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옷을 입은 여인 1 현대문화센터 세계명작시리즈 45
윌리엄 윌키 콜린스 지음, 이주현 옮김 / 현대문화센터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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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에 겐자부로 작품 속에 인용하는 작가라서 일부러 검색해 사서 읽음. 빅토리아 시대의 ˝나름대로 미스테리˝ 소설. 1849~1850년을 무대로 펼쳐지는 뻔한 미스테리일지언정, 이게 고전이라 읽는 재미가 여간하지 않음. 훌륭한 B급 소설. 디킨스의 귀싸대기를 날림! 얼른 마저 2권 읽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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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부만두 2022-02-20 15:2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헙! 디킨스를!!

Falstaff 2022-02-20 21:08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 2권은 더 대단합니다!

coolcat329 2022-02-20 18:5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어머! 저 이 책 한 권짜리 다른 출판사 책으로 읽었어요. 하도 옛날에 읽어서 기억이 잘 안나지만 흰옷 여인이 나오는 장면이 환상적이면서 미스터리한게 몹시도! 궁금하게 만들더라구요.

Falstaff 2022-02-20 21:09   좋아요 1 | URL
오, 두 권에 8백쪽이 넘어갑니다. 아마 축약본으로 읽으신 듯. 편집도 아래로 26행, 한 줄에도 글자 빽빽합니다.
그렇다고 다시 읽으시란 얘기까지는 절대, 절대 아니고요. ^^;;

coolcat329 2022-02-20 21:25   좋아요 1 | URL
찾아보니 제가 읽은 책은 2008년 브리즈 출판사에서 나온 건데 776쪽입니다. 현재 품절이네요. 축약은 아닌거 같지 않나요? ㅎ

아이고 아래 댓글보니 고생 중이시군요. ㅠ
검사잘받으셔요.

Falstaff 2022-02-21 05:32   좋아요 1 | URL
아, 이 책이 최초 완역이 아니군요. 여태 그런 줄 알았습니다.
새벽에 2차 와당탕퉁탕! 시작합니다. ㅋㅋㅋㅋ

독서괭 2022-02-20 20:4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와 골디님 백자평이 엄청나네요..!

Falstaff 2022-02-20 21:09   좋아요 0 | URL
예상외로 좋은 건 별점에서도 득을 보는 거 아니겠습니까. ㅋㅋㅋ

그레이스 2022-02-20 21:1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그림, 100자평 다 👍

Falstaff 2022-02-20 21:16   좋아요 3 | URL
아이고 흑흑흑, 내일 아침에 건강검진, 위 아래 다 내시경 받는다고 지금 물똥 찍찍, 쏴아아아와와와....인데 자꾸 댓글 주시면 ㅋㅋㅋㅋㅋㅋㅋㅋ 지금도 옴지락옴지락 하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레이스 2022-02-20 22:00   좋아요 2 | URL
^^;;;
 
주군의 여인 1 창비세계문학 60
알베르 코엔 지음, 윤진 옮김 / 창비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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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이거 너무했다. 정말 기막힌 작품인데 왜 이리 팔리지 않는 건가. 난 그저 일개 독자, 그것도 내돈내산이면서 창비를 (영숙아, 너 때문이야!)미워하는 인간인데, 이 책을 읽는 독자가 별로 없다는 것이 아쉽다. 많이 사서 읽어야 4부작 나머지도 번역해 나올 텐데.... 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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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괭 2022-02-18 20:48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오 이게 다 번역이 안 된 거예요? 예전에 다락방님이 재밌다 하셔서 담아두긴 했는데..

Falstaff 2022-02-18 21:16   좋아요 2 | URL
글쎄 4부작 가운데 <주군의 여인> 딱 하나만 번역해 나왔다니까요! 진짜 아쉽습니다.

다락방 2022-02-18 21:51   좋아요 3 | URL
이게 막 하권(2권) 에서 사람 미치게 해요. 읽고나서 한동안 넘나 허우적거렸어요 ㅠㅠ

mini74 2022-02-18 20:5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무슨 책일까 궁금해서 방금 골드문트님 예전 쓰신 리뷰봤어요. 발췌문 글들이 정말 좋은데요 ~ 근데 골드문트님 이름만 바꾸지 마시고 사진도 좀 바꾸심 안되나요. 골드문트가 저리 되었다 생각하니 ㅠㅠㅠ ㅎㅎㅎㅎ

공쟝쟝 2022-02-18 21:01   좋아요 6 | URL
나중에 골드문트 저렇게 되던데요? ㅋㅋㅋㅋㅋㅋ 전 퐐드문트님 프사 좋아요 ㅋㅋㅋㅋ

mini74 2022-02-18 21:04   좋아요 4 | URL
너무 과하지 않나요 ㅎㅎㅎ 폴스타프님 프사니 새 이름은 새 그림에 ㅎㅎㅎ 사실 저도 정겹고 좋긴 합니다 ㅋㅋ 그리고 골드문트님 사진에 일해라 절해라 하는 듯해서 급죄송스런 맘이 ㅋㅋㅋ 저 소심하거든요 ㅎㅎ

Falstaff 2022-02-18 21:18   좋아요 4 | URL
아이구.... 10대 골드문트가 나이들면 외모가 딱 폴스타프라니까요!
하는 짓도 금순이, 골드문트하고 폴스타프 꽐라하고 비슷해요. ㅋㅋㅋ

쟝쟝님 암만해도 짱이셔!!!

