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크와 맥주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94
서머싯 몸 지음, 황소연 옮김 / 민음사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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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칭 "최고의 2류" 작가. 이토록 적절하게 어울릴 수 있을까. "최고의 2류"를 우리말로 해석하자면,
  "셰익스피어는 모르겠고, 하여튼 그 다음엔 나다."
  유감없이 이를 증거하는 통렬한 풍자가 만발한 소설.

 

  감상 포인트를 두 가지로 볼 수 있으니, ① 영국 문단의 허위의식과 스타 작가 만들기, ② 한세상 신나게 살아치운 자유로운 영혼의 여성. 작품 속에서 유일하게 양심적이고, 예측가능하고, 균형감각을 가지고 있는 인물은 화자 ‘나’ 윌리 어셴든 한 명이다. 어셴든은 어려서 부모님을 잃고, 켄트 주 바닷가 소도시 터켄베리의 외곽 블랙스터블에서 교구목사인 숙부와, 가난하지만 신분이 대단히 높은 집안 출신인 숙모와 생활하고 있다. 터켄베리가 어디냐고? 서머싯 몸이 학창시절을 보낸 켄터베리를 의미하는 가상의 도시다. 즉 어셴든의 상당부분이 서머싯 몸 자신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그리하여 ‘나’ 서머싯 몸은 작품 전편에 걸쳐 가장 우쭐대고 잘난 척하고 끝까지 귀엽게 거들먹거린다. 바지에 연결된 멜빵에 양쪽 엄지손가락만 걸쳐놓고 뒤꿈치를 한 번 올렸다 내리면서 씩 웃을 것만 같은 모습. 눈에 선하다.
  작품에서 제일 먼저 소개하는 인물이 ‘나’ 어셴든의 동료 문인이자 당시에 가장 잘 나가던 소설가 앨로이 키어다. 립 서비스의 대가이며 죽여주는 처세술로, 성공하는 동료를 가장 진심으로 칭송하지만 그가 게으름이나 흥행실패, 타인의 성공 등으로 밀려나게 되면 제일 가차 없이 안면 몰수하는 인간이다. 자신에게 이득이 없다고 판단하면 라면 국물 한 방울 양보하지 않을 것을 자신의 나아갈 지표로 삼았다. 문단에서도 승승장구해 쉰 살의 나이임에도 기적같이  벌써 서른 권의 책을 출간해냈다. 이런 (앨)로이 키어가 외출한 ‘나’의 숙소에 전화를 해 급한 일이 있으니 귀가 즉시 전화해달라고 했다 한다. 이런 전화요구는 거의 대부분 전화를 받은 사람이 아니라 전화를 건 사람이 급한 일이기 십상이라 ‘나’는 문단에서 뜨겁게 떠오른 옛 친구 로이의 요구를 거절해버린다. 시작부터 ‘나’의 포스가 심상치 않다. 아니나 다를까, ‘나’ 윌리 어셴든은 서른 권에 달하는 책을 출간한 로이를 작가로서 품평하기를,

 

  “동시대 작가 가운데 로이만큼 보잘것없는 재능으로 확고한 위치를 거머쥔 작가는 찾아보기 힘들다.”

 

  그러나 ‘나’는 결코 로이의 이런 처세술과 습관을 미워하지 않는다. 자기가 보기에 로이는 그냥 천성이 그럴 뿐이란다. 오히려 엘로이 키어의 가장 탁월한 특징은 진실함에 있다고 강변한다. 뭐에 대한 진실함? 독자여, ‘나’ 윌리 어셴든, 즉 상당부분이 작가 서머싯 몸일 주인공의 말에 혹해서 그가 쓴 대로 받아들이지 마시라. 로이가 자신의 이득을 위해 처세하는 것, 다방면으로 능숙하게 사람들과 친화하는 수단, 독자가 보기에 틀림없는 이기적 행위와 언사를 자연스럽게 구사하는 로이를, 진실해서 그렇다고 관용을 담아 품평하는 자의 아량일 수도 있으니. 몸의 다른 작품 <면도날>에서도 비슷한 시니컬한 관찰을 충분히 경험해보시지 않았는가. ‘나’의 시각은 처음부터 끝까지, 한 번도 빼지 않고 로이보다 한 수 위에 있다.
  하여튼 로이는 자칭 잔챙이인 어셴든에게 밥을 사면서, 물론 ‘나’의 예상대로 칵테일은 권하지 않았지만, 최고급 백포도주를 따르더니, 당대 가장 위대한 소설가 가운데 하나이며 마지막 빅토리아기의 작가이며 걸출한 거장으로 알려져 있지만 ‘나’의 의견으로는 지루한 작품들을 주로 생산했던 고 에드워드 드리필드의 회고록을 집필해달라는 미망인의 당부를 전달한다. 물론 ‘나’가 거절할 것을 미리 짐작한 일이고, ‘나’가 쓰지 않겠다고 하니 로이가 쓰긴 하겠는데, ‘나’의 소년시절, 드리필드의 무명시절부터 관계를 맺어온 ‘나’에게 그와의 일화를 부탁하기 위함이었다.
  그리하여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드리필드의 첫 번째 아내, ‘나’의 기억으로는 매우 사랑스러운 여자, 황금빛 머리카락에 은빛 색조가 빛나고, 은빛 피부에 금빛 색조가 찬란한 로지 갠, 이었다가 로지 드리필드였으며, 책의 후반부로 가면 로지 이글던이 되는 여인에 대한 기억으로 접어든다. 블랙스터블 출신으로 ‘레일웨이 암스’에서 3년, 후에 하버샴의 ‘페더스’에서 결혼할 때까지 여급으로 일했으며, 마을 사람들로부터 좋지 않은 평판을 듣던 여자.
  여러 이야기가 나오지만 드리필드의 회고록을 의뢰한 미망인이자 두 번째 아내 에이미 드리필드와, 자신보다 우위에 선 사람의 의견을 진심으로 신뢰하는 기질에 충만한 당대 최고의 작가 로이가 생각하는 로지만 인용해보자.

 

  ─ 소름끼치게 천해 보이는 여자. 극성맞은 인상의 여자. 말하자면 젖 짜는 아낙 타입. 엄청 지저분한 여자. 색정광. 나는 항상 이 여자가 백인 검둥이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잠깐. 백인 검둥이. 넬라 라슨이 쓴 <패싱> 읽은 거 기억하시지? 여기서는 로지의 도톰한 입술과 넓적한 코를 꼬집는 멸칭이지만, 간단하게 멸칭, 이렇게 끝나는 게 아니고 인텔리 입장에서 쓸 수 있는 가장 모멸적인 욕이 아닐까 싶다. 로지에 대한 추억이 깊고, 인생을 이미 달관한 나이에 이른 현명한 ‘나’ 서머싯 몸, 아니, 윌리 어셴든은 이 멸칭 한 방에 팽, 돌아버려 드디어 말문을 연다.

 

  “백인 검둥이는 터무니없는 말입니다. 새벽처럼 순수한 여자였어요. 청춘의 여신인 헤베 같은 여자, 월계화 같은 여자였어요.”

