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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피는 노트르담 ㅣ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250
장 주네 지음, 성귀수 옮김 / 문학동네 / 2024년 8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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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 이이가 쓴 <도둑 일기>를 읽고, 그게 내가 읽은 주네의 첫번째 작품이었는데, 지금은 그때 책 읽고 어떤 기분이 들었는지 기억도 나지 않지만, 이후 여기저기 기웃거리면서 조금씩 이이와 관련한 이야기를 들어보니까, 나는 전혀 경험하지 못한 다른 세상의 것들을 작품으로 만들어 그런 텍스트를 처음 접한 (나 같은) 독자들은 이색적인 경험을 한 것처럼 느낄 수 있었겠다, 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면 <꽃 피는 노트르담>은 읽지 않는 것이 좋았을 것을 그랬다. <도둑 일기>와 근접한 거리에 있는 <꽃 피는 노트르담>을 읽으니, 이젠 색다른 바도 없고, 주네의 표현법은 <도둑 일기>에 비해 훨씬 더 노골적이라 사드 후작의 책을 읽는 기분까지 들었는데, 그게 무슨 말이냐 하면, 야하거나, 차라리 음란하지도 않고, 읽어주기 드러웠다는 말이다.
1942년의 프랑스 파리. 말은 비시 괴뢰정부가 통치했다지만 실제로는 독일 나치 군대가 점령하고 있던 시절이다. 이때 장 주네는 절도혐의로 체포되어 파리 근교에 있는 프렌 교도소에 미결수 신분으로 들어가 있었다. 내가 10년 전에 읽었을 때도 책의 제목이 <도둑 일기>더니 이번에도 절도, 도둑질을 해 교도소에 들어가 어떤 판결이 떨어질 지 노심초사하는 장 주네. 레지스탕스 하다가 사형당하는 걸 바랄 지 모르지만 시민들이 전부 다 레지스탕스면 그것도 좀 재미없으니 누군가는 이렇게 악역도 해줘야 사람 사는 꼴이 난다. 장 주네는 이 교도소에서 젊은 사형수를 기리는 시를 쓴 바 있다. 프랑스의 사형은 장 가뱅과 알랑 들롱이 주연을 한 1973년 영화 <암흑가의 두 사람>에서도 단두대 형을 원칙으로 한다. 아무리 전시라도 아무나 사형에 처할 수 있나 어디. 그럼에도 단두대의 인정 없는 칼날에 목이 달아난 인간은, 당연히 살인범이었는데, 장 주네가 시를 써서 넋을 기린 사형수를 이번엔 별명으로 “꽃피는 노트르담”이라고 붙여 그를 애도하는 소설을 쓴 것이 바로 이 작품이다. 장 주네의 첫번째 소설이기도 하다.
훗날 이 작품을 장 콕토가 읽더니, 흠, 거 참 괜찮은 젊은 작가로구먼, 칭찬을 해주어 주네의 창작에 본격적인 모터를 달아주었다고 하는데, 콕토, 뭐 유유상종이니까 그렇다고 치자.
장 주네는 자신이 “꽃피는 노트르담”이라고 별명을 지어줄 살인범을 만들기 위하여 작품의 초장부터 초를 친다. 그리하여 네 명의 진짜 살인범을 작품 첫 장부터 소개하기에 이른다:
오이겐 바이트만. 독일인으로 프랑스에서 여성 두 명과 남성 여섯 명을 살해하고 금품을 갈취한 죄로 1939년에 공개 처형된 인물이다. 이 공개처형 당시 최고의 드라큘라 가운데 한 명이었던 크리스토퍼 리도 구경을 가 장 주네의 말에 의하면 신문지상에 “자동식자기로 무한 증식된 아름다운 얼굴”이 뎅거덩 떨어지는 장면을 목격했다. 그때 리의 나이 열일곱 살이었단다.
바이트만의 살인 조금 앞서 정부를 살해한 검둥이 “태양 천사”
조금 후에 애인 에스코데로를 살해하고 천 프랑 가까운 돈을 탈취했다가 스무 살(주네의 오류. 실제로는 스물다섯 살) 생일을 맞아 목이 달아난 군인 모리스 필로르주. 필로르주는 단두대에 목을 디민 상태에서도 형 집행자한테 깐죽거리려다가 입도 떼기 전에 1톤의 칼날이 떨어졌는데, 여기서 주목. 애인의 이름이 “에스코데로” 남자 이름이다. 그러니까 필로르주는 널리 알려진 장 주네와 비슷한 성적 취향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꽃피는 노트르담>을 대표하는 건 절도, 살인 같은 범죄라기보다 남성간 동성애를 다룬 퀴어 문학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리하여 주인공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하여간 타이틀롤을 맡은 “꽃피는 노트르담”의 모델이 바로 모리스 필로르주라고 봐도 무방할 듯하다.
마지막으로 반역을 위한 반역을 저질렀다가 총살당한 앳된 해군 소위.
이렇게 네 명의 사형수를 거론하면서 이들의 사형집행 모두가 아름답고 음침한 꽃들이 경이롭게 피어난 것이라고 주장한다. 화자 장 주네는 프렌 교도소 내에서 신문과 잡지에 실린 사형수들의 사진을 오려 20여 장을 모은다. 그리고 빵을 씹어 밀가루의 끈기를 이용해 풀을 만든 다음 벽에 매달린 생활수칙 보드 뒷면에 붙여놓고 시간 날 때마다 그들의 공허한 눈빛을 보면서 흥분한다.
