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장 책만드는집 시인선 86
황훈성 지음 / 책만드는집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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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훈성. 서울대 영문과 학사, 석사. 캘리포니아 대학 데이비스 캠퍼스 영문학 박사. 베케트 전공 이후 죽음에 천착했다고 여기저기 쓰여 있음. 동국대 영문과 교수. 취미로 공부 잘하는 학생에게 자기 시집 선물하기. 영문과 아니라도 상관없음. 내가 읽은 책도 2016년 11월 28일에 “ooo 쌤에게”라는 헌사와 함께 어지러운 사인이 그려 있음. 선물 받고 자기 이름도 안 지운 채 헌책으로 팔아먹은 사람이라도 인권보호 위해 익명 처리함. <지상에 남겨진 신발>, <운평선>, <조장>, <영시암>, <수처작주 입처개진>, 이렇게 다섯 권의 시집을 냈으나, 구글, 네이버를 아무리 검색해봐도 어떤 경로로 시인이란 타이틀을 갖게 됐는지는 절대 발견할 수 없으며, 통박으로 말하자면 지금은 속초 모처에서 살고 있는 듯하니 동국대에선 정년퇴임한 듯. 문과대 교수면 시인으로 등단하지 않고도 시집 다섯 권 낼 수 있음. 아니, 문과대 교수 아니라도 돈만 있으면 가능함.


  시라고 다 같은 시야? 문제는 품질이다.


  참 안쓰러운 사람들 가운데 한 부류가, 시를 좋아하고 자주 쓰는데, 뮤즈한테 크게 뇌물을 먹이지 않아서 그런지 시 쓰느라고 애만 쓰는 사람이다. 물론 내 주위에도 있다. 그이도 시집 한 권을 자비 출판했다. 나한테도 한 권 줘서 읽어봤더니, 전형적으로 보통사람이 쓴 시다. 무슨 뜻이냐 하면, 보통사람이 쓴 시는 낙서고, 시인이 갈긴 낙서는 시라는 말씀.
  황훈성의 시집을 열어보면, 아, 노 시인의 노작을 이리 얘기해서 외람되지만, 그만 얘기할까? 계속해?, 고민 고민하다가 솔직히 말하자면, 아마추어 바로 윗동네, 딜레탕트의 전형을 보는 것 같다. 뭐 나야 시를 그저 읽기만 하는 독자에 불과하지만, 시 좀 읽다 보니까 어떤 것이 시라는 건 조금 눈치 채는 수준이라 자뻑하며 사는 인간이다.
  시는 삶이어야 한다는 전제에 동의한다. 그러나 삶이 시가 되기 위해서는 삶과 시 사이에 놓인 계단 하나를 올라가든, 내려가든 하여간 거쳐야 하지 않을까?
  예를 들어 이런 시.



  조장鳥葬


  태곳적 그 누가
  공중의 단백질 덩어리에게
  새라는 아름다운 이름을 붙였을까?


  지상의 힘센 단백질 무리가
  쏘아올린 화살에 떨어지는
  공중의 약한 단백질이여
  그대는 곧 지상의 단백질 속으로 편입되리라


  그러나 서러워 마라
  지상의 단백질도
  밀도가 떨어지고
  그 수명을 다하면
  도끼로 분해된 채
  절벽 바위 위에
  순수 단백질 덩어리로 진열되리니


  공중 단백질이여,
  너의 날카로운 부리로
  지상의 단백질을 쪼아
  잃어버린 세월
  복리 이자로 환급받으려무나
  세상의 수지계산은 빈틈없이
  항상 이렇게 이루어지나니.  (전문)



  이게 시인이 생각하기에 시집의 대표작인 것 같다. 그래 자신이 직접 쓴 설명문 ‘자해서’에 첫 번으로 소개했고, 시집의 타이틀로 이름을 걸었겠지.
  조장. 사람이 죽으면 도끼로 시신을 적당한 크기로 잘라 시에서는 바위 위, 또는 벌판 위에 방치한다. 그럼 사체를 청소하는 독수리vulture 같은 날짐승이 날아와 뼈까지, 오직 등뼈와 털만 남기고 싹 먹어치운다. 해골은 새들이 먹기 편하라고 큰 돌을 떨어뜨려 박살을 낸다. 그래 완전히 없어진 시신은 축복받은 징표로 여기는 장례풍습인데, 새를 통해 망자가 하늘로 전해진다는 의미란다.
  누구나 읽는 즉시 뜻을 알 수 있는 쉬운 시이기는 하지만 조장의 풍습을 복리 이자로 받는 환급이라고 굳이 알려주는 건 왜 그랬을까. 몇 십 년을 가르치는 일을 해 온 교사의식이 그렇게 만들었을까, 뜻을 확실하게 전해주지 않으면 직성이 풀리지 않는 학자풍의 기질이 그랬을까. 죽음과 장례의식 뿐만 아니라, 몸을 가지고 있는 생명체마저 ‘단백질’로 체화시키는 원소화. 어째 그게 내게는 그럴 듯하게 들리지 않았다.
  그의 시는 쉽다. 대부분의 작품들은 <조장>처럼 읽는 즉시 시인의 주장을 알아들을 수 있다. 시인도 애초에 “나는 시를 일기로 생각한다. 자신의 생각의 잔편들을 기록해놓는.”이라 발언한다. 전에 읽은 시집, 오탁번의 《시집 보내다》에서도 말했던 것 같은데, 나이 든 시인에게 흔히 이런 현상이 벌어진다. 이이는 여전히 시집을 사 읽어보는 모양이다. 그러나 21세기 들어와 창궐하는 젊은 시인들의 시편에는 도무지 적응하지 못하는 것 같다. 그래서 한 마디 하기를,



  한국의 난해 시


  남산 산책길
  장님 부부가 튤립 화단 앞에 서 있다
  꽃을 어루만지며
  이게 무슨 꽃이오?
  향기를 맡으며
  이게 무슨 꽃이오?
  주위를 둘러본다
  표지판을 어루만지며
  “점자도 넣었다면
  무슨 꽃인지 알 텐데 참“


  표지판의 화초명은
  “화단에 들어오지 마세요”
  점자를 거부한
  한국의 난해 시처럼,  (전문)



  시의 내용도 알겠고, 내용에 동의한다. 근데 말입니다. 시가 너무 직설적 아녜요? 난해시도 문제입니다만, 이렇게 노골적으로 말씀하시면 그래도 시가 되는 건가요?
  나는 살면서 시를 좋아하고, 그래서 많이 읽고, 또 쓰는 사람들을 우러러본다. 정말이다. 조금의 비아냥거림도 없고, 숨김도 없고, 속으로 우습게 알면서 하는 얘기가 아니다. 진심으로 말 하건데 우러러본다. 시를 쓰면서 세상을 사는 일이 어떻게 가벼울 수 있겠는가. 게다가 이미 은퇴한 듯한 노학자의 시를 읽으면서, 여태까지 쓴 것처럼 좋지 않은 감상을 얘기한 것에 좀 안 된 느낌도 있다. 그러나 그렇다고 황 선생이 거짓 감상을 바랄 것 같지 않아 솔직하게 써버렸다.
  황 선생께선 앞으로도 계속 시를 쓰시고 살기를 축원한다. 그러나 이해해주시라. 앞으로는 선생의 시를 더 읽지 않을 것 같노라 말씀드리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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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균호 2021-02-23 09: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시종일관 유머스러운 필체에 이끌려 끝까지 재미나게 잘 읽었습니다. 우선 저는 저 시집을 읽게 된 동기가 궁금하네요 ㅎㅎㅎ 아마도 자비출판된 시집인 것 같은데 말이죠. 글을 쓰는 것도 자유고 읽을 선택을 하는 것도 독자의 자유아니겠어요. 가끔 제 책을 두고 이런 종류의 비판을 받는 (아니 더 혹독하게) 경우가 종종있는데 쓸 자유, 읽을 자유가 따로 있다고 생각해서 게의치 않게 되더라구요 .ㅎㅎ 독자마다 각자의 취향이 있으니까요. 여아튼 글 재미나게 잘 읽었고 저도 저 분의 시집을 한번 찾아보고 싶네요...

박균호 2021-02-23 09: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인터넷에 이 분에 대한 글이 많네요. 그냥 시를 쓰는 것을 좋아하고 또 어떤 인연이든간에 선물하기를 좋아하는 ...정이 많은 분 같네요. 시인 타이틀이야 뭐 요새 밤 하늘 별 만큼 많은 것이 시인 등단 경로 아니겠어요? 그런 경로를 통하지 않은 것이 오히려 인간적이네요 ㅎㅎㅎ 제가 시를 평가할 위인은 아니어서 그건 패스하고 죽음을 가르치지만 삶을 사랑하고 재미나게 사시는 분 같아요.
https://blog.naver.com/u-jeong/221314630258

Falstaff 2021-02-23 09:48   좋아요 3 | URL
옙.
인생을 아주 건강하게 사시는 분 같습니다. 자녀들에게 책 많이 읽으라고 가끔 잔소리를 하시지만요. ㅋㅋㅋ
지금도 적어도 한 달에 한 번은 대청에 오르신다니, 이 글 읽고 맞짱 한 번 뜨자고 하시면 전 죽은 몸 아닌가 싶습니다. 흑흑흑....

잠자냥 2021-02-23 09:4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복리 이자로 환급 ㅋㅋㅋㅋㅋ 아 미칩니다. ㅋㅋㅋㅋㅋㅋㅋ 제 타입 시는 아니지만, 어느 누군가에게는 쉽다고 좋아할 그런 시일 수도 있겠어요.

Falstaff 2021-02-23 09:49   좋아요 2 | URL
ㅎㅎㅎㅎ 그럼요. 이분 검색해보면 이 시집 선물받고 좋아서 사진 찍어 올리고 그런 사람들, 제자들 찾을 수 있어요. 다 인생이지요 뭐. ㅋㅋㅋㅋ

hnine 2021-02-23 10:3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니 단백질이 무슨 죄랍니까 .
그래도 재미있는 시네요.