 

  그러니까 사람을 보는 시각도 ‘나’는 다른 사람과 다르다. 앞에서 여지없는 속물의 대명사 (앨)로이 키어의 가장 탁월한 특징은 진실함에 있다고 단언한 바와 같이, 여기서 ‘나’는 이미 십년 전에 죽은 로지 드리필드를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드는 걸 좋아한, 사랑을 사랑한 여인”이었다고 선언한다. 그것도 틀림없이 턱없는 우월감에 차있을 두 번째 아내 앞에서 어쨌거나 경쟁상대일 수밖에 없는 첫 번째 아내를 언어로 만들 수 있는 최상의 선의로 변호하는 ‘나.’
  “천성일 뿐이죠. 태양이 햇빛을 발산하고 꽃들이 향기를 내뿜듯 자연스럽게 자신을 내어 준 거예요. 그녀 자신에게 기쁜 일이었어요. 사람들에게 기쁨을 주는 걸 좋아했으니까요. 됨됨이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습니다. 그녀는 늘 진실하고 예의 바르고 순박한 여자였어요.”
  맞는 의견일까?
  그렇다. ‘나’ 윌리 어셴든의 입장에서 보면. 자신에게 이로움이 되는 방향으로만 행동하는 로이 키어의 가장 큰 장점이 바로 그 행동이 진실함에서 나오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이래서 언어가 무섭다. 잘 쓴 글이 겁난다. 아무 생각 없이 글을 따라가다 보면, 다수 또는 보편이 가지고 있는 특정 행위나 생각, 심지어 이데올로기에 대한 평가를 폭파해버리고 정 반대의 생각과 평가에 동조하게 된다. 다른 말로 하면 상식을 살해할 수도 있다는 것.
  그래서 문제는 작품을 제일 재미있게 읽으려면, 작가가 주장하는 대로, 유도하는 곧은길을 따라 똑바로 쪽 따라가야 한다는 것. 특히 서머싯 몸은 지루할 수 있는 곧은길 곳곳에 절묘한 비틀림과 왜곡과 풍자와 비웃음과 생각도 못한 웃음 코드를 심어놓았으니 말을 더 보태 뭐하나. 재미있는 작품이니 꼭 읽어보시기 권한다. 마지막 장까지 모두 읽으시라. 그래야 여태 내가 풀어놓은 독후감이 맨 거짓말투성이란 것을 벼락같이 알고 푸짐하게 욕바가지를 쏟아버리실 수 있을 터이니.

 

  서머싯 몸은 확실하게, 최고의 2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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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부만두 2021-12-14 08:5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자 이렇게 맥주 안 나오는 리뷰로 절 낚으셨습니다. 팔스타프 골드문트여, 그대는 최고의 리뷰어이신겁니다. (얄밉고요)

Falstaff 2021-12-14 11:26   좋아요 1 | URL
앗, 낚이셨습니까! 이런.... 근데 너무 올려주시는 거 아닙니까? ㅋㅋㅋㅋ

coolcat329 2021-12-14 09:0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막연히 사야지 했던 책인데...이리 말씀하시면 안 살 수가 없네요.
tip! 작가가 유도한대로 그대로 따라 읽을 것!
알겠습니다 ~🤨

Falstaff 2021-12-14 09:20   좋아요 2 | URL
근데요, 마지막에 제가 말하기를,
독후감이 맨 거짓말투성이라는 거, 욕 한 바가지 먹을 준비도 됐다는 건데요. ㅋㅋ

coolcat329 2021-12-14 09:28   좋아요 2 | URL
네! 거짓말도 기억하겠습니다. 감이 안잡히기는 하는데 거짓말이다 ~😅

blanca 2021-12-14 10:3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너어무 좋았어요. ㅋ 그죠. 잘 쓴 책의 문제 그 사람의 가치관에 세뇌당할 위험이 있다. 몸의 사고 방식 중에 몇몇은 눈살 찌푸려지지만 그가 정말 잘 쓰는 작가라는 사실 자체는 반론 제기가 힘든 것 같아요.

Falstaff 2021-12-14 11:22   좋아요 1 | URL
옙. 저도 몸의 소설들이 재미나다는 거에 조금도 다른 생각이 없습니다!
참, <어센든>은 별로였습니다. 예전 번역으로 읽어서 그랬는지도 모르지요.
근데 몸의 잘난 척은 좀 귀엽지 않나요? ㅋㅋㅋ

stella.K 2021-12-14 16: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폴님 마지막 문단 끝까지 읽고 순간 현깃증이...컥.ㅠ

Falstaff 2021-12-14 16:27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 그게 서머싯 몸의 진짜 재민데, 결코 알려드릴 수 없는 결말이라서요.
알려드리기는커녕 힌트도 드리기 싫은 이 충정을 이해해주시면 좋겠습니다!!!

stella.K 2021-12-14 16:40   좋아요 1 | URL
아웅~ 충정이라니...!
이거 완전 쓰러지겠는데요?
쓰러지면 받아주셔야 완전 충정인데...ㅋㅋㅋㅋ
암튼 알겠습니다. 접수 완료! 고맙습니다.^^

Falstaff 2021-12-14 19:36   좋아요 1 | URL
음하하하하.... 무조건 받아드립니다.
제 무릎이 꺾여 시멘트 바닥에 찧는 한이 있더라도 걍 받아드립니다. ㅋㅋㅋㅋ

stella.K 2021-12-14 20:08   좋아요 1 | URL
ㅎㅎㅎ 역시 폴님이십니다.👍😄

그레이스 2021-12-14 16:2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제목 확실히 동의!
제가 달과 6펜스 읽고 느낀점!

Falstaff 2021-12-14 16:28   좋아요 1 | URL
ㅎㅎㅎ 저도 영문학자 동무한테 자칭 최고의 2류라고 했다는 말을 듣고, 화들짝, 이게 바로 ˝나 자신을 아는 게 힘이다.˝의 전형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암초 대산세계문학총서 57
이디스 워튼 지음, 손영미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0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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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62년 1월, 뉴욕시 23번가 브라운스톤 14번지에서 조지 프리더릭 존스와 루크리셔 스티븐스 라인랜더의 딸로 태어난 이디스 뉴볼드 존스는 가족들로부터 ‘고양이 존스’라는 애칭으로 불렸다고 한다. 4월에 침례교 세례를 받고, 네 살이 되는 해에 가족과 함께 유럽으로 가서 유년시대를 지내고 열 살이 되어 다시 미국으로 온다. 이후에도 별일이 없는 한 가족은 매년 유럽에서 몇 달씩 체류하는 전형적인 미국 부르주아의 소비성향을 과시한다. 스물세 살 때 테디 워튼과 결혼을 해서 이디스 워튼으로 이름을 바꾼 작가는 이후에도 상당한 기간을 구대륙에서 생활하거나 여행하는 데 정열을 바쳤다. 그의 작품 <순수의 시대>에서 보면 구대륙에서 놀러 온 갓끈 떨어진 늙은 남작 나부랭이에게 최고의 대접을 하는 장면이 나온다. 이이의 여러 작품을 보면 신대륙 부르주아들은 구대륙 상류계급 인간들에게 무슨 열등감이 있는지 한 수 접히는 듯한 인상이 들거나, 열등감을 만회하기 위해 터무니없는 돈 지랄 하는 캐릭터가 등장하기도 한다. 또 한 명의 대표적인 작가가 나중에 정말로 여권까지 바꿔, 대표적인 영국 소설가 네 명 가운데 한 명의 자리를 깔고 앉게 되는 헨리 제임스.
  헨리 제임스와 여러 가지 방면에서 뜻을 같이한 이디스 워튼은 19년의 나이 차이에도 불구하고 제임스와 돈독한 우정을 나눈 것은 자연스럽다. 그래서 1908년 어느 날, 헨리 제임스는 마흔여섯 살이 된 이디스 워튼에게 모튼 풀러튼이라는 양성애 성향의 극심한 바람둥이 하나를 소개해주고, 이디스는 풀러튼을 통해, 하여튼 역자 손영미의 해설에 의하면, 1년 후, 난생처음으로 낭만적 열정과 육체적 쾌락을 경험했다니, 헨리 제임스, 정말 장한 일 한 번 한 거다. 1989년에 민방위 훈련을 받으러 여성회관 대강당에 간 적이 있는데, 강사가 나와서 하시는 말씀이, 여성의 순결은 성경험의 유무와 관계없이 육체적 쾌락, 알아듣기 쉽게 말해 오르가슴을 체험한 것이 기점이 된다고 아주 그럴듯한, 아직도 머리에 콕 박혀있는 얘기를 한 적이 있다. 그 말이 진실이라면 이디스 워튼의 순결성, 즉 첫 경험은 남편 테디가 아니라 헨리 제임스의 소개 덕택에 풀러튼과 함께 할 수 있었을 터, 보답의 의미로 선물 하나 사 보냈을까? 이 부분에서 침을 튀는 이유는, 홧김에 핀 바람인지는 모르겠으나, 1912년에 남편 테디 워튼이 확 외도를 저질러버리는데, 이를 알게 된 워튼 여사는 3년 전인 1909년에 자기가 풀러튼에 의하여 난생처음으로 오르가슴을 경험한 기억을 떠올리며 외도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갖게 되었고, 눈치를 보아하니, 이 경험이 워튼 여사가 자신의 자전적 이야기라고 <암초>를 들먹인 사연이 되지 않았나 싶어서다.
  작품의 뒷이야기, 이거 언제 들어도 재미있지? 특히 허리 아래 이야기라면 더욱.

