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한가을입니다. 이 좋은 시절에 지나간 3개월을 뒤돌아보는 것이 이제 생각하니 참 호강입니다. 여름은 언제나 나기 힘듭니다. 그런데도 또 언제나 지나고 나면 나른하고 여유로우면서도 풍성했었다, 싶기도 합니다. 책을 읽는 일도 그렇습니다. 더위 속에서 책으로 한 시절을 보내기가 쉽지 않았을 터인데도 지나고 보면 염천 속의 책 피서가 또 좋았던 듯한 이 속내는 도대체 뭔가 싶습니다. 한 더위와 초가을에 읽은 책 가운데 제일 좋았던 책 열 권을 소개합니다. 모두 쉰여섯 권, 다 합해 1만7천 페이지 안에서 골랐습니다. 우연히 두 작품, 위스망스와 보스코의 것은, 성격이 하도 극단적이라 무엇보다 독자와 작품의 궁합이 중요한 것들입니다. 따라서 정말 읽어보시려면 특별한 주의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순서는 제가 읽은 날짜순입니다.

 


1. 조리스카를 위스망스, <저 아래>
 

   만년 하급 공무원으로 사무실에서 쭈그려졌던 위스망스가 <거꾸로>의 세기말적 예술지상, 심미주의를 건너 극단의 탐미주의, 파괴적이고 과격한 악마숭배와 이교적 연금술에 탐닉할 수 있었다는 것이 놀랍다. 생각해보라. 상상하지도 못할 신성모독과 잔혹한 악마숭배 의식을 구상하는 허름한 하급 공무원의 평범하기 그지없는 표정, 복장, 안경 낀 오목눈, 허연 비듬을 실은 부스스한 머리카락을. 140년 전 파리의 예술가들이 상상할 수 있었던 모든 악이 <저 아래> 또는 피안La Bas에 들어 있으며, 한 세기 반이 지난 지금의 독자라도 읽어내기가 그리 만만하지는 않은 것을. 위스망스에 비하면 사드의 등장인물은 소심한 부르주아 몽상가처럼 보일지도 모르니 자극적, 비도덕적, 비종교적인 작품이나 묘사에 적응하기 힘든 독자들은 애초에 첫 장을 넘기지 마실 것. 벨에포크와 함께 온 세기말. 이제 예술은 아름다움을 위해 복무하지 않는다는 선언일지도 모른다.

 


2. 대프니 듀 모리에, <레베카>

  많은 분들이 읽어보라 추천하셔서, 어떤 면에선 비자발적으로 읽었다가 대박 났다. 특히 19세기부터 20세기 초까지 숱하게 쏟아진 탐정, 추리 소설에 질려있던 내게, 1938년, 지금부터 무려 84년 전 작품인 <레베카>는 여전히 추리소설이 유효하다는 것을 증명했다. 추리소설이야말로 작가와 독자의 승부다. 작가는 모든 단서를 복선이라는 이름으로 공개해야 하고, 독자는 책을 읽으며 도처에 숨어있는 복선을 빠짐없이 찾아내 결말을 추리해내야 한다. 명작 추리소설은 독자가 그렇게 했음에도 불구하고 마지막 한 장면에서 여지없이 독자의 빈 공간을 노려 뒤통수를 후려갈기는 법. 소설 <레베카>에서 등장하지 않는 주인공, 레베카가 그러했다. 여러 가지 가능한, ‘모든’ 방법인 줄 알았지만 천만의 말씀, 16세기에 학살을 모면하기 위해 영국으로 건너간 프랑스인의 후예 대프니 듀 모리에는 전혀 생각지 못한 미세한 틈을 노려, 독자에게 독한 충격 하나를 안겨주었다.

 


3. 윌리엄 트레버, <펠리시아의 여정>

  윌리엄 트레버의 책이라면 무조건 사서 읽는 나는 트레버의 팬임을 인정한다. 이 책 역시 신간이 나왔다고 알람이 뜨자마자 곧바로 구입한 책. 펠리시아는 아일랜드 시골 아가씨. 전형적인 트레버답게 펠리시아는 길을 떠난다. 다른 작품에서는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 다시 돌아와야 하는데, 펠리시아는 그렇게 하지 않는다. 떠남이 있고, 그를 위한 기다림이 있고, 이에 따른 상실과, 상처를 남긴 치유를 다루는 윌리엄 트레버가 아닌 작품. 자신을 버린 애인을 찾아 잉글랜드 공단으로 떠난 펠리시아 앞에 등장하는 또 한 명의 외로운 나이 든 힐디치 씨. 힐디치 씨 역시 자기 힘으로는 어쩔 수 없는 외로움의 별을 타고 태어났다. 그러나 겉으로는 지극히 정상적인 삶을 영위하는 고도비만 초기의 50대 독신 남자. 이들은 면도날의 왼쪽과 오른쪽에서 마주보며 서 있다. 한 발자국만 앞으로 내딛어도 가차 없이 몸이 반으로 쪼개질 까마득한 위험 앞에서.

 


4. 존 버거, <결혼식 가는 길>

  짧은 소설. 그러나 문장 하나하나를 손으로 짚어가며 읽을 수 있는 높은 순도의 작품. 존 버거의 글을 따라 지노와 니농의 결혼식장에 갔다 오자마자, 나는 또 한 권의 존 버거를 주문했다. 문단은 작가들의 고유한 지문이다. 이런 특별한 지문을 가진 작가는 도대체 얼마나 쓸쓸한 가슴을 가지고 있을까. 단 한 번의 실수로 후천성 면역결핍증에 걸린 니농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니농을 사랑하여 기꺼이 청혼하는 이탈리아의 중고 옷장수 청년 지노. 이들의 결혼식을 위해 니농의 아빠인 철도원 장 페레로는 프랑스에서 이탈리아 포 강 하류의 작은 마을 고리노까지 모터 사이클을 타고 달리고, 엄마 즈데나 흘레체크는 슬로바키아의 브라티슬라바에서 기차를 탄다. 좋은 의미의 광기와, 역시 좋은 의미로 쓰는 속임수와 보살핌으로 즐거운 결혼잔치가 벌어지는 순간에도, 누구나 다 축하를 하는 건 아니었던 시절. 책을 다 읽고 나면 마음이 텅 비어버리는 경험을 할지도 모르겠다.