Falstaff 2021-02-23 10:37   좋아요 2 | URL
예. 조장도 그렇고, 한국의 난해시도 그렇고 재미있는 시이긴 한데, ㅋㅋㅋ
아이고, 뭐라 얘기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소녀, 여자, 다른 사람들
버나딘 에바리스토 지음, 하윤숙 옮김 / 비채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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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마디로 이 소설을 정의한다면, “강력한 한 방.” 관자놀이에 제대로 된 펀치 한 방을 맞은 느낌하고 비슷하다면 설명이 될 듯. 알라딘의 소설 MD 권벼리에 의하면 에바리스토가 “‘문학에 흑인 영국 여성이 등장하지 않는 게 불만스러워서’ 열두 명의 흑인 여성이 주인공이 되는 소설을 쓰게 되었다.”고 말했다 한다. 책을 직접 읽으면 두 개의 큰 그림이 있고 그림판을 구성하는 중요한 인물의 개별적인, 그러나 결국 두 개의 큰 그림과 교차되는 결론으로 구성되어 있다.
  조금 상세히 이야기하기로 하자.
  첫 번째 그림. 앰마 본수, 라는 이름의 유색인 레즈비언 여성. 그러나 아이는 갖고 싶어 속물 인텔리겐치아 롤런드와의 사이에 딸 야즈를 낳아 키우고 있다. 몇 십 년 동안 자신을 따돌리던 주류 연극계에 수류탄을 던지던 이탈자로 살아가다가, 내셔널 씨어터에 최초로 예술 감독 자리에 오른 다음에야 그곳에 입성할 수 있었고, 그 후 주류에 편입되어 어깨에 힘 좀 주기 시작했다고 주위 사람들이 말한다. 심지어 자기 딸 야즈까지.
  2019년에 이 책으로 부커 상을 받아 스타덤에 오른 작가 버나딘 에바리스토가 실제 살아온 삶이 앰마 본수와 많이 비슷하다고 해서 작가 자신의 이야기라고 믿을 필요는 없다. 하여튼 앰마는 작가와 유사하게 전교에 유색인이라고는 딱 두 명밖에 없는 학교를 다녔고(작가는 자기 자신 단 한 명이었다고 함), 연극학교를 졸업했지만 피부색 때문에 활동에 많은 제약이 따라붙는 것에 열을 받아 친구 도미니크와 함께 자신의 극단을 만들어버린다. 여기까지는 앰마가 에바리스토의 많은 부분을 빌려온 것이 맞다.
  이제 내셔널 씨어터에 입성한 앰마는 자신이 드라마를 쓰고, 연출까지 한 작품, 아프리카에서 직접 전투에 참가했던 여성 전사들의 이야기 <다호메이의 마지막 여전사>를 공연한다. 그것이 제1장의 첫 번 챕터인 ‘앰마’. 두 번째 챕터는 앰마의 딸 야즈의 탄생부터 대학에 다니는 현재 그의 친구들까지 발랄한 청춘들, 세 번째 챕터는 함께 극단을 만들기는 하지만 극단적 편집증이 있으며 폭력적이기까지 한 미국인 동성애자 은징가에게 홀딱 반해 미국으로 가서 온갖 고초를 겪지만 나름 성공을 거두는 도미니크의 이야기. 이렇게 앰마의 주변에서 어떻게든 연결이 되는 여성들이 제5장 뒤풀이 파티, 즉 첫 공연을 끝내고 이를 축하하는 파티에 다시 모이는 등장인물들이 만들어내는 씨줄과 날줄이 바로 첫 번째 그림이다.
  두 번째 그림은 19세기 초부터 영국에 거주한 아프리카 계 유색인종 가족의 후예인 해티를 중심으로 한다. 해티는 스코틀랜드와의 접경 부근인 북부 잉글랜드에서 몇 십만 제곱미터의 농장을 운영하다가 이제는 힘이 들어 황무지가 되도록 내버려두고 있는 아흔세 살의 노인이다. 해티의 조부모 시절부터 이이의 가족사를 언급한다. 이건 영국 내 아프리카 계 유색인종의 역사가 그리 만만하지 않음을 작품으로 써왔다는 에바리스토의 작업의 연장으로 보인다. 해티에겐 한때 손녀였던 메건, 지금은 모건이라 이름은 바꾼 손녀인지 손자인지, 아니면 손자녀 아무것도 아니고 그냥 해티의 3세인지 알 수 없는 노릇이지만 그따위는 전혀 중요하지 않게 생각하는 아흔세 살의 할머니가 평생 숨겨왔던 하나의 진실이 밝혀지는 과정이다. 이 진실은 제일 마지막 에필로그에 가서야 드러나게 된다.
  앰마와 해티를 둘러싼 아홉 명의 여성과 한 명의 자유 젠더는 현존하는 영국의 유색인 페미니스트들을 대표한다고 봐야 할까? 여성주의를 잘 알지 못하는 내 수준에서는 확실하게 그렇다. 더 이상 어떤 부류가 있을지 상상이 가지 않아서. 그래서 나는 이 책을 읽고는 한 방 제대로 얻어터진 느낌이 든 거다. 버나딘 에바리스토는, 바로 나 같은 사람들이 자기 작품을 읽고 조금이나마 깨달음을 얻기를 바랐던 것 같다. 깨달음, 까지는 아니고, 다양한 삶의 방법이 있다는 건 배웠다.
  동성애는? 나는 관심 없다. 동성끼리 연애를 하든, 같이 살든, 그건 그이들 문제일 뿐. 존중? 존중이고 뭐고, 그냥 내버려두는 것이 좋지 않을까 생각하는 인간이다. 즉 관심 뚝. 근데 문제는, 실제로 있었던 일인데, 동성애자가 나한테 접근하는 일. 세상의 남자들아, 이런 거 한 번씩 당해볼 충분한 이유가 있다. 나는 전혀 관심도 없고 눈길도 가지 않은 인간이 내게 연애감정을 갖고 접근하면 정말 기분 나쁘다. 나쁜 수준 이상으로 나쁘다. 그러니 당신 역시 함부로 여성에게 연애 감정을 표하지 말라. 여자들도 내가 느꼈던 나쁜 수준 이상의 나쁜 감정이 생길 지도 모르니까.
  이야기가 삼천포로 빠졌는데, 다시 책으로 돌아오면, 은고리로 만든 귀걸이를 달고 두툼한 아프리카 팔찌를 하고 독특한 패션으로 무장한 유색인 페미니스트들이 백인 페미니스트들의 달가워하지 않는 느낌을 받을 때, 이들이 페미니스트가 된다는 건 무엇을 의미할까. 에바리스토는 이런 문제만 제시하고 해결 방법은 찾지 않는다. 내 생각은, 백인 페미니스트들은 절대로 확실한 말이나 편지를 통해 유색인 동지들을 달갑지 않다고 안 할 것이다. 그렇다고 달가워한다고 믿는 건 바보짓이지만.
  이런 이야기들이 나온다. 그 외 아주 다양하게 아프리카, 인도, 중국 등지에서 유입된 유색인들과 그들의 혼혈들이 만들어 온 영국과 다양성에 관한 담론이 들어 있다.
  그런데, 이 책을 읽어보신 분들이 여기까지 쓴 소위 독후감을 읽으면, 내게, 차라리 논문을 쓰지 그러니? 라고 지탄의 말을 던질지도 모른다. <소녀, 여자, 다른 것들>이 2019년 부커 상을 받은 작품이다. 책을 읽으면 어디 한 군데 답답한 구석이 없다. 처음부터, 헌사를 읽기도 전에 ‘일러두기’를 통해, “이 소설은 운문 형태를 띠는 산문으로” 운운한다. 그럼 일종의 외국어로 쓴 시. 약간 긴장을 한 채 헌사를 읽고, 차례를 훑어보고, 드디어 본문을 읽기 시작하면, 첫 페이지를 다 읽기도 전에 글이나 문장의 형태에 관해서는 무감각해진다. 그딴 건 아무 상관없다. 오히려 단박에 이야기 속으로 빠져드는 걸 알게 된다. 그만큼 재미있다. 세상엔 참 다양한 인간들이 산다. 이 개별적인 인격들이 하나 빠짐없이 삶의 곤고함과 어려움에 찌부러져 살겠지만 그 속에서도 찬란하게 버티고 있다는 건, 지금 내가 만들고 있는 것과 모습만 다르지 똑같은 기적이다.
  지금, 쓴 걸 다시 읽어보니, 이 재미있는 소설을 읽고 이렇게밖에 책을 설명하려고만 했다니 참 바보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런 책은 눈으로 읽고 곧바로 가슴에서 접수되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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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연 2021-02-22 11:0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다른 책을 물리치고 책장에 버티고 있는 이 책을 읽어야겠다... 라는 마음이 솟구치는 페이퍼.. ;)

Falstaff 2021-02-22 11:10   좋아요 3 | URL
한 번 책을 열면 끝까지 읽게 됩니다. 바쁜 일 없을 때 시작해보셔요. 후딱 하루가 지나갑니다. ^^

잠자냥 2021-02-22 12:4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리뷰 쓰고 나서 폴스타프 님 리뷰 이제 읽습니다. 이 책 정말 시원하게 술술 읽히죠?
저도 처음엔 마침표가 없다 뭐 그런 이야기를 들어서 읽기 전엔 뭐 골아픈 거 아니야?? 그랬는데 웬걸요 한 번 집어들으니 멈출 수가 없.....(아 물론 지난주에 제 고양이가 아파서 병원들락날락 하느라 좀 중간에 못 읽기는 했어요.)더라고요. 그만큼 대단한 재미였습니다.

그나저나 폴스타프 님 말대로 정확히 말하자면 열두 명의 여성이 아니라 한 명의 젠더프 리 인간이네요? ㅎㅎㅎ

Falstaff 2021-02-22 12:47   좋아요 2 | URL
ㅋㅋㅋ 저도 민음사 추천글만 안 썼으면 지난 주 초에 독후감 올렸을 건데, 그거 좀 아쉽더라고요. 다음이 궁금한데 이왕 쓰기 시작한 것도 마저 해야 하지 에고...

그죠, 젠더 프리라고 해야 마땅합니다.
그리고, 정확하게 흑인이라 꼬집으면 안 될 거 같아요. 그래서 계속 저는 ‘유색인‘이라고 썼습니다. ㅎㅎㅎㅎ

잠자냥 2021-02-22 12:49   좋아요 2 | URL
네 유색인이라는 말도 맞습니다. ㅎㅎ 우린 모두 유색인. ㅎㅎㅎㅎ 이 책 다 읽는 분만 아실 내용 히힛-
 
모두가 세상을 똑같이 살지는 않아
장폴 뒤부아 지음, 이세진 옮김 / 창비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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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9년 공쿠르상 수상작. 책의 앞날개를 보면, 작가 장폴 뒤부아는 1950년 프랑스 툴루즈에서 태어나 아직도 그곳에서 사는 “프랑스의 국민작가”라고 요약한다. 그 나라 사람들이 신줏단지처럼 추앙해마지않는 프라이버시 때문인지 작가의 성장과 교육에 관해서는 입을 꾹 다물고 곧바로 그의 작품활동만 설명해놓았을 뿐이다. 흠. 그러면서 국민작가란다. 하긴 우리야 이이가 국민작가든 논두렁 작가든 그건 알 바 아니다. 그저 작품만 재미있으면 장땡이다. 그리고, 읽는 재미 하나만 가지고 얘기한다면 장땡은 아니더라도 구땡은 된다. 읽으면서 독자가 책에 열성적으로 몰입하게 만드는 건 아니고, 책의 띠지에 쓴 것처럼 문학성(이게 무슨 뜻인지 정확하게 아직도 모르긴 하지만)에 적절한 대중성이 합쳐져 안온한 트로트를 만들어냈다는 말씀. 그래서 쉽게 독자의 마음에 습기를 불어넣을 수 있을 듯하다.

  1955년생 폴 한센. 그는 폭행범이다. 몬트리올 교도소의 1,357명 수감자 가운데 한 명으로 금고 2년형을 받고, 다른 방보다 약간 커서 ‘콘도’라는 별칭으로 불리기도 하는 감방에서 한 명 반 분량의 체구와 엄청난 완력을 보유한 헨스 엔젤스 갱단의 멤버 패트릭 호턴과 세면대와 변기를 함께 쓰는 생활을 하고 있다. 패트릭으로 말할 것 같으면, 등에는 “사는 건 엿 같고 그 다음엔 죽는다.”라는 글귀가, 어깨 곡선에서 가슴팍까지는 할리 데이비슨에 바치는 애정을 표현한 그림이 그려진 바이커 갱단의 일원으로, 그들의 적수 록머신의 몬트리올 지부 일원을 살해한 혐의를 받아 재판 대기중인 자로, 책을 시작할 당시엔 치아 농양이 제대로 무르익어 밤마다 타이레놀을 먹어가며 끔찍한 고통을 참아야 했다. 물론 조금 지나면 교도소 치과의사가 갖은 협박과 욕설을 무릅쓰고 깔끔하게 이를 뽑아 완치시키기는 한다.

