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도주병 공장 야유회 ff 시리즈 5
베릴 베인브리지 지음, 채세진 옮김 / 꿈꾼문고 / 2019년 12월
평점 :
절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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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도주병 공장 야유회: 이하 “포도주병”>은 영국의 데임 작위 작가 베릴 베인브리지의 유일한 우리나라 번역서다. 독후감을 쓰기 위해 이이를 위키피디아에서 찾아봤더니 말 그대로 파란만장한 삶을 살았다. 문학적으로도 높은 평가를 받는 작가라고 한다. 2007년에 작가이자 저널리스트인 샬롯 히긴스는 베인브리지를 “국보”라 칭했고, 2008년에 더 타임스는 이이를 1945년 이후 가장 위대한 영국 작가 50인 가운데 한 명으로 올려놓았을 정도이다. 그런데 낯설다. 우리나라에 소개된 베인브리지가 수적으로 너무 적다. <포도주병>이 유일한데 그나마 이 책도 표지 그림 때문인지 작품이 묘사하고자 하는 독특한 그로테스크를 도무지 짐작하지 못한 채, 오히려 제목과 더불어 그저 가벼운 읽을 거리로 생각하게 만들어서 그런 줄도 모르겠다. 그런 생각이 들었다.

  작가 스스로가 스물두 살부터 5년간 결혼생활을 한 첫 남편과의 사이에서 출산한 두 아이와, 60년대 초에 소설과 시나리오를 썼던 앨런 샤프와 연애 중에 생긴 아이, 이렇게 세 자녀를 혼자 키워가며 별의 별 일, 단역배우부터 이 책의 무대인 포도주 병입 공장의 공원까지 온갖 일을 하다가 결국 작가로 성공했다. 유일한 법적 결혼이었던 오스틴 데이비스와는 끔찍한 결혼생활이었던 듯, 당시엔 가장 흔했던 자살 방법 가운데 하나였던, 가스 오븐에 머리를 집어넣기도 하고, 시어머니가 찾아와 며느리 베인브리지를 향해 권총을 발사하기도 했던 모양이다. 자신의 경험은 결국 작가의 중요한 재료가 되는 법이라서, 이때 경험, 포도주 병입 공장 근무와 시어머니에 의한 권총 발사가 모두 이 책 <포도주병>에 삽입되어 있다. 인생 그렇지 뭐. 다 좋을 수 없듯이 철저하게 다 나쁠 수도 없다.

  책을 읽기 전에 미리 얘기할 것은, 원작의 제목이 “The Bottle Factory Outing”인데, 여기서 “Bottle”을 그냥 “병”이라고 생각하면 곤란하다는 말씀. 대신 “병입甁入”을 쓰는 것이 더 적절하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콜라 회사의 우리나라 공장에서 하는 일은, 콜라 병을 구입하고, 콜라 원액을 수입하여, bottling, 병에다가 콜라를 넣어 판매하는 일이다. 이때 액체를 병에 넣는 작업을 “병입”이라 한다. 마찬가지로 이 작품의 무대가 되는 회사는 이탈리아, 스페인 등지에서 생산한 포도주를 구입해 와 런던에서 병에 넣어 판매하는 파가노티 주식회사이다. 따라서 공장은 사온 병에 적절한 레이블을 붙이는 것과 벌크 통에서 750ml, 1liter 등 적절한 병에 적, 백포도주와 샴페인을 넣는 두 공정으로 되어 있다.


​  아주 상반된 성격을 가진 여성 두 명이 단칸 아파트에 산다. 브렌다와 프리다. 전직 나이트클럽 계산원이고 한때는 연극배우 지망생이기도 했던 178cm, 102kg의 스물여섯 살 건장한 체격의 미인인 프리다 혼자 살고 있었는데, 남편이 밤마다 재향군인회에서 술에 취해 돌아오다 집 대문 계단에 오줌누는 것을 견딜 수 없고, 새벽에 닭이 품은 달걀을 꺼내 볼펜으로 껍데기에 작은 얼굴을 그리는 취미를 즐기던 미친 시어머니도 견딜 수 없어 무작정 뛰쳐나온 작고 내성적인 브렌다를 시내 정육점에서 처음 만나 불쌍히 여겨 데려와 함께 지내기 시작한 거였다. 왈가닥이지만 심성이 착하고 매사 적극적인 프리다는 포도주 병입 회사 사장의 조카이자 수습 매니저인 비토리오에게 반해 있던 상황. 어떻게 일을 좋은 방향으로 진전시킬 수 있을까, 생각하다가 비록 벌써 10월이라 겨울이 시작되어 날씨가 좋지는 않겠지만 과감하게 사장 파가노티 씨에게 직원들의 사기진작과 생산성 향상을 위하여 야유회를 가겠노라고 건의했다. 세상 모든 회사의 사장은 영업일에 하루를 빼먹는 것을 끔찍하게 싫어하리라는 것은 프리다도 벌써 알고 있어서, 야유회는 일요일에 갈 것이니 대신 지원을 조금 해주지 않겠느냐고 했고, 사장은 흔쾌히 백포도주 두 오크 통, 적포도주 두 통, 물론 작은 사이즈의 오크 통을 내주었으며, 이에 질세라 매니저 로시 역시 소형 버스를 빌리는 것을 허락했다. (로시가 버스 빌리는 걸 무슨 권리로 허락했는지는 책이 끝날 때까지도 이해가 가지 않았다. 휴일에 로시가 자기 돈 내서 빌려주는 것도 아닌데 웬 허락?)

  프리다가 생각하는, 물론 속으로만 생각하는 야유회는, 비토리오를 야외로 데려가면 유혹할 더 좋은 기회가 생길 것이며 특히 웅장한 대저택을 방문하고 (튜더 왕조) 엘리자베스 시대의 정원을 손에 손잡고 산책할 때는 틀림없이 그럴 것이라는 그림이었다. 반면에 룸메이트인 서른두 살의 브렌다가 생각하는, 역시 속으로 생각하는 야유회는, 10월이라 당연히 비가 올 것이라서 쓸쓸히 잔디 위를 걸을 음울한 행렬이며, 남자들은 포도주 무게 때문에 미끄러지고 발을 헛디뎌 주둥이가 댓발 나올 것이며, 프리다는 날씨 때문에 얼굴이 일그러진 채 진흙탕 바닥에서 차가운 치킨을 비틀어대는 광경일 뿐이었다. 그래, 그래. 야유회, 단합대회, 수련회, 전진대회 등등, 이런 거 하면 누구나 다 좋아할 줄 알지? 천만의 말씀, 만만의 땅콩이다. 원래 그런 거다. 거의 모든 사람 가운데 반은 프리다와, 반은 브렌다와 비슷한 성향이며, 극히 일부는 이래도 좋고, 저래도 좋다. 그럼에도 노동조합의 단체협약 요구사항에 야유회 성격의 체육대회, 단합대회, 수련회 이런 걸 돈 좀 들여 폼나게 해보자는 것이 빈번하게 등장한다. 노측이나 사측이나 협약에 나갈 정도의 고위급은 대개 적극적인 성격이거든. 프리다 비슷하거든. 그래서 다 자기들 마음이겠거니 싶어서 주저없이 요구하고 까짓것 그 정도는 받아주지, 해서 대개 통과된다. 웃기지? 아니라고? 하여간 나는 웃겼다. 수십년 동안 속으로 브렌다처럼 “세금 낼 테니까 차라리 비용을 현금으로 주지” 궁시렁거리면서.

  회사의 사장 파가노티 씨는 이탈리아 출신으로 빨간 적수공권에서 입신양명한 사람으로, 포도주 병입 회사를 차려 성공을 했는데, 아무래도 영국인들은 도무지 믿지를 못하겠는 거다. 그래서 볼로냐 시골 지역에서 밀, 옥수수, 포도를 재배하던 사람들을 데려와 친밀하지만 고립된 공동체를 형성하게 되었다. 이탈리아 사람들의 입장에서 보면 런던으로 이주해 와서 어쨌거나 집을 짓고 예전에 비하면 온갖 복지를 향유하고 있어서 만족하게 살고 있었다. 물론 자식들한테는 공부 열심히 해서 의사나 회계사가 되기를 권유했지만, 싹수가 보이지 않을 경우엔 대를 이어 파가노티 씨 공장에서 열심히 병에 포도주 채우는 일을 시키겠노라 결심하는 수준까지 되었다. 이런 회사에 주인공인 영국인 브렌다와 프리다가 처음으로 들어왔고, 특히 프리다가 보기엔 직원들 급여가 너무 적어서, 그들에게 그들이 얼마나 심하게 착취당하고 있는지, 이의 해결을 위해 조합결성의 필요성에 대해 이야기하려 애썼지만 말짱 허사였다. 그러니까 이탈리아 출신 직원 전체, 두 주인공과 아일랜드에서 온 운전수 패트릭을 빼고 나머지 전부가 회사를 위하는 충성심에 대해서는 짐작이 하시리라 믿는다.