 


5. 알리 스미스, <호텔 월드>

  이제 나는 알리 스미스가 쓴 책이면 독자의 평과 관계없이 새 책이 나왔다는 거 하나만 가지고도 집중한다. 스미스의 개별 작품을 명작이나 걸작으로 말하거나 과장할 수는 없다. 모든 별이 다 시리우스별이 될 필요도 없다. 간혹 책을 읽다보면 작가의 어법이 내 취향하고 탁, 들어맞는 경우가 있는데, 스칸디나비아의 혈통이 흐르는 듯한 외모를 가진 스코틀랜드 여성 동성애 작가 알리 스미스가 바로 그랬다. 그러니 당신 취향하고는 다를지도 모른다. 세라 윌비라는 이름의 열아홉 살 먹은 접영과 다이빙 전문 수영선수가 글로벌 호텔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 호텔에서는 식기나 음식을 나르는 소형 엘리베이터가 있었고 매사 장난이 심한 세라는 이 소형 엘리베이터에 들어갈 수 있다고 내기를 걸고는 자기 몸을 극적으로 구겨 안으로 들어갔다. 그러나 그 순간 엘리베이터를 지탱하는 철선이 끊어져 세라는 몇 십 미터를 자유낙하 하여 산산이 부서지게 된다. 이 죽음을 묘사하는 세라의 유령. 참신한 아이디어.

 


6. 제프리 유제니디스, <미들섹스>

  몇 년 전 <처녀들, 자살하다>를 고르면서, 설마 진짜로 자살이야 하겠어, 싶었다가 정말 자살을 감행, 사나운 모습으로 죽는 걸 보고 기겁을 했던 작가. 그 충격이 오래 가지는 못해 작가의 이름 기억하는 거 하나만 가지고 고른 <미들섹스>에 나는 충분히 만족했다. 그리스의 티레시아스 신화를 제외하면 문학 작품 가운데 한 번도 보지 못한 성 혼란을 주제로 다룬 작품. 1960년 디트로이트에서 그리스 이민자의 후예인 스테퍼니데스란 이름의 여자아이가 태어나는데, 여전히 그리스 시골 풍습에 익숙한 부모들이 아이의 생식기를 정확하게 인식하지 않아, 사실은 남자아이이지만 생식기가 몸 안에서 이탈하지 않은 채 태어났다는 걸 알지 못한 채 여자아이로 키운다. 이 아이가 십대가 되어 곧 사춘기에 접어들 순간, 사실은 남자아이라는 게 밝혀지지만 당시의 의사들은 거세수술을 준비한다. 이런 메인 스토리를 능가하는 것이 그리스 이민자들이 그리스령 터키에서 미국에 정착할 때까지의 파란만장이기도 하다. 매우 재미있다.

 


7. 아라빈드 아디가, <화이트 타이거>

 
  촌스런 표지 디자인 때문에 독자의 절반 정도는 읽기를 포기했을 수도 있다. 그러나 만일 당신이 이 책을 열고 다섯 장 넘기는 인내심만 발휘한다면, 이젠 절대로 읽기를 그만둘 수는 없을 터이다. 전형적인 뚝배기보다 장맛! 작가 아라빈드 아디가는 처음부터 작가가 되리라고 마음먹은 사람이 아니라, 펀드 매니저로 좋은 평가를 받아 <타임스>의 남아시아 담당자로 스카웃되어 직장생활을 하다 여가시간에 이 작품을 써서 단박에 부커상을 꿰찬 인물이다. <화이트 타이거>는 주인공 발람의 별호. 불가촉천민은 아니지만 상당히 낮은 카스트 출신의 발람이 부정과 부패, 뇌물, 범죄가 판치는 인도에서 고향을 떠나 델리를 거쳐 상당한 재산을 부당한 범죄적 방법으로 갈취해 벵갈루루에서 사업가로 성공한 다음, 때마침 인도를 방문할 예정인 중국의 원자바오 총리에 보내는 몇 통의 편지가 이 작품이다. 인도라는 거대한 개발도상국이라서 가능한 20세기 말 황야의 무법자. 무법자의 대표선수가 바로 화이트 타이거. 활극을 읽는 재미가 보통을 넘는다.

 


8. 아모스 오즈, <유다>

  아모스 오즈. 1939년생. 소설의 치밀한 묘사를 거의 마지막으로 시도한 작가일 듯. 물론 앨런 홀링허스트 같은 이도 그렇기는 하지만 홀링어스트는 스스로 헨리 제임스의 후예를 자임하니 그럴 수도 있겠다 싶다. 종교 이야기만 나오면 경끼(‘경기驚氣’라고 해야 하지만 이렇게 써야 제대로 된 어감이라서)하는 내가 제목부터 다분히 기독교적인 <유다>를 읽었고, 분기에 가장 재미있게 읽은 책으로 꼽는다. 물론 이 책은 유럽인들이 최악의 배신의 대명사로 지목하는 유다와 그리스도에 관한 종교를 이야기하고 있기는 하다. 그러나 넓게 보면, 이스라엘 지역에서 팔레스타인과의 공존을 주장하여 유대의 배신자라는 오명을 들은 아모스 오즈 자신을 대변하는 인물 쉐알티엘 아브라바넬을 창조해냈다. 유대와 아랍의 공존을 주장하는 오즈는 신약성경을 자기 식대로 ‘해석하는 특권’을 지닌 이교도, 유대교인으로, 사실은 예수를 가장 사랑했던 인물 유다 역시 필연적으로 배신자의 낙인이 찍힐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한다.

