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자의 회고록 환상문학전집 24
도리스 레싱 지음, 이선주 옮김 / 황금가지 / 2007년 10월
평점 :
절판


  책 뒷면에 미국 미주리 주 세인트루이스의 유력 신문매체인 포스트디스패치가 이 책을 평한 내용을 적어놓았다.


  “레싱의 소설들 중 가장 술술 읽히는, 그러면서도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작품.”

  썅. 속았다. 이 책 읽느라고 죽을 똥을 쌌다. 레싱이 쉽게 읽히는 작가는 아니지만 여태 읽어본 레싱 가운데 가장 곤혹스러웠다. SF 소설이라 뻥을 쳤지만 절대로 과학픽션 아니다. 환상소설이라고 해도 별로 맞는 의견은 아닌 거 같다. 그럼 뭐냐고? 처음부터 끝까지 완전히 상상력으로 만든 은유의 골짜기. 가장 비슷한 작품을 들라면 주제 사라마구의 <눈 먼 자들의 도시>. 사라마구는 그래도 줄줄 읽히기나 하지.
  그러나 만일 포스트디스패치의 의견이 맞는다면? 먼저 우리말로 번역한 책을 읽고 단언을 하면 안 되겠지만, 서부로 가는 관문 역할을 백 년 넘게 해온 거대도시 세인트루이스, 그래봤자 박물관 가보면 인디언들 유물밖에 없지만, 그 동네 대표 신문사의 의견이니 틀린 말은 아니라고 가정을 한다면, 간결하지 않은 레싱의 “영어문장”에 뭔가가 있는 거 아닐까 싶다. 만일 그렇다면 그걸 우리말로 번역한 이선주도 고생 깨나 했을 거 같아, 일단 노고에 감사의 말을 보탠다. 하지만 솔직한 심정은 우리말 문장을 읽는 일이 고통스러웠다는 거다. 당연하지, 번역서를 읽었으니. 요리가 다 끝나 마지막으로 내 앞에 정찬이라고 차려준 게 이 책이었으니까.
  지금 역자 이선주 탓을 하는 거 아니다. 이건 분명히 이야기하고 넘어가야겠다.
  도리스 레싱, 마지막으로 읽은 책이 3년 전에 읽은 <마사 퀘스트>라서 이이의 문장이 원래 그런지는 가물가물 기억이 나지 않는데, <생존자의 회고록>의 문장은 누보로망을 읽는 거 같았다. 누보로망처럼 미분하는 듯한 세밀함은 아니지만 특정 상황이나 사물을 자신이 만족할 정도로 묘사하기 위해 한 문장 안에서 중언부언 하는 거. 이런 문장은 주로 작품의 앞쪽에 많이 배치되어 있어서 초장부터 독자에게 가랑비에 옷 젖듯이 자잘한 펀치, 잽을 날리기 시작한다. 여기에 역자의 정성이 가세해, 우리말로 쓰면 조금 어색한 수동태와 지시대명사를 반복하기 시작하면 이젠 정신이 가물가물해진다.
  이 책, 겨우 278쪽. 이 정도면 하루에 뚝딱할 분량이다. 그러나 도리스 레싱이라서 처음부터 하루엔 도저히 불가능하고, 하루 반나절이면 될 줄 알았다. 천만의 말씀. 이틀 꼬박 걸렸다. 그리고 지금 독후감을 쓰려 화면을 열어놓고 보니, 한 반 정도나 읽었을까, 싶은 마음이 드는 거, 이거 어떻게 해. 뒤에 해설이라도 달렸으면, 분명하게, 나는 처음에 본문을 읽기 시작했다가 한 스무 장 넘기고 나서, 커피 한 잔 마신 다음, 겸허하게 역자 해설을 살펴보고, 본문의 첫 페이지부터 다시 읽기 시작했을 거다. 불행하게도 이 책에 역자 해설, 없다.
  그래 무턱대고 읽다보니, 그리 멀지 않은 미래의 영국 땅이 무대인데, 큰 재해, 책에서는 ‘그것’으로 인해 기존의 문명 대부분이 사라져버리고 이제 혼돈의 상태로 접어든 디스토피아의 단계로 접어든 상황이다. 주인공 ‘나’는 아파트에 거주하는데 아파트의 특징은 한 셀, 네 면의 벽으로 된 단위로 구성되어 있다는 거. 그러던 어느 날, ‘나’ 앞에서 작은 진동이 생기는 거 같더니, 이게 웬일이니, 벽이 열리고 다른 세계가 보이는 거였다. 벽이란 무엇일까? ‘나’의 강박관념? 그럴 수도 있다. 벽이 상징하는 바가 ‘나’를 배반할 준비가 되어 있던 것을 파악하지 못했던 것이지. 그리고 등장하는 중년 남자와 열두어 살의 에밀리 카트라이트. 남자는 ‘나’에게 에밀리를 맡겨놓고 다시 벽 너머로 사라져버린다.
  아파트 밖은 이미 야생 비슷한 상태. 기존의 질서가 무너진 곳을 떠돌이들이 무리를 지어 모였다가 떠나버리고, 가끔은 거주자들이 떠난 빈 건물이나 빈 아파트에 둥지를 틀고 잠깐씩 산다. 나는 여기서 벽 너머와 현재 ‘나’가 거주하는 곳의 차이, 에밀리와 ‘나’ 사이에 연관성 등을 탐색 또는 추리하기 시작한다. 혹시 벽 너머는 작가 도리스 레싱의 과거, 불우했던 아프리카 시절의 덜 자란 자신이고, 화자 ‘나’는 현재의 작가는 아닐까 싶었다. 이때부터 거의 이런 시각으로 책을 읽어나가기 시작했다. 현재 중년 여인이 된 ‘나’가 과거의 ‘나’, 작중 에밀리 카트라이트를 보호하고 싶어 하는 건 당연할 테니까.
  에밀리는 ‘나’에게 올 때 휴고라는 이름의 동물을 한 마리 데려온다. 어쨌거나 동물이다. 불독 만한 크기에 고양이라기보다 개처럼 생긴 몸통이지만 고양이의 노란 얼굴을 한 생물. 애완 말고 말 그대로 반려견/묘 사이의 애매한 짐승인데 저 뒤편에 가면 의인화까지 벌어진다. 그러나 기대하지 마시라. 독자는 결코 휴고의 정체를 파악하지 못할 터이니.
  이게 내가 읽은 <생존자의 회고록> 전부다. 작품의 디스토피아를 초래한 “‘그것’은 역병, 전쟁, 기후변화, 인간의 정신을 왜곡시키는 폭정, 종교의 야만일 수 있”다고 친절하게 말해준다. 그리하여 속수무책으로 인류의 문명이 사라진 이후를 묘사한 것까지는 알겠는데, 더 이상의 이 책에 대한 사색은 나로 하여금 뇌경색을 초래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말고는 없다. 그러니 더 생각하지 않으려 노력하겠다.
  아멘.


