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믿기시지? 근데 정말입니다. 열린책들에서 나온 앙투안 갈랑의 <천일야화 5>에 나옵니다. 혹시 제가 사기치는 거 아닌가 싶으세요? 그럼 직접 읽어보세요.



  그죠? 알라딘은 아라비아 반도가 아니라 중국에서 태어난 중국인이었다는 겁니다. 거기서 그저 종교가 이슬람이었던 거네요.

  실제로 삽화에서 알라딘을 어떻게 그렸는지 보시겠습니까.



  이게 불쌍한 엄마 앞에서 큰소리 뻥뻥치는 알라딘의 모습입니다. 보시다시피 만주족 청나라 후예답게 변발을 했습니다. 복장도 거의 완벽하게 중국식입니다만, 엄마의 차림새를 두고는 딱히 뭐라 하지는 못하겠습니다.

  하나 더 볼까요?



  마술사가 지니를 훔쳐 성과 아내를 데리고 저 멀리 떠나간 다음에 절망하는 장면입니다. 자기 손가락에 반지 요정이 있는지도 모르고 말입니다. 고개를 수그렸다고 해도 변발이 무려 무릎 근처까지 내려옵니다.


  저도 이거 읽었을 당시에 얼마나 놀랐는데요. 뭐라? 알라딘, 재스민 공주의 서방님께서 그래 중국 남자였단 말여? 하고 말입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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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i74 2021-04-20 20:58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정화의 원정의 그 정화가 신밧드란 설도 있던데요. 도대체 내가 본 그 알라딘과 신밧드의 모험 속 인물들은 누구였던걸까요 ㅎㅎ 글 너무 재미있습니다

Falstaff 2021-04-20 21:04   좋아요 4 | URL
정화는 결혼을 할 수 없는 환관...이었다고 쓰려 했는데, 알라딘도 자녀가 읎지요 아마? ㅋㅋ

새파랑 2021-04-20 22:00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저는 인터넷서점 알라딘을 천하의 문제아라고 지적하신줄 알았습니다 ㅎㅎ 생각해보니 디즈니의 알라딘 모습이 변발이었던 것 같기도 ㅋ

Falstaff 2021-04-21 08:39   좋아요 2 | URL
디즈니 알라딘이 설마 변발....이 아니라
˝봉두난발˝
이었던 거 같은데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coolcat329 2021-04-20 22:0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우와...정말 신기하네요. 알라딘이 변발이라니...디즈니에서는 터번쓰고 아랍 전통 복장 아닌가요?

coolcat329 2021-04-20 22:1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삽화가가 누군지 열린책들 책소개 보니 1850년대 당대 최고의 삽화가 6명의 공동작업이라네요. 삽화 출처도 있고 알라딘은 변발 중국인이네요. 오~~이런 재미난 이야기 알려주시니 감사합니다. 😊

Falstaff 2021-04-21 08:43   좋아요 2 | URL
오, 유명 삽화가였군요!
19세기니까 아무래도 중국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을 겁니다.
엄마하고 찍은 사진 보시면, 엄마 침대가 해먹이거든요. 해먹은 습기 많고 더운 남서쪽 지방에서나 썼을까, 본토, 특히 회교들 사는 사막지대인 서북쪽은 건조해 그냥 좌식생활을 했잖아요.
하여튼 알라딘은 왕서방이었습니다!

붕붕툐툐 2021-04-20 23:4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ㅋ새파랑님도 같은 생각함. 알라딘이 중국 자본이라는 줄!ㅋㅋㅋㅋㅋ 변발의 알라딘 너무 매력적임!ㅋㅋㅋㅋㅋ

Falstaff 2021-04-21 08:44   좋아요 1 | URL
그죠? 생각도 못했는데 이걸 읽으니 나름대로 매력도 있더라고요!!
 
무어의 마지막 한숨 -상 - 세계현대작가선 2
살만 루시디 지음, 오승아 옮김 / 문학세계사 / 1996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아 씨. 이거 절판?
마르케스의 백년고독하고 이 책하고 인기투표 시키면 어떻게 될까? 겁나 궁금할 정도.
진짜 20세기 후반의 이야기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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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4-11 19: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4-11 21: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4-11 21: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올해 들어 벌써 석 달이 지났습니다. 그동안 쉰한 권의 책을 읽었더군요. 이대로라면 올해 또 2백 권 이상을 읽을 거 같아서 지난 주말부터 책읽기를 쉬고 있습니다. 이 가운데 참 재미있게 읽은 책을 소개합니다. 추천이 아니라 소개입니다. 책 읽기를 즐기시는 분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순서는 제가 읽은 날짜순입니다.


1. 테네시 윌리엄스, 《뜨거운 양철지붕 위의 고양이 · 유리 동물원》

 

  테네시 윌리엄스의 책을 좋다고 소개하는 것이 옳은 일인지 모르겠다. 너무 당연한 소감을 이야기하는 것 같아서 말이다. 영화 <뜨거운 양철지붕 위의 고양이>를 봐서 그런지 여태 읽은 줄 알았다가 진짜 텍스트를 보니 안 읽은 책이었다. 이런, 왜 이제야 읽었을까. 희곡을 읽기 시작하자마자 확 밀려오는 공감의 힘. 두 작품 다 매력적이다. 현대 미국 희곡의 힘을 단단하게 보여주는 작품들. 전혀 꾸미지 않은 직설적인 대화로도 얼마든지 상상력과 상징을 표현할 수 있고, 현대인의 허위의식을 그릴 수 있는지 보여주는, 미국식 리얼리즘 드라마의 대표작이라 해도 많이는 과장이 아닐 듯. 나는 이이와 유진 오닐, 아서 밀러의 희곡은 눈에 띄는 대로 읽기로 작정한 바 있다.