 


9. 앙리 보스코, <이아생트>

  정말로 재미있게 감상하기 위해서는 보스코의 삼부작 가운데 첫 번째 작품인 <반바지 당나귀>를 먼저 읽어보는 것이 좋다. 산골마을 오스피탈레에서도 한참 떨어진 외진 곳의 눈부신 마법사 시프리앵의 정원. 콩스탕탱을 그의 후계자로 점찍었으나 실패하고 엄한 이아생트만 납치해 사라진다. 저 북쪽의 먼 곳, 성가브리엘 고원. 딱 두 집, 라 코망드리와 라주네스트 외에 아무도 살지 않는 황량한 사막. 라주네스트에서는 고원에서 유일한 등불이 새벽까지 비추는 집에 바로 콩스탕탱이 살고 있다. 라코망드리에 자리한 화자 앞에 어느 날, 이아생트라는 이름의 여성이 등장하고, 이어 시프리앵마저 나타나는데, 스토리 말고 미학적 몽상에 집중하는 편이 좋다. 처음부터 아예 대놓고 펼치는 몽상적 문장이 성가브리엘 고원만큼 광활하게 펼쳐지니 앙리 보스코의 미학을 감당하지 못하면 애초에 책읽기를 그만두는 편이 나을 것. 가스통 바슐라르의 저작이 특정 작품이나 조형물을 대상으로 했다면, 앙리 보스코는 거대 자연지형으로 시선을 확장한다. 별점 다섯 개를 주는 독자나, 한 개를 주는 독자, 다 이해된다.

 


10. 막스 프리쉬, <호모 파버>

  <슈틸러>, <내 이름은 간텐바인>과 함께 막스 프리쉬의 3대 소설로 꼽힌다는 작품. 놀라운 아이러니로 넘친다. 두 가지 관점. 세상을 벡터 스페이스로 해석하는 주인공 발터 파머가 자신의 믿음을 서서히 놓을 수밖에 없는 아이러니와, 현재 주인공 주변에서 벌어지고 있는 사건이 저 2천3백 년 전 그리스 시대의 고전문학에서 이미 등장했던 것으로 회귀하는 아이러니. 유네스코에 근무하면서 전 세계 개발도상국에 댐을 건설하여 발전기를 조립해주는 일을 하는 독신의 엔지니어 발터 파머는 일을 위해 비행기를 타고 가다가, 비행기 엔진 네 개 중에 두 개가 멈추는 바람에 멕시코 고원의 황무지 사막에 불시착한다. 여기서 만난 옛 친구이자 유일한 친구의 친동생. 일정을 모두 취소하고 그를 따라 중남미 밀림지역까지 들어가 사진부터 찍어야만 했던 친구이자 첫 애인의 남편이었던 요하임 헨케의 대롱대롱 매달린 시체를 내려 장사지내는 것으로 ‘그리스 드라마 적 우연’이 시작된다. 다시 미국으로 돌아온 발터는 유럽까지 이번엔 크루즈 여객선을 타기로 결정했고, 배 위에서 운명의 젊은 여성 자베트를 만나는데, 어떤 드라마가 이들을 기다리고 있을지. 프리쉬의 작품에서 해피 엔드를 바라지는 못하리라.




위의 열 작품 말고도 이런 책들을 정말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이 자리에 오르지 못해 많이 아쉽습니다. 목록을 소개합니다.

제임스 설터, <어젯밤>
레온 드 빈터, <호프만의 허기>
레이 브래드버리, <시월의 저택>
후안 마요르가, <비평가 / 눈송이의 유언>
윌리엄 트레버, <그의 옛 연인>
로맹 롤랑, <사랑과 죽음의 유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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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1-09-30 12:34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존 버거의 <결혼식 가는 길>이 아주 오래전부터 제 책장에서 먼지만 먹고 있었는데 이제 꺼내어 먼지 좀 털어줘야겠어요. 아 지금 당장 읽고 싶네요. 이거 절판 되어서 그 당시에 중고 뜨자마자 바로 구입했었거든요. 지금은 개정판이 나와버렸지만...

<펠리시아의 여정>을 읽어서 내용을 아는 때문인지, 폴스타프 님의 짧게 붙인 저 코멘트가 너무 확 옵니다. 면도날의 이쪽과 저쪽, 몸이 반으로 쪼개질듯한 위험. 크- 소주 한 잔 하고 싶네요.

Falstaff 2021-09-30 12:39   좋아요 5 | URL
<결혼식 가는 길> 아이고, 가슴이 써늘해집니다. 가끔 욕도 나오고요.
<펠리시아...>는 코멘트가 좋았다는 말씀이지요? 크하하하... 기분 좋습니다.
저도 쐬주 한 잔 해야겠네요!!!

Falstaff 2021-09-30 13:16   좋아요 5 | URL
참! 다락방님 리뷰 보고 <호프만의 허기> 읽었는데, 리스트에 올리지 못해 진짜 아쉽게 됐습니다. 이마 7cm 앞에서 졸리 얼굴이 왔다리 갔다리 했지 뭡니까. ㅋㅋ

다락방 2021-09-30 13:14   좋아요 3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잠자냥 2021-09-30 13:2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결혼식 가는 길> 왠지 뿌듯합니다! ㅎㅎㅎ 존 버거가 특별한 지문을 간직한 작가라는 말씀에 공감합니다. 그래서 이 책 편집은 100% 찬성! ㅎㅎ

Falstaff 2021-09-30 13:43   좋아요 4 | URL
옙. 진짜로 잘 읽었습니다. 단박에 A가 X에게를 사버렸다는 거 아닙니까. ㅋㅋㅋ

잠자냥 2021-09-30 14:36   좋아요 4 | URL
잘하셨네요. 저 그 작품도 무척 좋아해요! ㅎㅎ

청아 2021-09-30 13:40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화이트 타이거>를 너무 재밌게 봐서인지 요즘 벵갈루루를 주요 배경으로 보여주는 인도 다큐 <크라임스토리ㅡ인도의 형사들>을 넷플에서 재밌게 보고 있어요. 폴스타프님 인도 배경 소설 더 아시면 추천부탁드려요!

