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셉과 그 형제들 5 - 먹여살리는 자 요셉 (상)
토마스 만 지음, 장지연 옮김 / 살림 / 200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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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셉이 이집트로 팔려와 파라오의 친구이자 오른편에서 부채를 들고 있는 자, 궁인 또는 환관 페테프레의 집사로 10년을 지내 이제 스물일곱 살이 되었을 때, 요망한 난쟁이 두두의 꾐에 빠져 요셉을 짝사랑하게 된 여주인 무트-엠-에네트의 욕망을 좌절시킨 대가로, 일개 노예에 불과한 요셉은 죄 없이 저 이집트 변방 섬에 있는 정치범 수용소로 보내진다. 페테프레가 요셉을 아끼기는 했지만 그래도 자신의 법적인 명예-아내의 이름을 더럽힐 수 없었으니. 《요셉과 그 형제들》의 마지막 책인 <먹여 살리는 자, 요셉>은 요셉이 수용소에 입소하는 장면에서 시작해 요셉의 아버지 야곱이 숨을 거둘 때까지를 그리고 있다.
  세상에 나올 때부터 아버지 야곱에게 편애를 받은 열일곱 살의 철없던 요셉은 누구나 다 자신을 조건 없이, 심지어 본인들 보다 더 사랑하는 줄 착각했다. 그리하여 함부로 자신의 꿈을 형들에게 이야기하고, 상속권을 의미할 수도 있는 베일 옷 입은 모습을 자랑한 대가로 삼 일 동안 마른 우물, 구덩이에 알몸으로 빠졌다가 은 20세겔에 이스마엘의 자손인 상인들에 팔렸다. 이번엔 요셉이 여주인의 욕망을 선한 의도로 다스려 자신이 여인의 비뚤어진 사랑을 교정해줄 수 있을 것이라는 교만으로 인해 또 다른 구덩이인 수용소에서 삼 년의 시간을 보내게 된다.
  마지막 책에서 가장 큰 주제는 “준비와 대비”다. 아주 오래 전, 아쉬타르 여신이 길가메시(책에서는 ‘길가메쉬’)의 사랑을 얻지 못하자 신들의 왕인 ‘아누’를 찾아가 복수를 청하기를,
  “하늘의 황소를 만들어주세요. 그 황소가 세상을 짓밟고 콧구멍에서 불을 내뿜어 온 땅이 말라붙고 들판이 완전히 폐허가 되게 해주세요.”
  아누가 이에 묻는다.
  “그러면 7년 동안 가뭄의 해가 다가올 것이다. 해가 짓밟고 불태워 기근이 다가올 것이다. 결핍의 해를 맞을 준비는 했느냐, 그때 먹을 양식을 제대로 쌓아두었느냐?”
  “준비는 다 했어요. 양식을 쌓아두었으니까요.”
  “그렇다면, 아쉬타르, 네가 큰 수모를 겪었으니 하늘의 황소를 내려 보내마.”
  위의 장면은 5권 39~40쪽의 내용을 요약한 것으로, 아쉬타르 여신은 분을 이기지 못해 펄펄 뛰는 와중에도 자신이 바라는 불짐승을 얻으려면 미리 대비를 해야 함을 이야기했다. 창세기를 읽어본 사람은 책의 앞머리에 이런 장면이 등장하는 순간, 나중에 이집트와 중동지역 전역을 뒤덮을 기근을 대비하는 요셉이 생각날 것이다.
  또 하나의 키 워드는 “꿈.” 요셉의 별명 가운데 가장 널리 알려진 것이 “꿈꾸는 자”인 바에, 꿈을 해석하는 능력은 태생적으로 가지고 있었다고 봐야 하겠다. 어떤 일에도 놀라지 않고, 오직 세상살이 하면서 세 번의 연애에 관한 소설을 쓰고 싶어 하는 풍채 좋은 40세 수용소장 마이-사흐메의 선처에 힘입어 행정조수로 일 년 동안 일하던 요셉은 단기간 수용 처분을 받은 두 명의 궁정 신하를 만나게 된다. 십 년 동안 페테프레의 집사로 있었던 안목으로 보아하니 이들은 파라오에게 간식과 빵을 주는 ‘멘페의 영주’와 파라오의 주방서기로 음료를 담당하는 ‘아보두의 태수’임을 알아낸다. 이미 다 늙어 오늘 내일 그저 죽음만 기다리고 있는 파라오를 새삼스레 암살하기 위한 모종의 음모가 있었고, 이들이 음모에 연루가 되어 있는지 조사 중이라 조만간에 결판이 날 예정이란다. 이들이 한 날 각기 다른 꿈을 꾸고 궁금해 하던 차에 꿈 이야기를 들은 요셉.
  포도주 담당 주방 서기의 꿈만 예로 들자. 파라오와 함께 포도나무 그늘에서 쉬고 있는데 덩굴손 세 개에 열매가 익기 시작하더니 탱글탱글 탐스럽게 자라나더라는 것. 자기는 왼손에 물이 반 정도 든 잔을 들고, 오른손으로는 포도즙을 짜 파라오에게 건네주었다는 꿈이다.
  요셉이 꿈을 풀기를, 잔, 맑은 물, 열매를 직접 따서 포도즙을 짜는 행위는 다른 것이 섞이지 않은 순수한 공물을 의미하며, 세 개의 덩굴손은 3일을 뜻하여 사흘 후 생명의 물을 얻을 수 있단다. 게다가 파라오가 다시 그를 ‘테벤의 의로운 자’로 복권시켜줄 것이니, 그 때가 되면 파라오에게 요셉을 이야기하여 수용소에서 나갈 수 있게 도와달라고 당부한다. 포도주 서기는 이에 기분이 좋아져 흔쾌히 약속을 하지만 요셉은 결코 그렇게 되지 않으리라는 것을 알고 있다. 이미 두 번 구덩이 속에 빠져본 요셉은, 그가 역모에 관여하지 않은 이유가 경박하고 말도 많은 성격이라 공모자들이 이 사람을 끌어들이면 모의가 금방 탄로 날 것임을 우려했기 때문이었으리라 확신하고 있었으니.
  정말 삼 일 후에 포도주 서기는 무죄방면 된 반면 빵 서기는 요셉이 정확하게 예언한대로 참수형에 처해진다. 이후 세월이 흘러 역모가 진압되자마자 파라오 아무호트페 3세는 숨을 거두고 아들이 왕좌에 올랐으나 나이가 차지 않아 일 년 동안 어머니, 즉 대비에 의해 수렴첨정이 이루어지다가 열여섯 살이 되어 정식 파라오의 업무를 시작한다. 이때 파라오 아멘호테프가 꿈을 꾼 것. 왕은 먼저 아직 권력의 맛을 완전히 떨치지 못해 아들을 조금 질투하고 있는 대비에게, 다음엔 대비의 권유에 의하여 남, 북 제사장인 ‘베지르’들에게, 이어서 요셉을 알고 있는 ‘테벤의 의로운 자’를 포함한 대신들에게 꿈 이야기를 하지만 도대체 제대로 해석을 하는 인간이 없어 복장이 터지는 순간, 포도주 서기가 2년 전 자신의 꿈을 해몽해준 수용소의 행정조수 요셉이 번쩍 생각나 파라오에게 추천하고, 파라오는 즉각 사신을 보내 요셉을 데려오게 하니, 이 때가 요셉이 수용소에 보내진지 꽉 찬 3년이 되었다.
  파라오의 꿈. 강물 속에서 암소 일곱 마리, 황소는 하나도 없고, 진짜 튼실한 암소 일곱 마리가 나오더니 이어서 곧바로 흉해도 너무 흉한, 가죽과 뼈가 붙어 곧바로 굶어죽을 듯한 암소 일곱 마리가 뒤이어 솟아나와 먼저 나온 살찐 암소를 다 잡아 먹었단다. 살찐 암소를 잡아먹었음에도 불구하고 흉한 암소들은 하나도 살이 붙지 않았다. 연이어 같은 날 또 꿈을 꾸었는데, 쟁기로 갈아엎은 검은 땅에서 일곱 개의 이삭이 솟더니 탱글탱글 황금빛 주렁주렁 열매를 맺더라는 것. 그러나 이어서 나온 또 다시 솟은 일곱 개의 이삭은 완전한 쭉정이로 다 말라붙어 죽은 거 같은데 동풍이 불어 쭉정이 이삭들이 풍성한 이삭에 닿은 순간 살찐 이삭을 다 먹어 치워버렸고, 그랬음에도 흉한 이삭이 통통해지지도 않더라는 내용이다.
  해몽은 다 아실 듯. 7년 연속의 풍년과 7년 연속의 기근. 요셉은 풍년이 들 때 양식을 저장하여 기근에 대비하기를 주장해, 왕의 정부에서 가장 중요한 농림부 장관이자 총리 수준의 자리에 올라 왕의 유일한 친구, 왕의 작은 아버지라 불리게 됐다는 거. 그러나 요셉의 진가는 기근의 시절에 있다. 파라오에게 제시하기를, 풍년이 들었을 때 충분히 비축한 양식은 기근이 시작되면 식량 무기가 되어 이집트 내의 토호세력과 속지들을 싼 값에 구입해 왕실의 재산으로 만들 수 있을 것이며, 인근 국가의 모든 부를 다 흡수하여 이집트 역사상 가장 부유한 국가로 만들 수 있고, 심지어 왕이 경계해마지않는 ‘아문’ 신을 따르는 집단의 힘마저 뺄 수 있다는 비전vision을 제시하기에 이른다. 신을 추앙하는 거 역시 먹어야 할 수 있는 일이니까.
  물론 이런 비전 속엔 꿍꿍이가 하나 있기는 하다. 언젠가는 기근 때문에 먹을 것이 떨어진 아버지 야곱과 열 명의 형들 역시 식량을 얻기 위해 이집트로 올 수밖에 없을 것이고, 이때가 바로 자신의 저 오래된 꿈, 열 개의 곡식단이 요셉의 곡식단을 향해 절을 하고, 태양과 달, 그리고 열한 개의 별 역시 자신에게 절을 하는 순간이리라는 것을.
  이 책 《요셉과 그 형제들》은 놀라운 작품이다. 그러나 내놓고 이야기해서, 쉽게 읽을 수는 없을 것. 구약성서 가운데 적어도 창세기를 미리 읽어두어 앞 뒤 관계 또는 이야기의 진행 정도를 알아두면 좋고, 신화학, 인류학적인 정보, 프레이저가 쓴 <황금가지>의 선독이 있으면 금상첨화겠다. 기독교를 믿지 않는 사람이 무턱대고 책을 덥석 들었다가는 낭패 보기에 맞춤하지만, 다 읽을 수 있으면 참 좋은 책 한 편 읽었다는 뿌듯함을 느낄 수 있을 듯. 나도 어제 책 다 읽자마자 독후감을 쓰는 대신, 큰 책 한 편 읽은 기념으로 축배를 먼저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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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20-09-14 19: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성경 인물 중에서 요셉을 좀 좋아합니다. 좋아하는데 다른 이유가 있겠습니까마는 잘 생겨서 좋아한다고 말해도 될런지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요셉 이야기에서 제가 제일 좋아하는 대목이 여기에요. 요셉이 꿈을 해몽해준 포도주 담당 서기에게 자신을 탄원한 부분이요. 이 책에서는 요셉이 그가 자신을 잊어버릴거라는 암시가 있었나봐요. 저는 성경을 읽을 때마다 그렇게 생각했거든요. 그게 어디 가능한 일이더냐. 나의 복권을 예언한 사람을 어찌 잊을쏘냐. 그가 잊었기 때문에 후에 요셉은 파라오를 직접 만날 수 있었을거라 전 생각하거든요.
대작 읽으신것 너무 축하드립니다. 폴스타프님 리뷰 통해서 저도 좋은 책을 읽은 듯 합니다. 감사해요^^