 

  애너 서머스라는 여성의 성의 없는 전보 한 장 때문에 일은 벌어진다. 조지 대로우는 미국 뉴욕주에서 보낸 유년기부터 애너 서머스와 동무로 지냈고, 나이가 차서는 은근히 결혼을 염두에 두고 있었다. 그러나 결혼이 이렇게 단계를 착착 밟아가며 진행되는 일은 세상에 거의 없듯이, 애너는 아들 하나 달린 홀아비 프레이저 리스와 결혼해 딸 에피를 낳았다. 프레이저 리스로 말할 것 같으면 역시 전형적인 미국 부르주아의 일원으로 수채화를 그리는 화가인데, 예술을 위해 유럽에 사는지, 유럽에서 살 핑계를 만들기 위해 예술을 하는지 도무지 판단하기 힘든 미국인의 전형으로 어떤 방면으로든지 전문성을 띠는 경향을 경멸하는 신사다. 즉, 속물이라는 얘기. 돈이 얼마나 많은지 파리 북역에서 기차를 타고 몇 시간을 가야 도착하는 ‘지브레’라는 곳에서 벽돌과 누런 돌담으로 둘러싸인 고가, 즉 샤토, 성에서 살았다. 살았다고? 그렇다. 지금은 죽었으니까. 왜 죽었는지는 책에 나오지 않는다.
  아직 상복을 입고 있던 애너 리스는 책이 시작하기 석 달 전에 런던의 미국대사관에서 아직 장가들지 않고 홀로 사는 조지 대로우를 12년 만에 우연히 만났다. 대로우의 직업이 외교관이고 런던대사관에서 근무하고 있었으니까. 그래 그때부터 은근히 군불을 때기 시작해, 둘은 어느덧 결혼을 약속하고, 대로우의 집은 미국에 있으니 다음으로 하고, 프랑스 지브레의 성에 거주하고 있는 로스 부인의 시어머니와 의붓아들, 딸에게 공표하는 것만 남았다.
  애너 로스의 부드럽지만 꼬장꼬장한 성격을 가진 시어머니는 프랑스 샹텔 후작의 청혼을 못이긴 척 받아들여 졸지에 로스 부인에서 샹텔 후작부인이 된 몸으로, 평소에 완강한 겸양의 덕을 발휘해 주위의 모든 사람을 완벽하게 휘어잡는 특기가 있는 양반이다. 남편과 전처 사이에서 난 훌륭한 외모의 아들 오언 리스는 미국에서 하버드를 졸업하고 열렬한 연애에 빠졌다가 걷어차여 사람 꼴이 아니었다가 계모 리스 부인의 권유로 옥스퍼드에서 일 년 동안 공부하기로 했었다. 바로 이 새엄마와 의좋은 의붓아들 오언을 보살피기 위해 한 해에 한두 번 영국을 방문하는데 이때 대로우를 만난 것. 나머지 기간 애너 로스는 프랑스에 있는 딸의 옷과 가정교사를 구하고, 시어머니와 최신유행 상품을 쇼핑하느라 거의 모든 시간을 소비하는 유한마담이다.
  결혼을 선언하려면 대로우가 프랑스로 가야 할 터인데, 애너는 계속 일정을 변경하다가 마치 마지못한 듯 5월의 어느 날을 지정했고, 이에 맞춰 대로우는 약 한 달의 휴가를 얻어 채링 크로스 역에서 도버해협으로 가는 기차에 올라 출발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때, 대사관의 사환 아이가 헐레벌떡 기차를 향해 뛰어오더니 대로우에게 전보가 도착했다고 전해주었다.
  “예기치 못한 장애 발생. 30일 이전에는 오지 말 것. 애너.”
  이 전문이 <암초>의 첫 문장이다.
  대로우 입장으로 생각하면 얼마나 황당했을까. 대사의 결재를 받아 휴가를 얻어, 기차도 이미 탔고, 모르긴 해도 배표도 예매했을 터인데 밑도 끝도 없이 언제까지는 오지 말라니. 거기다가 전에 자신의 제안을 받아들였음에도 선뜻 초청하지 않은 것도 께름칙한데 이런 전보를 받았으니 정말로 자신을 무시하는 기분이 들었을 것이다. 어쨌든 기차는 떠났다. 그리고 비 내리는 도버해협 역에 도착해 내렸다. 날씨까지 대로우 기분에 맞춰주느라고 구질구질 비 내리고 바람까지 분다. 이때 웬 아가씨 하나가 자기를 보더니 대로우 씨, 하고 이름을 대며 아는 척을 하는데 어째 지겹고 불편했던 느낌이 든다. 나중에 알고 보니 요란하고 강압적인 성격으로 악명을 드높인 머릿 부인이 거느린 말 없는 권속 가운데 한 명, 책 읽어주는 여자 겸, 비서 역할을 하는 여성이었다. 소피 바이너. 일찍이 부모를 여의고, 후견인에 의하여 기숙학교에 다녔으나 후견인이 뇌일혈로 죽는 바람에 동전 한 푼 없이 빈털터리가 된 불행한 아가씨. 친구 가족의 유럽 여행에 묻어 파리에 도착했다가 바로 그 친구가 남자와 야반도주를 감행하는 바람에 파리에 홀로 떨어져, 파리의 가난한 미국 예술가 팔로우 부부에 의하여 구조를 받아 런던의 머릿 부인 집으로 들어갔다. 지옥 같은 머릿 부인 댁에서 무려 5년을 버티다가 바로 어제 여사와 대판 싸우고 한달치 임금도 받지 않은 채 그냥 뛰쳐나와 다시 팔로우 부부를 찾아가는 길이다.
  대로우 입장에서 어쨌든 받아놓은 휴가도 있으니 파리에 가긴 가야 하겠고, 이왕 가는 것, 소피 바이너 양과 함께 해협을 건너고 칼레에서 파리로 가는 열차에 탑승한다. 북역에서 택시를 타고 기사도를 발휘해 팔로우 씨 댁까지 데려다주었지만, 저런, 팔로우 씨 부부는 그동안 파리를 떠나 다른 곳으로 이사를 했단다. 어쩔 수 없이 같은 호텔 옆 방에 방을 얻어주고, 철저하게 대로우 입장에서 보면, 시간도 보내고, 소피와 파리의 특별한 레스토랑에 가서 별식을 먹고, 관광하는 것도 즐겁고, 마치 소피를 위해 자신이 헌신하는 것 같은 착각도 매력적이고, 하여, 소피의 장래 희망이 연극배우인 것을 감안, 특히 연극 극장에 갔다가, 파리에도 자신을 알아볼 많은 사람이 있음에도 젊고 예쁜 아가씨와 동행하는 위험을 무릅쓰고 말이지, 그만 덜커덕, 애너 리스의 의붓아들이자 계획대로만 된다면 자신의 의붓아들이 될 오언 리스를 극장에서 마주치고 만다. 어떠셔? 이 작은 일이 뒤에 창대하지는 않을지언정 하여튼 뭔가 다른 사건으로 번지게 될 거 같지? 맞다. 하여튼 그건 그렇다 치고.
  소피는 난생처음 누군가 자신을 위해, 자신만을 위해 돈과 시간을 투여하는 기분좋은 경험을 처음 당하고 있는 순간이다. 그러나 세 번째 날부터 하늘도 무심하시지, 벼락을 동반한 비바람이 몰아치고, 외출하지 못한 채 호텔방에 박혀있어야 하는 대로우와 소피. 어떻겠나. 이게 1912년 작품.
  “이때 갑자기 바이너 양이 두 손으로 그의 어깨를 잡았고, 그녀의 얼굴이 여전히 바로 위에 있었다. 그렇다면 대로우도 얼굴을 들어 그녀에게 입을 맞춰야 할 것이다…….
  그는 몸을 앞으로 숙여 뜯지 않은 편지를 난롯불에 던져버렸다.”
  이 정도만 읽고도 독자는 알아서, “얘네들 했네, 했어.” 짐작해야 했던 시기였다.

