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인법
오한기 지음 / 현대문학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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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만난 곳은 상수동의 어느 카페였다. 3월이었나 4월이었나 어쨌든 로베르토 볼라뇨의 『2666』이 출간될 무렵의 봄날이었고, 우리가 모여 있는 테라스는 너무 따뜻했다. 후장사실주의라는 모임이었다. 『야만스러운 탐정들』에 나오는 내장사실주의를 패러디한 것이었다. 볼라뇨 전집 편집자, 소설가 셋, 펜싱 선수처럼 생긴 소설가 지망생이 모인 자리였다. 애 딸린 서평가도 있었지만 뭐가 그리 바쁜지 오지 않았다. 나로서는 그나마 다행이었다.” (p.248)


​이 장소에 모인 “소설가 셋”은 도토리 키재기이긴 하지만 나이 순으로, 정지돈, 박솔뫼, 오한기이었을 확률이 높고, 소설가 지망생은 작품집 《프리즘》을 낸 이상우이었을 것이며, 훗날 이들 연대에 동참하는 애 딸린 서평가는 《의인법》의 해설을 쓴 금정연이었던 것은 틀림없다. 볼라뇨의 <야만스런 탐정들>에서 20대 초반의 젊디젊은 젊은이들이 추구했던 “내장사실주의”는 초현실주의 등의 전위문학을 추구했다. 이들은 차차 세계 곳곳으로 흩어져 나름대로 글을 쓰는 시늉도 하고, 조국의 변두리에 남은 한 시절 전위문학의 대표선수들을 찾아보는 등의 작업을 하는데, 위 인용문에도 나왔다시피 <2666>이나 <야만스런 …> 기타 숱한 볼라뇨의 작품에서 그대로 노출하는 볼라뇨 표 폭력을 수반할 수밖에 없었다. 《의인법》에서 주장하듯이 이미 오한기는 볼라뇨에 대한 열광은 싸늘하게 식어버린 상태였(다고 주장했)음에도 불구하고 이상우의 《프리즘》처럼 책 전반에 폭력과 섹스의 소스가 현란하게 살포되어 있다.

책의 제일 앞에 실린 작품은 오한기의 데뷔작인 <파라솔이 접힌 오후>다. 1983년이고, 작가 오한기가 태어나기 2년 전이었으며, 미국 “텍사스 주 외곽에 위치한 브라니스 모텔에서 컨트리 가수 W가 시체로 발견된” 날에 이야기는 시작한다. 이제 우리 문학도 어느 정도는 세계화되어 있어서, 무대가 텍사스라고 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다. 실제 한 끗 차이로 후장사실주의의 좌장 자리에 있는 정지돈이 쓴 흥미로운 소설 <모든 것은 영원했다>의 무대도 1950년대의 체코슬로바키아를 중심으로 하지 않았는가 말이지. 그래서 나는 자동적으로 1983년에 마흔세 살의 나이로 죽은 컨트리 가수 W, 미국에서조차 지명도가 거의 없어서, 시골 도시의 바에서나 공연을 할 뿐이고, 생전에 취입한 음반도 딱 한 장에 불과한 무명가수를 거론하는 바에야, 무대가 적어도 미국 땅인 줄 알았다. 근데 아니다. 상가 저 구석에 자리잡은 고서점의 주인이 W의 광팬이라서 그가 손에 쥐고 늘 읽는 책의 제목이 바로 <파라솔이 접힌 오후>이며, W에 관한 평전이다. 이건 그리 중요하지 않다. 작품은 W와 별 상관없이 오한기가 원하는 대로 W에 대한 상상에 의존하기 시작하며, 이 와중에 오한기는 별의 별 거짓말을 벌여 놓고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다. 심지어 너무 기초적이어서 작가가 의도적으로 범했다고 봐야 마땅한 “시점의 혼란”도 서슴지 않고 저질러버린다. 고서점 사장이 하도 W에 경도되어 있어 W의 버릇을 모방하다가 급기야 자신의 버릇이 되어버린 것이 두 가지 있다는데, 처음 예로 든 “눈두덩을 긁으며 머릿속으로 상대의 반응을 예상하는” 행위는 고객이었다가 아르바이트 일을 하게 된 ‘나’의 눈에 보이는 것이니까 자연스럽지만, 두 번째로 예를 든 “성관계 중의 습관”이라고 단정하는 건, ‘나’가 사장의 정사 장면을 봤다는 묘사가 없이는 반칙이다. 요즘엔 등단할 수 있는 기회가 무척 많아서 이런 것에 좀 관대한지 모르지만 20세기였다면 심사위원이 여기까지 읽고 원고를 내려놓았을 확률이 95%이다.

책을 전체적으로 본다면 맨 앞에 실린 <파라솔이 접힌 오후>는 섬과 비슷하다. 외딴 섬. 몇 줄 읽지 않아 나는 자동적으로 딱 한 권 읽은 정지돈이 생각났는데 적어도 이 단편의 앞부분에서는 오스트리아 인스부르크 출신이라고 구라를 치는 W를 좇는 작업이 제법 만만하지 않기 때문이다. W와 KKK단의 보스 헤링턴(이란 작자), 자신을 극도로 혐오하는 “바카렌토 증후군”, 포르노 소설 <혀끝으로의 여행>, <베테랑 형사 뒤퐁> 등등, 무수한 농담을 시현한다. 심지어 같은 주의(ism) 동인이며 작품의 해설을 쓴 금정연도 눈치를 보니까 지구상에 “바카렌토 증후군”이란 것이 진짜로 있다고 믿는 기색이다. (믿지 않았거나, 바카렌토 증후군이란 게 진짜로 있으면 미안하게 됐다.)


​이 <파라솔이 접힌 오후>라는 섬에서 나와 다른 집합으로 넘어가면 모든 작품이 서로 연결이 된다. 두 번째 단편 <더 웬즈데이>부터 마지막 <새해>까지 모든 작품은 폭력과 살인과 섹스와 강간과 가학성애를 포함하고 있는데, 이게, 좀 까진 독자인 내 눈에는 작가나 등장인물들이 원래 그런 것이 아니라 소위 “위악”을 떨고 있는 것 같이 보인다. 진짜 주인공으로 등장하거나 작품의 조인트 기어로 역할하는 중요한 인물의 이름은 시인으로 나오기도 하고 소설가로 나오기도 하는, 하여간 작가의 행위를 하는 “한상경”이란 인물이다. <파라솔…>을 제외하고 한 작품도 빼지 않고 다 등장시키면서도 오한기의 농담, 지독한 농담은 계속된다. 심지어 엄마뻘인 여성 시인과 같은 이름의 여자와 연애도 하고 섹스도 하고, 체인징 파트너도 하고 그렇다. 2012년이니까 최승자의 나이 환갑 맞지? 이때 오한기 나이 스물일곱이니까, 아들이라도 늦둥이 아들뻘인데, 뭐 좋다, 좋아. 픽션인 걸 뭐. 글 써서 먹고 사는 동네에선 이런 게 다 뭉개지는 모양이다. 그렇게 이해하고 넘어가겠다.