Falstaff 2021-09-30 13:55   좋아요 7 | URL
아이고, 인도 배경이면 당연히 살만 루시디하고 아룬다티 로이 아니겠습니까.
루시디는 주로 인도 북쪽이 무대고요, 로이가 중남부 지역을 맡고 있습니다.
<눈물의 아이들>을 쓴 에이브러햄 버기즈는 인도인이지만 에티오피아 태생이라서 무대가 인도, 에디오피아, 미국 등 국제적으로 활동하고요.
제가 아는 건 이 정도밖에 안 됩니다. ^^;;;

청아 2021-09-30 13:54   좋아요 4 | URL
살만 루시디 작품이 꽤 되는군요! 감사해요!!!👍👍

scott 2021-09-30 17:1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이 책들 모두 무덥고 습한 여름
퐐스타프님의 더위를 잊게 만든 작품들이네요 ㅎㅎ


Falstaff 2021-09-30 18:44   좋아요 0 | URL
예. 그렇군요. 더위를 잊은 건지, 더위를 먹어버린 건지 좀 헷갈리지만요. ㅋㅋㅋ

붕붕툐툐 2021-09-30 17:4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한 권 겹쳤는데도 뿌듯~ 첨인거 같기도 하고요~ㅎㅎㅎ 꼬꼬마 벗어나면 폴님과 더 많이 겹칠 듯요! 화이트 타이거 집에 있었는데, 미니멀 시작할 때 읽지 않았음에도 너무 미련 없이 처분했던 기억이.. 크학..ㅠㅠㅠㅠ

Falstaff 2021-09-30 18:45   좋아요 2 | URL
아 글쎄 일단 사셨으면 읽어는 봐야 한다니까요. 때려치는 한이 었어도 말입죠. ㅋㅋ
지금도 한 독서 하잖아요! 겸양의 말씀을.....

mini74 2021-09-30 17:5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2권 겹치는데 왜 20점 맞은거같죠 ㅠㅠ 저 그러면 수우미양가 중에 가 인건가오 ㅎㅎㅎ 유다 읽고싶어서 지금 기다리는 중입니다 ~~

Falstaff 2021-09-30 18:46   좋아요 2 | URL
헥... 서로 읽는 분야가 약간씩 달라서 그렇습니다. 제가 보장!
저도 미니님 집에 가면 낯선 거 무지 많잖아요!
<유다>, 탁월한 선택입니다!

2021-09-30 23: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10-01 08: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10-01 10: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얄라알라 2021-09-30 23:3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3개월, 17000페이지 안에서, Falstaff님은 코로나로 갇힌 세계가 아닌, 시원하게 뻥뻥 뚫리고 연결된 세계에서 사셨던 것 같습니다. 어찌나 재밌게 소개해주시는지 다 읽고 싶어진 와중에 ‘존 버거‘작품 1순위^^

Falstaff 2021-10-01 08:40   좋아요 1 | URL
아이고, 말씀을 너무 고맙게 해주셔서, 흑흑, 감격입니다.
존 버거, 훌륭한 선택입니다!!!! ^^

얄라알라 2021-09-30 23: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mini74님께서는 2권이나 겹치십니다^^....저는 아예 입을 꽉^^;;;;

Falstaff 2021-10-01 08:40   좋아요 1 | URL
한 권도 없으면 어때요. 저도 석달 전엔 저 가운데 한 권도 안 읽었었는 걸요. ㅋㅋ

독서괭 2021-09-30 23:5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후아~~ 저는 관심분야라 <미들섹스>를 일단 담아갑니다! 나머지 책들도 궁금하네요. 펠리시아 하나 읽었습니다 ㅎㅎ

Falstaff 2021-10-01 08:41   좋아요 0 | URL
<미들섹스> 훌륭하고요, 하여튼 위스망스, 보스코만 신중하게 생각하시면 괜찮을 겁니다. 아, 알리 스미스도 신중하게..... ㅎㅎㅎ
 
에티오피아 예가체프 두메르소 - 200g, 홀빈
알라딘 커피 팩토리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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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끝나자마자 반 킬로그램 또 주문해서 열라 마시는 중. 알라딘 커피 가운데 처음으로 1kg 마시는 종목. 알라딘만 따져서 여태 마신 것 가운데 최고다. 맛난 커피는 더 진하게 마시게 된다. 그래서 팍팍 없어진다. 앞으로도 맛있는 커피만 들여놓아라. 광고는 고객이 알아서 해준다. 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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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라알라 2021-09-30 23: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광고효과 확실합닙다. MD님 여기 Falstaff님 페이퍼 봐주세요~~^^
 
