밤기차를 타야 했다.

  모든 재산을 탕진해버린 베르나트 씨는 프랑스의 시골에서 크지 않은 농장을 사서 직접 농사를 짓고 소 몇 마리를 길렀다. 프랑신과 5년 터울로 아들 니콜라를 두었지만, 자식 둘 다 학교를 보낼 정도의 여유는 없었다. 명색이 전직 시장이라 할지라도. 결코 평온하지 않은 <평온한 삶>의 주인공 프랑신은 스물다섯 살. 니콜라가 그러면 스물. 니콜라는 키가 크고 생기기도 곧잘 생겨 근방에서 인기를 독차지했을 정도라고 했는데, 이게 유별나게 동생을 좋아하는 프랑신의 생각인지 아니면 정말 사람들이 그렇게 평가하는지는 나오지 않는다. 프랑신이 한 번도 아름답다는 이야기를 들어보지 못했다는 고백으로 미루어 누나 혼자 생각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나름대로 조금은 분방하게 지낸 니콜라는 못생기고 멍청한 하녀 클레망스를 임신시켰고, 당시 프랑스 시골 분위기로는 그렇다고 해서 꼭 결혼을 해야 할 필요까지는 없었음에도, 굳이 제롬 외삼촌이 클레망스가 언니한테 돌아가 지내는 도시 페리괴에까지 직접 가서 데려와 결혼을 하게 만들었다. 그후 아들 노엘을 낳는다. 뭐 그럴 수도 있지, 사람 사는 일이.

 그렇다. 그럴 수 있다. 몇 달 전, 먼 도시에서 니콜라를 아는 청년 티엔이 뷔그 농장으로 찾아왔다. 얼마간 시골에서 하숙을 하며 쉬고 싶다고. 다음은 프랑신의 눈에 보이는 티엔의 모습.

  “어쩌자고 저렇게 아름다워서 지금처럼 화가 난 상태에서도 내가 쳐다보지 않을 수 없게 하는가. 어쩌자고 저렇게 매력적이이서 나를 당혹스럽게 하는가. 어쩌자고 저리도 침묵으로 가득 차서 그 앞에서 하는 모든 말이 거짓말이 될 수밖에 없게 만드는가.”

  프랑신은 3층 다락방에서 하숙을 하는 티엔이 2층 자신의 방으로 들어서는 상상을 하며 밤을 하얗게 밝힌다. 그러나 옆방에서 들려오는 속삭임. 소리가 새나가지 않게 극도로 속삭이는 공기의 파장들. 아무리 조심해도 웅얼거리거나, 가구가 움직이거나, 숨죽인 발자국 소리를 프랑신은 들을 수 있었고, 티엔이 혹시라도 올지 모른다는 조바심은 작은 소리들 때문에 거품처럼 사라질 수도 있을 것이란 생각도 들었으며, 몇 달 째 계속되는 행위의 소리들이 외삼촌 제롬과 올케 클레망스가 내는 것임을 벌써 알고 있던 ‘나’는, 집안 사람들도 이젠 좀 없어져버렸으면 하고 바라는 제롬을 어떻게 정말로 없애 버릴 수 있을까, 궁리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생각해낸다. 니콜라에게 모든 사실을 이야기해주는 것.

  스무 살 니콜라는 권리가 생긴다. 외삼촌이 아니라 자신의 아내와 정을 통한 연적을 벌하고, 그 벌로 살해할 수 있는 권리. 물론 그렇게까지 할 생각은 없다. 하지만 그대로 내버려둘 수도 없다. 한밤, 그는 제롬에게 따라오라고 해서 철길 근처의 공터로 간다. 그들의 뒤를 프랑신이 쫓아가고, 둘은 격투를 벌인다. 아무리 운동을 했다 해도 젊디젊은 니콜라의 상대가 될까. “제롬은 허리가 거의 꺾이다시피 몸을 굽힌 채로 다시 뷔그 쪽으로 걸어갔다.” 이게 작품의 첫 문장이다. 극한의 고통에 신음하면서 제롬은 그래도 자신에게 오직 하나뿐인 피난처인 뷔그 농장으로 힘들게 걸어가면서 결코 평온하지 않은 <평온한 삶>은 시작한다.

 

  위의 스토리도 스토리지만 뒤라스의 섬세한 감각이 절묘한 작품이다. 어떻게 하면 이렇게 묘사를 할 수 있을지 놀라지 않을 수 없는 문장이 넘쳐 흐른다. 게다가 번역한 사람이 윤진이다. 가끔 ‘윤진’이란 역자의 이름을 검색해서 책을 사기도 하는 사람. 작가의 원래 문장이 그렇겠지만 그걸 외국의 언어로 다시 만들어내는 솜씨 또한 짐작할 수 있을 정도의 것들. 그것을 읽는 독자의 즐거움도 크다.

  읽다가 뒤라스의 생년을 확인한 적도 몇 번 있다. 도대체 이 사람이 몇 살 때 쓴 것인데 세상과 인생을 이리도 잘 아는 거야?

  내가 읽은 뒤라스의 작품들은 서로 조금씩 연계가 되어 있는 것 같다. 프랑신-니콜라는 이야기했고, 2부를 읽으면서 <모데라토 칸타빌레>의 장면이 떠오르는 것을 막을 수 없었다. 재미있게 잘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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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lstaff 2023-08-25 05:26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다음 주 예정 삽질:
화요일, 라오서 <이혼>
목요일, 베릴 베인브리지 <포도주병 공장 야유회>
금요일, 채만식 <냉동어>
 
우리들의 지만지(지식을만드는지식) 소설선집
세르게이 도블라토프 지음, 김현정 옮김 / 지식을만드는지식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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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르게이 도블라토프, 출판사 ‘지식을만드는지식’을 통해서만 세 번째 읽는 작가인데, 연작 장편 또는 단편집 <우리들의> 안에 저번에 읽었던 <여행 가방>과 <수용소-교도관의 수기>의 내용이 상당 부분 포함되어 있어서 흥미로웠다. 이게 어떻게 가능한가 하면, 도블라토프는 자기가 직접 경험한 것과 자기 주변의 것들을 약간 변주해서 독특한 짧은 글을 만드는데 탁월하기 때문인 것처럼 보인다.

  아직 도블라토프가 쓴 장편은 읽어보지 못했다. 역자 해설 속에, 도블라토프가 ‘소비에트 체호프’라고 불릴 정도의 단편 작가이며, 평이하면서도 세련된 문체는 푸시킨의 언어 전통을 이어받았단다. 러시아 언어를 사용한 작가로 체호프와 푸시킨의 적자라는 평을 받았으면 나름대로 최고의 상찬을 받았다고 인정할 수 있다. 나는 소비에트 체호프는 모르겠고, “평이하면서도 세련된” 문장을 사용하고 있다는 것에는 동의한다. 이게 말로 하기는 쉬워도 아무나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아무 작가에나 적용할 수 있는 말도 아니다. 왜냐하면 수평선을 긋고 한쪽 끄트머리에 “평이하다”를 써 놓으면 다른 쪽 끄트머리에 어울릴 수 있는 단어가 또한 “세련되다”일 수 있기 때문이다. 평이하면서도 세련된 문장이 가능한 겨? 가능하다. 증거가 바로 세르게이 도블라토프다.

