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킨 이야기 / 스페이드 여왕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62
알렉산드르 세르게비치 푸시킨 지음, 최선 옮김 / 민음사 / 200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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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양 문학을 좀 읽어보면 1800년을 전후해서 태어난 사람들 까진 글을 쓸 때 뭔가 고딕적인 분위기르 띄는 성향이 많다는 걸 알아챌 수 있다. 어제 얘기한 오스틴의 <노생거 수도원>에서도 주인공 캐서린이 열일곱 살 먹을 때까지 주로 괴기, 심령(비슷한) 소설들을 많이 읽어 영향을 받은 관계로 온천도시 바스로 놀러가 문제의 노생거 수도원에 들렀는데 음산한 분위기 속에 들어가자마자 곧바로 괴기, 심령소설의 분위기에 취해 왔다리 갔다리 하는 장면들이 나온다. 오스틴의 다른 작품에서도 등장인물들이 주로 읽는 것들을 보면 주로 고딕 소설들. 그래서 그런가 북해를 횡단해 주로 상트 배째라부르크에 살던 20여 살 아래 작가 알렉산드르 세르게예비치 푸시킨의 작품에서도 이런 고딕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으며 대표적인 작품으로 <벨킨 이야기>를 들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하면 얼마나 좋은가마는 이건 전적으로 내 생각이니 (이 말 나오면 언제나 곧바로 언급하다시피) 어디 가서 이 말 인용하지 마시라. 개망신당할 수 있다.

 <벨킨 이야기>에 관해서 말하자면, 먼저 이반 페트로비치 벨킨이 누구냐, 하는 걸 얘기해야 하는데 푸시킨보다 한 살 많은 1798년 생 총각으로 스물 다섯살 까지 군복무를 하다가 갑자기 양친이 작고하는 바람에 작은 영지로 귀향해서 농장을 개혁하겠다는 의지로 일 잘하고 있던 집사를 해고하고 일을 도모하지만 끝내 빌빌거리다가 나이 서른살 되던 1828년 가을, 감기에 이은 열병에 걸렸는데 근동에서 제일 가는 발가락 및 발바닥 티눈 전문 의사의 끈질기고 정성어린 가료 끝에 숟가락 놓은 인간이다. 이 작자가 농장은 안 되지 살 맛도 나지 않지 하는 와중에 짧은 이야기를 몇 편 써놓은 것이 있으니 바로 <벨킨 이야기>라고 푸시킨은 설레발을 친다.

 이렇게 짧은 이야기들을 모아놓은 책의 미덕은, 바로 재밌다는 거다. 첫번째 글이 <발사>라는 제목으로 러시아 작품에서 특히 자주 볼 수 있는 결투를 주제로 하고 있다. 그런데 말씀이지, 결투를 주제로 하고 있다, 까지 쓰니까 양심상 더 쓸 수 없는 거. 이게 또 짧은 이야기를 읽고 난 다음에 독후감을 쓰는 애로사항이다. 더 이야기를 하자니 이미 이 짧은 이야기를 다 들으신 거 같을 수 있고, 그러자니 말을 꺼내기만 하고 심술부리는 거 같기도 하고. 좋다, 하나만 더하자면, 결투할 때 먼저 제비를 뽑아서 누가 먼저 권총을 쏠 것인가를 정한 다음, 첫번째 인간이 맞추면 그냥 게임 끝나는데 만일 맞추지 못하면, 이때 정말 터무니 없이 맞추지 못했건, 맞줄 수 있는데 일부러 옷깃을 스치게, 아니면 쓰고 있던 모자에 구멍 만 내게 쏜다든지를 막론하고, 어쨌든 맞추지 못하면 짧은 제비를 뽑아 이제 순서가 된 두번째 사수는 만일 지금 쏘고 싶지 않으면 나중에 언제 어디서도 쏠 수 있는 모양이다. 물론 결투 전에 약속을 해야 되겠지만. 하여간 서양의 이 엉뚱한 결투문화, 울 나라에 없는 건 참 다행이다.

 <벨킨 이야기>는 위에서 얘기한 <발사>를 포함해 다섯 개의 짧은 이야기들을 모아놓은 옴니버스 작품. 물론 벨킨이라는 사람이 진짜 있어서 정말로 그가 써놓은 작품이라고 오해는 하지 않으시겠지?


 <스페이드 여왕>? 물론 이걸 읽기 위해 책을 산 게 맞다. 차이코프스키가 작곡한 아주 재밌는 같은 제목의 오페라. 그것의 원본인데 어찌 읽어보지 않고 그냥 넘어갈 수 있나.