댓글(12) 먼댓글(0) 좋아요(2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잠자냥 2021-04-02 13:15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ㅋㅋ 레싱이 술술 읽히는 작가는 아니잖아요!? 내용만 봐도 난해할 거 같은데 ˝가장 술술 읽히는 레싱˝이라니 ㅋㅋㅋ 아 전 3월달에 <마사 퀘스트> 읽다가 절반쯤 읽고 일단 덮었어요. 그것도 그다지 잘 읽히지는 않더라고요.... 그나저나 레싱에게 이런 환상문학(?)이 있는 줄은 몰랐네요. 뇌경색주의보!! 잘 새겨듣겠습니다!

Falstaff 2021-04-02 14:59   좋아요 3 | URL
어휴... 이거 원 텍스트도 쉽지 않아 보이는데, 우리말 번역을 너무 충실하게 해서, 번역문 읽는 어려움까지 추가했었습니다. 너무 성실한 역자, 그래서 한 단어도 !빼먹지 않으려는 의무감이 조금 힘들더군요.
어떤 의미인줄 아실 겁니다. ㅎㅎㅎㅎ

Falstaff 2021-04-02 15:00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오늘 건강검진했습니다. 위 내시경을 마치고 나오자마자 해장국에 쐬주 한 병 깠습니다.

여러부운! 건강검진 후, 내시경 하느라 싹 비운 배 속에 절대 쐬주 붓지 마세요! 한 세 병 마신 효과 납니다. 죽었다가 지금 깼습니다!!!!

잠자냥 2021-04-02 16:36   좋아요 5 | URL
크하- 말만 들어도 제 속이 쓰립니다........으으.......

coolcat329 2021-04-02 19:35   좋아요 4 | URL
우와 사랑니 뽑고 술 마시는 사람은 봤는데요...위 내시경하고 드시는 분은 첨입니다. 여러모로 폴스타프님은 대단하세요!

Falstaff 2021-04-02 20:58   좋아요 3 | URL
아이고, 이게 참. 자랑할 것이 술 밖에 없으니 난감하기도 하고 뭐.... 흑흑흑.... ^^

붕붕툐툐 2021-04-02 22:4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썅. 속았다에서 빵터졌습니다. 아~ 진짜 폴스타프님 유머 너무 사랑합니다~❤

Falstaff 2021-04-03 12:31   좋아요 0 | URL
어흑! 그 감탄사 때문에 독후감 하나가 강제 비밀처리된 적도 있는뎁쇼. (실화)
그래도 좋게 봐주시니 고맙기 그지 없습니다. ㅋㅋㅋㅋ

보라돌 2021-04-14 00: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가 뭘 읽고 있는거지 싶어서 남들은 어떻게 읽었나 싶어서 들어왔더니, 저 혼자만 헤매는 게 아니었네요.
독후감은 안헤매고 재밌게 읽고 갑니다 ㅋㅋ

Falstaff 2021-04-14 08:39   좋아요 0 | URL
ㅎㅎㅎ 위안이 되셨다면 다행입니다!

alummii 2022-11-08 19:1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이거 방금 장바구니 담았다가 뇌경색 때매 버렸어요 ㅋㅋ

Falstaff 2022-11-08 19:49   좋아요 2 | URL
ㅋㅋㅋ 잘 하셨습니다. 내용도 지금 전혀 기억 안 납니다.
 
비구름이 모일 때 인문 서가에 꽂힌 작가들
베시 헤드 지음, 왕은철 옮김 / 문학동네 / 2016년 8월
평점 :
절판


 


  세 번째 읽은 베시 헤드. <비구름이 모일 때>는 1969년 출간. 1967년에 탈고했으나 아프리카에서는 출간을 해주는 출판사가 없어 2년을 묵인 69년, 뉴욕과 런던에서 책이 나오는 바람에 인세로 집을 한 채 지은, 헤드 최초의 장편소설. 67년 탈고니까 이이의 나이 30세에 쓴 작품이다. 이어 2년 후 장편 <마루>를, 73년에 <권력의 문제>를 연달아 출간하니 이때가 헤드의 전성기라고 해도 무방하겠다. 그런데 재미있게도 내가 읽은 순서는 <권력의 문제>, <마루>, <비구름이 모일 때> 즉 몇 년 차이가 나지 않지만 거꾸로다.
  처음 <권력의 문제>를 읽고 두 가지 측면에서 심란했다. 작가 베시 헤드의 기구한 생애를 알게 되어 심란했고, 책이 도무지 읽히지 않아 더 심란했다. 다른 나라도 아니고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1937년에, 흑백 혼혈로, 그것도 백인 엄마가 낳은 흑인 혼혈로 태어나, 아빠가 누군지도 모르고, 외갓집은 외갓집대로 가문의 오점이라 낳자마자 흑백 혼혈인 부부 가정으로 입양을 보내버리고, 생모는 정신병원에 입원해 그곳에서 생을 마친다. 여기까지도 기구한데, 열한 살이 된 1948년에 아파르트헤이트 정책이 국회를 통과해 흑인으로 살기에 가장 지옥 같은 나라에서 교사 등의 직업인으로 살다가 성폭행을 당해 입원하기도 하고, 심지어 조현병으로 엄마처럼 정신병원에도 몇 번 들락거리기도 하고, 결국 이웃나라인 보츠와나로 망명해 교사로 있으면서도 가난과 고통을 겪는다. 자신의 경험을 <권력의 문제>의 소재로 사용한 자체가 먼저 심란할 만했다.
  그리고 이를 능가하는 몸에 와 닿는 심란함. 책이 읽히지 않았다는 점. 처음에 5~60쪽까지 읽어나가다 도무지 정신을 차릴 수 없어 다시 첫 장으로 돌아와 꼼꼼하게 읽어보니, 작품의 화자가 정상인이 아니었다. 자신이 전에 조현병을 경험해봤듯이, 조현병 환자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았던 것. 그렇다. 윌리엄 포크너의 <소리와 분노> 1부 주인공 벤지의 화법으로 처리하고 있었다. 그걸 알고 난 후 비로소 술술 읽히기 시작했고, 이 작품 하나로 베시 헤드를 좋아하게까지 되었다.
  <마루>는 고귀한 영국인이 데려다 키운 아프리카 최하위 부족이자 불가촉천민인 부시먼 출신의 고아 여자애가 열일곱 살이 되어 초등학교 교사 자격증을 취득하자, 귀부인이 50 파운드를 손에 쥐어주고는 귀국해버리는 바람에 저 시골 벽지에 교사로 발령받은 이야기다.
  <비구름이 모일 때>는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케이프타운에서 목숨을 걸고 신문기자를 하다가 파괴선동자라는 혐의를 받아 2년 동안 교도소에 들어갔다가 나오자마자 보츠와나로 밀입국한 ‘마카야’라는 흑인 미남과, 엄청난 거구로 대학에서 농학을 전공하고 보츠와나로 와서 골레마음미디 마을의 번영을 위해 농업과 축산업의 발전을 위해 다각도로 사업을 추진하는 토종 영국 백인 남자 길버트 벨푸어가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베시 헤드 자신이 보츠와나로 망명한 이니 아무래도 마카야에게 더 방점이 찍히는 건 사실이다.
  마카야는 한겨울인 6월에 국경마을에 숨어 있다가 한밤중을 틈타 2미터의 철조망을 넘고 중간지대 8백 미터를 전력을 다해 뛰어간 다음, 또다시 철조망을 타고 넘어 보츠와나에 도착한다. 아침이 되어 운 좋게 트럭을 얻어 타고 작은 촌락에 도착해 경찰서장에게 국경을 넘어왔음을 보고한다. 마카야가 왜 국경을 넘었을까. 이미 보츠와나의 유력 신문 1면에 자신의 사진과 함께 “위험한 파괴 선동자가 금지령을 피해 달아나다.”라고 큼지막하게 기사가 떴으며, 마카야를 한 번 딱 보고 백인 경찰서장 조지 애플비스미스가 사진의 당사자임을 알아차렸는데도. 그건 흑인을 보이, 개, 캐퍼라고 부르는 나라에서 결혼을 하고 자식을 낳을 수 없어서가 제일 중요한 이유이고, 두 번째가 자유의 땅을 밟아보고 싶어서였다.
  경찰서장은 그에게 행동을 조심하라고 충고하고 입국을 승인한다. 마카야가 경찰서를 나와 처음 만나는 사람이 중요한 조연인 디노레고라는 노인인데, 그는 마카야와 몇 마디 이야기를 해보고, 자신의 고집 센 딸과 맺어주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그래 자기네 동네인 골레마음미디 마을도 데려갔고, 그날로 거구의 영국인 길버트와 안면을 튼다. 길버트가 이야기해보니, 마카야가 아프리카 사람으로는 드물게 부족주의에서 벗어난 사상을 갖고 있는 지식인이라 자신이 고용하겠다고 제의를 해, 이후 젊은 청년 길버트-마카야, 젊은 여성 마리아-폴리나 세베소, 현명한 노인 디노레고-음바밀리페디, 이렇게 세 커플이 한 편이 되어, 약한 자들이 벌이는 선의의 행동을 억누르는 취미를 가진 악당 추장 마텐지의 방해를 극복하는 아프리카 판 브나로드, <상록수> 비슷하다.
  잘 읽히고 좋은 내용이지만 베시 헤드의 첫 작품이라서 그런지 (근데 아마추어가 이렇게 얘기해도 좋은지 몰라?) 꼭 계몽소설을 읽는 기분이 드는 걸, 읽는 내내 숨기지 못했다. 무슨 말씀인지 아시겠지?


