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르미날 1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16
에밀 졸라 지음, 강충권 옮김 / 민음사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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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래서, <제르미날> 번역은 서울사대 불문과 출신 비슷한 연배들끼리의 리그를 향하는 건가요? 지켜보는 독자는 재밌네요. 다른 회사 책만 읽어서, 별점은 졸라의 제르미날 itself에 관한 거고요, 이거 사서 문장 대 문장을 한 번 비교해볼까, 하는데, 재밌을 거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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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넬로페 2022-11-02 18:5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골드문트님
문장 대 문장 비교, 기대됩니다^^

Falstaff 2022-11-02 19:20   좋아요 3 | URL
ㅋㅋㅋ 말만 그렇지 두 뛰어난 역자들에게 누가 될 거 같아서 말입죠. ^^;;;

coolcat329 2022-11-02 19:5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미 문동으로 갖고 있지만요. 골드문트님 비교 아흑 벌써부터 재미납니다!

Falstaff 2022-11-02 21:45   좋아요 1 | URL
아이고, 비교 안 합니다. 두 양반이 나름대로 열쒸미 했을 텐데 그걸 우짜 아마추어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바람돌이 2022-11-02 20:4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앗 이건 기대충만상입니다.
오늘 골드문트님 백자평 모두 상장 수여!!

Falstaff 2022-11-02 21:55   좋아요 1 | URL
비교 안 한다니까요! 말이 그렇다는 것이지요. 같은 선생을 사사하고 같은 책을 번역한 게 재미나서 한 번 얘기해본 겁니다.
ㅋㅋㅋ 그러면서 언제 슬쩍 해보는 거 아니냐고요? ㅋㅋㅋ 그건 제 맘이고요. ㅋㅋㅋ

그레이스 2022-11-03 09:0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골드문트님의 평가 기다리겠습니다^^

Falstaff 2022-11-03 15:45   좋아요 1 | URL
안 됩니다, 안 됩니다. 전 어떤 분이 관계된 책에 대해선 입도 벙끗하지 않을 것이라고 작정을 했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
 
프레스코
서보 머그더 지음, 정방규 옮김 / 지식을만드는지식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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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서보! 내일까지 읽을 생각이었다가, 읽다보니 너무 재미있어서 오후 일정 깨고 오늘 다 읽어버림. 점심도 안 먹어 이제야 밥푸리 김밥 한 줄 먹으면서 백자평 쓰고 있는 중. 다만 한 가지, 책값이 비싼데, 그건 알아서들 해결 하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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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2-11-02 16:3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정말.. 비.. 비싸네요? 😱

Falstaff 2022-11-02 17:44   좋아요 1 | URL
ㅎㅎ 그래도 2013년 초판 당시 정가 2만8천 원에 비교하면 나름대로 애 쓴 겁니다.

잠자냥 2022-11-02 21:50   좋아요 1 | URL
ㅎ 전 그래서 도서관 희망도서로 시청해서 읽다가 다 못 읽고 일단 반납한 전력이 있습죠…;

alummii 2022-11-02 20:5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책은 저도 밥푸리 김밥과 함께 꼭 읽어보겠습니다 ^^ 😀일단 밥 굶게 하는 책은 제가 믿고 봅니다 ㅋㅋㅋㅋ

Falstaff 2022-11-02 21:47   좋아요 3 | URL
옙. 재미납니다. 저는 처음엔 버릇대로 메모를 하면서 읽기 시작했는데 곧바로 노트와 펜을 집어 던졌습니다. 읽기만 해도 바빠 죽겄는데 뭔 메모를.... ㅋㅋㅋㅋㅋ

바람돌이 2022-11-02 21:1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지만지 출판사는 왜 책값을 이렇게 비싸게 책정할까요? 점심도 안먹고 읽을정도라니 급관심 가는데말입니다. ^^

Falstaff 2022-11-02 21:51   좋아요 3 | URL
오, 이 책이 2013년인가 나왔던 지만지의 개정판이거든요. 근데 정가가 아주 조금이나마 떨어졌습니다. 세월과 세월에 따른 인플레 생각하면 나름대로 가격 인하를 한 것이지요. 그래도 비싸요, 비싸. ㅎㅎㅎㅎ
지만지, 이 출판사 작품이 앞으로 계속 나올 겁니다. 목록은요,
<트인 데로 가는 길>, <불가코프 중단편집>, <엽란을 날려라>, <프레스코>, <머릿속의 새들> 이렇게 다섯 권이 대기 중입니다.