 아, 실례. 이 작품에서 숨어있는 주인공이 여든 넘은 안나 페도토브나 백작부인이다. 그이가 젊은 시절 프랑스에 자주 놀러갔는데 얼마나 아름다운 모습인지 파리의 사교계를 완전히 한 손아귀에 장악했음은 물론이고 남편마저 그이의 위세에 눌려 거의 집사 수준으로 전락했다고 한다. 한편 백작부인은 도박에도 일가견이 있었지만 주로 잃는 쪽으로 일가견이 있어 집구석을 완전 거덜내고 말아 이를 극복하고자 불사의 약과 현자의 돌을 발명해 신에게 죄를 짓고 영원히 고통받는 영원한 유대인 생 제르맹 백작에게 비싼 값을 치루고 도박에서 돈을 딸 수 있는 방법을 배웠다고 한다. 이 이야기는 안나 페도토브나 백작부인의 친손자 톰스키의 입에서 나오고 차이코프스키의 오페라에선 1막의 '톰스키의 발라드'란 제목으로 들을 수 있다. 한 방 쾅!

 

 그래 어찌어찌해서 독일계 러시아인 게르만German, 러시아 발음으로 하자면 헤르만이지만 번역자 '최선'은 독일계임을 강조해서 '게르만'이라고 표기했다. 하여간 게르만이 어찌어찌해서 사랑의 꿈을 꾸고 있는 백작부인의 수양딸, 말이 좋아 수양딸이지 거의 몸종인 리자의 연모에 받기 이르고, 그걸 이용해 백작부인으로부터 도박에서 돈을 딸 수 있는 세 장의 카드를 알게 되는데, 여기서 스톱.

 인생살이가 그리 만만해? 절대로 아니지. 거기다가 허공을 떠다니는 짓궂은 유령의 윙크까지 당신의 삶을 간섭하고 있는 거야. 물론 내 삶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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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17-02-27 13: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번역이 좀 아쉬웠어요. 너무 너무 옛날 말투 ㅠㅠ 그래도 작품은 참 흥미진진합니다.

Falstaff 2017-02-27 16:38   좋아요 0 | URL
맞아요, 백자평에서 봤습니다.
전 옛날 말투에 대해선 뭐 별로 거부감이 없어서요. 암만해도 날이 갈수록 꼰대가 돼가는 거 같아요. ㅠㅠ
 
에마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83
제인 오스틴 지음, 윤지관.김영희 옮김 / 민음사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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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인 오스틴을 처음 읽었을 때, 작품이 <오만과 편견>이었는데 빅토리아 시대 이전에 이런 작품을 썼다는 거 하나 가지고 참 이 처녀 대단하네 싶었다. 그래 흥미를 가지고 있던 차에 하나를 더 읽고 독후감도 쓴 적이 있다. 한 번 책껍데기 그림 보시라.

 


 <에마>하고,오늘 낼 하는 늙은이들만 살라고 모아놓은 노생거老生居 수도원하고(제목에 관한 농담인 거 다 아시지?)그림이 똑같다. 조지 던롭 레슬리가 그린 <장미들>.

 하여간, 난 <에마>로 제인 오스틴하고는 끝났다.

 전에 충북대 독어교수 문광훈이 네이버 열린연단이란 컬럼인지 뭔지에서 <노생거 수도원>에 관해 아예 용비어천가를 읊어서, 평소에 <노생거...>를 쓰레기라고 인식하고 있던 차에 별 같잖은 소릴 다 듣는다는 짧은 판단으로 댓글에다가 '열 일곱살 고2 짜리 아가씨가 현실과 허구 사이를 헤매고 다니고 아무것도 하는 거 없이 부자 총각 만나 팔자 고치는 얘기일 뿐인데 과찬인 거 같다'고 했다가, 아이고 어머니, 제인 오스틴 좋아하는 아주머니들이 왜 그리 많은지 이건 완전히 만인의 적이 되는 기분이 들어 어마 뜨거라 싶은 마음에 잽싸게 댓글 지운 적이 있었다. 점심 잘 먹고 와서 생전 안 하던 짓을 했더니 거 세상 인심이, 그냥 낮잠이나 잠깐 잘 것을 말야. 그게 2016년 말. 참 언짢은 것이 엄마 아빠가 애면글면 돈 모아 기껏 독일 유학보내 독일문학전공 박사까지 따게 했더니 이게 독일책도 아닌 영국책에 대해, 물론 나보다야 훨 많이 알겠지만 이리 유난을 떠나. 그럼 영문학 전공한 숱한 인간들은 뭘 먹고 살라는 말이냐고 괘씸하기까지 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 역시 조금 배운 인간이니까, <노생거...>와 제인 오스틴에 대한 내 감상이 불공정했을 수 있으니 다시 한 번 읽어보되 그중에서도 좀 두꺼운 거, 민음사 세계문학 시리즈에서 젤 두꺼운 책 <에마>를 골라 읽되, 이것 역시 내 기준에 염병이면 다신 오스틴 안 읽는다, 라고 마음 먹었다가, 마음 먹은대로 됐다.