 

  다른 건 모르겠고, 이래서 이디스 워튼을 미국 소설문학의 대표선수라고 하는구나, 실감할 수 있는 탁월한 심리 묘사가 끝장을 본다. 어쩔 수 없는 태생적 부르주아의 한계에도 불구하고 인정을 하지 않을 수 없는 솜씨다. 다섯 번째 읽는 이디스 워튼에서야 이이의 진가를 알아챈 거 같으니 나도 참 어지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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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lstaff 2021-12-13 08:55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그럼에도 별점이 네 개인 건, 일단, 특정 정서에 대한 세대차이라고 해두자.

다락방 2021-12-13 09:47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아니 이거 뭐죠. 완전 재밌겠는데요. 아 이래서 사람 일은 알 수가 없어요. 미래는 예측불허 그리하여 생은 의미를 갖는 것. 이디스 워튼의 이런 책이 번역 되어 있는것도 모르고 살고 있었는데 말입니다.

일전에 친구가 소개팅을 하고 그 남자랑 소개팅한 날 서로 느낌도 좋고 하여 사귀기로 했단 말입니다. 그렇게 두어번 더 만나고나서 주말에 친구는 여행을 갔어요. 원래 자신의 친구들과 계획되어 있던 여행이었던지라 막 사귀기로 한 남자에게 ‘다녀올게‘ 했는데, 그 주말 여행을 끝내고 돌아오자 그 남자는 공원에서 인라인 스케이트를 타다가 다른 여자를 만났다고 미안하다고 연락을 해옵니다...

그 스토리가 생각나는 책이네요. 저도 읽어볼래요.

Falstaff 2021-12-13 10:20   좋아요 2 | URL
소개팅 얘기도 재미납니다. 누가 단편소설로 쓰면 썩 괜찮을 거 같은 걸요!
<암초>, 저는 심리 묘사를 중점으로 읽었습니다. 스토리는 읽으면서 저절로 예측 가능한 방향으로 굴러가더군요. 요새 독자들이 좀 까져가지고 말입죠. ㅋㅋㅋ

blanca 2021-12-13 09:5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오, 이제 더 이상 읽을 에밀 졸라의 드라마가 없어 의기소침해있던 차에(꿈은 추천 안 하신다고 하니) Falstaff님만 믿고 이 책으로 가겠습니다.

Falstaff 2021-12-13 10:21   좋아요 2 | URL
졸라에 비하면 많이 심심합니다. 마음이 변하는 과정의 묘사가 탁월하더군요!

청아 2021-12-13 10:0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디스 워튼 언젠가 꼭 읽어봐야지 했었는데 저는 폴스타프님 덕분에 바로 핵심으로 들어가면 되겠네요😄

Falstaff 2021-12-13 10:22   좋아요 2 | URL
오, 처음 읽는 워튼으로는 재미 없을 이유가 많은 거 같은데요.
<이선 프롬>이 좋지 않을까 싶은데 아이고... 저도 워튼은 뭐라 드릴 말씀이 없어서요. ^^;;;

유부만두 2021-12-13 11:1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이디스 워튼은 “이선 프롬” 하나만 읽어봤어요. 세월의 무상함이랄까, 사람 속을 후벼파는 듯 아파서 더 읽기가 조심스러웠는데… 에잇, 모르겠다! 입니다.

Falstaff 2021-12-13 12:09   좋아요 3 | URL
ㅎㅎㅎ 어떤 작품은 답답해 속 뒤집어지는 것도 있습니다.
책 읽는 것이 다 복불복이지요. ^^;;

페넬로페 2021-12-13 11:3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작품의 뒷이야기, 넘 재미있어요.
제사보다 잿밥에 관심있는 저 입니다. ㅎㅎ
이디스 워튼이 여성 최초로 퓰리처상 수상자라고 되어 있는데 어서 작품 하나정도는 읽어야겠어요^^

Falstaff 2021-12-13 12:11   좋아요 3 | URL
ㅎㅎㅎ 저도 워튼이 좀 분방하다는 얘긴 들었는데, 이 책 역자해설에 와우, 상대 이름까지 나오고, 다른 인간도 아니고 헨리 제임스가 소개했다는 것도 나오고, ㅋㅋㅋ 정말 재미나더군요. ^^

잠자냥 2021-12-13 11:4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니, 뭐야 이디스 워튼 이젠 손 안 갔는데....이거까진 읽어야겠네요. ㅎㅎㅎ

Falstaff 2021-12-13 12:13   좋아요 2 | URL
스토리는 저 위 댓글에서도 말씀드렸다시피!
읽으면서 저절로 예상 가능한 쪽으로 흘러갑니다.
크게 기대하지 마세요! 저도 전혀 기대하지 않고, 근데도 미쳤다고 새 책 사서 읽은 게 더 만족하게 만들었을지 모릅니다. ㅎㅎㅎㅎ

새파랑 2021-12-13 13:1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디스 워튼 작품 다 좋았는데 이런 작품도 있었군요 ~ 최근에 을유에서도 책이 나왔던데 이책도 찾아 읽어봐야 겠어요. 폴스타프님이 진가를 알게된 작품이라고 하시니~!

Falstaff 2021-12-13 14:01   좋아요 2 | URL
오, 새파랑님이 워튼 좋아하시는군요. 그럼 틀림없이 매력적일 겁니다!!
망설이지 마세요.
 