테레사 2022-11-04 10:4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도어를 읽었는데,.흡인력은 없더라고요. 그래서 조금씩 읽었는데,....이 책은..어떨까..ㅎㅎ궁금해 죽겠네요.

Falstaff 2022-11-04 15:13   좋아요 1 | URL
오, 도어가 그냥 그러셨으면 짐작컨데 서보 머그더와 테레사 님이 합이 덜 맞는 거 아닌가 싶습니다. 만일 짐작이 맞다면 이 책도 재미있게 읽으시기 쉽지 않을 듯합니다.
천생 도서관 이용하시는 쪽을 택하시는 것이 안전하지 않을까 싶네요. ㅎㅎㅎ

테레사 2022-11-04 15:5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ㅎㅎ 참고하겠습니다^^
 
산 루이스 레이의 다리 - 손턴 와일더의
손턴 와일더 지음, 김영선 옮김 / 샘터사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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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극작가이자 소설가인 손턴 와일더로 말할 것 같으면, 일찍이 신문 편집인으로 일하다가 나중에 홍콩과 상하이 총영사를 역임한 잘 나가는 부모의 2녀 2남 가운데 한 명으로, 출생지는 위스콘신주 메디슨이지만 다른 형제 자매와 함께 홍콩과 상하이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미국으로 돌아와서 상류층 아이들을 위한 사립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1차 세계대전이 발발해 미 육국 소속 연안경비대에서 근무한다. 그러니까, 총 한 방 안 쏘고 전쟁 끝났다. 이후 오하이오의 오벌린 대학을 거쳐 예일에서 학사, 프린스턴에서 불문학 석사를 취득한다. 이때가 1926년, 그의 나이 스물아홉 살 때. 예일을 졸업하고 6년 만이다. 다음 해엔 오늘 읽은 <산 루이스 레이의 다리>를 발표해 1928년에 첫번째 퓰리처 상을 받는다. 손턴을 포함한 네 명의 동기가 다들 똑똑하다. 형은 하버드 대학 신학 교수, 두 누이는 시인과 동물학자로 이름을 날리니, 거 참, 되는 집은 된다. 손턴 와일더는 이후 극작가로 더 알려져 대표작 <우리 읍내>로 1938년에, <위기일발>로 1943년에, 여간한 작가라도 한 번 받기 힘든 퓰리처 상을 세 번 받고, 1968년에는 다시 소설 <제8의 날>로 전미 도서상을 수상한다. 염치도 없이 말이지. 이이의 성적 정체성 가지고 말이 좀 있는 모양인데 그가 동성애자였건 아니었건 간에 우리하고 전혀 관계없으니 그건 신경쓰지 말자.

  샘터 사에서 나온 <산 루이스 레이의 다리>를 읽어보면, 전적으로 ‘샘터’스러운 작품이란 걸 확 느끼게 된다. 요즘에도 잡지 샘터가 나오는지 모르겠는데, 잡지의 분량이 한 5백쪽 된다면 전 작품을 한 번에 실었을 거 같은 기분. 하긴, 샘터는 수필 문학을 위한 잡지라고도 할 정도였으니 아닐 것도 같기는 하다.

  책을 열면 제일 앞에 서울대 영문과 교수를 지냈고, 한국현대영미소설학회 회장을 역임한 김성곤의 추천글 “불후의 명작을 읽는 기쁨”이, 이어서 이런 종류의 소설은 전혀 좋아할 것 같지 않은 <달콤한 내세>와 <거리의 법칙>의 작가 러셀 뱅크스가 쓴 들어가는 글, “<산 루이스 레이의 다리>는 어떤 소설인가?”가 나란히 달려 있어서 작품의 내용을 충실하게 알려준다. 둘 다 용비어천가 수준의 찬양글이다. 책의 머리에 올라오는 글(들)이니 당연히 찬사야 어느 정도 있겠지만, 이 작품을 “불후의 명작”이라거나 “미국 문학에서 비견할 만한 작품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완벽에 가까운 도덕적 우화”라고 선언하는 건 좀 과하지 않나 싶다. 뱅크스는 심지어 작품이 “오래전에 쓰인 고전과 같은, 거의 성서와도 같은 느낌”이라니, 이 들어가는 글을 읽는 독자의 기대치를 극점까지 치닫게 하는데, 이 수사는 혹시 뱅크스 특유의 엽기적 과장을 서문에서도 발휘한 것이 아닐까 하는 마음이 들게 한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 이 정도의 찬사를 쏟아낸 작품을 다 읽은 다음의 허탈감은 어떻게 할꼬. 나는 일단 다 읽었으니까 김성곤이나 뱅크스의 용비어천가를 할인해 다음과 같이 내놓고 말할 수 있다. 이 책 재미있다. 다만 1920년대 작품의 시각으로 보면 그렇다는 거고, 근 백 년이 지난 지금 읽어보면 낡은 티가 난다. 지금은 품절이라 사서 읽을 수는 없겠지만, 만일 당신이 다니는 도서관에 책이 있다면 충분히 대여해 읽어볼 만한 수준이다. 말하고 나니 깔끔하고 좋네. 이제 책 얘기하자.


