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 3 | 4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

23년 9, 10월 독서정산


두 달 동안 참 많은 책을 붙잡았다가 놓기를 반복했던 것 같다.


 1. 라스무스 호가드 등 저, "1초의 여유가 멀티태스킹 8시간을 이긴다", 불광출판사

 2. 손창섭 저, "잉여인간", 민음사"

 3. 타사 브랙 저, "받아들임",불광출판사

 4. 라이언 홀리데이, "에고라는 적", 흐름출판

 5. 요한 하리 저, "도둑맞은 집중력", 어크로스

 6. Carlo Rovelli, "The order of time", penguin books

 7. E.B.White, "Charlotte's web", Harper

 8. Walpola Sri Rahula, "What the buddha taught", oneworld

 9. 진태원 저, "스피노자 윤리학 수업", 그린비

 10. 스피노자 저, "에티카", 비홍출판사

 11. J.토마스 쿡 저, "스피노자의 '에티카' 입문", 서광사

 12. 존 로페 저, "질 들뢰즈의 저작 1 : 1953~1969", 도서출판b

 13. 나카마사 마사키 저, "현대 철학의 최전선", 이비 등.


놓친 책이나 전자책도 있을 테고 훑었던 이런저런 논문들도 빠졌으니 실제로는 더 많은 걸 붙잡았다가 놓기를 반복했다. 확실히 이렇게 정리해보니 책을 향한 내 마음 상태가 어떤 지 명확히 보인다. '너무 많다. 산만하다.'라는 말로 요약할 수 있겠다. 관심가는 주제, 하고 싶은 공부가 너무 다양하고 많다. 읽고 쓰는 일을 업으로 삼고 살아도 감당 못 할 범위인데 일개 직장인인 지금은, 좀 줄일 필요가 있는 건 맞다. 아니면 체계를 잡고 꾸준히 읽고 쓰는 일을 갈무리까지 하도록 하게 하던가.

읽고 싶은 좋은 영어 텍스트들이 많은 탓에 영어 공부를 조금씩 시작한 건 자리를 잘 잡았다. 문제는 읽고 쓰는 일이다. 꾸준히, 체계적으로 읽고 쓰는 활동을 삶에 만들어내고 싶은데 잘 안 된다. 네이버 블로그를 없애버린 뒤로 계속 방황 중인 느낌이랄까. 그나마 간간히 알라딘에 이런 글이라도 써서 다행이긴 하지만 말이다. 독서 단상이나 공부 기록이라도 알라딘에 꾸준히 남기는 게 어떨까 고민중이기도 하다. 체계를 만들어내지 못하니 안 그래도 광범위한 관심사가 제대로 통제가 안 되고 이 책을 읽다가 저 책을 읽다가 하는 행동을 반복하고 있는 것 같다.

아, 생각해보니 애초에 책 읽는 시간이 많이 줄은 것도 문제다. 바쁜 회사 일 때문이었다고 하기엔, 분명 읽고 쓰는 데에 할애할 수 있는 시간은 많았다. 피로, 스트레스 등을 적절히 관리하지 못해 아깝게 낭비한 시간이 많았을 뿐이지. 그나마 9월부터 조금씩 시작해서 10월 중순부터 체크리스트를 만들어 시행했고, 이제 어느 정도 루틴대로 살아가고 있는 중이다.


읽고 쓰는 일을 어느 정도 체계화하려면, 일단 내가 관심을 가지고 있는 분야들을 조금 범주화해서 구분할 필요가 있겠다. 


1. 일상 에세이 : 뭐 이건 내 삶의 정서적 지진계가 제대로 작동하게 하기 위해서 필수불가결한 글이다. 내 내면의, 나와 타인 사이에서의, 나와 세상 사이의 다양한 사건, 생각, 감정을 구체적으로 쓰면 쓸 수록 더 평안하게 잘 살게 된다는 건 그동안의 경험이 증명했다. 대충쓰면 일기고 특정 주제를 가지고 짜임새있게 쓰면 일상 에세이가 되겠다.

2. SBNR : 철학, 과학 등 세분화해서 쓸까 하다가 그냥 이 단어를 언급하는 게 낫겠단 생각이 들었다. Spritual But Not Religious. 이를 위해서 '실재'를 알아야 하기에 뇌과학, 생물학, 물리학 등에 대한 지식이 필요하고, SBNR과 관련되어 있다고 할 수 있는 작업을 한 철학자들의 사상에 대한 지식이 필요하다. 스피노자도 이런 맥락에서 관심이 있는 거고.