  작품을 발표한 시기가 1974년. 당시에는 영국, 런던에서도 성희롱에 머뭇거림이 없었던 모양이다. 이 회사에서도 매니저 로시가 같은 이탈리아 여성 말고 영국 여성인 브렌다를 끊임없이 더듬었다. 로시는 나이 많은 아내와 아이 없는 결혼생활을 하고 있다가 브렌다가 입사한지 3일 만에 치근덕거리기 시작했다. 작품은 프리다/브렌다가 사는 아파트를 마주보고 있는 노인 전용 아파트에서 한 할머니의 초상이 일어난 날 시작하는데, 이날 로시가 얼마나 브렌다를 더듬는지 이를 피하고자 하는 마음에 그냥 순식간에 “엄마가 죽었어요.”라고 해버렸다. 그리하여 죽은 엄마는, 이미 열두 살 때 숨을 거둔 프리다의 엄마가 다시 환생했다가 오늘 아침에 죽은 것으로 되고, 장례를 위하여 이미 출근해 괄괄한 성격에 맞게 괄괄하게 웃으며 하루를 시작했던 프리다는 얼른 조퇴하고 집에 돌아가 슬픔에 잠겨야 했으며, 함께 사는 브렌다 역시 룸메이트를 위로하기 위해 함께 조퇴를 해야 했다. 이후에 “엄마의 죽음”은 작품 곳곳에 웃음가루를 살포하게 된다.

  이렇게 이야기하면 이게 재미있는 유머를 담은 이야기라고 생각하기 쉽다. 맞다. 그리고 처음에 이야기한 것처럼 이 작품이 “국보”라고 불리울 베인브리지의 대표작이 되기 위해서라면 유머러스하면서도 뭔가 있어야 할 터이다. 이런 유머를 일단락하면 드디어 파가노티 병입회사의 야유회를 시작한다. 야유회가 중반 정도 진행한 다음엔 이제 유머는 유머러스한 그로테스크로 진입하고, 이를 위해서 한 명의 엽기적인 죽음이 필요한데 그게 누구일까? 문제는 그걸로 끝나지 않는다. 이 작품이 “영국의 가장 위대한 소설 100” 뭐 이런 리스트에 빠짐없이 올라간다고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 베인브리지의 <포도주병>에는 특정 집단, 즉 런던 노동자 계급의 공통적인 심리상태, 그것이 벌이는 엽기적이고 희극적인 사태가 기다리고 있다. 책 좀 읽는다고 생각했었는데 나도 깜짝 놀랐다. 세상에 이런 (그러나 가능한) 일이, 그것도 그럴 듯한 일을, 누가 있어서 이런 생각을 할 수 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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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3-08-31 08:3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다른 작품이 국내에 더 소개되지 않는 게 아쉽습니다.

Falstaff 2023-08-31 12:14   좋아요 2 | URL
넵! 저도 이이의 글빨에 깜짝 놀랐습니다.
얼른 얼른 소개해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이 작품의 새 번역도 포함해서요. ㅜㅜ

얄라알라 2023-08-31 12: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국보˝라고 칭송받는데, 상대적으로 국내에서는 박한 대우를 받고 있다...
골드문트님 지적하신 대로, 표지만 보면 가볍고 나폴나폴 거려요. 그로테스크한 줄 모르겠어요.
가스 오븐에 머리를 넣었던, 파란만장한 삶을 산 작가가 쓴 줄 모르겠네요.

the Bottle Factory Outing

흥미롭습니다. 책 내용을 꿰고 계신 분만이 ‘병‘이 아니라, ‘병입‘이라고 명확하게 번역하실 것 같아요

Falstaff 2023-08-31 20:41   좋아요 1 | URL
우리말도 잘 쓰는 역자이긴 합니다만, 세부적인 단어 선정에 조금 불만이 생기더군요. 본문에서 중간 매니저 로시가 차량 임대를 ‘허락‘ 했다는 것도 단어 선택에 약간 덜 신중했던 거 아닌가 싶었고요. 뭐 그런 수준이었습니다.
이 책 재미있어요. 잠자냥 님 얘기처럼 다른 작품도 얼른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얄라알라 2023-08-31 12: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참. 생각이 났는데, ‘윌리엄 골딩‘도 노벨문학상 수상작가이면서도
한국엔 [파리대왕]만 많이 알려졌는지 다른 책 찾기 쉽지 않더라고요.
그 때도 의아하다 생각했어요

Falstaff 2023-08-31 20:43   좋아요 1 | URL
골딩의 <파리대왕>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 저는 <상속자> 하나만 더 읽었습니다. 역시 제 취향은 아니더라고요. <핀처 마틴>과 <피라미드>도 나와 있으니 그래도 좀 있는 편 아니겠습니까.
 
이혼 대산세계문학총서 171
라오서 지음, 김의진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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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주족 영재 출신 작가. 자기 실력 하나로 어려운 시절에 나름대로 성공한 입지전적 인물. 그러나 중국 현대사의 숱한 지식인이 그러했듯이 문화혁명 와중에 당한 린치와 모욕을 견디지 못하고 험한 한 세상을 등진 라오서가 어쩌면 자신의 특기인 블랙 유머를 유감없이 펼친 작품이 <이혼>이다.

  1933년 작품. 서른네 살의 라오서는 이제 결혼 3년차였다. 영국에서 다년간 살다 온 그가 보기에 당대, 1920년대 말부터 30년대 초까지 중국은 여전히 봉건적 잔재로 뒤덮여 있었는데, 작품의 무대인 베이펑, 만주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본군의 침략과 전국을 들썩이게 만든 국민당, 공산당의 투쟁과 별로 관계없이 그나마 이럭저럭 어쨌든 겉으로 보기엔 별 탈 없이, 그러나 나중에 보면 폭풍전야의 평온함을 누리고 있었을 것이다. 베이펑에서 그나마 좀 깬 사람들은 일부 공산주의를 지지하기 시작했으나 그걸 제대로 알고 믿는 것이 아니라 그저 유행처럼, 남들보다 뒤떨어지지 않으면서도 두각을 나타내기 위한 “공산주의 참칭자”들이 대부분이었다. 작품 속에서도 진정으로 혁명을 믿고 공산주의를 신봉하는 인물은 하나도 발견할 수 없다. 반면에 당시 베이펑을 지배하던 세력, 그게 누구인지 장제스가 이끄는 국민당인지 그저 막강한 군벌 호족인지 알 수 없지만, 지배권력은 공산주의를 불가촉의 악으로 규정하여 무분별하게 체포, 처형했던 모양이다. 이런 시대상은 그의 대표적인 희곡인 <찻집>의 2막 장면과 매우 유사하다. <찻집> 역시 읽어볼 만하고 권할 만한 작품이니 참고하실 사.


​  제일 먼저 라오서가 볼펜에 힘을 주었던 인물은 중요한 조연인 ‘장다거’. 이게 이이의 본명은 아니다. 성이 장張 씨인 50대 남자로 관청 재정소의 2급 사무원이다. 중국에서 ‘다거’는 우리 발음으로 대충 다꺼, 따꺼 등으로 들리며, ‘대가大哥’ 큰형이나 형님을 뜻하는, 남자를 향한 존칭이다(우리나라 TV에서 나이 든 딴따라 조용남을 향해 누군가가 ‘조다거’라고 말해 설화를 빚은 적도 있다).

  하지만 재정소 사무원은 얼핏 보면 그냥 부업 같다. 그깟 봉급으로 어떻게 무절제한 낭비를 미덕으로 믿고 있는 맏아들과 딸을 대학과 기숙 고둥학교에 보낼 수 있을까. 주 수입원은 직접 살고 있는 집 말고 가지고 있는 두 채의 집에서 나오는 임대료와, 업무상 물품 구입처에서 받는 리베이트의 일부인 것처럼 보인다. 그렇다고 이이가 무턱대고 활수한 것은 아니다. 원래 부자들의 씀씀이가 그렇다. 필요한 것엔 과감하게 쓰되 허튼 것에는 한 푼을 무서워하는 법이다. 장다거의 본업은 공무원이라기보다 차라리 중매쟁이라고 해야 마땅하다. 그가 일생을 바쳐 이루고 싶은 신성한 사명은 중매, 그리고 이혼의 퇴치다. 그가 중매를 할 경우에 긴 대저울의 끝에 신랑과 신부가 될 인물 둘을 앉힌 다음 저울 추가 평행과 매우 유사한 균형을 잡을 때에 한해 신주단지를 보내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으니, 세상의 모든 이혼의 원인이 중매쟁이의 저울이 부정확한 데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왼쪽 눈에 심각한 안검하수 기가 있어 눈꺼풀이 눈을 덮을 정도라도 이 덮은 눈이 사물과 사건을 보는 혜안이라서 세상과 사람들과 심지어 시장판 물가까지 훤히 내다보는 터, 베이펑의 내로라하는 인물들은 하나 빠짐없이 장다거에게 중매를 부탁하는 판이었다. 이런 판세라면 당연히 장다거의 가장 중요한 생활은 사람들을 두루두루 잘 사귀어 두는 것일 터이고, 그러기 위하여 얼마나 큰 마당발을 가져야 하겠는가.


​  딱 이때, 두루두루 좋은 인간관계를 맺어야 할 때, 그의 눈에 들어온 사람이 있었으니, 작품의 주인공이자 자신과 함께 관청 재정소에서 함께 2급 사무원으로 일하는 라오리. ‘라오리’ 역시 본명이 아니다. 나이 든 리씨, 그러니까 우리나라식 표현으로 하자면 “리형” 정도나 그것보다 약간의 존칭으로 보면 좋다.