그레이스 2022-02-18 21:00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검색했는데 좋네요^^
영숙이는 누구신지...?!^^

Falstaff 2022-02-18 21:30   좋아요 4 | URL
윽.... 이름이 영숙이는 아닌데요, 우리말 문법에 그런 거 있잖아요.
초성자음 부끄럼 탈락.
˝문자적 유사성˝의 구현인지 글 도둑질의 실현인지를 한 자칭 작가라는 인간, 아시잖아요? <엄마를 당부해>를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에 출품했고요, 저로 하여금 <외진 방> <풍금이 놓인 자리> <기차는 미쳤다고 여덟시에 떠났네> <깊었던 슬픔> <어디선가 너를 찾는 핸드폰이 울리고> 등을 책꽂이에서 꺼내 쓰레기통에 쑤셔박게 만들었던 이입니다.

그레이스 2022-02-19 10:37   좋아요 1 | URL
아아 그 영숙!
전에도 봤어요
그때는 알아들었는데,,, ㅋㅋ
제가 이런 센스가 떨어지나봐요^^
아는 지인으로 좁혀 생각했죠 ㅋ

Forgettable. 2022-02-18 22:5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읽은 사람만이 공감할 수 있는 백자평이네요. 하지만 저는 1권에서 쏠랄의 장광설에 사랑에 빠진 히말라야의 여인 부분이 너무나도 이해가 안갔고..

Falstaff 2022-02-19 08:01   좋아요 1 | URL
히말라야, 중앙아시아 등등의 지역은 다분히 상징으로 쓰지 않았나 싶었습니다.
ㅋㅋㅋ 이이의 장광설하고 합이 맞기만 하면 정말 대박이잖아요!

coolcat329 2022-02-19 07:3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 이 책이 4부작이었군요. 찜해둔 책이긴 한데 잊고 있었어요. 이참에 찾으러 가봐야겠네요. 골드문트님 글을 창비가 보고 번역해주면 좋겠습니다.

Falstaff 2022-02-19 08:02   좋아요 2 | URL
아이고, 정말 나머지도 번역해서 나오기만 하면 더이상 창비 미워하지 않을 겁니다. ㅋㅋㅋ 알렉산드리아 4중주와 어깨를 견줄 만하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는데 말입니다.
 
지옥변 세계문학의 숲 13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지음, 양윤옥 옮김 / 시공사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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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공사에서 냈던 “세계문학의 숲” 시리즈 가운데 아직 읽지 않은 책이라면 적어도 한 번은 왜 여태 안 읽었는지 생각을 해봐야 마땅했을 터. 그저 시리즈 목록 가운데 읽지 않은 아쿠타가와의 책이 있어 덥석 집어든 것이 패착. 책의 제목이 아직 읽어보지 않았다고 단정한 중·단편인것으로 알았는데 저런, <지옥변>은 민음사 세계문학 시리즈로 나온 저자의 단편집 《라쇼몬》에 포함되어 있었다. 《지옥변》에는 단편이자 아쿠타가와의 대표작인 <라쇼몬>이 첫 번째 작품으로 실려 있으니, 이런 경우가 드물지 않게 발생하는데, 그럴 때마다 쉬운 말로, 꼭지 돈다. 게다가 아쿠타가와의 작품들을 별로 좋아하지도 않는다. 틀림없이 눈에 백태가 낀 거다. 생각 좀 하고 살아야겠다.

  그래도 《라쇼몬》은 아주 조금 기억할 만한 것이, 이 책을 읽고 독후감을 써서 알라딘 서재에 그저 보관을 했을 뿐이건만 그게 덜컥, 이달의 독자 리뷰(여러 편 중의 하나)로 선정이 되어 2만원의 적립금을 받았다는 것. 독후감 써서 알라딘에서 적립금 받긴 처음이었다. 아, 이런 것이 있었구나! 깜짝 놀라, 아 참, 이거 비밀이긴 하지만, 이후 나의 독후감에서 적나라한 표현은 은근히 사라지고 만다. 암만해도 입에 걸레 물고 화끈하게 말해버리면 ‘이달의 독자 리뷰’ 선정하는 분의 마우스 클릭하는 손가락에 힘이 덜 갈 것 같아서. 뭐 사는 게 다 그렇지. 일본말 <라쇼몬>을 한문으로 쓰면 나생문(羅生門)이고, 전형적인 일본식 그로테스크를 보여주고 있어서, 나는 ‘라쇼몬’보다 우리나라 14세기 말 조선시대 한양에 지은 시구문(屍口門)이 이름부터 훨씬 달콤 살벌하지 않느냐, 라고 썼던 적이 있다. 민음사 《라쇼몬》에 실린 모든 중·단편 가운데 딱 이것만 생각난다. 그러니 단행본으로 나온 《지옥변》을 읽어봤는지도 몰랐다고 적어도 변명 정도는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리하여 《지옥변》을 읽기는 읽는데, 읽은 기억이 나지는 않지만 민음사 《라쇼몬》에 실린 작품은 건너뛰고, 실리지 않는 것들만 읽기로 결정을 했다. 어차피 일년 지나면 전혀 기억하지 못할 것 같은 기분이 팍팍 났고, 지금 다 읽은 다음에 다시 생각해봐도 마찬가지라서, 결심 한 번 참 잘했다고 스스로 칭찬하고 있는 중이다.