이아생트 제안들 7
앙리 보스코 지음, 최애리 옮김 / 워크룸프레스(Workroom)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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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기 전에, <이아생트>에 더욱 깊게 공감하고 싶다면, <반바지 당나귀>를 먼저 읽으시라. 황무지 고원지대에서 펼쳐지는, 가스통 바슐라르에 버금가는 놀라운 몽상. 모든 이야기가 <반바지 당나귀>에서 시작할 터이니. 민음사 세계문학에서 나온다. 광고하고자 쓴 백자평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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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모 파버 을유세계문학전집 113
막스 프리슈 지음, 정미경 옮김 / 을유문화사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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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가 서평 올려야 한다는 조건으로 준 책 읽었는데, 그게 진짜 좋아서 별 다섯 개 주면, 그 평을 읽는 다른 독자가 어떻게 생각할까? 책이 진짜 좋아서 만점이라 생각할까, 아니면 책은 후졌는데 할 수 없이 만점 줘버린 거라고 생각할까. 내 평점은 내돈내산(지랄났다, 썅!)이니까 믿으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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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시무스 2021-09-29 09:42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믿습니다!ㅎ

Falstaff 2021-09-29 09:54   좋아요 4 | URL
ㅎㅎㅎ
책 재미나게 읽고나서 이렇게 접속을 탁, 했는데, 돈 주고 사서 읽은 건 ‘나 혼자‘ 뿐일 때, 왜 은근히 열이 나는 걸까요?
아하, 알았습니다. 제가 아직 사람이 되지 못한 요괴인간이라서 그런 거군요!!!

청아 2021-09-29 10:19   좋아요 4 | URL
폴스타프님 파, 마늘 많이 드심됩니다ㅎㅎ화이팅!!🤭👍(열심히 먹고 있는 미미)

Falstaff 2021-09-29 10:26   좋아요 3 | URL
마늘, 특히 생마늘 많이 먹으면, 담날 아침에 변기에서 희한한 냄새나요. ㅠㅠ

붕붕툐툐 2021-09-29 09:5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믿슙니다~222222

Falstaff 2021-09-29 10:08   좋아요 3 | URL
ㅋㅋㅋㅋ 역시 토토 쌤.

그레이스 2021-09-29 10:17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장바구니로~

Falstaff 2021-09-29 10:29   좋아요 4 | URL
지금 독후감 쓰고 있습니다!
그거까지 보시고 결정하시기 권합니다. 10월 11일에 올라올 겁니다만... ㅋㅋ

그레이스 2021-09-29 10:40   좋아요 4 | URL
고딕만 아니면 되요 ^^
별점 5개

행복한책읽기 2021-09-29 16:40   좋아요 2 | URL
폴스타프님은 리뷰 올리는 날도 다 계획에 있군요. 대 단 하 시 당당당^^

독서괭 2021-09-29 10:23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믿고 읽는 내돈내산^^

Falstaff 2021-09-29 10:29   좋아요 4 | URL
ㅎㅎㅎ 내돈내산이 다른 건 몰라도, 글쓰기 하나는 정말 편합니닷!

새파랑 2021-09-29 11:09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거의 신간이네요? 폴스타프님은 영항력이 있으셔서 출판사에서 책도 주는군요~!
이런 100지평이 더 강렬하네요 😄

Falstaff 2021-09-29 11:10   좋아요 4 | URL
음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새파랑 2021-09-29 11:55   좋아요 3 | URL
아 ㅋ 제가 글을 잘못 이해했군요~ 예전에 출판사에서 준 책을 읽은적이 있다고 착각했어요 🙄

- 2021-09-29 11:24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ㅋㅋ 그래도 강직하게 별 다섯개 ㅋㅋㅋㅋㅋ

Falstaff 2021-09-29 11:36   좋아요 4 | URL
별 닷 개 안 줄 수가 없어요! ㅋㅋㅋㅋ

행복한책읽기 2021-09-29 16:3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믿~~~~습니다 66666!!^^ 지는 보관함으로.

Falstaff 2021-09-29 18:58   좋아요 2 | URL
이제 슬슬 부담이 좀 되는 걸요. ㅋㅋㅋㅋ

페넬로페 2021-09-29 17:1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내돈내산!
믿습니다~~
이 책 기대가 커지네요^^

Falstaff 2021-09-29 18:59   좋아요 3 | URL
사실, 이 책은 독자 개인 성향이 중요할 듯하긴 합니다만서도.... ^^

mini74 2021-09-29 21: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무슨 교주같으십니다. 저도 믿습니다 !!!

Falstaff 2021-09-30 08:20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ㅋ 그럼 당연히 사이비겠네요. ㅋㅋㅋㅋㅋ
우짰든 믿어주시기 고맙습니다. ^^
 
여름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68
이디스 워턴 지음, 김욱동 옮김 / 민음사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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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62년 뉴욕 부르주아 가정의 2남 1녀 가운데 막내딸로 태어나 한평생 호화롭게 살다 간 이디스 워튼. 그래서 이이의 작품 <순수의 시대>와 <기쁨의 집>은 작가와 비슷한 계층의 부르주아 미국인들의 속물성이 그대로 드러나고 ─ 디킨스 씨와 트웨인 씨의 작품엔 신사들이 등장하지 않아 흥미를 끌지 못하더군요. ─ 난 그게 지극히 마음에 들지 않아 이후 워튼 읽기를 머뭇거리게 된다. 더 이상 워튼의 라이브러리를 추가하지 않고 몇 년을 지내다가 <이선 프롬>을 읽는데, 도시 부르주아 계급의 시각에 고정되어 있으리라 생각했던 워튼이 소외와 고립과 파괴와 불모(불임)의 가상의 산골지역 스탁필드로 옮아온 것부터가 의외였으며 숲과 눈 속에서 스산한 희생의 삶을 묘사한 것도 신선했다. 그렇게 해서 이디스 워튼의 작품을 그만 읽겠다는 봉인이 풀어진다. 하지만 처음 읽었을 때는 상쾌한 전환이었던 <이선 프롬>도 시간이 흐름에 따라 작품 속에 신파가 과하게 포함된 것이 아닐까, 하는 의심이 생기기 시작해 또다시 선뜻 워튼 읽기를 망설였다. 딱 이럴 때, 다시 워튼의 책 <여름>을 샀다.