조병화 시집 범우문고 33
조병화 지음 / 범우사 / 1988년 6월
평점 :
품절





   1921년 안성 출생이다. 5남 2녀 가운데 5남으로 태어났으면서도 교육시키기 위해 엄마 진종 여사께서 어려서 서울로 데려가 미동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서울대 사범대학의 전신인 경성사범학교 보통과와 연습과, 합해서 7년 풀코스를 다 마쳤다. 이어 일본 동경고등사범학교에서 물리화학을 전공하고 1945년 귀국해 경성사범학교 이화학실에서 일하다가 해방을 맞았다. 일본인 선생이 섬으로 떠났으니 빈자리가 많았을 거 아닌가. 그래 스물다섯 약관의 나이로 경성사범에서 물리를 가르친다. 이후 자료에 따라 약간의 차이가 있지만 하여튼 제물포고 또는 인천중학에서 물리와 수학 교사를 하다가 1949년부터 서울고등학교에서 물리, 수학, 작문 교사를 겸임한다. 이때 스물아홉 살이었다. 불과 1년 후 한국전쟁이 터지지만 조병화는 국내 굴지의 서울고 교사라는 직책이라서 그랬는지 징집당하지 않고 피란지 부산에서 허무와 패배의식에 싸인 시집 《패각의 침실》을 출간하기도 한다. 다른 젊은이들은 전장에서 수없이 죽어 나가는데 그럴 수 있느냐고? 다 그런 거다. 전쟁 중에 일어나는 인간 상실은 남은 자에게 슬픔과 동시에 허무의 분위기를 분사하는 법이라서.

  전쟁이 끝난 후에는 펜클럽 회원으로 1957년부터 일본, 대만을 시작으로 국제펜클럽 회의에 참석한다거나 문화 시찰단의 일원으로 세계각지를 여행하기에 이른다. 자기 시에 이야기한 대로 전 세계 방방곡곡 원 없이 다녔단다. 1950년대부터. 이런 사람 한 명 더 안다. 이어령. 그의 <바람이 불어오는 곳>은 내가 읽은 몇 권 되지 않는 수필집이다. 이러니 조병화야말로 1920년대식 은수저 물고 난 옥동자라고 해도 별로 틀리지 않는다. 대개 일제 강점기 옥동자들은 해방과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거덜이 나기 일쑤인데 부르주아에다가 재수도 좋았던 모양이다. 하여튼 1959년에 경희대학교 국문과 교수로 임용이 되어 현대시론을 가르쳤고 60년대 들어서도 오대양 육대주 비행 마일리지가 어마어마했다. 1981년부터 인하대학 문과대학 학장으로 스카우트, 아니지 모심을 당해 대학원장까지 지냈으니, 한 세상 잘 먹고 잘 놀다, 엄마 찾아 간 인물이다. 진짜다. 그의 시 <봄은 어머님 목소리부터>의 마지막 두 연이 이렇다.



  봄은, 하늘 나들이 하시는

  어머님 목소리로부터

  첫 기별 온다


  어 너 잘 보다 오너라 (부분)



  그래서 그렇게 갔다. 시인과 함께 경희대 국문과에서 시를 가르치던 교수이자 시인 박이도는, 조병화를 회상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한국 시단에서 가장 많은 시를 써 시집으로 묶은 것, 가장 많은 베스트 셀러를 기록한 일, 그리고 해외여행을 제일 많이 한 시인 등의 사실이 그러하다. 또 그는 물리학을 전공한 수재로서, 회화(繪畵)에서도 일가를 이뤘으며, 럭비 선수로서 스포츠맨쉽도 지닌 지(知) · 덕(德) · 체(體)를 겸비한 신사(神士)인 것이다.”


  부잣집 아드님이지, 공부 잘 해서 수재란 소리 듣지, 우리 시단에서 가장 다작을 했는데 베스트 셀러지, 럭비 선수로 해 건강하기도 하지, 대학교수로 평생을 지냈지, 다른 이들은 전쟁 중에 죽어 자빠지거나 불구가 되는 마당에 손톱 끝 하나 깨지지 않았지, 참 신사(神士), 신god이다, 신. 미친다. 박이도가(시인 가운데서도 원로 시인이) 진짜 신사를 神士라고 쓴 건가? 하긴 이 정도의 스펙을 가진 조병화를 神士, 기독교의 신 말고 적어도 희랍 신화의 숱한 신 가운데 말석 하나는 줘도 좋음직한데, 암만 봐도 紳士의 오기 같아서 말이지. 하여튼 안 써도 좋을 곳에 한자어 썼다가 이런 꼴을 당한다니까 글쎄.


   오늘 헛소리만 잔뜩 늘어놓는 이유는, 몇 십 년 전에는 쓰는 시마다 절편이요, 자자이 관주에다가 베스트셀러였을지 모르지만 오늘 읽어보니 조병화의 시들이 제일 어울릴 만한 곳이 유행가 가사 정도 아닐까 싶기 때문이다. 제일 앞에 실린 <추억> 전문을 읊어보겠다.



  잊어버리자고

  바다 기슭을 걸어 보던 날이

  하루

  이틀

  사흘


  여름 가고

  가을 가고

  조개 줍는 해녀의 무리 사라진 겨울 이 바다에


  잊어버리자고

  바다 기슭을 걸어가는 날이

  하루

  이틀

  사흘  (전문)



  위 <추억>에 그럴듯한 곡을 붙이면 정말 괜찮은 가곡도 되겠고, 유행가도 되겠다. 유행가 중에서 발라드, 포크로 아주 제격 아닐까?

  박이도의 시인 소개를 보면 럭비 선수 출신인데, 시는 연애시도 많고, 달달하고, 예전 표현으로 소녀 감성이 충만하다. 넘쳐흐른다. 하긴 강건하기로 두 번째 자리가 서러울 신석정도, 독립 운동하는 친구들과 어울리기도 하고 강력한 우익활동을 했던 김영랑도 간지러운 눈물, 어머니, 슬픔 등의 퇴영을 노래하기도 했으니 크게 이상한 건 아니다. 다만 석정과 영랑이 활동하던 시기와 많이는 아니지만 조금 떨어져 있어서 돋보일 뿐.

  물론 조병화가 이런 노래를 했기 때문에 누구보다 많은 시를 쓸 수 있었고 독자들도 조병화, 편운(片雲: 조병화의 호)의 시집을 사기 위해 주머니를 털 수 있었을 테니 꼭 언짢은 건 아니다. 이래저래 하여튼 편운의 살아생전 잠시나마 우리나라가 시의 나라로, 전 세계에서 일인당 시집 구입이 가장 많은 나라라는 찬사를 얻기도 했으니 여기에 편운의 공로가 없지는 않을 터이다. 어떤 시가 독자들의 심금을 울렸느냐고?



  초 상



  내가 맨 처음 그대를 보았을 땐

  세상엔 아름다운 사람도 살고 있구나 생각하였지요


  두 번째 그대를 보았을 땐

  사랑하고 싶어졌지요


  번화한 거리에서 다시 내가 그대를 보았을 땐

  남 모르게 호사스런 고독을 느꼈지요


  그리하여 마지막 내가 그대를 만났을 땐

  아주 잊어버리자고 슬퍼하며

  미친 듯이 바다 기슭을 달음질쳐 갔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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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1-12-10 09:23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어제 읽은 책의 한 구절 <카프카의 말처럼 문학은 ˝우리 내면의 얼어붙은 바다.
를 깨부수는 한 자루 도끼˝와 같은 것이지, 잘 가꾸어진 아름다운 언어의 정원이 아니다.>
김누리 교수의 이 구절은 작가 신경숙을 겨냥한 것이지만 조병화를 얘기하는데도 어울리네요. ^^
그 시대에 온 세계를 여행하며 살았다는 대목에서는 쬐끔 부럽기도 합니다. ㅎㅎ

Falstaff 2021-12-10 09:32   좋아요 3 | URL
옙. 조병화 자신이 평생 유복하고 잘 누리는 삶을 살아서 생활이란 지옥을 경험해보지 못한 거 같습니다. 이 양반 복이니까 굳이 질투를 하지는 않겠는데, 근데 뭐하러 이 시집을 사 읽었는지 모르겠답니다. ㅋㅋㅋ