2. 토니 모리슨, <술라>

 

  흑인으로 처음으로 노벨문학상을 받은 토니 모리슨의 두 번째 작품. 초기 작품이라 해도 읽기가 만만하지는 않다. 토니 모리슨 역시 다른 흑인 작가들처럼 인종주의의 희생자로의 흑인들이 갖는 정체성을 외면하지는 않는다. 그렇다고 거기에만 천착해 있지도 않다. 작품의 무대는 오하이오 주에 있다는 가상의 흑인 밀집지역 보텀Bottom. 언덕 위에 자리한 동네 이름. 하늘나라, 천국에서 가장 가까운 아랫동네라고 해서 보텀으로 지었는데, 이름에 피해자로서의 흑인 역사가 스며있기도 한 곳이다. 이 보텀 지역을 무대로 타이틀 롤을 하는 술라와 술라의 가장 친한 친구 넬을 중심으로 복잡한 흑인 마을의 흥망성쇠를 조망하는데, 토니 모리슨이 늘 그렇듯이 재미있다. 길지 않은 분량이라 부담도 덜하고.



3. 미셸 트루니에, <황금 구슬>

 

  아프리카 알제리 사막지역에서 사는 소년이 유럽으로 떠나게 되는 이야기다. ‘황금 구슬’은 광대패의 무희, 진짜 아프리카 인으로 완전 흑인의 매끄러운 배 부분에 장식으로 달고 있던 작은 구슬. 동시에 파리의 한 지역 이름. 다양한 국적의 가난한 외국인 노동자들이 주로 거주하는 빈민가. 언뜻 생각나는 작가의 대표작 <방드르디>의 주인공 방드르디가 알제리의 척박한 사막지역에 사는 원주민 소년 이드리스로 환생해 자신의 사진을 찍은 프랑스 여인을 찾아 떠나는 로드 무비. 이렇게 단순하게 스토리를 이야기하면 별 감흥이 없으나, 트루니에가 묘사하는 사막, 아프리카 항구도시, 파리의 광경과 에피소드들은 독자로 하여금 작품에 완전히 함몰하게 만들어버린다. 이런 작품에 독자의 관심이 집중되지 않는 것이 아쉬울 수밖에 없다.



4. 리처드 파워스, <갈라테아 2.2>

 

  이 책을 읽기 위해서는 초반에 놓인, 결코 낮지 않은 진입장벽을 반드시 넘어야 한다. ‘반드시’라는 부사를 사용한 이유는 소프트웨어 개발과 관련한 전문용어가 일반인에겐 폭포수 수준으로 쏟아지기 때문이다. 사실 용어를 완전히 이해하는 게 책을 읽는데 꼭 필요한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용어를 무시하면 해당 문장을 제대로 알지도 못하고 다음으로 넘어가야 하는 걸 의미하니. 이 진입장벽 때문에 나는 <갈라테아 2,2> 정말 재미있는 책의 별점을, 야박하더라도 하나 깎아버리고 말았다. 밤새도록 기계한테 모차르트의 클라리넷 협주곡을 들려주는 괴짜 과학자가 AI 기계 스스로 석사 시험 수준의 에세이를 쓸 수 있게 만든다는 내기를 한다. 우리가 만일 꿈을 이룬다면 그게 언제나 좋은 것일까? 꿈을 이룰지도 모른다는 공포를 가지고 있는 사람은 도대체 어떤 인종들일까?



5. 자우메 카브레, <나는 고백한다>

 

  올 1분기 최고의 발견. 카탈루냐 언어로 쓴 소설을 직역했다. 15개국 언어에 통달한 바르셀로나 대학교수 아드리아 아르데볼 박사가 만년에 이르러 알츠하이머병을 앓기 시작해 정신이 혼미한 가운데 쓴 회고록. 그러나 이야기는 14세기 말의 이탈리아 지로나의 젊은이가 저 프로이센 지방으로 도주해 단풍나무를 심어 몇 백 년이 지난 후 스트라디바리우스 가문의 도제 가운데 한 명이 만든 바이올린이 되고, 이후 수많은, 때로는 피비린내 나는 우여곡절 끝에 2차 세계대전 직후에 박사의 아버지 펠릭스의 손에 들어왔다가, 박사가 유증을 받고 드디어 사라지는 이야기. 바이올린의 재료인 단풍나무가 심겨질 때부터 수백 년의 흐름 속에는 인류가 저지른 모든 고문과 악행과 처형과 사기, 협박, 절도가 있었으며 고가의 명품 바이올린은 스스로 가지고 있는 ‘가치’로 인해 가장 중요한 사건마다 등장할 수밖에 없었던 것. 그것을 쫓는 작가의 만화경적 지식과 탐구는 이 책을 가히 명작의 반열로 올려놓았다.



