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내 아들이 머리를 염색하고 귀걸이를 할 줄 몰랐다. 그런데 다시 생각해 보면 이 아이는 끼가 좀 있었다. 어려서부터 자기가 어떤 옷을 입어야 자기에게 어울리는지 알았다고나 할까? 나는 부모님이 바쁘셔서 어려서부터 내 옷을 사 입게 되었지만, 엔 군은 내가 같이 쇼핑을 할 수 있을 정도로만 바빴는데도 내가 권하는 건 거들떠도 안 보고 자기가 사고 싶은 것이 뭔지 딱 알았다. 그래도 내가 계속 사주다가 대학을 가면서 스스로 옷을 사 입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돈을 버니까 그렇겠지.
그리고 어느 날엔 귀를 뚫었다고 통보를 했다. 남편은 의외로 별로 안 좋아했는데 나는 남편이 그러니까 반대로 잘했다고 멋지다고 해줬는데 사실 나도 속으로는 맘에 안 들었다. 그래도 자기가 하고 싶어서 하는 건데 뭐라고 할 수 있겠는가. 대신 귀걸이를 사줄 수밖에.
그러더니 최근 BTS의 누구(이름은 기억이 안 남)처럼 머리 스타일을 하고 싶다고 했다. 그래서 그 머리는 다 파마를 한 거라고 하니까 자기도 파마를 하겠다고 해서 미용실에 갔는데 미용실 샘이 머리가 짧다고 해서 염색을 해보는 건 어때라고 내가 말했다. 좀 많이 실망한 것 같아서. 내 입이 문제다. 이노무 조동아리.ㅠㅠ
암튼 그렇게 엔 군은 염색을 했는데 빨간색이 맘에 든다고 미용실 샘에게 말하고 나한테는 보여주지도 않고 골라서 했다. 나는 좀 별로였지만, 자기가 좋다고 하는데 뭐라고 하겠는가. 그냥 옆에서 잘 어울린다고 해줬다. 염색하고 짜장면 먹은 다음에 열심히 친구들에게 페이스타임으로 자기 머리 보여주며 후회한다는 말을 하는 것을 얼핏 들었다. 해봐야 후회를 하는 거니까.
앞머리를 요즘 유행하는 식으로 미용실 샘이 앞으로 내려서 머리에 뭐 바르고 스프레이까지 뿌려주면서 이쁘게 해줬는데 그건 또 싫었는지 짜장면 먹으러 갔을 때 화장실에 들어가서 머리를 감은 건 아니겠지만 저렇게 흐물흐물한 머리를 만들어가지고 나왔다. 멋은 부리고 싶어도 너무 심하게 부리고 싶지는 않은 거라고 생각했다.
8월 독보적은 아마도 내가 1위로 마감이 될 것 같다. 그런데 오늘은 아직까지 책을 손에 들지 못했다. 책 읽고 자고 싶은데 너무 피곤하고 눈은 더 피곤하다. 8월엔 좋은 책을 많이 만났는데 아직 다 읽지 못한 책이 두 권이 보인다. 아니다 4권이다. <듄>, <내가 모르는 것이 참 많다>, <나이 들어 외국어라니>, 그리고 <Trains and Lovers>
9월에도 이 책들은 쭈욱 읽는 것으로.
8월에 읽을 책으로 <진리의 발견>을 찜했는데 이래저래 넘 바빠서 건드리지도 못했다. 9월엔 읽게 되기를.
그리고 예전에 읽었지만 가물가물한 <모스크바의 신사>를 다시 읽어봐야겠다. 이완 맥그리거 주연의 시리즈물로 나온다고 하니까!! 시리즈물이라고?? 드라마인가??? 암튼 다시 읽을 가치 (시간을 투자할)가 충분하다고 생각된다. 칼 세이건의 <에덴의 용>도 읽어봐야지. 브라이언 그린의 <엔드 오브 타임>도 읽었는데라는 마음으로. 그리고 <누니 주얼리 이야기> 읽어보고 싶다. 처음 들어보는 주얼리 브랜드인데 한국에서는 유명한가? 다른 사람이 성공한 이야기를 읽는 건 뭐랄까? 나에게도 그 사람들의 인생이 반짝거리는 것이 좀 묻게 되는 것 같다고나 할까? 어쩌면 부러운 마음이 그렇다고 생각하게 하는 건지 모르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