  이 양반은 장다거와 거의 반대 성격을 가지고 있는 지식인이다. 크가 크고 호리호리한 체구의 라오리는 “일처리가 꼼꼼해서 온갖 고생을 도맡아야 하는 바람에, 외부출장이나 돈을 나누어 갖는 일, 승진 등은 모두 다른 사람 차지가 되는” 것에 조금도 유감을 가지지 않는 이른바 바른생활 사나이다. 많이 문학적인 인물로 오직 시정詩情, “시적인 정취” 만이 자신의 바람이라고 주장한다. 시정이 정말 문학의 시적인 정취냐고?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시정’을 여러가지로 생각할 수 있는데, 라오리 스스로 “봉건제도는 낭만의 역사적 흔적이고 계급투쟁이 ‘시정’의 길”이라고 생각하는 적도 있다. 꿈만 꿀 것인가, 절실하게 살 것인가? 꿈을 꾸는 것은 시정이고, 절실하게 사는 것은 생활. 이 진퇴양난의 벼랑에서 우리의 주인공 라오리의 고뇌는 깊어 간다.

  좀 부유한 집안에서 낳고 자란 라오리. 그러나 부잣집이라도 시골 부잣집이니 베이펑 수준으로 그냥 그런 부자였겠지만 하여간 베이펑, 당시 이름으로 베이징으로 유학을 와 대학을 졸업을 하고 그길로 관청에 취직을 해 수도에 눌러앉은 라오리. 그는 대학 다닐 당시 부모가 일찌감치 점 찍어 둔 아가씨와 하기 싫은 결혼을 해야 했다. 파혼을 할까 생각도 해봤지만 그것까지 부모의 뜻을 따르지 않는 것이 너무하다 생각해 두 살 많고 봉건잔재의 대표로 상징하는 전족을 한 아가씨와 할 수 없이 결혼을 했고, 마음은 그렇지 않더라도 결혼만 하면 생기는 것이 아이들이라, 위로 아들, 아래로 딸, 이렇게 자식 둘을 두었으며, 처자식은 시골에서 부모와 함께 살고 있다. 딱 그림이 그려지시지? 20세기 초반의 식민지 조선의 모던 보이들. 고향집에 두고 온 사철 발 벗은 아내를 향한 짜증과 후회와 기타등등.

  라오리는 자신의 처지에 대한 비관이 차츰 결혼제도의 근본적인 부조리로 바뀌고, 이것을 그대로 두었다가는 라오리 말대로 언젠가는 이혼을 할 수도 있을 것 같아, 눈부신 조연, 장다거가 자기 집에서 적지 않은 돈을 들여 양고기 샤브샤브를 요리해주며 시골의 처자식을 베이펑으로 데려오라고 설득한다. 라오리 입장에선 조금도 그러고 싶은 마음이 없지만 이미 양고기 샤브샤브를 배불리 먹은 다음이라 차마 그가 하는 말을 안 된다고 거부할 수 없어 고민하고 있는데, 베이펑 최고 마당발을 자랑하는 장다거는 자기가 적당한 셋집도 물색해줄 것이며, 살림살이 역시 지원을 해주겠노라 했고, 나중에 정말로 그렇게 했다. 대단한 장다거다. 그리하여 전족을 한 촌 여인 리부인이 아들 잉과 딸 링을 데리고 베이펑의 좐타 후퉁(골목)에 있는 디귿 자 삼합방의 다섯 간짜리 북채에 살게 되며, 이로써 라오리는 자기 혼자도 버거운 엉망진창의 베이펑, 봉건과 혁명과 부패의 와중에 아내 그리고/또는 결혼제도와도 한 판 맞짱을 떠야 하는 숙명을 맞이한다.


​  여기에 빠질 수 없는 것. 관청 재정소를 구성하고 있는 공무원들. 심지어 글자도 많이 알지 못하는 전직 군인도 있고, 표준어 사용에 매우 심각한 문제가 있는 직원도 있으며, 대단한 사기꾼, 이것을 넘어 천하의 악당, 인신매매 같은 것도 서슴지 않는 진정한 악당 샤오자오, 작은 조趙씨도 있다. 당연히 작은 조씨, 샤오자오가 문제다. 이이는 소장의 아내와 ‘매관매직’을 매개로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어, 이 거래를 통해 약 2백명과 연결이 되어 있는, 직급은 겨우 2급 사무원이지만 관청 내에서 막강한 권력을 자랑하고 있는 악당이다. 처음엔 악당이라기보다 좀 지나친 장난꾼으로 등장하다가 조금씩 역할이 넓어지면서 나중에 가서는 수십만 위안 정도를 보유한 검은 재산의 소유자요, 흉악범죄를 눈꺼풀 하나 깜짝 하지 않고 저질러버리는 범죄자로 등장한다. 20세기 초반의 중국문학이니까 권선징악일 터이고 그러니 불행한 종말을 맞지 않겠느냐고? 왜 이러셔, 명색이 근현대 중국문학의 큰 별로 추앙받는 라오서인 것을.

  샤오자오가 본격적으로 뜨는 계기는 어처구니없게 장다거의 아들 톈전이 공산주의자로 지목되어 포승줄에 묶인 채 쥐도 새도 모르는 곳으로 끌려간 이후다. 어찌 어처구니가 없느냐 하면, 장다거가 생각하기로, 공산共産, 물자의 공동생산, 공동소유를 이루면 이후에는 당연히 공처共妻, 마누라를 공유하자는 주장을 할 것인 바, 공처를 하면 중매쟁이가 필요 없게 되니 자신의 존재 이유가 사라지게 되어 버린다. 그래서 장다거가 평소에 늘 주장하는 바가 바로, “공산당은 당연히 총살감”이었기 때문이다. 샤오자오는 장다거의 이런 불행에 편승해 선한 부르주아 장다거가 가진 모든 것을 빼앗으려 한다. 물론 그게 쉽게 되지는 않지. 장다거의 옆엔 정의파이지만 냉소파이기도 한 라오리가 있으니.


​  내용 소개는 이 정도면 적당한 거 같다. 분명히 말씀드리건데, 위의 스토리에 거짓말이 하나 있다. 그러니 믿으면 안 된다. 그러니 유머와 풍자를 잔뜩 섞어 재미있게 중국 현대사의 한 페이지를 그린 라오서의 대표작이 어떤지 아시려면 정말로 책을 읽어보셔야 할 것이다. 지금의 시각으로 읽어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유머라서 가끔 키득거릴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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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원 2023-08-29 07: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골드문트따거!
재미난 글
생기넘치는 글
잘 읽었습니다.

Falstaff 2023-08-29 12:56   좋아요 0 | URL
ㅎㅎㅎ 재미있게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건수하 2023-08-29 08:3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공산 이후에는 공처.... 처를 재산으로 생각해서 그런 걸까요 -.-
그러고보면 그런 (실험적인) 공동체가 많은 것 같긴 하네요.


세상의 모든 이혼의 원인이 중매쟁이의 저울이 부정확한 데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ㅎㅎ
재밌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인과관계를 따지자면 세상의 모든 이혼의 원인은 결혼 아닌지.. (의미없는 결론)

Falstaff 2023-08-29 13:00   좋아요 1 | URL
오래 전 작품입니다. 토마스 하디 작품 속에서는 처자식을 파는 일도 버젓하게 벌어지는 걸요. <캐스터브리지의 시장>에서요.

재미있습니다. 별 넷이냐, 다섯이냐 잠깐, 조금 고민하다가 넷으로 했습니다. ㅎㅎ

은하수 2023-08-29 08: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골드문트 님 글도 벌써 재밌어요 ㅋㅋ 읽어보고 싶은 생각이 마구 듭니다. 유머와 풍자까지 겸비한 작품이라니 더요^^

Falstaff 2023-08-29 13:01   좋아요 1 | URL
ㅎㅎㅎ 근데 라오서 말년이 참. 하여튼 중국의 많은 것들이 그놈의 문화혁명 때문에 거덜이 났다니까요. 은하수 님도 즐기셨으면 좋겠습니다. ^^

coolcat329 2023-08-29 11: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블랙 유머가 빛나는 재미있는 작품이라니 저도 라오서 기억하겠습니다.

Falstaff 2023-08-29 13:02   좋아요 1 | URL
옙. 기회를 만나면 놓치지 마셔요!
 
평온한 삶 클래식 라이브러리 2
마르그리트 뒤라스 지음, 윤진 옮김 / arte(아르테)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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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42년에 쓰고 44년에 출판한 작품이다. 서른여덟 살의 뒤라스. 나치가 점령한 파리에서 갓 낳은 첫아이를 잃고, 작은 오빠 폴도 사이공에서 병들어 죽고, 새 연인이 생겼던 해. 이후 16년이 더 흐르면 뒤라스는 그의 작가 인생에 분수령이 될 <모데라토 칸타빌레>를 쓴다. 뒤라스의 많은 작품을 독자들은 <모데라토 칸타빌레> 이전과 이후로 나누고 싶어한다. 나도 예외가 아니다. 한때 김치수, 김화영, 최현무 등을 우리나라 불문학계의 신세대, 프로방스 대학 출신들이라 프로방스 학파라고 부르기도 했었다. 이 가운데 한 명인 최현무, 필명 최윤의 번역으로 나온 <부영사>가 내가 처음 읽은 뒤라스인데, 난생 처음 읽은 누보 로망 작품으로, 당시가 아마 20대 초중반, 기껏해야 스물서너 살 정도였던 미성숙 청년이 겁 없이 읽었다가, 정말 뇌가 뒤집히는 줄 알았었다. 이후에 이용숙 선생의 번역본도 나왔지만 이하동문이었다. 단칼에 말하자면, <모데라토 칸타빌레>부터 시작해 이후 작품들은 재미없지만 하여튼 뭔가를 읽은 느낌이 난다. 그리고 속으로, “이런 문장으로 단편소설 쓰면 폼 나겠는데.” 라는 생각도 들게 한다. 그러나 극도로 건조한 문장의 나열은 작품에 몰두는 할지언정 마음에 들지 못하게 해서, 뒤라스의 책을 읽은 뒤엔 께름칙한 감상을 적게 만들고는 했다. 누보 로망 작품답게 서사가 부족하거나 심지어 어떤 경우엔 아예 없어서 그랬을지 모르고 다른 이유가 있을지도 모른다. 아쉽게도 뒤라스의 후기 작을 읽은 것이 하도 오래 전이라 지금은 “하여튼 뭔가” 또는 “다른 이유” 같이 슬그머니/비겁하게 넘어갈 수밖에 없는 것을 양해해주시기 바란다.