 

  <여름>의 무대는 뉴잉글랜드 매사추세츠주로 짐작할 수 있는 가상의 산악지역 노스도머다. 노스도머는 이글 군郡 정도의 행정구역에 소속되고 산악지역 이글리지와 약 25킬로미터 떨어져 있다. 이글리지를 영어로 쓰면 Eagle Ridge, 산마루 정도로 번역을 하지만, <입석부근>의 주인공이라면, 리지Ridge를 저 설악의 공룡능선이나 용아능선 같은 날카롭게 솟은 바위 능선을 일컬어, 독수리 능선, 이글리지라고 하면 일종의 단절된 벽을 연상할 수밖에 없다. 노스도머에서 그나마 가까운 도시가, 주인공 채리티의 눈에는 엄청 큰 도시지만 사실 소도시에 불과한 네틀턴이며, 네틀턴보다 더 큰 도시로 유일하게 실명으로 등장하는 스프링필드가 있다.
  작품 속에서 단 한 번도 빼지 않고 작은따옴표를 써서 표현하는 ‘산’ 지역이 있다. ‘산’은 이글리지 아래 자리한 곳으로 무법자들이 사는 일종의 향, 소, 부곡 같은 곳이다. 물론 주민들을 불가촉천민이라 규정하지는 않지만 생각할 수 있는 가장 작은 산골 노스도머에서 가장 가난한 사람들보다도 훨씬 더한 극빈의 삶을 살고 있으며, 여차해서는 ‘산’에서 외부로 나가는 사람도 없고, ‘산’ 속의 누군가가 죽어 장례를 위해 이륜마차를 타고 올라가는 마일스 목사 이외에는 누구도 접촉하기 꺼리는 곳이다.
  십이삼 년 전, ‘산’의 한 명이 범죄를 저질러 오랜 세월 감옥에 가야 하는 일이 생겼다. 이때 죄수는 자기의 상대편 변호사, 그러니까 피해자 측인 로열 씨에게 특별한 부탁을 한다. ‘산’에 부양능력 없는 여인이 낳은 자기 딸이 있는데 아이를 데려다 키워달라는 것이었다. 마침 슬하에 자녀가 없어 부탁을 승낙한 로열 씨는 며칠 후 말을 타고 ‘산’에 올라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다섯 살 난 여자아이를 데리고 내려와 이름을 관용, 채리티라고 짓고 자신의 이름을 내려 채리티 로열이라 했다. 단 정식 입양을 하지 않아 로열 씨는 채리티의 후견인일 뿐이지 양부가 아니다. 애초부터 그러했다. 그리고 얼마 가지 않아 로열 부인은 세상을 뜨고 만다.
  채리티는 동네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인 해처드 부인이 운영하는 “오노리어스 해처드 기념 도서관”의 사서로 근무하는데, 스스로 ‘산’에서 데려온 아이라는 것, ‘산’은 더러운 곳이며 거기서 태어난 것만 해도 매우 수치스러운 일이라는 통념을 잘 알고 있다. 열여덟 살이 된 채리티 양은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운 시절을 맞아 만개하기에 이르렀고, 누가 봐도 매력적인 아가씨였으며, 스스로 좁고 작은 노스도머에서 답답증을 어렵게 이겨가고 있던 차였다. 이러던 어느 날, 해처드 여사의 집에 여사님의 사촌 동생이자 젊고 매력적인 건축가로 미국의 옛 건축물에 지대한 관심을 가진 루시어스 하니가 도착해 두 뜨거운 가슴에 불이 붙고 만다.
  이건 뭐 누구나 예상할 수 있는 사건이다. 그런데, 일 년 전인 열일곱 살 때 어느 날 밤, 술에 취한 로열 변호사께서 채리티의 방에 들어오려다가 실패하고 방문 앞에서 약간 거친 언사로 채리티에게 청혼하는 일이 벌어진다. 두 사람 사이엔 적어도 스무 살의 나이 차이가 있지 않겠는가. 채리티가 보기엔 바보 같은 꼰대가 말도 안 되는 일을 말도 안 되게 지껄였을 뿐이다. 채리티 입장을 얼마든지 이해할 수 있다. 반면에 로열 씨 입장에서도 여태 기다리고 기다렸을지 모른다, 채리티가 열여덟 살의 성인이 되기를 앞둔 시기를 여태 기다렸을지 누가 알겠나. 다만 채리티의 감정을 감안하지 않았을 뿐. 하여간 이날 로열 씨의 무례한 청혼 사건 이후에 채리티는 집에서 대단한 권력을 움켜잡게 된다.
  그러는 한편, ‘산’ 사람들과도 약간의 안면이 있는 채리티가 루시어스 하니의 옛집 관찰 일을 도울 사람으로 둘이 함께 온갖 지역을 다니면서 자연스럽게 애정을 쌓는다. 그러면 독자는 작품의 스토리를 눈치 채실 수 있을 듯하다. 채리티-루시어스-로열. 선하고 젊은 남녀와 늙고 약한 악당? 그건 직접 읽어보시라.