  아쿠타가와 류노스케가 원래부터 아쿠타가와 성씨를 쓴 건 아니다. 우리나라에 이이의 팬들이 많아 많은 독자들은 벌써 알고 계시겠지만, 아기 류노스케가 8개월 때, 아이의 엄마가 정신질환으로 발작을 일으켜 도무지 키우기 힘들게 되자 외갓집, 예술에 큰 관심을 두고 있으며 스스로도 아마추어 예술가 또는 딜레탕트이기도 한 외삼촌 아쿠타가와 도쇼 부부가 키우게 된다. 외갓집이 일본의 다른 곳도 아니고 도쿄 부근에서 방귀 깨나 뀌는 집안이어서 전통적인 에도식 문화분위기에서 자랐고, 후에 외삼촌 아쿠타가와 씨의 양자로 입적을 하게 된다.

  나라도 그랬겠지만 아쿠타가와는 혹시 어머니한테 정신병력을 물려받지나 않았는지 평생, 평생이래봐야 서른다섯 해의 짧은 생이지만, 비관 또는 허무주의에 빠져 살다가, 이런 사람들이 흔히 그렇듯, 확실한 건 아니지만 날로 우울증을 심화 발전시켜 1927년, 그동안 틈틈이 모아놓은 수면제를 한꺼번에 삼켜 잠을 자며 고요히 숨을 거두었다. 요즘 수면제는 독성이 거의 없어 따라 해봤자 아무 소용없다. 괜히 병원가서 위세척 당하는 쪽팔림만 겪을 뿐이니 당신은 꿈도 꾸지 마시라.


  그리하여 골라, 골라 읽어보니 하나 같이 멘탈 에브노멀, 그리고 역자 양윤옥이 해설에서 말한대로 페시미즘과 니힐리즘이 적절한 비율로 섞어찌개를 만들었다. 진짜다, 읽어보시라. 따로국밥은 없다. 오직 섞어찌개, itself! 내가 보기에 책의 제목을 《지옥변》으로 한 것은 표제작이 실린 작품들 가운데 제일 분량이 길어서 그런 것 같은데, 그건 이미 민음사 책을 통해 읽어봤으니 다음으로 긴 작품인 <갓파>를 소개해보자. 아휴, 이것도 민음사 책에 실린 거다. 그러면 대산 <톱니바퀴> 얘기를 좀 해보자.

  아쿠타가와가 수면제 수십 알을 삼키고 천국의 즐거움을 맛보러 간 1927년, 이이의 매부가 선수를 쳤다. 추운 날이었다니까 아마 연초쯤 될 듯하다. 도쿄에서 멀지 않은 시골에서 계절과는 인연이 없는 레인코트를 걸친 채 차에 깔려 죽은 것. 작가의 연표를 보면 매부는 사업에 실패해 거액의 빚을 남기자 자기 집을 시장가격의 두 배에 달하는 보험금을 탈 수 있게 부보(部保)하고 그냥 신이 나서 자기 집에다 불을 싸질러버린다. 그리하여 우울증에 의한 것이 아니라 파산을 하고, 이제 그것도 모자라 형사입건을 피할 수 없게 된다. 그러다가 이판사판 하는 심정으로 자살을 해버린 것이겠지. 보험사기를 위해 방화 범죄를 저질렀고, 이미 위증죄로 집행유예 기간 중이어서 빼도 박도 못했던 상태였단다. 당연히 아내의 남동생인 아쿠타가와 역시 이 일 때문에 검·경의 조사를 피할 수 없었읕 것이니, 이래저래 1927년은 작가의 집안엔 짙은 먹구름이 도무지 갤 생각이 없었던 듯.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쿠타가와는 원고 마감 시간에 쫓기는 작가라서, 이런 와중에 집에서 조용히 창작에 전념하기가 힘들어 작지만 조용한 호텔방을 빌어 그곳에서 단편소설 <톱니바퀴>를 집필한다. <톱니바퀴> 자체가 자신이 이 작품을 쓰기까지의 상태를 적은 글이다. 작가는 아는 사람의 결혼 피로연에 자리를 빛내주기 위해 길을 가던 중, 도카이도 본선의 정거장에서 알고 지내던 이발사 주인을 만나 XX씨네 집에 한낮에도 출몰하는 유령 이야기를 나누는 것으로 시작한다. 하여간 이발사의 말에 의하면 주로 비 오는 날에 자주 출몰하고, 레인코트를 입은 유령이라는 것. 만일 이 대화를 읽을 때, 아쿠타가와의 연표를 본 상태였다면, 그게 바로 매형의 유령임을 알아차릴 수 있을 텐데, 독자에게, 심지어 일본의 독자들 가운데서도 이걸 눈치챈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그래 난데없이 왜 레인코트를 입은 유령이 작중 화자 ‘나’를 졸졸 따라다니며 도쿄로 돌아오는 기차 안에서도, 글을 쓰기 위해 임시로 빈 호텔의 로비에서도, 심지어 ‘나’가 들은 방의 욕실에서도 레인코트의 사내가 기척을 하는 이유를 알지 못한다.