  폴 한센은 눈폭풍이 몰아쳐 영하 28도, 체감온도 영하 34도까지 내려가는 몬트리올의 한겨울에 실내온도가 14도가 넘지 않는 감방 속에서 얼어 죽지 않기 위해 희한찬란한 냄새가 나는 담요를 몇 장씩 덮고 자는 감방 안에서, 자신을 위안하는 모습을 눈으로 본다. 아내 위노나 마파치, 아버지 요하네스 한센 목사, 그리고 나의 개 누크. 이렇게 세 유령. 이 순간, 독자는 <모두가 세상을 똑같이 살지는 않아>의 스토리 라인은, ‘나’ 폴 한센이 왜 교도소에 들어오게 됐는지와, 이 세 유령과 폴의 관계를 밝히는 것으로 끝날 것임을 알아챈다. 그리고 사실이 그렇다.

  하필이면 책의 첫 장면이 교도소. 그것도 살인혐의를 받아 재판 대기중인 흉악범(일 가능성이 큰 거한)과 주인공이 같은 방을 쓰는 것으로 설정을 해서, 독자는 일찌감치 별의별 상스러운 욕설의 론도를 견뎌야 한다. 뒤부아가 여태 써온 글의 방식을 몰라서 함부로 얘기하기가 조심스럽지만, 작가가 표현한 살인 용의자 패트릭 호턴은 퀘벡의 기술전문학교에서 기계공학과 교수 아버지가 가족들에게 거의 완벽하게 냉정해 사회적으로 용인이 되는 나이가 되자마자 독립해 지금까지 아버지는 죽은 사람 대하듯 하는 환경을 부여했다. 그러나 패트릭의 본심은, 그가 구사하는 찬란한 욕설과 관계없이 조금은 허풍스럽지만, 아이스하키와 할리 데이비슨에 몰두하고, 따뜻한 마음을 가졌으며, 순진한 구석이 여기저기 보이기도 해, 차라리 ‘순박하다’는 말도 쓰고 싶어질 정도다. 패트릭의 성격을 이렇게 부여한 건, 책이 앞으로 어떻게 진행될지 짐작하는 힌트가 될 수도 있다.

  그럼 교도소 감방에 출몰해 주인공 폴에게 위안을 주는 세 유령을 찾아가 보자.

  아버지 요하네스 한센 목사는 1923년 덴마크 최북단 유틀란트 반도의 인구 8천 명의 소도시 스카겐 태생으로, 대대로 어부 집안이었다. 그냥 우리나라 어촌을 생각하면 오산이다. 북해에 면해 있어 황량하기 그지없고, 늘 불어오는 사구의 모래바람은 14세기에 지은 뱃사람들의 수호신에게 바치는 위풍당당했던 교회를 종탑 윗부분만 남기고 몽땅 삼켜버린 곳이다. 어업과 생선 가공공장 말고는 따로 할 것이 없는 스카겐에서 소년 요하네스는 모래에 묻힌 교회를 바라보며 역설적으로 목회자의 꿈을 꾸었고 그것을 이루었다.

  1930년생 프랑스 사람인 엄마 아나 마르주리. 툴루즈 태생으로 외조부모는 ‘르 스파르고’ 즉 ‘나는 씨를 뿌린다’라는 뜻의 작은 영화관을 운영했는데 일찍이 정부로부터 ‘예술과 실험’ 인증을 받아 보조금을 받는 대신 예술영화, 독립영화, 실험영화 등 소위 고상한 영화만을 상영하는 곳이었다. 노부부가 1958년 당시 고급모델이었던 DS19 차량을 전속력으로 운전하다 플라타너스를 브레이크의 간섭 없이 들이받아 차에서 튕겨져나와 죽은 다음에, 딸이 영화관을 물려받았다. 요하네스의 장인, 장모는 그들의 종교인 가톨릭 의례에 따라 장사를 지냈고, 믿지 못하겠지만, 가톨릭이든 개신교든 엄마 아나 마르주리는 신앙을 도통 이해하지 못했으며 심지어 죄라는 개념조차 인정하지 않았다. 근데 어떻게 목사와 결혼해 아이까지 낳았느냐고? 비록 자신도 모든 남자의 시선을 끌어모으는 관능적 몸매와 아름다운 얼굴을 지녔지만, 요하네스 한센 목사의 잘생긴 얼굴에 반했기 때문이었다. 이건 그녀 스스로가 고백한 사실이다.

  1968년의 파리혁명을 거치면서 한층 더 반교회적인 이념으로 무장하게 된 엄마 아나 마르주리는 1975년 여름, 당대 최고이며 아직도 클래식 포르노 영화의 대표작품인 <목구멍 깊숙이>를 상영하기에 이른다. 어엿하게 사목활동을 하는 현직 목사의 아내가. 그리하여 수십 년간의 노고에도 불구하고 툴루즈에 뿌리를 내리지 못한 목사는 이혼 후에 홀로 프랑스를 떠나 대서양을 건너 퀘벡 남쪽의 석면 광산 도시 셋퍼드 마인스의 작은 교회로 자리를 옮긴다. 나는 학교에 다니다 우연히 경마장에서 세 달 월급에 달하는 돈을 따 아버지한테 다니러 갔다가 그냥 눌러앉아 버린다. 폴이 경마에서 돈을 따 캐나다로 왔으니 자연스럽게 아버지에게 심심풀이 삼아 한 번쯤 경마장 외출을 권할 수 있는 거 아닌가. 그러나 한센 목사는 일언지하 거절한다. “한 종이 두 주인을 섬길 수 없다. 루카 16장 13, 14절.”

  후에 아버지는 완벽하게 파산을 하고, 석면 가루가 공기 속을 배회하는 셋퍼드 마인스의 교회에서 마지막 목회를 끝낸 후 설교단에서 쓰러져 생을 마감한다. 목사의 시신은 도르발 공항, 제네바, 코펜하겐까지의 하늘길을 경유한 다음 영구차를 타고 그의 고향 스카겐에 이르러 가족묘지에 묻히고, 이제 홀로 남은 ‘나’ 폴 하겐은 몬트리올의 여러 직업을 거친 후에, 교도소에서 불과 1킬로미터도 떨어지지 않은 동네 ‘아헨트식’의 68가구로 이루어진 고급 아파트 렉셀시오르에서 까다로운 관리 실무업무, 즉 만능 집사이자 마법사 수위로 26년간 일을 한다.

  그동안 아일랜드계 어머니를 둔 알곤킨 인디언의 후예이자 몬트리올에서 반경 3백 킬로미터 내의 호수 지역을 왕래하는 1947년산 수상비행기 비버 DHC2기를 운행하는 위노나 마파치를 만나 사랑을 하고, 함께 살고, 알곤킨 인디언의 율법에 따라 자연스럽게 부부가 된다. 11년 후 위노나가 세상을 접을 때까지, 한결같이, 사랑하면서. 그러다가 다친 다리를 끌며 호숫가를 배회하는 개, 누크를 발견해서 한 식구가 되고.

  불행은 다른 불행을 몰아오는 법. 그리하여 늘 우리의 주변에서 보던 평범한 늙은이 폴 한센으로 하여금 돌이킬 수 없는 분노를 터뜨리게 하고, 분노를 참지 못한 대가로 몬트리올 교도소의 콘도에서 2년 형을 받게 된 것. ‘나’ 폴 한센이 드디어 형기를 마치고 다시 딛는 세상의 발자국은 어디를 향할 것인지, 그것은 안 알려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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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연 2021-02-19 11:1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문학성에 대중성을 합쳐 안온한 트로트를 만들었다... 는 표현에 격한 공감^^

Falstaff 2021-02-19 11:50   좋아요 1 | URL
ㅋㅋㅋ 사람의 마음을 트로트 만큼 자극하는 것도 드물잖아요. ^^

coolcat329 2021-02-19 13: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장땡은 아니지만 구땡! 문학성에 대중성까지 겸비~첫장면 교도소~주인공 폭행범~거기다 별 다섯개~~
저 이 책 도서관에서 보고 읽을까 말까 고민하다, 집에 안 읽은 책 쌓아두고 왜 도서관에 와서 이런 고민하나...싶어 그냥 돌아왔는데 이 글 읽고 너무 읽고 싶어 졌어요. 😅

Falstaff 2021-02-19 13:28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 도서관 책은 오늘 아니어도 언제나 읽을 수 있잖아요.
 

 

226, 227. 잭 케루악, <길 위에서>

 

  비트 문학을 추천하면 열 번 가운데 다섯 번 정도는 미쳤냐는 얘기를 듣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내 마음에 딱 들었다. 샐과 딘이라는 두 명의 미친 껄렁쇠같은 백수가 등장해 온갖 비행을 무릅쓰고 미국의 동쪽에서 서쪽으로, 다시 서쪽에서 동쪽으로, 때로는 남쪽 멕시코시티까지 가서, 하는 일이라고는 차 훔쳐서 돌아다니기, 마약과 마리화나, 술, 아는 여자 또는 모르는 여자와의 섹스 등등, 딱 한 순간, 저지르는 일로 인해 즐거워지는 바로 지금만 중요한 잃어버린 세대들. 샐과 딘은 세월이 흘러 행크 치나스키가 되어 무쇠팔, 무쇠다리, 로켓 주먹까지 겸비하게 되는데, 무슨 얘긴지 아시는 분은 힐끗 웃으시겠지만, 모르시는 분께선 찰스 부코스키를 검색하시면 되겠다. 미리 얘기했다. 열 번 가운데 다섯 번은 이걸 추천하면 미친놈이라 여긴다는 것을. 그러나 당신이 읽어보시고 마음에 드는 쪽이면 <다르마 행려>도 찾아 읽게 될 것임을 확신한다.



229, 251, 252. 카를로스 푸엔테스, <아우라>, <의지와 운명>

 

  <아우라>는 본문만 50쪽도 안 되는 단편. 그럼에도 불구하고 라틴 아메리카 특유의 신비롭고 마술적인 분위기가 관능적인 묘사 속에서 넘실거리는 것이 대단히 매력적이다. 오래되고 그늘진 건물 속의 그로테스크한 건물 안에서 벌어지는 은밀한 관음의 눈동자라면, <의지와 운명>은 태평양에 접한 멕시코 해변에서 낫으로 목이 떨어진 시체의 일인칭 시점을 유지하는 두 권짜리 장편소설. 그리고 신분상승을 위해 방법을 가리지 않는 잔혹한 스릴러. 이 책을 읽을 때까지는 몰랐는데, 카를로스 푸엔테스는 자타가 공인하는 입담꾼에다 바람둥이였을 것. 민음사 시리즈에 푸엔테스의 짧고 긴 이야기책이 나란히 들어 있는 것도 재미있다. 나는 이 두 권을 시작으로 푸엔테스라는 이름을 단 책이 있으면 일단 읽고 본다.



232. 캔 키지,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

 

  이 책을 정의하노니, 율법의 개들과 가망 없는 전투를 치르다 죽어간 전사의 초상, 이라고 5년 전 독후감에 쓴 적이 있다. 자본주의 또는 현대라는 체제 안에서 길들어 체제를 유지하는 도구가 되어버린 현대인을 작가는 컴바인이란 기계로 비유를 하고, 이들이 사회를 통제, 획일화한다고 주장한다. 이들이 간혹 보이는 불복종 인간들에 대한 대응 방식은? 그것이 한 정신병원을 통해 밝혀진다. 범죄를 저지르고 자신이 정신병자라는 이유로 교도소 대신 정신병원 입원 조치를 받은 주인공의 온갖 자잘하고 본능적이고 그래서 정신병원이란 체제에 반항적인 행동은 결국 돌이킬 수 없는 전두엽 절개라는 형벌로 마감한다. 지구는 언제나 공처럼 생긴 구체로 태양을 공전하는 것이 아니다. 때때로 다시 저 먼, 지구가 평평했던 시절로 회귀하기도 한다.