  그러다가 2년 전에 덜컥 읽은 것이 <태평양을 가로막는 제방>. 1950년에 출판한 작품으로 공쿠르상 후보에 올랐으나 장렬하게 미역국을 마시고 만다. 이후 34년이 지난 1984년 이 작품의 자매작이라고 할 수 있는 <애인>으로 공쿠르 상을 받는데, <애인>(또는 “연인”)은 뒤라스의 후기 작품으로는 의외랄 정도로 쉽게 읽힌다. 길게 이야기하는 것은, 여태까지 읽은 뒤라스 가운데 내가 제일 재미있게 읽은 책을 꼽으라면 바로 <태평양을 가로막는 제방>을 들겠다는 말을 하기 위해서다. 실제로 뒤라스의 작품으로는 유일하게 별 다섯, 만점을 준 책이 <태평양…>이다. 하지만, 나더러 뒤라스의 대표작을 꼽으라면 여전히 골치 아프지 않고는 읽기 힘든 <부영사>를 꼽게 만드는 작가가 마르그리트 뒤라스라는 말을 하고 싶어서 긴 이야기를 했다. 이렇게 이이의 전기와 후기 작품이 (내가 경험하기로)극명하게 다르다는 것을.

 

  <평온한 삶>은 전기작품이다. 주제는 권태? 사랑? 하여간 그렇다. 아예 작품 속에서 노골적인 단어 “권태”를 약 아흔여덟 번 정도를 사용하고 있으니 주요 주제 가운데 권태를 빼놓을 수는 없을 듯하다. 사랑도 마찬가지. <태평양…>에서 오빠 조제프에 대한 쉬잔의 감정 정도를 <평온한 삶>의 화자 ‘나’ 프랑신 베르나트가 동생 니콜라를 향하고 있다. 책을 열면 아직 해가 뜰 기미가 없는 신새벽. 철로 옆 작은 공터에서 니콜라가 외삼촌 제롬과 심하게 주먹다짐을 한 다음이다. 늙은 제롬은 베르나트 씨의 뷔그 농장에 얹혀 살면서 꾸준하게 운동을 해 젊은 외모를 유지하려 애쓰지만 농장의 모든 남자들과 달리 일을 하지 않는 뺀질이다. 마치 베짱이 같다 할까?

  베르나트 씨는 19년 전까지 만 해도 벨기에의 작은 R시에서 10여 년 동안 시장을 지낸 시골 명사였다. 아내 아나와 나름대로 행복한 결혼생활을 했으며, 쉰 살이 거의 다가왔을 때, 아나가 마흔이 넘은 나이로 주인공 프랑신을 낳음으로 해서 부부의 행복이 거의 완성되었다고 할 즈음, 부부 앞에 외삼촌 제롬이 등장했다. 제롬은 아빠 루이 베르나트 씨를 주식 투자에 끌어들였고, 이것 때문에 빚을 갚아야 하는 신세가 된 베르나트는 시의 자선기금에 손을 대고 만다. 베르나트 씨가 주식투자에 대한 믿음이 있어서가 아니라, 제롬이 그렇게 해달라고 요구를 했기 때문이었다. 요구도 요구 나름이지, 미친 사람처럼 날뛰면서 얼마나 난리를 치는지 대가 세지 못한 매부는 견디다 못해 절대로 해서는 안 된다는 걸 알면서도 그렇게 해버렸다. 다른 것도 아니고 무엇보다 회계가 엄격해야 하는 자선기금을. 비위 사실은 곧바로 들통이 나버렸으며, 순식간에 작은 R시의 거의 모든 시민들도 알게 되어 베르나트 씨는 시민들의 싸늘하고 경멸에 찬 시선을 받으면서 프랑스로 이주를 해야 했다. 심지어 아내 아나와 프랑신은 혹시 있을 지도 모르는 시민들의 해코지를 피하기 위해 밤기차를 타야 했다.

  모든 재산을 탕진해버린 베르나트 씨는 프랑스의 시골에서 크지 않은 농장을 사서 직접 농사를 짓고 소 몇 마리를 길렀다. 프랑신과 5년 터울로 아들 니콜라를 두었지만, 자식 둘 다 학교를 보낼 정도의 여유는 없었다. 명색이 전직 시장이라 할지라도. 결코 평온하지 않은 <평온한 삶>의 주인공 프랑신은 스물다섯 살. 니콜라가 그러면 스물. 니콜라는 키가 크고 생기기도 곧잘 생겨 근방에서 인기를 독차지했을 정도라고 했는데, 이게 유별나게 동생을 좋아하는 프랑신의 생각인지 아니면 정말 사람들이 그렇게 평가하는지는 나오지 않는다. 프랑신이 한 번도 아름답다는 이야기를 들어보지 못했다는 고백으로 미루어 누나 혼자 생각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나름대로 조금은 분방하게 지낸 니콜라는 못생기고 멍청한 하녀 클레망스를 임신시켰고, 당시 프랑스 시골 분위기로는 그렇다고 해서 꼭 결혼을 해야 할 필요까지는 없었음에도, 굳이 제롬 외삼촌이 클레망스가 언니한테 돌아가 지내는 도시 페리괴에까지 직접 가서 데려와 결혼을 하게 만들었다. 그후 아들 노엘을 낳는다. 뭐 그럴 수도 있지, 사람 사는 일이.

 그렇다. 그럴 수 있다. 몇 달 전, 먼 도시에서 니콜라를 아는 청년 티엔이 뷔그 농장으로 찾아왔다. 얼마간 시골에서 하숙을 하며 쉬고 싶다고. 다음은 프랑신의 눈에 보이는 티엔의 모습.

  “어쩌자고 저렇게 아름다워서 지금처럼 화가 난 상태에서도 내가 쳐다보지 않을 수 없게 하는가. 어쩌자고 저렇게 매력적이이서 나를 당혹스럽게 하는가. 어쩌자고 저리도 침묵으로 가득 차서 그 앞에서 하는 모든 말이 거짓말이 될 수밖에 없게 만드는가.”

  프랑신은 3층 다락방에서 하숙을 하는 티엔이 2층 자신의 방으로 들어서는 상상을 하며 밤을 하얗게 밝힌다. 그러나 옆방에서 들려오는 속삭임. 소리가 새나가지 않게 극도로 속삭이는 공기의 파장들. 아무리 조심해도 웅얼거리거나, 가구가 움직이거나, 숨죽인 발자국 소리를 프랑신은 들을 수 있었고, 티엔이 혹시라도 올지 모른다는 조바심은 작은 소리들 때문에 거품처럼 사라질 수도 있을 것이란 생각도 들었으며, 몇 달 째 계속되는 행위의 소리들이 외삼촌 제롬과 올케 클레망스가 내는 것임을 벌써 알고 있던 ‘나’는, 집안 사람들도 이젠 좀 없어져버렸으면 하고 바라는 제롬을 어떻게 정말로 없애 버릴 수 있을까, 궁리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생각해낸다. 니콜라에게 모든 사실을 이야기해주는 것.

  스무 살 니콜라는 권리가 생긴다. 외삼촌이 아니라 자신의 아내와 정을 통한 연적을 벌하고, 그 벌로 살해할 수 있는 권리. 물론 그렇게까지 할 생각은 없다. 하지만 그대로 내버려둘 수도 없다. 한밤, 그는 제롬에게 따라오라고 해서 철길 근처의 공터로 간다. 그들의 뒤를 프랑신이 쫓아가고, 둘은 격투를 벌인다. 아무리 운동을 했다 해도 젊디젊은 니콜라의 상대가 될까. “제롬은 허리가 거의 꺾이다시피 몸을 굽힌 채로 다시 뷔그 쪽으로 걸어갔다.” 이게 작품의 첫 문장이다. 극한의 고통에 신음하면서 제롬은 그래도 자신에게 오직 하나뿐인 피난처인 뷔그 농장으로 힘들게 걸어가면서 결코 평온하지 않은 <평온한 삶>은 시작한다.

 

  위의 스토리도 스토리지만 뒤라스의 섬세한 감각이 절묘한 작품이다. 어떻게 하면 이렇게 묘사를 할 수 있을지 놀라지 않을 수 없는 문장이 넘쳐 흐른다. 게다가 번역한 사람이 윤진이다. 가끔 ‘윤진’이란 역자의 이름을 검색해서 책을 사기도 하는 사람. 작가의 원래 문장이 그렇겠지만 그걸 외국의 언어로 다시 만들어내는 솜씨 또한 짐작할 수 있을 정도의 것들. 그것을 읽는 독자의 즐거움도 크다.