 본문만 702쪽. 해설과 연표까지 합하면 718쪽. 12,600원. 쪽당 단가 18원에서 조금 못미치니 가성비가 나쁜 편은 아니다. 아니, 훌륭하다. 다만 오스틴을 좋아하는 사람에 한해서. 먼저 밝힐 것은, 지금 <에마>에 대한 독후감을 쓰고 있으면서, 예전에 읽었던 <노생거...>와 열린연단에서 내 댓글에 대한 것들은 전혀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점. 완전히? 에이, 나도 사람인데 그럴 수는 없겠지만 하여간 최대한 책 <에마>에만 집중해서 쓴다는 걸 알아주십사.

 타이틀 롤 에마는 참 좋은 나이 스물 한 살. 만 나이니까 우리로 따지면 대학 3학년. 딸 둘 있는 쁘띠 부르주아 집구석의 둘째 딸. 엄마는 일찌감치 세상 하직하고, 언니는 시집가서 아이 다섯을 건강하게 잘 키우고 있는 건전한 가정주부. 변호사 형부 역시 세상을 좀 시니컬하게 보는 경향이 있지만 아주 모범적인 중산층 남편이자 아이들의 아버지. 원체 늙어서 장가든 아버지는 에마한텐 할배나 증조부 터울이라 세상의 모든 관심은 건강과 보건 뿐이고 운동능력은 거의 상실했다고 보면 된다. 그래도 완전 토박이에 신사계급의 우드하우스 가문이어서 지역에선 명사에다가 누구나로부터 그에 걸맞는 존경을 받고 있다.

 에마가 자신의 가정교사 테일러 양을 신사계급의 동네 홀아비, 20대 초중반의 잘생기고 돈 많은 외삼촌에게 후견을 받아 세상 어려운 줄 모르는 청년의 아버지에게 소개를 해서 결혼에 성공하는 걸로 소설은 시작하고, 그리하여 에마는, 얘야말로 진짜 세상 무서운 줄 모르는 하룻강아지이지만 스스로는 자신의 지적 능력과 판단력, 예의범절 심지어 예지력까지 완벽하게 갖춘 초 일류 수퍼우먼인줄 단단히 착각하고 산다. 그래서 벌어지는 사달.

 에마 앞에 눈부신 미모를 갖춘 열일곱살 짜리 사생아 아가씨 해리엇이 등장한다. 영국의 고만고만한 여학교에 다니다가 교장의 눈에 들어 교장의 집에서 사숙하고 있는데, 에마가 보기엔 저만한 인물로 시집 한 번 잘 가면 그야말로 인생역전, 로또는 절로가라고 거기다가 공,후,백,자,남작 부인이란 칭호는 받지 못하겠는가 말이지. 근데 알고보니 지금 동네의 건실한 농사꾼 청년 로버트 마틴하고 눈이 맞은 상태다. 비록 청년이 진짜로 건실하여 나날이 부유해지고 그렇다고 건방져지기는커녕 점잖고 예의바르며 갈수록 똑바른 인생을 살고 있지만, 어디까지나 그야말로 시골 촌놈. 결정적으로 세련되지 못한 것이 흠이다. 오른 손을 두번 돌려 여인네한테 멋있는 코티시도 할 줄 모르고, 만나뵙는 영광을 주셔서 눈물이 앞을 가리옵니다, 경의에 찬 치사를 뽑을 줄도 모르는 촌무지랭이. 그럼에도 감히 어여쁘기가 한량없는 헤리엇 양을 넘봐? 이거 넘한 거 아냐? 지가 뭐라고 옆에서 열받은 에마. 헤리엇 곁에서 찬란한 미래상과, 진정한 신사의 멋진 매너와, 신분상승에 대한 기대에 대한 온갖 암시를 주입함으로써, 촌놈 로버트의 정중하지만 세련되지 않은 청혼을 무참하게 박살내게 만든다.

 뭐 이런 식으로 스토리가 전개되는데, 이건 어디까지나 무려 700쪽이 넘는 작품의 한 에피소드에 지나지 않고, 이 작품이 빅토리아 시대가 시작되기도 전인 1810년대에 쓰인 것임을 감안하더라도, 제인 오스틴이 여자를 보는 눈이 당시 일반인이 여자를 보는 눈 이상에서 조금도 발전하지 못한 것이 느므느므 아쉽다. 오스틴에게 여인은 당시엔 사실 거의 완전히 사라진 기사도 정신에 입각하여 숭배를 받아야 하는 인종이지만 기꺼이 남편으로 대변되는 남성에 복종해야 할 운명에서 벗어나질 못한다. 에마가 아무리 똑똑하고 거기다가 재치까지 있고 눈치빨라 정말 참하고 매력적인 여성이며 결혼 대상자이긴 하지만 신분차이의 극복에 대해서는 아무 철학도 없다. 여기서 주목. 당시 잉글랜드는 앞선 산업혁명으로 세상의 어느곳에서보다도 일찍 부르주아들이 역사상 유례가 없을 정도의 권력을 갖으면서 신분제 역시 대단한 혼란에 빠지는데도 에마는 신분제도야말로 넘기가 어려워야 하는 굳은 벽일수록 좋으며 오직 신분제도의 벽을 넘어설 수 있는 건 여자들의 뛰어난 외모로 특정하고 만다.

