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원인으로든, 현재 상태의 자신의 주인은 자기입니다. 그것을 고치든 고수하든 상승시키든 개선시키든 그 모든 것은 원인제공자가, 설령 백 번 개심을 한다 하여도 이제 와서 해결할 수 있는 일이 아니고, 당사자의 자기 연민이나 분노가 해결할 일도 아닙니다. 오롯이 자기 자신의 몫입니다. 자신을 빚어나가는 일을 할 사람은, 자기밖에는 세상에 그 누구도 달리 없습니다.

"지향하며 노력하는 자 우리가 구원할 수 있다"

이 책을 다 읽고 나면, 도도한 서구 문명 3000년을 누빈 듯한 느낌과 함께 방황하는 저 자신도, 방황하는 많은 다른 이들도 껴안을 수 있을 것만 같습니다.

"그대 ‘선’에 대하여 보답을 받았던가?"
나의 화살은 고운 깃 달고 날아갔다오.
온 하늘 열려 있었으니
어디엔가 맞았을 테지요.

좋은 뜻으로 시작했건만 일은 자주 꼬이고, 좋게 만났건만, 준 것도 많건만 인간관계는 가끔 험하게 틀어지기도 합니다.

제아무리 대가를 생각하지 않았더라도, 제아무리 마음을 비운다 해도 범인인 이상, 뭔가 좋은 일을 하고 난 사람의 마음 바닥 어딘가에는 남아 있게 되는 보상심리의 잔재를 이 물음은 정조준합니다. 그러나 부드럽게 풀어냅니다. 그 열림과 너그러움이 읽는 사람의 마음속에 깊이 남습니다. 영롱한 오색 깃털을 단 화살이 방금 눈앞을 날아하는 걸 본 것 같기도 합니다. 은유의 힘이 참으로 큽니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 보복의 양형인 것처럼 들리는 이 오래된 함무라비 법전의 경구가, 실은 똑같이 보복해주라는 것이 아니라 응징이 도를 넘으면 안 된다는 경계라고는 하지만, 그것을 감안하여도, 좀 무섭습니다.

네가 겨울 저녁
성난 듯 넘치거나
봄의 찬란함 에워싸고
어린 꽃봉오리 솟거든.
행복하여라, 세상 앞에서
증오 없이 자신을 닫는 이
한 친구를 가슴에 안은 이
더불어 즐기는 이

사람들이 알지 못해도
혹은 유의하지 못해도
가슴의 미로를 지나며
어둠 속에서 오가는 것
그것을 더불어 즐기는 이.

외로움이 하나의 장소 같습니다. 그가 거닐며 살아갈 강가, 삶의 터 같습니다.

것을!
고통 속에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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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지막하게 일어나서 씻고 플루샷을 맞으러 갔다. 요즘 우리 동네도 한국 사람들이 살기 시작하는 건지 약사가 한국인이라는 것이 느껴진다. 외모와 영어 발음과 그녀의 이름을 보니까. 어쨌든 그래도 "혹시 한국 사람인가요? 저도 한국 사람이에요, 넘 반가워요!" 라는 말을 10년 전이라면 내가 먼저 꺼냈겠지만, 이제는 외로움(?)에 익숙해졌는지 한국 사람을 만나도 예전처럼 오두방정을 떨지는 않는다.


그런데 지금까지 예방 접종을 받으면서 오늘처럼 성의 없이 주사를 놔주는 약사는 처음이었다. 더구나 한국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그런가 너무 실망스러웠다. 간호사들도 예방주사를 주기 때문에 우리는 어떻게 예방주사를 줘야 하는지 자세히 배우고 실습도 하고 하는 시간을 갖는다. 간호학교는 좀 군대 같은 면이 있어서 교수가 가르쳐 준대로 그대로 하지 않으면 제대로 할 때까지 괴롭힘을 당한다. 어쨌거나 그래서 나는 그 과정이 익숙한 사람인데 이 사람은 내가 팔을 걷어붙이자 알콜 스왑으로 한 번 아주 가볍게 쓱 문지르지도 않고 위에서 아래로 아주 살짝 가져다 대고 주사를 놓는다는 말도, 내 팔을 두 손가락으로 꽉 잡아서 내가 아픔을 느끼지 않게 하지도 않고 공중에서 한 손으로 주사를 찌른 뒤 안전 핀을 제거하지도 않아서 바늘이 위로 한 채로 밴드를 붙이고 끝이었다. 


너무 어이가 없으면 말이 안 나오는 법이다. 나는 운전하고 돌아오면서도 어이가 없었다. 그래서 한순간 돌아가서 어디서 배웠냐고 물어보면서 앞으로 나에게 주사를 준 것처럼 다른 사람들에게 주사를 주면 안 된다는 말을 하고 싶었으나 어이없는 상태가 너무 오래되었는지 거의 집에 왔기 때문에 포기했다. 기름값도 비싼데,, 더구나 내가 그런 말을 하면 재수 없다는 생각만 하지 고치기나 하겠어? 뭐 그런 생각도 들고. 어쨌든 잘 배웠으면 배운 대로 잘 하기를 바란다. 배우기는 잘 배웠으면서 멋대로 하지 말고. 