6. 장폴 뒤부아, <모두가 세상을 똑같이 살지는 않아>

 

  2019년 공쿠르 상 수상작. 무대는 그러나 파리가 아니라 캐나다의 불어 사용권인 퀘벡 주의 몬트리올. 어이없게도 교도소 안이다. 주인공 폴 한센은 폭행범으로 금고 2년 형을 받고 복역 중. 폴은 별 악의 없는 거구의 살인 용의자와 한 방을 쓰며 실내온도가 14도를 넘지 않는 거의 냉방 수준의 감방 안에서 아메리카 원주민 출신의 아내 위노나 마파치, 덴마크 최북단 유틀란트 반도 출신의 아버지 요하네스 한센 목사, 그리고 개 누크의 유령과 만난다. 당연히 폴의 눈에만 보이는 유령으로, 독자들은 결국 이 소설이 폴이 감옥에 들어오게 된 사연과 이 유령들과의 관계를 밝히는 것이 작품의 구성이리라고 생각을 하게 된다. 그리고 그게 맞다. 세상을 사는 건 누구에게나 쉽지 않다. 그러나 이 가운데 누구는 좀 더 편하게 살고, 누군가는 유난히 꼬인 인생이 기다리고 있다. 잔잔하게 마음을 간질이는 작품.



7. 버나딘 에바리스토, <소녀, 여자, 다른 사람들>

 

  여태까지의 기준으로 보면 발칙한 책. 그러나 세상의 모든 기준은 시간이 흐름에 따라 변하거나 폐기된다는 점을 잊지 마시라. 열두 명의 유색인 여자, 정확하게는 열한 명의 여성과 한 명의 젠더 프리 인간이 각 챕터의 주인공으로 등장해 커다란 두 개의 장면을 만드는 책. 이 가운데 작가가 굳이 피부색을 거론하지 않은 인물도 있지만, 결론 부분에 세상의 모든 사람은 유색인이라는 뜻의 염색체 분석 결과가 나오니까 별 문제는 없다. 유럽식 미의 기준으로 보면 이 책은 거친 스테인드글라스다. 영국의 주류 연극계에 진입한 동성애자 엠마의 작품을 초연하고 뒤풀이 파티에 참석하는 그룹과, 잉글랜드 북부에서 큰 농장을 경영하다 이제 호호 할머니가 된 해티의 핏줄을 나누어 가진 그룹. 읽어보시라. 작가와 코드가 맞기만 하면 처음 시작부터 끝날 때까지 어떻게 이렇게 삶의 곤고함을 경쾌하게 넘어서는 여성들의 모습을 그릴 수 있었을지 감탄하게 될 것이니. 이제 주류의 자리를 여성에게 넘겨주어야 하는 현대의 모든 남성들에게 특별하게 일독을 권한다.



8. 조지프 러디어드 키플링, 《조지프 러디어드 키플링》

 

  키플링의 작품은 대단히 다채롭다. 한 마디로 그가 살던 당대까지 소설 양식으로 채택해왔던 모든 시도를 이 단편집 한 권으로 다 보여준다. 이 정도면 명품 뷔페. 잉글랜드 전통 고딕 소설에서 괴기소설 한 번 찍고, 심령 소설 비슷하게 흐르다가 갑자기 사람의 마음 선을 따라가는 감정묘사까지 나열하는데, 단편들의 수준이 상상 이상이다. 다양한 작품이란 프리미엄 없이 각각의 작품을 보더라도 마찬가지다. 자신의 경험을 작품 속에 반영하는 것은 작가의 당연한 권리이기는 하지만, 식민지 인도에서 낳고 소년시절까지 살다가 영국에서 학교를 다닌 다음 다시 인도로 돌아가 관리생활을 한 다채로운 문화적 경험이 키플링의 세계를 더욱 다양하게 만들었을 것. 나는 이 책을 읽고 키플링이 소년 소설가라는 생각은 완전하게 버렸고, 애국주의 소설가라는 인식마저, 아들이 1차 세계대전 당시 전사했다는 해설을 보고 많이 엷어졌다. 무엇보다 키플링의 단편 세계를 알게 된 것이 참 마음에 들었다. 이 정도면 키플링의 특기는 단편에 있다고 해야 하나.



9. 빅토리아 토카레바, 《티끌 같은 나》

 

  낚고 낚이는 독자들의 세계에서 낚시 바늘에 옆구리가 꿰어 이 책을 읽게 됐다. 저 광활한 시베리아 황야. 먼지바람이나 눈 폭풍이 몰아치는 넓디넓은 지평선의 야만성, 같은 것이 러시아를 떠올릴 때 먼저 생각나는 것들이리라. 그러나 이제 참신하게 경쾌한 러시아 여성들이 등장하니 이 아니 놀라운가. 이들이 거의 최초로 자본주의를 만난 1980년대 후반. 페레스트로이카 이후 러시아 인민들이 좋건 싫건 간에 맞닥뜨릴 수밖에 없던 천민자본주의 안에서도 러시아 여성들은 놀랄 만큼 훌륭하게 적응한다. 그리고 이이들의 사랑. 러시아에서도 지순한 여성이 있다. 도망가 버린 남편, 새롭게 등장한 남자를 향한 순정한 사랑을 쏟는 나이든 여성도 발견하게 되는데, 어떤 경우라도 토카레바는 이들의 곤경을 우거지죽상으로 묘사하지 않는다. 곳곳에 비극성을 능가하는 해학과 유머의 지뢰를 심어놓아 여기저기서 펑펑 터지며 한 바탕 불꽃놀이를 준비해놓았다. 토카레바의 다른 작품을 출간하라고 가두데모라도 하고 싶은 심정.