Falstaff 2020-09-14 20:11   좋아요 0 | URL
이 작품에서도 요셉이 무지하게 잘 생긴 청년으로 등장시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른 넘어서까지 동정을 지키는 절제의 사나이기도 하고요.
그리고 포도주 서기의 경우엔, 초장부터 자기만 아는 이기주의자로 딱 찍어 예언을 합니다. 나라에 무슨 일이 있어 요셉이 아니라면 풀 수 없는 문제가 나와야 자신을 천거할 거라고요. 토마스 만은 신화학자가 아니라 소설가라서, 이 부분이 참 마음에 들었습니다. 반역자가 아닌 것이 아니고, 반역을 꾀하는 무리가 같은 편으로 하면 자기들 비밀까지 몽땅 주위에 흘리고 다닐 인물이어서 반역의 무리에 끼지 못했다는 겁니다. 여기서 저도 무릎을 탁, 쳤지요. ㅋㅋㅋㅋㅋㅋ
교인이시면 한 번 도전해보실만 할 겁니다. ^^
 
요셉과 그 형제들 3 - 이집트에서의 요셉 (상)
토마스 만 지음, 장지연 옮김 / 살림 / 200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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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셉과 그 형제들》의 세 번째 책.
  토마스 만을 읽으면서 어쩔 수 없이 생각났던 인물. 리하르트 바그너. 그의 작품들을 보면 구구절절 말이 많다. 사실 극에서 행해지는 일들에 객관성을 주기 위하여 행위의 근거 또는 먼 이유를 설명하는 일이지만 처음 듣는 사람들은 단박에 나가떨어지게 만든다. 우스개로 비교하는 인물이 자코미니 푸치니인데, 푸치니라면 두 시간도 안 돼서 단박에 이놈 저놈 다 죽이고 피바다로 극이 끝났을 이야기를 바그너는 삼박사일 동안, 그것도 하루에 네 시간 넘게 관객들을 자리에 앉혀놓는다는 거.
  딱 토마스 만의 《요셉과 그 형제들》이 그렇다. 창세기 39장 1절에 말하기를,
  “요셉이 이끌려 애굽에 내려가매 바로의 신하 친위대장 애굽 사람 보디발이 그를 그리로 데려간 이스마엘 사람의 손에서 요셉을 사니라.”
  작가는 이 한 줄을 위하여 무려 240여 쪽의 지면을 할애했다.
  만의 이야기는 요셉이 알몸으로 던져져 갇힌 마른우물 또는 구덩이에서 구출된 것의 의미로 시작한다. 요셉은 열일곱 살의 나이로 구덩이에 빠져 스스로 죽은 몸이 됐다고 여긴다. 왜 그랬을까. 그동안 죽음으로까지 내몰릴 정도로 잘못 살았다는 자각이 든 것. 죽음에 이르는 잘못, 즉 죄의 이름은 ‘신뢰’였다. 사람을 무턱대고 믿는 일. 그들의 한계를 무시하고, 그들이 듣고 싶어 하지 않고 들을 수도 없는 이야기들, 형들의 곡식 단이 자신의 곡식 단을 향해 절을 한다는 등, 해와 달과 열 개의 별이 자신의 별에 절을 한다고 신이 나서 떠벌인 일. 눈치 없이 케토닛 파심을 입고 형들에게 자랑하는 눈 먼 행위 등. 타인의 한계를 무시하고 무리한 요구도 충분히 감당할 수 있으리라 무턱대고 존중해준 나름대로의 사랑이 결국 자신을 죽음에 이르게 만들었다는 거다. 그 결과 손과 발이 묶여 마른우물 아래로 던져진 것으로 그때 자신은 이미 죽었으며, 이스마엘 사람들로 꾸려진 상단의 사위 ‘밉삼’에게 구출되어 어두운 터널 속을 통해 세상의 빛을 본 것을 다시 태어난 행위로 여긴다. 마른우물 또는 구덩이는 그에게 죽음의 장소이자 다시 태어날 수 있었던 대지의 자궁이며 산도였다. 그리하여 첫째 형 르우벤이 없는 상태에서 상인들에게 은 20세겔에 팔렸을 때도 아무런 이의나 항의 없이 조용히 이를 수락했으며, 아버지 야곱이 사는 동네를 거쳐 끝없는 행진을 할 때 역시 상단을 탈출해 야곱의 집으로 도망하지 않았던 것.
  요셉을 산 상단의 노인은 천생 상인. 평생 세상 구석구석을 다니며 온갖 것을 다 경험한 이 늙고 현명한 상인은 먼저 자신의 노예이자 상품인 요셉의 품질을 확인한다. 노인은 요셉의 몸과 더불어 재주까지 산 것이니. 요셉이 글을 쓸 줄 알고 셈에 밝다는 말을 듣고 삼 일 안에 상단의 모든 물품의 목록을 정리해 가져오라 요구하고, 언변이 좋은 것을 알고는 자신의 잠자리에 잠이 잘 올 수 있도록 밤 인사를 하라하니, 요셉 가라사대,
  “가볍고 유쾌한 꿈들아, 주인님의 평화롭고 달콤한 단잠에 예쁜 수를 놓아다오.”
  당시가 기원전 20세기 가량. 거의 모든 즐거움은 이야기의 구전으로 전해지던 시대에 이렇게 아름다운 말을 할 수 있다는 것은 지금 사람들로는 상상도 하지 못할 재주였을 수도 있다. 그래 노인은 날마다 다른 말들로 밤 인사를 할 것을 요구하고, 요셉은 주인의 명령에 따른다.
  “요람을 흔드는 한밤의 팔에 안겨 그 가슴에 머리를 묻고 달게 주무셔요. 어머니 품에 안겨 새록새록 잠자던 어린 시절처럼.”
  여기에 삼 일 후, 정말로 자신의 물품 목록과 수량을 각기 색이 다른 글과 숫자로 일목요연하게 정리해온 것을 본 노인은, 이게 보통 물건이 아님을 알고 요셉에게 자신의 계획을 말해주기에 이른다. 왕의 오른편에서 부채를 들고 있는 자, 왕의 친구라는 호칭으로 불리는 자의 집에 그를 팔기로. 노인이 감히 왕의 친구라 불리는 자를 아는 건 아니고, 그자가 사는 저택의 집사, 개신교 창세기에 ‘가정 총무’라 불리는 ‘몬트-카브’라는 홀아비를 안단다. 아브라함 시절부터 이왕 신을 섬기려면 가장 힘이 센 신을 섬기겠노라며 주님을 선택한 핏줄답게, 요셉은 부채를 들고 있는 자를 칭송하는 의미에서 그에게 황금을 매달아준 왕이 누구인지 물어보았고, ‘넵-마-레-아문호트페-님무리아’라는 이름을 들었다. 세상에나. 가장 화려하고 영예롭게 이름을 드높인 왕, 혁혁한 명성과 함께 영원 속으로 사라진 왕들의 후손, 저 아래 세상, 진창의 나라이자 죽은 자의 나라의 파라오였다.