  “평이하면서도 세련된” 문장을 즐기려면 <우리들의>를 읽어라? 아니, 내가 읽은 도블라토프 세 권이 다 그렇다. 그러니까 제일 앞서 <여행 가방>을 읽었고, 인상이 깊어 <수용소-교도관의 수기>도 사서 읽었으며, 이제 또 <우리들의>까지 달달 긁은 거다. 우리나라에 번역 소개된 책 가운데 이제 <외국 여자> 한 권 남았는데 그것도 얼른 읽어야겠다.


​  <우리들의>는 세르게이 도블라토프의 가족 이야기다. 제일 먼저 할아버지가 나오고 두 번째로 외할아버지, 세번째는 외삼촌 등등. 물론 진짜 이야기를 밑바탕으로 세부적으로 약간씩 변형을 해서 픽션으로 만들었는데, 픽션이 됐든 논픽션이 됐든, 작가가 직접 경험했고, 적어도 어릴 적부터 주변 사람들에게 귀에 딱지가 앉게 들어 충분히 체화된 것이라, 특유의 “평이하고 세련된” 문장으로 툭, 툭 이야기를 던지는 방식이 더없이 매력적이다. 모두 열세 편의 짧은 이야기로 구성한 얇은 책자로 하루, 특히 요즘 같이 더위가 극성을 떠는 시절에 읽기로는 아주 맞춤이다.

  열세 편의 이야기를 다 할 수는 없고, 할아버지 이야기를 조금 해볼까?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에 도블라토프의 내력을 조금 알아두는 것이 좋다.

  이 책에서도 실명으로 등장하는 아버지 도나트 메치크는 유대계 연극 연출가로 아르메니아 태생의 그루지야 연극배우, 역시 실명 등장하는, 노라 도블라토바 사이에서 태어난다. 부부는 몇 년 살지 못하고 이혼을 해서, 엄마가 세 살 난 세르게이와 평생을 함께 하는 바람에 아버지 성이 아닌 엄마 성을 따라 ‘도블라토프’라는 성을 갖는다. 레닌대학에 다니다가 퇴학을 당하는 김에 입대를 했는데 수용소 간수 생활을 했고, 당시의 경험을 살려 쓴 작품이 <수용소-교도관의 수기>다. 제대한 후엔 잡지사 일을 하면서 작품활동을 한다. 이이의 책을 읽어보시면 알겠지만 이런 글을 소비에트 체제가 허용할 일이 없어서, 몇 작품을 서유럽으로 빼돌리고, 거기서 출간이 된다. 이후 곧바로 실직을 하고, 그래도 그나마 좋은 세월을 만나, 스탈린 시절이었으면 쥐도 새도 모르게 재판도 안 받고 죽었을 테지만, 며칠 감방 생활을 시키더니 이민을 가는 것을 전제로 풀려난다. 그리하여 먼저 엄마가 가 있는 오스트리아 빈을 거쳐 두번째 아내와 딸이 살고 있는 미국으로 건너간다. 이때의 경험, 규정상 짐은 여행가방 세 개를 넘지 않아야 한다고 해, 촌스러운 여행 가방을 챙기는 것이 또 <여행 가방>이다.

  위에 쓴 도블라도프의 간략한 반평생까지 작가의 인생에 영향을 끼친 열세 명의 등장인물을 열세 편의 이야기로 모자이크 또는 스테인드글래스 유리창처럼 조합한 책이다. 그러면 할아버지 이사크 메치크.


​  이사크 메치크는 러시아에서는 법적으로 토지를 소유할 수 없는 유대인으로서는 아주 예외적으로 저 수호보에서 농사꾼으로 살던 모이세이 증조부의 아들로, 에잇, 나는 농사 안 지어, 선언을 하고 도시로 나온 가문의 첫 남자였는데, 그곳이 어딘가 하면 하얼빈이었다. 여기서 둘째 아들 도나트까지 생산을 하고 블라디보스톡으로 터를 옮긴다. 7피트, 즉 2미터가 넘는 장신에 거대한 체구를 갖고 있는 천하장사 이사크는 블라디보스톡에서 여러가지 일을 하다가 러일전쟁에 참전을 했고, 그곳에서 거대한 몸집이 차르에 눈에 띄어 무려 근위대로 전속이 되었는데, 하필 유대인이라는 주홍글씨 때문에 다시 포병대로 배치된다. 몇 년 후 제대해 집에 돌아왔을 때, 그의 손엔 3 구경 소총이 쥐어 있었고 가슴엔 게오르기 십자훈장이 달려 있었다. 작가가 말하기를 천성적으로 무질서한 것을 좋아하지 않아서, 러시아 혁명이 일어나 블라디보스톡 시내에서도 혁명세력이 행진을 시작하자, 혁명인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하고, 모든 유대인들 가슴에 새겨진 유대인 학살에 대한 트라우마에 휩싸여, 반유대 집단이 행동을 개시한 것으로 오인해 지붕 위로 올라가 행진대열을 향해 3 구경 소총을 갈겨댄 인물이다.

  엄청난 대식가로 바케트 빵도 가로가 아닌 세로로 잘라서 먹어, 잔칫집에 갈 때마다 라야 할머니는 할아버지를 쪽팔려 했다고 한다. 먹방을 연상시키는 이사크 할아버지의 식도락에 관해서는 내가 여기서 아무리 열심히 떠들어도 작가가 쓴 내용과 재미하고는 비교할 수 없으니 그냥 넘어가자. 하여튼 젊은 시절에 음식점을 하기도 했었는데 하필이면 옆집에 술 판매소가 생겨, 두 양반이 친구로 지내기로 하고, 음식점의 모든 음식, 술집의 모든 술을 둘이 다 퍼먹고 퍼 마셔서 없앴달 정도다.

  할아버지는 세 아들을 두었다. 첫째와 둘째, 미하일과 도나트는 예술에 끌려 블라디보스톡을 떠나 레닌그라드로 갔고, 셋째 아들 레오폴트 삼촌은, 역사적 사실로는 열세 살에 작품 속에서는, 열여덟 살에 일단 중국으로 밀항을 했다가, 이유는 모르지만 하여간 벨기에로 옮겨갔다. 두 아들을 좇아 레닌그라드로 가서 여전히 도시 최고의 천하장사요, 술꾼이요, 먹보요, 정의파 유대인으로 활약하던 할아버지한테 하루는 ‘모냐’라는 남자가 등장한다. 셋째 레오폴트가 보낸 남자다. 아들의 선물로 모자걸이 기린 인형과 턱시도 한 벌을 들고 찾아와 두 주를 보내고 갔다. 그러자 스탈린 당국은 이사크 할아버지를 벨기에의 스파이라는 혐의로 체포해 면접권 없는 10년 유형에 처해놓고 총살시켜버렸다. 20년이 흘러 조금 좋은 세월을 만나 둘째 아들이자 도블라토프의 아버지인 도나트가 다방면으로 애를 써서 할아버지는 무죄 복권이 된다.