3. 심리학 : SBNR과 겹치는 부분이 꽤 있긴 하다. 그래도 구분하자면, 심리학은 내가 평안하고, 영적(종교적인 의미로 쓰는 게 아니다)으로 살기 위한 조금 더 구체적인 지침들과 관련된 것들이다. 

4. 문학

5. 커뮤니케이션 스킬 : 읽고, 쓰고, 말하고, 요약하는 법

6. 세속의 삶을 위한 공부들1 : 정치, 정책, 법, 통계

7. 세속의 삶을 위한 공부들2 : 경제, 금융, 주식  


SBNR : 일단 스피노자 "윤리학" 1회 독 해보기로 했으니 이건 꾸준히 천천히 읽어보자. 로벨리 교수의 책("The order of time")은 이번 달이면 끝나겠다.

심리학 : "나를 단단하게 만드는 심리학"을 읽자. 10월 초에 절반 쯤 읽었던 거 같은데 까먹고 그뒤로 못 읽었다. 

커뮤니케이션 스킬 : 하나 찾아서 보자.

일단 이번달은 이정도로 목표를 세우고 여유가 되면 세속 공부1과 관련된 책 좀 보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23년 8월 독서정산


이번 달 내 손을 거쳐갔던 책들

 1. 밀란 쿤데라 저, "소설의 기술", 민음사(2013) 

 2. 릭 핸슨 외 1명 저, "붓다 브레인", 불광출판사(2010)

 3. 단 하자비 저, "현상학 입문", 길(2023)

 4. 우자와 히로후미 저, "자동차의 사회적 비용", 사월의책(2016)

 5. 노르베르트 엘리아스 저, "죽어가는 자의 고독", 문학동네(2012)

 6. 버나드 윌리엄스 저, "윤리학과 철학의 한계", 필로소픽(2022)

 7. 전기가오리의 출판물

 8. 카를로 로벨리 "THE ORDER OF TIME", 펭귄북스(2019)


참 이것저것 많이 붙잡았다. 다만, 완독한 책은 거의 없다. 산만했던 내 마음 상태를 보여주는 것 같다. 우선 쿤데라의 책 "소설의 기술"


저번 달에 완독한 책이다. 삶에 방향성을 잃은 듯한 요즘 10여년 전 나를 사로잡았던 작가, 작품들을 다시 가까이해보자며 붙잡았던 쿤데라의 책 중 하나. 발췌하면서 단상이라도 남겨야겠다 싶었는데 절반 정도 하다가 그만뒀다. 인간의 망각된 부분을 찾아가는 것, 실존을 탐구하는 것, 상대성과 애매성에 기초한 세계의 모델인 소설... 좋다. 그렇다 치자, 나도 그렇게 생각하니까. 하지만 그의 소설이 상대성과 애매성에 기초한 이 세계에서의 나의 갈등과 결단에 대해서 말해주는 건 없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그 갈등과 결단은 내가 내 삶의 구체성, 맥락을 곱씹으며 내가 나의 내면을 천천히 들여다봐야만 갈무리가 지어지는 거니까. 사실상 나를 방기한 탓에 발생한 다양한 문제들, 또는 지금 내 위치에서 조금 더 가까이 존재하는 문제들과 관련해 쿤데라의 저 말들은 내 삶과 너무나 멀게 만 느껴졌다. 그냥, 지금 읽을 때는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다른 책은 괜찮은데 이 책을 붙잡게 된 데에 대해서는 단상을 조금 남겨야겠다.

나는 차가 없다. 주위 친구들 보면 직장을 다니는 녀석들은 거의 다 차를 몰고 다니는데 나는 아직 살 생각이 없다. 차의 편안함을 부정하는 건 아니지만 굳이 그 돈 주고 사고 싶은 생각도 없고, 그보다는 대중교통을 이용하거나 직접 걸어 다니는 데에서 오는 여러 이점이 아직은 좋기 때문인 것도 있다. 그러다 보니 우리가 살고 있는 대다수의 공간이 굉장히 자동차 친화적인 곳으로 계속해서 구조화되고 있고,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사회적 비용이 충분히 내부화되지 못하고 외부화되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자동차 친화적 공간으로 도시 공간을 구조화하기 위해 들어가는 다양한 비용들(도로, 주차장, 각종 신호 체계 시설 등), 끊임없이 들리는 자동차 소음, 환경오염, 교통사고 등 이제는 마치 디폴트값인듯 되어 문제인지조차 잘 인지되지 못하는 다양한 요인들. 과유불급이라 하지 않나. 자동차와 관련해서 좀 그런 상태가 아닌가 싶어 생각을 정리하고 싶어 붙잡은 게 이 책이다.