  여기까지도 성질 급한 독자들은 이야기가 늘어진다는 기분이 들지도 모른다. 그러나 천만의 말씀. “이스마엘 사람” 가운데 애굽, 즉 이집트까지 가서 요셉을 팔 수 있는 사람은 분명히 대상隊商이었을 것이고, 이집트 가운데서도 다른 사람도 아니고 파라오의 친위대장 페테프레, 즉 보디발에게 접근할 정도라면 요셉의 능력을 독자에게 보여줄 필요가 있었을 터이다. 여기에 하나 더. 당시 이집트는 세상의 중심. 감히 변두리 가운데서도 변두리인 이스마엘 족 떠돌이 상인이 어떻게 친위대장과 대면할 수 있겠는가. 그리하여 저택의 집사마저 간신히, 요셉의 주님이 배려한 덕에 만날 수 있게 되며, 더 이상 하인이 필요하지도 않은 상태에서 구리 200데벤이라는 터무니없이 비싼 값으로 팔리게 된 것. 그런데 토마스 만을 리하르트 바그너와 비교한 이유는, 이 집에 도착하기 전까지 대상 무리는 아시아, 아라비아 각처, 그리고 이집트 땅에 들어와 처음 밟은 고셈 지역 등의 성 쌓은 모습, 풍경, 특산물, 축제, 탈 것(낙타 또는 배 등), 국경과 도시를 지키는 병사와 세관을 통과하기 위한 그들과의 대화와 뇌물 상납, 상품 거래내역 등까지 모두 설명을 하는데, 좀 심했겠지? 그렇다. 심했다.
  하여튼 ‘오사르시프’라고 이름을 바꾼 요셉이 어쨌건 처음 본 이집트는 하下이집트의 스무 번째 주state로 소박한 육지라 할 수 있으나 풀이 우거지고 목초지가 펼쳐져 있고 적당히 촉촉한 매우 비옥한 땅이었으니, 요셉의 머리에 떠오른 생각은 이곳의 살찐 초원을 아버지 야곱과 동생 벤야민을 비롯한 형제, 가족들을 불러 살게 했으면 좋겠다는 것. 그것을 위해서라도 자신은 이 이집트 땅에서 반드시 높은 자리에 올라야 하며, 이왕 서쪽 저승(이집트)의 나라로 갈 바에 일인자가 되겠다고 다짐을 한다. 열일곱 살짜리가. 대단하지? 역시 될 인간은 떡잎부터 다르다.
  이후에도 가히 장황하고 장대한 서술 끝에 드디어 페테프레(성서의 ‘보디발’)의 집에 노예로 들어간 우리의 요셉. 여기서 처음 만난 후원자는 난쟁이 세엔크-웬-노프레-네테루호트페-엠-페르-다문, 또는 베스-엠-헵, 또는 베지르, 또는 곳립.
  창세기 39장 7절에 말하기를,
  “그 후에 그의 주인의 아내가 요셉에게 눈짓하다가 동침하기를 청하니”
  요셉이 페테프레 혹은 포티파르의 집에서 선량한 집사 몬트-카브가 죽은 이후에 그의 자리를 물려받게 되는 긴 이야기는 모두 생략하고, 성서에 나왔듯이 보디발, 페테프레의 정실 아내 무트-엠-에네트가 요셉에게 반해 눈짓하고 동침하기를 청하는 장면으로 가자. 페테프레의 부모는 아버지가 ‘후이’, 어머니가 ‘루이’라는 이름으로 당시 이집트 사람들이 흔히 그러했듯이 가문의 혈통의 순수성을 지키기 위해 친 오누이가 결혼한 커플이며, 이들의 유일한 아들이자 자손인 페테프레는 거인의 풍모에 장사다운 힘을 지닌 완력의 사나이였음에도 불구하고, 부모가 부부관계를 ‘부글거리는 끓어오름’이라 일컬을 정도로 불결하게 보아 아들은 어두운 영역에서 끄집어내어 보다 순결한 자에게 바치려, 그만 양 다리 사이의 모든 돌출된 것을 잘라 궁신宮臣, 즉 내관, 내시로 만들어 파라오에게 바쳤던 거다. 그리하여 그가 맡은 친위대장이라는 호칭도 완전히 명예직이지 실제 친위대장의 역할은 정상적인 기능을 하는 ‘남성’ 장교가 모든 권한을 갖고 있던 상태였다고 상정했다.
  아무리 잘 생기고 현명하고, 똑똑하고, 말을 잘 하는 요셉일지언정, 왕의 친구, 훗날에는 ‘왕의 유일한 친구’로 격상되는 대갓집 중의 대갓집 마나님이 한갓 노예에게 눈길이나 줄 수 있었겠는가. 여기에 토마스 만은 또 다른 난쟁이이자 남성의 기능은 정상이라 보통의 여자와 혼인하여 키가 큰 아들 둘을 낳은 악당 난쟁이 ‘두두’를 등장시켜 친위대장부인이자 여주인 무트-엠-에네트의 눈길을 요셉에게 이끌리게 하고, 스스로 가운데 끼어 부인의 마음에 요셉을 깊게 새기게 만들며, 심지어 연서를 써서 요셉에게 건네도록 종용하고 전달까지 맡긴다. 여태까지는 동정녀로 남자를 전혀 모르다가 평생 처음으로 연정을 품게 된 궁신, 환관의 아내에게 당시 기준으로 중년의 나이에 찾아온 첫사랑, 첫 번째 육욕의 대상으로 전환해버린 요셉. 무트-엠-에네트를 향한 토마스 만의 시선은, 잘못한 건 사실이지만 우리가 알고 있는 문서(구약성서)에서처럼 오직 자신의 육욕을 충족시키기 위한 ‘눈짓’은 아니었다고 변호한다.
  그렇다. 이것이 연대기와 소설작가의 차이점이다. 연대기에 나와 있는 것 말고 그 속에 숨어 있는 상황을 사람 사는 이야기, 그것도 타당할 수밖에 없는 전개과정을 상상하여 그럴 듯하게 만들어내는 이들을 우리는 소설가라고 부른다.
  토마스 만. 장황하고 장황하다. 간혹 질리기도 하고, 너무 오랜 시간 책을 들여다보느라고 피로해진 눈, 시각 때문에 고단한 때를 맞춰 장황한 장면이 나오면 확 질려버리기도 한다. 그럼에도 토마스 만을 읽는 건 다 이유가 있어서이다. 누가 있어 이리도 재미있게, 감히 성서의 행간을 뒤져 매력적인 이야기로 만들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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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20-09-06 19: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폴스타프님! 이게 3권에 대한 리뷰군요. 너무 재미있습니다!!!
기독교에서, 혹은 대부분의 목회자들은 요셉에 대해 ‘택함 받은 사람이다‘, ‘참을 줄 아는 사람이다‘는 식으로 긍정적으로 해석하거든요. 100에 98정도요. 근데 비교적 최근(15년 전쯤 ㅋㅋㅋㅋㅋㅋㅋㅋㅋ)에는 요셉의 ‘눈치없음‘에 대한 또 다른 해석도 나오더라구요. 최초로 이야기했던 설교자는 기억이 안 나는데, 요는 요셉은 그렇게나 훌륭한 사람은 아니었다는데 방점이 찍히지요. 요셉 좋아하는, 그의 스토리를 사랑하는 기독교인으로서 이 페이퍼가 너무 흥미롭고 재미있네요. 저는, 이 시리즈를 다 읽을 엄두는 안 나고요. 폴스타프님이 올려 주시면 리뷰 정독하는 걸로 갈음하려 하오니, 부디 또 리뷰를 올려주시면 매운 반갑겠습니다^^

