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8시 출근이라 7시 10분쯤 화장을 열심히 하고 있는데 차지 널스가 전화를 했다. 여기 사람들 어지간히 바쁘지 않으면 전화 안 하는데 뭔가 급한 일인 것이 분명해서 전화를 받았다. 자기가 스케줄링을 잘못해서 L이라는 직원이 이번 주에 2일만 일을 하게 됐다면서 나더러 오늘 쉬고 싶으면 L을 내 시간에 일하게 하고 싶다고. 그러면서 이건 강요가 아니라 완전 자발적으로 해야 하니까 어떻게 할 거냐고 해서 Flex하라고 했다. L은 이번 주 2일 일하는 것으로 되어 있지만 결국 3일을 일하게 되었고, 나는 3일을 일하게 되었지만 결국 하루만 일을 했다는. 아 놔~~~~. ㅎㅎㅎ 내가 그 말을 했으면 다른 사람이 Flex 되었겠지만, 할 것도 많고 해서 사실 은근 기뻤다. 요즘 다시 슬럼프가 왔는지 엄청 일하기 싫어하고 있다는. ㅠㅠ
그래서 집에 있으면 잠만 잘 것 같아서 책이랑 아이패드랑 아이파드랑등등 잔뜩 챙겨서 스벅에 왔다. 드라이브 드루는 가끔 했지만, 간호대 이후로 이렇게 맘먹고 온 것은 오랜만이다. 익숙한 얼굴의 직원이 있어서 어색한 기분이 덜 들었다. 이 직원은 몇 년 전에 와이프가 출산을 한 것으로 아는데 아직도 여기서 일하는 구나. 어째튼 참 친절한 직원이다.
<과학자들의 자화상>을 여전히 읽고 있다. 정말 많은 도움이 되는 책이다. 인터뷰 형식이라 쓸데없는 글이 더 많을 줄 알았는데 아니다. 인터뷰어는 모두에게 비슷한 질문을 하지만 조금씩 다르고 중요한 것을 간략하게 물어본다. 인터뷰이들도 마찬가지다. 특별히 인터뷰어인 헤를린데 쾰블이 자기가 인터뷰하는 모든 과학자에 대해서 자세히 공부 했다는 것이 느껴진다. 물론 당연한 얘기지만.
이제 내 글을 써야 한다. 책을 많이 읽는 것도 좋지만, 책만 읽어서는 좋은 글이 나오지 않는 것 같다.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자꾸 써야하는 것 같다. 읽어보고 고치고 또 읽어보고 또 고치고를 마감 전까지 무한반복. 물론 그렇게 한다고 해서 좋은 글을 쓴다는 보장은 없지만 혹시 알아? 좋은 글이 만들어 질지?
저 잉크는 필사하는 사람들 중에 좀 알려진 잉크이다. 보라색 잉크에 금속성 초록 태가 뜨는 잉크인데(종이나 만년필에 상관없이) 사진으로는 잘 안 보인다. 내 앞에 있는 실물은 너무 잘 보이는데. 이렇게 태가 뜨는 걸 잘 찍는 사람들은 도대체 어떻게 하는 건지? 오 웰…
어쨌든 나도 비올라 포겔 교수의 말에 100% 동의한다. 미국은 여성이 직업과 가족을 하나로 결합하는 데 훨씬 관용적이고,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외국인에게도 그렇다. 내가 한국에 있었다면 지금의 내 처지에(여자, 영어가 모국어가 아님, 나이많음, 경력없음, 재정능력 부족 등)(?) 계속 공부를 하고 더 나은 것을 위해 꿈을 꾸는 것은 힘들었을 것 같다. 그러다 포기했겠지. 포기하지 않아도 되어서 기쁘다. Flex 되어도 좋다. 모두 좋다.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