  1714년 7월 20일, 금요일 오정1의 페루. 수도 리마와 쿠스코를 연결하는 산 루이스 레이 다리가 끊어져 다리를 건너던 다섯 명이 함께 까마득한 계곡 아래로 떨어져 죽음을 맞는다. 역자는 이 현상을 계속해 다리가 “무너졌다”라고 표현하는데, 약간 오버다. 다리는 1세기 전에 잉카인들이 얇은 나무 판자를 사다리 발딛개처럼 촘촘하게 늘어놓고 판자와 허리 높이에서 난간역할을 하는 추락 방지 줄을 고리버들로 엮어 만든 것으로 틀림없이 출렁거렸을 터이고, 고리버들 이음과 줄기는 세월이 흐름에 따라 직사광선과 건조한 바람으로 인해 경화되어 언젠가는 끊어질 운명이었을 것이다. 그래서 끊어졌다. 이날 오정 불과 몇 분 전에 다리를 건너 리마로 들어온 사람들 가운데 빨간 머리의 북 이탈리아 출신으로 프란체스코회 소속으로 원주민 개종을 위해 파견 와 활약하는 주니퍼 수사가 계단에 앉아 계곡과 다리를 바라보며 땀을 들이고 있다가 다섯 명의 추락을 현장 목격하게 된다. 모두 (해체되어) 불완전하게 확인된 다섯 구의 시신을 불안전하게 수습해 장사를 지내고 나서 주니퍼 수사는 깊은 고민에 빠진다. “왜 이러한 일이 하필 저 다섯 사람에게 일어나야 한다는 말인가?” 이이가 불교의 중이었다면 문제의 해결을 위해 참선에 빠지겠지만, 가톨릭 수사라서, 다리가 이 사람들이 건널 때를 골라 끊어진 것은 분명히 신의 행위 act of God, 우리 말로 하자면 천재지변이기 때문에 뭔가 과학적이고 수학적인 진실이 숨어 있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에 몰두한다. 만일 이 법칙을 밝히기만 하면, “삶 속에 깃든 고통들이 자신들을 위한 것이라는 사실을 좀처럼 믿지 못하는 가난하고 완고한 개종자2들에게” 답을 해줄 수 있을 것이라고, 바벨탑을 쌓은 주제넘은 인간들의 노력과 유사한 망상에 빠진다. 주니퍼 수사는 이때부터 다섯 명의 사망 사고자들의 행적을 추적하기에 이르고, 무려 6년 후에 무척 두꺼운 책을 완성한다. 그러나 이 책은 어느 화사한 봄날, 광장에서 공개적으로, 저자와 함께, 불태워지는 비극을 당한다.3

  먼저 몬테마요르 후작부인. 마리아 부인이라고도 불린다. 부유하지만 주민들에게 저주의 대상이기도 한 포목상의 못생기고 말 더듬는 딸로 태어나 엄마한테도 구박 덩어리로 자라 성격마저 약간 비뚤어져 독신을 주장했지만, 18세기 초에 라틴 아메리카에서 여성이 결혼 안 하고 사는 것도 어림없는 짓이라서 스물여섯 살 때 몰락한 귀족 집안의 거만한 남자하고 결혼해 딸 클라라를 낳고, 클라라에게 맹목적인 사랑을 퍼붓는 노인이다.