10. 엔도 슈사코, <침묵>

 

  1637년, 기독교 탄압을 엄하게 진행하고 있던 일본의 나가사키 근방 해안으로 잠입한 두 명의 포르투갈 신부 가르페와 로드리고. 단지 가톨릭을 믿었다는 이유 하나로 붙잡혀 구덩이에 거꾸로 매달리는 고문을 당하며 서서히 고통스럽게 죽음을 맞는 신자들. 멍석을 몸에 두른 채 꽁꽁 묶여 배에서 바다로 빠뜨려지는 이들과, 그들을 구하기 위해 무작정 바다로 뛰어들어 함께 죽음을 맞는 신부. 이런 모든 환난을 지켜보면서도 그들의 하느님은 침묵했다. 아무리 커다란 전쟁이 벌어져 수많은 인명이 갈가리 찢겨 죽임을 당해도, 자신을 믿는 자들이 다른 신을 믿는 자들을 찔러 이교도가 흘린 피가 넘쳐 무릎을 적셔도 하느님은 언제나 침묵했다. 만일 당신이 가톨릭 사제라면, 신자들을 죽음의 고문에 처하게 해놓고 당신이 배교하지 않을 경우 이들을 죽일 거라고 한다면, 당신은 순교를 택하겠는가, 아니면 성모와 그 아드님의 초상을 밟겠는가. 기독교 신자이면서 언제나 깊은 사색을 멈추지 않았던 엔도 슈사쿠의 대표작.




  표도르 도스토옙스키의 <분신>은 제가 함부로 좋다, 아니다를 이야기할 계제가 아니라고 생각해서 리스트에 포함시키지 않았습니다. 산도르 마라이의 <결혼의 변화>는 절판 상태라서, V.S. 네이폴의 <세계 속의 길>은 나름대로 고심 끝에 약간 지루하다는 이유로 아깝게 올릴 수 없었습니다.
  특히 좋은 시집을 몇 권 읽었습니다만, 이 목록에 오르지 못해 아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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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1-03-31 09:29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이건 장바구니 채워주는 글이네요 감사합니다^^ 폴스태프님 글보고 분신 구매해서 읽기 대기중입니다 ㅎㅎ

Falstaff 2021-03-31 09:38   좋아요 3 | URL
<분신> 독자서평 보면 극과 극이라서 영 조심스러운 걸요. ^^;;

새파랑 2021-03-31 09:51   좋아요 4 | URL
믿고 보는 폴스태프님 리뷰 입니다.(품절된것 제외 ㅎㅎ)

Falstaff 2021-03-31 09:53   좋아요 3 | URL
아이고, 이리 말씀하시니 그저 고마울 뿐입니다. ㅎㅎ

다락방 2021-03-31 09:4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이 페이퍼를 다락방이 좋아합니다.

그럼 이만.

Falstaff 2021-03-31 09:42   좋아요 3 | URL
ㅋㅋㅋ 다락방 님 페이퍼에서만 볼 수 있는 ˝그럼 이만˝ 비슷한 거, 그거 굉장히 재미나요. 저도 알라딘 밖에서 한 번 써먹을 겁니다. 고맙습니다. ㅋㅋㅋㅋ

잠자냥 2021-03-31 09:43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토카레바의 다른 작품을 출간하라고 가두데모라도 하고 싶은 심정. -> 같이 할까요? ㅎㅎㅎㅎ

제가 낚은 작품이 조금 보여서 뿌듯합니다.

그럼 이만.

레삭매냐 2021-03-31 09:47   좋아요 4 | URL
낚인 사람 닝겡 여기 1인 추가요~

Falstaff 2021-03-31 10:50   좋아요 4 | URL
낚시 바늘 걸린 옆구리가 좀 쑤시지만 그래도 을매나 고맙습니까. ㅋㅋㅋㅋ
가두데모 하실 분 모집해야 할 텐데 말입니다. ㅋㅋㅋㅋ

잠자냥 2021-03-31 10:46   좋아요 3 | URL
폴스타프 님 자 여기 대일밴드요. (:: [ ] ::) ㅋㅋㅋㅋㅋ 후다닥=3333

syo 2021-03-31 11:58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폴스타프님을 고용해서 이런 글을 매주 메일로 돌리시게 만들면 알라딘의 소설 매출이 급증할 거란 말이죠? 무지렁이 syo조차 아는 이런 기초적인 마케팅을 왜 모르냐 알라딘놈드라....

Falstaff 2021-03-31 12:13   좋아요 4 | URL
그러게 말입니다.
전 비싸지도 않은데요. ㅋㅋㅋㅋ
고맙습니닷!!!

coolcat329 2021-03-31 16:0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 어제 <분신> 다 읽었는데 참 좋았습니다. 시대를 앞서간 소설 같아요.
참 10개의 작품 아니 8개의 작품 다 읽고 싶습니다. 한 권은 읽은거구요. 죽어도 읽기 싫은건 뭘까요? ㅋㅋㅋ
이런 글은 참 영양제같습니다. 감사합니다 👍

Falstaff 2021-03-31 16:18   좋아요 2 | URL
분신이 좋았다니 다행입니다. ㅎㅎㅎㅎ
읽기 싫으신 거, 혹시 갈라테아 아닐까 싶은데요. 장벽이 좀 과하게 높아서 말입죠.