Falstaff 2020-09-06 20:12   좋아요 0 | URL
아, 기독교인이시라면 별 어려움 없이 읽으실 수 있을 거 같은데요. ^^
이제 독후감은 마지막 책冊, 하나 남았습니다. 아주 흥미롭더라고요. 원래 창세기가 출애굽기와 더불어 재미있기는 하지만 어떻게 성서 속에 생략되어 있는 사람 사는 모습을 이리도 적묘하게 잘 묘사를 하는지, 역시 토마스 만, 이름 값이 헛되지 않더라고요.
다음번엔 상인, 정치인, 책략가로서의 요셉이 등장합니다. ㅎㅎㅎ 정작 읽기를 마치니까 좀 아쉬운 감정도 들더라고요. ㅋㅋㅋㅋ
 

  오늘 오후 다섯 시 부터 쐬주 깠습니다. 술꾼들이 대개 그렇듯이 술잔 넘기는 속도가 빠른 편이라 좀 취했군요. 근데 마시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드디어 다 읽었거든요,.

  토마스 만의 《요셉과 그 형제들》모두 여섯 권을 다 "해치웠습니다."

  어떻게 생긴 책이냐 하면, 이렇습지요.

 

 

 

  다 읽으면 당연히 즉시 독후감을 써야 하는데, 천만의 말씀을. 일단 장광설의 대명사 토마스 만의 여섯 권짜리 장편소설, 무려 3천 쪽에 달하는 소설을 읽어치웠다는 것을 자축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리하여, 내자에게 쇠고기 좀 사와, 하고 일단 공양을 바친 다음, 하여간 정말 있다면 , 분명히 없을 것이지만, 쇠고기 탄 미세먼지를 흠향하신 그분 다음으로 한 판 구워 쐬주 한 병, 만 원에 네 캔하는 맥주 한 캔 깠습지요. 크하하하하..... 누가 있어서 비 기독교인이자 유물론자이기도 한 폴스타프가 이 책을 완주할 줄 알았겠습니까!