  작품은 이렇게 내내 불안하고, 그로테스크한 분위기에서 진행하다가 그냥 그대로 끝나버린다. 잠든 아내를 바라보며 죽은 게 아닌가 싶은 공포에 휩쓸리면서.

  읽는 내내 피곤하다. 정신질환의 가능성에 대한 공포와 허무주의, 그리고 비관적 세계관의 난장판. 그러면 미시마 유키오 같은 감각적인 문장이라도 있어야할 텐데 그것도 아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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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2-02-18 08:5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읽는 내내 피곤하다는 느낌이 어떨지 궁금하긴 하네요. 저는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책은 한권만 읽었는데 저도 으스스한 기분이 들더라구요 😅

Falstaff 2022-02-18 09:12   좋아요 3 | URL
그걸 경험해보시라고 추천하기는 좀 그렇군요. ㅋㅋㅋ

그레이스 2022-02-18 10:0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ㅜㅜ
죽음에 사로잡힌 작가의 글을 읽으려면 마음을 다잡아야할까요?
안타깝다는 표현만으로는 부족한 느낌을 받습니다.
그런데 페시미즘과 니힐리즘의 섞어찌개라고 말씀하시고, 읽어보시라 하시는 역설은 재미있네요 ^^

Falstaff 2022-02-18 10:28   좋아요 2 | URL
ㅋㅋㅋ
심술이죠 뭐. 혼자 페시미즘과 니힐리즘을 겪기 뭔가 억울하니까, 슬쩍, 아, 읽어보시면 알아, 하는 식으로요.
마음 다잡을 필요가 어디 있겠습니까. 기껏 소설책 한 권 읽는 걸요. ^^;;;

페넬로페 2022-02-18 11:23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저 지금 민음사판 라쇼문 읽고 있는데 류노스케가 소세키의 문하생이라고 알고 있는데 내용은 완전 달라 조금 당황하고 있어요~~
지옥변을 읽기 전에 마음의 준비 단단히 하고 읽어야겠어요^^

Falstaff 2022-02-18 11:40   좋아요 4 | URL
나쓰메 소세키의 문하생....이라 할 수 있겠네요.
1915년에 그의 자택에서 열렸던 ‘목요회‘에 회원 자격으로 참석을 했었답니다. 둘 다 당대의 고수들이라 스타일이 달라도 서로 인정을 한 것, 정도로 생각하는데, 뭐 제가 알아얍지요. ^^;;;
하여간 1915년의 인연으로 다음 해 발표한 <코>를 나쓰메 소세키가 극찬했다고 연표에 나오는군요.

케이 2025-02-05 13: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늘 아침 출근하면서 딱 <지옥변>까지 읽었어요.
근데 나쓰메 소세키 선생이 대체 왜 <코>를 극찬했을까요????
저는 정말 별로였는데... 뭐 대가가 칭찬했으니 이유야 있겠지마는...
고골의 <코>를 읽었을 때에 고골 이 사람이 좀 제정신은 아니다. 생각하면서도 팔스타프 님이 말씀하신 병적인 우울함 같은 건 안 느껴졌는데 아쿠타카와는 좀 다르네요.
저는 대학 시절 <귤> 을 좋게 읽어서 사서 읽었는데요. 흠.... 아직은 잘 모르겠어요.

일단 시작한 것이니 끝까지 읽고 또 평을 남길게요.
엄청 춥네요.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감기 조심하세요!

Falstaff 2025-02-05 20:00   좋아요 1 | URL
아이쿠.... 이 책 감명깊지 않아서 내용은 다 잊었답니다. 단편집은 이게 문제예요. 순식간에 다 잊어버리는 거. <귤>도 저는 서정인의 단편만 떠오르고 이이의 <귤>은 생각도 나지 않네요. 흑흑흑....
고골의 <코>는 당시 시각은 물론이고 지금 읽어도 포스트 모던하지 않나요? 쇼스타코비치가 <코>를 오페라로 만들었는데 오페라에선 정말로 큰 코, 사람만한 큰 코들이 등장해 무대를 왔다갔다 하기도 합니다. 무슨 뜻이냐는 다음으로 하고, 은유 자체가 엽기면서도 독특해 아주 인상 깊게 읽은 작품입니다. 사실 저도 <코>에서 고골이 무엇을 주장했는 지는 잘 모르겠지만 말씀이지요. ㅎㅎ 이렇게 사는 거죠 뭐. ^^

케이 2025-02-06 10:44   좋아요 1 | URL
저도 고골이 뭘 주장하는지는 모릅니다. ㅋㅋㅋ 그래도 술술 재밌게 읽혔던 기억은 나요. <외투>는 배꼽잡고 웃기도 했고요.
저는 가끔 틀 음악이 없으면 KBS 클래식 FM 을 틀어놓는데요. 듣다가 아니 대체 음악이 왜이래?? 하고 찾아보면 쇼스타코비치, 말러, 부르크너 이 셋 중 하나더라고요 ㅋㅋㅋ제가 소양이 부족해서 그런지도 모르지만요.
쇼스타코비치는 음악만큼이나 오페라도 난해하군요
언제나 독후감 잘 읽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쭉 독후감 써주세요!
 