최승자보다는 덜 심한 농담이지만 오한기는 또, 알고 있는 독자들만 알고, 나머지는 몽땅 속아버려라, 라고 휙, 하나를 던져버린다. <유리>라는 작품에서는 시체를 묻는 행위가 나온다. “시체를 묻어봤는가?” 작가 ‘나’가 소설을 쓰다가 이 장면을 묘사해야 해서 작가는 “시체를 묻어봤는가?”라고 심각하게 자문한다.


​“백민석도 『내가 사랑한 캔디』에서 총잡이가 아닌 사람이 총잡이 소설을 쓰는 것에 대해 회의적인 생각을 품지 않았나. 존 파울즈도 『나의 마지막 장편소설』에서 비슷한 고민을 하지 않았나. 그렇다고 내가 어떻게 하겠는가. 이태준이 만들어낸 『장한몽』의 도시 빈민들처럼 공동묘지를 파헤칠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라고 쓰는데, 백민석과 존 파울즈는 그렇다 해도, 취직이 안 돼 전전긍긍하는 친구에게 서울 근교의 공동묘지 해체작업 일거리를 주는 <장한몽>은 이태준이 아니라 이문구가 명동성당 근처 다방에서 하루에 원고지 백 장씩 메꾸며 쓴 소설이다. 비록 <관촌수필>과 <우리동네>에 밀려 독자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이문구 표 골계미가 탁월한 장편인데 그걸 슬쩍 이태준으로 바꿔버렸다. 속으로는 “아는 놈만 알아라.” 이렇게 생각했는지 누가 알아? 금정연도 몰랐는데. 오한기가 책을 통해 자주 거론하던 소설가 가운데 한 명이 조이스 캐롤 오츠다. 차라리 이이가 쓴 무덤 파는 사람을 칭하는 제목 <사토장이의 딸>을 거론하지 그랬을까?

하여튼 처음부터 끝까지 오한기 식의 농담으로 꽉 차 있는 작품집. 아쉽게도 그의 농담은 내 코드와 맞지 않는다. 다른 권총도 아니고 콜트 45구경으로 사람의 대가리를 날려버리며, 여성의 몸을 대상으로 하는 변태 가학적 섹스, 하여간 겉으로 보면 창작행위를 위한 것이지만 과도한 역경의 호소, 토마토 즉 술을 마셔도 토하고 마시고 다시 토할 정도의 행위 같은 건 영 아니라서 읽다가 말려고 한 적이 한 두 번이 아닌데, 굳이 악착같이 끝까지 읽은 건, 이제 오한기도 읽어봤으니 일단 후장사실주의자, 이 장난꾸러기들의 작품들을 한 번씩은 다 경험하게 된다는 기대 때문이었는지도 모른다. 다행스럽게 내가 알고 있는 건,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이런 장난꾸러기들이라는 사실. 나처럼 입 험한 독자의 축복을 받아준다면, 그대들의 건필을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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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유행열반인 2023-02-18 07:49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정지돈 팬텀 이미지였나 거기서 오한기 등장하는 부분도 웃겼는데요 ㅎㅎ저는 의인법은 안 보고 나중에 나온 가정법이랑 토끼머리에게랑 인간만세를 봤는데 의인법보다는 순한 맛이었어요 ㅋㅋㅋ한국 문학의 마릴린맨슨 같은 이라고 생각했는데 이제 맨슨을 안 좋아하게 되서 지금 읽으면 오한기 욕하지 않을지...ㅋㅋ골드문트님 뭔가 안 읽은 책 못 읽은 책 대신 읽어주는 요정 같으십니다ㅎㅎㅎ

Falstaff 2023-02-18 11:23   좋아요 3 | URL
ㅎㅎㅎ 지금까지 이 사람들의 책은 다 한 권 씩만 읽었는데, 색다르고 좋더라고요. 요즘 우리 작가들 작품들이 다 거기서 거기라 조금 멀리 하고 있거든요. 그래서 이런 사람들의 책을 읽으면 실제보다 더 좋게 생각하는 거 같다라고요. ^^

유부만두 2023-02-18 09:44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전 그 모임 명칭 나오는 인용부분을 여러 곳에서 읽고 책에 대한 궁금증보다 싫은 마음이 먼저 들었어요. 장난꾸러기, 농담의 선을 (있다면) 넘나들며 노는 것 같군요. 그런데 어쩐지 좀 구식 아닌가 싶고요. (읽지도 않은 주제에 투덜댔습니다)
윗 댓에 나온대로 골드문트님은 안 읽고 못 읽은 책 대신 읽어주는 요정 같아요.

Falstaff 2023-02-18 11:25   좋아요 3 | URL
저도 명칭이 싫습니다. 좀 튀어 보이려고 그런 거 같지 않나요? ㅎㅎㅎ 젊은 시절에 지은 이름이기도 하고, 그래서 이젠 후회할 수도 있을 거 같아요. 다 그렇게 사는 거죠 뭐. 저질러 놓고 나중에 후회하고, 그러면서도 또 저지르고 또다시 후회하고..... 인생이 뭐 별 겁니까. ㅋㅋㅋㅋ

moonnight 2023-02-18 08:27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책 대신 읽어주는 요정ㅎㅎ 너무 귀여운 묘사입니다. 반유행열반인님께 동의하게 되네요^^

Falstaff 2023-02-18 11:25   좋아요 4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 제가 어려서부터 귀엽다는 얘기를 무척 많이 듣고 자랐습니다.

건수하 2023-02-18 10:5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도 후장사실주의 명칭에서 좀 거부감을 느꼈고… 아주 흥미롭진 않더라고요.

골드문트님은 책 대신 읽어주는 요정~ 샤라랑 😊

Falstaff 2023-02-18 11:27   좋아요 3 | URL
맞아요, 모임 이름을 좀 바꿨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정지돈하고 박솔뫼는 괜찮더라고요. 좀 더 읽어봐야겠다, 싶었습니다만. ^^

수이 2023-02-18 11: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후장사실주의, 귀엽지 않아요? 전 이름 처음 듣고 참 개떡같이 지었구만, 근데 또 듣는 순간 머릿속에 뿅 박히더라구요. 그래서 잊혀지지 않는. 뭐든지 다 쉬이 까먹는 정보과잉화의 시대에서. 듣는 순간 이름이 뿅 박히니까 이런 걸 다 예상하고 지은건가 그들은! 싶었어요. 오한기는 한 번도 읽어본 적 없지만 정지돈이랑 금정연이 하도 말해서 아 읽은 거 같아 라고 착각하곤 했는데 골드문트님 말씀 들어보니 안 읽을 거 같아요. 박솔뫼도 한 번도 안 읽었다!! 박솔뫼는 읽어봐야지.