댓글(7) 먼댓글(0) 좋아요(2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coolcat329 2021-04-01 09: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작가의 인생이 참...기구함 그 자체네요. 작가 검색해보니 1986년 50도 안돼서 간염으로 가셨네요.ㅠㅜ 작가로서 이름을 알리던 시기였다는데 안타깝습니다. 고생한 비쩍 마른 외모를 상상했는데, 둥글둥글 맘좋은 푸근한 아주머니 인상이네요.

Falstaff 2021-04-01 09:37   좋아요 1 | URL
옙. 세상에 불쌍하지 않은 인간이 있겠습니까만, 참 힘들게 산 사람이더군요.
그래도 그 시절에, 여자가, 배워서 학교 교사까지 했으면 아파르트헤이트 시절 진짜 흑인 여성과 비하면 조금은 나은 환경이었을지도 모릅니다. 에휴, 참 누구나 사는 건 쉽지 않아요. 그저 평범하게 지지고 볶고 사는 게 장땡입니다.

바람돌이 2021-04-01 10: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작가의 삶은 진짜 뭐라 말하기 힘드네요. 새로운 작가를 Falstaff님덕분에 알게는 되었는데 마지막에 계몽소설 딱 얘기하시는데 느낌이 옵니다. 아프리카식 브나로드. ㅠ.ㅠ

Falstaff 2021-04-01 10:11   좋아요 1 | URL
창비세계문학에서 나온 권력의 문제 읽으셔요. 잘 읽히지 않지만 임팩트가 큽니다.
제가 읽은 헤드의 작품 가운데 브나로드는 이 책 한 권이예요. ㅎㅎ

바람돌이 2021-04-01 10:12   좋아요 1 | URL
오 추천까지! 감사합니다. 브나르도는 빼고 권력의 문제부터 읽어보겠습니다. ^^

얄라알라 2021-04-01 15:5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게는 생경한 세계인데 Falstaff님의 정서를 따라가며 책 맛보기 한 기분입니다. 작년에, 황상민 박사님의<만들어지는 병, 조현병>을 읽다가 어려운 대목이 있었어요. 일부러 독자가 조현병의 심화 과정, 혹은 만들어지는 과정을 느끼게 하려고 조현병 환자가 주치의였던 자신에게 썼던 편지를 그대로 본문에 수록했는데 정말 머리가 빙빙 돌며 이해할 수가 없더라고요. <권력의 문제>에서도 그런 심경을 고스란히 담은 문장들이 등장하나보네요.

Falstaff 2021-04-01 16:42   좋아요 2 | URL
<만들어지는 병...>을 읽어보지 못해서 어느 정도인지 전혀 모르겠는데요, <권력의 문제>에 나오는 문장들이 처음엔 상당히 어색하더군요. 근데 암만해도 일반 독자들에게 잠깐이 아니라 상당부분을 읽으라고 썼기 때문에 조현병 환자가 직접 쓴 편지보다는 덜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올해 들어 벌써 석 달이 지났습니다. 그동안 쉰한 권의 책을 읽었더군요. 이대로라면 올해 또 2백 권 이상을 읽을 거 같아서 지난 주말부터 책읽기를 쉬고 있습니다. 이 가운데 참 재미있게 읽은 책을 소개합니다. 추천이 아니라 소개입니다. 책 읽기를 즐기시는 분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순서는 제가 읽은 날짜순입니다.


1. 테네시 윌리엄스, 《뜨거운 양철지붕 위의 고양이 · 유리 동물원》

 

  테네시 윌리엄스의 책을 좋다고 소개하는 것이 옳은 일인지 모르겠다. 너무 당연한 소감을 이야기하는 것 같아서 말이다. 영화 <뜨거운 양철지붕 위의 고양이>를 봐서 그런지 여태 읽은 줄 알았다가 진짜 텍스트를 보니 안 읽은 책이었다. 이런, 왜 이제야 읽었을까. 희곡을 읽기 시작하자마자 확 밀려오는 공감의 힘. 두 작품 다 매력적이다. 현대 미국 희곡의 힘을 단단하게 보여주는 작품들. 전혀 꾸미지 않은 직설적인 대화로도 얼마든지 상상력과 상징을 표현할 수 있고, 현대인의 허위의식을 그릴 수 있는지 보여주는, 미국식 리얼리즘 드라마의 대표작이라 해도 많이는 과장이 아닐 듯. 나는 이이와 유진 오닐, 아서 밀러의 희곡은 눈에 띄는 대로 읽기로 작정한 바 있다.