  두번째 피해자는 페피타. 산타마리아로사데로사스 여성 수도원 산하의 고아원에서 원장 수녀 마드레 델 필라르가 자신의 후계로 키우려 작심하고 있는 소녀인데, 후작부인이 몸종까지는 아니고 심부름꾼 겸 비서 겸, 말벗 정도로 고용했다가 사람 사는 게 어디 그런가, 점점 복잡한 관계로 엮어져 부인과 함께 산타마리아데클룩삼부쿠아 성당으로 스페인으로 도망하듯 결혼해 떠난 클라라의 순산을 바라는 순례를 갔다가 돌아오다 일을 당한다. 후작부인은 자신의 어머니로부터 경멸과 비웃음, 악다구니만 당한 것이 깊은 상처였던지 클라라에게 무진장한 애정을 쏟아 부었지만, 클라라는 정말 보잘것없는 어머니의 참견에 염증을 느껴 다른 건 다 모르고 편지 보내고 답장 받는데 6개월 걸리는 스페인으로 자신을 데려갈 수 있는 남자를 골라 결혼을 한 거다. 인생이 다 그렇다. 엄마? 있을 때 잘 해라, 있을 때.

  세번째 피해자는 쌍둥이 형제 마누엘과 에스테반 중에서 에스테반. 마누엘은 쇠붙이에 상처를 입어 아마 파상풍인 듯한 증상으로 먼저 갔다. 쌍둥이는 갓 낳은 상태에서 산타마리아로사데로사스 수녀원 앞에 버려져 있었고, 세상의 모든 남자를 증오하는 성향이 있는 원장 마드레 델 필라르 수녀가 유일하게 따뜻한 마음으로 키운 남자애들로, 이 아이들은 처지에 비하면 그래도 잘 자라서 필경사를 했다가, 세상으로 나가 온갖 일을 경험하고 다시 리마로 돌아와 필경사를 한다. 그러나 마누엘은 이미 나이를 많이 먹고 아들 하나와 딸 둘을 둔 페루 최고의 연극배우 카밀라 페리콜의 필경사로 채용이 되는데, 페리콜에게 이미 홀딱 반한 상태였다. 에스테반은 원장 수녀의 주선으로 알바라도 선장과 항해를 떠나려다 결론을 내리지 못한 채 리마로 돌아오다 떨어진다.

  여배우 카밀라 페리콜을 온 정성을 다해 정상의 자리에 오르게 한 피오 아저씨. 카밀라는 리마의 총독 돈 안드레스의 정부가 되어 딸 둘과 총독의 외아들 돈 하이메를 낳아주었다. 그러나 돈 하이메는 척추에 심각한 질환이 있다. 오랜 세월이 지나 카밀라는 페루를 휩쓴 천연두에 걸려 얼굴이 엉망이 되고, 자존심이 상해 숱한 연인들로부터 받은 선물과 현금을 몽땅 돌려주어 가난으로 떨어지고 만다. 버림받은 피오 아저씨가 이때 나타나 돈 하이메를 자신이 돌보겠다고 간곡하게 요청하고 하이메 또한 싫지 않아 둘은 카밀라가 조용히 은거하고 있는 집을 떠나 리마로 돌아오는 길에 산 루이스 레이 다리를 오정에 건너고 만다.

  이 다섯 명을 이렇게 나열하면 별 재미가 없다. 하지만 요약글이니 어쩔 수 없다. 이들이 작품 속에서는 만수산 드렁칡처럼 얽혀 있어 재미가 배가 된다. 하지만 그걸 굳이 설명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이제 나는 작은 불평을 하려 한다. 미국의 조금은 대중적인 작가들이 그러하듯이 손턴 와일더 역시 뻔한, 그래서 식상한 결론을 내리고 만다. 이렇게.


  “우리 자신도 한동안 사랑을 받다가 잊힐 것이다. 그러나 그 정도 사랑이면 충분하다. 사랑을 하고 싶은 모든 충동은 그런 충동을 만들어낸 사랑에게 돌아간다. 살아 있는 사람들을 위한 땅이 있고 죽은 사람들을 위한 땅이 있으며, 그 둘을 연결하는 다리가 바로 사랑이다. 유일한 생존자이자 유일한 의미인 사랑!”


  손턴 와일더는 사랑, 하고 느낌표까지 팍, 찍었다!