그리운 나무 창비시선 368
정희성 지음 / 창비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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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문 강에 삽을 씻고

 

  흐르는 것이 물뿐이랴
  우리가 저와 같아서
  강변에 나가 삽을 씻으며
  거기 슬픔도 퍼다 버린다
  일이 끝나 저물어
  스스로 깊어가는 강을 보며
  쭈그려 앉아 담배나 피우고
  나는 돌아갈 뿐이다
  삽자루에 맡긴 한 생애가
  이렇게 저물고, 저물어서
  샛강바닥 썩은 물에
  달이 뜨는구나
  우리가 저와 같아서
  흐르는 물에 삽을 씻고
  먹을 것 없는 사람들의 마을로
  다시 어두워 돌아가야 한다 (전문, 《저문 강에 삽을 씻고》, 창작과비평사, 1978)

 


  대학에 입학하고, 앞 뒤 잘라 말해, 이 시 한 수에 나가 떨어졌다. 이런 것들도 시가 되는구나. 물론 정희성 한 명도 아니었고, <저문 강에 삽을 씻고> 노래 하나 때문은 아니었지만 이렇게 이야기하자. 이전에 배운 교과서는 여전히 최남선, 서정주 같은 부일 시인과, 변영로의 <논개>처럼 애국심 고취의 목적시, 아니면 “술 익는 마을에 타는 저녁놀” 완전히 순수시만 배웠다가, 강변에 나가 샛강 바닥 썩은 물에 삽을 씻으며 슬픔도 퍼다 버린다는 노래를 들으니 눈이 번쩍 뜨일 수밖에. 물론 이전에 신경림, 황명걸, 조태일 등도 있긴 했다.

 

  정희성은 해방둥이로 경남 창원에서 낳고, 전국 각지를 돌며 성장한다. 용산고등학교를 거쳐 서울대 국문과를 졸업하고 1970년, 제대하자마자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변신>이 당선하면서 데뷔한다. 이후 서울 소재 고등학교 국어교사로 오래 근무하는데, 아마 숭문고등학교였지, 라는 오래된 기억이 틀리지 않아서 나도 깜짝 놀랐다. 《저문 강에 삽을 씻고》의 발문을 쓴 김종철 전 자유언론실천재단 이사장의 말에 의하면 정희성은 학문을 계속하기 위하여 대학원을 수료하고도 논문을 쓰지 않기로 결심을 해, 교수라는 높은 사회적 지위와 경제적 여건 대신 고교 국어교사로 남겠다는 각오가 저와 같은 뭇 속물들에게 매우 충격을 주었다고 한다.
  정희성은 첫번째 시집 《답청》이지만 중요한 시는 《저문 강에 삽을 씻고》에 다시 실린 것으로 보아 첫 시집은 시인에게 그리 중요한 흔적을 낸 것 같지는 않다. 두번째 시집인 《저문 강에 삽을 씻고》에서 정희성은 본격적인 사회비판적 참여시를 쓰기 시작해 2013년 이이의 다섯 번째 시집 《그리운 나무》까지 일관된 모습을 보인다. 민족문학작가회의의 이사장을 역임했다.
  사람은 당연히 늙는다. 정희성도 늙었다. 시인이 늙으면, 물론 여전히 팔팔하고 알통이 울뚝불뚝한 문정희 같은 이는 별개로 하고, 이제 나이든 시인의 주변을 둘러보며 자잘한 살림살이를 간단하게 메모하는 것처럼 보이는 ‘살림시’ 같은 걸 볼 수 있다. 정희성도 마찬가지다. 시가 극도로 짧아졌다. 그러면서 수십년 동안 시를 써온 시인답게 한 장면이 함의하고 있는 그림을 간결한 말로 보여준다. 예컨데,

 


  불 꺼진 여자

 

  환자복 입은 여자가 병원 벤치에 앉아
  연거푸 담배를 피워대고 있다
  무슨 속 태울 일이 있었을까
  타다 만 장작마냥 연기가 피어올랐다  (전문)

 

  말 그대로 병원 건물 밖 벤치에 앉은 환자가 담배 피우는 걸 보고, 썼다기보다 장면을 단어로 “그렸다.” 물론 《저문 강에 삽을 씻고》와 《그리운 나무》 사이의 세월동안 민주화가 이루어지고 경제 발전과 문화 한류에 힘입어, 우리나라 문학이 이런 것들에 비교해 상당히 느리게 발전을 한 결과, 다른 장르와 비교해 아직까지 변두리이기는 하지만 세계의 보편문학으로 편입하는 기로를 맞이한다. 그래 이제 투쟁할 대상도 옛 시절의 파시스트들이나 정치군인들에 비교해 전혀 막강하지 않으며, 또한 절대악까지로도 보이지 않아서 그럴 수 있겠으나, 시인의 억양은 훨씬 부드러워졌다. 만일 45년쯤 전이라면 곤충 매미는 노동하지 않고 평생을 즐기는 부르주아 계급을 은유할 수 있었겠지만 이제는 슬픔과 울음으로 바뀌었다.