 내 말 혹은 의견이 틀려? 전에 읽었던 <오만과 편견>과 <노생거 수도원> 다 그런 거 아냐? 거기선 주인공들이 바로 그거 하나 때문에, 아 잠깐. 많은 분들이 오직 외모, 라고 하는 내 의견에 거품을 무실 지도 모르지만 좀 양해해주시기를 바라며 계속 독후감을 이어가자면, 당시 수준으로 기본 이상의 교육을 받아 신사가족 가량의 예의범절엔 도가 텄다는 전제로, 얼굴 예쁘고 몸매 잘 빠진 거 가지고 상류계급 총각의 혼을 빼 신분상승을 이루었으나, 적어도 <에마>에선 그런 부분은 나오지 않는다. 하지만 오스틴이 그리는 여인에 대한 안 좋은 시각은 이 작품이 더해서, 타이틀 롤 에마는 사실 인생살이가 일천한 헛똑똑이로만 묘사된다. 아니라고? 그래, 그건 당신 생각이고 하여간 난 그렇게 생각한다.

 아, 하나 확실하게 밝혀둘 것은, 오스틴의 소설은 재미있다. 적어도 읽는 재미는 보장한다는 거.

 그리고, '토머스 매콜리'가 어떤 작자인 줄은 모르겠는데(지금 네이버 검색해보니 19세기 영국의 시인이자, 역사가이자 정치가라고 한다)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그녀는 산문계의 셰익스피어다"

 매콜리, 이 새끼 이거 미친 거 아냐?




 독후감 첨 쓸 땐 책 제목과 비슷하게 발음할 수 있는 애마, 영화 <애마부인> 에피소드도 쓰려 했다가 잊었다. 다 쓰니까 아참, 생각나는데 나중을 기약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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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17-02-24 14: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 기준에 염병이면 다신 오스틴 안 읽는다, 라고 마음 먹었다가, 마음 먹은대로 됐다.‘ ㅋㅋㅋㅋㅋ 글에 쓰신 내용으로만 봐도 고구마 몇 개는 먹은 기분이 들 것 같아 제인 오스틴 작품은 역시 안 읽는 걸로;;;

Falstaff 2017-02-27 16:36   좋아요 0 | URL
지금 부터 200년 전 작가인걸 감안하면 대단하긴 대단한데 다만 기호가 제 취항이 아니란 것이지요.ㅠㅠ 글을 읽다보면 특별한 수사법도 없이 걍 쓰면서 재미나게 만드는 거, 그건 정말 괜찮더라고요.

먼어 2020-03-13 17: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개인적으로 저는 제인 오스틴 작품을 좋아하는 사람이지만, Falstaff님 서평 너무 재밌게 읽고 갑니다~ㅋㅋㅋㅋ
댓글을 안 달 수 없는 서평이네요ㅋㅋㅋㅋ 역시 고전이라 할지라도 사람마다 선호가 다른 듯 합니다.
다른 서평도 기대할게요! 좋은 하루 되세요~^_^

Falstaff 2020-03-13 17:19   좋아요 0 | URL
아이고, 뭐라 꾸짖는 대신 칭찬(처럼 들리는 댓글)을 주시니 황감하기 그지 없습니다.
그럼요, 고전이고 뭐고, 작가가 뭐 대숩니까. 세상의 모든 작가는 독자, 그러니까 저 한 명을 위해 쓰다가 죽는 사람들일 뿐이지요. ㅋㅋㅋㅋ
 
홍루몽 1 - 완역 결정본 홍루몽 1
조설근 지음, 홍상훈 옮김 / 솔출판사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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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흠. 해설까지 포함해 총 7권 3천쪽을 훌쩍 넘기는 장편소설이며 아시다시피 중국의 5대 기서 중의 하나로 꼽혀 언젠가는 읽어봐야지 했다가 정작 사려고 하면 어쩐지 선택하게 되지 않았던 작품. <금병매>도 마찬가지로 아직까지 읽어보지도 않았고 더군다나 <금병매>는 이 책 <홍루몽>을 읽음으로 해서 앞으로도 읽지 않기로 작정을 했다. <삼국지> <수호지> <서유기> <홍루몽>. 이 정도면 됐다.