 


237, 357. 에벌린 워, <한 줌의 먼지>, <다시 찾은 브라이즈헤드>

 

  이 해학과 골계, 유머 코드로 무장한 에벌린 워를 읽을 수 있는 건 민음사 세계문학 시리즈가 유일하다. 지질한 남자라고 괜찮은 여자 만나지 말라는 법도 없고, 영국의 귀족이자 전쟁 영웅이 전쟁이 끝난 후 돌아오는 대신 처자식 버리고 타국에서 살림 차리지 말라는 법도 없다. 어차피 세상은 요지경 속이니까. 에벌린 워는 초기작과 후기작의 성격이 갈려서 초기는 해학과 유머가 난만한 반면 후기로 가면 작품이 좀 장황해지면서 진중한 면이 있다고 한다. <한 줌의 먼지>가 네 번째 작품으로 초기작이라고 한다면 <....브라이즈헤드>는 후기작으로 장황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아직 워의 작품을 읽기 전이라면 <한 줌의 먼지>부터 골라 일단 그의 작품 속 경향과 재미를 경험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246, 331, 332. 에리히 마리아 레마르크, <사랑할 때와 죽을 때>, <개선문>

 

  레마르크의 대표작을 꼽자면 이 두 편과 함께 <서부전선 이상 없다>를 친다. 세 작품 공히 어디 내 놔도 조금도 빛이 바랠 전쟁문학이 아니다. 동시에 반전문학이다. 남성적인 글쓰기로 맥을 툭툭 잡아나가는 실력 말고도, <사랑할 때...>에선 여성의 심리마저 세심하게 묘사하는 레마르크. 학창시절 밤을 새워가며 문고판 <개선문>을 읽던 추억의 작가로 각인되어 있지만, 추억이라는 분식이 아니어도 작품 자체의 감동, 삶과 죽음이 교차하는 속에서 긴박한 사랑 이야기에 어느 누가 있어 읽기를 그만 둘 수 있겠는가. 레마르크의 작업은 직접 전쟁을 다룬 소설 군과 소위 망명한 사람으로의 망명문학 군으로 나눌 수 있으니, 이 두 작품은 각기 다른 소설 군에서 대표적인 작품이라 세계문학 시리즈에서의 배치도 절묘하다 하겠다. 다만 나머지 한 편의 명작 <서부전선 이상 없다>는 선택에 신중을 기하시라. 형편없는 교정, 교열을 한 책이 유명 출판사에서 나와 시중을 떠돌고 있으니.



254. 미하일 불가코프, <거장과 마르가리타>

 

  이 재미있는 걸작은 내용이 하도 들쭉날쭉, 천방지축이라 어느 번역을 읽어도 성미에 차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오늘 현재 <거장과...>를 완역해 팔고 있는 유명 출판사만 해도 네 군데다. 근데 자신이 읽은 책에 만족하는 독자를 나는 한 명도 본 적이 없다. 그만큼 이 책 속에 온갖 은유와 상징과, 우화와 비판과 자조 등이 출몰한다. 이 많은 갈래 길 속에서 책을 어떻게, 무슨 방법으로 읽는가는 전적으로 독자 마음대로다. 나처럼 빗자루를 타고 하늘을 나는 사탄/마녀라면 그걸 곧이 믿으면서 읽을 수도 있고, 모스크바 하늘을 배회하는 공포의 소비에트 비밀경찰로 읽고 싶으면, 그러면 된다. 평생 소설가보다 극작가, 연출가로 이름이 높았던 미하일 불가코프는 이 작품 말고도 <개의 심장>이니 <모르핀>이니 하는 짧은 소설도 남겼지만, 그의 극작품을 포함해 가장 읽을 만한 것이 이 <거장과 마르가리타>이리라. 진짜 걸작.
 


255, 256, 264. 에두아르도 멘도사, <경이로운 도시>, <사볼타 사건의 진실>

 

  바르셀로나 출신 작가가 바르셀로나를 무대로 쓴 추리소설, <경이로운 도시>. 초판 출간 시기가 늙은 프랑코 시절이라 차마 내전시기와 카탈루냐의 정체성 같은 이야기를 할 수 없어 무대를 1888년과 1929년에 있었던 두 번의 만국박람회, 요새 말로 엑스포에 초점을 맞추었다. 모든 것이 좀 어리석었던 시절, 한 스페인 촌놈이 갖은 거짓과 사기와 폭력과 음모를 써서 어떻게 해서든지 입신양명해보자는 꿈을 그린 <경이로운 도시>. 바르셀로나. 전쟁 중에 무기를 팔아 백만장자가 되지만 노동자들의 분배 요구에 백골단을 기용해 극단적 탄압으로 맞서는 사볼타 영감이 로얄 살루트 한 잔을 들고 깊어가는 밤을 바라보고 있다가 창문을 뚫고 들어온 총탄에 맞아 절명한 사건을 그린 <사볼타 사건의 진실>, 공히 다른 건 다음으로 하고, 재미 하나는 두 번째 자리에 서 있기 싫을 것이다.



260, 261. 마거릿 애트우드, <눈먼 암살자>

 

  민음사 세계문학에 유일하게 들어 있는 마거릿 애트우드. 그의 명성에 비하면 시리즈가 좀 외면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이지만, 민음사 시리즈에 듦으로 해서 아직 애트우드의 맛과 멋을 알지 못하는 독자에게 얼마나 재미있는 작가인지 알려주는 역할도 톡톡히 할 터. 나도 그 가운데 한 명임을 굳이 고백하지 못할 이유는 없다. 역자는 차은정. 차 선생의 번역이 대개 깔끔하고 매끄러운데, 이 책은 어째 오탈자와 잘못 인용한 한자어, 비문의 향연을 벌였다. 차은정이 별일이다. 그래 어쩔 수 없이 책의 문장에는 신경 쓰지 말고 스토리 중심으로 독서를 해야 하는 안타까운 일이 벌어지지만 1990년대 말, 팔십 세가 넘은 노파가 과거를 되돌아보는 형식의 소설이, 놀라울 만한 반전을 준비하고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네. 나를 포함한 대개의 독자들은 이 책을 읽고 곧바로 작가의 다른 책을 찾아보았으리라....까지 썼다가 다시 생각하니 요즘엔 <시녀 이야기>를 제일 먼저 읽고 애트우드를 시작하더라고.



265. 프리드리히 뒤렌마트, <뒤렌마트 희곡선>

 

  뒤렌마트 역시 민음사 세계문학 레이블 가치에 의하여 그의 작품을 읽어보기 시작하는 사람들이 많았으리라. 뒤렌마트, 이 배 나오고 머리 벗겨진 스위스 아저씨는 두 말 할 필요 없는 당대의 천재로 이 책엔 대표작 <노부인의 방문>이 <물리학자들>과 함께 들어 있다. <노부인의 방문>으로 말하자면 첫사랑을 두고 도시를 떠나 이제 몇 명의 어마어마한 백만장자들의 과부로 막대한 돈을 갖고 귈렌 시에 도착하는 이야기다. 그녀의 첫사랑이자 두 딸 아들의 자상한 아버지이자 선량한 여자의 온화한 늙은 남편인 첫사랑 알프레드 일을 누가 죽여주기만 하면 다 망해가는 귈렌 시에 막대한 돈을 투자해 다시 옛 영광을 일으키겠다고 약속하면서. 이런 아이디어가 어디 쉽게 나오는 것인가. 그러니 뒤렌마트를 근현대 스위스의 천재라고 불러도 이상하지 않은 것. 이 책을 읽기만 하면 저절로 뒤렌마트의 팬이 되기가 십상이다. 나도 이걸 읽고 뒤렌마트의 다른 작품을 채집하기에 이르렀다.



328. 앙드레 말로, <정복자들>

 

  <인간조건>과 마찬가지로 중국 혁명을 배경으로 한 흥미진진한 혁명 이야기. 고등학생 시절에 읽은 <인간조건>의 새 번역을 그토록 기다려왔다 지쳐버려 결국 동서문화동판에서 나온 걸 읽을 수밖에 없었는데, 사실 그것도 나쁘지 않았던 것이 <인간조건>이 <왕도>와 함께 수록되어 있었던 것. 그래서 나는 <인간조건>, <왕도>, <정복자들>로 구성되는 말로의 아시아 삼부작을 다 읽을 수 있었다. 이 책의 백미는 비밀경찰에 의하여 체포된 혁명가들을 사형에 처하는 방식. 저 먼 전한시대에 한신을 죽였던 방법을 1920년대 중반에 그대로 이용한다. 펄펄 끓는 커다란 가마솥에 퐁당 빠뜨려 죽이는 것. 기껏해야 섭씨 백도에도 미치지 못해 숨이 넘어가기까지 고통에 몸부림쳐야 하는 일을 앞에 놓고, 품엔 오직 한 명만 사용할 수 있는 청산가리가 있어, 순식간의 죽음이란 축복을 받을 수 있는 유일한 구원을, 옆에서 와들와들 떨고 있는 동료에게 넘기는 순간이리라. 마치 <인간조건>에서 모기장 속에서 잠에 빠진 퉁퉁한 남자를 향해 권총을 발사하려는 찰나 같은 긴박함. 역시 말로의 진가는 혁명 속에 있다.



339. 응구기 와 시옹오, <피의 꽃잎들>

 

  이 책과 <십자가 위의 악마>, <한 톨의 밀알>을 읽어보았다. 세 권만으로 따지면 그를 계속해서 노벨문학상 후보로 거론하는 이유를 설명할 수 있는 유일한 책이 <피의 꽃잎들>이라 생각한다. 작품의 기본은 아체베의 <사바나의 개미언덕>과 비슷한 풍경. 작가의 고국인 케냐라고 생각할 수 있는 아프리카는 이제 정치적인 독립을 맞았지만 유구한 내력을 자랑하는 매판자본 재벌과 부패한 공무원, 정치가들로 인해 대부분의 농민, 도시노동자, 일부 지식인들은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 경제와 문화는 아직도 옛 식민 모국에 의하여 좌지우지되는 상황. 정확하게 신식민주의 체제로 전락한 형국이다. 과거 독립운동과 반독재 투쟁에 앞섰던 젊은이들은 자신이 권력의 핵심 근처에 앉자마자 예전에 자신들이 온몸을 불사르며 타도하고자 했던 개 같은 정치인과 정확하게 똑같은 인간으로 변해버린 땅. 이 책은 그동안 우리가 잃어버리고 있던 진짜 리얼리즘 소설이 무엇인지, 어떤 것인지 잘 보여준다.