  근데, 이거 정말 읽을 만합니다. 구약, 창세기 안에 등장하는 요셉이 유머와 장난끼의 대명사일 줄은 정말 몰랐거든요. 또한 그것을 유머로, 장난으로, 짓궂은 하느님의 예견된 순서로 해석하는 토마스 만의 입담이 말씀입지요, 아후, 이 책(들)을 영업할 수밖에 없게 만들더라니까요.

  내친 김에 토마스 만의 소설 올 클리어에 도전해야겠습니다. <대공전하>, <선택된 인간>만 더 읽으면 되는데, 번역한 게 있을지 모르겠군요. 아, <대공전하>는 아직 번역을 하지 않았습니다. <선택된 인간>이라도 올해 안에 읽어야겠습니다.

  자꾸 읽을 책만 많아집니다. 그게 인생입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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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시무스 2020-09-05 19:0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오호! 만리장성을 종주 하셨네요! 대단하십니다!ㅎ 기념으로 2차도 가셔야 할 것 같아요! 완독 축하드리고 즐건 주말되십시요!ㅎ

Falstaff 2020-09-05 19:18   좋아요 1 | URL
음하하하.... 고맙습니다. 일품 안동소주 40도로 집구석에서나마 2차를 즐기겠습니다. ㅋㅋㅋㅋ

초딩 2020-09-05 19: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마의산 중 한권을 아름다운 가게에서 업어 왔는데 한권오 무지 두꺼워 모셔만 두고 있습니다.
우헐 6권에 삼천페이지!!!
자축 경축 하셔도 되겠네요,~~~
아 저도 소주로 소독하고 파요 ㅎㅎㅎ
축하드립니다~

Falstaff 2020-09-05 20:14   좋아요 0 | URL
에이, 별거 아니예요. 마의 산, 그냥 해치워버리세요.
기껏해야 소설밖에 더 됩니까. ㅋㅋㅋㅋ
읽으신 다음에 장하게 쐬주 한 잔 하시면 되는 겁지요. ^^

박균호 2020-09-05 22: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단하시네요. 이 책이 대단한 작품이라는 소리만 듣고 감히 읽어 볼 엄두를 못내고 있는 처지라서요.

Falstaff 2020-09-06 06:56   좋아요 0 | URL
대단하긴요, 그저 독자일 뿐인 걸요.
하여튼 대작을 읽은 김에 축배 한 잔 할 정도는 된다고 생각해서요. ㅋㅋㅋㅋ
 

 

커피? 저는, 100 그램에 만 원 넘어가는 건 절대 내 돈 주고 사마시지 않겠다,는 주의입니다. 그래 알라딘이 고맙지요. 저렴하게 다양한 커피를 마실 수 있으니까요.

 

제가 요즘 즐기는 커피 보실래요?

 

  오른쪽부터 보겠습니다. 정확하게 100그램에 만 원짜리, 근데 부가세 별도. 그럼 만천 원짜립니다. 200g 이니까 22,000원. 당연히 제 돈 주고 안 샀습니다. 작은 아이가 뭐 특별 에디션이라나 뭐라나 해서 사다 주더군요. 자세히 따져보니 '예가체프'입니다. 다락방님의 아우님이 예가체프에서 청국장 맛이 난다고 했답니다. 이 예가체프, 상당히 덜 볶은 커피에서 정말로 청국장 냄새가 납니다. 커피도 영어로 하면 coffee bean, 커피 "콩"이잖아요. 적당히 열을 가하면 진짜 청국장, 된장 냄새가 난다고, 마누라가 알려주더군요.

  몇 년 전, 나이 먹었다는 이유로(정말 딱 찍어서 이런 이유를 대더라고요) 회사에서 대기발령 받고 인사담당자에게 "들어올 땐 회사에서 뽑았지만 나갈 때는 내가 결정할 테니까 너무 신경들 쓰지 말고 한 6~7년 편안하게 기다려."라고 말했을 당시, 아내가 몇 달 후 허리에 손을 척, 얹고 하는 말이, "오늘부터 나도 바리스타야. 드러워서 회사 다니기 싫으면 당장 때려 치워. 내가 카페라도 해서 먹여 살릴게." 했거든요. 에휴, 젊어서 둘 다 성질머리 드러웠을 때 팍 갈라지지 않기 다행입니다. 그죠?

  오른 쪽에서 두 번 째, 비료푸대 같은 봉지에 담긴 것이 제가 여태까지 커피 사다 마신 이 동네 커피 가게, 야매로 자기들이 볶아 파는 무면허 가게에서 사 온 예가체프입니다. 제 취향을 알아서 하얗게 태운 백탄 숯을 사용해 직화로 볶아주는데 맛이 기가 막혔습니다. 근데 저게 마지막 작품입니다. 이 사람들이 두 명이 동업을 하다가 어느 날 갑자기 머리끄덩이 잡고, 둘 다 남자들입니다, 말이 그렇다 이거지요, 대판 싸우고 갈라서서 깨졌습니다.

  백숯에 살짝 볶아 산미도 세고, 고소한 맛도 일품이고 그랬는데, 저 커피를 살 당시 아내가 데리고 간 아줌마가, 자기는 쓴 게 좋다고 좀 달달 볶아달라고 해서 그만 마지막 저 봉지 안의 커피는 쓰기만 한, 개떡이 됐습니다. 이젠 살 수도 없는데 말입니다. 커피 볶는 이가 일본에 유학가서 하라는 공부는 안 하고 도쿄에서 이름난 커피 집에 취직해 그것만 배우고 온 한량이라고 합니다.

  왼쪽에서 두 번 째가 이번에 알라딘에서 산 "엘살바도르 엘 보르보욘" 8월 24일 볶은 겁니다. 100자 평에도 쓴 적 있듯이, 그저 씁니다. 쓰기만 합니다. 좀 덜 볶은 게 있으면 한 번 더 시도해보겠지만 알라딘 커피공장에 대중이 제일 좋아할 로스팅 방식으로 레시피가 있어서 제가 원하는 건 나오지 않을 거 같습니다. 앞으론 선택하지 않을 거 같습니다.

  맨 왼쪽이 "시다모 난세보." 알라딘에서 산 제일 맛난 커피였습니다. 적당히 시고 적당히 고소하고 적당히 쓴 커피. 가격대비 만족도 최고였습니다. 근데 잘 보시면 볶은 날짜가 7월 2일. 이상하지요?

  속에 든 커피는 정작 시다모가 아니고, 100g에 무려 9만9천원 하는 '블루 마운틴'입니다. 당연히 제 돈 주고 산 거 아니고요, 마누라가 어디서 한 50그램 얻어온 겁니다. 맛이요? 개떡이더군요. 왜 그런고 하면, 만일 저한테 100g에 10만 원 짜리 커피가 있다고 쳐보세요. 그거 함부로 마실 수 있겠습니까? 그러니 사실 있기는 있지만 그저 장식용이 되고 마는 겁니다. 저것도 커피 볶고 아무리 짧게 잡아도 1년은 넘었을 겁니다. 아끼고 아끼고 또 아끼다가, 똥 된 겁니다. 그러니 맛이 있을 턱이 없지요. 비싼 몸으로 제 집에 굴러와서도 겨우 한 번 갈리고, 이후 다시는 손도 대지 않으니 나중엔 갈려서 삼겹살 먹은 다음에 프라이 팬 세척용으로나 쓰일 거 같습니다.