2. 토니 모리슨, <술라>

 

  흑인으로 처음으로 노벨문학상을 받은 토니 모리슨의 두 번째 작품. 초기 작품이라 해도 읽기가 만만하지는 않다. 토니 모리슨 역시 다른 흑인 작가들처럼 인종주의의 희생자로의 흑인들이 갖는 정체성을 외면하지는 않는다. 그렇다고 거기에만 천착해 있지도 않다. 작품의 무대는 오하이오 주에 있다는 가상의 흑인 밀집지역 보텀Bottom. 언덕 위에 자리한 동네 이름. 하늘나라, 천국에서 가장 가까운 아랫동네라고 해서 보텀으로 지었는데, 이름에 피해자로서의 흑인 역사가 스며있기도 한 곳이다. 이 보텀 지역을 무대로 타이틀 롤을 하는 술라와 술라의 가장 친한 친구 넬을 중심으로 복잡한 흑인 마을의 흥망성쇠를 조망하는데, 토니 모리슨이 늘 그렇듯이 재미있다. 길지 않은 분량이라 부담도 덜하고.



3. 미셸 트루니에, <황금 구슬>

 

  아프리카 알제리 사막지역에서 사는 소년이 유럽으로 떠나게 되는 이야기다. ‘황금 구슬’은 광대패의 무희, 진짜 아프리카 인으로 완전 흑인의 매끄러운 배 부분에 장식으로 달고 있던 작은 구슬. 동시에 파리의 한 지역 이름. 다양한 국적의 가난한 외국인 노동자들이 주로 거주하는 빈민가. 언뜻 생각나는 작가의 대표작 <방드르디>의 주인공 방드르디가 알제리의 척박한 사막지역에 사는 원주민 소년 이드리스로 환생해 자신의 사진을 찍은 프랑스 여인을 찾아 떠나는 로드 무비. 이렇게 단순하게 스토리를 이야기하면 별 감흥이 없으나, 트루니에가 묘사하는 사막, 아프리카 항구도시, 파리의 광경과 에피소드들은 독자로 하여금 작품에 완전히 함몰하게 만들어버린다. 이런 작품에 독자의 관심이 집중되지 않는 것이 아쉬울 수밖에 없다.



4. 리처드 파워스, <갈라테아 2.2>

 

  이 책을 읽기 위해서는 초반에 놓인, 결코 낮지 않은 진입장벽을 반드시 넘어야 한다. ‘반드시’라는 부사를 사용한 이유는 소프트웨어 개발과 관련한 전문용어가 일반인에겐 폭포수 수준으로 쏟아지기 때문이다. 사실 용어를 완전히 이해하는 게 책을 읽는데 꼭 필요한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용어를 무시하면 해당 문장을 제대로 알지도 못하고 다음으로 넘어가야 하는 걸 의미하니. 이 진입장벽 때문에 나는 <갈라테아 2,2> 정말 재미있는 책의 별점을, 야박하더라도 하나 깎아버리고 말았다. 밤새도록 기계한테 모차르트의 클라리넷 협주곡을 들려주는 괴짜 과학자가 AI 기계 스스로 석사 시험 수준의 에세이를 쓸 수 있게 만든다는 내기를 한다. 우리가 만일 꿈을 이룬다면 그게 언제나 좋은 것일까? 꿈을 이룰지도 모른다는 공포를 가지고 있는 사람은 도대체 어떤 인종들일까?



5. 자우메 카브레, <나는 고백한다>

 

  올 1분기 최고의 발견. 카탈루냐 언어로 쓴 소설을 직역했다. 15개국 언어에 통달한 바르셀로나 대학교수 아드리아 아르데볼 박사가 만년에 이르러 알츠하이머병을 앓기 시작해 정신이 혼미한 가운데 쓴 회고록. 그러나 이야기는 14세기 말의 이탈리아 지로나의 젊은이가 저 프로이센 지방으로 도주해 단풍나무를 심어 몇 백 년이 지난 후 스트라디바리우스 가문의 도제 가운데 한 명이 만든 바이올린이 되고, 이후 수많은, 때로는 피비린내 나는 우여곡절 끝에 2차 세계대전 직후에 박사의 아버지 펠릭스의 손에 들어왔다가, 박사가 유증을 받고 드디어 사라지는 이야기. 바이올린의 재료인 단풍나무가 심겨질 때부터 수백 년의 흐름 속에는 인류가 저지른 모든 고문과 악행과 처형과 사기, 협박, 절도가 있었으며 고가의 명품 바이올린은 스스로 가지고 있는 ‘가치’로 인해 가장 중요한 사건마다 등장할 수밖에 없었던 것. 그것을 쫓는 작가의 만화경적 지식과 탐구는 이 책을 가히 명작의 반열로 올려놓았다.



6. 장폴 뒤부아, <모두가 세상을 똑같이 살지는 않아>

 

  2019년 공쿠르 상 수상작. 무대는 그러나 파리가 아니라 캐나다의 불어 사용권인 퀘벡 주의 몬트리올. 어이없게도 교도소 안이다. 주인공 폴 한센은 폭행범으로 금고 2년 형을 받고 복역 중. 폴은 별 악의 없는 거구의 살인 용의자와 한 방을 쓰며 실내온도가 14도를 넘지 않는 거의 냉방 수준의 감방 안에서 아메리카 원주민 출신의 아내 위노나 마파치, 덴마크 최북단 유틀란트 반도 출신의 아버지 요하네스 한센 목사, 그리고 개 누크의 유령과 만난다. 당연히 폴의 눈에만 보이는 유령으로, 독자들은 결국 이 소설이 폴이 감옥에 들어오게 된 사연과 이 유령들과의 관계를 밝히는 것이 작품의 구성이리라고 생각을 하게 된다. 그리고 그게 맞다. 세상을 사는 건 누구에게나 쉽지 않다. 그러나 이 가운데 누구는 좀 더 편하게 살고, 누군가는 유난히 꼬인 인생이 기다리고 있다. 잔잔하게 마음을 간질이는 작품.



7. 버나딘 에바리스토, <소녀, 여자, 다른 사람들>

 

  여태까지의 기준으로 보면 발칙한 책. 그러나 세상의 모든 기준은 시간이 흐름에 따라 변하거나 폐기된다는 점을 잊지 마시라. 열두 명의 유색인 여자, 정확하게는 열한 명의 여성과 한 명의 젠더 프리 인간이 각 챕터의 주인공으로 등장해 커다란 두 개의 장면을 만드는 책. 이 가운데 작가가 굳이 피부색을 거론하지 않은 인물도 있지만, 결론 부분에 세상의 모든 사람은 유색인이라는 뜻의 염색체 분석 결과가 나오니까 별 문제는 없다. 유럽식 미의 기준으로 보면 이 책은 거친 스테인드글라스다. 영국의 주류 연극계에 진입한 동성애자 엠마의 작품을 초연하고 뒤풀이 파티에 참석하는 그룹과, 잉글랜드 북부에서 큰 농장을 경영하다 이제 호호 할머니가 된 해티의 핏줄을 나누어 가진 그룹. 읽어보시라. 작가와 코드가 맞기만 하면 처음 시작부터 끝날 때까지 어떻게 이렇게 삶의 곤고함을 경쾌하게 넘어서는 여성들의 모습을 그릴 수 있었을지 감탄하게 될 것이니. 이제 주류의 자리를 여성에게 넘겨주어야 하는 현대의 모든 남성들에게 특별하게 일독을 권한다.