“이제는 죽은 몸인 저 살인자들은 그럼에도 나에게로 와주었다. 애도의 별들 하나씩 나의 감방으로 떨어져 그때마다 내 가슴 몹시 뛰고, 내 가슴은 두방망이질한다. 두방망이질이 도시의 항복을 알리고자 둥둥거리는 북장단이기나 한 듯 말이다. 이어서 열이 오른다. 감방 위로 독일 비행기 지나다니고 아주 가까이 떨어지는 폭탄 소리가 들리는 가운데, 몇 분간 온몸 뒤트는 경련으로 시달리던 그때 그 고열 못잖다.”
사드 후작하고 정말 비슷하지? 조국 프랑스의 수도 파리가 함락되려고 독일 폭격기에서 폭탄이 떨어지는 것처럼 살인범들의 사진을 보면 흥분을 하고, 더럽고 거칠고 이와 벼룩이 들끓는 모포 밑에서는 경직된 성기가 정액의 분출을 사납게 요구하는 광경. 아오, 이거 참. 어디 읽어주겠느냐는 말이지, 드러워서. 이이가 하녀 주네의 사생아로 태어난 지 7개월만에 버려져 고아원에서 컸다가 열 살 때 처음 도둑질을 해 소년원에 들어간 이후, 앵벌이, 거지, 소매치기, 절도, 마약 등등 어떻게 보면 생존을 위한 작은 범죄를 저지르는 환경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했다. 혹시 동성애도 몸을 팔아먹고 살기 위한 방편으로 시작했다가 습득한 성적 취향으로 발전했을 수도 있지 않을까? 이 방면에 대해서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한다. 완전히 짐작일 뿐이다.
사형수들에 대한 열광은 그러나 얼마 가지 않는다. 저 뒤에 1937년 7월 7일 밤에 보지라르가 12번지 아파트 3층에 사는 예순일곱 살의 동성애자 라공 씨의 집에서, 라공의 연장이 말을 듣지 않는 바람에 돈을 벌지 못하게 되자 파란 넥타이로 목을 졸라 살해해버렸다가 1942년에 체포당한 1920년생, 장 주네보다 열 살 아래의 연인이자 본명 아드리앵 바이용이 목이 달아나는 컷에서 한 번 더 나올 뿐.
이 작품은 장 주네가 감방 안에서 썼다. 당연히 외부에 나갈 수 없는 고립된 장소.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냈음을 감안하면 문학적 소질을 가진 작가는 감방 안에서 오직 상상력 하나로 소설을 썼을 것이다. 그러니 서사는 연대기적 성격을 갖기가 힘들었을 것인데, 그것을 주네는 자신의 인격을 쪼개는 방식으로 다양화했다. 화자인 장 주네는 감방 안에서 모든 걸 총괄하고, 그의 도플갱어 격인 디빈이라는 인격체를 만들어냈다. 디빈. Divine. 신성한 “여자.” 주네가 남자인데 도플갱어 디빈은 여자? 그렇다. 애인을 먹여 살리기 위하여 남자한테 여성역할로 몸을 파는, 그러니까 바텀 역할을 하는 남자. 스스로 자신을 여성, ‘마짜’라고 인식한다. 같은 마짜를 만나면 거의 여성의 대화를 하고.
“마짜?” 사드가 쓴 <…120일>을 보면 공작, 주교, 법원장, 징세청부인이 저 깊은 산 속 외딴 성으로 환락을 좇아 갈 때 여덟 명의 소녀와 여덟 명의 소년, 그리고 거대한 페니스를 달고 다니는 네 명의 마장(馬藏: 남색용 남자)을 데리고 간다. 이 마장을 사드 전문가이자 이 책을 번역한 성귀수는 ‘마짜’라고 한 것 같다. 그런데 “꽃피는 노트르담” 아드리앵 바이용은 탑과 바텀을 가리지 않는 작자. 역시 주네의 도플갱어 디빈의 애인 가운데 한 명이다. 171센티미터, 71킬로그램, 계란형 얼굴, 금발, 푸른 눈, 가무잡잡한 피부, 건강한 치아, 발기시 24센티미터, 굵기 10센티미터. 별 게 다 나오지? 뒤에 가면 ‘세크 고르기’라는 흑인 애인도 하나 생기는 데 신장 177cm, 88kg, 발기시 28cm, 굵기 14cm. 뭐 그렇다는 거다. 아니, 솔직히 말하자면 그냥 그렇다는 건 아니고, 굵기가 14면, 이게 어디여? 대가리여, 줄기여? 혹시 작대기여? 14면 직경이 4.6cm 거든. 아무것도 아닌 거 같은데 책상 서랍 속에서 자 꺼내 직경 4.6cm가 얼마나 되는 지 한 번 보시라고, 글쎄.
더 이야기하려니까 좀 머뭇거려진다. 뭘 더 말씀드릴까? 남자 셋이서 하는 거? 방법? 체위? 아이고, 이쯤에서 접는 게 좋겠는데, 아니 그렇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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