잠자냥 2021-03-31 16:28   좋아요 3 | URL
<갈라테아>에 천원 겁니다! ㅋ
전 이거 올해 안에 꼭 다시 읽을 거예요... 우리 동네 도서관에 제가 신청해서 들여놓은 책인데, 신청자가 안 읽으면 안 되는 거 아니겠습니까!!!!!!!! (라고 말하기엔 그런 책이 너무 많군요;;)

coolcat329 2021-03-31 18:05   좋아요 2 | URL
두 분 정답입니다! 이거 말고도 잠수한계어쩌구도 참 정이 안가네요🤭🤭

잠자냥 2021-03-31 18:21   좋아요 1 | URL
천 원 주세요 ㅋㅋㅋㅋ

coolcat329 2021-03-31 18:25   좋아요 2 | URL
💰 달러밖에 없네요. 이거라도...🤑

mini74 2021-03-31 18: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전 폴스타프님께 낚인 듯 ㅎㅎ갈라테아 ㅎㅎ 호기롭게 아이가 사 온 책입니다. 저는 포기고 아이는 읽었다는데 확인할 길은 없습니다 ㅎㅎ

Falstaff 2021-03-31 19:25   좋아요 2 | URL
아드님은 읽었을 겁니다. 젊은이들은 쉽게 이해할지도.... ㅎㅎㅎ

Falstaff 2021-03-31 19:35   좋아요 2 | URL
앗참!
이거 안 읽으시더라도 리처드 파워스의 <오버 스토리>는 꼭 한 번.... 강추입니닷!

유부만두 2021-03-31 20: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가 이 중에서 두 권 읽었네요. 뿌듯하고요.

Falstaff 2021-03-31 20:23   좋아요 1 | URL
소녀/여자..., 티끌, 아닙니까? ㅎㅎㅎ

유부만두 2021-03-31 20:48   좋아요 1 | URL
소녀/여자.. 와 술라 입니다. ^^

Falstaff 2021-03-31 20:52   좋아요 2 | URL
아하, 맞습니다, 맞아요!
저번에 해주신 말씀도 있었는데 말입죠. 에휴, 제가 이리 정신이 없어요. 에구, 죄송합니다.
저번 말씀 잊었으면 여사님 에세이집 광고하신 잠x냥 님 페이퍼라도 생각을 하지 말입니다.

붕붕툐툐 2021-03-31 23: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하.. 진짜 읽을 책 쌓여가는 소리가 이 페이퍼에서 급증했습니다. 2백권 넘을까봐 쉬고 계시다는 이야기가 왜이렇게 웃긴지~ 저도 책 너무 많이 읽어 쉬는 날이 오면 좋겠다 싶네요!ㅎㅎ

Falstaff 2021-04-01 09:07   좋아요 1 | URL
그잖아요. 2백권 넘는 책을 읽는 인간이 정상은 아니잖아요? 그런 사람들을 일컬어 우리는 요괴인간이라고 부르니까, 적어도 사람이 되려면 좀 쉬엄쉬엄 읽어야 합니다! ㅋㅋㅋㅋ

단발머리 2021-04-02 12: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괴인간 되셔도 알라딘 사람들은 폴스타프님 다 반길 기세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from 읽은 책 한 권 나와서 겁나 반가워하는 알라딘 동네 사람

잠자냥 2021-04-02 13:11   좋아요 0 | URL
술취한 요괴인간 폴스타프를 상상하니 그만 웃음이 빵....ㅋㅋㅋㅋ

Falstaff 2021-04-02 15:04   좋아요 0 | URL
ㅋㅋㅋ 벰, 베라, 베로 추억의 인물들입니다.
오해도 2백권 미만으로만 읽자, 했는데 적게 읽는 것도 쉽지는 않더라고요. ㅠㅠ

han22598 2021-04-04 04:1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Falstaff님의 요런 소개의 글을 무료로 읽을 수 있다는 것 자체가....grace입니다. 감사합니다. ^^

Falstaff 2021-04-04 10:10   좋아요 0 | URL
아이고 과찬의 말씀을요.
 
티끌 같은 나
빅토리아 토카레바 지음, 승주연 옮김 / 잔(도서출판) / 2020년 3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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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이거 뭐야! 책에 실린 첫 작품 <티끌 같은 나> 겨우 스무 쪽 남았는데 내 앞의 도미회와 쐬주 한 병!!
토카레바가 누구며, 어찌 이리도 재미있는 것인지. 기로에 서서 나는 어쩔 수 없이 도미회와 쐬주의 베누스에 굴복하면서.....도, 낼 새벽 동쪽 하늘의 금성이 반짝이기 전에 다 읽어버리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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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olcat329 2021-03-18 21:4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도미회와 겨룰 정도로 재밌군요! 도미회! 맛있죠~~맛나게 드셔요. 🤤

Falstaff 2021-03-18 21:55   좋아요 2 | URL
ㅋㅋㅋ 지금 알딸딸 합니다. 25도짜리 쐬주 한 병에다 좀 모자라서 한계령 막걸리 어제 마시다 남은 거 홀짝 했더니, 아하, 여기가 천국이넵쇼! ㅋㅋㅋㅋ

새파랑 2021-03-18 22:1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회랑 소주가 있는데 책은 중요한게 아니죠 ㅋ 이런 상황에서 책을 생각하시는게 대단하십니다^^

Falstaff 2021-03-19 08:57   좋아요 1 | URL
ㅎㅎㅎ 책을 읽는데 딱 도미와 쐬주가 도착한 겁니다.
평소라면 어딜 그럴 수 있었겠습니까. ^^

잠자냥 2021-03-18 22:3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우아 도미회랑 쏘주랑 토카레바라니 천국이 따로 없군요. 저도 폴님 따라서 도미회랑 소주랑 토카레바 다시 읽어봐야겠어요.