8. 조지프 러디어드 키플링, 《조지프 러디어드 키플링》

 

  키플링의 작품은 대단히 다채롭다. 한 마디로 그가 살던 당대까지 소설 양식으로 채택해왔던 모든 시도를 이 단편집 한 권으로 다 보여준다. 이 정도면 명품 뷔페. 잉글랜드 전통 고딕 소설에서 괴기소설 한 번 찍고, 심령 소설 비슷하게 흐르다가 갑자기 사람의 마음 선을 따라가는 감정묘사까지 나열하는데, 단편들의 수준이 상상 이상이다. 다양한 작품이란 프리미엄 없이 각각의 작품을 보더라도 마찬가지다. 자신의 경험을 작품 속에 반영하는 것은 작가의 당연한 권리이기는 하지만, 식민지 인도에서 낳고 소년시절까지 살다가 영국에서 학교를 다닌 다음 다시 인도로 돌아가 관리생활을 한 다채로운 문화적 경험이 키플링의 세계를 더욱 다양하게 만들었을 것. 나는 이 책을 읽고 키플링이 소년 소설가라는 생각은 완전하게 버렸고, 애국주의 소설가라는 인식마저, 아들이 1차 세계대전 당시 전사했다는 해설을 보고 많이 엷어졌다. 무엇보다 키플링의 단편 세계를 알게 된 것이 참 마음에 들었다. 이 정도면 키플링의 특기는 단편에 있다고 해야 하나.



9. 빅토리아 토카레바, 《티끌 같은 나》

 

  낚고 낚이는 독자들의 세계에서 낚시 바늘에 옆구리가 꿰어 이 책을 읽게 됐다. 저 광활한 시베리아 황야. 먼지바람이나 눈 폭풍이 몰아치는 넓디넓은 지평선의 야만성, 같은 것이 러시아를 떠올릴 때 먼저 생각나는 것들이리라. 그러나 이제 참신하게 경쾌한 러시아 여성들이 등장하니 이 아니 놀라운가. 이들이 거의 최초로 자본주의를 만난 1980년대 후반. 페레스트로이카 이후 러시아 인민들이 좋건 싫건 간에 맞닥뜨릴 수밖에 없던 천민자본주의 안에서도 러시아 여성들은 놀랄 만큼 훌륭하게 적응한다. 그리고 이이들의 사랑. 러시아에서도 지순한 여성이 있다. 도망가 버린 남편, 새롭게 등장한 남자를 향한 순정한 사랑을 쏟는 나이든 여성도 발견하게 되는데, 어떤 경우라도 토카레바는 이들의 곤경을 우거지죽상으로 묘사하지 않는다. 곳곳에 비극성을 능가하는 해학과 유머의 지뢰를 심어놓아 여기저기서 펑펑 터지며 한 바탕 불꽃놀이를 준비해놓았다. 토카레바의 다른 작품을 출간하라고 가두데모라도 하고 싶은 심정.



10. 엔도 슈사코, <침묵>

 

  1637년, 기독교 탄압을 엄하게 진행하고 있던 일본의 나가사키 근방 해안으로 잠입한 두 명의 포르투갈 신부 가르페와 로드리고. 단지 가톨릭을 믿었다는 이유 하나로 붙잡혀 구덩이에 거꾸로 매달리는 고문을 당하며 서서히 고통스럽게 죽음을 맞는 신자들. 멍석을 몸에 두른 채 꽁꽁 묶여 배에서 바다로 빠뜨려지는 이들과, 그들을 구하기 위해 무작정 바다로 뛰어들어 함께 죽음을 맞는 신부. 이런 모든 환난을 지켜보면서도 그들의 하느님은 침묵했다. 아무리 커다란 전쟁이 벌어져 수많은 인명이 갈가리 찢겨 죽임을 당해도, 자신을 믿는 자들이 다른 신을 믿는 자들을 찔러 이교도가 흘린 피가 넘쳐 무릎을 적셔도 하느님은 언제나 침묵했다. 만일 당신이 가톨릭 사제라면, 신자들을 죽음의 고문에 처하게 해놓고 당신이 배교하지 않을 경우 이들을 죽일 거라고 한다면, 당신은 순교를 택하겠는가, 아니면 성모와 그 아드님의 초상을 밟겠는가. 기독교 신자이면서 언제나 깊은 사색을 멈추지 않았던 엔도 슈사쿠의 대표작.




  표도르 도스토옙스키의 <분신>은 제가 함부로 좋다, 아니다를 이야기할 계제가 아니라고 생각해서 리스트에 포함시키지 않았습니다. 산도르 마라이의 <결혼의 변화>는 절판 상태라서, V.S. 네이폴의 <세계 속의 길>은 나름대로 고심 끝에 약간 지루하다는 이유로 아깝게 올릴 수 없었습니다.
  특히 좋은 시집을 몇 권 읽었습니다만, 이 목록에 오르지 못해 아쉽습니다.

 

 


댓글(32) 먼댓글(0) 좋아요(5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새파랑 2021-03-31 09:29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이건 장바구니 채워주는 글이네요 감사합니다^^ 폴스태프님 글보고 분신 구매해서 읽기 대기중입니다 ㅎㅎ

Falstaff 2021-03-31 09:38   좋아요 3 | URL
<분신> 독자서평 보면 극과 극이라서 영 조심스러운 걸요. ^^;;

새파랑 2021-03-31 09:51   좋아요 4 | URL
믿고 보는 폴스태프님 리뷰 입니다.(품절된것 제외 ㅎㅎ)

Falstaff 2021-03-31 09:53   좋아요 3 | URL
아이고, 이리 말씀하시니 그저 고마울 뿐입니다. ㅎㅎ

다락방 2021-03-31 09:4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이 페이퍼를 다락방이 좋아합니다.

그럼 이만.

Falstaff 2021-03-31 09:42   좋아요 3 | URL
ㅋㅋㅋ 다락방 님 페이퍼에서만 볼 수 있는 ˝그럼 이만˝ 비슷한 거, 그거 굉장히 재미나요. 저도 알라딘 밖에서 한 번 써먹을 겁니다. 고맙습니다. ㅋㅋㅋㅋ

잠자냥 2021-03-31 09:43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토카레바의 다른 작품을 출간하라고 가두데모라도 하고 싶은 심정. -> 같이 할까요? ㅎㅎㅎㅎ

제가 낚은 작품이 조금 보여서 뿌듯합니다.

그럼 이만.