  하여간 제 주의는, 100g 당 만 원 넘는 커피는 안 마시겠다, 하는 겁니다.

 

 

  이 커피가 젤 좋은데, 계속 판매하지는 않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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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0-09-04 09: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동생은 청국장, 저는 된장 혹은 간장 향을 느꼈는데 그 커피에 대해 그런 평을 한 사람이 아무도 없더라고요. 제 동생과 저 밖에는... 하하하하하하하하하.
저도 시다모 난세보 좋아서 몇 번 사 마셨어요. 그게 일등이다가 지금은 엘 보르보욘하고 막상막하에요. 저는 엘 보르보욘도 너무 좋았어요!
시다모 난세보가 사라질지도 모른다니.. 지금은 이번달의 커피인 코스타리카 라스 로마스 마시고 있는데, 이거 다 마시면 시다모 난세보 마셔야겠어요.

Falstaff 2020-09-04 09:50   좋아요 0 | URL
저는 사진처럼 한 번에 보통 세 종류의 커피를 장만해서 이것 저것 마시는 게 좋더라고요. 아내가 몰래 타서, 이게 무슨 커피? 하고 맞추기 장난, 만 원 내기도 합니다. ㅋㅋㅋ
저도 라스 로마스도 한 번 마셔봐야겠네요.
근데 솔직히, 인스턴트도 좋아요. 특히 맥심 부드러운 블랙. ㅋㅋㅋㅋ

잠자냥 2020-09-04 09: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호, 시다모 난세보는 정작 안 마셔봤네요. 판매 중지되기 전에 한 번 마셔봐야겠어요.
두 번째 그 구구절절한 사연이 있는 커피 맛 궁금합니다. 백탄 숯을 사용해 직화로 볶는 커피콩이라.... 생각만 해도 기막힌 맛일 거 같네요.

Falstaff 2020-09-04 10:11   좋아요 0 | URL
판매 중지는 한참 있다가나 되지 않을까요? ㅋㅋㅋㅋ 제가 오버가 좀 심했던 모양입니다.
그 사람들 다시 화해하거나(그렇게 보이지 않지만 세상일을 누가 압니까?), 커피 볶는 남자가 다시 일을 시작하면 전화번호 가르쳐드릴께요. 일 시작하면 분명히 저한테도 연락이 올 거니까요. ^^

hnine 2020-09-04 10: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리뷰만 읽기엔 아쉽습니다. 이렇게 재미있고 개성 뚝뚝 드러나게 글을 잘 쓰시는데 말입니다.
그나저나 커피라면 전 그저 맥심 모카이니, 할 말 없고요.

Falstaff 2020-09-04 10:53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 개성은 모르겠는데, 잘 쓰는 글은.... 아닌 거 같습니다..... 창피한 일입니다만, 제가 쓴 콩트도 하나 올린 적 있답니다.
https://blog.aladin.co.kr/729554277/10737554
저도 맥심 부드러운 블랙 봉지 커피 좋아해서 회사에서 마시고요, 집에는 인스턴트 테이스터스 초이스도 있습니다! 간편해서 좋아요.

단발머리 2020-09-04 12:1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좋아하시던 맛난 커피숍 없어지게 되어서 너무 안타깝습니다. 둘이 싸운 이야기 자세히 듣고 싶은데 말이지요. 극적힌 화해를 기대하면.... 너무 늦었나요?
전 알라딘 커피 하나씩 먹어보고 있는데 아직 맛을 감별할 정도는 아니지만 어제 먹은 코스타리카가 너무 신선하고 고소해서 알라딘 다시 봤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Falstaff 2020-09-04 12:30   좋아요 0 | URL
아, 거기는 커피숍이 아니라 말 그대로 상가 2층 구석에서 커피만 볶는 야매집이었습니다. ㅋㅋㅋㅋ 아닌게 아니라 커피 집하다가 말아 먹었기도 했고요.
이 양반들이 다른 먹는 장사를 하느라 한 명은 자본을, 다른 한 명은 노동을 대기로 했는데 때를 제대로 맞춰 그 때가 코로나 창궐 1주일도 아니고 3일 전, 2월 말이었습지요. 쫄딱 망하면, 부부도 이혼을 하는게 요즘 세월인 바에 동업이야 뭐 저절로 깨지게 된 것입지요.
게다가 둘 다 어려서부터 부잣집 도련님 출신이라 지금이야 쫄딱 망해서 벌어 먹을 걱정을 하고 있지만 도무지 참을성들이 없어요. 에휴, 진작 강남에 건물이나 하나 사지들 말입니다.

coolcat329 2020-09-04 14:1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개떡‘ ‘똥‘ ㅋㅋ 이런 묘사 참 제가 폴스타프님 글을 좋아하는 이유입니다 ㅋㅋ
저는 알라딘도 비싼듯 하여 더 싼곳에 정착했는데 주변에 추천하니 모두들 좋아합니다. 비싸다고 맛있는게 아니더라구요.

잠자냥 2020-09-04 14:18   좋아요 1 | URL
알라딘은 어떻게 생각하면 비싸지 않은 게, 커피 사고 100자평 올리면 담달에 천 원 적립금으로 돌려주고, 플래티넘 회원은 다달이 커피 3천원 할인권 주고, 커피 스탬프 10개 모으면(새로 나온 커피 사면 무려 스탬프 4개 줍니다. 그러니까 10개 모으는 건 금방이죠) 적립금 4천원 또는 5천원 할인권 주니까요. (알라딘 무슨 영업사원 같네요;;)

Falstaff 2020-09-04 14:44   좋아요 1 | URL
쿨캣님: 에구... 저런, 저런. 저는 그런 단어 좀 안 쓰려고 나름 애쓰는데 불쑥 튀어나오는 건데요. ㅋㅋㅋㅋ 그래도 흉하다 하지 않고 좋아하시니 고마울 뿐입니다.

잠자냥님: 억, 100자 평이 그렇습니까? 레알 몰랐는 걸요! 다달이 커피 3천원 할인권은 또 뭐예요? 이런 것도 알아야 챙겨 먹지 모르니깐 영... ㅋㅋㅋㅋ 근데 정말 커피 할인권은 어떻게 받는 거예요? 저도 플랫 등급입니다만....

잠자냥 2020-09-04 16:02   좋아요 1 | URL
알라딘 pc화면에서 마이페이지 눌러보면.... 오른쪽 상단에 영화할인권/커피원두 할인쿠폰 있어요. 그거 클릭해보세요. 이걸 아직 모르셨다니.. ㅠㅠ 전 다달이 3천원 할인 쿠폰 받았는데... (좀 더 쉽게 보자면... 멤버십 등급 : 플래티넘 --- 자세히 보기 이거 클릭해보세요. 그럼 바로 ‘영화/커피원두 할인쿠폰 받기‘떠요)

100자평 이벤트는 새로 나오는 원두 위주로 하고 있습니다. 이번에는 ‘코스타리카 라스 로마스‘ 평 남기면 담달 초반에 적립금 천원 받으실 수 있을 거예요.