한 달의 독서생활을 돌아보며


악순환의 한 달이었다. 회사에서 일에 털리고 스트레스가 가득한 채로 집에 돌아오니 누워서 핸드폰을 쳐다보는 시간이 유독 더 길어졌고, 몸과 마음이 많이 망가졌다. 산만해져 이것저것 책을 붙잡았지만 정작 완독한 건 없었다. 이러려고 이 회사에 들어온 게 아니었는데. 단순히 먹고 살기 위해 하는 일인 이상, 솔직히 돈은 좀 적게 받아도 상관없지만 워라벨이 훼손되는 건 받아들이기 어렵다. 이번에 다시 확실히 느꼈다. 직장 생활에 어울리는 인간은 아니라는 것, 이 회사를 다닐 때 내 우선순위는 확실히 워라벨이라는 거. 

실패하면 다시 시작하는 수밖에 없다. 회사생활을 하며 변해가는 내 모습은 정말 마음에 들지 않는데, 가장 큰 이유는 책과 글이 삶에서 점점 멀어졌고, 그에 따라 내가 사라져가는 것 같다는, 퇴화하고 있는 것 같다는 느낌 때문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별 수 없다. 회사에서는 할 수 있는 걸, 할 수 있는 만큼으로만 하고 나머지는 크게 신경쓰고 싶지 않다. 날씨도 선선해졌으니 다시 책과 글을 삶 가까이에 두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3년 7월 독서정산


1. 밀란 쿤데라 저, "소설의 기술", 민음사(2013), 완독 


쿤데라 소설을 읽기 전에 봤으면 좋았겠다 싶었다. 추상적이고 난해할 수 있는 그의 소설에 대한 길잡이 역할이 가능한 책이어서 그렇다. 그가 생각하는 소설의 정의, 윤리와 기능을 엿볼 수 있었고 그가 소설을 통해 하고자 했던 말이 무엇인지, 왜 그렇게 소설을 썼던 건지 어렴풋이 알 수 있었다.

한편으로는, 이런 '앎'을 통해 어릴 적 그를 향해 막연하게 가지고 있었던 환상이 많이 사라졌다. 이제는 이해할 수 있는 존재로 다가오기 때문일까, 그가, 그의 소설이. 아니, 이해할 수 있다는 말은 다시 읽어보니 웃기다. 쿤데라는 실존적 상태만을 묘사하려고 했을 뿐, 그 부조리와 애매모호함을 구체적인 현실 속에서 견뎌내야만 하는 건 결국 나라는 사실을 절실히 깨달았기 때문일 테다. 결국,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구체적인 맥락을 떠나서는,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기 때문이다.


한 달을 돌아보며


1. 바빴다. 바쁜 만큼 퇴근 후 퍼졌고, 도파민에 전 현대인 답게 퍼진 시간에 휴식을 취한 게 아니라 핸드폰을 무엇보다 많이 찾았다. 많이 찾아야 할 건 책이었는데 말이다. 말의 목을 잘라낸 김유신처럼 과감한 결단을 통해 좋지 않은 습관을 없애고 싶은 욕망이 강한 요즘이다. 대학생 때 조금이라도 핸드폰에 신경을 쓰는 게 자각 될 때면 카카오톡을 한 달 지우고 살기도 했는데, 그때의 내 모습이 조금은 그립다.


2. 쿤데라를 읽자고 다짐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그의 부고 기사가 났다. 워낙 베일에 쌓여있던 사람인 데다가 장수까지 한 탓에 별다른 느낌은 없었다. 좋게 살다 갔을까, 죽기 전에 삶이 후회되진 않았을까, 세상을 떠나가던 순간에 그의 곁에는 누가 있었을까, 구체적으로 어떤 인간이었을까, 란 몇 가지 호기심 어린 질문이 지나갔을 뿐이었다. 몇 달 전에 아리안 슈맹이 쓴 "밀란 쿤데라를 찾아서"란 책을 도서관에 신청해 도착했는데 아직 빌려보진 못했다. 개인적으로 쿤데라라는 인간과 관련된 책이 더 나왔으면 좋겠다만, 소설이 작가와는 독립된 작품으로서만 인정받길 바랐던 그의 바람을 생각해보면 흠... 뭇사람이 왈가왈부하지 않고 쿤데라라는 사람 자체는 잊어주길 바랐을 사람이니까.