  도블라토프는 허탈해서 묻는다. “그때는 무슨 죄가 있었던가? 뭘 위해서 말도 안 되는 우스꽝스러운 삶을 중단시켰는가?” 하여간 비극적인 삶을 살 수밖에 없었던 할아버지의 삶을 작가는 반어적으로 “우스꽝스러운 삶”이었다고 말한다. 우스꽝스러운 삶이었는지, 아니면 우스꽝스러운 시절이었는지, 그것도 아니면 둘 다인지는 독자와 당시 소비에트 인민들이 판단해야 할 터.


​  재미있는 책이다. 적은 분량으로 하루를 즐겁게 지내기 좋다.


.

세르게이 도블라토프, 출판사 ‘지식을만드는지식’을 통해서만 세 번째 읽는 작가인데, 연작 장편 또는 단편집 <우리들의> 안에 저번에 읽었던 <여행 가방>과 <수용소-교도관의 수기>의 내용이 상당 부분 포함되어 있어서 흥미로웠다. 이게 어떻게 가능한가 하면, 도블라토프는 자기가 직접 경험한 것과 자기 주변의 것들을 약간 변주해서 독특한 짧은 글을 만드는데 탁월하기 때문인 것처럼 보인다. 아직 도블라토프가 쓴 장편은 읽어보지 못했다. 역자 해설 속에, 도블라토프가 ‘소비에트 체호프’라고 불릴 정도의 단편 작가이며, 평이하면서도 세련된 문체는 푸시킨의 언어 전통을 이어받았단다. 러시아 언어를 사용한 작가로 체호프와 푸시킨의 적자라는 평을 받았으면 나름대로 최고의 상찬을 받았다고 인정할 수 있다. 나는 소비에트 체호프는 모르겠고, “평이하면서도 세련된” 문장을 사용하고 있다는 것에는 동의한다. 이게 말로 하기는 쉬워도 아무나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아무 작가에나 적용할 수 있는 말도 아니다. 왜냐하면 수평선을 긋고 한쪽 끄트머리에 “평이하다”를 써 놓으면 다른 쪽 끄트머리에 어울릴 수 있는 단어가 또한 “세련되다”일 수 있기 때문이다. 평이하면서도 세련된 문장이 가능한 겨? 가능하다. 증거가 바로 세르게이 도블라토프다. “평이하면서도 세련된” 문장을 즐기려면 <우리들의>를 읽어라? 아니, 내가 읽은 도블라토프 세 권이 다 그렇다. 그러니까 제일 앞서 <여행 가방>을 읽었고, 인상이 깊어 <수용소-교도관의 수기>도 사서 읽었으며, 이제 또 <우리들의>까지 달달 긁은 거다. 우리나라에 번역 소개된 책 가운데 이제 <외국 여자> 한 권 남았는데 그것도 얼른 읽어야겠다. ​ <우리들의>는 세르게이 도블라토프의 가족 이야기다. 제일 먼저 할아버지가 나오고 두 번째로 외할아버지, 세번째는 외삼촌 등등. 물론 진짜 이야기를 밑바탕으로 세부적으로 약간씩 변형을 해서 픽션으로 만들었는데, 픽션이 됐든 논픽션이 됐든, 작가가 직접 경험했고, 적어도 어릴 적부터 주변 사람들에게 귀에 딱지가 앉게 들어 충분히 체화된 것이라, 특유의 “평이하고 세련된” 문장으로 툭, 툭 이야기를 던지는 방식이 더없이 매력적이다. 모두 열세 편의 짧은 이야기로 구성한 얇은 책자로 하루, 특히 요즘 같이 더위가 극성을 떠는 시절에 읽기로는 아주 맞춤이다. 열세 편의 이야기를 다 할 수는 없고, 할아버지 이야기를 조금 해볼까?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에 도블라토프의 내력을 조금 알아두는 것이 좋다. 이 책에서도 실명으로 등장하는 아버지 도나트 메치크는 유대계 연극 연출가로 아르메니아 태생의 그루지야 연극배우, 역시 실명 등장하는, 노라 도블라토바 사이에서 태어난다. 부부는 몇 년 살지 못하고 이혼을 해서, 엄마가 세 살 난 세르게이와 평생을 함께 하는 바람에 아버지 성이 아닌 엄마 성을 따라 ‘도블라토프’라는 성을 갖는다. 레닌대학에 다니다가 퇴학을 당하는 김에 입대를 했는데 수용소 간수 생활을 했고, 당시의 경험을 살려 쓴 작품이 <수용소-교도관의 수기>다. 제대한 후엔 잡지사 일을 하면서 작품활동을 한다. 이이의 책을 읽어보시면 알겠지만 이런 글을 소비에트 체제가 허용할 일이 없어서, 몇 작품을 서유럽으로 빼돌리고, 거기서 출간이 된다. 이후 곧바로 실직을 하고, 그래도 그나마 좋은 세월을 만나, 스탈린 시절이었으면 쥐도 새도 모르게 재판도 안 받고 죽었을 테지만, 며칠 감방 생활을 시키더니 이민을 가는 것을 전제로 풀려난다. 그리하여 먼저 엄마가 가 있는 오스트리아 빈을 거쳐 두번째 아내와 딸이 살고 있는 미국으로 건너간다. 이때의 경험, 규정상 짐은 여행가방 세 개를 넘지 않아야 한다고 해, 촌스러운 여행 가방을 챙기는 것이 또 <여행 가방>이다. 위에 쓴 도블라도프의 간략한 반평생까지 작가의 인생에 영향을 끼친 열세 명의 등장인물을 열세 편의 이야기로 모자이크 또는 스테인드글래스 유리창처럼 조합한 책이다. 그러면 할아버지 이사크 메치크. ​ 이사크 메치크는 러시아에서는 법적으로 토지를 소유할 수 없는 유대인으로서는 아주 예외적으로 저 수호보에서 농사꾼으로 살던 모이세이 증조부의 아들로, 에잇, 나는 농사 안 지어, 선언을 하고 도시로 나온 가문의 첫 남자였는데, 그곳이 어딘가 하면 하얼빈이었다. 여기서 둘째 아들 도나트까지 생산을 하고 블라디보스톡으로 터를 옮긴다. 7피트, 즉 2미터가 넘는 장신에 거대한 체구를 갖고 있는 천하장사 이사크는 블라디보스톡에서 여러가지 일을 하다가 러일전쟁에 참전을 했고, 그곳에서 거대한 몸집이 차르에 눈에 띄어 무려 근위대로 전속이 되었는데, 하필 유대인이라는 주홍글씨 때문에 다시 포병대로 배치된다. 몇 년 후 제대해 집에 돌아왔을 때, 그의 손엔 3 구경 소총이 쥐어 있었고 가슴엔 게오르기 십자훈장이 달려 있었다. 작가가 말하기를 천성적으로 무질서한 것을 좋아하지 않아서, 러시아 혁명이 일어나 블라디보스톡 시내에서도 혁명세력이 행진을 시작하자, 혁명인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하고, 모든 유대인들 가슴에 새겨진 유대인 학살에 대한 트라우마에 휩싸여, 반유대 집단이 행동을 개시한 것으로 오인해 지붕 위로 올라가 행진대열을 향해 3 구경 소총을 갈겨댄 인물이다. 엄청난 대식가로 바케트 빵도 가로가 아닌 세로로 잘라서 먹어, 잔칫집에 갈 때마다 라야 할머니는 할아버지를 쪽팔려 했다고 한다. 먹방을 연상시키는 이사크 할아버지의 식도락에 관해서는 내가 여기서 아무리 열심히 떠들어도 작가가 쓴 내용과 재미하고는 비교할 수 없으니 그냥 넘어가자. 하여튼 젊은 시절에 음식점을 하기도 했었는데 하필이면 옆집에 술 판매소가 생겨, 두 양반이 친구로 지내기로 하고, 음식점의 모든 음식, 술집의 모든 술을 둘이 다 퍼먹고 퍼 마셔서 없앴달 정도다. 할아버지는 세 아들을 두었다. 첫째와 둘째, 미하일과 도나트는 예술에 끌려 블라디보스톡을 떠나 레닌그라드로 갔고, 셋째 아들 레오폴트 삼촌은, 역사적 사실로는 열세 살에 작품 속에서는, 열여덟 살에 일단 중국으로 밀항을 했다가, 이유는 모르지만 하여간 벨기에로 옮겨갔다. 두 아들을 좇아 레닌그라드로 가서 여전히 도시 최고의 천하장사요, 술꾼이요, 먹보요, 정의파 유대인으로 활약하던 할아버지한테 하루는 ‘모냐’라는 남자가 등장한다. 셋째 레오폴트가 보낸 남자다. 아들의 선물로 모자걸이 기린 인형과 턱시도 한 벌을 들고 찾아와 두 주를 보내고 갔다. 그러자 스탈린 당국은 이사크 할아버지를 벨기에의 스파이라는 혐의로 체포해 면접권 없는 10년 유형에 처해놓고 총살시켜버렸다. 20년이 흘러 조금 좋은 세월을 만나 둘째 아들이자 도블라토프의 아버지인 도나트가 다방면으로 애를 써서 할아버지는 무죄 복권이 된다. 도블라토프는 허탈해서 묻는다. “그때는 무슨 죄가 있었던가? 뭘 위해서 말도 안 되는 우스꽝스러운 삶을 중단시켰는가?” 하여간 비극적인 삶을 살 수밖에 없었던 할아버지의 삶을 작가는 반어적으로 “우스꽝스러운 삶”이었다고 말한다. 우스꽝스러운 삶이었는지, 아니면 우스꽝스러운 시절이었는지, 그것도 아니면 둘 다인지는 독자와 당시 소비에트 인민들이 판단해야 할 터. ​ 재미있는 책이다. 적은 분량으로 하루를 즐겁게 지내기 좋다.또는 단편집 <우리들의> 안에 저번에 읽었던 <여행 가방>과 <수용소-교도관의 수기>의 내용이 상당 부분 포함되어 있어서 흥미로웠다. 이게 어떻게 가능한가 하면, 도블라토프는 자기가 직접 경험한 것과 자기 주변의 것들을 약간 변주해서 독특한 짧은 글을 만드는데 탁월하기 때문인 것처럼 보인다.