 


  매미


  매미도 나무를 붙들고
  울고 싶었을 것이다
  몸 가눌 길 없는 슬픔으로
  매미도 기대 울고 싶은
  나무가 있었을 것이다
  오랜 세월 땅속에서 몸부림치다
  한여름 며칠쯤은 하늘을 바라
  허물을 벗어놓고 울고 싶었을 것이다 (전문)

 


  이런 정희성은 조금은 낯설다. 그래도 반갑다. 늙으면 이런 시인들, 정희성, 오탁번 같이 이제 세상을 어여쁘게 보고 그림도 완상하며 조금이나마 여유를 갖는 모습이 보기 좋다. 물론 정희성의 늙은 피도 간혹 뜨겁게 끓기도 한다. 18대 대통령 선거 개표방송에서 박근혜 후보가 1위를 질주하는 것을 보다가 중간에 관두고 보들레르의 시집 《파리의 우울》을 읽기도 하고 (<독서일기>), 여순사건이 있은지 60년이 지나도 기념비가 점 여섯 개 찍은 백비로 남은 것을 영탄하기도 하고 (<백비>), 이명박 정부 시기였던 신묘년 2011년에는 “지축이 흔들리고 바다가 솟구쳐 / 하늘에 울음소리 가득하고 / 땅에는 핏물이 흥건”하여 “짐승도 살아남기 힘든 시대”에 “망나니는 귀를 막고 칼춤을 추고 / 산허리에 걸린 붉은 달을 보며 / 뭇 개들이 미친 듯이 짖어”대는 참요 현상을 노래하기도 한다 (<참요>). 2010년 연평도 포격사건에 대한 이명박 정부의 강경대응 발언을 비난하는 시로 읽히는데, 포격 당한 주민 입장을 헤아려야 하는 정부 관계자가 읽었다면 좀 야속한 생각이 들었을 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나이 든 모습이 보기 좋다. 참요와 별무대책인 평화를 이야기하기는 해도 이 시집을 내던 69세 시인의 자잘한 시선, 응시가 좋다. 하지만 늙어도 시인은 시인. 자신이 원하는 시인은 어떤 모습일까.

 


  시인

 

  그대에게 가닿고 싶네
  그리움 없이는 시도 없느니
  시인아, 더는 말고 한평생
  그리움에게나 가 살아라 (전문)

 


  만 68년을 살아보니까 시인이 궁극적으로 가야할 곳이, 세상에나, 그리움이었다는 말. 그럴 듯 한가? 사람이 이렇게 바뀌어도 괜찮은 거야? 이렇게 바뀌는 게 정상일 지도 모른다. 모든 사물과 생명, 그리고 상처까지 결국엔 곰삭아야 좋으니까. 그렇지?

 


  곰삭은 젓갈 같은

 

  아리고 쓰린 상처
  소금에 절여두고
  슬픔 몰래
  곰삭은 젓갈 같은
  시나 한수 지었으면
  짭짤하고 쌉싸름한
  황석어나 멸치 젓갈
  노여움 몰래
  가시도 삭아내린
  시나 한수 지었으면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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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렌지주를 증류하는 사람들 대산세계문학총서 169
오라시오 키로가 지음, 임도울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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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편소설 열여덟 편 가운데 열일곱 작품에서 사람이나 의인화한 동물이 죽는다. 중요한 등장인(동)물이 죽지 않는 유일한 작품 <인시엔소 나무 지붕>에서는 주인공 오르가스가 옆집 개를 총 쏴 죽인다. 그러니 모든 작품에서 적어도 죽음이 등장하지 않는 건 한 편도 없다. 책을 읽는 내내, 작가의 죽음에 대한 집착, 그걸 넘어서 ‘과잉 의존’ 수준이 상당히 궁금했다. 책을 다 읽고 역자 해설을 뒤져본 후에 궁금증을 해소할 수 있었다.

 