레삭매냐 2021-03-31 09:47   좋아요 4 | URL
낚인 사람 닝겡 여기 1인 추가요~

Falstaff 2021-03-31 10:50   좋아요 4 | URL
낚시 바늘 걸린 옆구리가 좀 쑤시지만 그래도 을매나 고맙습니까. ㅋㅋㅋㅋ
가두데모 하실 분 모집해야 할 텐데 말입니다. ㅋㅋㅋㅋ

잠자냥 2021-03-31 10:46   좋아요 3 | URL
폴스타프 님 자 여기 대일밴드요. (:: [ ] ::) ㅋㅋㅋㅋㅋ 후다닥=3333

syo 2021-03-31 11:58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폴스타프님을 고용해서 이런 글을 매주 메일로 돌리시게 만들면 알라딘의 소설 매출이 급증할 거란 말이죠? 무지렁이 syo조차 아는 이런 기초적인 마케팅을 왜 모르냐 알라딘놈드라....

Falstaff 2021-03-31 12:13   좋아요 4 | URL
그러게 말입니다.
전 비싸지도 않은데요. ㅋㅋㅋㅋ
고맙습니닷!!!

coolcat329 2021-03-31 16:0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 어제 <분신> 다 읽었는데 참 좋았습니다. 시대를 앞서간 소설 같아요.
참 10개의 작품 아니 8개의 작품 다 읽고 싶습니다. 한 권은 읽은거구요. 죽어도 읽기 싫은건 뭘까요? ㅋㅋㅋ
이런 글은 참 영양제같습니다. 감사합니다 👍

Falstaff 2021-03-31 16:18   좋아요 2 | URL
분신이 좋았다니 다행입니다. ㅎㅎㅎㅎ
읽기 싫으신 거, 혹시 갈라테아 아닐까 싶은데요. 장벽이 좀 과하게 높아서 말입죠.

잠자냥 2021-03-31 16:28   좋아요 3 | URL
<갈라테아>에 천원 겁니다! ㅋ
전 이거 올해 안에 꼭 다시 읽을 거예요... 우리 동네 도서관에 제가 신청해서 들여놓은 책인데, 신청자가 안 읽으면 안 되는 거 아니겠습니까!!!!!!!! (라고 말하기엔 그런 책이 너무 많군요;;)

coolcat329 2021-03-31 18:05   좋아요 2 | URL
두 분 정답입니다! 이거 말고도 잠수한계어쩌구도 참 정이 안가네요🤭🤭

잠자냥 2021-03-31 18:21   좋아요 1 | URL
천 원 주세요 ㅋㅋㅋㅋ

coolcat329 2021-03-31 18:25   좋아요 2 | URL
💰 달러밖에 없네요. 이거라도...🤑

mini74 2021-03-31 18: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전 폴스타프님께 낚인 듯 ㅎㅎ갈라테아 ㅎㅎ 호기롭게 아이가 사 온 책입니다. 저는 포기고 아이는 읽었다는데 확인할 길은 없습니다 ㅎㅎ

Falstaff 2021-03-31 19:25   좋아요 2 | URL
아드님은 읽었을 겁니다. 젊은이들은 쉽게 이해할지도.... ㅎㅎㅎ

Falstaff 2021-03-31 19:35   좋아요 2 | URL
앗참!
이거 안 읽으시더라도 리처드 파워스의 <오버 스토리>는 꼭 한 번.... 강추입니닷!

유부만두 2021-03-31 20: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가 이 중에서 두 권 읽었네요. 뿌듯하고요.

Falstaff 2021-03-31 20:23   좋아요 1 | URL
소녀/여자..., 티끌, 아닙니까? ㅎㅎㅎ

유부만두 2021-03-31 20:48   좋아요 1 | URL
소녀/여자.. 와 술라 입니다. ^^

Falstaff 2021-03-31 20:52   좋아요 2 | URL
아하, 맞습니다, 맞아요!
저번에 해주신 말씀도 있었는데 말입죠. 에휴, 제가 이리 정신이 없어요. 에구, 죄송합니다.
저번 말씀 잊었으면 여사님 에세이집 광고하신 잠x냥 님 페이퍼라도 생각을 하지 말입니다.

붕붕툐툐 2021-03-31 23: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하.. 진짜 읽을 책 쌓여가는 소리가 이 페이퍼에서 급증했습니다. 2백권 넘을까봐 쉬고 계시다는 이야기가 왜이렇게 웃긴지~ 저도 책 너무 많이 읽어 쉬는 날이 오면 좋겠다 싶네요!ㅎㅎ

Falstaff 2021-04-01 09:07   좋아요 1 | URL
그잖아요. 2백권 넘는 책을 읽는 인간이 정상은 아니잖아요? 그런 사람들을 일컬어 우리는 요괴인간이라고 부르니까, 적어도 사람이 되려면 좀 쉬엄쉬엄 읽어야 합니다! ㅋㅋㅋㅋ

단발머리 2021-04-02 12: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괴인간 되셔도 알라딘 사람들은 폴스타프님 다 반길 기세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from 읽은 책 한 권 나와서 겁나 반가워하는 알라딘 동네 사람

잠자냥 2021-04-02 13:11   좋아요 0 | URL
술취한 요괴인간 폴스타프를 상상하니 그만 웃음이 빵....ㅋㅋㅋㅋ

Falstaff 2021-04-02 15:04   좋아요 0 | URL
ㅋㅋㅋ 벰, 베라, 베로 추억의 인물들입니다.
오해도 2백권 미만으로만 읽자, 했는데 적게 읽는 것도 쉽지는 않더라고요. ㅠㅠ

han22598 2021-04-04 04:1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Falstaff님의 요런 소개의 글을 무료로 읽을 수 있다는 것 자체가....grace입니다. 감사합니다. ^^

Falstaff 2021-04-04 10:10   좋아요 0 | URL
아이고 과찬의 말씀을요.
 
사라진 손바닥 문학과지성 시인선 291
나희덕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4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지난 세기에 나희덕의 시집 《뿌리에게》와 《그 말이 잎을 물들였다》를 읽고 오랜 세월이 흘렀다. 어떻게 잊을 수 있었을까, 나희덕의 천생 시인 기질을.


 어디서 나왔을까 깊은 산길

 갓 태어난 듯한 다람쥐새끼

 물끄러미 나를 바라보고 있다

 (중략)

 내 앞에 눈부신 꼬리를 쳐들고

 나를 어미라 부른다

 괜히 가슴이 저릿저릿한 게

 핑그르르 굳었던 젖이 돈다  (후략) <어린 것> 부분 《그 말이 잎을 물들였다》


  산보하다 만난 새끼 다람쥐를 보고 젖이 팽 도는 여인을 우리가 시인이란 말 말고 도대체 뭐라 불러야 하나. 전적으로 게으름 탓이다. 이후로 나희덕이 어떤 시를 썼는지, 지금 뭘 해서 먹고 사는지 알려고 하지 않았다. 2021년 현재 나희덕은 서울과학기술대학의 문예창작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지금 독후감을 쓰고 있는 《사라진 손바닥》이 나온 시점인 2004년에는 조선대학 문예창작과 교수였다. 시집을 읽고 짐작해보면 서울의 전세보증금을 탈탈 털어 광주로 짐작되는 곳으로 하향을 해 아이들 둘을 데리고 살았던 것 같다. 그래서 이 시에는 광주를 비롯한 전라도 일원을 무대로 하고 있는 것들이 제법 된다. 첫 번째로 실은 시가 표제시이기도 한 <사라진 손바닥>이다. 전문을 읽어보자.