3. 어느 군 부대의 비서실에서 일하던 나는,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이라는 기이하고도 현학적인 제목에 매력을 느껴 사령관실에 책장에 꽂혀있던 진중문고본을 손에 쥐고 한참을 쳐다봤다. (주말에 청소를 하러 나왔을 때였다) 첫 페이지에 등장하는 영원회귀라는 개념을 더듬거리며 좇다가 한동안 니체에 빠졌던 기억도 난다. 물론 책도 쭉 다 읽어버렸고. 나는 당시 왜 쿤데라 소설에 기묘한 감정을 느꼈을까, 그리고 왜 빠져들었을까. 앞서 언급한 막연한 환상(현학적인 개념에 취해)의 영향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실존적 갈망을 소설에 투사한 영향이 가장 컸던 것 같다. 그래야만 한다는 당위의 세계(나를 짓누르는 책임과 도덕의 세계)에서 벗어나 자유로워지고 싶다는 욕망.


8월에 읽고 싶은 책


The Order of TIme은 계속 읽고, 오랜만에 쿤데라의 참존가를 읽을까 싶기도 하다. 일단 소설의 기술 발췌를 해야 하긴하는데. 붓다 브레인을 조금씩 읽고 있고 보통의 불안도 완독해야 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3년 5,6월 독서정산


1. 밀란 쿤데라 저, 이재룡 역, 『정체성, 민음사(2012), 완독

초반의 서사는 흥미로웠다. '더는 남자들이 자신을 쳐다보지 않는다'는 샹탈의 고백과 그녀를 욕망하는 익명의 편지를 보내는 장마르크의 행동, 그리고 그 익명의 시선을 통해 조금씩 변화하는 샹탈의 모습. '결국 어떻게 될까?'를 묻게 만드는 초반의 흡입력과 달리, 후반부로 갈수록 현실과 상상, 꿈 사이의 경계는 흐려지고 읽은 내용이 꿈인지 인물들 사이에 실제로 있었던 일인지 모호해지는 지경에 이르렀고 그와 함께 흡입력도 사라졌던 것 같다. 솔직히 책을 좀 더 깊이 읽어보지 않는 이상, 쿤데라와 이 꿈이라는 장치를 통해 어떤 실험을 하고자 했던 건지, 인간 실존의 어떤 부분을 탐구하고자 했던 건지 잘 알 수는 없을 듯하다.

그럼에도 생각해볼 키워드는 많았다. '여성으로서 나이를 먹는다는 일', '정체성이란 무엇이고 어떻게 구성되는 건지', '정체성과 타인의 시선과의 관계' 등등.




두 달을 돌아보며

1. 책이란 단어를 들으면 떠오르는 구절이 있다. "길거리에서 이 조그만 책을 열어본 후 겨우 그 처음 몇 줄을 읽다 말고는 다시 접어 가슴에 꼭 껴안은 채 마침내 아무도 없는 곳에 가서 정신없이 읽기 위하여 나의 방에까지 한걸음에 달려가던 그날 저녁으로 나는 되돌아가고 싶다." 좋은 책을 발견해 부푼 마음을 안고 설레하며 달려가 책을 허겁지겁 먹어치우고자 하는 욕망을 이렇게 잘 표현한 구절이 있을까? 카뮈가 그르니에의 책 "섬"에 바친 헌사에 나오는 구절이다.

2. 이 구절을 떠올릴 때면 그리움과 아득함이 느껴진다. 책에 깊이 빠져들기 시작한 10여년 전, 독서관에서 이런저런 책을 살펴본 후 대출해 설레는 마음으로 집으로 달려가던 그 때에 대한 그리움과 아득함이다. 어쩌다가 이렇게 됐을까?