369, 370, 371. 자우메 카브레, <나는 고백한다>

 

  명작. 15개 언어를 구사하고 능숙하게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인문학자 아드리아 아르데볼 박사가 육십이 넘어 게으르고 완만한 사형집행인, 알츠하이머의 손아귀에 들어, 이제 기억이 없어지기 시작한 것을 알아채고 자신의 평생을 적어내리기 시작한다. 치매 노인이 쓴 것이라 글은 15세기에 벌어진 죄 없는 유대인에 대한 고문과 화형에서 갑자기 1950년대로 넘어가 자신이 소년이었을 때, 역시 머리가 좋고 특별히 라틴어에 능숙했던 엄한 아버지 펠릭스 아르데볼과의 일화로 넘어가기도 한다. 심지어 줄도 바꾸지 않고. 아버지 펠릭스의 손에 들어온 ‘비알’이란 이름의 스토리오니 바이올린이 어떤 경로로 아르데볼 가로 들어와 어떻게 떠나가는지를 알아가는 것도 책을 읽는 묘미. 그 속에 중요한 역사적 변곡점이 들어 있으니. 그리고 결코 가볍지 않은 사랑. 한 여인을 향한 아드리아 아르데볼의 순애보가 작품을 더욱 매력 있게 하는데, 독자여 분량 때문에 겁내지 마라. 첫 장을 넘긴 순간 당신은 헤어나지 못하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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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기까지 완전히 사적인 감상을 기초로 해서 추천 작품을 선정했습니다. 아마추어 주제에 책을 추천하는 일 자체가 바람직하지 않다는 건 이해하고 있습니다만, 도무지 고쳐지지 않는 ‘잘난 척하는 즐거움’을 누리고 말았습니다.

  책의 선정 역시 객관적으로 성가를 누리건 말건 무조건 제 기호에 맞는 작가들만 골랐습니다. 제가 좋아하지 않아 추천 글에서 발견할 수 없었던 작가 및 작품은 다음과 같습니다.
  마크 트웨인, <허클베리 핀의 모험>
  장 폴 사르트르, <말>
  조지 오웰, <동물농장> 외
  비톨트 곰브로비치, <페르디두르케> 외
  샬럿 브론테, <제인 에어>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픽션들> 외
  에밀리 브론테, <폭풍의 언덕>
  베르나르마리 콜테스, <목화밭의 고독 속에서>
  제인 오스틴, <엠마> 외
  어니스트 헤밍웨이, <무기여 잘 있거라> 외

  무라카미 하루키, <노르웨이의 숲>

  이디스 워튼, <순수의 시대>

 허접한 추천 글 때문에 오히려 명성을 흐리게 될까 우려해서 피한 작가들입니다.
 : 윌리엄 셰익스피어, 표도르 도스토옙스키, 레프 톨스토이, 미하일 레르몬토프, 빅토르 위고, 알렉상드르 뒤마, 귀스타브 플로베르, 기 드 모파상, 헤르만 헤세, 니콜라이 고골, 안톤 체호프, 요한 볼프강 폰 괴테, 단테 알리기에리, 찰스 디킨스, 조반니 보카치오

 

  작품은 좋지만 나름대로 아쉽게 선정을 하지 않은 책입니다.
  루이제 린저, <삶의 한가운데>
  도리스 레싱, <풀잎은 노래한다>
  헨리 제임스, <아메리칸>

 알랭 로브그리예, <질투>
  아베 코보, <모래의 여자>
  데이비드 허버트 로렌스, <아들과 연인>, <무지개>
  외젠 이오네스코, <대머리 여가수>
  안토니오 스카르메타, <네루다의 우편배달부>
  토머스 하디, <이름 없는 주드>
  존 치버, <왑샷 가문 연대기>, <왑샷 가문 몰락기>
  게오르그 뷔히너, <보이체크, 당통의 죽음>



  다른 출판사 책을 읽어 선정하지 못했습니다. 좋은 작품들입니다.
  데이비드 허버트 로렌스, <채털리 부인의 연인>
  마르그리트 뒤라스, <연인>
  알프레드 되블린, <베를린 알렉산더 광장>
  헨리 제임스, <여인의 초상>
  제임스 조이스, <더블린 사람들>
  알랭 푸르니에, <위대한 몬느>
  나지브 마흐푸즈, <우리 동네 아이들>
  이디스 워튼, <이선 프롬>

  이제 또 한 5년 흐르면 추천 목록을 바꾸게 될지, 이번이 마지막일지는 저도 모르겠습니다. 건강하세요.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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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1-02-18 09:4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ㅋㅋㅋ 폴스타프 장렬히 전사하다. ㅋㅋㅋㅋㅋㅋㅋㅋ

잠자냥 2021-02-18 09:4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아 그나저나 어제 마누라 님께는 안 혼나셨나요? 케케케케케케 (이 웃음의 의미는?) ㅋㅋㅋㅋㅋㅋㅋ

Falstaff 2021-02-18 09:53   좋아요 3 | URL
흑흑...
아닌 거 뻔히 알면서 장난친다고, 혹시 당신이 쓴 거 맞아?
물어봤다가 그제야 읽어본 마누라한테 줘 터졌습니다. ㅠㅠ

잠자냥 2021-02-18 10:01   좋아요 4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 죄송합니다. 제가 줘 터지게 만들었군요. ㅋㅋㅋㅋㅋㅋㅋㅋ

coolcat329 2021-02-18 11:40   좋아요 6 | URL
헉! 저만 몰랐나요? 저는 진짜 폴스타프님 아내되시는줄...ㅋㅋㅋ

잠자냥 2021-02-18 10:38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올해는 <다시 찾은 브라이즈헤드> 다시 도전해야겠습니다. <한줌의 먼지>는 정말 좋았거든요.
<거장과 마르가리타> 저는 열린책들 버전으로 읽었는데, 정말 무슨 소리인지...ㅠㅠ 좋긴 좋은데 무슨 소린지 참 더 알고 싶다!!! 외쳤던 작품입니다.
<뒤렌마트 희곡선> 읽으면 팬이 될 거라는 말씀에 공감합니다. 제가 그렇거든요. ㅎㅎ

이 긴 리스트를 읽다 보니 문득 궁금한 것이 생겼습니다. 폴스타프 님은 그러하면 민음사 세계문학 시리즈 중에 읽지 않은 책은 없나요?? 다른 출판사 버전으로 읽어서 안 읽은 게 아닌, 진짜 읽어 보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아서 패스한 책이요.

Falstaff 2021-02-18 10:56   좋아요 4 | URL
있습니다!!
괴테, 솔제니친, 파스칼, 단테(신곡은 읽었고요), 보들레르, 마크 트웨인, 실러, 사르트르, 하루키 태엽감는 새.... 이들의 책 일부, 근데 몇 권 안 되긴 하네요.
웃긴 건, 싫어하면서도 제인 오스틴은 다 읽었다는 거. 아참, 한 권 빼고요. ㅋㅋㅋ

다락방 2021-02-18 10:51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저 <거장과 마르가리타> 진짜 너무 힘들었어요. 무슨 소린지도 모르겠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누가 누군지도 모르겠고. 선물 받은 책이라서 읽자, 읽자 이러고 다 읽었는데 다 읽고 나서는 다 읽었다는 만족감만 남은 그런 책이었습니다. 아놔 ㅋㅋㅋㅋ

오늘은 딱히 읽은 책은 별로 없는데 제가 ‘사둔‘책은 몇 권 보이네요. 이선 프롬을 저렇게 곁다리로 끼워주신게 서운합니다 ㅠㅠ 그렇지만 괜찮아요. 제가 조만간 이선 프롬 다시 읽고 거침없이 페이퍼 쓰겠습니다. (언제?) 네, 아무튼 그렇습니다.

그나저나 끝났군요, 이 시리즈...

Falstaff 2021-02-18 10:58   좋아요 4 | URL
ㅋㅋㅋㅋ 이선 프롬은 문예출판사던가 다른 시리즈로 읽어서요.
페이퍼 기대하겠습니다. 그거 순식간에 읽을 수 있어요. 얼른 읽고 페이퍼 쓰세요!!!

다락방 2021-02-18 11:03   좋아요 3 | URL
저도 문예출판사였나 거기 책으로 읽었는데요 민음사 책으로 다시 읽어보고 싶어졌거든요. 그런데.. 아직 안샀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제가 곧 사서 곧 읽을게요. 곧.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scott 2021-02-18 11:1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퐐스타프님 민음사 찐팬 인증 !! ㅋㅋ
명페이퍼 시리즈 써주셔서 캄솨~*
퐐스타프님에게 모닝 커피 한잔 놓고 가여 ㅋㅋ

/}__/}
( • ▼•)☕️

Falstaff 2021-02-18 11:07   좋아요 4 | URL
고맙습니다. 맛있게 마실께요. ㅋㅋㅋㅋ

잠자냥 2021-02-18 11:0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이 페이퍼를 통해 거장과 마르가리타가 여러 사람 괴롭힌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Falstaff 2021-02-18 11:09   좋아요 3 | URL
읽는데 참 오래 걸렸습니다.
읽다가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읽기도 하고, ㅋㅋㅋㅋ 근데 재미없으면 그 짓도 안 하거든요.
저도 다른 출판사 책을 여러번 뒤져봤습니다. 근데 마찬가지래요. ㅋㅋㅋ

coolcat329 2021-02-18 11:5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제가 폴스타프님 <이선 프롬> 리뷰 읽고 샀는데, 그걸 읽기 전에 <순수의 시대>를 꼭 읽어야만 할거 같아서 안 읽고 있어요. 근데 <순수의 시대>를 너무 욕하셔서 ㅋㅋ 제가 이 선입견을 지울 수가 없네요.ㅋㅋㅋ그래도 이디스 워튼의 대표작이라 읽어야만 할 거 같은데 자꾸 폴님이 떠올라서...🤣

Falstaff 2021-02-18 12:25   좋아요 4 | URL
그거 백퍼 내 생각이예요. 동의하는 사람 한 명도 못 봤습니다. ㅋㅋㅋㅋ
미국 사람들은 <순수의 시대>를 격찬하더라고요.

잠자냥 2021-02-18 12:28   좋아요 4 | URL
저는 이디스 워튼이라고 하면 <이선 프롬>>>>>>>>>>>>>>>>>>>>>>><순수의 시대> 입니다. 순수의 시대 읽으면 이디스 워튼 더 읽고 싶어지지 않을지도 몰라요. 하지만 이선 프롬을 읽으면 이디스 워튼의 모든 작품이 궁금해집니다.

폴스타프 님과 의견이 비슷하죠? ㅎㅎ

Falstaff 2021-02-18 12:32   좋아요 4 | URL
<순수의 시대>에 관한 소감이.....
그거 백퍼 내 생각이예요. 동의하는 사람 한 명도 못 봤습니다. 잠자냥님 빼고요.

다락방 2021-02-18 15:14   좋아요 3 | URL
저는 순수의 시대 먼저 읽었고 순수의 시대 좋아하지만 이선 프롬이 훨씬 더 좋아요!!

얄라알라 2021-02-18 13:4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Falstaff님 페이퍼를 읽다가 중간에 검색, 다시 읽다가 검색^^ 심지어 첫 단어 비트문학도 검색 ^^;;
소개해주신 보물들 다는 못 읽어도, 마음에 꼭꼭 담아두고 갑니다! 잭 니콜슨의 리즈 사진도 놀라워서눈 속에 담아갑니다 ^^

Falstaff 2021-02-18 14:12   좋아요 4 | URL
아이고, 이렇게 정성들여 읽으시는데, 함부로 추천 글을 써서... 막 송구스러워집니다. 에고, 에고.... ^^;;

청아 2021-02-18 14:41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팔스타프님! 3번다 너무 좋았는데 열린책들이나 동서문화사 등등 다른 출판사 추천 목록도 혹시이렇게 함 페이퍼 가능하실지 조심스럽게 여쭤봅니다.
😁 👉👈

coolcat329 2021-02-18 14:47   좋아요 4 | URL
하하 어쩜! 미미님 저도 열린책들 문학동네 을유 대산 다 이렇게 좀 하실 계획은 없으신지 그 부탁이 목구멍까지 올라왔다가 ㅋㅋ

청아 2021-02-18 14:50   좋아요 3 | URL
ㅋㅋㅋㅋ그래요? 저 계속 고민하다 😳😆

Falstaff 2021-02-18 14:50   좋아요 5 | URL
아, 열린책들도 쓴지 4년이 됐군요. 그것도 다시 쓸 때가 되긴 했는데, 이런 글 쓰는 게 함 해보니까 아주..... 어렵다고 하면 티내는 거 같아서..... 쉽지 않더라고요.
에휴. 좀 쉬고 생각해보겠습니다. ㅋㅋㅋ
그리고요, 동서문화사는 1미터 조금 넘게만 읽었습니다. 그 회사가 합법적으로 저작권료를 내지 않거든요. 뭔 말씀이냐 하면, 옛날 번역이란 뜻입니다. 그래 웬만해선 거기 책을 선택 안 하거든요.