  1. 오정. 밤 열두시는 자정. 그럼 낮 열두시는 오정이다. 실제로 정오가 표준말로 인정받은 건 오정에 비하면 바로 어저께쯤 된다.
  2. 개종자. 처음 읽을 때, 화들짝 놀랐다. 갑자기 행실 나쁜 ‘개종자’가 왜 나와? 하는 생각을 순식간에, 먼저 해버렸기 때문에. 샤머니즘에서 가톨릭으로 개종한 원주민을 일컫는 말이란 건 굳이 뭐…
  3. 독후감에서 이걸 밝히는 건 명백하게 스포일러다. 근데 이미 김성곤의 추천글과 러셀 뱅크스의 들어가는 글에 다 나와 있어서 양심의 가책은 하나도 받지 않고 썼다. 작품에선 수사도 같이 화형을 당한다는 얘기가 앞쪽에 나오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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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2-11-01 09:4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ㅋ 저 이 책 있어요. 저도 저놈의 찬사에 낚여서 사두었는데 손턴 와일더 작품이 종종 좀 요즘 읽기에는 낡은 느낌이 있어서 여태 안 읽고 있.......습니다.
골드문트님의 말씀을 헤아려 기대치를 조금 낮추고 조만간 읽어야겠습니다.
재미는 있다니까! ㅎㅎㅎ

아 그리고 이 작품 샘터사랑 어울린다는 데 104% 동의합니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

Falstaff 2022-11-01 10:16   좋아요 3 | URL
‘재미‘도 그리 크게 기대하지 않는 게 좋습니다. 한 세기 전 작품이니까요. ㅋㅋㅋ
도서관 개가실에서 봤는데요, 역시 서문과 들어가는 글에 완전히 낚였습니다! 그것도 제대로 코에 걸려 즉각 대출하지 않을 수 없었고요. 짧아서 참 다행이었습니다. ㅋㅋ

coolcat329 2022-11-01 20:5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 죽은 다섯 인물이 드렁칡처럼 얽혀 있는 그 이야기가 참 재미날 거 같습니다.
이름만 들어봤는데 참 대단한 작가네요. 퓰리처 세 번에 전미도서상까지 받았다니요.

Falstaff 2022-11-02 07:25   좋아요 1 | URL
옙. 질긴 인연은 아니면서도 막 연결이 되는 겁니다. ㅎㅎㅎ 도서관에서 함 보시면 골라보셔요. ^^
 
서머싯 몸 단편선 2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93
서머싯 몸 지음, 황소연 옮김 / 민음사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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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1월에 《서머싯 몸 단편선 1》을 읽고 아홉 달 만에 《서머싯 몸 단편선 2》를 집어 들었다. 서머싯 몸은 참, 다른 건 몰라도 소설 하나는 정말 재미있게 쓴다. 등장인물이나 특정 사건의 배후, 또는 이면이랄까, 하는 것을 들쳐내는 솜씨가 놀랄 만하고, 주로 ‘나’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1인칭 소설에서 거침없이 드러내는 시니컬한 잘난 척 같은 게 귀엽다. 물론 이런 식, 그러니까 1인칭 작품에서 작가 자신임을 노골적으로 암시하지만 엄연히 허구 글이라 누군가가 혹시 작가 스스로를 염두에 두지 않았느냐고 물을 때면 시치미 뚝 떼는 건 한 두 번 본 게 아니다. 이런 숱한 작가들 가운데 서머싯 M 만큼 능청스럽게 세상만사 다 통달한 것처럼 노골적인 잘난 척을, 서슴없이 할 수 있겠는가 말이지. 이런 모습은 일찍이 <면도날>과 <케이크와 맥주>에서 알아봤고, 《서머싯 몸 단편선 1》에서 충분히 즐겼으며, 《서머싯 몸 단편선 2》로 넘어와도 마찬가지다.