아직 도블라토프가 쓴 장편은 읽어보지 못했다. 역자 해설 속에, 도블라토프가 ‘소비에트 체호프’라고 불릴 정도의 단편 작가이며, 평이하면서도 세련된 문체는 푸시킨의 언어 전통을 이어받았단다. 러시아 언어를 사용한 작가로 체호프와 푸시킨의 적자라는 평을 받았으면 나름대로 최고의 상찬을 받았다고 인정할 수 있다. 나는 소비에트 체호프는 모르겠고, “평이하면서도 세련된” 문장을 사용하고 있다는 것에는 동의한다. 이게 말로 하기는 쉬워도 아무나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아무 작가에나 적용할 수 있는 말도 아니다. 왜냐하면 수평선을 긋고 한쪽 끄트머리에 “평이하다”를 써 놓으면 다른 쪽 끄트머리에 어울릴 수 있는 단어가 또한 “세련되다”일 수 있기 때문이다. 평이하면서도 세련된 문장이 가능한 겨? 가능하다. 증거가 바로 세르게이 도블라토프다. “평이하면서도 세련된” 문장을 즐기려면 <우리들의>를 읽어라? 아니, 내가 읽은 도블라토프 세 권이 다 그렇다. 그러니까 제일 앞서 <여행 가방>을 읽었고, 인상이 깊어 <수용소-교도관의 수기>도 사서 읽었으며, 이제 또 <우리들의>까지 달달 긁은 거다. 우리나라에 번역 소개된 책 가운데 이제 <외국 여자> 한 권 남았는데 그것도 얼른 읽어야겠다. ​ <우리들의>는 세르게이 도블라토프의 가족 이야기다. 제일 먼저 할아버지가 나오고 두 번째로 외할아버지, 세번째는 외삼촌 등등. 물론 진짜 이야기를 밑바탕으로 세부적으로 약간씩 변형을 해서 픽션으로 만들었는데, 픽션이 됐든 논픽션이 됐든, 작가가 직접 경험했고, 적어도 어릴 적부터 주변 사람들에게 귀에 딱지가 앉게 들어 충분히 체화된 것이라, 특유의 “평이하고 세련된” 문장으로 툭, 툭 이야기를 던지는 방식이 더없이 매력적이다. 모두 열세 편의 짧은 이야기로 구성한 얇은 책자로 하루, 특히 요즘 같이 더위가 극성을 떠는 시절에 읽기로는 아주 맞춤이다. 열세 편의 이야기를 다 할 수는 없고, 할아버지 이야기를 조금 해볼까?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에 도블라토프의 내력을 조금 알아두는 것이 좋다. 이 책에서도 실명으로 등장하는 아버지 도나트 메치크는 유대계 연극 연출가로 아르메니아 태생의 그루지야 연극배우, 역시 실명 등장하는, 노라 도블라토바 사이에서 태어난다. 부부는 몇 년 살지 못하고 이혼을 해서, 엄마가 세 살 난 세르게이와 평생을 함께 하는 바람에 아버지 성이 아닌 엄마 성을 따라 ‘도블라토프’라는 성을 갖는다. 레닌대학에 다니다가 퇴학을 당하는 김에 입대를 했는데 수용소 간수 생활을 했고, 당시의 경험을 살려 쓴 작품이 <수용소-교도관의 수기>다. 제대한 후엔 잡지사 일을 하면서 작품활동을 한다. 이이의 책을 읽어보시면 알겠지만 이런 글을 소비에트 체제가 허용할 일이 없어서, 몇 작품을 서유럽으로 빼돌리고, 거기서 출간이 된다. 이후 곧바로 실직을 하고, 그래도 그나마 좋은 세월을 만나, 스탈린 시절이었으면 쥐도 새도 모르게 재판도 안 받고 죽었을 테지만, 며칠 감방 생활을 시키더니 이민을 가는 것을 전제로 풀려난다. 그리하여 먼저 엄마가 가 있는 오스트리아 빈을 거쳐 두번째 아내와 딸이 살고 있는 미국으로 건너간다. 이때의 경험, 규정상 짐은 여행가방 세 개를 넘지 않아야 한다고 해, 촌스러운 여행 가방을 챙기는 것이 또 <여행 가방>이다. 위에 쓴 도블라도프의 간략한 반평생까지 작가의 인생에 영향을 끼친 열세 명의 등장인물을 열세 편의 이야기로 모자이크 또는 스테인드글래스 유리창처럼 조합한 책이다. 그러면 할아버지 이사크 메치크. ​ 이사크 메치크는 러시아에서는 법적으로 토지를 소유할 수 없는 유대인으로서는 아주 예외적으로 저 수호보에서 농사꾼으로 살던 모이세이 증조부의 아들로, 에잇, 나는 농사 안 지어, 선언을 하고 도시로 나온 가문의 첫 남자였는데, 그곳이 어딘가 하면 하얼빈이었다. 여기서 둘째 아들 도나트까지 생산을 하고 블라디보스톡으로 터를 옮긴다. 7피트, 즉 2미터가 넘는 장신에 거대한 체구를 갖고 있는 천하장사 이사크는 블라디보스톡에서 여러가지 일을 하다가 러일전쟁에 참전을 했고, 그곳에서 거대한 몸집이 차르에 눈에 띄어 무려 근위대로 전속이 되었는데, 하필 유대인이라는 주홍글씨 때문에 다시 포병대로 배치된다. 몇 년 후 제대해 집에 돌아왔을 때, 그의 손엔 3 구경 소총이 쥐어 있었고 가슴엔 게오르기 십자훈장이 달려 있었다. 작가가 말하기를 천성적으로 무질서한 것을 좋아하지 않아서, 러시아 혁명이 일어나 블라디보스톡 시내에서도 혁명세력이 행진을 시작하자, 혁명인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하고, 모든 유대인들 가슴에 새겨진 유대인 학살에 대한 트라우마에 휩싸여, 반유대 집단이 행동을 개시한 것으로 오인해 지붕 위로 올라가 행진대열을 향해 3 구경 소총을 갈겨댄 인물이다. 엄청난 대식가로 바케트 빵도 가로가 아닌 세로로 잘라서 먹어, 잔칫집에 갈 때마다 라야 할머니는 할아버지를 쪽팔려 했다고 한다. 먹방을 연상시키는 이사크 할아버지의 식도락에 관해서는 내가 여기서 아무리 열심히 떠들어도 작가가 쓴 내용과 재미하고는 비교할 수 없으니 그냥 넘어가자. 하여튼 젊은 시절에 음식점을 하기도 했었는데 하필이면 옆집에 술 판매소가 생겨, 두 양반이 친구로 지내기로 하고, 음식점의 모든 음식, 술집의 모든 술을 둘이 다 퍼먹고 퍼 마셔서 없앴달 정도다. 할아버지는 세 아들을 두었다. 첫째와 둘째, 미하일과 도나트는 예술에 끌려 블라디보스톡을 떠나 레닌그라드로 갔고, 셋째 아들 레오폴트 삼촌은, 역사적 사실로는 열세 살에 작품 속에서는, 열여덟 살에 일단 중국으로 밀항을 했다가, 이유는 모르지만 하여간 벨기에로 옮겨갔다. 두 아들을 좇아 레닌그라드로 가서 여전히 도시 최고의 천하장사요, 술꾼이요, 먹보요, 정의파 유대인으로 활약하던 할아버지한테 하루는 ‘모냐’라는 남자가 등장한다. 셋째 레오폴트가 보낸 남자다. 아들의 선물로 모자걸이 기린 인형과 턱시도 한 벌을 들고 찾아와 두 주를 보내고 갔다. 그러자 스탈린 당국은 이사크 할아버지를 벨기에의 스파이라는 혐의로 체포해 면접권 없는 10년 유형에 처해놓고 총살시켜버렸다. 20년이 흘러 조금 좋은 세월을 만나 둘째 아들이자 도블라토프의 아버지인 도나트가 다방면으로 애를 써서 할아버지는 무죄 복권이 된다. 도블라토프는 허탈해서 묻는다. “그때는 무슨 죄가 있었던가? 뭘 위해서 말도 안 되는 우스꽝스러운 삶을 중단시켰는가?” 하여간 비극적인 삶을 살 수밖에 없었던 할아버지의 삶을 작가는 반어적으로 “우스꽝스러운 삶”이었다고 말한다. 우스꽝스러운 삶이었는지, 아니면 우스꽝스러운 시절이었는지, 그것도 아니면 둘 다인지는 독자와 당시 소비에트 인민들이 판단해야 할 터. ​ 재미있는 책이다. 적은 분량으로 하루를 즐겁게 지내기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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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3-08-24 08:4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문트 님 아래에 똑같은 내용 중복됩니다. 한글이나 워드에 쓰고 붙여넣기 하신 거 같은데 같은 내용 중복요! “재미있는 책이다~즐겁게 지내기 좋다” 이 문장 아래 리뷰 다시 시작! ㅋㅋㅋ