  처음엔 흰 연꽃 열어보이더니

  다음엔 빈 손바닥만 푸르게 흔들더니

  그 다음엔 더운 연밥 한 그릇 들고 서 있더니

  이제는 마른 손목마저 꺾인 채

  거꾸로 처박히고 말았네

  수많은 창을 가슴에 꽂고 연못은

  거대한 폐선처럼 가라앉고 있네


  바닥에 처박혀 그는 무엇을 하나

  말 건네려 해도

  손 잡으려 해도 보이지 않네

  발밑에 떨어진 밥알들 주워서

  진흙 속에 심고 있는지 고개 들지 않네


  백 년쯤 지나 다시 오면

  그가 지은 연밥 한 그릇 얻어먹을 수 있으려나

  그보다 일찍 오면 빈 손이라도 잡으려나

  그보다 일짝 오면 흰 꽃도 볼 수 있으려나


  회산에 회산에 다시 온다면   (전문)



  1연은 연꽃의 한 살이. 처음엔 연꽃이 피고, 꽃 진 다음 넓은 꽃잎만 연못 가득하다가, 가을이 오니 가는 연꽃 대 위에 연꽃의 씨가 가득한 씨방이 고개를 든 모습. 그리고 연밥을 다 채취한 다음 물이 빠진 진흙 위에 꽂힌 꽃대를 수많은 창이라 노래하고 있다. 이하는 진흙 속에서 연밥을 줍기도 하고, 연근을 캐는 노동을 그린 2연, 시인의 감상이 3연, 연꽃이 핀 무안의 회산 백련지라는 지명을 밝히고 있다. 나는 연꽃으로 유명한 중국의 옛 월나라 회계 부근의 지명이 회산인줄 알고 찾아보니 전라남도 무안의 유명한 연꽃 연못이 있는 곳이다. 한 20년 전 쯤에 나도 가본 적이 있었으나 거기 지명이 회산인지는 몰랐다. 이번 시집의 장소는 처음이 직장인 조선대가 있는 광주와 전남 지역이고, 그 외로 오스트리아 알프스 지방, 북한 땅이 바라다보이는 중국 연길시 일대와 젊은 시절을 보낸 서울 서대문구 정도다.

  그러나 나희덕하면 저 위에 인용한 <어린 것>에서 볼 수 있는 ‘모성’이다. 새끼 다람쥐를 보고 젖이 팽 도는 것처럼, 모성의 근본은 가여운 것들에게 밥 한 그릇을 주고 싶어 하는 심정 아닐까 싶다. 이번 시집에서도 이런 성향의 시가 몇 편 보인다. 예컨대 이런 시.



  조찬朝餐



  깃인가 꽃인가 밥인가

  저 희디흰 눈은

  누구의 허기를 채우려고

  내리고 또 내리나

 

  뱃속에 들기도 전에 스러져버릴

  양식을, 그러나 손을 펴서

  오늘은 받으라 한다


  흰 밥을 받고 있는 언 손들

  목튤립 마른 열매들도

  꽃봉오리 같은 제 속을 다 비워서

  송이송이 고봉밥을 받고 있다


  박새들이 사흘은 쪼아먹고 가겠다 (전문)


 

  이번엔 새끼 다람쥐 대신 박새들이다. 탐스럽게 생겨 숭실대학의 교화로 지정되기도 한, 목튤립 꽃의 열매를 다 비운 마른 꽃봉오리 속에도 눈이 소복하게 쌓인 것을 보고 시인은 고봉밥이라고 했다. 시가 정말 쉽다. 이렇게 쉽게 써도 얼마든지 좋은 시를 쓸 수 있다.

  나는 전혀 눈치를 채지 못했는데, 이 시집의 해설을 쓴 평론가 김진수는 나희덕의 시쓰기는 “누에나 거미가 실을 자아 고치를 짓거나 거미줄을 짜는 일과 꼭 마찬가지로 일종의 직조술로 인식된다.”고 말하면서 해설을 시작하기 전에 데뷔시집 《뿌리에게》의 <시> 전문을 소개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야기를 누에나 거미와 비교해서 그렇지 시를 짓는 일, 나아가 산문을 쓰는 일을 포함한 모든 문학적 행위를 일종의 직조하는 행위와 비교한 건 드물지 않은 거 같다. 비슷하게 내가 잘 쓰는 표현으로는 벽돌 쌓는 일인데 이것도 직조술과 매우 가깝다고 생각할 수 있지 않을까. 이 시집에도 누에고치에 관한 시가 들어 있다.



  검은 점이 있는 누에



  잠실蠶室에서 가장 두려운 적은 파리다

  문을 단단히 닫으라던 어른들의 잔소리도

  행여 파리가 들어갈까 싶어서였다


  누에들이 뽕잎을 파도처럼

  솨아솨아 베어 먹고 잠이 든 사이

  파리가 등에 앉았다 날아가면

  그 자리에 검은 점이 찍히고,

  점이 점점 퍼져 몸이 썩기 시작한 누에는

  잠실 밖으로 던져지고 마는 것이다


  네 번의 잠을 채우지 못하고

  쫓겨난 누에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허물어지는 몸을 이끌고 마른 흙에 뒹굴고 있던,

  끝내 섶에 올라 우화羽化도 못하고

  한 올의 명주실도 풀어낼 수 없게 된 그들이

  어린 내 눈에는 왜

  잠실의 누에들보다 더 오래 머물렀을까


  어느 날 내 등에도

  검은 점이 있다는 것을, 그 점지點指

  삶을 여기까지 끌고 오게 했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

  나는 낯선 골목에서 저녁을 맞고 있었다  (전문)



  시를 쓰는 일이 누에가 고치를 짓는 것과 같다면, 등에 파리똥이 찍혀 뽕잎을 파도처럼 솨아솨아 베어 먹을 뿐 고치를 만들지도 못하고 밖으로 버려진 누에들은, 자신이 교수로 있는 문예창작과 학생들 가운데 글 쓰는 일에 실패한 제자들일까? 스승 입장에서 그런 제자들이 더 마음에 짠할 수 있을 터이니. 세상을 사는 일이 다 그렇다. 전부 다 성공하면 그게 성공인가. 관건은 성공하지 못한 대부분의 사람들을 온기 있는 시선으로 바라보는 일이다. 이걸 제일 잘 하는 시인이 나희덕이고.

