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나는 오전 7시에 일하는 스케줄이라서 회복실을 열었다. 그 말은 첫 수술이 끝나면 내가 맡게 된다는 의미였는데 오늘의 첫 수술은 whipple procedure라는 다소 복잡한 수술이었다. 그런데 그 수술이 8시에 시작해서 3시가 넘어서 끝났기 때문에 순서대로 수술이 끝나는 대로 환자를 맡다 보니 내 환자가 아니라 L의 환자가 되었다. 나는 속으로 안도했다. 69세의 중국인 남자 환자였는데 몸집도 왜소해서 솔직히 그 환자를 맡고 싶지 않았는데 바라던 대로 그 환자를 맡지 않아도 되었지만, 간호사 L이 수혈을 한 경험도 없고 drip으로 주는 약을 매단 경험도 없어서 내가 많이 도와줬다.
나는 중환자실 간호사였기 때문에 경력은 L 간호사보다 많이 짧았지만, 안 해본 것이 거의 없었다. 그래서 PACU에 쉽게 채용이 된 것도 그런 이유가 있었다. 어쨌든 오늘 Whipple 수술을 한 의사가 수술이 끝나고도 그 환자의 회복을 간절하게 바라는 모습과 그 의사를 믿고 수술을 받은 환자의 모습을 보면서 아주 큰 감동을 받았다. 의사는 계속 환자의 곁을 지켰고, 그래서 L이라는 간호사를 더욱 긴장하게 했다. 어쨌든 결과는 좋아서 환자는 중환자실로 이동이 되었다. 나중에 정신이 돌아온 환자가 의사를 향해 엄지를 치켜들던 모습, 그 환자의 엄지에 반응해 주느라 같이 엄지를 치켜세워 주던 의사의 겸손한 모습. 어떻게 문장으로 설명할 수 없지만, 한 사람이 자신의 목숨을 다른 한 사람의 손에 맡기고 그 결과에 순응하는 모습. 다른 한 사람은 자신을 믿어 준 환자를 위해 최선을 다하는 모습. 인종, 국적, 문화 등등을 넘어서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눈물이 흘렀다. 오늘 회복실에서 함께 일했던 나를 포함한 4명의 간호사들과 환자, 그리고 그 환자의 딸은 오랫동안 잊을 수 없는 장면을 목격했다고 생각한다.
위플 수술은 한국에선 어떤지 모르지만, 난이도가 아주 높은 수술 중에 하나다. 어쨌든 퇴근하기 전까지 지켜본 바로는 수술이 무사히 끝난 것 같고, 환자의 회복은 물론 시간이 많이 걸리겠지만 위험한 고비는 넘긴 것 같다.
일 끝나고 사무실에 와서 이 책 저책을 읽었다. 눈에 들어오는 책이라고 해야 하나? 손에 잡히는 책이라고 해야 하나? 뭐 그런 책이 딱히 없어서 이것저것 읽었다. 어쨌든 1월이 빨리 와야 전자책 캐시를 사용할 텐데. 아직 크리스마스도 안 되었네.^^;; 어쨌든 오늘 이북으로 나왔다는 알림을 또 많이 받았는데 그래서 더 1월이 되기를 기다리는 것 같다.^^;;
오늘은 <사라진 신들의 귀환>, <연약한 선>, 그리고 <1일 1 클래식 포옹> 이렇게 3권의 전자책 출간 알림을 신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