3. 지금은 책에 대한 마음이 양가적이다. 호기심과 지적쾌감, 끝이 없는 욕망의 대상이자 의무감의 대상. 분명 시작은 전자였다. 그런데 지금은 후자가 강하다. 뭐를 읽어야 하는데, 뭐를 읽고 글을 써야 하는데 등등. 예전에는 이렇지 않았다. 그냥 재밌는 책을 읽었고 그 재미남 때문에 하고 싶은 말이 많아 헛소리를 많이 지껄였다. 개똥 철학을 늘어놓아도 개의치 않았다. 그저 매일 읽고 쓸 뿐이었다. 

4. 지금은 더 깔끔한 글, 정돈된 글, 써야만 하는 글과 같은 키워드들에 사로잡혀 아무것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상태가 됐다. '이건 내가 원하는 내 모습이 아니다. 세상의 흐름을 따르려고, 타인의 욕망을 욕망 하려고 하지 말자.'라는 생각이 계속 머릿속을 맴돌았고 하반기엔 다르게 접근해보기로 했다.

5. 그때 그 설렘을 안고 책을 보던 때로 돌아가보기로 했다. 그때 나를 사로잡았던 인물들, 책들을 다시 보기로 했다. 그리고 가장 먼저 떠오른 게 밀란 쿤데라였다. 특히, 쿤데라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짧은 기간이었지만 행복했던 철학 공부도 이 소설의 앞 부분에 나오는 니체의 영원회귀로부터 시작됐다. 여러모로 나를 만들었다고 볼 수 있는 작가와 책이었다. 그래서 정했다. 올 하반기에는 쿤데라 읽기에 집중해보자고.


쿤데라 책 정리


































아직 소장하고 있지 않은 책들이 꽤 있었다. 1) 우스운 사랑들 2) 불멸 3) 느림 4) 만남 5) 향수 6) 이별의 왈츠 7) 소설의 기술 8) 배신당한 유언들 9) 자크와 그의 주인. 읽어 본 책들은 1) 참존가 2) 농담 3) 삶은 다른 곳에 4) 정체성 5) 웃음과 망각의 책(읽는 중). 6개월 동안 쿤데라만 볼 건 아니지만 좀 깊게 파볼 생각이다.


기타

이와 별개로 로벨리의 The Order of Time도 같이.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3년 4월 독서정산


1. 칼 뉴포트 저, 김태훈 역, 『디지털 미니멀리즘, 세종(2019), 완독


미국의 저명한 논평가 앤드루 설리번은 '나도 한때는 인간다웠다.'라는 제목의 글에서 '끝없는 뉴스, 소문, 이미지의 폭격이 우리를 광적인 정보 중독자로 만들었다. 그래서 나는 망가졌다.'고 말했다. 내가 이 책을 읽은 이유도 크게 다르지 않다. 망가져서다. 그리고 여기서 벗어나기 위해서다.

요즘엔 그런 생각까지 든다. 여기에 목숨이 달려있다고. 각종 디지털기기와 정보 중독에서 벗어나지 않으면 삶은 더 불행해질 거라고. 

나쁘지 않았다. 도서관에서 빌려서 읽고 책도 샀다. 주기적으로 한 번씩 읽으며 내 삶에 디지털 기기가 얼마나 스며들었는지 자각하고 여기서 벗어나고자 노력해야겠다. 뚜렷한 목적 없는 인터넷 서핑은 진짜 인생낭비다.


2. 김영하 저, 『작별인사』, 복복서가(2022), 완독


1~2월에 읽고 4월에 다시 한 번 읽었다. 그때도 그렇고 이번에도 그렇고 작가가 책에 담고자 했던 생각은 인상 깊었고 또 어떤 점에서 내 삶의 모토와도 맞았지만, 서사를 풀어나가는 과정, 그리고 그 서사를 구체적인 시공간과 캐릭터로 구현해나가는 과정에서는 아쉬운 점이 많았다. 예를 들자면, 최박사의 급발진이라던가 철이가 수용소에서 갑자기 인간다움에 대해 고민하는 부분이라던가. 좋은 생각을 담기에 이 책은 너무 얇았다. 







읽고 있거나 읽다가 만 책들

















1. 이승종 교수의 "비트겐슈타인 새로 읽기" : 학문적인 철학 책을 자주 읽긴 어렵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팔로우 업 하고는 싶은데, 그 중에 관심을 두고 챙겨보려는 사람이 이승종 교수다. 비트겐슈타인을 자연주의적으로 새로 읽는 작품이고 '자연사적 사실'이라는 것의 의미에 관심이 많아 읽다가 다른 게 바빠져 책을 다시 반납했다. 언젠가 '사유의 이미지'와 '자연사적 사실'이라는 개념을 비교, 교차해 정리해보고싶다.