Falstaff 2023-08-24 09:24   좋아요 1 | URL
넵! ㅋㅋㅋㅋ 글 올릴 때부터 알고 있었습니다. 서재 글로 읽으면 괜찮지 않은가요? 북플에서만 줄줄이 ㅋㅋㅋㅋ
이게 수정이 안 되더랍니다. 에러 나오는 거 알고 수정했더니 한 번 더 똑같은 글이 추가, 다시 수정했더니 같은 글 두 번 추가. 끝이 없더라고요.
전체를 지웠다가 다시 쓰면 괜찮지 않을까 싶지만 그렇게 정성을 들일 필요는 없을 거 같아서, 에라, 하고 냅뒀습니다. ㅋㅋㅋㅋ
알라딘이 책 가게지 포털이 아니라고, 좋은 게 좋은 거라고 생각해버렸습니다. ㅎㅎㅎ

잠자냥 2023-08-24 11:24   좋아요 1 | URL
아하, 네 컴퓨터로 보니까 멀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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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번의 <로마제국 쇠망사>는 작년 10월부터 1년을 두고 읽기로 작정을 했었다. 이제 1년 기한이 점점 가까이 와 8월에는 5권을 읽어야 10월까지 끝을 볼 수 있겠구나, 작심을 하고, 하필이면 염천지옥 지구 기상관측 역사상 가장 더운 8월의 여름에 손을 대 혀를 빼물고 헉헉대며 읽다 말다, 일 주일이 걸려 한 권을 읽을 수 있었다. 그것도 내가 재미있어 하지 않는 그리스도교 역사는 퉁쳐서 빼먹고 읽어도 그랬다.