Falstaff 2021-02-18 14:53   좋아요 4 | URL
대산세계문학총서 추천 글입니다.
https://blog.aladin.co.kr/729554277/11718313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추천 글입니다.
https://blog.aladin.co.kr/729554277/11516562

ㅋㅋㅋㅋㅋ 좀 창피하기도 하고 뭐 그렇군요. ^^;;;

청아 2021-02-18 14:55   좋아요 4 | URL
그럴꺼 같아서 (저는 한권 읽고 쓰는 페이퍼도 몇시간이거든요)망설였어요~일단 3회에 걸친 내용들도 안읽은 책이 많아 든든합니당 헤헷!

coolcat329 2021-02-18 15:40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맞습니다. 기존의 추천 책들만으로도 저는 정말 배부릅니다. 근데 이런 페이퍼 엄두도 못내는 저는 왜이리 재미있는지요~^^

Falstaff 2021-02-18 16:03   좋아요 4 | URL
재미있다 하시니까 어깨가 으쓱으쓱 거리는 걸요! 자동입니다, 자동. ㅋㅋㅋㅋ

GoldenSlumber 2021-02-21 22:2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폴스타프님의 리뷰 덕분에 <나는 고백한다> 3권까지 동네서점서 질렀습니다. <거장과 마르가리타>는 제 인생소설로 손꼽는 작품인데 윗분들 댓글을 보니 역시 취향은 제각각이군요.

Falstaff 2021-02-22 09:19   좋아요 2 | URL
그럼요, 취향이 전부 똑같으면 지루해서 어떻게 삽니까. ㅋㅋㅋㅋ
<나는 고백한다> 즐기셨으면 좋겠습니다!

독서괭 2021-07-21 14:0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목록에서 빼버리신 책들 중에 갖고 있거나 읽은 게 더 많네요 ㅋㅋ 추천해주신 책들을 부지런히 담아놨습니다. 언젠가는 읽겠죠^^; 좋은 페이퍼 감사합니다.
 

 

91, 365. 미셸 트루니에, <방드르디, 태평양의 끝>, <마왕>

 

  둘 다 의미심장한 책. <방드르디...>는 금요일, 방드르디vendredi라는 이름의 흑인 청년이 주인공이다. 그럼 조연은? 당연히 로빈슨 크루소. 근데 다니엘 디포의 <로빈슨 크루소>는 고립되는 장소가 대서양인 반면에, 크루소 씨와 방드르디의 장소는 태평양인 것이 차이가 난다. 그것만? 당연히 아니지. 이 책이 흥미로워 나는 읽기를 마치자마자 예전 소년용만 읽은 <로빈슨 크루소>를 정식으로 읽어보기 위해 펭귄 시리즈를 사서 읽었을 정도다. <마왕>은 거대한 몸집을 지닌 성기 왜소증 환자가 저 동프로이센 벌판에 구름 같은 말을 타고서 아이들을 채집하는 이야기에 갖은 우화적 요소를 다 가져다 붙인 명작. 둘 가운데 하나만 선택하라면 당연히 <마왕>을 고르겠지만 <방드르리...>역시 빼어난 작품이다.



116, 117. 조셉 콘래드, <로드 짐>

 

   콘래드, 하면 누구나 <어둠의 핵심>을 꼽겠지만, 나는 그리 흥미롭게 집중해서 읽지 못했다. 반면에 <로드 짐>과 대산세계문학에서 출간한 <비밀요원>은 재미있게 읽었고, 특히 <로드 짐>이 더 그랬다. 콘래드가 폴란드 태생이지만 영국 작가로 분류하듯이, 전형적인 영국 스타일이다. 동남아시아에서 낡은 기선이 조난당할 때, 짐이라는 이름의 간부선원이 마치 세월호 선장과 간부 나부랭이 선원들처럼 승객의 안위 따위야 나 몰라라 한 채 구명정을 타고 탈출한다. 승객들? 천만 다행으로 침몰할 줄 알았다가 간신히 구조된다. 하지만 이 일로 자격증을 박탈당한 짐은 말레이 반도 정도로 짐작할 수 있는 오지에 정착하게 되는데, 원주민이 보기에 피부가 흰 것이 마치 하느님 바로 아래 수준인 것 같았다. 그래서 짐이 로드, 즉 우리의 주님load, 짐이 되는 것. 짐의 고뇌는 명예라는 것이 무엇인가로 귀착되고, 그래서 영국스럽게 풀린다. 이것저것 따지지 말고 그냥 재미로 읽어도 충분히 좋다.



128, 129. 헨릭 시엔키에비츠, <쿠오바디스>

  이토록 재미있는 줄 모르고, 숱하게 본 크리스마스 특별 방영, KBS 명화극장을 통해 본 동명의 더빙 영화로만 만족해왔다. 내용이야 물론 영화와 다를 이유가 없지만 그깟 세 시간의 러닝타임에 불과한 필름으로 어찌 이 매력적인 콘텐츠를 대신할 수 있겠는가. 이 글을 읽고 있는 모든 분께 진심으로 일독을 권한다. 나도 비기독교인, 그걸 넘어 유물론자이지만, 종교와 관계없이 대단히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영화에선 로버트 테일러가 분한 주인공 비니키우스에게 초점이 맞추어져 있으나, 책으로 읽을 때는 약간 핀트를 바꾸어 주인공의 외삼촌이자 역사상 최초의 소설가였다는 페트로니우스의 촌철살인만 따라가도 본전을 뽑는다. 그러나 역시 종교소설이니만큼 초기 기독교가 어떻게 형성되었는지 알아두는 것도 매우 좋은 일임은 분명하다.



139, 140, 141, 240. 존 바스, <연초 도매상>, <키메라>

 

  분명히 포스트 모더니스트인데 어떻게 책을 이렇게 쓸 수 있을까 싶을 정도다. 바스는 이제 소설로 쓸 소재는 다 떨어졌다고 선언하고, 이제까지 만들어진 것들을 여러 형태로 변주한 작가라고 하는데, 우리나라에 번역해 나온 책이 이 두 종밖에 없어서 아쉽다. 게다가 두 책이 진짜 재미있으니 말이지. 예를 들어 <키메라>에서는 셰헤라자데 왕비에 의한 천일야화도 사정없이 비틀어버린다. 당시 샤리알 왕이 왕비와 결혼하고 하룻밤이 지나면 죽여 버린다는 건 다 아시겠지만, 동생 두냐자데와 함께 왕의 침소에 든 셰헤라자데는 타임머신의 도움으로 얻은 20세기 <천일야화>를 이용해 샤리엘 왕의 광기를 말끔하게 제거해버리는데, 어떻게인지는 차마 말할 수가 없네. <연초 도매상>도 무수한 블랙 코미디 속에서 정신없이 길을 잃는 동안 순식간에 책 세 권을 다 읽어내는 놀라운 경험을 하게 만든다.



142, 143. 조지 엘리엇, <플로스 강의 물방앗간>

 

  지금 시중에 민음사가 조지 엘리엇의 <미들 마치>를 번역하고 있다는 풍문이 돌고 있다. 이게 사실이라면 <미들 마치>가 잉글랜드 역사상 가장 위대한 ‘소설’ 작품이라고 영국의 영문학자들이 판단을 했다는 걸 먼저 얘기해야겠다. 그러니 만일 민음사가 정말로 출간을 한다면, 두 번 돌아보지 말고, 한 다섯 권 가량으로 나올 거 같은데 그래도 사서 읽어보시라. 나는 <플로스 강의 물방앗간> 하나만 가지고 조지 엘리엇의 팬이 됐다. 그래 <다니엘 데론다>와 <미들 마치>까지 다 읽어 치웠다. 빅토리아 시대의 가장 단단한 여류작가. 사람과 선함을 믿지 않으면 이런 작품을 쓰기 어려울 듯하다. 이이가 만든 물방앗간의 사람들은 강건하고 굳세고 근면하며 불굴의 의지를 갖고 있는 여성.



160. 엔도 슈사쿠, <깊은 강>

 

  이이는 일본인으로 천주교 신자다. 그래 <바다와 독약>, <바보>등 그의 책이 보이는 대로 읽어보았다. 작품 이름은 거론하지 않겠지만 다른 기독교인들이 쓴 책들과는 차원이 다른 종교관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거의 전적으로 기독교 주제를 다루는 작가 가운데 내가 유일하게 줄독서chain-reading하는 사람이 엔도 슈사쿠. 그의 마지막 작품이 <깊은 강>이다. 갠지스 강. 힌두교인들에게 가장 성스러운 강이며, 죄를 사해주는 강이며, 죽은 다음에 화장을 해 뼛가루가 흘러야 하는 강이다. 이곳에 여행을 떠난 일본인들 이야기. 이이가 언제나 그렇듯이 삶과 죽음과, 행복과 유로지비스러움 같은 달관이랄까, 포용이랄까, 화해랄까, 심지어 기독교도답지 않게 윤회까지 생각하게 만드는, 사유의 한 자락을 던져준다. 앞으로도 천착해볼 만한 작가다.



171, 208, 276, 333. 치누아 아체베, <모든 것이 산산이 부서지다>, <더 이상 평안은 없다>, <신의 화살>, <사바나의 개미 언덕>

 

  반식민문학의 기수인 치누아 아체베, 하면 소위 아프리카 삼부작이라 일컫는 <모든 것...>, <더 이상...>, <신의...>를 이야기한다. 삼부작은 아프리카인들이 사는 땅에 처음 백인이 도착하고, 교회를 짓고, 군대가 들어오고, 지배하고, 자식들이 교회에 다니기 시작하고, 그들이 식민모국을 위해 일을 하며 옛 아프리카를 우습게 알다가 결국 식민지 아프리카인들의 종언을 고하는 순서가 된다. 그러다 <사바나의 개미 언덕>에 오면 드디어 해방이 온다. 식민지를 침탈하던 유럽인이 물러가기는 했지만 경제, 문화적으로 여전히 식민 상태와 다름이 없고, 느닷없이 등장한 독재정권에 아프리카는 분열하고 탄압받으면서 반half 식민지 형태로 전환한다. 이런 모습을 나이지리아에서 직접 목격하고, 비아프라 공화국에서 외교관 생활을 해본 아체베가 정확하게 집어낸 작품.



174, 175, 181, 182. 존 스타인벡, <분노의 포도>, <에덴의 동쪽>

 

  <분노의 포도>에서는 공산주의자 또는 강성 사회주의자의 면모를 잘 보여주는 반면, <에덴의 동쪽>은 또 엉뚱하게도 기독교적 원죄에 입각한 사람살이의 어려움을 그렸다. 나는 <분노의 포도>가 조금, 아주 조금 더 좋지만 <에덴의 동쪽> 역시 수작 중에 하나라는데 다른 뜻이 없다. 때는 대공황 시기. 가뭄이 들어 오클라호마를 떠나야 하는 농부 가족이 몇날 며칠을 걸려 도착한 캘리포니아엔 숱하게 모인 유민들로 인해 생각하지도 못한 저임금의 늪이 기다리고 있었고, 이를 극복하기 위하여 자발적인 조합운동이 시작되는, 세상에서 가장 지독한 반공주의 나라 미국. 그러니 그 어려움이란 말로 하지 못할 정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이 사람에 대한 애정, 즉 진정한 인류애에 입각한 가족의 지도자, 어머니가 만들어내는 마지막 장면은 독자의 누선을 매캐하게 만들지도 모른다.