Falstaff 2023-02-18 13:01   좋아요 1 | URL
ㅎㅎㅎ 차라리 항문사실주의, 했으면 조금은 더 예쁘게 봐줬을 거 같아요. 아니면 똥꼬사실주의라도. ㅋㅋㅋㅋ
박솔뫼는 이번달에 한 권 더 읽었습니다. 며칠 후에 독후감 올릴 거예요. ^^
 
퀴르발 남작의 성
최제훈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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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3년 서울생. 연세대 경영학과 졸업하고 서울예대 문창과도 졸업했다. 흠. 병역은 어떻게 됐는지 모르지만 병역필이었으면 하여튼 험한 시절 살았겠다. 연세대 경영학과 졸업이면 대기업이나 연봉 빵빵한 금융회사에 이력서만 내면 합격, 하던 시절이 방금 끝나고 이젠 외환위기에 돌입해 아무리 명문대학을 졸업했더라도 취직하기가 하늘의 별따기였던 소위 IMF 시절을 만났었구나. 2007년, “문학과사회” 신인문학상에 단편 <퀴르발 남작의 성>이 당선되어 34세에 등단하고, 2010년 “문학과사회”를 발간하는 문학과지성사에서 첫번째 단편집을 찍으니 오늘 소개하는 《퀴르발 남작의 성》이다.

인상깊게 읽었다. 책을 읽으며 종종 영국 고딕 소설의 큰이모 앤절라 카터를 떠올렸다. 그러면서도 당연히 글 좋은 현대작가 답게 카터보다 더 매력적인 현대성까지 장착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내가 독후감에서 자주 “…라고 생각한다.”, “… 것 같다.”고 말하는 것은 스스로 생각하기에 책 읽기에 전문성이 턱도 없는, 잘 봐주면 딜레탕트 수준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잘 안 봐주면 당연히 어림없는 아마추어이고. 잘 봐달라는 부탁 아니다. 아마추어로 사는 게 뭐 어떤가.)

표제작 <퀴르발 남작의 성>을 읽으면서, 정말 퀴르발 남작에 관한 유럽의 민담이 있었는지가 궁금했고, 있었다면 퀴르발 남작이 젊음과 영생을 위해 17세기에 어린이를 사서 아이들의 고기와 내장을 요리해 먹는다는 내용의 소설을 프랑스의 역사학자 “미셸 페로”가 1932년에 미국 출판사를 통해 출간했을까? <밤마다 페로에는>이라는 극작을 쓴 ‘미셸 도이치’라면 좀 수긍이 갈 텐데 어딘지 ‘밤마다 페로에’와 ‘미셸 도이치’의 혼용 같고 좀 의심스러웠다(이건 아닐 거다). 미셸 페로가 쓴 소설을 1953년에 명감독이라는 에드워드 피셔가 톱스타 제시카 헤이워드를 캐스팅해 찍었다고? 에드워드 피셔 감독? 거기다가 제시카 헤이워드라니 흠, 수잔 헤이워드가 아니라 1950년대에 제시카 헤이워드라는 여배우, 명감독 에드워드 피셔라는 작자(들)이 있었다고? 세월이 흘러 2004년에 일본 감독 나카자와 사토시가 에드워드 피셔에게 헌정하는 마음으로 <퀴르발 남작의 성>을 일본식으로 각색해 <도센 남작의 성>이란 제목으로 리메이킹을 한다? 나카자와 사토시라는 인물도 아마 분명히 없을 거야. 라는 의심이 팍팍 들었다. 지금 “의심”이라는 명사를 사용했다고 나쁜 의미의 의심이라 단정하지 마시라. 나는 최제훈에 의한 거대한 거짓말에 다분히 찬사, 갈채를 보내고 있는 중이니까.

우리나라에서도 어린 아이들이 말을 듣지 않으면 “망태 할아버지가 잡아간다.”라고 겁을 주고는 했었다. 요즘에야 그렇지 않겠지만 하여튼 전에는 그랬다. 최제훈도 어려서 이런 얘기를 듣고 자랐을 터. 작가는 더 흉측한 인물 하나를 만들어 퀴르발 남작이라 짓고, 어린 아이, 반드시 어린 아이여야 하는데, 자신이 아이들의 육신을 굽거나, 삶거나, 찌거나, 튀겨 먹음으로 해서 어린 아이들이 가지고 있는 남은 생과 젊음을 얻을 수 있다는 동종주술적 의식ceremony을 했고, 이 결과 무려 3백살에 가까운 세월동안 젊음과 영생을 유지할 수 있었다는 유럽식 동화를 하나 만든다. 그래 미운 다섯 살 아이가 빽빽거리고 울면, 퀴르발 남작이 지금 온대, 울어라 울어, 더 울면 너 와서 잡아가라고 부를 거야. 라고 겁을 주고는 했다고 시치미 뚝 떼고 마치 진짜 있는 것처럼 구라를 치거나, 혹은 ‘이 정도야 뭐 진짜 있을 수도 있으니’ 소개를 한다.

그리고 내 의견으로는 나머지는 전부 픽션, 거짓말이다. 물론 충분히 있음직한 거짓말. 그리하여 저 17세기에 있었을지도 모르는 민담에서 시작해 드문드문 지워진 진실을 픽션의 힘으로 밀어붙이는 최제훈의 표제작은 당연히 한 시절의 기념해야 하는 멋있는 작품으로 위位를 누려야 한다. 세상에 이렇게 새빨간 거짓말을 이토록 뻔뻔하게 할 수 있는 작가는 그리 많지 않다.

많은 독자들은 또 두번째 실린 <셜록 홈즈의 숨겨진 사건>에도 열광하는 것 같다. 셜록 홈즈 시리즈를 쓴 스코틀랜드 의사 코넌 도일은 과학수사와 정교한 추리 대신 엉뚱하게도 크고 비대한 몸을 이끌고 심령술에 관해 연설하다가 하트 브레이크로 숟가락을 놓고 마는데(줄리언 반스, <용감한 친구들> 참조하시압), 최제훈은 그가 런던 근교의 사우스 시의 민박집에서 흉기로 스스로의 경동맥을 잘라 자살했다고 딱 선언해버린다. 이것 역시 무죄다. 아무데서나 죽으면 어떤가. 정작 독자가 기함을 하는 건, 도일 경의 죽음을 수사하는 탐정이 바로 셜록 홈즈라는 사실. 홈즈는 성격상 소설은 하나도 읽지 않아서 죽은 스코틀랜드 의사가 누구인지도 모르는 채로, 자살은 틀림없이 자살로 확신하지만 어떤 방법으로 죽었을지 고민 고민하다가 역시 추리가 아닌 떠오르는 영감으로 사건을 해결하고 이를 알리지는 않는다. 홈즈는 자신의 이야기를 책으로 써서 사람들에게 전한 사람이 친구이자 의사인 왓슨이라고 알고 있다. 이 작품도 재미는 있다. 도일 경만 일방적으로 알고 있는 작가-등장인물의 관계의 역행.