  <루이즈>라는 단편이 있다. 이것도 M이 마음만 먹었다면 얼마든지 장편으로 늘려 쓸 만한 줄거리와 시간적 배경을 가졌는데, 단편으로 만들어서 세월의 진행이 말 그대로 쏜 살 같다. 루이즈는 어린 시절부터 매우 병약한 소녀였다. 얼마나 병약한가 하면, 심장에 문제가 있어서 어떤 의사라도 그리 오랜 삶을 즐길 수 있다고 여기지 않았으며, 루이즈 스스로도 곧, 길면 몇 년 안에, 빠르면 몇 달 만에 마지막 숨을 들이켜고 내쉬지 못하리라고 매사 조심하면서 살았다. 부유하고 건장한 청년 톰 메이틀랜드는 틀림없이 측은지심에서 출발했을 청혼, 어여쁜데다 병약한 루이즈가 숨을 거둘 때까지 전심전력을 다 해 돌볼 것을 맹세하고 결혼을 한다. 이후 성실하고 튼튼한 톰이 자신이 좋아하는 골프를 치러 가거나 사냥을 하러 갈 때면 루이즈는 상냥하게 잘 다녀오라고 말한 다음에 심장 발작을 일으킨다. 반면에 자신이 좋아하는 댄스 파티가 있을 경우, 새벽 다섯 시까지 별로 지치지 않고 춤을 추며 즐긴다. 이렇게 살다가 크루즈 여행 도중에 루이즈의 몸을 따뜻하게 감싸주려고 자신의 이불이란 이불은 몽땅 아내에게 양보했다가 밤새 독감에 걸려 황천길로 먼저 떠나버린 톰. 루이즈는 슬픔에 몸을 가누지도 못하고, 이 모습을 본 모든 이를 장님으로 만들어버렸다. 다들 눈물이 앞을 가렸거든. 그러나 딱 한 명, 굳이 M 자신이라고 밝히지 않는 ‘나’는 오랜 세월이 흐른 후에 기어코 루이즈에게 대놓고 이렇게 말해버리고 만다.


  “난 당신이 이십오 년 동안 거대한 사기를 쳐 왔다고 생각해요. 당신은 내가 아는 어떤 여자보다 이기적이고 가증스럽소. 불쌍한 두 남자의 인생을 파괴한 것도 모자라 이제는 자기 딸의 인생까지 파괴하려 드는군요.”


  물론 이게 단편, 이중에서도 짧은 단편 <루이즈>의 처음부터 끝까지는 아니다. 그러나 25년 동안 아무도 말하지 못하고, 심지어 눈치채지 못한 진실, 이라기 보다 진실에 가까울 수도 있는 솔직한 비아냥을 M만큼 자연스럽게 입 밖으로 내기는 그리 수월하지 않을 것처럼 보인다. 안 그런가?


  그러나, 솔직하게 말하자면, 《서머싯 몸 단편선 2》은 《서머싯 몸 단편선 1》 보다는 덜 재미있다. 많은 독자들이 단편선 1을 읽고 흥미를 느껴 단편선 2를 읽겠다고 마음 먹은 다음에 정말로 읽는 사람도 있고, 잊어버리는 사람도 있다. 그러니 책 만들어 팔아먹는 입장에서 당연히 1권에 재미있는 작품을 더 많이 실을 수밖에 없고, 이걸 시비하는 건 독자로서 쫀쫀한 일이다. 그리고 사실 그리 크게 차이가 나는 것도 아니….라고 말하기는 쉽지 않지만, 하여간 차이가 있기는 있는데, 또 그게 아주 살짝이라 하기엔 좀 면목이 없어지기도 하고 뭐 그렇다. 이 정도면 대강 무슨 말을 하고 싶어하는지 아시겠지.

  하여튼 친애하는 서재친구 *자*님 말씀, 책 읽다가 슬럼프에 빠져 도무지 읽히지 않을 때가 생기면 슬럼프 탈출을 위한 가장 좋은 작가가 M이라는 건 진리거나 진리에 무척 가깝다.



  독후감을 여기까지 쓰고 며칠이 지난 오후다. 아시다시피 난 은퇴자다. 아직 연금생활자까지는 아니다. 하여튼 그렇다. 그러니 오후에 맥주 한 캔과 견과류 한 종지 옆에 놓고 이미 독후감 쓴 책 갖고 두 번 얘기한다고 타박하지 마시라.

  잊히지 않는 등장인물이 있다. <행복한 남자>의 주인공 스티븐스. 그가 세상 도처에 안 가본 곳이 없는 의사 출신인 ‘나’를 찾아와 조언을 청한다. M도 의과대학 졸업한 의사 출신인 건 아실 듯하다. 아이는 없지만 결혼한지 6년이 지났고 런던 캠버웰 병원의 의사로 있는데 진이 빠져 더 이상은 견딜 수 없어서 아무 생각 없이 그냥 스페인으로 가 의사 개업을 하면 어떨까 하고 묻는다. M이 스페인이라고 다 <카르멘> 같지 않다고 하니까, 뭐라고 하느냐 하면,

  “하지만 햇살이 좋지 않습니까. 좋은 와인도 있고요. 색깔이 있고 숨 쉴 수 있는 공기가 있죠. 터놓고 말씀드리죠. 세비야에 영국인 의사가 없다는 말을 우연히 들었습니다.”