  <로마제국 쇠망사>는 4권에 이르러 서로마제국의 황제 통치는 완전히 결딴이 났고, 겨우 교황청에 의한 정신적 지배, 물론 아무리 교회라도 그들이 다스리는 병력이야 없지는 않았더라도, 동고트족을 필두로 이탈리아 영토를 완전 정복한 이방인들도 당시엔 철저하게 기독교를 믿었기 때문에, 교황청을 멸망시키면 침략군이 죽은 다음에 불지옥에 떨어질까봐 어마 뜨거라, 오히려 로마 제국보다 더 열성으로 교황, 추기경, 대주교, 주교 등을 향해 “아빠”라고 부르면서 그들을 보호해주었다.

  이로써 로마 제국은 온전히 동로마제국만 남았고, 비록 이들이 이미 힘 빠지고, 이도 빠지고, 무릎뼈 녹작지근해졌다 하더라도 썩어도 준치, 부자집 망해도 삼 년 가는 것처럼, 겉으로는 여전히 페르시아와 전쟁을 벌이고, 북아프리카, 그리스를 넘어 마케도니아, 헝가리, 불가리아 지역, 동으로는 예루살렘까지 영토를 확장시켰는데, 이런 것들도 이미 4권에서 다 거덜이 나버린다.


​  5권으로 넘어오면 동로마제국에서는 아무런 영광이 없다. 북쪽 야만인들인 프랑크 족엔 샤를마뉴라는 위대한 왕이 장딴지에 힘을 잔뜩 주고 있고, 독일 지역엔 또 오토가 신성로마제국의 황제를 칭하고, 아라비아인들은 동로마의 동쪽부터 시작해 예루살렘까지 싹 깔고 앉아 있으며, 남쪽으론 사라센 무슬림들이 기껏 정복해 놓은 북아프리카를 땅 한 점 남겨두지 않고 완전히 먹어 치운 것으로도 모자라, 서고트족이 정복해 함포고복하며 살고 있던 이베리아 반도까지 싹 쓸어버렸던 거다. 여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저 오래 전 테세우스가 아리아드네의 도움을 받아 미노스의 미궁에 살고 있던 괴수 미노타우로스를 죽인 크레타 섬과 부속도서까지 몽땅 회교도들이 점령을 해버렸다는 거 아닌가 말이지. 이것만 해도 헛김 빠지는데, 바로 코 밑에선 투르크 족이 만만치 않게 알통을 키우고 있는 상황이다.

  물론 이런 일들이 한꺼번에 발생하지는 않았다. 몇 백 년에 걸쳐 이합집산을 거듭해서 끊임없이 동로마제국을 괴롭히기도 하고, 나중에 비잔티움으로 축소된 이후엔 그까짓 것, 가깝지도 않고 큰 땅도 아닌데 건물이 세련되고 보화가 좀 있다고 거기까지 귀찮아서 원정을 어떻게 가니? 하고 일부 포기할 때까지 이 이민족들은 동로마와 좋았다 나빴다 하는 관계를 유지하면서 가끔은 자기들끼리 박 터지게 싸우기도 했다. 다 그런 것이지 뭐. 국가 간의 일이나 사람 사이의 일이나 다 그게 그거다.

  그러니 아무리 글 좋은 에드워드 기번이 <로마제국 쇠망사>를 썼다고 하더라도 위대한 영웅이나 황제가 나타나 단기필마에 장창을 옆구리에 끼고 적진을 향해 눈썹을 휘날리며 돌진하는 장면이 1도 없으면서도 길고 길어서 6백 쪽이 넘어가는 시대를 서술하기도 쉽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리하여 기번은 5권에 들어와 어떤 의미에서는 로마 “제국”에 대하여 쓰는 것보다 더한 열정을 당시 발호하기 시작하여 후대에 유럽과 서아시아, 북아프리카에서 국가를 형성할 조상들의 움직임 포착에 쏟지 않았는가 싶다.

  그런데 이 장면에서, 저 먼 동아시아의 독자는, 하도 복잡하게 얽혀 있어서 읽을 때는 그럴 듯하지만 읽고 나서 불과 5분도 지나지 않아 그들의 호적관계가 왕창 얽혀버리는 경험을 할 수밖에 없다. 아닌 사람들은 거의 틀림없이, 100퍼센트 아니다, 그래서 거의 틀림없이, 라고 말하는 바, 그냥 재미있는 소설책 읽듯이 휙, 일독을 하고 지나갔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정식으로 공부를 하고 싶으면 옆에 공책이나 메모지를 두고, 볼펜 또는 만년필을 꼬나잡고, 프랑크, 독일, 헝가리, 불가리아, 투르크, 아라비아, 사라센, 노르만, 러시아와 기타등등, 기타등등의 내력, 종교와 개종과 혼인관계를 메모하면서 읽어야 할 것이다. 아울러 메모에 그치지 말고 책을 읽은 후에 내용을 기억하며 메모 내용을 달달 외워야, 하나? 아이고, 난 그런 거 못한다.


  어쨌든 <로마제국 쇠망사 5>를 읽었다. 이제 마지막 6권 남았다. 로마는 커도 너무 크다. 부잣집 망하는 데 3년 걸리는 건 아는데, 참 나, 망하는데도 이렇게 복잡하게 망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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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3-08-22 08:4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우와 이제 마지막 6권!! 힘내라 힘!!! ^^
로마제국정도면 망하는데도 3년 정도가지고는 안되죠. 역시 부자집이 좋은거 같아요. 우리 같은 사람은 망하려면 한방에 훅이잖아요. ㅠ.ㅠ

Falstaff 2023-08-22 15:52   좋아요 1 | URL
한권 남았는데 6권도 5권처럼 사실 이미 다 망가진 집구석, 아마 콘스탄티노플 함락 만 남았을 거 같습니다.
ㅋㅋㅋ 전 한 방에 훅 망한 경험이 있어서 말입죠.

stella.K 2023-08-22 10:0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반칙입니다, 반칙! 기독교사를 통으로 빼시다뇨.ㅠ ㅋㅋ 하긴 올여름은 증말! 근데 그런 벽돌책을 일주만에 독파하시다닛! 👍 오늘부터 숨 좀 쉴 것 같네요. 앞으로 점점 더 책읽기 좋은 날이 오겠죠? 완독을 응원합니다.^^

Falstaff 2023-08-22 15:57   좋아요 2 | URL
교회사는 교회의 역사, 즉 성직 가진 ˝사람˝들을 중심으로 기술할 수 밖에 없는데요, 그들도 결국 사람이어서 온갖 지저분한 이야기가 흘러 넘칩니다. 절대 아름답지 않습니다. 기독교를 위하여 안 읽었습니다. ㅎㅎㅎ
우리나라 교회사도 마찬가집니다.