  읽다가 뒤라스의 생년을 확인한 적도 몇 번 있다. 도대체 이 사람이 몇 살 때 쓴 것인데 세상과 인생을 이리도 잘 아는 거야?

  내가 읽은 뒤라스의 작품들은 서로 조금씩 연계가 되어 있는 것 같다. 프랑신-니콜라는 이야기했고, 2부를 읽으면서 <모데라토 칸타빌레>의 장면이 떠오르는 것을 막을 수 없었다. 재미있게 잘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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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lstaff 2023-08-25 05:26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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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지만지(지식을만드는지식) 소설선집
세르게이 도블라토프 지음, 김현정 옮김 / 지식을만드는지식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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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르게이 도블라토프, 출판사 ‘지식을만드는지식’을 통해서만 세 번째 읽는 작가인데, 연작 장편 또는 단편집 <우리들의> 안에 저번에 읽었던 <여행 가방>과 <수용소-교도관의 수기>의 내용이 상당 부분 포함되어 있어서 흥미로웠다. 이게 어떻게 가능한가 하면, 도블라토프는 자기가 직접 경험한 것과 자기 주변의 것들을 약간 변주해서 독특한 짧은 글을 만드는데 탁월하기 때문인 것처럼 보인다.

  아직 도블라토프가 쓴 장편은 읽어보지 못했다. 역자 해설 속에, 도블라토프가 ‘소비에트 체호프’라고 불릴 정도의 단편 작가이며, 평이하면서도 세련된 문체는 푸시킨의 언어 전통을 이어받았단다. 러시아 언어를 사용한 작가로 체호프와 푸시킨의 적자라는 평을 받았으면 나름대로 최고의 상찬을 받았다고 인정할 수 있다. 나는 소비에트 체호프는 모르겠고, “평이하면서도 세련된” 문장을 사용하고 있다는 것에는 동의한다. 이게 말로 하기는 쉬워도 아무나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아무 작가에나 적용할 수 있는 말도 아니다. 왜냐하면 수평선을 긋고 한쪽 끄트머리에 “평이하다”를 써 놓으면 다른 쪽 끄트머리에 어울릴 수 있는 단어가 또한 “세련되다”일 수 있기 때문이다. 평이하면서도 세련된 문장이 가능한 겨? 가능하다. 증거가 바로 세르게이 도블라토프다.

  “평이하면서도 세련된” 문장을 즐기려면 <우리들의>를 읽어라? 아니, 내가 읽은 도블라토프 세 권이 다 그렇다. 그러니까 제일 앞서 <여행 가방>을 읽었고, 인상이 깊어 <수용소-교도관의 수기>도 사서 읽었으며, 이제 또 <우리들의>까지 달달 긁은 거다. 우리나라에 번역 소개된 책 가운데 이제 <외국 여자> 한 권 남았는데 그것도 얼른 읽어야겠다.


​  <우리들의>는 세르게이 도블라토프의 가족 이야기다. 제일 먼저 할아버지가 나오고 두 번째로 외할아버지, 세번째는 외삼촌 등등. 물론 진짜 이야기를 밑바탕으로 세부적으로 약간씩 변형을 해서 픽션으로 만들었는데, 픽션이 됐든 논픽션이 됐든, 작가가 직접 경험했고, 적어도 어릴 적부터 주변 사람들에게 귀에 딱지가 앉게 들어 충분히 체화된 것이라, 특유의 “평이하고 세련된” 문장으로 툭, 툭 이야기를 던지는 방식이 더없이 매력적이다. 모두 열세 편의 짧은 이야기로 구성한 얇은 책자로 하루, 특히 요즘 같이 더위가 극성을 떠는 시절에 읽기로는 아주 맞춤이다.

  열세 편의 이야기를 다 할 수는 없고, 할아버지 이야기를 조금 해볼까?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에 도블라토프의 내력을 조금 알아두는 것이 좋다.

  이 책에서도 실명으로 등장하는 아버지 도나트 메치크는 유대계 연극 연출가로 아르메니아 태생의 그루지야 연극배우, 역시 실명 등장하는, 노라 도블라토바 사이에서 태어난다. 부부는 몇 년 살지 못하고 이혼을 해서, 엄마가 세 살 난 세르게이와 평생을 함께 하는 바람에 아버지 성이 아닌 엄마 성을 따라 ‘도블라토프’라는 성을 갖는다. 레닌대학에 다니다가 퇴학을 당하는 김에 입대를 했는데 수용소 간수 생활을 했고, 당시의 경험을 살려 쓴 작품이 <수용소-교도관의 수기>다. 제대한 후엔 잡지사 일을 하면서 작품활동을 한다. 이이의 책을 읽어보시면 알겠지만 이런 글을 소비에트 체제가 허용할 일이 없어서, 몇 작품을 서유럽으로 빼돌리고, 거기서 출간이 된다. 이후 곧바로 실직을 하고, 그래도 그나마 좋은 세월을 만나, 스탈린 시절이었으면 쥐도 새도 모르게 재판도 안 받고 죽었을 테지만, 며칠 감방 생활을 시키더니 이민을 가는 것을 전제로 풀려난다. 그리하여 먼저 엄마가 가 있는 오스트리아 빈을 거쳐 두번째 아내와 딸이 살고 있는 미국으로 건너간다. 이때의 경험, 규정상 짐은 여행가방 세 개를 넘지 않아야 한다고 해, 촌스러운 여행 가방을 챙기는 것이 또 <여행 가방>이다.

  위에 쓴 도블라도프의 간략한 반평생까지 작가의 인생에 영향을 끼친 열세 명의 등장인물을 열세 편의 이야기로 모자이크 또는 스테인드글래스 유리창처럼 조합한 책이다. 그러면 할아버지 이사크 메치크.


​  이사크 메치크는 러시아에서는 법적으로 토지를 소유할 수 없는 유대인으로서는 아주 예외적으로 저 수호보에서 농사꾼으로 살던 모이세이 증조부의 아들로, 에잇, 나는 농사 안 지어, 선언을 하고 도시로 나온 가문의 첫 남자였는데, 그곳이 어딘가 하면 하얼빈이었다. 여기서 둘째 아들 도나트까지 생산을 하고 블라디보스톡으로 터를 옮긴다. 7피트, 즉 2미터가 넘는 장신에 거대한 체구를 갖고 있는 천하장사 이사크는 블라디보스톡에서 여러가지 일을 하다가 러일전쟁에 참전을 했고, 그곳에서 거대한 몸집이 차르에 눈에 띄어 무려 근위대로 전속이 되었는데, 하필 유대인이라는 주홍글씨 때문에 다시 포병대로 배치된다. 몇 년 후 제대해 집에 돌아왔을 때, 그의 손엔 3 구경 소총이 쥐어 있었고 가슴엔 게오르기 십자훈장이 달려 있었다. 작가가 말하기를 천성적으로 무질서한 것을 좋아하지 않아서, 러시아 혁명이 일어나 블라디보스톡 시내에서도 혁명세력이 행진을 시작하자, 혁명인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하고, 모든 유대인들 가슴에 새겨진 유대인 학살에 대한 트라우마에 휩싸여, 반유대 집단이 행동을 개시한 것으로 오인해 지붕 위로 올라가 행진대열을 향해 3 구경 소총을 갈겨댄 인물이다.

  엄청난 대식가로 바케트 빵도 가로가 아닌 세로로 잘라서 먹어, 잔칫집에 갈 때마다 라야 할머니는 할아버지를 쪽팔려 했다고 한다. 먹방을 연상시키는 이사크 할아버지의 식도락에 관해서는 내가 여기서 아무리 열심히 떠들어도 작가가 쓴 내용과 재미하고는 비교할 수 없으니 그냥 넘어가자. 하여튼 젊은 시절에 음식점을 하기도 했었는데 하필이면 옆집에 술 판매소가 생겨, 두 양반이 친구로 지내기로 하고, 음식점의 모든 음식, 술집의 모든 술을 둘이 다 퍼먹고 퍼 마셔서 없앴달 정도다.

  할아버지는 세 아들을 두었다. 첫째와 둘째, 미하일과 도나트는 예술에 끌려 블라디보스톡을 떠나 레닌그라드로 갔고, 셋째 아들 레오폴트 삼촌은, 역사적 사실로는 열세 살에 작품 속에서는, 열여덟 살에 일단 중국으로 밀항을 했다가, 이유는 모르지만 하여간 벨기에로 옮겨갔다. 두 아들을 좇아 레닌그라드로 가서 여전히 도시 최고의 천하장사요, 술꾼이요, 먹보요, 정의파 유대인으로 활약하던 할아버지한테 하루는 ‘모냐’라는 남자가 등장한다. 셋째 레오폴트가 보낸 남자다. 아들의 선물로 모자걸이 기린 인형과 턱시도 한 벌을 들고 찾아와 두 주를 보내고 갔다. 그러자 스탈린 당국은 이사크 할아버지를 벨기에의 스파이라는 혐의로 체포해 면접권 없는 10년 유형에 처해놓고 총살시켜버렸다. 20년이 흘러 조금 좋은 세월을 만나 둘째 아들이자 도블라토프의 아버지인 도나트가 다방면으로 애를 써서 할아버지는 무죄 복권이 된다.