이런 사고의 역행은 자연스럽게 최제훈으로 하여금 다른 작품 속으로 직접 개입하는 순서로 발전한다. 아니면 계속 발전해온 것이 <셜록 홈즈…>이거나 <퀴르발….>일 것이다. 최제훈의 다음 마수에 걸린 작품은 메리 셸리가 쓴 <프랑켄슈타인>. 셸리를 읽어본 독자는 누구나 <프랑켄슈타인>이 그리 녹녹하지도 않고, 녹녹하기는커녕 진짜 철학이 스며든 명작 반열의 책이라고 인식할 것이다. 최제훈은 셸리의 원작과 달리 ‘프랑켄슈타인’으로 알고 있는 작품의 주인공 “괴물”이 영화, 연극, 뮤지컬, 만화 등을 통해 말도 하지 못하고 그저 우어우어, 우워워 하는 동물성 비명만 지를 줄 아는 진짜 괴물로 인식하고 있을 뿐인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듯하다. 그리하여 최제훈은 직접 지하에서 잠자고 있는 (보기와는 다르게)까칠한 성격의 원작자 메리 셸리를 소환해 인터뷰도 하고, 작품 가운데 슬며시 사라진 에르네스트, 그러니까 괴물의 창조자 빅터의 동생인 에르네스트 프랑켄슈타인을 불러내 주구장창 사빌 부인에게 편지를 보내 셸리로 하여금 소설을 쓰게 만든 월턴 선장과 괴물의 실제 여부를 따지게 만들기도 한다. 이런 건 사실 그리 새롭지는 않다. 예컨데 한 시절 <투란도트>가 유행했을 때, 칼라프 왕자가 왜 목숨을 걸고 중화의 공주 투란도트에게 수수께끼 시합을 신청하고, 어떻게 해서 풀기 거의 불가능한 세 개의 수수께끼를 풀 수 있었겠느냐, 하는 논의가 온라인에서 있었던 걸 기억하면 그렇다. 그게 감상자/독자의 권리이기도 하니까.

또 이 작품집에서 다른 중요한 방면은 다중인격 또는 선택적 기억에 관한 것이다. 이제 21세기 서울 시민들이 등장한다. 서울시민이 아니더라도 하여튼 도시인들이 등장해서, 주로 험한 꼴을 저지르고, 당하고 그런다. 하지만 이거라도 모른 척, 시미치를 떼야지 독후감이랍시고 재미있는 것을 미리 다 말해버리면 정작 진짜 읽어보실 독자는 재미가 들허잖어? 그렇겠잖어? 그러니 오늘은 내가 참는다. 얼른 독후감 마치고 조기 구이에 쐬주도 한잔해야 허겄고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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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유행열반인 2023-02-16 07:5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역시 저의 위시리스트 먼저 섭렵해주시는 골드문트님 ㅋㅋㅋ이 책은 저랑 제일 가까운 곳에 꽂혀 있습니다. 4년째 꽂혀만 있네요 ㅋㅋㅋㅋ

Falstaff 2023-02-16 08:26   좋아요 1 | URL
저도 이 책은 작년 1월 24일에 사서 올해 1월 31일에 읽었군요. ㅎㅎㅎ 도서관 다니기 시작하니까 사 놓은 책 읽기가 쉽지 않네요. ^^

coolcat329 2023-02-16 09:4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최제훈 작가 이름만 알고 있었는데 이렇게 기발한 상상력을 지닌 멋진 작가였군요. 작가의 책들을 대충 살펴보니 미스터리한 내용들이 다 재미나 보여요. 저도 최제훈 작가의 책 꼭 읽어봐야겠어요.

Falstaff 2023-02-16 10:34   좋아요 0 | URL
옙. 이 책 재미난 상상력이 돋보입니다. ㅎㅎ

레삭매냐 2023-02-16 10: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오래 전에 이 책을 만났을
때, 기대주라고 생각한 작가였
지만 후속으로 나오는 책들이
모두 데뷔 소설집만 못했습니다.

그런 점에서 <고래>로 인생작
을 찍은 천명관 작가 생각이
났습니다.

Falstaff 2023-02-16 10:34   좋아요 1 | URL
앗, 그렇습니까. 그럼 다음 작품은 도서관에서 대출하는 것으로. ㅎㅎ 고맙습니다.

바람돌이 2023-02-16 21: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이런 독특한 발상 좋아합니다. ^^

Falstaff 2023-02-16 22:15   좋아요 1 | URL
ㅎㅎㅎ 그럼 읽어보셔야지요. ^^

그레이스 2023-02-18 15: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정말 고딕소설이 생각나는 제목들이네요.
특히 퀴르발 남작.. ^^

Falstaff 2023-02-18 15:41   좋아요 1 | URL
예. 오죽하면 제가 앤절라 카터 언니까지 소환했겠습니까. ^^
 




천야셴, <조조와 양수>



  천야셴이 <삼국지연의>를 쓴 나관중의 귀싸대기를 후려쳤다. 적어도 조조와 양수에 관해서 그렇다는 거다.

  아, 천야셴이 누구냐고? 우리말 독음으로 하면 진아선陳亞先. 1948년에 중국 후선성 웨양, 악양에서 출생한 경극 작가이다. 웨양, 하면 우리한테 두보의 <등악양루登岳陽樓>를 연상하게 하는 동정호를 품은 곳이다. 혹자는 노숙과 관우 사이의 기싸움, 물론 <삼국지연의>에선 관우가 월등하지만 하여간 두 명장 간에 기싸움을 벌일 때 노숙의 진영이 있던 곳이기도 하다. 송나라 시절 명장 중의 명장 악비(岳飛)하고는 관계 없으니 그냥 참고만 하시라. 세 살에 고아가 되고 온갖 고난 속에서 소학교와 중학교까지 마친 후에 창고 안에서 잠을 자는 등의 끝없는 가난 속에서도 스무 살이 넘을 때까지 밤마다 반딧불과 눈의 공을 쌓아 “글로써 나라에 보답할 포부”를 키웠다가 오히려 당국에 체포당해 곤욕을 치루었고, 이때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쓴 장문의 반성문과 탄원서를 본 향촌 간부가 학교 교사 자리를 알선해주어 조금씩 신세가 펴기 시작했다고 역자 해설에 쓰여 있다. 중국은 지방의 작은 도시에도 연극이 생활 깊이 자리를 하고 있어서 천야셴 역시 지방 극단을 통해 극작의 길로 접어들었다가, 1986년에 잡지 《극본》에 의하여 발탁되어 1987년에 <조조와 양수>를 전제 했으며, 이게 1988년에 중국 극작가에게 최고의 영예인 전국 극작가 협의회 최우수 극본상을 받으며 전국구 스타의 자리에 오르게 된다. 이어서 상하이 경극원에서 같은 해 12월 이 작품을 경극으로 각색해 “역사적인” 초연을 한다.