2. 루소의 "에밀" : 에밀 곳곳에는 번뜩이는 통찰들이 자주 엿보인다. 이 책은 완독하려면 아무래도 혼자는 안 될 거 같고, 단체로 모여 읽던가 해야 할듯...

3. 김명주의 "검푸른 고래 요나" : 3/2 정도 읽고 바빠져서 덮었다. 소설이 좀 몽환적이고 가독성이 좋은 편은 아닌데, 주제라던가 서사는 나쁘지 않았던 거 같다. 종교와 연관지어서 읽으면 재미있게 해석할 게 많은 작품. 난 특히, 여기서도 경계에 선 이중적 존재에 눈 길이 많이 갔다. 인간이자 고래인 요나.

4. 사사키 아타루의 "잘라라 기도하는 그 손을" : 아, 이거도 읽다가 바빠져서 덮었다. 초반에 정보에 대한 강박과 거대한 자아를 주제로 하는 이야기가 흥미롭고, 중세 해석자 혁명에 대한 이야기도 흥미로운 책. 언제 쯤 독후감을 쓸 수 있으려나.

5. 이민열 교수의 "인생을 바꾸는 탐구 습관" : 뭔가에 집중하다가 머리가 지끈거려 쉬고 싶을 때 이 책을 조금씩 다시 봤다. 다시 봐도 좋다. 역시 내가 정말로 존경하는 분 중의 한 분. 사숙 중이다.

6. 아미시 자의 "주의력 연습" : 각종 디지털 기기, 정복 중독으로 산만해진 일상을 되돌아보고 회복하기 위해 고른 책. 계속 읽는 중.

7. Erich Fromm의 The Art of Loving : 실용적으로도 도움 되고 영어 공부도 할 겸 에리히 프롬의 사랑의 기술을 읽고 있다. 거르고 싶은 부분도 많지만 좋은 부분도 많다.


한 달을 돌아보며

1. 뒤적거린 책이 참 많았다. 몇 권을 계속해서 붙잡고 끝까지 읽고 싶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며칠 놓고 있으면 포기하게 되기도 하고 잊게 되기도 한다. 전에는 이게 참 싫었는데, 이젠 좀 그러려니 한다. 그러다가 상황도 되고 책도 재밌어서 완독 하면 좋은 거고 아니면 나중에 이런 기록을 바탕으로 다시 읽어나가면 좋은 거 아닌가 싶다.

2. 밀도 있던 글을 쓸 때 사용한 노트를 오래 만에 꺼내봤다. 예전엔 어떻게 이렇게 많은 글을 손으로 쓸 수 있었나 모르겠다. 이젠 이렇게 한 글을 전부 손으로 쓰는 건 쉽지 않지만, 확실히 글쓰기를 위한 구상이나 생각정리, 구조화 과정에서는 손으로 쓰는 작업이 꼭 필요한 거 같다.

3. 상수역에서 청첩장을 받는 자리에서 친구들과 술을 거나하게 마셨다. 둘은 택시를 타고 집에 갔고 나는 술을 좀 깨러 알라딘 중고서점엘 갔다. 세상에서 제일 재밌는 거 중에 하나가 책 구경인데, 이 날은 구경으로만 그치지 않고 술 기운을 빌러 책을 좀 많이 질렀다. 6만 원 넘게 샀는데 앞으로 중고서점에서 이정도로 많이 살 일이 또 있으려나..?


5월에 읽고 싶은 책

1. 어맨다 레덕의 "휠체어를 탄 소녀를 위한 동화는 없다" : 이거는 아마 완독할 듯. 생각보다 몰입감 있고, 밀도 있고, 유익하다.

2. 아마시 자의 "주의력 연습"과 칼 뉴포트의 "디지털 미니멀리즘" : 주의력 연습은 쭉 읽고 디지털 미니멀리즘은 정리하면서 다시 읽고 싶다.

3. 김혜진의 "경청"과 박상영의 "대도시의 사랑법"

4. Erich Fromm의 The Art of Loving


 이 거를 기본으로 가보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 3 | 4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