  작가 오라시오 키로가는 1878년 12월 31일 우루과이에서 아르헨티나 부영사의 넷째 아들로 태어난다. 12월 31일생. 그러니까 우리 식으로 따지자면 낳고 하루 만에 두 살이 된, 우루과이 태생 아르헨티나 아기였다. 그러나 유럽 식으로 오라시오가 두 살 때였다니까 1881년의 어느 날 어머니 파스토라는 이제 말문이 조금 트인 오라시오를 안고 사냥 나간 남편 프루덴시오를 기다리고 있었다. 숲 속에서 정글도刀, 마체테를 왼쪽 엉덩이에 매단 채, 오른손으로 엽총을 들고 환하게 웃으며 다가오던 남편은 언제나처럼 허리 높이의 철사 울타리 훌쩍 뛰어 넘었다. 그러나 이날 아침에 남편이 몸을 날려 왼발을 디딘 땅 위엔 손바닥 만한 매끄러운 나무껍질이 있었고, 프루덴시오의 왼발 장화가 그걸 수직이 되는 방향으로 밟았다면 혹시 몰랐겠는데, 비끗, 장화의 바깥쪽 혹은 안쪽이 먼저 닿는 바람에 몸 전체의 균형이 무너지면서 자신도 모르는 사이 오른팔과 오른손에 힘을 주었다. 예상치 않은 신체운동을 하는 바람에 손가락에 걸려있던, 돼지 잡는 엽탄이 장전되어 있는 방아쇠를 당겨버렸고, 무서운 속도로 총구에서 튀어나온 총알은 단번에 남편의 몸을 관통해, 아내와 두 살배기 넷째 아들이 빤히 지켜보는 앞에서 피를 콸콸 흘리며 즉사해버리고 말았다. 사실은 아내와 아들이 보는 앞에서의 오발 사고만 진실이고 나머지 장면은 거짓말이다. 그러나 책을 읽어보신 분은 구라를 푼 사연을 짐작하시리라.
  아이를 넷 또는 그 이상을 출산했지만 여전히 젊음을 유지하고 있었던 어머니 파스토라는 남편이 죽고 10년 만인 1891년에 아센시오 바르코스와 재혼한다. 이때 오라시오가 열두 살. 본격적으로 사춘기에 접어든 시기. 계부 아센시오와 엄마를 두고 쟁탈전을 벌였을 거 같지? 천만의 말씀. 계부와 아센시오는 상당히 좋은 관계를 유지했다고 한다. 아마도 자신은 기억하지 못했겠지만 10년 동안 엄마 또는 주위의 많은 종자들을 통해 아버지가 어떤 비극적 운명의 낫질에 의하여 순식간에 죽어버렸는지 숱하게 들었을 것이어서 사내아이들에게 ‘가끔’ 볼 수 있는 ‘아버지 선망’이 좋은 관계에 보탬이 되는 방향으로 흘렀을 것도 같다. 좋은 시절이 딱 5년 갔다. 드디어 1896년이 오고, 오라시오 키로가는 열일곱 살이 되고, 계부 아센시오는 덜컥, 뇌출혈로 반신불수에 빠져버린다. 계부는 가장인 자신이 가족의 삶에 장애물이 된 것을 비관하여 총알을 장전한 엽총의 총구를 입에 물고 발가락으로 방아쇠를 밀어, 창을 울리는 총성과 동시에 뒤통수로 피와 뇌수를 뿜으며 역시 즉사하고 만다. 방에서 총소리가 들리자 청소년 오라시오 키로가가 달려가 방문을 벌컥 열었고, 피범벅으로 난장판이 된 친애하는 계부의 시신을 목격하고 만다. 이 사건은 오라시오에게 오랜 세월 트라우마로 작용했다고.
  1902년 스물세 살이 된 키로가는 아메리카의 부르주아 백인들이 항용 그러하듯 유럽 여행을 하고 돌아와 문예 창작에 힘을 쏟고 있었는데, 그렇다고 만날 글만 쓰고 있을 수는 없어서 친구 페데리코 페란도와 총을 손질하다가, 글쎄 총기 오발사고 내는 건 키로가 가문의 내력인지, 오라시오 역시 아빠 프루덴시오의 대를 이어 우연히 장전이 된 총을, 우연히 방아쇠를 당기는 바람에 그 자리에서 친구 페데리코를 카론의 배에 태워 스틱스 강을 건너게 한다. 명백한 과실치사지만 키로가는 4일 동안만 구금된 상태에서 조사를 받고 무죄 방면된다. 역시 부르주아의 돈과 전직 부영사의 아들이란 권력이 좋기는 하다.

 

  무죄를 받기는 했지만 사람 하나가 죽어버린 사건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어서 키로가는 ‘도망치듯’ 부에노스아이레스로 이사를 가 그곳에서 결혼을 한다. 보통의 사람이라면 대도시에서 죽은 듯 살아야 할 터이지만, 키로가는 아르헨티나 미시오네스 주state의 산이그나시오에 관광차 갔다가 옛 원주민의 유적과 대자연에 경도되어 1910년에 가족들을 데리고 미시오네스로 이사를 해버린다. 이 미시오네스 주의 자연풍광과 무지막지한 우기, 건조한 열대 기후, 원주민들과의 관계, 이곳에 들어온 백인 이방인들, 원시적 자연 속의 동물, 특히 아나콘다, 이런 것들이 《오렌지주를 증류하는 사람들》 열여덟 작품 가운데 열여섯 개를 차지하여, 작가에게 많은 도움을 주긴 했겠지만, 여자, 아내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당신 같으면 당대 세계 최고의 도시 가운데 하나였던 부에노스아이레스를 버리고 저 원시림 한 가운데서 살고 싶었겠느냐고. 나날이 비통해 하던 아내는 5년 동안 차곡차곡 우울증을 보태고 있다가 드디어 농약을 벌컥벌컥 마셔버리고 만다. 당시 약품의 독성이 그리 강하지 못해서인지 아내는 8일 동안 극단의 고통을 동반한 죽음의 경계에서 서성이다가 결국 죽고 만다.
  아내가 죽은 다음에야 절망에 빠진 키로가는 두 아이와 함께 다시 부에노스아이레스로 돌아와 재혼을 했지만 후처 역시 일찍 갔다. 키로가가 혼자 되기 전인지 후인지 밝히지는 않았지만 1932년에 그는 다시 미시오네스로 돌아가 자연 속에서 살게 된다. 하지만 불과 5년 후 암 진단을 받고 병실에서 1937년 58세의 나이로 다량의 수면제를 먹고 자살해버린다. 키로가가 죽은 다음에도 그와 친분을 맺었던 사람들이 차례로 자살로 운명을 가르는 등, 이이의 일생이야말로 말 그대로 소설보다 더 소설 같은 한 생애였다. 그러면 뭐해. 난 하나도 안 부러운 걸.