  M은 위험부담이 크다고 조언한다. 잉글랜드에서 그냥 의사로 일하면 쁘띠 부르주아로 살 수 있지만 돈 욕심 부리지 않고 세비야로 간다면 그저 먹고사는 것에 만족한다고. 대신 멋진 삶을 영위할 수 있을 것이라고.

  그래서 그는 정말로 아내와 함께 세비야로 떠났다. 이런 일을 까맣게 잊어버린 M은 15년이 흐른 후 세비야에 갈 일이 있었는데, 그만 가벼운 병증이 일었고, 동네에 영국인 의사가 있다는 얘기를 들어 불렀더니 바로 스티븐스, 그가 왕진을 왔다.

  어땠을까? 꾀죄죄한 옷을 입은 채 방문을 열고 들어와 M을 만난 스티븐스의 말씀이. 문학적 성취와 관계없이 아오, 내 마음을 콕 찔러버린 짧은 작품이었다. 결론을 알고 싶으면 책을 읽어보셔야 하리라. 절대 알려드리지 않을 터이니.

  명작이 별거냐, 독자 가슴에 정확하게 바늘을 콕, 찌를 수 있으면 그게 그 독자한테는 명작이리라. 안 그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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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이 2022-10-28 07: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희 집에 말씀하신 책이 없는데요 ㅠㅠ 결론 좀 알려주시면 안될까요? 골드문트님 😭

2022-10-28 16: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잠자냥 2022-10-28 08:4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 제게 이 책이 있다는 걸 잊었습니다. ㅋ 친애하는 *자* 올림. <행복한 남자>를 오늘 읽어보겠습니다!

Falstaff 2022-10-28 16:22   좋아요 0 | URL
ㅋㅋㅋ 근데 다른 분들도 공감할 수 있는지, 그건 제가 보장하지 못하겠습니다. 그런 일이 생기더라도 양해해주시기 앙망하나이다. ㅋㅋㅋㅋ

yamoo 2022-10-28 12: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결론..무조건 단편집1을 읽고 나서 2를 읽을지 생각해봐야지..ㅎㅎ. 행복한남자는 넷플 영하가 있는데 동명소설과는 다른듯합니다. 전 영화를 넘나 인상깊게 본지라..첨에 영화를 언급하는줄 얼았습니다. ㅎㅎ

수이 2022-10-28 12:51   좋아요 0 | URL
야무님 결말 어떻게 나는지 좀 알려주세요 제가 오늘 도서관도 못 가는데 결말을 알지 못하니 미치겠습니다 ㅠㅠ

Falstaff 2022-10-28 16:25   좋아요 2 | URL
저더러 한 권만 고르라고 하면 1을 선택할 거 같습니다.
넷플에 행복남이 있어요? 한 번 찾아봐야겠습니다.
저도 넷플에서 정말 행복남, 행복녀 나오는 영화, 근래에 하나 봤습니다. 샐리 호킨스, 이선 호크가 주인공으로 나오는 <내 사랑>입니다. ㅋㅋㅋ 울었지 뭐예요. ^^;;;

coolcat329 2022-10-30 17:5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휴~ <행복한 남자> 저리 끝내시니 ㅋㅋ 찾아보니 또 2에 실려 있네요.
도서관 가서 찾아 읽어야지 저도 궁금해 죽겠네요. ㅋㅋ

Falstaff 2022-10-30 20:36   좋아요 1 | URL
ㅋㅋㅋ 낚이실 뻔한 겁니다. 1이 조금 더 좋습니다. 1 읽으시고 마음에 들면 2를 선택하시는 게 좋을 듯합니다. ^^

stella.K 2022-11-01 20: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가 파릇파릇했던 20세기 말에 이 책을 읽었더라구요.
물론 다른 출판사에서 나온 걸로.
얼마 전 그 사실을 알고 거의 경악을 할뻔했죠.
읽은 책은 아무리 오래되도 제목만큼은 확실히 기억한다고 생각했는데.ㅠ

근데 독후감을 며칠 있다 다시 쓰시기도 하는군요.
맥주에 견과류 드시면서. 왠지 작가의 포스가 느껴지는데요?ㅎㅎ
저도 며칠에 걸쳐 쓰곤 하는데 왜 그러는지 모르겠어요.
잘 쓰는 것도 아니면서...ㅠㅠ