잠자냥 2021-03-18 22:3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그나저나 폴스타프 님이 토카레바 이리 극칭찬해주시니 제가 다 기쁘군요. 음하하

Falstaff 2021-03-19 08:59   좋아요 1 | URL
와, 이 책 독후감은 담 주 목요일에 올라오겠지만, 이모뻘인 토카레바 여사의 글이 어떻게 이리 신선할 수 있는지 벙~ 쪘습니다.
하긴 오죽하면 잠자냥님이 그 비싼 지만지 책까지 뒤져보셨겠습니까. ㅋㅋㅋㅋ

잠자냥 2021-03-19 09:39   좋아요 1 | URL
토카레바 단편집은 전자책으로 샀지만 <눈사태>는 전자책이 없어서 걍 책으로 샀어요. 178쪽! 아주 얇은데 5%할인해서 17,100원! 크하 정말 비싸지만 정말 잘 썼습니다. ㅠㅠ 눈물.... 토카레바, 누가 좀 더 번역해주면 좋겠어요. 지만지 말고 현대문학단편선으로 ㅋㅋㅋㅋㅋ

Falstaff 2021-03-19 09:45   좋아요 0 | URL
현대문학단편선으로요? ㅎㅎㅎㅎ 진짜 그렇게 됐으면 좋겠습니다!
현대문학.... 질문하면 답변 잘 해주는 출판산데 민원 한 번 넣어봐야겠습니다!

다락방 2021-03-19 08: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 회와 소주와 토카레바 라니... 너무 잘 어울리는 거 아닙니까?!

Falstaff 2021-03-19 08:59   좋아요 0 | URL
옙. 어젠 오랜만에 천국에 한 번 갔다 왔습니다!
 




  책을 좀 읽는 독자들은 누구나 마음속에 몇 명의 작가가 있다. 이름난 명작, 걸작들을 생산한 위대한 작가가 아닐지언정 이름만으로도 마음이 편안하거나, 반대로 가슴 속으로 바람이 한 번 휙 불어오는 사람들. 나도 생각나는 대로 몇 명을 떠올리면 윌리엄 트레버, 메릴린 로빈슨, 율리 체 그리고 윌라 캐더와 오정희가 그렇다. 장대한 스토리가 아니라 독자의 감정선을 안타깝게 자극하는 작가들.

  <로스트 레이디>. 본문만 185쪽. 짧은 소설이라 하루면 다 읽을 수 있다. 하기는 캐더의 작품치고 캐더 문장의 맛과 멋을 흠향할 수 있게 번역만 했다면 어떤 것이든지 손에서 떼기 힘들기는 하다. 캐더의 나이 오십 세, 작가로 절정기에 달했을 때 쓴 작품이다. 당연히 지역주의 작가답게 광활하고 거친 서부 지역을 무대로, 포레스터 플레이스라는 명칭의 저택에 사는 부부의 흥망성쇠가 어려서부터 이들과 친밀하게 지내다가 청년으로 성장하는 닐 허버트라는 이름의 소년/청소년/청년과의 관계로 그린 작품. 로스트 레이디, 즉 잃어버린 숙녀는 포레스터 플레이스의 여주인 메리언 포레스터를 의미한다.

  짧은 소설이고 아주 재미있다. 그러니 이 책의 일독을 권하는 선에서 독후감은 마치고 싶다. 절대 후회하지 않을 선택이란 한 마디로 충분하다. 정작 하고 싶은 이야기는 따로 있다.




  메리언 포레스터를 묘사하는 장면 한 컷.

  “그녀의 눈이 웃으면서 상대의 눈을 들여다보는 순간, 그 눈빛은 상대가 아직 세상에서 발견하지 못한 강렬한 환희를 약속하는 것만 같았다.”


  이 책의 초판이 나온 것이 1923년. 이때 F.S. 피츠제럴드는 작품 하나를 쓰고 있었다. <위대한 개츠비>. 개츠비의 초안을 쓰고 있을 당시 작품 안에 피츠제럴드는 이런 묘사를 이미 써놓았다.

  “슬프면서도 사랑스러운 그녀의 얼굴은 반짝이는 눈과 열정적으로 빛나는 입술처럼 눈부신 것들로 채워져 있었지만, 그녀의 목소리에는 그녀를 사랑했던 남자라면 결코 잊을 수 없는, 가슴 설레는 무언가가 깃들어 있었다.”


  작품을 쓰고 있던 피츠제럴드가 <로스트 레이디>를 읽었고, 이왕에 자신이 사용한 위 문장이 윌라 캐더의 문장과 소위 “문장의 유사성”이 있다고 판단할 수 있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표현 또는 문장 역시 특허와 비슷해서 먼저 발표한 사람이 우선권을 갖는다. 피츠제럴드는 자신이 직접 고안해 낸 문장을 ‘유사성’ 때문에 삭제하기가 싫었다. 그는 ‘링 라드너’라는 출판계 사람을 비롯해 여러 명에게 두 글을 보여주고 토의한 끝에 <위대한 개츠비>에 삽입하기로 한다. 동시에 윌라 캐더에게 편지를 보내 지금 인쇄에 들어간 (것처럼 보이는) 작품 <위대한 개츠비>에 이런 문장이 들어갈 것이며, 캐더가 <로스트 레이디>를 발표하기 전에 쓴 것임과, 그것을 결정하기까지 과정을 설명하는 편지를 보낸다. 물론 위의 두 문장과 함께.