 믿고 읽는 시인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위기의 여자 문예출판사 세계문학 (문예 세계문학선) 37
시몬 드 보부아르 지음, 손장순 옮김 / 문예출판사 / 1998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보부아르야 워낙 널리 알려진 사람이니 새삼스레 소개를 할 필요는 없고, 그저 한 마디 하자면, 위명과는 별개로 나는 애초에 이이의 작품을 읽어볼 생각을 하지 않았다는 거. 그건 저 옛 시절, 경애하는 정여사께서, 나의 학창시절에 보부아르의 작품이 기대와 달리 지루하다는 선입견을 제대로 심어주시어 이렇게 된 바이었다. 그러니 부모 노릇 제대로 하기도 참 힘들다. 뭐라 얘기를 못한다. 나중에 애가 크면 나처럼 세상에 다 일러바치거든. 하여튼 이렇게 살다가 내년에 보부아르의 <레 망다랭>을 읽기로 결심을 했고, 무려 두 권, 할인가 4만3천2백 원에 달하는 걸 덜컥 샀다가 읽기에 난감하기라도 하면 큰일이다 싶어 스파링 삼아, 그렇다, 철학박사가 쓴 작품을 읽는 일이니 싸움 전에 연습해보는 스파링이란 단어도 어울리지 아니하는가, 읽어보게 되었다.
  그랬더니? 이 정도면 내년에 <레 망다랭>을 시도해도 좋을 듯하다. <위기의 여자>는 길이도 중편 정도의 분량이고, 내용도 바람피우는 남자와 함께 사는 중산층 아내의 일기라서 친숙하기도 하다. 아, ‘친숙’이라는 단어를 썼다고 오해하지 마시라. 우리 집안엔 바람피우는 남자들 없다. 초상이 나서 팔촌 형제들까지 싹 모였을 때 제일 큰 장형이 남자 형제들 불러놓고 한 마디 했다. 우리 집안 남자들은 술은 퍼마셔도 바람피우는 거 없다. 그러니 너희들도 그리 알아라. 맞다. 하다못해 집안의 따님들도 술 하나는 장하게 퍼마신다. 그러니 마음에 드는 여자가 생겨도 바람피우는 기계가 제대로 말을 듣나 말이지. 그래서 바람피운 남자 없다고 자랑스레 떠들고 다니는 거다. 별 거 없지? 인생이 다 그렇지 뭐.
  이 책을 요약하면, 남편 모리스한테 여자가 생겼다는 거. 노엘리 게라르. 아름답고 총명하고 유혹적인 여자로 딸 하나를 키우고 있는 이혼녀다. 남자의 자존심을 만족시켜주는 일종의 불장난의 대상으로 적당한 여자라는 것이 일기를 쓰는 주인공 ‘나’ 44세의 여성 모니크의 솔직한 심정. 남편이 고백을 하기를 노엘리를 만난 것이 5주 전이라고. 그러나 나중에 홧김에 털어놓기를 8년 전부터 다른 여자들과 바람을 피우기 시작해 몇 명의 여자를 거쳤단다. 모니크와 모리스는 경기도 광주 모毛씨 동성동본으로 독일 점령지에 저항군을 치료해주는 의료대원이었을 1944년 혼인을 해 스물두 해 동안 함께 살았으니 현재 시점은 1966년 정도 된다.
  1960년대 중반의 프랑스 파리는 1970년대 중반의 우리나라 수도 서울과 비슷해서, 모니크가 친구인 이사벨의 조언에 따라, 이사벨이 해준 조언이 상당히 수긍할 만하다고 확신해서 고른 ‘가장 적절한 대응방식’은 남편이 바람을 피우는 건 있을 수 있는 일이라는 전제로, 모리스가 노엘리에게 곧 싫증을 낼 게 분명하니 모니크는 이해심이 있고 쾌활하게, 무엇보다 남편에게 친절한 태도로 기다리는 일이었다. 이사벨 자신도 남편이 다른 여자와 관계를 했을 때 같은 방법으로 남편의 마음을 돌아오게 했다지 않은가. 이야기를 듣고 모니크가 생각해보니 22년간의 결혼생활 끝에 남자가 바람을 피우는 건 있을 법한 ‘정상적인 일’로 용납하지 못하면 자신이 비정상이고 심지어 유치한 여자가 될 거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모니크는 잠깐 잊었다. 노엘리는 다른 여자들과 달리 경력과 평판이 빵빵한 능력 있고 야심만만한 변호사로 자유분방한 성격에 사교를 즐기는 세상에 널리 이름을 알린 공격적 성격의 여성이라는 것을. 동시에 모여사가 ‘기다림’이란 작전을 펼친 것엔 자기 스스로도 한 시절 킬랑이란 이름의 남자와 잠깐 바람을 피워본 경험이 있었기 때문은 아닐까 싶다. 자신이 평생 딱 한 번의 순간적인 불장난에 회의를 느껴 곧바로 가정으로 돌아간 경험이 있으니 모리스도 마찬가지일 것이란 희망사항도 조금은 작동을 했을 터이니.
  모니크와 노엘리. 어쩔 수 없이 두 여자의 차이점에 눈길이 갈 수밖에 없다. 결혼 22년차 전업주부 모니크는 남편 모리스와 함께 의학을 공부하다 결혼과 함께 학업을 중단했다. 아이 둘을 낳아 나름대로 전력을 다해 키워, 큰 아이 콜레트는 결혼해 파리에서 역시 전업주부로 살고 있으며, 둘째 뤼시엔은 미국에서 자신만의 삶을 살고 있다. 남편 모리스는 시시때때로, 나중에 알고 보면 결혼생활이 위기에 처했을 때마다 아내에게 직장을 얻거나 비슷한 경제활동을 해보라고 권유했지만 별 낌새를 채지 못한 모니크는 번번히 제안을 거절해버리고 말았다. 결과, 모니크는 모리스 없이 살 수 없다는 강박에 싸이게 되는데, 아내는 이 강박의 가장 밑 부분에 무엇이 있는지조차 모른다. 반면 노엘리는 언제나 당당하다. 모르긴 해도 모리스보다 더 많은 수입을 올리고, 그래서 매사에 자신감이 넘치며 거기에다 매력적인 외모를 가지고 있어서, 모리스에게 당당하게 아내 모니크보다 더 많은 지분을 자신에게 쏟을 것을 요구한다.
  거의 모든 문제는 권력이다. 남편을 사랑해서 학력과 경력과 재력을 모두 포기하고 남편에게 종속된 22년을 보낸 모니크. 남편 따위는 걷어차 버리고 딸 하나를 키우면서 마음대로 애인을 집에 끌어들이며 조금씩 가정 밖으로 몰아내 자신 가까이로 오게 만드는 노엘리의 가장 큰 차이는 바로 권력이다. 권력은 경제력을 포함한 모든 능력의 총합이다. 아내 모니크가 남편에게 바랄 수 있는 게 무엇이 있을까. 남편이 자신을 비참하게 버렸다, 날 희생시켰다고 주장하는 것? 둘째 딸 뤼시엔은 엄마한테 이렇게 말한다.
  “그야 물론 엄마에겐 가혹한 일이지요. 하지만 그렇다고 아빠 자신을 희생시켜야 할 필요는 없잖아요? 나 같으면 누구를 위해서도 나 자신을 희생시키지 않으리라는 건 확실해요.”
  정확하게 1960년대 소설. 굳이 2020년대에 다시 찾아 읽어볼 필요까지는 없을 듯.
  나는 여성주의 소설을 기대하고 있었는데 그건 확실히 아니었고, 실존주의 소설이라고 주장하면 반대하지는 않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