Falstaff 2022-11-02 07:29   좋아요 1 | URL
옙. 독후감 쓰고 업로드까지 대개 한 주일 정도 사이가 있습니다. 작가의 포스는 무슨 ㅋㅋㅋㅋㅋ 매번 그러는 건 아니고요, 이 작품 같이 오래 남는 게 가끔 있습니다. 좋은 의미일 수도 있고 나쁜 의미일 수도 있고요. 그런 건 다시 읽어보고 고치고 뭐 그렇지요.
아, 20세기 말에 읽으신 책이 이 책의 빼박입니까? 그게 요즘 민음사가 눈 하나 깜박이지 않고 하고 있는 일입니다. 말은 ˝고전은 세대 별로 다시 번역해야 한다.˝ 라고 하면서 말입죠. ㅋㅋㅋㅋ 걔네들도 뭐 남는 게 있어야 먹고 사니까, 이해는 합니다만.
 
선창 1 - 헥사곤 한국문학선
천승세 지음 / 헥사곤 / 2022년 4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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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어이없는 양반이.... 오래된 약속, 한 잔 술을 사준다고 해놓고 벌써 가시면 우짜나. 하긴 공수표 날리는 게 특기인 건 알았지만 그리 당당하게 잘 생긴 양반이 훌쩍 가버리는 건 어쩐 일이실꼬. 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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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lstaff 2022-10-26 20:5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강서구 신월동 살 때 같은 동네 사시던 꼰대셨습니다. 특별한 인연은 없고요, 제가 일방적으로 희곡 만선과 사계의 후조, 황구의 비명에 반해 뵐 때마다 아 슨상님 은제 술 사주실 겁니까, 조르고 졸랐는데 말만 사준다고 하고 끝내 공수표 날렸습니다. 주로 버스간이나 버스 기다려면서 뵀습니다. 가끔 잔뜩 술 취했는데 서로 바라보며 둘 다 취한 모습이 웃겨서 웃었던 기억도 있습니다. 웃씨. 따님이 예쁘게 생겼다고 소개해주겠다고 한 것도 역시 말풍선이었고요. 하긴 당시 전 복학생, 따님은 고딩이었으니 어울리진 않았겠지요. ㅋㅋㅋ
늦었지만 명복을 빕니다. 벌써 가신지 2년이군요. 으허....

coolcat329 2022-10-26 21:29   좋아요 1 | URL
저는 모르는 작가이지만 찾아 보니 많은 작품을 남기시고 상도 많이 받으셨네요. 이번에 이렇게 유작이 출간되어 그 시절이 그 추억이 떠오르셨겠어요.

Falstaff 2022-10-26 21:35   좋아요 1 | URL
넵. 좀 젊었을 때는 참 잘난 외모였습니다.
첫 만남이 재미있었습죠. 버스에서 탁, 보니까 천 선생인 겁니다. 그래 제가 먼저 아이고, 천 선생님 아니십니까. 했더니 누구시더라.... 이래요. 제가 고딩 때부터 팬입니다. 그랬더니 곧바로 하시는 말씀이, 술 한 잔 하자고 ㅋㅋㅋㅋ 이미 자정이 넘거나 자정 근처라서 열린 술가게가 없었거든요.
근데 그 담부터 자주 만나는 거예요. 나중에 알고보니까 선생의 따님이 정여사 제자이기도 하더라고요. 고딩이었나, 중딩이었나 그건 좀 헷갈립니다.
이 작품은 80년대 초반에 쓴 것으로 미완성이라 제가 읽을지 아닐지 잘 모르겠는데요, 박정희 정권 때 쓴 남녀상열지사 문학에선 ㅋㅋㅋㅋ 입심 하나는 대단했습니다.

coolcat329 2022-10-26 21:46   좋아요 1 | URL
따님이 어머님 제사였다니 와~그 정도면 특별 인연인데요. 작가를 알아보는 독자도 흔하진 않구요.
좋아하는 작가님과 술 한 잔 할 수도 있었는데 두고두고 기억나고 아쉬우셨겠어요.
아까 알라딘에서 미리보기로 조금 읽어봤는데 사투리가 아주 생생하더군요.
아무튼 골드문트님 옛 이야기는 늘 재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