  도블라토프는 허탈해서 묻는다. “그때는 무슨 죄가 있었던가? 뭘 위해서 말도 안 되는 우스꽝스러운 삶을 중단시켰는가?” 하여간 비극적인 삶을 살 수밖에 없었던 할아버지의 삶을 작가는 반어적으로 “우스꽝스러운 삶”이었다고 말한다. 우스꽝스러운 삶이었는지, 아니면 우스꽝스러운 시절이었는지, 그것도 아니면 둘 다인지는 독자와 당시 소비에트 인민들이 판단해야 할 터.


​  재미있는 책이다. 적은 분량으로 하루를 즐겁게 지내기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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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르게이 도블라토프, 출판사 ‘지식을만드는지식’을 통해서만 세 번째 읽는 작가인데, 연작 장편 또는 단편집 <우리들의> 안에 저번에 읽었던 <여행 가방>과 <수용소-교도관의 수기>의 내용이 상당 부분 포함되어 있어서 흥미로웠다. 이게 어떻게 가능한가 하면, 도블라토프는 자기가 직접 경험한 것과 자기 주변의 것들을 약간 변주해서 독특한 짧은 글을 만드는데 탁월하기 때문인 것처럼 보인다. 아직 도블라토프가 쓴 장편은 읽어보지 못했다. 역자 해설 속에, 도블라토프가 ‘소비에트 체호프’라고 불릴 정도의 단편 작가이며, 평이하면서도 세련된 문체는 푸시킨의 언어 전통을 이어받았단다. 러시아 언어를 사용한 작가로 체호프와 푸시킨의 적자라는 평을 받았으면 나름대로 최고의 상찬을 받았다고 인정할 수 있다. 나는 소비에트 체호프는 모르겠고, “평이하면서도 세련된” 문장을 사용하고 있다는 것에는 동의한다. 이게 말로 하기는 쉬워도 아무나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아무 작가에나 적용할 수 있는 말도 아니다. 왜냐하면 수평선을 긋고 한쪽 끄트머리에 “평이하다”를 써 놓으면 다른 쪽 끄트머리에 어울릴 수 있는 단어가 또한 “세련되다”일 수 있기 때문이다. 평이하면서도 세련된 문장이 가능한 겨? 가능하다. 증거가 바로 세르게이 도블라토프다. “평이하면서도 세련된” 문장을 즐기려면 <우리들의>를 읽어라? 아니, 내가 읽은 도블라토프 세 권이 다 그렇다. 그러니까 제일 앞서 <여행 가방>을 읽었고, 인상이 깊어 <수용소-교도관의 수기>도 사서 읽었으며, 이제 또 <우리들의>까지 달달 긁은 거다. 우리나라에 번역 소개된 책 가운데 이제 <외국 여자> 한 권 남았는데 그것도 얼른 읽어야겠다. ​ <우리들의>는 세르게이 도블라토프의 가족 이야기다. 제일 먼저 할아버지가 나오고 두 번째로 외할아버지, 세번째는 외삼촌 등등. 물론 진짜 이야기를 밑바탕으로 세부적으로 약간씩 변형을 해서 픽션으로 만들었는데, 픽션이 됐든 논픽션이 됐든, 작가가 직접 경험했고, 적어도 어릴 적부터 주변 사람들에게 귀에 딱지가 앉게 들어 충분히 체화된 것이라, 특유의 “평이하고 세련된” 문장으로 툭, 툭 이야기를 던지는 방식이 더없이 매력적이다. 모두 열세 편의 짧은 이야기로 구성한 얇은 책자로 하루, 특히 요즘 같이 더위가 극성을 떠는 시절에 읽기로는 아주 맞춤이다. 열세 편의 이야기를 다 할 수는 없고, 할아버지 이야기를 조금 해볼까?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에 도블라토프의 내력을 조금 알아두는 것이 좋다. 이 책에서도 실명으로 등장하는 아버지 도나트 메치크는 유대계 연극 연출가로 아르메니아 태생의 그루지야 연극배우, 역시 실명 등장하는, 노라 도블라토바 사이에서 태어난다. 부부는 몇 년 살지 못하고 이혼을 해서, 엄마가 세 살 난 세르게이와 평생을 함께 하는 바람에 아버지 성이 아닌 엄마 성을 따라 ‘도블라토프’라는 성을 갖는다. 레닌대학에 다니다가 퇴학을 당하는 김에 입대를 했는데 수용소 간수 생활을 했고, 당시의 경험을 살려 쓴 작품이 <수용소-교도관의 수기>다. 제대한 후엔 잡지사 일을 하면서 작품활동을 한다. 이이의 책을 읽어보시면 알겠지만 이런 글을 소비에트 체제가 허용할 일이 없어서, 몇 작품을 서유럽으로 빼돌리고, 거기서 출간이 된다. 이후 곧바로 실직을 하고, 그래도 그나마 좋은 세월을 만나, 스탈린 시절이었으면 쥐도 새도 모르게 재판도 안 받고 죽었을 테지만, 며칠 감방 생활을 시키더니 이민을 가는 것을 전제로 풀려난다. 그리하여 먼저 엄마가 가 있는 오스트리아 빈을 거쳐 두번째 아내와 딸이 살고 있는 미국으로 건너간다. 이때의 경험, 규정상 짐은 여행가방 세 개를 넘지 않아야 한다고 해, 촌스러운 여행 가방을 챙기는 것이 또 <여행 가방>이다. 위에 쓴 도블라도프의 간략한 반평생까지 작가의 인생에 영향을 끼친 열세 명의 등장인물을 열세 편의 이야기로 모자이크 또는 스테인드글래스 유리창처럼 조합한 책이다. 그러면 할아버지 이사크 메치크. ​ 이사크 메치크는 러시아에서는 법적으로 토지를 소유할 수 없는 유대인으로서는 아주 예외적으로 저 수호보에서 농사꾼으로 살던 모이세이 증조부의 아들로, 에잇, 나는 농사 안 지어, 선언을 하고 도시로 나온 가문의 첫 남자였는데, 그곳이 어딘가 하면 하얼빈이었다. 여기서 둘째 아들 도나트까지 생산을 하고 블라디보스톡으로 터를 옮긴다. 7피트, 즉 2미터가 넘는 장신에 거대한 체구를 갖고 있는 천하장사 이사크는 블라디보스톡에서 여러가지 일을 하다가 러일전쟁에 참전을 했고, 그곳에서 거대한 몸집이 차르에 눈에 띄어 무려 근위대로 전속이 되었는데, 하필 유대인이라는 주홍글씨 때문에 다시 포병대로 배치된다. 몇 년 후 제대해 집에 돌아왔을 때, 그의 손엔 3 구경 소총이 쥐어 있었고 가슴엔 게오르기 십자훈장이 달려 있었다. 작가가 말하기를 천성적으로 무질서한 것을 좋아하지 않아서, 러시아 혁명이 일어나 블라디보스톡 시내에서도 혁명세력이 행진을 시작하자, 혁명인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하고, 모든 유대인들 가슴에 새겨진 유대인 학살에 대한 트라우마에 휩싸여, 반유대 집단이 행동을 개시한 것으로 오인해 지붕 위로 올라가 행진대열을 향해 3 구경 소총을 갈겨댄 인물이다. 엄청난 대식가로 바케트 빵도 가로가 아닌 세로로 잘라서 먹어, 잔칫집에 갈 때마다 라야 할머니는 할아버지를 쪽팔려 했다고 한다. 먹방을 연상시키는 이사크 할아버지의 식도락에 관해서는 내가 여기서 아무리 열심히 떠들어도 작가가 쓴 내용과 재미하고는 비교할 수 없으니 그냥 넘어가자. 하여튼 젊은 시절에 음식점을 하기도 했었는데 하필이면 옆집에 술 판매소가 생겨, 두 양반이 친구로 지내기로 하고, 음식점의 모든 음식, 술집의 모든 술을 둘이 다 퍼먹고 퍼 마셔서 없앴달 정도다. 할아버지는 세 아들을 두었다. 첫째와 둘째, 미하일과 도나트는 예술에 끌려 블라디보스톡을 떠나 레닌그라드로 갔고, 셋째 아들 레오폴트 삼촌은, 역사적 사실로는 열세 살에 작품 속에서는, 열여덟 살에 일단 중국으로 밀항을 했다가, 이유는 모르지만 하여간 벨기에로 옮겨갔다. 두 아들을 좇아 레닌그라드로 가서 여전히 도시 최고의 천하장사요, 술꾼이요, 먹보요, 정의파 유대인으로 활약하던 할아버지한테 하루는 ‘모냐’라는 남자가 등장한다. 셋째 레오폴트가 보낸 남자다. 아들의 선물로 모자걸이 기린 인형과 턱시도 한 벌을 들고 찾아와 두 주를 보내고 갔다. 그러자 스탈린 당국은 이사크 할아버지를 벨기에의 스파이라는 혐의로 체포해 면접권 없는 10년 유형에 처해놓고 총살시켜버렸다. 20년이 흘러 조금 좋은 세월을 만나 둘째 아들이자 도블라토프의 아버지인 도나트가 다방면으로 애를 써서 할아버지는 무죄 복권이 된다. 도블라토프는 허탈해서 묻는다. “그때는 무슨 죄가 있었던가? 뭘 위해서 말도 안 되는 우스꽝스러운 삶을 중단시켰는가?” 하여간 비극적인 삶을 살 수밖에 없었던 할아버지의 삶을 작가는 반어적으로 “우스꽝스러운 삶”이었다고 말한다. 우스꽝스러운 삶이었는지, 아니면 우스꽝스러운 시절이었는지, 그것도 아니면 둘 다인지는 독자와 당시 소비에트 인민들이 판단해야 할 터. ​ 재미있는 책이다. 적은 분량으로 하루를 즐겁게 지내기 좋다.또는 단편집 <우리들의> 안에 저번에 읽었던 <여행 가방>과 <수용소-교도관의 수기>의 내용이 상당 부분 포함되어 있어서 흥미로웠다. 이게 어떻게 가능한가 하면, 도블라토프는 자기가 직접 경험한 것과 자기 주변의 것들을 약간 변주해서 독특한 짧은 글을 만드는데 탁월하기 때문인 것처럼 보인다.