그레이스 2023-08-22 10:1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염천지옥 무더위에 쇠망사를 읽다!
^^;;
워낙 다민족 다문화에 로마제국에 욕망을 연결시킨 인간들이 많으니 망하는것도 복잡하고 오래걸리겠죠^^
당대 서민들은 로마가 망했는지도 모르지 않았을까 싶네요.
역사가들의 진단이 어느 시점이라고 말하고 있는것이지...^^

Falstaff 2023-08-22 16:00   좋아요 1 | URL
옙. 로마 후기로 가면 속지 출신, 순종 로마 입장에선 야만인 출신 황제들도 좌르륵 등장합지요. 그리하여 신성˝로마제국˝을 참칭하기도 하고, 러시아 황제는 로마 황제보다 두 배 훌륭하고 고귀하다는 의미에서 대가리 두 개인 기형 독수리를 문장에다 넣기에 이릅니다. 어쩌면 로마는 아직도 계속되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문득 드는군요.
 
오렐리앵 1 창비세계문학 92
루이 아라공 지음, 이규현 옮김 / 창비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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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루이 아라공이라고 하면 앙드레 브르통, 필리프 수포와 더불어 프랑스의 쉬르 레알리즘, 즉 초현실주의의 대표선수로 활약하다가 공산주의자로 변신하면서 초현실주의나 다다이즘과 결별한 시인 정도로 알고 있었다. 그러다가 이 책을 다 읽고 연표를 보니까 참 굴곡이 많은 삶을 살다가 간 작자라 하지 않을 수 없었다. 탄생부터 우여곡절이었다. 1897년 10월 3일에 태어났는데 11월 3일 날짜의 세례증명서를 발급받았고, 이는 일반인들에게 출생증명서와 같은 효력을 지니는 문서로 활용되지만 특별하게 이 아이의 세례증명서에는 부모의 이름이 적혀 있지 않았다. 훗날 아라공 자신의 진술에 의하면 어머니는 마르그리뜨 투카스로 스물네 살이었으며 아버지는 1840년생, 그러니까 엄마보다 서른세 살이 더 많은 루이 앙드리외였단다. 제3공화국 시절의 대표적 공안검사로 1871년 리옹 코뮌 가담자들을 유혈 진압하는 등의 공을 세우는 등 잘 나가다가 1928년 선거에 지는 바람에 은퇴할 때까지 여러 번 하원의원을 지냈다고 한다. 사생아였지만 엄마가 아빠네 집의 하녀 같은 통속적인 관계는 아니었던 것 같다. 나름대로 아빠도 어린 정부와 아이한테 정성을 쏟았지만 신분도 있고 사회적 눈치도 있고, 제도도 있고 뭐 복잡한 사정 때문에 호적에 올리지는 못한 거 같다. 아라공은 엄마를 누나로, 외할머니를 엄마로, 아빠를 대부로 알고 살았다는데 뭐 이런 거 안다고 배부른 거 아니니까 그만 하자.


  <오렐리앵>은 오랜만에 창비 세계문학 시리즈로 나와 책방에서 표지를 보자마자 반가워서 도서관에 구입 신청을 해 읽은 책이다. 1권이 서문 포함해 415쪽, 2권이 작가연보 포함 474쪽, 합해서 889쪽에 이르는 장편 연애소설이다. 연애소설이 뭐라고? 몇 번을 말했듯이 결국 연인이 갈라서야 끝장을 보는 이별소설. 그리하여 책 좀 읽은 독자들은 연애소설의 플롯을 대강 눈치챌 수 있는데, 아라공은 마치 오노레 드 발자크의 발자국을 따르듯이, 결국 그거 한 번도 해보지 못하고 이별해야 하는 운명의 주인공 오렐리앵과, 덩치 크고 잘 생기고 돈 많은 오렐리앵을 사랑하면서도 엉뚱하게 못생기고 땅딸막하고 돈도 없는 어린 시인한테만 같은 침대를 허락한 후 사랑하지 않는 외팔이 남편에게 돌아가는 베레니스를 둘러싼 1920년대 초반 파리의 다양 다종한 부르주아, 인텔리겐치아-어리광쟁이들을 겁나게 섬세하고 상세하고 세밀하고 그래서 짜증날 정도로 섬세하게, 상세하게, 세밀하게 그렸다. 1차 세계대전에도 참전한 루이 아라공이 이 책을 쓴 시기가 2차 세계대전에까지 참전했다가 1940년 초여름에 프랑스 비시 정권이 독일에게 항복하는 바람에 소집 해제가 된 직후였다. 괴뢰 정부가 항복한 거지, 내가 항복한 거냐? 라고 주장하면서 아내 엘자와 함께 “지적 레지스탕스” 운동에 참여한다는데, 지적intellectual 레지스탕스가 뭐야? 아라공은 <오렐리앵>의 에필로그에서, <오엘리앵>은 프랑스가 해방된 1944년에 발간했으며(에필로그는 원래 붙어 있지 않은 것을 발간 직전에 프랑스 공산당이 레지스탕스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기로 결의한 이후에 써서 첨가한 것인데), 이 에필로그에서 사회변혁은 무장폭력에 의하여 가능하다고 주인공의 입을 빌어 웅변하고 있건만, 도대체 “지적 레지스탕스”가 뭐냔 말이지. 뭐 그건 그거고, 다시 책 이야기를 하자면, 이 책 두 권을 내가 희망도서 신청을 했기 때문에, 안 읽으면 시민 혈세로 구입한 책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 한 글자도 빼지 않고 다 읽었지, 내가 내 돈 주고 산 거라면 얼마 읽지 않아 방바닥에 휙 던져버렸거나, 헌책방에 내다 팔아 빵 사먹었을 거 같다. 빵 아니고 쐬주라고? 두 권 팔면 완전 새 거니까 한 5천원 안 주나? 집 앞 홈플러스 가서 쐬주 5천원어치, 세 병 사와 앉은 자리에서 꼴랑 다 마셔버리면, 죽는다, 죽어. 나도 죽기는 싫어서 빵 사먹었을 거 같다.