178, 235, 236. 아이리스 머독, <그물을 헤치고>, <바다여, 바다여>

 

  철학자이자 소설가인 아이리스 머독의 매력은, 전혀 어렵지 않은 문장으로 농담, 해악, 익살, 심지어 허언까지 모두 써가며 쉬운 작품을 쓴다는 것. <그물...>에선 네 명의 남녀가 서로가 서로를 향하지 않고 엉뚱한 방향으로 흐르기만 하는 짝사랑들의 난장판을 그렸으며, <바다여...>엔 이미 다 늙어 은퇴한 작자가 저 스코틀랜드 북쪽 끝 마을로 삶의 터전을 옮긴 옛 사랑, 지금은 코밑에 검은 수염이 돋은 노파가 된 여인을 좇아, 바람과 추위의 고장까지 이주해버린 이야기다. 두 편 다 굉장히 재미있는 소설책으로 분량이 많아도 그냥 후딱 읽어치울 수밖에 없게 만든다. 우리가 이 책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교훈은, 질투는 사랑과 함께 시작하지만, 사랑과 함께 죽어버리진 않는다는 것. 아는 사람은 단박에 이해하실 수 있을 터. 어뗘? 끌리시지?



186, 187. 조지프 헬러, <캐치-22>

 

  2차 세계대전 당시 이탈리아에 주둔하던 미국 전투비행단원 이야기. 말은 이렇게 하지만 미국의 애국시민답지 않게 처음부터 끝까지 철저하게 반전주의 작품이다. 그리고 전편에 걸쳐 노골적으로 펼쳐진 요절복통의 만찬. 병사들은 자신의 애인 이름을 붙인 전투기를 몰고 나가 이국의 하늘 위에서 아무 원수진 적 없는 엉뚱한 병사가 쏜 대공포에 맞아 홀랑 타 죽어버리는 것이 죽기보다 싫다. 어째 말이 좀 그렇지? 죽어버리기가 죽기보다 싫다니. 그렇다. 죽음의 공포야말로 진정한 반전의식의 씨앗이다. 그리하여 가장 호소력 있는 반전소설이 될 수 있는 법. 용감무쌍하다고 알려진 미국 공군 조종사들의 유일한 영웅은 비행기를 몰고 출격한 김에 독일 땅을 넘어서 스웨덴까지 가 직접 망명요청을 한 탈영병. 전쟁을 피하기 위해선 탈영이라도 하란 말씀. 정말 재미있고 요절복통의 도가니지만, 군대 이야기이니만큼 마초 분위기는 도저히 숨길 수 없는 게 흠.



190, 191, 207, 251. 랠프 앨리슨, 클로리아 네일러, 앨리스 워커

 

  아프리카계 미국인들이 쓴 작품들. <보이지 않는 인간>, <브루스터플레이스의 여자들>, <그레인지 코플랜드의 세 번째 인생>. 이 세 작품, 네 권이 총 374권의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가운데 자리한 아프리카계 미국인 작가가 쓴 소설. 민음사 전집에 이들의 다양한 작품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는 점, 이건 에밀 졸라가 쓴 루공 마카르 총서가 하나도 없다는 것과 더불어 매우 아쉬운 일이다. <보이지 않는...>은 브루클린의 좌파단체 안에서조차 사람대접을 받지 못하는 흑인, <브루스터플레이스...>는 뉴욕 슬럼가의 한 빌딩에 모여 사는 흑인 여자들의 결핍된 삶 속 흑인 여자들의 페미니즘과 동성애, <그레인지....>는 누적된 흑인들의 곤고한 삶에 관한 고찰이다. 특히 글로리아 네일러의 <브루스터플레이스...>는 강력 추천.



195, 196. 마르그리트 유르스나르, <하드리아누스 황제의 회상록>

 

  벨기에 출신의 작가가 미국에서 완성한 프랑스어 작품. 자기 글에 깐깐하기로 이름 난, 그래서 학생들에겐 악명 높은 서울대 명예교수 곽광수 번역이다. 소위 옛 로마제국의 현명한 다섯 황제 가운데 세 번째 인물로, 주로 남쪽지방 원정과 미소년과의 사랑을 즐겼던 하드리아누스 황제가 자신의 세손, 오현제 가운데 마지막이 될 아우렐리우스 황제에게 내린 가르침을 적은 책. 이렇게 얘기한다고 실화라고 믿지 마시라. 엄연하게 픽션. 유르스나르는 이 책을 쓰기 위해 30년의 준비기간을 두었다고 한다. 물론 그동안 전부를 이 책의 준비를 위해 사용하지 않았겠지만. 만일 당신이 사랑하는 자식들 혹은 손녀, 손자들에게 들려줄 것을 말을 조리 있게 할 자신이 없어 머뭇거린다면, 대신 이 책을 읽어보라 권하시라. 삶과 죽음과 사랑과 세상에 관한 진지한 사유를 온전히 전해줄 수 있을 터이니. 이 책이 마음에 들면 당연히 <알렉시>도 찾아 읽으실 터. 물론 완전히 다른 스타일의 작품이긴 하지만.



197. 198. 윌리엄 스타이런, <소피의 선택>

 

  명배우 메릴 스트립이 타이틀 롤을 했던 영화로 유명하지만, 원작도 영화만큼 재미있다. 당연히 더욱 상세한 심리묘사와 상황설명이 덧붙어져 있어 훨씬 더 이해하기 쉽기도 하고. 노예를 두기도 했던 남부 출신 작가지망생 스팅고가 뉴욕의 한 집에 세 들어 만나고, 친해지게 되는 네이선과 소피 커플. 네이선은 유대인, 소피는 폴란드에서 유대인 말살의 이론적 배경을 만들어 나치에 적극적으로 협력한 교수의 딸. 배경부터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은 이 커플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용광로 같이 뜨거운 사랑을 하고, 그것보다 더 뜨겁게 질투를 하기도 하면서 서로를 망가뜨리는 동시에 의지한다. 도대체 이들에게 어떤 과거가 있었을까. 이 책이야말로 읽어봐야 안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책 가운데 백미는 “어떤 선택.” 나는 도저히 이것이 무슨 선택인지 가르쳐드릴 수 없다. 

 

 

* 계속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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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1-02-17 11:01   좋아요 7 | 댓글달기 | URL
오늘은 어제와 비교하면 제가 읽은게 거의 없다시피 하네요. 심지어 이런 것도 있었어? 하는 책들도 많이 보이고요. 아, 역시 읽어도 읽어도 책의 세계는 너무나 넓은 것입니다.

잠깐 다른 의견 혹은 감상에 대해 말씀드리자면,

저는 언급하신 분노의 포도 마지막 장면을 너무 싫어합니다. 그래서 재작년인가 엄청 빡쳐하며 포스팅을 하기도 했죠. 남자 작가이기에 쓸 수 있는 글이라고 생각했어요. 분노의 포도 재미있고 의미있고 짚어야 할 거 짚었다고 생각하지만, 그러나 남자는 혁명으로 세상을 구할 때 여자는 젖으로 세상을 구한다니, 정말 싫은 결말이었어요. 제가 이거 읽고 너무 놀라서 이 책에 대해 엄마에게 말해줬거든요. 엄마라면 나한테 그렇게 시키겠냐고. 엄마는 절대 아니라고, 생각만해도 끔찍하다 하셨어요. 실제로 여성들이라면 자기 딸에게 시키지 않을 일을, 남자 작가는 숭고하게 포장해서 책에서 해냈죠. 제가 정말 싫어하는 결말입니다. 제가 당시에 너무 화나서 포스팅 했을 때 여러분들이 댓글 달아주시더라고요. 자신들도 그 결말을 너무 싫어한다, 불편하다고요. 저는 그것을 인류애로 보지 않습니다.


오늘 올려주신 책들중에서는 일단 조지 엘리엇의 미들마치를 기다려볼거고요, 소피의 선택은 구매로 이어질 것 같습니다. 소피의 선택이 그런 내용인줄 전혀 몰랐어요. 영화도 안봤거든요. 영화와 책이라면 무조건 저는 책이 좋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물론 드물게도 그렇지 않은 것도 있지만요), 소피의 선택은 일단 무조건 책으로 가겠습니다.

그리고 이어질 다음편을 기다립니다. 후훗. (구매로 이어지지는 말아야 할텐데요.)

Falstaff 2021-02-17 11:12   좋아요 6 | URL
ㅎㅎㅎ 분노의 포도, 마지막 장면.
그거 일종의 뭐라하나 어디서 본 것 같은 장면, 가물가물하네, 뭐라지요? 하여튼 그것 아닐까 싶었어요. 옥에 갇힌 굶주린 아버지한테 자기 젖 먹여 살린 딸 이야기요. 그림으로도 있잖아요. 그걸 차용한 것이 아마 분명하리라 생각합니다. 자기 작품을 그런 수준까지 끌어올리고 싶어서 별 생각없이 썼다는데 만 원 겁니다. ㅎㅎㅎ 이거 스타인벡을 위한 변명 아닙니다.
그러니까 스타인벡이 내놓고 뽕짝 한 번 틀어본 건데, 사실 읽는 분은 굉장히 기분 나쁘겠다 싶습니다.
저도 락방님 열받아 마구 욕하시던 포스트 기억하고 있습니다. ㅋㅋㅋㅋ 아주 인상깊었어요.
소피의 선택은 둘 다 좋아요! 전적으로 메릴 스트립이, 정말정말 연기를 잘하는데다, 네이선 역의 남주도 아, 말이 필요 없습니다. 메릴이 윈프라 쇼에 출연해서 제가 위에 말한 선택의 장면에 대해 질문을 하니까, 영화의 해당 장면은 생각하기 싫다고, 얼굴을 구겼답니다.
영화 한 번 찍고, 전신에서 힘이 빠져 감독한테 나 더이상 이 장면을 못 찍겠어요, 말했는데 다행히 첫번째 촬영이 OK가 났다네요. 수십년이 흘러도 당시에 몰두한 장면을 생각만 해도 진이 빠지는 거였답니다. 영화도 진짜 볼 만해요!!