잠자냥 2021-12-10 09:34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오늘 올려주신 시들 가운데 ‘추억‘하고 ‘초상‘은 제가 중학교 때 엄청 좋아했던 시에요. 지금도 외울 수 있답니다.ㅋㅋㅋㅋㅋㅋ 앜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역시 중2병 정서에 어울리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Falstaff 2021-12-10 09:40   좋아요 4 | URL
ㅋㅋㅋㅋ 아, 딱입니다. 사춘기 습작소녀, 문학소년들! 그것도 중학생들한테 말입죠.
맞아요, 이런 시도 있어야 합니다. 위에 제가 쓴 댓글이 경솔했네요. ㅋㅋ

잠자냥 2021-12-10 09:48   좋아요 4 | URL
ㅋㅋㅋ 경솔은요, 폴 님 덕분에 오랜만에 중2 감성으로 귀환 ㅋㅋㅋ 한 10초 마음이 촉촉해졌습니다. ㅋㅋㅋㅋ

Falstaff 2021-12-10 09:50   좋아요 3 | URL
흠하하하.... 다 제 덕입니다!
(아, 술 안 깨네....)

hnine 2021-12-10 13:14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추억>이라는 시는 이미 노래 (가곡)로 만들어졌어요 (저도 부를줄 알아요 ^^)
<초상>이라는 시는 저 역시 중고등학교때 연습장 표지 단골. 다소 오글거린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조병화 시인의 시라는 걸 알고 동명이인 시인이겠지 했더랍니다 .

Falstaff 2021-12-10 15:40   좋아요 3 | URL
아, 그렇군요. 가곡이라... 꽤 어울릴 거 같네요.
(사이)
유튜브 검색해서 신영옥의 목소리로 듣고 있습니다.
아하, 이 노래군요! 전혀 생각 못했는데 고맙습니다.

다락방 2021-12-10 14:39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추억> 노래 이미 있다고 쓰려는데 위에 나인 님이 적어주셨네요.

제가 중학교때 매해 합창대회가 열렸는데요, 그 때 저희반 지정곡이 바로 저 가사의 추억이었습니다. 음악선생님은 저희를 지도하다 포기하셨지만, 여하튼 그 때 외웠던 저 노래는 아직도 제가 외우고 부릅니다.

잊어버리자고 잊어버리자고 바다기슭을 걸어보던 날이 하루 이틀 사흘...

잠자냥 2021-12-10 15:42   좋아요 4 | URL
왜 음성 지원되는 거 같죠? ㅋㅋㅋㅋ
우리 다음에 쟝쟝에게 유튜브에서 이 노래 부르라고 하자.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1-12-10 15:43   좋아요 3 | URL
쟝쟝 이 노래 모른다는데 백원! ㅋㅋㅋㅋㅋ

Falstaff 2021-12-10 15:47   좋아요 3 | URL
오, 중학생한테 딱 어울리는 시인데, 노래는 좀 무리인가 봅니다.
다시 들어보니까 무리 같네요.
원래 시엔 없는 부분을 삽입하기도 했군요.
노래하는 다락방님이라..... ㅋㅋㅋ 재밌습니다.

stella.K 2021-12-10 14:48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폴님의 질투 가득한 리뷰네요.ㅎㅎㅎㅎ
정말 금수저 옥동자네요. 6.25가 아무리 폐허라고해도
문화재가 보존되고 머리끝 안 다치는 사람이 있는 거 보면
솔직히 궁금해지기도 합니다. 그 시대가 어땠을지.
폐허는 서민들에게나 폐허였나 봅니다.ㅠ

Falstaff 2021-12-10 15:53   좋아요 4 | URL
ㅎㅎㅎ 재수 좋아 그런 집에서 난 걸 질투해봤자 무슨 소용이겠습니까.
그런 애들은 그렇게 살고, 저는 저대로 살고.... 더 못한 처지에서 난 애들은 또 걔네들 대로 살고 하는 것이지요. 다 인생입니다. ㅋㅋㅋㅋ

mini74 2021-12-10 21:1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학창시절 좋아했던. 이유는 외우기 쉬워서ㅠㅠ 시 외우는 숙제가 있었거든요. 한 친구가 그 국어쌤 독재와 잘난체에 화가 나서 에너벨리? 외워왔던 기억도 나네요. 그 긴걸 왜? ㅎㅎ

Falstaff 2021-12-11 18:59   좋아요 1 | URL
아, 그러셨어요! ㅋㅋㅋㅋ
전 대학 가서, 그것도 이과 전공생들이, 술 한 잔 마시려면 시 한 수 외라는 제법 진지한 이야기가 나왔던 기억이 있습니다. ㅋㅋㅋㅋㅋㅋ
전, 제 자랑을 좀 하자면, 그날 꽐라, 개꽐라 됐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
 
지옥
아구스트 스트린베리 지음 / 명지출판사 / 1999년 8월
평점 :
절판


 

 

  아구스트 스트린베리는 우리에게 희곡과 연극 <줄리 아씨>로 이름을 알렸지만 사실 그리 많은 사람들에게 익숙한 작가는 아니다. 나도 <지옥>이 처음 읽은 스트린베리다.
  이이는 1849년에 스웨덴-노르웨이 연합왕국의 스톡홀름에서 선박 중개업자 카를 오스카 스트린베리와 그 집의 하녀 엘레오노라 울리카 노를링 사이에서 사생아로 태어난다. 그의 자전적 소설 <하녀의 아들>을 통해 스트린베리는 친엄마 없이 자란 유년시절이 정서불안정, 가난, 종교적 환상주의, 방치 같은 성격을 형성하는데 중요한 영향을 끼쳤다고 했단다. 그랬을 수 있겠다. 책임지지도 못할 거면서 자신을 낳고 쫓겨난(확실하지 않음) 친엄마와 냉정하게 키웠을 계모 등의 영향 때문인지 스트린베리는 유독 페미니즘과 여성에게 좋지 않은 감정을 가졌다고 하며, 이 책 <지옥>에서도 여성은 남성을 망치게 한다고 노골적으로 언급하고 있다.
  스트린베리가 스물여섯 살이 되던 1875년에 여배우이자 브란겔 남작의 스물네 살 먹은 아내 시리 폰 에센을 자빠뜨려, 2년 후 기어코 이혼을 하게 만든다. 이것이 첫 번째 결혼. 둘 사이에서 생긴 아이가 이틀 만에 죽어버리고 경제적으로도 파산에 이르는 등 불행한 가정의 특징인 갖가지, 온갖 방법으로 서로가 서로를 미워하면서 12년을 보낸 1889년에, 아내 시리 폰 에센은 그 와중에 만든 세 명의 아이들을 데리고 자기네 나라 핀란드로 떠나버린다.
  이후 베를린에 정착해 활동을 하다가 마흔네 살 때 스물한 살짜리 오스트리아 출신 언론인 프리다 울과 두 번째 결혼을 해서 케르슈틴(책에선 크리스티나)을 낳고 3년 만에 이혼한다. 쉰이 넘은 1901년에 마지막 세 번째 결혼을 하지만 이것도 3년 만에 파투가 나니, 불우했던 어린 시절의 영향이 근본적으로 성격에 악영향을 준 것 같다. 그런데, 세상에 이보다 더 불행한 유년시절을 보내고도 건전하게 한 평생 살다 간 사람도 많이 있다. 그러니 스트린베리를 위하여 과한 동정을 할 필요는 없으리라.