 <홍루몽>을 해설한 것 가운데 이 책을 읽기 위해 작가 조설근의 행적을 좀 알아야 한다고 주장한 글은 보질 못했는데, 조설근 자체가 남경(의 강녕)에서 상당히 권세도 있는 부르주아로 살다가 조의 청소년기에 문중 한 할배가 황제한테 오지게 찍혀 집구석이 거덜이 나고, 어디 가서 먹고 살 데가 있나 궁리한 끝에 북경으로 터를 옮겨 여기저기서 빌붙어 평생 그렇게 산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그런지 책 가운데 조설근과 비슷한 환경을 지닌 인물들이 숱하게 나오고 이런 작자들이 작품의 주무대 가賈씨 문중에 기생하며 조금씩 가씨 댁의 재산을 갉아먹는 빈대로 어쩌면 그렇게 잘 어울리는지 실감난다, 실감 나.

 소싯적에 집에 사서오경과 <장자> 번역본이 있어서 꼴에 그걸 읽어보려 몇번이나 아웅다웅 박박 깍은 대가리에 힘줄 돋게 책을 넘겨봤지만, 딴엔 중고딩 시절 다른 과목은 몰라도 한문 하나는 똑부러지게 해서 까짓 <장자>가 뭐 대수야 싶어 만만하게 본 것이 처음부터 잘못이었으나 그것도 모른 채 그냥 눈알이 벌게지도록 종이만 꼬나봤지만 아예 첫 페이지부터 오리무중이었던 것을 먼저 고백함에도 불구하고, <홍루몽>을 읽으며 이건 다분히 장자의 생각에 입각하여 쓴 장편소설이라고 여기지 않을 수 없었다. 또 불교 용어로 우리가 흔히 쓰는 색즉시공 공즉시색 이딴 거하고도 비슷한 주제.

 근데 아주 솔직히 얘기하면 작년에 읽은 다이 허우잉의 장편소설 <시인의 죽음>과 올해 읽은 <사람아, 아 사람아>에서 이 <홍루몽>을 자주 인용하며 책 속에서 중국인민의 아버지 마오 역시 <홍루몽>의 등장인물과 상황을 자주 섞어 연설을 했다고 하여, 현대 또는 근대 중국인에게 중요한 텍스트일 것이라 짐작해 올해가 밝자마자 서둘러 책을 구입하게 됐다. 내가 책을 고르는 중요한 기준 가운데 하나가 책 속에 등장인물, 주로 주인공과 주인공에게 큰 영향을 주는 조연이 언급하는 책을 고르는 거라서. 하지만 책을 읽는 내내 주로 불교와 도교 사상에 입각해, 있는 것이 없는 것이고 없는 것이 있는 것이라는 등, 삶이 곧 죽음이요 죽음이 곧 삶이라는 등, 음지가 양지요 양지가 음지라는 등의 사상을 북경에 사는 중국 최고위층은 아니더라도 청나라 그냥 고위층, 어느 정도냐 하면 요즘 우리나라 계급으로 치면 기획재정부 장관의 비서 정도, 그러나 개국공신 집안을 배경으로 하는 뻑적지근한 자산계급의 호화찬란한 사치가 거의 전부인 책을 어찌하여 중국 공산주의의 아버지 마오가 그리도 좋게 언급했는지 책을 읽으면서 참 아리송했다. 다이허우잉이야 책에 나오는 인물들과 자기 책의 인물 가운데 특정인이 비슷한 성격을 지닐 수 있으니까 뭐 그러려니 하지만.

 책의 내용은 별거 없다. 처음과 끝에 잠깐 나오는 진씨('진'은 '견'으로 읽기도 하고, 우리 말로 '질그릇 장인'이란 뜻인데 네이버 한문번역에 나오지도 않는 희귀 한자어다)와 가賈씨의 대비로 시작한다. 진은 참되다는 진眞과 발음이 같고 가賈는 거짓되다는 가假와 발음이 갔다고 해서, 진짜와 가짜로 시작하고 끝나는데 위에서 말했듯 진짜가 가짜고, 가짜가 진짜라는 희한한 논리로 이승의 삶을 초탈해 도사의 삶은 시작하는 주인공 가보옥賈寶玉, 이 새끼야말로 은수저가 아니라 옥을 입에 물고 엄마 배속에서 튀어나온 여려빠진 귀공자로, 얘가 세상의 부귀영화를 뒤로한 채 도를 닦기 위한 길로 접어드는 과정을 쓴 책이다.