 

  책이 앞부분 두 편은 발표시기가 1909년 <목 잘린 닭>과 1907년 <깃털 베개>. 아직 키로가가 미시오네스의 원시림에 정착하기 전이다. 산이그나시오 부근 야베비리 천川에 정착하기 위하여 185헥타르의 땅을 구입하긴 했지만 아직은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살던 시기다. 책을 다 읽으면 오라시오 키로가의 무대는 당연히 미시오네스 일대이며, 죽음과 폭우를 동반한 대자연, 그리고 소외라고 할 수 있지만 앞의 두 작품을 읽을 때까지는 키로가의 독특한 그로테스크, 위대한 포Poe와 후대에 등장할 엽기 공포 소설작가들을 능가하는 오소소한 그로테스크라고 여길 수도 있다.
  <목 잘린 닭>은 마시니, 페라스 부부 사이의 바보 네 형제와 어여쁜 막내 누이동생에 관한 이야기다. 결혼 14개월 만에 자신들의 행복을 완성시켜줄 아들을 낳았지만, 생후 20개월이 되던 날에 끔찍한 경련을 일으키며 지능과 영혼, 심지어 본능까지 몽땅 빠져나가 그저 늘어진 멍청한 바보가 된 첫 아이. 생후 18개월 만에 똑 같은 과정을 밟은 둘째 아이. 형들의 절차를 똑같이 따라간 쌍둥이까지. 이 과정이 절대 순탄할 수 없어서 부부는 최악의 상황으로 치달았고, 그러면서도 인생이란 게 다 그게 그거라 또다시 임신을 해 이번엔 건강하고 어여쁜 딸 베르티타를 낳아 네 살까지 잘 키웠다. 그러나 이 가정에는 언제나 불운의 손톱이 살갗 깊숙이 박혀 있었으니, 그게 얼마나 섬뜩한지.
  두번째 작품 <깃털 베개>는, 당신이 마음 약한 독자이고 이 책을 읽었다면, 어쩌면, 앞으로 당신은 편안한 밤과 어둠의 숙면은 물 건너 갔든지, 날 샜다고 봐야한다. 이 작품은 키로가의 작품 치고는 도시풍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인데 그렇다고 밀림의 야수성이 없는 건 아니다. 야수성이 없기는커녕 무지하게 엄청나고 잔인한 야수가 당신의 바로 옆에도 있을 수 있어서, 서서히 고통 속에서 온 몸의 피를 공양해 한 마리의 징글징글한 야수를 자기도 모르는 새에 키우고 있다는 걸 알아챌 수도 있다.
  다시 비슷한 말을 하자면, 대자연 속의 한 개체로, 낳고, 죽고, 취하고, 반항하고, 투쟁하다가 쓰러지는 광대한 장면, 그러나 연속되는 작품 속에서 오히려 대자연에 들기 전의 (비교적) 도시풍의 소품이, 키로가의 대표작이라고는 절대 말할 수 없지만, 더 맛있게 읽혔다.
  재미있는 작품들이다. 그리고 이 책을 이야기할 때 절대 뺄 수 없는 부록이 있다. 바로 <완벽한 단편 작가를 위한 십계명>. 십계명을 다 소개하는 야만스러운 짓은 할 수 없으니 첫 번째 계명만 소개하면서 독후감을 끝낸다.

 

  1. 거장 ―포, 모파상, 키플링, 체호프―을 신처럼 믿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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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공 2022-02-15 08:0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키로가는 소설보다 더 공포스러운 삶을 살았네요ㅜ. 뭔가 악귀가 집안에 씌였나봐요. 문학동네판 단편선에도 실렸던 목 잘린 닭과 깃털 베개...다시 읽어도 으스스합니다요. 이 글을 아침에 읽어서 다행^^

Falstaff 2022-02-15 08:11   좋아요 2 | URL
정말 기구한 팔자의 작가입니다. 부르주아 명문가면 뭐해요, 하나도 안 부러운 걸.
^^

공쟝쟝 2022-02-15 09:45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아니.... 이분... 이 쯤하면 범인은 키로카 아니여요? ㅋㅋㅋ ㅋㅋㅋㅋㅋ (키로카가 무덤 뚫고 나와서 그거 아니라고 항변할 댓글이다)

Falstaff 2022-02-15 09:55   좋아요 3 | URL
정말 그럴 듯한 추리입니다!!! 우짜면 이런 생각을 하실 수 있을꼬. ㅋㅋㅋㅋㅋㅋ

그레이스 2022-02-15 10:16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우와 거의 매일 리뷰를 하시는 군요.
읽고 있는 책도 바쁜데... 애드거 앨런 포의 우울과 몽상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Falstaff 2022-02-15 10:21   좋아요 4 | URL
고흐의 집을 아시나요.... 이거는 아주 오래 전에 쓴 잡글이니 빼야 합니다. ㅎㅎㅎ
일 주일에 네 권 가량 읽으려 하거든요. 시집 같은 얇은 책 한 권을 포함해서요.
포, 이런 장르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이 사람은 도저히 외면할 수가 없습니다!!!

coolcat329 2022-02-15 14:35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와...세상에 죽음과 사고를 몰고 다니는 사람이네요.
무슨 팔자가 이리도 무서운지요...
단편작가 십계명이 궁금해서라도 도서관에서 빌려와야겠어요.
전체적으로 섬뜩하고 무서운게 또 끌립니다. 근데 별4개라 사지는 않으려구요😙

Falstaff 2022-02-15 15:09   좋아요 5 | URL
주변에 이런 사람 있으면 골치 아픕니다. 아휴....
십계명, 읽어볼 만합니다. 도서관 이용? 적극 권장!!! 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