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파울리나 1880 ㅣ 대산세계문학총서 112
피에르 장 주브 지음, 윤진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12년 9월
평점 :
하이고, 책 껍데기 그림좀 봐. 저 누깔. 사내 서너명은 골로 보낼 소위 팜므 파탈 아녀? 아, 맞다니깐, 팜므 파탈. 근데 사실 여자 얘기는 팜므 파탈이 재미나다니까. 아냐? 에이, 솔직히 얘기해봐.
꼬맹이 파울리나가 점점 자라 십삼 세가 되어 옷을 홀랑 벗고 거울 앞에 서 자신의 전신을 비춰보니, 하 있는 집 소녀구먼 아무리 유럽이라도 19세기에 전신 거울이 꼬맹이 방에 있었을 정도면 뻑적지근하게 부자일 거야, 어쨌든 파울리나 자신도 깜짝 놀랄만큼 기막히게 아름다운 젖가슴이 볼록 솟아나 있는 거다. 이후 파울리나의 젊음이 다 하기 전까지 눈부신 젖가슴과 처음엔 유방에 폭 파묻혀 있던 것이 나이를 더 먹음에 따라 오똑하게 솟아오르는 젖꼭지는 이 소녀-처녀-여인의 젊음을 대변하는 중요한 소도구의 하나로 등장하게 된다.
근데 문제는.... 하긴 뭐 세상 어디를 뒤져봐도 아무런 문제가 없는 소설이란 아예 존재하지 않지만, 뇌쇄적인 젖꼭지와 젖가슴을 가진, 그림처럼 사내 서너명 골로 보낼 듯한 여인이 하필이면 죽자사자 예수를 믿는다는 점. 성과 속, 속도 그냥 속이 아니고 지독한 쾌락과 열락과 끌림과 함몰을 향한 열정을 가지고 있다는 것.
옳다. 열정. 그것이 특히 종교적 헌신, 고난 등에 관한 것이라면, 공교롭게도 '열정'의 영어 표기 'passion'이 한 편으로는 '수난곡'을 뜻하는 건 어쩌면 바로 신의 뜻? 그러니 열정과 종교적 수난은 이복형제. 여기서 여러분들의 동의를 구하고 싶다. 맞아? 틀려? 모르겠다고? 그려, 그게 정답이야.
작가 장 주브가 시인이란다. 원래 시를 쓰는 사람인데 한 번 소설도 써봐? 불끈 힘내서 쓴 소설. 그러면 무슨 일이 벌어지냐하면,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는데 첫째가, 이것도 저것도 아니고, 아랫목도 윗목도 아니고, 죽도 밥도 아닌 정말 쓸데없는 소설 비슷한 걸 쓸 수도 있고, 둘째로 이 소설처럼 곳곳에서 찬란무비하게 아름다운 문장이 들어있는 달착지근한 소설을 만들 수도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뭐 가끔가다간 시인이 소설가보다 더 간결하면서도 묘사 별로 없이 아름다운 소설을 만들기도 했었는데 누구냐면, 존경하는 작가 황순원 선생.
<파울리나 1880>은 두번째, 바람직한 시인이 쓴 소설의 범주에 드는 것으로 특히 책을 절반으로 나누었을 때 앞 부분에서, 이제 은근한 끌림과 망설임과 갈증과 꼴림과 엑스터시의 체험과 엑스터시의 반복을 바라는 기다림의 고통을 묘사할 때 아, 간질간질한 단어와 그 조합으로의 문장과 문장들이 모인 문단이 참 기가 막힌다.
소설의 줄거리? 어려서부터 열라 예수 맏는 소녀가 점점 자라 십대 후반이 되면서 한 남자, 그것도 유부남과 심하게 불장난을 벌이다가 우짜구 저짜구 마누라 죽자 청혼하는 걸 거절했더니 갑자기 다른 여자한테 새장가를 들고, 예수의 고통을 느껴볼 심산으로 자신의 몸에 지독한 매질을 해대는데 어째 좀 그러면서 또다른 엑스터시를 느끼는 것도 같고, 아닌 것도 같고, 아이고 숨차라, 얘기 다 했다.
이런 거니까, 읽어보실 분은 읽어보시고, 안 읽어보실 분은 읽지 마시고, 읽는다해도 집안 살림에 도움되는 거 하나도 없듯이 안 읽는다해서 달리 시간 죽이는 것보단 나을 터이겠다. 근데, 설마 이게 이 소설의 전부겠어, 어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