 

  1897년, 바야흐로 벨에포크 시대. 세계문화의 수도 파리가 무대다. 2년 반 전 오스트리아에 있는 딸이 아파 아내가 귀국을 했을 때, ‘나’는 현재인 1897년까지 앞으로 만나지 못할 것임을 아내를 배웅하면서 감을 잡았다. 여기서 ‘나’는 작가 아구스트 스트린베리 본인이며, 작품은 끝까지 1인칭 시점으로 쓰여 있다. ‘나’가 스웨덴에서 파리로 온 이유는, 파리로 몰려온 모든 고국의 예술가와 마찬가지로 자신(들)의 작품을 세계 문화의 수도 파리에서 발표하거나, 전시하거나, 공연해 좋은 평가를 받아보고 싶어서였다. ‘나’ 스트린베리는 희곡 한 편을 들고 파리에 도착해, 극장 무대에 올렸고, 평단으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는데 성공한 거의 유일한 스웨덴 예술가다. 그러나 그동안 아름다운 아내는 내 영혼 속 감옥의 간수로 밤낮 내 영혼을 염탐질했으며, 비밀스런 생각을 마음대로 상상하고, 사상의 발전을 감시하고, 미지를 향한 나의 영적 투쟁을 질투심에 불타 지켜보아왔다, 라고 ‘나’는 단정한다. 그리하여 딸 문제로 귀국했던 파리 북역에서 얼마나 큰 해방감을 느꼈을까. 물론 사랑하기는 하지만.
  여기까지는 한 비뚤어진 남성을 바라보는 일이 이상하지 않았다. 그러나 곧바로 ‘나’는 본업인 극작의 흥미를 놓고 엉뚱하게 자연과학에 강한 흥미를 느낀다. 바로 이 자연과학의 지적 성취를 위해 ‘나’의 사랑, 아름다운 여자 간수이자 무고한 희생자인 아내를 포기해버렸다. 까르띠에 라땡 거리의 하숙집에서 ‘나’는 유황 속에 탄소가 존재한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한 화학실험에 몰두하고, 드디어 실험을 통해 그걸 밝혀낸다. 대가는 혹독했다. 손등에 균열이 생기고 갈라진 피부의 틈은 코크스로 채워져 피가 철철 흐르는 고질병으로 도져버렸다. 그러나 자연의 신비를 밝히기 위해 이제는 유황 속에 수소와 산소가 포함되어 있음을 증명하는 단계로 넘어가려 한다. 대인관계를 극도로 단절하고 침묵과 고독을 동반자 삼아. 하다못해 유황 속 탄소의 존재라는 위대한 발견과 증명을 학회에 보고하지도 않은 채.
  이 책이 1897년에 처음 나왔다. 첫 장면에 예술, 극작과 연극 공연을 위해 파리로 와서 성공을 거두고, 아내를 떠나보낸 다음, 다시 자연과학 실험으로 유황, 원소기호 S인 물질 속에 난데없이 탄소 C가 포함되어 있는 걸 증명했다는 얘기를 읽으며, 스트린베리가 말하는 유황은 원소번호 16번, 원자량 32를 가지고 있는 물질이 불순물이나 다른 원소와 혼합되어 있는 황 화합물일 것이란 생각과 더불어, 저절로 세기말 문학을 떠올렸다. 아니나 다를까. ‘나’는 손등이 치유할 수 없을 정도로 갈라지는 역경을 무릅쓰고 납과 실리콘을 합성, 가열시켜 드디어 순수한 황금을 만들어내는데 성공한다. 인류 역사상 유일하게 금을 만들어낸 연금술사로 등극하는 순간이다. 대신 결과는 혹독하여 양 손을 쓰지 못해 스칸디나비아 반도에서 파리로 온 동족들이 모금한 돈으로 쌩 루이 병원에 입원을 해야 하는 처지로 전락한다. 금을 만든 사람이.
  이어서 옥소, 다른 말로 요오드 연구에 착수해 결과를 <르 땅 Le Temp>에 발표하고, 이 논문을 읽은 독일인 사업가가 ‘나’가 묵고 있는 호텔로 찾아와 자신과 함께 독일로 가서 특허를 신청함과 동시에 요오드 사업에 참여해달라고, 만일 허락만 한다면 즉시 십만 프랑을 현금으로 주겠다고 제의를 했으나, ‘나’는 세기말의 위대한 연구자이자 예술가답게 과학연구를 이용하여 치부하려는 어떠한 유혹도 단호하게 물리치기로 바보 같은 결정을 하고 만다. 이런 인간이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돈으로는 손의 치료를 위해 병원에 입원하지도 못했으면서.

 

  세기말 작품인데 지금까지 예술(파리에서의 공연 성공)과 과학, 특히 연금술이 나왔다. 그러면 또 하나 꼭 필요한 것이 있다. 악마주의.
  작품의 주인공 ‘나’의 손등이 쩍쩍 갈라지고, 갈라진 틈에 코크스가 들어가 피가 철철 나는 현상은 저 먼 시절 황금제조술사들의 온몸이, 지금 상식으로 보면 틀림없이 섞어 사용했을 여러 시약들, 예를 들어 수은, 비소 등의 맹독과 재료로 널리 쓰인 납 성분에 중독된 것이 틀림없지만 그들의 온몸이 납과, 수은, 비소가 섞인 중탕그릇을 가열하면서, 열에 의하여 몸의 피부는 바짝 건조되어 조만간에 균열이 생길 것이고, 균열된 틈 사이사이에 납, 수은, 비소, 황과 질소 화합물이 꼬박꼬박 들어차, 피부색은 거무튀튀하고 두꺼운 각질도 생길 수 있으며, 부종과 염증은 급기야 숨이 넘어가야 고칠 수 있는 고질병으로 될 수 있었을 것이다. 중세 시대의 유명한 연금술사들이. 그걸 조금 가져온 것이 ‘나’의 손등.
  이 손등을 본 오스트리아의 곱게 늙은 장모와 장모의 여동생은 ‘나’을 성자로 생각하면서 손의 갈라진 금이 저 2천 년 전 골고다 언덕에서 손에 대못이 박힐 때 생긴 성흔이라고 생각했을 정도다. 그러나 현실의 ‘나’는 묵고 있는 오르피라 호텔 객실은 물론이거니와 좌우 옆방, 그리고 위층과, 바로 침대 옆에 있는 보이지 않는 존재를 인식하고 있다. 그것을 콕 집어서 ‘나’ 스트린베리는 악마라고 지칭한다. 곳곳에서 악마를 “느끼는” 인간을 보통의 사람이 뭐라고 하느냐 하면, “미친놈”이라 칭하고 지금은 이렇게 부르지 않지만 역자 김인호가 스웨덴 예테보리에서 유학중 만 서른한 살의 나이로 암에 걸려 세상을 뜰 1987년엔 정신분열증이라 했고, 편집증이라고도 했었나보다. 그리하여 ‘나’는 자의에 의하여, 그리고 타의에 의하여 정신병원 구경도 하고, 악마 또는 악마와 비슷한 무엇으로부터 영향을 받는다.

 

  그러나 아구스트 스트린베리가 다른 세기말 아방가르드, 그래봤자 본격적인 세기말주의자는 위스망스 말고는 알지도 못하지만, 하여튼 위스망스와 다른 점은, 위스망스가 연금술과 흑마법, 신성모독, 잔혹행위를 날것으로 표현했다 하면, 프랑스에서 젊은 한 때를 보내 위스망스와도 친분이 있었던 스트린베리는 이런 연금술, 악마주의에서 기어이 탈출을 모색하고야 만다. 이를 위하여 작가는 단테의 신곡에서 차용한 <연옥>과 <지옥>을 각 한 장chapter으로 명명하고 이의 탈출을 위하여 자기 딸을 베아트리체로 상정한다. 그럼 결론이 어떻게 되는지 대강 짐작은 하시겠지? 맞다. 당신 생각이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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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아 2021-12-09 11:2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이 작품과 위스망스의 소설도 읽어보고 싶어요! 폴스타프님. 마지막 단락에서 묘사하신 내용들이 궁금한데 위스망스는 어떤 작품을 읽어야 하나요?