아직 도블라토프가 쓴 장편은 읽어보지 못했다. 역자 해설 속에, 도블라토프가 ‘소비에트 체호프’라고 불릴 정도의 단편 작가이며, 평이하면서도 세련된 문체는 푸시킨의 언어 전통을 이어받았단다. 러시아 언어를 사용한 작가로 체호프와 푸시킨의 적자라는 평을 받았으면 나름대로 최고의 상찬을 받았다고 인정할 수 있다. 나는 소비에트 체호프는 모르겠고, “평이하면서도 세련된” 문장을 사용하고 있다는 것에는 동의한다. 이게 말로 하기는 쉬워도 아무나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아무 작가에나 적용할 수 있는 말도 아니다. 왜냐하면 수평선을 긋고 한쪽 끄트머리에 “평이하다”를 써 놓으면 다른 쪽 끄트머리에 어울릴 수 있는 단어가 또한 “세련되다”일 수 있기 때문이다. 평이하면서도 세련된 문장이 가능한 겨? 가능하다. 증거가 바로 세르게이 도블라토프다. “평이하면서도 세련된” 문장을 즐기려면 <우리들의>를 읽어라? 아니, 내가 읽은 도블라토프 세 권이 다 그렇다. 그러니까 제일 앞서 <여행 가방>을 읽었고, 인상이 깊어 <수용소-교도관의 수기>도 사서 읽었으며, 이제 또 <우리들의>까지 달달 긁은 거다. 우리나라에 번역 소개된 책 가운데 이제 <외국 여자> 한 권 남았는데 그것도 얼른 읽어야겠다. ​ <우리들의>는 세르게이 도블라토프의 가족 이야기다. 제일 먼저 할아버지가 나오고 두 번째로 외할아버지, 세번째는 외삼촌 등등. 물론 진짜 이야기를 밑바탕으로 세부적으로 약간씩 변형을 해서 픽션으로 만들었는데, 픽션이 됐든 논픽션이 됐든, 작가가 직접 경험했고, 적어도 어릴 적부터 주변 사람들에게 귀에 딱지가 앉게 들어 충분히 체화된 것이라, 특유의 “평이하고 세련된” 문장으로 툭, 툭 이야기를 던지는 방식이 더없이 매력적이다. 모두 열세 편의 짧은 이야기로 구성한 얇은 책자로 하루, 특히 요즘 같이 더위가 극성을 떠는 시절에 읽기로는 아주 맞춤이다. 열세 편의 이야기를 다 할 수는 없고, 할아버지 이야기를 조금 해볼까?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에 도블라토프의 내력을 조금 알아두는 것이 좋다. 이 책에서도 실명으로 등장하는 아버지 도나트 메치크는 유대계 연극 연출가로 아르메니아 태생의 그루지야 연극배우, 역시 실명 등장하는, 노라 도블라토바 사이에서 태어난다. 부부는 몇 년 살지 못하고 이혼을 해서, 엄마가 세 살 난 세르게이와 평생을 함께 하는 바람에 아버지 성이 아닌 엄마 성을 따라 ‘도블라토프’라는 성을 갖는다. 레닌대학에 다니다가 퇴학을 당하는 김에 입대를 했는데 수용소 간수 생활을 했고, 당시의 경험을 살려 쓴 작품이 <수용소-교도관의 수기>다. 제대한 후엔 잡지사 일을 하면서 작품활동을 한다. 이이의 책을 읽어보시면 알겠지만 이런 글을 소비에트 체제가 허용할 일이 없어서, 몇 작품을 서유럽으로 빼돌리고, 거기서 출간이 된다. 이후 곧바로 실직을 하고, 그래도 그나마 좋은 세월을 만나, 스탈린 시절이었으면 쥐도 새도 모르게 재판도 안 받고 죽었을 테지만, 며칠 감방 생활을 시키더니 이민을 가는 것을 전제로 풀려난다. 그리하여 먼저 엄마가 가 있는 오스트리아 빈을 거쳐 두번째 아내와 딸이 살고 있는 미국으로 건너간다. 이때의 경험, 규정상 짐은 여행가방 세 개를 넘지 않아야 한다고 해, 촌스러운 여행 가방을 챙기는 것이 또 <여행 가방>이다. 위에 쓴 도블라도프의 간략한 반평생까지 작가의 인생에 영향을 끼친 열세 명의 등장인물을 열세 편의 이야기로 모자이크 또는 스테인드글래스 유리창처럼 조합한 책이다. 그러면 할아버지 이사크 메치크. ​ 이사크 메치크는 러시아에서는 법적으로 토지를 소유할 수 없는 유대인으로서는 아주 예외적으로 저 수호보에서 농사꾼으로 살던 모이세이 증조부의 아들로, 에잇, 나는 농사 안 지어, 선언을 하고 도시로 나온 가문의 첫 남자였는데, 그곳이 어딘가 하면 하얼빈이었다. 여기서 둘째 아들 도나트까지 생산을 하고 블라디보스톡으로 터를 옮긴다. 7피트, 즉 2미터가 넘는 장신에 거대한 체구를 갖고 있는 천하장사 이사크는 블라디보스톡에서 여러가지 일을 하다가 러일전쟁에 참전을 했고, 그곳에서 거대한 몸집이 차르에 눈에 띄어 무려 근위대로 전속이 되었는데, 하필 유대인이라는 주홍글씨 때문에 다시 포병대로 배치된다. 몇 년 후 제대해 집에 돌아왔을 때, 그의 손엔 3 구경 소총이 쥐어 있었고 가슴엔 게오르기 십자훈장이 달려 있었다. 작가가 말하기를 천성적으로 무질서한 것을 좋아하지 않아서, 러시아 혁명이 일어나 블라디보스톡 시내에서도 혁명세력이 행진을 시작하자, 혁명인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하고, 모든 유대인들 가슴에 새겨진 유대인 학살에 대한 트라우마에 휩싸여, 반유대 집단이 행동을 개시한 것으로 오인해 지붕 위로 올라가 행진대열을 향해 3 구경 소총을 갈겨댄 인물이다. 엄청난 대식가로 바케트 빵도 가로가 아닌 세로로 잘라서 먹어, 잔칫집에 갈 때마다 라야 할머니는 할아버지를 쪽팔려 했다고 한다. 먹방을 연상시키는 이사크 할아버지의 식도락에 관해서는 내가 여기서 아무리 열심히 떠들어도 작가가 쓴 내용과 재미하고는 비교할 수 없으니 그냥 넘어가자. 하여튼 젊은 시절에 음식점을 하기도 했었는데 하필이면 옆집에 술 판매소가 생겨, 두 양반이 친구로 지내기로 하고, 음식점의 모든 음식, 술집의 모든 술을 둘이 다 퍼먹고 퍼 마셔서 없앴달 정도다. 할아버지는 세 아들을 두었다. 첫째와 둘째, 미하일과 도나트는 예술에 끌려 블라디보스톡을 떠나 레닌그라드로 갔고, 셋째 아들 레오폴트 삼촌은, 역사적 사실로는 열세 살에 작품 속에서는, 열여덟 살에 일단 중국으로 밀항을 했다가, 이유는 모르지만 하여간 벨기에로 옮겨갔다. 두 아들을 좇아 레닌그라드로 가서 여전히 도시 최고의 천하장사요, 술꾼이요, 먹보요, 정의파 유대인으로 활약하던 할아버지한테 하루는 ‘모냐’라는 남자가 등장한다. 셋째 레오폴트가 보낸 남자다. 아들의 선물로 모자걸이 기린 인형과 턱시도 한 벌을 들고 찾아와 두 주를 보내고 갔다. 그러자 스탈린 당국은 이사크 할아버지를 벨기에의 스파이라는 혐의로 체포해 면접권 없는 10년 유형에 처해놓고 총살시켜버렸다. 20년이 흘러 조금 좋은 세월을 만나 둘째 아들이자 도블라토프의 아버지인 도나트가 다방면으로 애를 써서 할아버지는 무죄 복권이 된다. 도블라토프는 허탈해서 묻는다. “그때는 무슨 죄가 있었던가? 뭘 위해서 말도 안 되는 우스꽝스러운 삶을 중단시켰는가?” 하여간 비극적인 삶을 살 수밖에 없었던 할아버지의 삶을 작가는 반어적으로 “우스꽝스러운 삶”이었다고 말한다. 우스꽝스러운 삶이었는지, 아니면 우스꽝스러운 시절이었는지, 그것도 아니면 둘 다인지는 독자와 당시 소비에트 인민들이 판단해야 할 터. ​ 재미있는 책이다. 적은 분량으로 하루를 즐겁게 지내기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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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3-08-24 08:4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문트 님 아래에 똑같은 내용 중복됩니다. 한글이나 워드에 쓰고 붙여넣기 하신 거 같은데 같은 내용 중복요! “재미있는 책이다~즐겁게 지내기 좋다” 이 문장 아래 리뷰 다시 시작! ㅋㅋㅋ