​  조조야 새삼스레 이야기할 필요를 느끼지 못하는 당대의 영웅, 위나라 초대 황제 조비의 아버지. 그럼 양수는? 뼈와 뼈 사이에 얇은 막으로만 이어진 닭의 갈비, 즉 계륵의 일화를 낳은 한나라 말기의 벼슬아치다. 그러나 우습게 보지 마시라. 철저한 계급 사회였던 당시에 어쨌거나 한 때는 옥새를 갖고 있기도 했던 원술이 외삼촌이며, 어쩌면 조씨 가문보다, 아니면 조씨 가문만큼 위세가 등등했던 양씨 가문의 수장 양표의 아들로 자를 덕조(德祖)라 했다. 흠. 자가 너무 크다. 무슨 왕 같다. 그것도 새로운 시절을 만든 큰 왕에게나 주는 조상 조(祖)자를 자의 뒷자로 했으니 말이다.

  집안도 이리 빵빵한데 머리 또한 총명하다. 그러니 어려서부터 벼슬길에 올랐겠지.

  하지만 천야셴은 픽션 작가. 나관중 역시 픽션 작가. 천야셴이 나관중을 답보할 필요는 없다.

  곽가라는 인물이 있다. 조조 수하의 난다 긴다 하는 참모 가운데 총애를 받던 출중한 인물로 서기 207년에 죽었다. 죽기 전에 열세가 분명한 원소와의 관도대전에서 큰 역할을 한 바 있어 조조로부터 크게 칭찬을 받았지만, 아쉽게도 적벽대전을 한 해 앞두고 숟가락 놨다. 적벽대전에서 물론 말이 그렇다는 거겠지만 백만 병사를 몰살시키는 참패를 당한 조조는, 곽가가 있었더라면 분명코 전투에 이겼을 것이라고 한탄을 했다고 하는데 뭐 그런가 보다. 그리하여 조조는 한가위인 음력 8월 보름날에 곽가의 산소를 찾아 친히 성묘를 하고 그를 아쉬워하는 장면으로 이 극작은 시작한다. 술 한 잔 올리고 명색이 승상이라 차마 부하 참모에게 절할 수는 없어서 그만 마치려고 하는 순간 누군가가 다가오니 바로 양수. 이래서 조조와 양수는 둘의 관계가 끝장나기 3년 전에 처음 만나 의기투합 했다고 천야셴은 픽션이란 거짓말을 꾸미기 시작한다.

  실제로 양수는 이미 늙어 후계를 지정해야 하는 조조의 심경을 읽고 적장자 둘째 아들 조비(맏이 조앙은 완의 장수를 치러갔다가 습격을 당해 아비의 옷을 입고 조조로 분장해 달아나다가 아비 대신 죽고 만다) 대신 삼남 조식, 후세 사람은 조조, 조비, 조식을 3조라고 칭하며 괜찮은 왕가로 거론하는 거 같은데, 양수는 1조 조의 후계로 2조 비 말고 3조 식을 응원, 후원, 조언, 기타 등등 하다가 처음엔 몰랐지만 2조 비로 1조 조의 마음이 정해지자 언젠가는 손을 봐야할 인물로 꼽힌 듯하다.

  게다가 정말로 총명하지만 하는 말이 꼭 뒤끝이 있어서 듣는 이로 하여금 참으로 재수없다, 라는 생각을 들게 만드는 희한한 재주가 있었던 것은 확실한 듯하다. 이 부분에서 나는 평소에 우리나라의 잘 나가는 논객 진陳모 씨를 떠올리고는 했다. 그렇다. 양수나 진모씨나 정말 반성해야 할 것이 있었다. 진짜 옳지 않은 건 자기가 돈이 많다고 거드름을 피우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보다 아는 것이 많다고 교만해지는 것이다. 그들은 이점을  스스로도 모르고 있는(있었던) 거 같다. 이건 내가 하는 이야기가 아니고 어디선가 읽고 꼭 출처를 기억해야지, 하고 각오는 했지만 슬그머니 어디서 읽었는지 잊은 내용이다. 진 씨가 하는 얘기 가운데 빠지지 않는 거 가운데 이런 게 있다. 오른손 둘째 손가락으로 자신의 해골을 톡톡 건드리면서 “걔네들은 이게 모자라잖아요.” 양수는 그러지는 않았다. 대신 적어도 <삼국지연의>를 읽어보면 신기하게도 자신의 생사여탈을 가지고 있는 자의 비위를 극도로 상하게 하는 대단한 재주가 있었을 뿐. 그것도 다 지적 교만 때문이 아니었나 싶다.

  천야셴은, 다른 사람의 의견은 몰라도 내가 생각하기에, 픽션 적인 진리를 만들기 위해 조조와의 관계를 악화시키려는 목적으로 매개/촉매 역할을 하는 인물 한 명을 만들었다. 조조의 손에 의하여 참형을 당하는 산둥반도 바로 아래에 위치한 북해의 태수 공융의 아들 공문대. 공문대를 양수의 수하로 만들고 양수가 조조의 병참 참모로 처음 부여받은 목표인 쌀과 병마의 조달을 위해 일하다가 대성공을 거두고 돌아왔으나 비서 공손함의 모함으로 공문대를 직접 베어 죽이게 한다. 정사 <삼국지>는 모르겠고, <삼국지연의>에서 조조 말년에 두통이 심해졌을 때 자다가 환각을 보는 증상이 나타나 칼을 휘둘러 내시 한 명을 죽이는 장면이 있다. 천야셴은 이 일화를 차용해서 조조가 의심해 공문대를 죽이고 이를 변명하려고 몽유 증세로 꾸몄다고 하고, 이에 완벽한 천재로 분한 양수는 그것을 이용해 조조로 하여금 자신의 애첩을 죽이지 않을 수 없게 머리를 쓰는 것으로 연출했다.


​  어차피 픽션에서 사실은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 양수가 45세에 죽었고, 당시 45세라면 잘 하면 증손까지도 볼 나이라서 자기는 조조의 손에 죽지만 손자는 조씨 왕조인 위나라 이후 전국 통일을 이루는 사마씨의 진나라 서진, 증손은 동진에서 중용되는 등 세세손손 문중의 영광을 이어가지만, 인생무상이라, 서진과 동진, 중국 역사상 가장 치열하게 왕족과 귀족들의 목숨이 초파리처럼 날아갔던 시절을 만나 그만 동진 시절에 대가 끊어지고 만다. 당연히 조조의 후대인 조씨는 벌써, 벌써 단체로 몰살을 당한 이후다. 세상이 다 그렇지 뭐.