  이에 윌라 캐더는 <위대한 개츠비>를 읽어보았고, 참 좋았으며, 읽는 도중에 피츠제럴드의 문장 속에서 한 번도 <로스트 레이디>를 연상하지 못했다는 답장을 보낸다.

  난 <위대한 개츠비>를 별로 인상 깊게 읽지 못했다. 그래 호밀밭과 더불어 다른 사람의 번역으로 꼭 한 번 다시 읽어볼 생각이다. 내가 읽은 개츠비가 누구 번역인지는 말하지 않겠다. 그건 그거고, 하여튼 작가라면 이래야 하는 거 아닌가. 내가 만든 문장이 이미 나와 있는 문장과 비슷하면 그것이 활자화되기 전에 의견을 첨부해 확실하게 표절, 글 도둑질이 아니라 문자적 유사성임을 밝히는 것. 위에 쓴 것들 모두 <로스트 레이디>의 첨부, 즉 부록에 나온 이야기다.



  이 독후감 쓰다가 마음이 좋지 않아 쐬주 한 병 깠다. 그래서 이하는 음주 독후감이다.

  대한민국에서는 2015년에 미시마 유키오, 정확하게 얘기해서 그의 작품을 번역한 우리나라의 품격있는 시인이 시적으로 표현한 구절을 그대로 ‘따다 붙인’ 신영숙이 신간을 냈다. 정말 경악스러운 건... 여기서 잠깐. 영숙이가 따다 붙인 일은 그러려니 하더라도, 그이를 발굴했다시피 했고, 영숙이의 특기인 백반 한 상으로 저녁밥을 먹었는지 어땠는지, 대한민국의 대표적 양심이라고 일컬어지던 백악청이 대표로 있는 출판사 ‘창피’가 이를 “문자적 유사성”이라고 아싸라비아 달달하게, 혹은 딸딸하게? 주장하던 일이 기억난다.

  소설문학을 좋아하는 독자로서 통탄할 것이 많고 많지만, 다른 출판사도 아니고 하필이면 내 지나간 청춘 시절에 그리도 믿고 믿었던 ‘창피’, 예전 말로 하자면 출판사 “창작은 개피”에서 영숙이의 붙여넣기를 “문자적 유사성”이라고 면죄부를 줄 수 있었느냐 하는 거다. 창피의 명예는 개가 물어갔다. 백악청과 창피는 영숙이가 하루는 잠을 자는데, 꿈속에서 수염이 허연 산신령이 나타나 “즐거움을 아는 몸”이란 구절을 일러주었다고 생각하는 거 같다.

  근데 영숙이가 2015년, 그 난리를 겪고 겨우 6년 만에 새롭게 장편소설 <아버지에게 갔었니?>를 들고 다시 돌아왔다. 미친다. 6년 전에 크게 떠들썩했을 테니 이번엔 문자적 유사성은 없겠지. 근데도 안 될 일이다. 누가 아는가. 즐거움을 아는 몸 이후에 나는 영숙이의 데뷔작부터 의심이 들기 시작했다. 그랬더니 어느 한 작품을 막론하고 의심이 들지 않는 것이 없었다. 작품? 작품 좋아하네, 작품이라고 주장하는 글에 대해 의심이 들었던 것. 누가 알아 그걸. 영숙이가 좋아했던 필사노트 속에 숨겨놓은 무수한 주옥같은 문장들이 얘가 쓴 글 속에 이리저리, 조금씩 토씨만 바꿔 등장하고 있는지 말이지. 그러니까 무슨 얘기냐 하면, 영숙이가 쓴 모든 글은 도무지 믿지를 못하겠더라는 얘기다.

  읽어보고 얘기하라고? 2015년에 난 책장에서 영숙이가 쓴 책 일곱 권인가를 쓰레기통에 쑤셔 박았다. 데뷔작 <외진 방>부터 시작해 <깊은 아픔>, <풍선이 있던 자리>, <기차는 일곱 시 반에 떠나네> 등등. 어떻게 알아? 이것들 다 내가 알지 못하는 문자적 유사성이 도처에 숨어 있는지? 표절은 글만 도둑질하는 게 아니다. 나처럼 애먼 독자들의 지갑도 털어가는 진짜 도둑질이기도 하다.

  참 나쁜 사람이다. 진정한 사과? 숱한 사람들이 이걸 중요한 가치로 여기는데, 나는 이거야말로 아니라고 본다. 진정한 사과가 뭐야? 영숙이 같은 경우에, 만일 진정한 사과라는 것이 있다면, 붓을 꺾는 일일 듯. 그러나 매몰차게 절필을 요구하지는 않겠다. 여태까지 자기가 작가인줄 착각하고 있던 사람한테 글을 쓰지 말라고 하는 건 너무 혹독하니까. 단, 조건이 글을 쓰건 말건, 창작이라고 주장하는 걸 하건 말건, 글을 써서 아직도 영숙이를 찬양하는 집단들하고만 나눠 보라는 거다. 안 쓰면 죽을 거 같다니까. 죽지 말아라. 쓰고, 쓰고 또 써라. 근데 밖에 내놓지는 말라.