Falstaff 2021-12-09 12:02   좋아요 4 | URL
위스망스는 총 세 작품이 번역되어 있는데, 하나는 문고판이라 작은 글 같더군요.
그를 본격적인 세기말 작가로 만든 <거꾸로>가 있고요, 세기말 퇴폐와 더불어 연금술, 흑마법, 신성모독, 잔혹엽기를 만끽하시려면 <저 아래>가 좋은데요,
문제는 위스망스 추천했다가 귀싸대기 맞은 사람이 밤하늘의 별 만큼 많다고 해서 함부로 추천하기가 겁난다는 거죠. ㅋㅋㅋㅋ 완전히 극과 극이라서요, 안 맞는 분이 읽으면 한 챕터도 힘들 겁니다.
아무쪼록 미미님과 합이 맞기를 바랍니다. 맞는다는 전제에서 마지막 문단과 지극히 어울리는 <저 아래>를 흠흠.... ^^;;

반유행열반인 2021-12-09 17:49   좋아요 1 | URL
참고로 저 위스망스 재미있게 봤고 필립 로스도…(잘 걸러내기 위원회)

Falstaff 2021-12-09 21:13   좋아요 2 | URL
오, 열반님도 그러셨군요! 반갑습니다. ㅎㅎㅎ

반유행열반인 2021-12-09 21:52   좋아요 2 | URL
반갑습니다. 아직 거꾸로만 보고 저 아래는 안 본 쪼꼬미입니다…

scott 2021-12-09 12:3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퐐스타프님 이책 번역 어떤가요?
미국작가 밀하우저가 스트린베리 작품 영향 많이 받은 것 같습니다 ^^

Falstaff 2021-12-09 12:38   좋아요 2 | URL
이게 1987년 번역입니다. 역자 김인호의 마지막 번역 쯤 되는데 벌써 35년쯤 묵은 것이니까 저 읽기엔 무난한데 예스런 표현도 섞여 있습니다.
그냥 무난한 수준입니다.
 
태평양을 막는 제방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87
마르그리트 뒤라스 지음, 윤진 옮김 / 민음사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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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근히 뒤라스의 책 좀 읽어봤다고 생각했는데, 이 작품은 내가 아는 뒤라스가 아니다. 내용은 그렇다 치고 문장이 이이 것이 아니다. 생소하다.
그리고 길다. 본문이 370쪽까지. 하긴 이 정도 길이를 (내가 아는)뒤라스 문장으로 쓰면 읽기 힘들겠다.
다 읽었다. 잘 읽히고 공감절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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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1-12-07 16:3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초기작이라 그런 것 같아요. ㅎㅎㅎ

Falstaff 2021-12-07 16:37   좋아요 3 | URL
음. 그럴 수 있겠네요. 아쒸. 오랜만에 집에 가서도 읽어볼까 했는데 술 마시자고 꼬드기는 인간이 있어서 말입죠. ㅋㅋㅋㅋ
집합금지 때문에 소수인원끼리 망년회는 더 자주 해야 합니다!!! 날마다 천국입죠.

공쟝쟝 2021-12-08 11:47   좋아요 0 | URL
저는 좋았는데 갈 수록 흑화하는 뒤라스?!? ㅋㅋㅋ 골드문트는 술을 쉬면 안돼쥬! 달려! 저도 투데이 (혼자) 달릴거야!!

Falstaff 2021-12-08 12:01   좋아요 0 | URL
1부까지 읽었습니다.
뒤라스가 이렇게 써도 좋은데 굳이 뽀스뜨모당으로 치고 나가서 말입니다.
공쟝쟝님, 도서관 가실 일 있으면 <복도에 앉은 남자> 검색해보세요. 뒤라스가 누보 로망 비슷하게 쓴 작품인데요, 로브그리예 같은 사람들의 특기가 아주 세밀하고 냉정한 묘사잖아요?
뒤라스도 이 책의 표제작 <복도...>를 그렇게 썼는데 처음부터 끝까지 베드 씬을 그렇게 묘사한 겁니다. 와.... 포르노 보다 더 포르노 같습니다!! 20대 말에 읽고나서 터져 죽는 줄 알았습니다. ㅋㅋㅋㅋㅋ

공쟝쟝 2021-12-08 12:04   좋아요 2 | URL
골드문트님 알앗어요 ㅋㅋㅋ 꼭 빌려볼테다 ㅋㅋㅋ 반전은 나 뽀스뜨모당 좋아해 ㅋㅋㅋㅋ 저의 올해는 푸코로 시작해 버를러로 정점 찍고 보부아르로 회기했사온데 뒤라스로 흑화해볼까요? ㅋㅋㅋ

Falstaff 2021-12-08 12:05   좋아요 0 | URL
아, <복도에 앉은 남자> 속에 <애인>이란 제목으로 단편 하나가 실렸는데, 그게 민음사 세계문학에서 <연인>으로 이름을 바꾼 겁니다. 영화 때문에 그랬겠지요.
<복도...>는 이대 교수였던가, 김인환 번역입니다.

공쟝쟝 2021-12-08 12:06   좋아요 1 | URL
그나 저나 아침부터 관능적이네요 ㅋㅋㅋ 아침부터 다부장이 강동원 뽀뽀 사진 보내줬는데 ㅋㅋㅋ 이제 뒤라스 포르노 소설 추천하고 ㅋㅋㅋ 왜들 이래 ㅋㅋ 나 외로워 보여?

다락방 2021-12-08 12:13   좋아요 1 | URL
아, 이거 내 이미지 영 말이 아니게 됐는데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공쟝쟝 2021-12-08 12:16   좋아요 0 | URL
다부장// 저의 (비자발적)4b에 마구니들이 껴들게 하지 마란 말이다..

공쟝쟝 2021-12-10 00:33   좋아요 0 | URL
퐐님, 제가 적립금 기념으로 책살려고 복도에 앉은 남자를 검색했다.. 근데 그거 당연히 품절이었는데 놀라운 건 제가 태어나기 전에 나온 책이었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대체 ㅋㅋㅋㅋㅋㅋ 일부러 추천하신겁니까? 이 악독한 골드문트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현재로서는......... 이 책은 읽을수 없습니다. ㅋㅋㅋㅋㅋ 이 책을 구할 수가 있어야 말이지... 그러니까.. 복도.....대신 연인을 읽으면 되는 걸까요?

Falstaff 2021-12-10 09:16   좋아요 0 | URL
그래서, 애당초에 ˝도서관˝ 가실 일 있으면 검색해보시라 했잖아요. ㅋㅋㅋ
오랜만에 쐬주 세 병에 칼스버그 한 캔 땄더니, 술 안 깨네요. ㅠㅠ

페넬로페 2021-12-07 16:3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 이 책 다 읽었고 뒤라스의 작품 중 처음 읽었는데 좋았어요~~
그냥 그 곳에서의 삶을 잘 나타내었더라고요^^

Falstaff 2021-12-07 16:40   좋아요 3 | URL
전 뒤라스 추천은 잘 안 합니다. 말 그대로 복불복이라 맞으면 좋은데 맞지 않으면 내다 버려야 하거든요.
이 책이 좋으셨다니 저도 기대가 되는군요. ^^

페넬로페 2021-12-07 16:42   좋아요 1 | URL
저는 그저 내용 좋으면 오케이라서요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