  양수와 조조 사이에 한중 땅에서 있었던 닭의 갈비살, 계륵에 관해서 요즘 우리가 알고 있는 고구마와 양배추가 들어간 춘천 닭갈비 말고 진짜 뼈와 뼈 사이에 얇은 막 밖에 없는 닭의 갈비에 관한 이야기가 양수를 상징하는 건 나도 알지만 세상에 이거 모르는 사람도 있나? 그래 거기에 관해선 거론하지 않겠다.

  희한하게도 단골 알라딘에선 이 책을 판매하지 않는다. 교땡과 응24에선 팔고 있다. 아주 색다른 해석이라 진짜 읽으면 정말 신선하다. 천야셴이 양수를 과하게 띄워준 점은 있지만 그건 작가의 권한이니 왈가왈부할 것이 아니다. 우리나라 말로 번역한 <삼국지>를 무지 많이 읽은 내 입장에서는 흥미진진하게 읽었다. 근데도 공융의 아들 공문대는 생소한 걸 보니 <삼국지연의>가 장대하긴 장대한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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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부만두 2023-02-14 07:3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오늘도 재밌는 리뷰 잘 읽었습니다. 알마전 강원도 여행길에 본 닭갈비 음식점 간판 <계륵>이 생각나요. 거긴 2인분 같은 4인분을 줄 거 같아 안갔습니다만. ^^

Falstaff 2023-02-14 07:41   좋아요 1 | URL
처가가 춘천 아니겠습니까. 거긴 고딩들 생일파티도 닭갈비 집에서 하더군요. ㅋㅋㅋ
저는 수육 곁들인 막국수를 더 좋아하는데, 전통의 실비집엔 무려 4십년 이상 다녔고요, 부안집도 다녔는데 이젠 명성이 예전같지 않더군요.
매번 재미있게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

붉은돼지 2023-02-14 10: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우영 삼국지가 생각나네요(소설 삼국지 두어번 읽고 고우영 삼국지 한 두어번 보면 머릿속에 인물들이 생생하게 형상화되어서 너무 좋은 거 같아요 ㅋㅋㅋ)

양수, 말씀대로 너무 똑똑하고 아는 걸 말안하고 참지를 못하는 성격(잘난체 하는ㅎㅎ)...
다방면에 천재였는데 북도 아주 예술적으로 잘 첬다고..... 고우영 삼국지에는 북치는 소년으로 그려졌던게 기억납니다. 몽병으로 환관을 죽였다고 구라치는 조조 옆에서......승상께서 꿈속에서 그대를 죽인 것이 아니라 그대가 꿈속에서 승상에게 죽었다네....어쩌고 했던 것도 기억납니다.(물론 고우영 삼국지의 장면이 말입니다. ㅋㅋ)

Falstaff 2023-02-14 12:52   좋아요 1 | URL
등장인물이 워낙 많아 조금 헷갈리신 듯합니다.
북치는 젊은이는 북해의 성주 공융(이 작품의 조연 공문대의 아버지)이 천거하여 중앙에 등장한 천재 예형입니다. 전 정부 당시에 청와대 부대변인이 객꾼 진모씨에게 ˝예형의 길을 가겠는가˝라고 일갈을 해서 제가 기겁을 한 적이 있습니다. 조조 앞에서 벌거벗고 북을 치던 예형을 조조가 단칼에 죽이려고 했으나 인재를 죽였다는 오명을 쓰기 싫어 양양의 유표에게 보내는데 이미 죽음을 각오한 예형은 거기서도 여지없이 유표를 잘근잘근 씹어대지요. 유표 역시 노회한 정치꾼이라 자기 손에 피 묻히기 싫어서 예형을 이번엔 해적 출신 강하 성주 황조에게 보냅니다. 예형은 이제 자기가 죽을 자리인 줄 뻔히 알면서도 다시 황조에게 깐족거리다가 참수를 당하고 맙니다.
그러니까 예형은 공융이 천거, 공융은 조조에게 밉게 보여서 나중에 조조가 공융 일가, 심지어 일곱살 난 딸까지 몽땅 참수했는데, 하필 양수가 북해 근처가 고향이라서 이 작품을 쓴 천야셴은 있지도 않았던 인물 공문대와 양수를 친구를 먹게 했던 겁니다.
이럭저럭 양수하고 예형이 연결은 되는군요. ^^

붉은돼지 2023-02-14 13:41   좋아요 1 | URL
아아아!!! 맞습니다. 예형!! 북치던 소년은 예형이었습니다. 기억납니다. 빨가벗고 북치던 예형!!! 정말 골드문트 님의 박람강기에 놀랐습니다. 북치던 예형이나 닭갈비 양수나 다 나름 뛰어난 인물들이었는데,,, 안타깝습니다. 뭐 삼국지에 안타깝게 끝난 천재들이 어디 한둘이이어야 말이지요..생각해보면 삼국지 정말 파란만장한 이야기입니다. ㅎㅎㅎㅎ

독서괭 2023-02-14 10:2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오호 삼국지 인물들을 가지고 새로 쓴 픽션이라니 재미있네요.
그런데 응24 ㅋㅋㅋㅋ 그래24는 많이 들어봤는데 응24는 뭔가 낯설어서 더 웃깁니다 ㅋㅋㅋ

Falstaff 2023-02-14 12:52   좋아요 0 | URL
ㅎㅎㅎ 삼국지를 먼저 읽어야 더 재미 있을 거 같긴 합니다.
 
해류 속의 섬들
어니스트 헤밍웨이 지음, 이동훈 옮김 / 고유명사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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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정 제대로 해라. 다 읽고 독후감 쓰면서 얘기하겠지만 참나, 53년 전 한자 섞인 내려쓰기 현암사 판이 궁금할 지경. 지금 100쪽 조금 넘긴 상태. 나중에 별점 포함 이 백자평도 수정할 예정. 아직까지는 깝깝하다. 뭐 때문에? 앓느니 죽는다. // 다 읽었다. 수정 안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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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3-02-13 16:3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ㅋ 저 읽다가 걍 반납함......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Falstaff 2023-02-14 05:20   좋아요 1 | URL
ㅎㅎㅎ 저도 계속 읽을지 고민중입니다.

망고 2023-02-13 16:4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 괜히 샀다 후회중ㅠㅠ

Falstaff 2023-02-14 05:21   좋아요 1 | URL
아이고, 사셨군요. 전 도서관에 희망도서 신청해서 읽고 있는 중입니다.

반유행열반인 2023-02-13 19:0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번역자 궁금해서 눌러보니 밀덕(?) ㅋㅋㅋ전쟁 군사 관련 관심은 있으신가 본데 역자와 편집자의 콜라보로 망망해졌나 보네요 ㅋㅋ저도 헤밍웨이 번역 엄청 이상한 소설(에덴의 동산-다른 번역본이 없었음 ㅠㅠ)겨우 읽었던 기억이 나네요.

Falstaff 2023-02-14 05:22   좋아요 0 | URL
역자가 군사 분야에만 전력을 기울이면 안될까 싶네요. 글이 문학 방면엔 조금 덜 훌륭한 거 같습니다.