Falstaff 2023-08-24 09:24   좋아요 1 | URL
넵! ㅋㅋㅋㅋ 글 올릴 때부터 알고 있었습니다. 서재 글로 읽으면 괜찮지 않은가요? 북플에서만 줄줄이 ㅋㅋㅋㅋ
이게 수정이 안 되더랍니다. 에러 나오는 거 알고 수정했더니 한 번 더 똑같은 글이 추가, 다시 수정했더니 같은 글 두 번 추가. 끝이 없더라고요.
전체를 지웠다가 다시 쓰면 괜찮지 않을까 싶지만 그렇게 정성을 들일 필요는 없을 거 같아서, 에라, 하고 냅뒀습니다. ㅋㅋㅋㅋ
알라딘이 책 가게지 포털이 아니라고, 좋은 게 좋은 거라고 생각해버렸습니다. ㅎㅎㅎ

잠자냥 2023-08-24 11:24   좋아요 1 | URL
아하, 네 컴퓨터로 보니까 멀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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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번의 <로마제국 쇠망사>는 작년 10월부터 1년을 두고 읽기로 작정을 했었다. 이제 1년 기한이 점점 가까이 와 8월에는 5권을 읽어야 10월까지 끝을 볼 수 있겠구나, 작심을 하고, 하필이면 염천지옥 지구 기상관측 역사상 가장 더운 8월의 여름에 손을 대 혀를 빼물고 헉헉대며 읽다 말다, 일 주일이 걸려 한 권을 읽을 수 있었다. 그것도 내가 재미있어 하지 않는 그리스도교 역사는 퉁쳐서 빼먹고 읽어도 그랬다.

  <로마제국 쇠망사>는 4권에 이르러 서로마제국의 황제 통치는 완전히 결딴이 났고, 겨우 교황청에 의한 정신적 지배, 물론 아무리 교회라도 그들이 다스리는 병력이야 없지는 않았더라도, 동고트족을 필두로 이탈리아 영토를 완전 정복한 이방인들도 당시엔 철저하게 기독교를 믿었기 때문에, 교황청을 멸망시키면 침략군이 죽은 다음에 불지옥에 떨어질까봐 어마 뜨거라, 오히려 로마 제국보다 더 열성으로 교황, 추기경, 대주교, 주교 등을 향해 “아빠”라고 부르면서 그들을 보호해주었다.

  이로써 로마 제국은 온전히 동로마제국만 남았고, 비록 이들이 이미 힘 빠지고, 이도 빠지고, 무릎뼈 녹작지근해졌다 하더라도 썩어도 준치, 부자집 망해도 삼 년 가는 것처럼, 겉으로는 여전히 페르시아와 전쟁을 벌이고, 북아프리카, 그리스를 넘어 마케도니아, 헝가리, 불가리아 지역, 동으로는 예루살렘까지 영토를 확장시켰는데, 이런 것들도 이미 4권에서 다 거덜이 나버린다.


​  5권으로 넘어오면 동로마제국에서는 아무런 영광이 없다. 북쪽 야만인들인 프랑크 족엔 샤를마뉴라는 위대한 왕이 장딴지에 힘을 잔뜩 주고 있고, 독일 지역엔 또 오토가 신성로마제국의 황제를 칭하고, 아라비아인들은 동로마의 동쪽부터 시작해 예루살렘까지 싹 깔고 앉아 있으며, 남쪽으론 사라센 무슬림들이 기껏 정복해 놓은 북아프리카를 땅 한 점 남겨두지 않고 완전히 먹어 치운 것으로도 모자라, 서고트족이 정복해 함포고복하며 살고 있던 이베리아 반도까지 싹 쓸어버렸던 거다. 여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저 오래 전 테세우스가 아리아드네의 도움을 받아 미노스의 미궁에 살고 있던 괴수 미노타우로스를 죽인 크레타 섬과 부속도서까지 몽땅 회교도들이 점령을 해버렸다는 거 아닌가 말이지. 이것만 해도 헛김 빠지는데, 바로 코 밑에선 투르크 족이 만만치 않게 알통을 키우고 있는 상황이다.

  물론 이런 일들이 한꺼번에 발생하지는 않았다. 몇 백 년에 걸쳐 이합집산을 거듭해서 끊임없이 동로마제국을 괴롭히기도 하고, 나중에 비잔티움으로 축소된 이후엔 그까짓 것, 가깝지도 않고 큰 땅도 아닌데 건물이 세련되고 보화가 좀 있다고 거기까지 귀찮아서 원정을 어떻게 가니? 하고 일부 포기할 때까지 이 이민족들은 동로마와 좋았다 나빴다 하는 관계를 유지하면서 가끔은 자기들끼리 박 터지게 싸우기도 했다. 다 그런 것이지 뭐. 국가 간의 일이나 사람 사이의 일이나 다 그게 그거다.

  그러니 아무리 글 좋은 에드워드 기번이 <로마제국 쇠망사>를 썼다고 하더라도 위대한 영웅이나 황제가 나타나 단기필마에 장창을 옆구리에 끼고 적진을 향해 눈썹을 휘날리며 돌진하는 장면이 1도 없으면서도 길고 길어서 6백 쪽이 넘어가는 시대를 서술하기도 쉽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리하여 기번은 5권에 들어와 어떤 의미에서는 로마 “제국”에 대하여 쓰는 것보다 더한 열정을 당시 발호하기 시작하여 후대에 유럽과 서아시아, 북아프리카에서 국가를 형성할 조상들의 움직임 포착에 쏟지 않았는가 싶다.

  그런데 이 장면에서, 저 먼 동아시아의 독자는, 하도 복잡하게 얽혀 있어서 읽을 때는 그럴 듯하지만 읽고 나서 불과 5분도 지나지 않아 그들의 호적관계가 왕창 얽혀버리는 경험을 할 수밖에 없다. 아닌 사람들은 거의 틀림없이, 100퍼센트 아니다, 그래서 거의 틀림없이, 라고 말하는 바, 그냥 재미있는 소설책 읽듯이 휙, 일독을 하고 지나갔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정식으로 공부를 하고 싶으면 옆에 공책이나 메모지를 두고, 볼펜 또는 만년필을 꼬나잡고, 프랑크, 독일, 헝가리, 불가리아, 투르크, 아라비아, 사라센, 노르만, 러시아와 기타등등, 기타등등의 내력, 종교와 개종과 혼인관계를 메모하면서 읽어야 할 것이다. 아울러 메모에 그치지 말고 책을 읽은 후에 내용을 기억하며 메모 내용을 달달 외워야, 하나? 아이고, 난 그런 거 못한다.


  어쨌든 <로마제국 쇠망사 5>를 읽었다. 이제 마지막 6권 남았다. 로마는 커도 너무 크다. 부잣집 망하는 데 3년 걸리는 건 아는데, 참 나, 망하는데도 이렇게 복잡하게 망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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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3-08-22 08:4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우와 이제 마지막 6권!! 힘내라 힘!!! ^^
로마제국정도면 망하는데도 3년 정도가지고는 안되죠. 역시 부자집이 좋은거 같아요. 우리 같은 사람은 망하려면 한방에 훅이잖아요. ㅠ.ㅠ

Falstaff 2023-08-22 15:52   좋아요 1 | URL
한권 남았는데 6권도 5권처럼 사실 이미 다 망가진 집구석, 아마 콘스탄티노플 함락 만 남았을 거 같습니다.
ㅋㅋㅋ 전 한 방에 훅 망한 경험이 있어서 말입죠.

stella.K 2023-08-22 10:0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반칙입니다, 반칙! 기독교사를 통으로 빼시다뇨.ㅠ ㅋㅋ 하긴 올여름은 증말! 근데 그런 벽돌책을 일주만에 독파하시다닛! 👍 오늘부터 숨 좀 쉴 것 같네요. 앞으로 점점 더 책읽기 좋은 날이 오겠죠? 완독을 응원합니다.^^

Falstaff 2023-08-22 15:57   좋아요 2 | URL
교회사는 교회의 역사, 즉 성직 가진 ˝사람˝들을 중심으로 기술할 수 밖에 없는데요, 그들도 결국 사람이어서 온갖 지저분한 이야기가 흘러 넘칩니다. 절대 아름답지 않습니다. 기독교를 위하여 안 읽었습니다. ㅎㅎㅎ
우리나라 교회사도 마찬가집니다.

그레이스 2023-08-22 10:1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염천지옥 무더위에 쇠망사를 읽다!
^^;;
워낙 다민족 다문화에 로마제국에 욕망을 연결시킨 인간들이 많으니 망하는것도 복잡하고 오래걸리겠죠^^
당대 서민들은 로마가 망했는지도 모르지 않았을까 싶네요.
역사가들의 진단이 어느 시점이라고 말하고 있는것이지...^^

Falstaff 2023-08-22 16:00   좋아요 1 | URL
옙. 로마 후기로 가면 속지 출신, 순종 로마 입장에선 야만인 출신 황제들도 좌르륵 등장합지요. 그리하여 신성˝로마제국˝을 참칭하기도 하고, 러시아 황제는 로마 황제보다 두 배 훌륭하고 고귀하다는 의미에서 대가리 두 개인 기형 독수리를 문장에다 넣기에 이릅니다. 어쩌면 로마는 아직도 계속되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문득 드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