다락방 2020-09-04 16:04   좋아요 0 | URL
헉.. 다달이 커피 할인권 언제부터 제가 안쓰고 있었을까요..까맣게 잊었어요. 아 밥통 ㅠㅠ

잠자냥 2020-09-04 16:05   좋아요 0 | URL
100자평 이벤트 페이지

https://www.aladin.co.kr/events/wevent.aspx?EventId=209725

잠자냥 2020-09-04 16:06   좋아요 0 | URL
캭.... 이분들이... ㅠㅠ 아, 아깝다... 내가 왜 아깝지;;; 다락방 님 커피도 많이 사셨으면서... ㅠㅠ

다락방 2020-09-04 16:07   좋아요 0 | URL
아 저는 그 존재도 알고 사용한 적도 있는데 언제부터 잊었을까요? 아 억울해서 속쓰려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저 요 며칠간도 드립백이랑 원두랑 엄청 샀는데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아 속쓰려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너무 억울해서 지금 또 커피 사야겠어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잠자냥 2020-09-04 16:11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스탬프 10개 금방 모으시겠네 ㅋㅋㅋㅋㅋㅋ 그땐 또 꼭 잊지말고 적립금 4천원이나 5천원 쿠폰으로 교환하세요!!

Falstaff 2020-09-04 16:17   좋아요 0 | URL
아... 이런, 이런 참 나 원, 아주 똥을 쌌네요 그동안. 으 척척해... ㅋㅋㅋㅋㅋ
앗참. 고맙다는 말씀을 안 드렸네요. 고맙습니다. 복 받으실 겨. ^^

초딩 2020-09-04 14: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잠시 쉰다고 북플 스크롤 하다 몸을 기울였는데, 이렇게 댓글 달고 있습니다
ㅎㅎㅎㅎ 너무 잼있어요~~~!!!!
봉다리들의 사연 잼있어요 ㅋㅋㅋ

Falstaff 2020-09-04 14:53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 재미있게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
 