  1921년말, 우리의 오렐리앵 뢰르띠유아가 여주인공 베레니스를 처음 본다. 보자마자 처음 들었던 생각이, 못 생겼군, 이었다. 옷감에 일가견이 있는 청년 백수이자 1차 세계대전 참전용사이며 예비역 중위인 오렐리앵이라면 전혀 감안해보지도 않았을 옷감으로 지은 드레스 위에 윤기 없고 지저분한 머리칼이 부스스한 베레니스에게 오직 하나 고상한 것은 동방의 공주를 연상시키는 “베레니스”라는 이름 하나였다. 오렐리앵에 관하여 말씀드리자면, 1911년에 장교로 입대를 해서 3년 복무 끝에 제대 요건을 갖춘 1914년 여름, 하필이면 큰 전쟁이 터지는 바람에 별의 별 전투에 다 참전하다가 동방군의 일원으로 테살로니키에 갔다가 총알이나 파편에 맞는 대신 말라리아에 걸려 프랑스로 복귀해 결국 제대에 성공한 인물이다. 무려 8년 동안 장교로 복무한 결과 제대로 사랑을 해보지도 않은 건 당연하고, 심성마저 성실하지 않았고, 하느님의 도움을 받지 못해 전사하는 데도 실패한, 서른두 살의 다 큰 아이였다. 온전히 자기 자신을 존중하지도 못하고 어른으로 생각할 수도 없었는데, 이건 다 전쟁을 극복하지 못해서 생활의 리듬을 되찾는데 실패했기 때문인 것처럼 보였다. 외모는 출중했지만 무슨 일이 일어나고 한참 뒤에야 깨닫는 듯한 둔한 머리로 살아가는 것이 분명해 보이는 백수.

  사이가 아주 나빴지만 끝까지 헤어지지는 않은 돈 깨나 있는 부모가 어느 날 날을 잡아 한꺼번에 사고로 세상을 접는 바람에 시집간 누나 아르망딘 드브레스뜨는 아버지가 운영하고 있던 공장을 물려받고, 오렐리앵 뢰르띠유아는 유능한 소작인들이 경작하고 있는 생주네의 토지를 차지한다. 이렇게 해서 오렐리앵은 파리 생루이 섬의 방 두 개짜리 아파트와 5마력을 내는 작은 승용차, 3천 프랑의 연금을 확보하고, 남은 인생을 오직 이 연금의 범위 안에서 소비하며 끝내 백수의 위신을 지킬 것임을 굳게 맹세한다. 밤이면 밤마다 요즘말로 클럽에 가서 술 마시고, 춤추고, 젊은 시인, 기자, 화가 얼치기들과 쓸데없는 잡담으로 소일하는데 전력을 다 한다. 오렐리앵 뢰르띠유아의 허랑방탕이 얼마나 지겹게, 유치하게, 눈꼴 시게 계속되는지 나는 막 미칠 거 같았다. 아오, 평균보다 큰 키, 미간이 이어질 정도로 두껍고 검은 눈썹에 큰 이목구비와 근사한 콧수염이면 다냐고. 나는 이렇게 노동할 필요 없는 돈지랄 전공자들”만” 나오는 소설을 정말 싫어하거든.

  이이의 군대 친구 가운데 군의관 보조였던 에드몽 바르뱅딴이 있다. 사기꾼이고 바람둥이. 그 시절 (쁘띠)부르주아들이 다 그랬듯이 혼외정사 전문가라서, 제대 후 택시업계와 부동산 업계의 거물 께넬 씨의 정부 까를로따를 께넬 씨가 쓰는 침대 위에서 만나다가 결국 께넬 씨의 딸 블량셰뜨도 자빠뜨려 께넬 영감의 사위 신분으로 1차 세계대전에 참가한 인물이다. 전쟁 중에 께넬 씨가 죽자 에드몽은 대박이 나버렸다. 택시는 물론이고 부동산에 이어 각종 사업을 이어받아 진짜 부르주아 계급으로 티고 올라갔다. 그래도 알량하긴 하지만 고정수입이 있는 오렐리앵과의 유대는 끊어버리지 않았다. 에드몽의 고향이 남쪽 R시. 여기 그의 사촌이 있어 두 주 정도를 기약하고 파리를 방문했고, 당시에 여성 고객 혼자라면 호텔에서 받아주지도 않던 시절이라 사촌 베레니스는 에드몽의 집에서 머물렀으며, 이렇게 해서 자연스레 오렐리앵의 눈에 베레니스가 들어왔지만 첫 눈에 든 생각이 “못 생겼다.” 였다는 것.

  그런데 그건 처음에 그랬다는 말이고, 작품을 읽어나가면 조금씩, 아주 조금씩 오렐리앵이 베레니스에게 호감을 느끼게 되고, 좋은 감정은 어, 이거 사랑이야? 라는 생각도 들다가, 사랑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거나, 사랑을 하고 있다고 오해하는 남자들이 흔히 그렇듯이 손목 한 번 잡아봤으면, 으로 진행하게 되며 모든 것이 마음 먹은 대로 되지 않은 그에게는 베레니스의 손목이나 허리가 아니라, 오렐리앵의 집에 들른 베레니스가 실수해서 깨뜨린 데스마스크, “센 강에서 자살해 시체 공시소에 있던 여인의 얼굴을 석회로 뜬 데스마스크”를 보상하기 위하여 멀쩡하게 살아있는 베레디스의 데스마스크를 얻게 되며, 척 보니까 덜 떨어졌지만 입만 까진 화가가 그린 베레디스의 초상화를, 연금 3천 프랑의 수입밖에 안 되는 주제에 한 방에 5천 프랑을 주고 구입하는 등, 단박에 베레디스한테 훅, 가버리게 된다. 그래, 그게 사랑이지. 이때부터 오렐리앵은 미치기 시작한다. 아마 첫사랑인 듯. 다들 해보셨지, 첫사랑? 2권에 가서 베레디스가 오렐리앵을 떠난 후에, 20년이 흐른 다음에도 완전히 정리가 되지 않은 흉터로 남은 상태를 루이 아라공이 잘 표현하고 있는 바, 딱 그거 하나가 이 책을 읽고 얻을 수 있는 거라고 하면, 내가 너무 야박할 듯. 하여간 뭐 그렇다는 말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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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lstaff 2023-08-18 06:57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다음 주 예정 삽질 :
화요일, 에드워드 기번 <로마제국 쇠망사 5>
목요일, 세르게이 도블라토프 <우리들의>
금요일, 마르그리뜨 뒤라스 <평온한 삶>

잠자냥 2023-08-18 09:05   좋아요 2 | URL
삽 좀 제공해드리고 싶습니다만. ㅋㅋㅋㅋㅋ

Falstaff 2023-08-18 10:27   좋아요 1 | URL
그냥 주시면 됩니다. 얼른 받겠습니다. ㅋㅋㅋ

stella.K 2023-08-18 10: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캬~ 국민의 혈세를 생각해서 끝까지 읽으시는 그 성실함 존경합니다. 저도 요즘 저에겐 재미드럽게 없는 옥타비어 버틀러의 소설을 읽고있는데 옛날 같으면 던져버렸을텐데 문트님 생각해서 그냥 끝까지 읽어보려고요. 제가 그동안 하도 불성실하게 읽어서요.ㅋ
책이 오렌지색이고 예쁘게 생겼는데 말입죠. 음ᆢ

Falstaff 2023-08-18 15:57   좋아요 1 | URL
ㅋㅋㅋ 보통이지요 뭘.
그건 그거고.... 버틀러, 재미 읎나요? 다음 번 읽으려고 골라놨는데 생각해봐야겠군요.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