페넬로페 2021-02-17 13:17   좋아요 5 | URL
아주 오래전 읽은 ‘분노의 포도‘는 구조적인 관점에서 읽어 무척이나 감명을 받은 책이었습니다. 다락방님을 화나게 한 마지막 구절을 생각할 겨를이 없을 정도로 그땐 저에게 좋은 책이었어요 다시 한번 읽어봐야겠어요 지금은 어떤 느낌일지, 다락방님께서 느끼신 부분을 저도 똑같이 느낄수 있을지 흥미로울것 같습니다.
남성 작가들은 여자를 어머니같은 존재로 두고, 이 세상의 구원상으로 놓는 경우가 많더라구요~~

페넬로페 2021-02-17 13:18   좋아요 2 | URL
에덴의 동쪽은 그저 ‘제임스 딘‘ 이지요 ㅎㅎ

Falstaff 2021-02-17 13:30   좋아요 2 | URL
저는, 남성 작가라서 그런 결말을 냈다고 하시니까 도무지 반론을 펼 수가 없네요. ㅋㅋㅋ (진지모드) 진짜 같아서 그렇습니다.
그러면서도, 며칠 전에 독후감 올린 <죽은 이들의 뼈 위로 쟁기를 끌어라>에서도 토카르추크가 여주인공의 개 두 마리를 죽인 복수로 동네 유지급 인사 네 명을 죽이는 것이 나오잖아요. 그게 사람들에게 설득력을 얻는다는 말입지요. 사회적으로는 도저히 용납이 되지 않지만.
그때 제가 문학적 책읽기와 사회적 책읽기로 구분해야겠다, 라고 한 적이 있습니다. <분노의 포도> 마지막 장면도 문학적 독서와 여성주의적 독서로 구분해서 읽는 것이 어떤가, 하는 마음이 들기도 합니다.
저는 지금도 그렇지만 처음 책을 읽을 때부터도, 수없이 많은 화가, 조각가들에 의하여 형상화된 시몬과 페로 이야기를 저절로 떠올렸거든요. 그래 생각의 초점이 저절로 옛 이야기에 맞춰졌습니다.
근데 분명한 건, 책, 소설이야말로 읽는 사람 마음대로 라는 것. 그 장면이 재수없다, 그러면 재수 없는 겁니다.

김수영 선생은 꼭 제임스 딘을 제임스 띵, 이라고 시에 쓰곤 했던 기억이.... ^^

막시무스 2021-02-17 15:16   좋아요 3 | URL
저도 다락방님께서 지적하신 <분노의 포도> 끝 부분에 대해서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이해하지만, 꼭 그래야 했을까하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팔스타프님께서 댓글에 남겨 주셨듯이 작가는 그 장면에서 서양화 <시몬과 페로>에서 차용한 듯 합니다. <시몬과 페로>는 로마시대의 효심을 주제로 한 이야기로 서양인들에게는 유명한 주제인지 루벤스 등 많은 서양화가들이 <시몬과 페로>를 미술, 조각등의 작품으로 남긴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작가는 서양 사람들에게 익숙한 이 소재를 활용해서 이 소설의 주제를 제시하면서 가족간의 효심 수준의 사랑을 인류애 수준인 자비까지 확대하려는 의도로 쓴 것 같은데, 의도가 너무 노골적이었던게 불편했고 표현도 지나치게 과했지 않나 생각해 봅니다. 서양사람들은 어떻게 느끼고 받아들이지 궁금해 지기도 하네요!

scott 2021-02-17 12:44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퐐스타프님 이왕이면 오타지뢰밭 민음사 세계문학 1-2편도 ^ㅎ^

Falstaff 2021-02-17 13:16   좋아요 5 | URL
아이고, 그거 함부로 썼다가는, 저역자들이 몰려와서 비밀 댓글 달고 마구 뭐라고 지랄하고, 야단치고, 염병을 하고, 기타 등등, 기타 등등, 말도 못합니다. ㅋㅋㅋㅋ

hnine 2021-02-17 13:14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제가 몇년째 생일선물로 남편에게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시리즈를 조금씩 조금씩 요청해서 받고 있는지라 일단 집에 있는 책들이 눈에 많이 띄어서 좋네요. ^^
Falstaff님은 작품 내용은 물론이지만 늘 작가의 생애에 대해서도 자세히 설명해주시고 번역의 충실도에 대한 언급도 해주셔서 도움이 많이 되어요.
이 많은 책들을 언제부터 이렇게 많이 읽으셨을까 존경스럽습니다. 책과 반주 (^^), 그리고 또 좋아하는게 있으신가요?

Falstaff 2021-02-17 13:21   좋아요 7 | URL
아이고, 이렇게 얘기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어쨌거나 조금이나마 도움이 된다고 해주시니 고맙기 그지 없습니다. ^^
흠... 전 음악도 좋아합니다. 그래서 집에 CD가 한 2~3천 장 정도 있습니다. 오페라가 천7백, 기악과 성악이 8백, 가요/팝/재즈/블루스/세계음악이 3백 정도 됩니다.
이 가운데 한 5백 정도는 불법 복사물이고요. 아직 버리지 못해서요. ^^;;;
음악을 좋아하지만 책 읽기를 조금 더 좋아하고, 왕창 솔직하게 얘기하자면 책보다 마누라가 조금 더 좋고, 마누라보다는 술이 조금 더 좋습니다. ㅋㅋㅋㅋㅋㅋ
이 답글 마누라가 보면 안 되는데...

얄라알라 2021-02-17 13:23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와!!! 제 인생의 책을 가장 앞에서 소개해주셔서 업 되서 읽었습니다!!!! 다만, 읽은 책으로 다섯 손가락 채우기가 힘이 들어서, 쪼그라듭니다^^;;;

Falstaff 2021-02-17 13:31   좋아요 2 | URL
그렇습니까. ㅎㅎㅎ 고맙습니다.

폴스타프 마누라 2021-02-17 13:29   좋아요 5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당신 오늘 술상 없을 줄 알아!
내일 아침 커피도!!!

Falstaff 2021-02-17 13:32   좋아요 6 | URL
윽!
커피 이야기까지 하는 거 보니까.... 당신 맞네 ㅠㅠ
제발 목숨만은 살려줘. 흑흑흑.....

coolcat329 2021-02-17 13:4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아 모든 책들이 다 반짝반짝 빛이 납니다. 폴스타프님의 추천글로~ 하드리아누스...쿠오바디스...이런 책들을 읽고 싶게 만드시니 감사합니다 ~ 조지 엘리엇, 엔도 슈사쿠 좋아하시는줄은 알았지만 저 정도 팬이신줄은 몰랐네요. 조지 엘리엇이 눈에 유독 띄네요~ ^^

Falstaff 2021-02-17 13:53   좋아요 3 | URL
조지 엘리엇, 빅토리아 시대 작품입니다. 동시대 여성 작가들 보다 훨씬 강단이 있고 주체적이지만, 흥미진진하지는 않습니다. 그건 미리 염두에 두시면 좋겠네요. ^^

잠자냥 2021-02-17 14:03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엔도 슈사쿠에 대한 평은 1000% 동감합니다.
전 존 바스에 편견이 있는 거 같아요. 무지 지루할 거 같은 느낌?! ㅋㅋ
근데 폴스타프 님 믿고 한번 도전해보겠습니다.

Falstaff 2021-02-17 14:10   좋아요 3 | URL
근데, 이것도 차별인지 모르겠지만....
여성분들은 별로 좋아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특히 <연초 도매상>은 더 그렇네요.
<키메라> 앞 부분에선 환호했다가도요. ㅎㅎㅎ

coolcat329 2021-02-17 14:03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ㅋ 들키셨네요 🤣

Falstaff 2021-02-17 14:11   좋아요 5 | URL
큰일입니다.
갑자기 집에 들어가기 싫어졌습니다. 저도 목숨은 아까워서요. 흑흑흑....

막시무스 2021-02-17 15:20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방드르디‘를 읽고 나서 철학적으로 뭔가 굵은 한방이 있구나! 하는 정도로 생각했고, 다시 한번 재독해야지 다짐했는데 팔스타프님 덕분에 오늘 동력을 얻습니다.ㅎ

한가지 질문을 드리자면, 방드르디를 읽다보면 소설 중간중간에 성에 관한 담론이랄까 작가의 철할 이랄까 이런게 몇 군데서 서술되는데, 이 성 담론이 방드르디 작품과 어떤 관계가 있을까요?ㅠ

갑자기 궁금해지네요! 요즘 여러 분들이 좋은 리스트를 올려주셔서 지갑거덜나겠네요! 항상 감사드립니다.

Falstaff 2021-02-17 15:35   좋아요 4 | URL
엇, 그렇습니까?
방드르디는 읽은지 꽤 오래라서 기억이 가물가물하고 인상만 깊게 남았거든요.
저도 다시 한 번 읽어볼까요? ㅎㅎㅎ

막시무스 2021-02-17 15:38   좋아요 2 | URL
제가 연구해서 보고 드리겠습니다!ㅎ 즐건 하루되십시요!ㅎ

Falstaff 2021-02-17 15:42   좋아요 2 | URL
ㅎㅎㅎ 고맙습니다.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다락방 2021-02-17 15:56   좋아요 4 | URL
저는 방드르디를 끝까지 읽지는 못하고 처음 조금 읽다가 말았는데요, 막시무스 님께서 성에 대한 담론이라 하시니까 갑자기 팍, 하고 주인공이 자위하던 장면이 생각나네요. 하도 오래되어서 기억이 희미한데, 땅이었나 풀숲에 대고 자위를 하는 장면이었거든요. 그래서 읽으면서도 ‘지금 얘가 자위하는거야?‘ 갸웃했더랬는데, 그런 장면이 뒤에도 수시로 나오는가 봅니다. 성에 대한 담론이라니, 그 때는 지루해서 읽기를 포기했는데 지금 도전한다면 아예 새롭게 읽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막시무스 2021-02-17 16:01   좋아요 2 | URL
다락방님께서 말씀하신 부분도 연구해 보겠습니다! 확실히 방드르디는 로빈슨크루소를 뒤집어 읽기 수준을 넘어서는 뭔가가 있는듯 합니다!

얄라알라 2021-02-17 16:0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예, 맞아요. 향기나는 풀꽃이 피어난 이야기. 기억나네요^^ 다락방님 섬세히 기억하시네요. 저도 막시무스님과 방드르디 다시 읽을까봐요^^

막시무스 2021-02-17 16:07   좋아요 2 | URL
무인도를 혼자서 노저어 가는 것보다, 함께 항해해 가면 더 즐겁겠죠!ㅎ 따듯한 하루되십시요!ㅎ

단발머리 2021-02-17 16:4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방드르디...>에서 시작하려고요, 저는...
그나저나 그거만 좀 알려주세요. 민음사 세계전집 1부터 마지막 번호까지 집에 다 가지고 계신건가요? @@

Falstaff 2021-02-17 16:53   좋아요 5 | URL
아니예요. 전 전집은 사지 않습니다. 다 낱권으로 장만했고요, 몇 권인지는 안 세어봐서 모르겠는데, 옆으로 죽 세워놓고 6미터 20센티 정도 됩니다.
자랑질이지만.... 한 문장도 빼놓지 않고 산 건 다 읽었습니다. ㅋㅋㅋㅋ

비연 2021-02-17 17:07   좋아요 2 | URL
6미터 20센티! ㅎㅎㅎㅎ 와우!

비연 2021-02-17 17:07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와. 이거 댓글 달기가 ㅎㅎㅎ
엔도 슈샤쿠의 책은 <침묵>이 좋았는데, 민음사에선 아직 안 나왔나보네요.
미셸 투르니에의 <방드르디, 태평양의 끝>은 제 인생 책 중 하나...
한번 다시 읽어볼까 싶기도.
<소피의 선택>...은.. 영화에서 메릴 스트립의 그 선택 장면은
절대 잊을 수 없는 장면이죠. 그 표정.... 선택할 때와 하고 나서의 그 표정도.
나머지 책들 여러 권 푱푱 담아 갑니다.
Falstaff님 덕분에 민음사 세계문학전집이 쌓여갑니다 허허.

Falstaff 2021-02-17 17:23   좋아요 3 | URL
ㅎㅎㅎ 대신 사시면 꼭 끝까지 다 읽으셔요!
그럼 돈 아깝지 않습니다. ㅋㅋㅋ

옙. 메릴 스트립, 영화 찍고 후유증으로 고생 깨나 했을 겁니다. 감정 들어간 거 쉽게 빠지지 않아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