 

  내가 주목하는 건, 채리티의 심성이다.
  이디스 워튼은 처음부터 끝까지 채리티의 관점에서 작품을 써갔기 때문에 독자들도 당연히 채리티 입장에서 읽는다. 그것을 조금 바꿔보자.
  채리티는 다섯 살 때 로열 씨를 따라 ‘산’에서 내려와 비록 작은 마을이지만 ‘문명인’이 사는 곳에 편입된다. 로열 씨는 채리티를 키우다가 나이가 차 해처드 여사의 권유로 네틀턴의 기숙학교에 입학시키려다 자신이 너무 외로울 것 같아서 막판에 포기하는데, 이는 채리티 역시 로열 씨가 너무 외로울까 싶어 도시로 떠나기를 망설이기 때문이었다.
  채리티가 열일곱 살이 되면서 도서관의 사서였던 위도라가 폐렴으로 죽어, 해처드 여사에게 돈을 벌고 싶다고, 마을을 떠날 수 있을 만큼, 또는, 로열 씨의 청혼 사건이 있었기 때문에, 아니면 집에 자기하고 같이 지낼 여자를 한 명 고용할 수 있을 정도로 돈을 벌고 싶다고 호소하여 월 8달러의 높은 임금으로 주 2회 두 시간씩 고용계약을 맺는다.
  집안에서 채리티와 로열 씨의 사이가 좋을 리 없다. 여기에 루시어스가 등장하니 둘의 사이엔 더욱 짙은 의심과 질투 같은 갈등이 깊어간다. 그게 아니더라도, 일 년 전에 청혼을 받아 거절한 일을, 당연히 그렇게 생각할 수 있고, 그럴지도 모르지만, 로열 씨에 의한 성폭행 미수로 단정한 채리티는, 생각만 해도 끔찍하고, 겁날 것 같은 환경에서 벗어날 특별한 방법을 모색하지 않는다. 열여덟 살의 성인이 되었고, 월수입이 있으면 이제 후견인의 보호망 밖으로 ‘스스로’ 나갈 계획을 해야 하건만, "피후견인"일 뿐인 채리티는 하는 일마다 불평불만이고, 로열 씨 하는 일 모두가 재수 없다고 여기기만 할 뿐이다. 그동안 번 돈은 루시어스에게 창피하지 않을 옷차림을 준비하는 데 모두 쓰고 만다.
  십삼 년을 키우고 후원해준 로열 씨. “그가 잘못을 범했던 단 한 번(청혼 사건)을 제외하고 채리티에게 그는 다만 노스도머처럼 피할 수 없지만 흥미롭지 않은 혹독한 현실이거나, 운명이 그녀에게 가져다준 여러 조건들 중 하나로서 언제나 그 자리에 있는 사람에 지나지 않았다.” 이게 이디스 워튼이 규정한 채리티의 진짜 모습이다.
  ‘산’ 사람 리프 하이엇이란 사람이 있다. 사고는 치지 않지만 채리티를 포함해 노스도머 사람 누구도 가까이 않는다. 그러나 채리티가 루시어스와 함께 ‘산’ 부근의 집터를 둘러볼 생각을 하자, 여태 한 마디도 해보지 않았던 리프 하이엇과 말을 튼다. 나중에 자신에게 도움이 될 거 같아서. 자신에게 도움이 될 것 같으면 좋은 관계를 미리 만들어두고, 아니면 절대 가까이하지 않는 인간. 채리티는 아쉽게도 내가 제일 싫어하는 스타일이다. 이런 인간들, 사회생활 하면서 숱하게 만날 수 있다.
  이 책을 읽은 대부분의 독자는 루시어스와 채리티 사이에서 벌어진 연애의 결과를 놓고 활발한 논의를 하고 싶을 듯하다. 그러나 공개 독후감에서 노출하면 스포일러를 피할 수 없어 차마 꺼내지 않았다. 그저 채리티가 테스하고는 다르다는 것 정도만 귀띔한다. 양해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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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1-09-28 08:55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저는 폴스타프 님의 이 리뷰를 읽고 댓글을 쓰다말고 제가 쓴 리뷰를 읽고 왔거든요. 구판으로 2019년에 읽었는데, 저는 이 책에서 당시 여성으로서의 삶의 한계를 느꼈고, 이놈이나 저놈이나 마찬가지로 구리다고 생각했고 ㅎㅎ 이선 프롬 만큼은 아니지만 이 책도 좋게 읽었어요. 그러다가 역자 후기 보고 빡쳐서 별 하나 깎았네요.

저는 그녀의 마지막 선택이 만약 그 시대에 태어난 여성이 아니라면, 그 환경에서 살아온 여성이 아니라면 선택하지 않아도 됐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그야말로 자립해 혼자 사는게 제일 좋죠-, 이 책 역시 서늘했어요.

Falstaff 2021-09-28 09:12   좋아요 3 | URL
ㅎㅎㅎㅎ 틀림없이 다락방 님은 댓글 쓰실 줄 애초부터 알고 있었습니다.
이놈이나 저놈이다 다 구린 건 맞는데, 이 책에선 젊은 놈이 더 그렇지 않나요? 늙은 놈은 자기 주제 파악을 못하는 거 빼면 중간은 가잖습니까.

그 시대에 태어났다고 다 이디스 워튼과 같은 계급이어야 한다는 건 조금 무리 같습니다. 채리티의 기본적인 한계는 워튼의 한계하고 크게 다르지 않은 것처럼 보입니다. 일을 하지 않는 것. 적어도 몸/힘을 쓰지 않는 숙녀 계급을 ˝당연히˝ 유지해야 하는데, 채리티는 원래 출신부터 ‘산‘에서 온 ‘피후견인‘이거든요. 즉, 퇴소할 나이가 된 고아원 원생과 비슷한 신분입니다. 워튼이 아니라 디킨스가 이 작품을 썼으면 많이 달라졌을 거 같아요.
왜 채리티에게 계속 숙녀의 신분을 유지Yuji?시켜야 하는지 의심하는 독자도 하나 쯤 있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ㅎㅎㅎㅎ

그레이스 2021-09-28 09:0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오늘은 배경설명이 길고 더 디테일하시네요^^

Falstaff 2021-09-28 09:14   좋아요 4 | URL
옙. 주인공의 성격을 비판하고 싶어서 말입죠, 그러려면 미리 밑밥을 많이 깔아야 하겠더라고요. ^^
저는 이 책 읽는 내내 복장이 터지는 줄 알았습니다. ㅋㅋㅋ

잠자냥 2021-09-28 09:4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 작품 증말 복장 터지죠. 전 문학동네 판으로 읽었는데, 그때 저는.... 야한 거 나올 줄 알고 기대했는데, 끝까지 안 나와서 뭔가 복장 터졌어요.