 어디서 읽었더라, 삼국지연의가 다 끝나고 드디어 천하를 통일한 사마염이 위나라 무제로 등극했더니 알랑방귀를 뀌려고 신하 하나가 꿩의 대가리 가죽으로만 만든 외투 치두구를 선물하니까, '이제 천하를 통일했으니 짐이 할 일은 사치가 아니라 백성을 잘 살게 하는 것이니 어찌 이런 사치품을 받을 수 있냔 말이냐'  염병을 하고 불에 태웠으나 황위에 오른지 몇 년 만에 그거 말고는 입지 않았다는 바로 그 치두구, 꿩 대가리 가죽으로 만든 코트, 이딴 거 숱하게 나온다. 그것만? 아니지. 백여우의 겨드랑이와 가랑이 털로만 만든 외투. 일찌기 진나라로 벼슬하러 간 맹상군이 뇌물로 써서 진나라에서 도망을 칠 수 있었던 바로 그 백여우 코트. 공작의 깃털을 촘촘하게 댄 겨울 코튼데 공작깃 가운데서도 보라색 나는 부분만 골라 화려하게 만든 남자용 코트. 이딴 거 숱하게 나오니 중국 사람들의 스케일, 정말 상상이 가지 않는다. 위에서 말한 사치 그득한 가씨 가문에 옥구슬 입에 물고 엄마 다리 밑에서 주워온 가보옥. 얘는 그러나 학문에도 뜻이 없고, 신체단련에도 뜻이 없고, 입신양명에도 뜻이 없고, 아빠한테 재산 물려받아 그걸 더 크게 만들려는 생각도 없고, 관심사라면 오직 한 가지, 숱한 친척 자매들과 몸종들 사이에 처박혀 여인들의 부드러운 살결과 고운 심성과 더불어 시를 읊으며 오직 꽃 속에서 즐겁고 우아하게 사는 거다.

 이게 다다. 20여 평생 여인들의 그늘에서만 살던 소년이 어느 날 입에 물고 나온 옥을 잃어버리고 다시 찾는 과정에 깨달음을 얻어, 세상에 나온 증거를 보여주기 위해 과거급제하고 아들 하나 임신시키고, 임신한 아내는 두번 다시 보지도 않은 채 집 나가서 도사 되는 거.

 그래도 이 책 사서 읽어보실래? 그러거나 말거나 그건 전적으로 당신 마음이다. 말리지 않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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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17-02-23 13: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 책 읽는다는 사람 있으면 말릴 겁니다! 올해 이 책 사신 거 보고 좀 갸우뚱.... ㅋㅋㅋ 이 책 보면서 저는 중국인들 수준까지 의심하게 되더라고요. 대체 왜 4대 명저로 꼽히는 건지 모르겠는.... 욕을 욕을 하면서 끝까지 읽었습니다만 재미도 감동도 아무것도 없더군요. 막장 드라마 보다 드디어 끝나서 후련한 기분이랄까. 으으.

잠자냥 2017-02-23 13: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심지어 뒷부분은 조설근이 쓴 게 아니라는 설도 있던데 정말 그런 것인지 뒤로 갈수록 이상해집니다.....ㅡ.ㅡ

Falstaff 2017-02-23 16:47   좋아요 0 | URL
ㅎㅎㅎ 재미는 없었지만 당대 중국에선 시, 사, 부 같은 글들에 매력을 느꼈을 수도 있었을 거 같아요.
하여간 중국소설은 역시 삼국지, 수호지라니까요. ㅋㅋㅋ
작가여부는 다른 출판사 책에서 보면 아예 누구와 누구 이렇게 특정해놓은 것도 있더군요. 그거야 뭐, 동아시아 시간에서 18세기 초면 문학적으로 원시시대니까요.

camphortree85 2020-04-30 17: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홍루몽이 최고의 소설

Falstaff 2020-04-30 19:30   좋아요 0 | URL
그럼요, 제일 중요한 건 독자의 감상이니까요.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아내들의 학교 서양문학의 향기 9
몰리에르 지음, 김익진 옮김 / 고려대학교출판부 / 200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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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타르튀프>를 재미나게 읽은 기억. 재미나다라고 말하지만 당연하게 17세기 작품인 걸 감안해서 재미나게 읽었다는 얘기. 하여간 프랑스 역사상 가장 위대한 희극작가 몰리에르의 작품을 하나 정도 더 읽어보려 했었다가 딱 골라낸 책. 근데 어째 제목이 좀 수상하다. <아내들의 학교>.

 고전을 읽으면서 정말 재미없는 것의 전형. 코메디를 전개해 나가고 갈등을 거쳐 클라이막스까지 치닫는 건 좋으나, 마지막 결론으로 가서 현대인, 당시 시각으로 얘기하자면 400년 후 지구 위성에 살아남았을 후대인後代人을 맥빠지게 하는 경우가 딱 이 작품 <아내들의 학교>다.