새파랑 2023-02-13 23:5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읽어보고 싶은데 ㅋ 헤밍웨이여서 더 궁금합니다 ㅎㅎ

Falstaff 2023-02-14 05:23   좋아요 1 | URL
ㅎㅎㅎ 어떻게 하겠습니까. 호기심이 승하면 읽으셔야지요. 후회하는 거 보다는 낫지 않겠습니까.

그레이스 2023-02-15 08:1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
차라리 AI가 필요할까요?
요즘 글도 잘 써주던데...^^

골드문트님 덕분에 이 책 피해갑니다.

Falstaff 2023-02-15 15:39   좋아요 1 | URL
ㅎㅎㅎ 어느 책이나 오류는 있는데 좀 심각합니다. 자세한 건 3월 4일 독자서평에서...

coolcat329 2023-02-15 08: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안타깝습니다. 혹시 사셨나요? 도서관에서 빌리셨기를요...

Falstaff 2023-02-15 15:40   좋아요 2 | URL
옙. 빌렸습니다. 그것도 구입신청해서요. ㅎㅎ
 
따끄나의 아가씨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 지음, 윤준식 옮김 / 예니 / 1998년 6월
평점 :
품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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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이라도 다 읽는 수가 있다)



라틴 아메리카의 여러 국가들은 서로 비슷한 문화를 가지고 있고 같은 언어를 공유한다고 해서 사이가 좋은 건 아니다. 이들 가운데 좀 사나운 성깔을 지닌 스페인계 사람들이 모여 산 곳이 힘 깨나 쓰는 인간들한테 밀려, 밀려, 또 밀려서 악만 남은 상태로 저 안데스 넘어 태평양 연변에 길게 퍼져 살게 된 칠레가 있다. 칠레 사람들이, 특히 남자축구 국가대표를 보면 단박에 알 수 있는데, 이들의 용감무쌍함은 정말 대단하긴 했던 모양이다. 1879년, 조선이 제물포항을 열고 불과 3년 후에, 볼리비아하고 칠레가 한 판 붙게 됐다. 이때 태평양 극동 볼리비아 해안의 바로 위에 페루 해안이 펼쳐져 있었고, 볼리비아와 페루는 거의 형제국과 다름없어서 페루는, 볼리비아와 연합하면 2개 국가의 연합군이 그깟 칠레 하나를 못 이길까 싶기도 하고 그러면 콩고물이라도 떨어지지 않을까 하는 기대로 참전을 했다가 둘 다 쌍코피가 터지게 된다. 페루는 전쟁에 져서 타크나, 이 책에선 따끄나 주를 1929년까지 근 45년간 칠레에 양도해야 했으며, 볼리비아는 태평양 해안을 전부 가져다 바쳐야 해서, 지금 볼리비아는 바다에 면해 있지 않으면서 해군을 보유한 유일한 국가로 찌그러졌다. 해군을 유지하는 이유가, 언젠가는 치욕을 갚고 해안을 되찾으리라는 각오를 다지기 위해서라지만, 불행하게도 당시에 잃은 황무지에 (며칠 전에 독후감 쓴 조지프 콘래드의 <노스트로모> 무대와 매우 비슷하게) 세계 최고의 매장량을 갖춘 구리와 니켈 광산이 있어서 현재 칠레 경제의 절반 가까이 부담하는지라, 볼리비아가 북한에 이은 다음 순서로 핵폭탄을 개발해 3차 세계대전을 일으키지 않는 한은 거의 희망이 없어 보인다. 라틴 아메리카 3국은 1879년에서 1884년까지 있었던 전쟁을 “태평양 전쟁”이라고 부른다.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의 1981년 작품인 <따끄나의 아가씨>의 첫번째 무대가 바로 이 당시다. 페루가 괜히 참전했다가 젊은 청년들만 골로 보내고 따끄나 주를 통째로 가져다 바친 초기에 당시 기준으로는 여성들의 전성기이자 결혼 적령기를 지나고 있던 마마에 아가씨가 있었으니 바로 표제의 “따끄나의 아가씨”이다. 이 아가씨를 낳다가 어머니가 그만 세상을 떴고, 몇 년 후 아버지까지 한 많은 세상살이를 접으면서, 그것도 염병을 한다고 자신의 남은 돈 전부를 깨끗하게 빚잔치 하는 데 몽땅 쏟아 넣어, 나중에 “마마에”라고 불릴 소녀 엘비라는 빨간 빈 손의 고아 처지로 떨어져버린다. 친척들이 차마 눈뜨고 볼 수가 없어 매우 부유하고 친척에게 활수하지만 청결 강박증이 있는 숙부 메넬라오와 숙모 아멜리아가 아이를 거두어 따끄나 주의 주도 따끄나 시의 저택에서 자신들의 딸 카르멘과 함께 키워 드디어 결혼을 시키는 시점에 왔다. 조카라고 해도 친딸 카르멘과 조금도 다를 바 없이 교육시키고, 잘 먹이고 입혀 상당히 아름답게 키운 것은 물론이고 결혼을 위하여 웨딩드레스를 비롯한 신부 옷과 혼수품은 전부 유럽에 주문해 직접 조달한 것이었는데, 신랑감이 바로 칠레 군 장교 호아킨이었다. 문제가 발생한다. 호아킨은 따끄나에 주둔하면서 엘비라와 약혼을 했고, 이 전에는 물론이고 약혼 중에도 세 아이를 둔 서른살의 유부녀 까를로따 여사와 뼈와 살이 타는 불륜관계를 지속하고 있었던 거였다. 호아킨은 매일 저녁 엘비라와 만나면서 깊은 페팅을 요구하지만 교육을 잘 받은 엘비라는 혼인 전에 절대 허락할 수 없다고 버텨 약혼자의 김을 빼놓기만 한다. 그러나 혼인 전전날. 혹은 그보다 조금 먼저, 난데없이 엘비라 앞에 등장한 까를로따 여사. 자신과 호아킨이 얼마나 속궁합이 잘 맞는지를, 결혼 후에도 호아킨이 엘비라와 관계하면서도 자신의 몸을 떠올리리라는 것을 상세하게, 그러나 질투심 넘치고 그만큼 표독하게 설명을 하고 돌아갔고, 결국 엘비라는 결혼 전날 밤, 유럽에서 배 타고 도착한 웨딩드레스에다 휘발유를 끼얹고 불을 확 질러버리고 만다. 자기 손도 함께 타는지도 모르고.