  참 대단하다, 대단해. 뭐? <아버지에게 갔었니?>라고? 그걸 출판해주는 출판사가 창피라고? 우아.... 또 그걸 읽고, 물론 출간 전 서평단인가 뭔가지만 말이지, 온갖 온라인 책 가게 서평란에서 별 다섯 개 만점을 때리는 독자들까지. 도대체 얼마나 더 속아야 정신을 차릴 건지. 세상은 요지경 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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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eremy 2021-03-06 09:49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전 더 비싸게 해외배송 받아서 그녀의 소설, 다 샀던 사람입니다.
불쏘시개로 쓸려고 해도 건조한 곳에 살면서 자칫 산불낼까 두렵고
돈 너무 아까와서 재활용통에 넣지도 못하고.
천불나는데 안타깝게 술도 못 마시는 나는 어쩌라고.

그녀 이후 한국소설, 아예 안 삽니다.
저도 Willa Cather 좋아합니다. 책 너무 너덜너덜해져서 다시 산 책도 있습니다.
학교 다닐 때 강제로 읽었던 Great Gatsby, 문장, 구절구절 예술이라
요샌 손에 달고 삽니다. 이건 내용이 아니라 글 자체가 눈 앞에 그림을 그려줌.

귀신 시나리까먹는 소설에 미쳐 있는데 님의 책에 관한 글,
무지 재미있습니다.

Falstaff 2021-03-06 09:56   좋아요 2 | URL
아이고 저런.... 그걸 해외배송으로 사 읽으셨군요!
저도 우리 소설을 멀리하게 돼 마음이 많이 캥깁니다. 더 읽어야 할 텐데 도무지 선택하기가 힘들어서요.
재미있게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잠자냥 2021-03-06 10:2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구구절절 공감합니다. 그나저나 영숙이 작품 이름 ㅋㅋㅋㅋㅋㅋㅋㅋ 본디 제목보다 더 맛깔나는구먼요. ㅋㅋㅋㅋㅋ

Falstaff 2021-03-06 10:31   좋아요 3 | URL
영숙이는 바보같고, 창피는 철면피 같아요. ㅋㅋㅋ
아, 안타까운 제목이 깊은 하품이었는데, 하품이라 ‘픔‘자 라임에 맞지 않아서 정말 아깝게 탈락했답니다. ㅋㅋㅋㅋㅋ

새파랑 2021-03-06 10:25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로스트 레이디 리뷰는 정말 기분 좋은데, 이후 리뷰는 정말 안타깝네요. 폴스타프님의 분노가 느껴집니다 ㅜㅜ

Falstaff 2021-03-06 10:33   좋아요 4 | URL
영숙이 땜에 맘 상한 독자들이 어디 한두 명이겠습니까.
그중에 제일 심하게 아파야 할 독자가 왕년의 팬들이겠지요. 이런 배신이 어디 있겠습니까. 저도 유독 창피가 미운 이유입니다.

레삭매냐 2021-03-06 10:32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어제 창피 책을 산 제가 더 창피하네요... 그전에 영숙이 사태 와중에 창피가 약속한 게 지켜졌나요? 독자들을 금붕어로 아나 봅니다.

영숙이는 노답입니다.
그간 뻔뻔함을 씨게 장착했나 봅니다.

가제본 받고 별점테러하는 이들은 6년 전에 무슨 일은 있었는 지 잊은 걸까요.

Falstaff 2021-03-06 10:36   좋아요 5 | URL
영숙이는 뻔뻔함이라기 보다 과하게 멍청한 거 같아요. 눈치도 없고 말입죠.
정말 웃긴 곳은 창사이래 현재까지 자칭 진보와 정의의 사도라고 외치고 있는 창피 애들 아녜요? 진보와 정의도 영숙이가 벌어다 줄 현금을 이길 수 없는 거 같아 더 씁쓸...

미미 2021-03-06 11:03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엄마에게 부탁해봐> 하나 버렸는데
그나마 다행이네요. 엄청 울었는데 저도 혹 복붙에 울었을까 바보된 기분. 계속 다른 작품 보려고 하니 일이 터졌었죠. 일곱권이라..7병은 필요하셨을것 같아요. 덕분에 속이 후련해요!!

Falstaff 2021-03-06 11:14   좋아요 3 | URL
미미님도 버리셨군요!
근데 바로 그해, 창피가 미미님이 버리신 그 책을 주워다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에 전시했다는 거 아닙니까!! 대단한 창핍니다. ㅋㅋㅋㅋ

그레이스 2021-03-06 14:3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영숙이가 누굴까 했는데... 책 제목...
미시마 유키오... 백악청...ㅋㅋ
저는 원래 이 작가 싫어했어요
아주 오래전에 <인물과 사상>지에서 초등학생이 이 작가 글을 비판하는 글 읽고 통쾌했던 생각이 나네요.
<엄마를...>읽고 So what?했습니다.
음주 독후감이 재미있고 시원합니다.

Falstaff 2021-03-06 14:59   좋아요 3 | URL
ㅎㅎㅎ 영숙, 악청. 이런 현상을 우리는 초성자음 부끄럼 탈락이라고 합지요.

전 데뷔작부터 별로였어요. 분명히 누군가(안 알려드림!)의 뛰어난 작품(안 알려드림!), 이 가운데 절정의 장면을 패러디했는데 도무지 마음이 께름칙하더라고요.
영숙이 책은 주로 선물을 받았습니다. 얘가 자필로 제게 주겠다고 서명까지 해서 들어온 것이 일곱시 반에 떠난 기찬데요, 그 책을 읽고 완전히 손절했습니다. 불량식품은 먹지 않겠다! 라고 작정했던 것이지요.
재미있게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