 대강 스토리를 얘기해보자. 이런 작품은 스토리를 얘기해도 괜찮을 거다. 읽으실 분 거의 없을 테니. 주인공 아르놀프는 신흥 부르주아. 당시 부르주아한테 끝없는 선망의 대상은? 옙, 귀족입니다. 귀족 선망으로 아르놀프는 이름을 드 라수슈라고 바꿨으나 사람들은 당장 익숙한대로 아르놀프라고 부르고 그때마다 아르놀프는 열이 치솟는다. 이 중늙은이가 데려다 키우는 여자 아이가 하나 있다. 아네스라고. 얼굴 반반한 이 아이를 주워 기르는 동네 빈민한테 돈 좀 주고 데려와 집구석에 콱 박아놓은 다음에 순진 그 자체, 남자 손 때 하나 묻히지 않고 온전한 숫처녀로 키워놓고 정성을 다해 키워 이제 열일곱, 결혼 적령기에 이르렀으니 드디어 혼인을 시키려고 하는 단계다. 남자도 구해놨다. 드 라수슈라고 하는 나이 지긋하고 돈 많고 사회적 지위까지 있는 법적 노총각.

 여기까지 얘기하니까 대강 나머지 스토리도 짐작하시겠지? 새파랗고 조금은 경망스런 귀족 젊은이 오라스가 등장해 우여곡절 끝에 아가씨 채간다는 얘기. 맞습니다. <세비야의 이발사> 딱 그 꼴인데 <... 이발사>보단 좀 간결하다.

 17세기엔 이 작품을 놓고 파리에선 논란이 무척 많았었다고 한다. 기존의 희곡 문법을 파격적으로 파괴해버렸다나 어쨌다가. 그래서 몰리에르 지지파와 반대파가 진짜 주먹다짐을 했다는 건 아니고 하여간 주둥이와 펜으로 난투극 이전구투를 벌였으며, 급기야 부르봉 왕가의 귀에도 진흙탕 속의 개 두마리 짖는 소리가 들려 왜 지랄들인가 들어보고는 몰리에르 손을 들어줬다나? 당시엔 아무리 학계, 공연계가 주둥이질을 해대도 왕실에서 그건 이거여, 라고 한 번 얘기하면 그 순간 모든 문제가 매듭이 지어지던 절대왕조 시대이니만큼 몰리에르의 콧대는 베르쥐라의 천재시인이자 쌈꾼이자 연애조작단장 시라노 만큼 치솟았다고 한다.

 그 때 반대파가 하도 극렬하게 몰리에르를 비난하는데 기분이 팍 상해서 몰리에르는 어떻게 자신의 작품에 대한 비난을 잠재울까 고민하다가 또 한 편의 희극을 만드는데 그게 이 책에 두번째로 실린 <아내들의 학교 비판>. 20세기로 말하자면 신문지상에 최고의 화제 가운데 하나였던 지상논쟁紙上論爭 대신 또 한 편의 희극을 만들어 그걸로 대신했는데, 요지는, 너네들이 아무리 짖어도 최고의 비판자는 관객인 만큼 관객이 넘쳐나는 내 작품 <아내들의 학교>가 당연히 존중받아야 한다는 거.

 그것도 모자라 당시 부르봉 왕가에서 궁전에서의 공연을 위해 연극 하나를 만들어라, 라고 하자 또다시 <아내들의 학교>에 관해 반대파를 조롱하는 희극을 공연했으니 이 책의 세번째 작품 <베르사이유 즉흥극>.

 자, 후진 글 읽어주시느라 수고 많으셨는 바, 한 가지만 더 말씀드리자면, 몰리에르는 <타르튀프> 하나면 충분하나니 굳이 여기까지 고된 길에 오를 필요는 없으시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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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난일기 - 서구와 인디언 문명의 충격적 만남 서양문학의 향기 4
카베사 데 바카 지음, 송상기 옮김 / 고려대학교출판부 / 200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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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름이 재미나다. 카베사 데 바카. 설마 내가 스페인 말을 아는 건 아니고, 책 뒤편 역자 해설에 써 있기를 '카베사 데 바카'를 우리 말로 하면 '암소 대가리'란다. 그게 성姓이다. 문득 생각나는 서양신화. 일찌기 크레타의 미노스 왕의 왕비로 미노스와의 사이에 아리아드네, 데우칼리온 등을 낳은 정숙했던 왕비 파시파에. 엉뚱하게 남편 미노스가 포세이돈한테 괘씸죄에 걸리는 바람에 황소한테 홀랑 반해 가짜 암소 탈을 쓰고 그 속에 들어가 황소와 교접해 황소대가리를 한 괴물 미노타우로스를 낳았으니 여기서 바로 암소 탈의 대가리를 일컫는 거랑 어째 좀 비슷한데, 알겠습니다. 억지로 얘기 만들지 않고 (오늘 낮술 한 병 하려 휴가 냈거든요)주방에 가서 냉수 한 사발 마시고 정신 차리겠습니다.