그때 쓴 리뷰에 이런 구절이 있군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 작품이 출간되었을 당시 여성이 성적으로 눈을 떠가는 과정을 너무 노골적으로 그렸다는 평을 받기도 했다는데, 난 읽는 내내 ‘아니, 대체 어디가?’했다. 눈 씻고 찾아봐도 노골적인 장면은 볼 수가 없어서 안타까웠다! 채리티와 하니가 만나면 키스만 하는 줄 알았는데(‘아니 얘들 왜 다음 코스로 진도를 안 나가는 거야.‘했음;) 어느 날 채리티가 덜컥 임신을 해서 깜짝 놀랐다….

Falstaff 2021-09-28 09:53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 전 애정 씬은 아예 기대도 안 했습니다.
작가가 워튼인데 그걸 쓰겠어요? 키스 씬도 그게 참. 아홉 살 애들이나 하는 걸 말입니다. 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1-09-28 10:22   좋아요 3 | URL
아니, 잠자냥 님은 왜케 야한 걸 좋아하세요? 순수한 저로서는 정말 친해지고 싶지 않네요..

이만 총총.

잠자냥 2021-09-28 11:26   좋아요 1 | URL
아니, 원래 유유상종이지 않습니까? 제가 다부장지향하게 된 동기가 바로 그것 때문이데? :p

다락방 2021-09-28 11:32   좋아요 1 | URL
도대체 무슨 말씀을 하시는거에요? 사람 잘못 보셨어요! 😤

새파랑 2021-09-28 12: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폴스타프님은 이디스 워튼하고 안맞으시는 군요. 로열씨가 채리티의 마음에 안드는데 어쩔수 없지 라는 생각으로 읽었던 거 같아요 ㅎㅎ 폴스타프님 글 보니 다시 읽고 싶어지네요^^

Falstaff 2021-09-28 12:30   좋아요 1 | URL
불쌍한 로열 선생.
지금이야 돈 좀 있고 힘도 남아서 괜찮지만 앞으로 10년 후, 돈 떨어지고 힘 빠지면 만날 채리티한테 얻어 터지면서 산다는 데 십만 원 겁니다!
채리티가 열라 계산기 두드려보니까 그래도 로열 선생하고 결혼하면 손끝에 물 묻히지 않을 거 같거든요. 그래서 그렇게 된 거지 그게 인간이 할 짓입니까. 손끝만 닿아도 닿은 부위를 칼로 썩 베어버릴 것처럼 싫어한 남자하고....
키워준 거 고마운 줄도 모르고 말입니다. 그것 때문에 결혼하라는 얘기 절대 아니고, 사실이 그렇잖아요. 로열 씨가 밥 먹여주고 옷 사입혀주고 한 거에 대해 빈 말이라도 한 번 고마워해본 적 있냐고요. 피후원자가 말이죠. 양심이 없어요, 양심이.

잠자냥 2021-09-28 12:36   좋아요 2 | URL
폴스타프 님 회사 다니시는 지금은 술상도 받고 커피도 내려주시지만 곧 두들겨 맞고 사실 듯합니까 ? 그땐 저라도 매를 줄이겠습니다. *토닥토닥*

Falstaff 2021-09-28 12:38   좋아요 2 | URL
커피는 매일 아침에 제가 내린다니까요. ㅜㅜ
준비하는 겁니다. 흑흑흑.....
우짰건, 잠자냥 님의 우정이 대단히 고맙습니다. ㅋㅋㅋ

Falstaff 2021-09-28 14: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씨.
을유에서 또 이디스 워튼 <버너 자매> 나왔다고 메일 왔는데, 번역이 글쎄 김욱동 씨라네요.
에잇! 이제 나이도 들고 했으니 좀 쉬지 또, 또, 또..... 쳇! 공역이구먼, 공역.

2021-09-28 14: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9-28 14: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Falstaff 2021-09-28 20:43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 위에 단 비밀글은 제가 ***** 님께 드린 건데요, 아마 못 읽으셨을 거 같습니다. 열분, 알라딘에서 비밀글은 주의해서 사용하세요!
간혹 안 읽었으면 하는 분이, 그 글을 읽을 수도 있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

coolcat329 2021-09-28 19:1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초반에 채리티 참 맘에 안들었습니다. 근데 채리티가 착한 사람이 아니더라구요. 자존심도 세고 허영심도 있으며 외모도 중간 이상은 되는거 같고, 근데 또 힘들게 얻은 도서관 일은 성의없이 하면서 현실은 지루하기만 한 불만 많은 여자.
이런 여자가 자신을 돌봐줬다는 이유로 늙은 남자가 다른 마음을 갖고 접근했을 때 그 상황이 얼마나 싫었을지 저는 알겠더라구요. 싫은건 싫은거니까요.

저는 돈 벌어서 독립하려고 도서관에서 일하는 채리티가 전혀 도서관일에 신경을 안 쓰는 부분에서 참 짜증이 났네요.비록 오는 사람도 없는 도서관이지만 현실 탓만 하며 그렇게 있는게 맘에 안들었어요. ㅎ

폴스타프님 채리티 싫어하실줄 알았습니다 ㅋㅋ

Falstaff 2021-09-28 20:43   좋아요 1 | URL
에효, 고맙습니다. 그저 쿨캣 님께서 제 마음을 아시는구먼요. 흑흑... 감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