두번째 장면. 1950년 정도. 어느새 호칭이 엘비라에서 ‘마마에’로 바뀐 따끄나의 아가씨는 여전히 결혼하지 않은 처녀의 몸이며, 사촌동생 카르멘과 그녀의 남편 뻬드로와 함께 산다. 여기서 약간 숫자의 오류가 발생하는지, 아니면 내가 아는 태평양 전쟁과 칠레의 페루 침공 역사 사이에 또 뭐가 있었는지 모르겠는데, 어느새 마마에는 백살 가량을 먹어 대소변도 가리지 못하고 걸음과 눕기조차 스스로 할 수도 없는 지경까지 와서 조카 에밀리아의 손길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처지가 됐다. 뻬드로도 이젠 뻬드로 할아버지로 불리며 가운데 중中을 쓰는 중등도 치매에 시달리고 있다. 하여간 세 명의 노인이 다 살아 있으며, 뻬드로-카르멘 부부의 중년 자녀 아구스띤, 세사르, 에밀리아에 이르러 집안의 부는 어느새 홀랑 빠져나가고 노인들을 부양하기에도 버벅거리는 상태다.

아구스띤은 장가도 들지 못했고, 네 자녀를 부양하며 세 명의 노인을 돌보는데도 가세를 보태야 하는 세사르는 차라리 아구스띤이 부러울 정도인데, 정작 한심한 건 에밀리아. 에밀리아는 결혼을 하고, 임신을 하자마자 남편 새끼가 도박을 하다가 돈이 떨어지니 러시안 룰렛을 감행하는 바람에 총알 한 방에 머리통과 뇌수가 허공에 흩뿌려지는 참사를 겪게 된다. 이 유복자가 거처를 리마로 옮겼고, 무대에선 같은 무대의 한 쪽을 사용하는 시인 지망생이었다가 지금은 작가, 극작가를 겸하는 벨리사리오. 독후감 읽는 분들께 미안하다. 주인공이 이제야 나타났다. 당시 벨리사리오는 페루에서 주로 삼촌들의 도움으로 법과 대학을 다니며, 졸업을 하기만 하면 변호사가 되어 집안을 중흥시키겠다고 말로만 호언장담하면서 실제로는 허황스럽게 시인이 될 생각만 하고 있는 상태로 언제나 엄마와 친척들의 넘치는 기대에 큰 부담을 느끼고 있었다. 물론 진지하게 생각할 필요는 없다. 벨리사리오는 자신의 변호사 운운을 이유로 공부하면서 틈틈이 아르바이트라도 하라는 삼촌들의 말을 단칼에 못들은 척했으니. 자, 이제 슬슬 감이 잡히시지? 벨리사리오의 가족사, 예컨대 러시안 룰렛을 하다가 엉뚱하게 골로 가고 만 아빠를 둔 것 같은 건 요사 특유의 맹랑한 과장이더라도 법과대학을 다니며 집안을 중흥시킬 것이라는 친척들의 기대감을 받아온 것 등을 감안하면, 다분히 요사 스스로의 이야기다.

아니나 달라. 세번째 장면은 1980년의 리마. 벨리사리오의 작업실이다. 이제 제일 연장자 따끄나의 아가씨 마마에와 뻬드로 할아버지, 카르멘 할머니는 다 돌아갔고, 아구스띤과 세사르, 에밀리아가 그들의 자리를 대신 꿰차고 있을 듯한 시간. 이렇게 벌써 세대는 세 바퀴를 돈 상태에서 벨리사이로는 자신의 가계를 소설로 쓰며 지나간 인물들을 소환한다. 이렇게 1880년대, 1950년과 1980년, 그리고 또 필요하다면, 물론 실제로 1880년과 1950년 사이의 시점이 등장하기도 하지만, 시간과 공간은 무대를 둘로 나눈 두 세트에서 자유자재로 변주된다.

얼핏 읽으면 <따끄나의 아가씨>는 평생 처녀로 살다 죽은 마마에의 한 생애와 사랑 이야기라고 읽힐 수 있지만, 한 번 더 생각하면, 그것보다, 어떤 방식으로 허구, 즉 이야기가 탄생하는지를 설명하는 요사 식 서술이라고 할 수 있겠다. 나는 두번째 경우에 더 힘을 주고 싶기도 하다. 백 년에 가까운 시간을 작가 벨리사리오가 다 밝힐 수는 없는 일이고 그럴 필요도 없다. 그가 쓰는 것이 픽션이니까. 픽션은 현실이 가질 수밖에 없는 실제적 불만, 그것을 콕 집어서 뇌의 작용으로 새로운 화학변화를 일으키는 결과물이니까. 그것을 위해 실생활은 후세의 작가들을 위해 친절하게도 다양한 방식으로 망각과 혼돈의 구덩이를 군데군데 파 놓은 것이기도 하다. 지나간 “사실”이 진리인가? 아닐 걸? 사실을 꾸며 새롭게 보이게 하는 “이야기”, 그게 진리이며 진실일 수 있지 않을까? 아니라고? 아니면 말아라, 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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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삭매냐 2023-02-11 09:2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연초에 만난 이사벨 아옌데의
<세피아빛 초상>에도 라틴 아메리카
삼국지인 ˝태평양 전쟁˝에 대해 아주
자세하게 나오더군요.

요사스러운 샘의 절판된 책에서도
페루의 흑역사를 다루는가 봅니다.

관심 있는 책인데 새로 나왔으면
좋겠네요.

Falstaff 2023-02-11 11:08   좋아요 1 | URL
ㅎㅎㅎ 페루 흑역사가 자세하게 나오는 건 아니고요, 페루 군인들에 대한 나쁜 감정이 도처에 보이는 수준입니다.
가까운 시일 내에 이 책이 다시 나오는 걸 바라기는 쉽지 않을 듯합니다. 도서관 이용이 최선일 거 같군요. 아옌데, 참 좋습니다.

moonnight 2023-02-12 12: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목도 처음 들어보는군요(뱅글뱅글)@_@;;; 사놓고 안 읽은 사이 절판(품절)된 책도 있-_-;;; 반성하며.. 골드문트님 존경합니다@_@;;;

Falstaff 2023-02-12 13:49   좋아요 0 | URL
ㅎㅎㅎ 책 좀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겪는 일이지요. 재미있습니다.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

coolcat329 2023-02-13 09: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이런 책도 있군요.
제가 사는 고양시 전체 도서관 검색해 봤는데 단 한 권도 없네요. ㅎ
태평양 전쟁에 대해 짧막하게 알게 되었습니다. 볼리비아 바다없는데 해군은 보유하고 있다니 안됐습니다. ㅠ

Falstaff 2023-02-13 10:05   좋아요 1 | URL
고양시에 아주 어려서 산 적이 있다더라고요. 대학 시절에는 신촌역에서 교외선을 타고 백마역에 내려 화사랑에 자주 술 마시러 다녔습니다. 그때 아가씨는 지금 뭐하고 있는지 모르겠네요. ㅎㅎㅎㅎ 아니, 할머니라고 해야 하나요? ㅋㅋㅋㅋㅋ
이 책 재미가 괜찮아요. 그렇다고 필독 어쩌고 저쩌고 수준까지는 아닙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