 이거, 이를테면 지리학적 보고다. 작가 알바르 누녜스 카베사 데 바카가 16세기 초반, 조선에선 중종반정에 성공해서 바야흐로 신권정치가 판을 치기 시작해 백성들에 대한 무한수탈이 시작되고 정부에선 그깟 백성은 전혀 관심없이 정쟁에만 온 정력을 기울이기 시작하던 무렵, 스페인의 탐험가들은 그리 크지도 않은 배에 귀족과 군인과 수도사와 상인과 공증인과 학자와 말horse을 태우고 화승총과 대포로 무장한 채 본격적인 아메리카 수탈에 나서기 시작했다. 물론 젖과 꿀이 흐르는 가나안 땅으로 찾아서가 아니라 금과 보석이 넘쳐나는 엘도라도를 찾기 위해.

 1527년 6월 17일, 스페인의 판필로 데 나르바에스 제독 역시 스페인 왕의 명령을 받들어 당시의 지명으로 플로리다, 지금의 플로리다부터 태평양에 이르는 미국 남부와 멕시코 전역을 "정복하고 통치하기 위하여" "배 다섯 척과 600여 명에 달하는 사람들을 이끌고 나갔다." (5쪽)

 쉽게 얘기해서 본격적인 대항해와 식민지 개척 시대가 열리는 과정이다. 대서양엔 프랑스 해적, 영국해적, 이탈리아 해적, 그리스 해적, 선장 잭 스패로우가 이끄는 이름도 떠르르한 캐러비안의 해적 등이 드글거렸고, 해적들은 쨉도 아니게 만들 위대한 자연의 심통, 겨울 폭풍까지 아 대항해의 곤고함도 그리 가비얍지만은 아니했던 거디다. 이렇게 곤고한 항해로 수탈 당하고, 거덜이 나고, 숱하게 죽어나간 채 아메리카에 도착했으니 어느 정도는 눈깔에 뵈는 것도 없긴 했을 건데, 하이고, 기독교인을 자청한 이들이 아메리카에 발을 딛고 막강한 화력을 앞세워 원주민들에게 강요했던 건 예수를 믿으라는 거하고, 금과 보석을 찾는데 무료로 노동력을 제공하라는 강요, 원주민들이 가지고 있던 금과 보석에 대한 무자비한 수탈과 이에 수반한 학살, 거기다가 자비롭게도 드런 세상 조금이라도 빨리 하직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유럽형 전염병을 선물하는 일이었다. 그리하여 원주민들은 이 책에서도 나오듯이 산으로 산으로 또 산으로 그들의 삶의 터를 옮기고 산 꼭대기에서 위대한 건축물 피라미드와 마추픽추를 건설했던 거 아니냐.


 이 책은 그런데 스페인의 만행보다도, 그 가운데 책의 제목과 같이 아메리카 원시림 속에서 조난 당한 사람들의 일기를 쓰고 있다. 위에서 말한 600여 명의 정복자 또는 정복하려고 했던 이들 가운데 겨우 세 명이 살아남는데 그중의 하나가 이 책을 쓴 알바르 누녜스 카베사 데 바카다. 그를 비롯한 생존자들은 아메리카 원주민들의 노예로 생활하다가 병들어 죽어가는 원주민 이마빡에다 기독교식 성호를 그어주게 되고, 성호를 긋자마자 병자의 병이 금새 낫는 관계로 졸지에 주술사로 고속 승진도 하고, 입을 것이 없어 홀라당 벗고 다니기도 하고, 죽은 백인 동료들의 고기를 육포로 만들어 주린 배를 채워가며 꾸역꾸역 6년이던가 7년이던가를 아메리카 원시림 속에서 버텨낸다. 그러다가 어떻게 하염없이 가다보니까 어? 태평양 연안까지 걸었고 거기엔 정말 전형적이고 규범적인 스페인 식민주의자, 즉 살인마 기독교도들가 득시글해서 그들에게 구조되어 다시 겨울 폭풍과 해적들의 위협을 뚫고 스페인으로 귀향하는 거까지.

 읽을 만하시겠지? 근데, 물론 읽을 만하고 재밌기도 한데 전적으로 내 취향으론, 알고는 안 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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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17-02-22 10: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낮술 한 병 잘 하셨습니까? 낮술 마시면서 책 읽는 기분은 어떨지 궁금합니다.

Falstaff 2017-02-22 10:45   좋아요 0 | URL
술은 독서의 가장 큰 적입니다. 낮술 마시면 일단 자빠져 한숨 자고, 기어일어나 해장국 한 그릇 하고, 얼떨떨한 상태로 좀 있다가, 해가 뉘엿뉘엿 지면 그때서야 책읽기가 가능하지요. ㅋㅋㅋ
올해 200병 프로젝트는 아직까진 잘 진행하고 있습죠. 다 덕분입니다.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