요셉과 그 형제들 2 - 청년 요셉
토마스 만 지음, 장지연 옮김 / 살림 / 200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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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셉과 그 형제들》의 두 번째 이야기. 요셉은 어느 새 열일곱 살의 미소년, 그것도 당시 사람들이 보기에 인간의 자녀들 중 가장 아름다운 청년으로 성장했다. 청춘의 아름다움은 우아함이고, 우아함의 본질은 남성다움과 여성다움의 중간에 있는 법. 그러나 거친 목축시대의 아름다움이란 창백한 지성이 만들어낸 생각이요 꿈일 뿐 아니었을까. 이 미소년은 열 명이나 되는 형들과 달리 양을 돌보는 목자 일에 매달리는 대신 현명한 가정교사이자 아버지 야곱의 이복형제인 것처럼 보이는 엘리에젤로부터 글 읽기와 쓰기, 주님에 관한 비의秘義 같은 것을 배우기에 이른다. 주님이 모든 식물과 동물을 만든 연후 가장 늦게 사람을 창조한 이유는 무엇일까. 요셉은 거침없이 대답한다. 첫째가 어떤 인간도 창조에 동참했다는 말을 하지 못하게 하기 위하여고, 두 번째가 쇠파리조차 나보다 먼저 세상에 나왔다는 점을 통해 인간에게 겸손 하라는 뜻이며, 세 번째가 모든 준비를 갖춘 후 손님인 인간에게 식사를 대접하기 위해서라고. 스승이 하나를 알려주면 아름답고 우아한 외모를 갖춘 요셉은 열을 아는 총명함까지 지니고 있다. 다만 두 번째 이유를 통해 알아야 했을 “인간의 겸손”이 치명적으로 결핍된 채.
  요셉의 총명함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숫자, 특히 별자리와 시간에 관한 것에 특출한 명민함을 보인다. 1초와 1분, 1시간, 하루, 일 년을 태양력과 태음력과 관련할 줄 알고, 그리하여 1,460년이라는 긴 시간까지 양력과 음력을 확장하여 이들 사이의 수에 의한 연결을 완벽하게 파악한 상태이며, 가외로 꼭 알아야 할 질병과 이의 치료법, 지구상의 여러 민족에 관한 지식까지 섭렵하는데, 이것들은 훗날 가장 위대한 나라 이집트에 정착해 농경과 치수, 의료에 혁혁한 위력을 발휘할 기본 자질로 작용할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 책 《요셉과 그 형제들 - 청년 요셉》은 요셉의 17세 시절에 벌어졌던 사건에만 집중하고 있어서 이집트에서의 활약은 아직까지는 그저 짐작일 뿐.
  모두 열두 명의 형제 가운데 열한 번째 아들이자 정실부인의 장남이며 아름다운 외모에 총명한 두뇌를 소유했으나 결코 겸손하지 못했던 요셉. 동복의 아우 벤야민을 제외한 열 명의 이복형제들은 소와 양, 염소를 몰며 황야를 떠돌다가 파종을 하거나 수확을 할 때는 태양 볕에 피부를 태워가며 농사일을 해야 했던 시절, 성스런 테레빈 나무 그늘에 앉아 엘리에젤로부터 글쓰기와 읽기, 그리고 형제들 눈에는 잡담일 뿐인 교훈과 지식을 배우기만 하면 되는 요셉에게 질투를 느꼈던 것은 너무도 자연스러운 일. 여기에 요셉은 또한 형들의 행동거지를 모두 근엄하고 경이로운 정신의 아버지에게 일일이 고해바치는 고자질쟁이임에야 형들이 요셉을 미워해, 처음에는 ‘점토서판을 읽는 자’라는 별명으로 그러다가 결정적으로 미움을 산 연후에는 ‘꿈꾸는 자’로 불리기에 이른다. 요셉은 또한 힘만 세고 무식하기 이를 데 없는 황야의 거친 형제들을 ‘선과 악을 모르는 자들’ 심하게는 ‘개대가리들’이라는 별명으로 부르기도 했으니 형제들의 요셉에 대한 미움은 어쩔 도리가 없는 지경에까지 이른다. 여기에 아버지 야곱은 대놓고 한 명의 아들을 위해 열 명의 형제를 버릴 수 있을 것처럼 노골적으로 요셉만 총애하고 또 총애해 이미 열 명에 이르는 레아와 첩들이 낳은 아들들의 상실감은 어쩔 수가 없었을 것.
  이미 전에 레아가 낳은 맏이 르우벤은 정처 라헬의 몸종이자 아버지 야곱의 첩인 빌하와 동침한 것이 들통이 나 장자의 자리를 빼앗긴 적이 있고, 둘째와 셋째 시므온과 레위는 세겜 고을을 학살, 약탈한 것 때문에 이미 야곱의 눈 밖에 나서 아직 장자의 자리를 비워두어, 열 명에 이르는 거친 형제들은 열한 번째 아들인 요셉이 장자의 자리를 차지하게 될까봐 노심초사하고 있던 상태였다. 이런 상태에서 야곱이 요셉만 특별하게 아끼는 것이 누구의 눈에도, 심지어 요셉 당사자에게도 확실하게 보이는 터라, 요셉은 어려서부터 모든 사람들이 그들 자신보다 자기를 더 사랑하고 있는 것으로 단단한 착각 속에서 살아간다. 열 명의 거친 형들도 그들이 구사하는 언어와는 달리, 요셉 자신을 본인들보다 더 사랑하겠거니 라고 여기면서 스스로의 초년 사주를 망칠 준비를 한다.
  기억해두면 좋다. 열 명의 이복형제들은 얄밉고, 성격 고약하고(오해다.), 안하무인이며, 교만하기 짝이 없는(진실이다.) 요셉이 자신들을 제치고 장자의 자리에 올라, 자신들의 경배를 요구하는 일을 참을 수 없어 한다.
  이 집에 일종의 보물이 있다. 야곱이 결혼한 날 죽을 때까지 사랑한 라헬이 입었던 웨딩드레스, 베일 달린 케토닛 파심. 몇 년 전 요셉이 접신 상태에서 깨어났을 때 아버지 야곱은 좋은 선물을 하겠다고 요셉에게 언질을 준 적이 있었는데, 하루는 야곱과 요셉이 장기를 두다가 요셉이 일부러 장기를 져주며 약속했던 선물을 달라고 집요하고, 귀여워 도무지 거절할 수 없게 졸라 화려하기 이를 데 없는 가문의 보물, 라헬의 것이었지만 결혼 첫날밤에는 라헬의 언니 레아가 입고 신방에 들었던 케토닛을 받는다. 세상 어려운지 모르고 커 온 요셉은 곧바로 이 옷을 입고 자랑하기 시작했고 심지어 세겜에서 목자 일을 하고 있던 형들까지 정말로 아버지가 요셉에게 그 옷을 주었는지 확인하러 사흘 길을 달려와 직접 보고난 다음 극심하게 실망하는 일도 있었다. 그런데.
  모두 아시다시피, 요셉은 소위 로열 블러드. 아브라함-이사악-야곱에 이은 적장자. 적장자 또는 축복받은 자들은 어떤 통로든지 앞날에 대한 예시를 경험하는데 요셉의 경우에는 꿈으로 현시가 된다. 첫 번째 꾼 꿈은, 양을 돌보다가 하늘을 바라보고 풀밭에 누웠는데 황소만 하고 머리에 뿔이 달린 독수리가 자신을 어금니에 물고 하늘로 올라가는 거였다. 이때 요셉은 비명도 지르지 않는데, 들판에 사람이 없어 아무도 비명을 듣지 못해서이고, 숨이 막혀서이며, 무엇보다 비명을 지르고 싶지 않아서, 그만큼 기분이 좋아서 그랬던 거였다. 하늘 끝까지 올라간 독수리는 암피엘 천사의 모습으로 변신해 하늘나라로 진입, 제불(제6 하늘)을 거쳐 일곱 번째 테라스인 아라보트에 도착해 급기야 주님을 배알하기에 이른다. 하느님께서 이르기를;
  “여기 있는 이 자에게 내 손으로 36만5천 번의 은총을 내려 위대한 자, 숭고한 자로 만들겠다. 너에게 열쇠를 맡길 테니 아라보트 하늘 문을 열고 닫는 일을 네가 알아서 하라. 그렇게 되면 너는 모든 무리에게 명령을 내리는 자가 될 것이다.”
  다행스럽게 요셉은 이 꿈 이야기를 동복동생 벤야민에게만 하고, 현명한 꼬마 벤야민은 요셉으로부터 다른 누구에게도 이 꿈에 대해 입도 벙긋하지 않겠노라 약속을 받아낸다.
  그러나 그걸로 끝. 열 명의 형들과 자신까지 다 모여 추수를 하던 중 점심 먹고 잠깐 자는 동안 꾼 꿈을 그대로, 그 자리에서 생글생글 웃으며 밝은 목소리로 이야기하는 요셉.
  “형제 열한 명(어린 벤야민 제외)이 추수를 하는데 제가 가운데 있고 열 명의 형들이 저를 중심으로 원을 이루어 둥그렇게 추수를 해 곡식단을 쌓았어요. 일을 마치고 가다가 뒤를 돌아다보니까, 제 곡식단은 곧게 서 있고, 형들의 곡식단들이 전부 요셉의 것에 절을 하고 있더라고요.”
  형들, 꼭지가 돌아버렸다. 그러나 차마 한 대 쥐어박지도 못했다. 그랬다 하면 요셉이 또 야곱에게 고자질을 할 것이고 자신들은 더 곤란한 지경으로 떨어질 테니. 반면에 천진한 악동 요셉은 아버지에게 달려가 추수하는 장소에 들러서 형들한테 격려 좀 해주라고 해 다음 날 당장 타작마당 차일 친 곳에 도착한다. 다들 엄한 아버지 눈치를 보느라 쭈볏쭈볏 하던 차에 요셉이 분위기를 잡는답시고 또 어젯밤 꿈꾼 이야기를 한다.
  “하늘에 해와 달과 열 개의 별이 떴는데, 다 내 별에 절을 하더라고요.”
  분위기 눈치 챈 야곱이 요셉을 꾸중한다. 물론 립 서비스. 속으로는 무척 기쁘지만 다른 형제들을 위해 야단치는 시늉을 했다. 그랬더니 열 명의 형제들은 추수를 마치자마자 아버지에게 자기들은 집 안에서 별 볼일 없는 쭉정이들이니 세겜에 가서 양이나 치겠다고 이별을 고해버린다. 나중에 사달이 날 것 같은 느낌을 받은 야곱은 형제들 간 화해를 시키기 위해서 요셉 혼자 나귀를 타고 세겜에 가서 형들에게 절을 하고 선물도 주고 오라고 명을 내린다. 여기까지는 좋았다. 그러나 여전히 세상 모든 사람들이 자신을 사랑한다고 환상에 빠져 있는 요셉이 장자 상속권을 내포하고 있을지도 모르는 화려한 예복 케토닛 파심을 입고 범 같은 형들이 무려 열 명 씩이나 있는 세겜으로 행차를 하니 어떤 일이 기다리고 있을까.
  토마스 만은 형제들을 변호하는데 주저함이 없다. 그동안 과하게 이복형제들에게 비난이 집중되어 왔다고 하면서 그들의 끝없는 것처럼 보이는 인내와 속으로만 삭여둔 차별, 편애 같은 것에 동정을 보낸다.
  읽으면서 점점 흥미로워진다. 구약성서보다 훨씬 재미있다. 그러나 원시 종교들과 신들에 관한 묘사와 종교에 대한 사색 부분이 길게 이어지는 건 신이 존재했던 적이 한 번도 없다고 믿는 독자가 전혀 수긍하지 않으며 읽기엔 징글징글하게 장황한 느낌이 든다. 다음번 3책 《요셉과 그 형제들 - 이집트에서의 요셉》은 곧바로 스토리로 접어들어 그나마 다행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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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0-09-02 12: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구약성서보다 훨씬 재미있다니..... 재미없다는 소리인가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Falstaff 2020-09-02 12:41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 역시 독해력은 잠자냥님 당할 사람이 읎어요. 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