어쨌든 집에 갔다가 공부할 거 챙겨서 사무실에 왔다. 와서 어제 안 먹은 국수를 데워서 먹었다. 그리고 후식으로 민트 초콜릿 집과 피스타치오를 두고 고민하다가 이번엔 하겐다즈 피스타치오 아이스크림을 먹었다. 저번에 마트에 가니까 하겐다즈가 세일이기에 파인트 사이즈 10개와 바로 된 거 3 박스(한 박스에 3개 들어 있다)를 사다가 냉동실에 넣어뒀기 때문에 나는 요즘 아이스크림 부자다. ^^;;

어제 못 먹은 국수

이렇게 함께 온 육수와 양념장을 넣고 먹는 거다. 여긴 특별히 고수가 많이 들어가서 좋았다. 더구나 어젯밤부터 비가 와서 날씨가 흐리니까 따뜻한 국물이 들어간 국수가 그만이었다!


입에 맵고 짠 기운이 많아서 디저트로 아이스크림을 먹었다. 하겐다즈 쵝오다!!ㅠㅠ


맛있는 음식은 늘 이렇게 사람을 무장해제하는 능력이 있다. 그러니까 모든 것이 다 잘 될 것 같은 느낌이라고나 할까?^^;;

그래서 일단 음악 들으면서 좀 걷고 공부는 좀 있다 하는 것으로.


어제 비가 오려고 해서 그런가 구름이 하늘을 가득 덮었다. 이렇게

구름이 더 많아지고 비가 더 자주 오는 캘리가 되기를 바란다.


OMORI - Pure Imagination


늘 읽었다고 생각하지만 읽지 않은 책 <총, 균, 쇠>가 양장판으로 나왔구나. 이 책도 읽어야 하고, 파우스트도 읽어야 하고,,,, 지구에 일 년 동안 아무도 책을 만들지 않는 기간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있는 책 읽게. 어찌 이렇게 매일 읽고 싶은 책이 눈에 들어오는지... 하지만 오늘도 잘 지키고 있다 오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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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0-16 07: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10-17 08: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psyche 2022-10-17 13: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작년에 코비드 부스터를 한국 약국에서 맞았는데 주사를 너무 잘 놓으시더라고요. 그래서 역시 한국 사람이 잘 놓는구나 하면서 그 다음부터는 일부러 거기 가서 백신 맞고 있거든요. 그런데 사실 한국 사람이라고 다 똑같을 수 있나요. 이런 사람 저런 사람 다 있는 건데. 그런데도 한국 사람이 못하면 더 실망되는 건 어쩔 수 없는 마음이겠죠?
그리고 저 국수 진짜 맛있어 보이네요! 하지만 고수가 많다니.... 전 아직도 고수가 별로예요.
그리고 라로님도 민초파시군요 저도요. ㅎㅎㅎ 저는 하겐다스 보다 벤 앤 제리 더 좋아해요. 아니면 탈렌티

라로 2022-10-17 15:16   좋아요 0 | URL
한국 사람들은 정말 뭘 해도 잘 한다고 생각하는데 저 한국인은 정말 넘 실망이었어요. 기가막혀서,,, 요즘 젊은 사람들이 다 그런 건 아닌데,,, 아주 특이한 사람을 만났어요,,^^;;;
저 국수 맛있었어요!! 대만식이라 양념이 좀 특이한데 고수가 들어가니까 전 그 양념 맛이 덜 느껴져서 좋았어요. 그리고 원래 타코니 뭐 그런 멕시칸 음식 먹을때도 고수 넘 좋아하고요.
민초파!!!^^ 우리는 입맛도 비슷해!!^^
근데 원래 벤 앤 제리 더 좋아하시는 건 알았는데 탈렌티?? 처음 들어봐요!! 마트에서 파나요??

꼬마요정 2022-10-17 20: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주사 맞기 무서워하는 사람도 많은데 실망이네요ㅜㅜ 알콜솜으로 닦아주는 건 기본 아닌가요ㅜㅜ
지구에 일 년동안 아무도 책 만들지 않았으면 하는 거 대찬성입니다. 읽을 책이 너무나 많아요ㅜㅜㅜㅜ 그 와중에 하늘은 참 이쁩니다^^

라로 2022-10-18 01:17   좋아요 0 | URL
그러니까요! 알콜 솜으로 최소한 15초는 문질러줘야해요. 아무튼 우리는 읽을 책이 너무 많은 책동지!! 그나마 전자책은 공간에 쌓이지 않으니 다행이에요. 😂😂😂 하늘은 구름이 있어야 넘 이쁜 것 같아요. 그쥬~~~^^
 

세상과 자신에 대한 통찰이 담긴데다가 쌓인 경험으로 깊이가 더해져서 촌철살인의 묘가 있는 시구들이지요. 때로는 노년답게 구애받음이 없는 직설, 무엇보다 무르익은 삶의 지혜가 시적 이미지에 응결되어 있어 여느 잠언들과는 다른, 시의 아름다움이 더해져 있습니다.

그런 글귀들을 살피면서 그사이 읽어오며 갈무리한 "괴테"의 모습을 조금 펼쳐보고자 합니다. 제가 읽은 괴테이니, 괴테의 시구에 어려 있을 수밖에 없는 괴테라는 인물, 그의 삶과 문학, 철학이 배어 있을 것이며 또한 그를 읽는 저에게 비쳐 있는 그의 모습이 보일 것이고 또한 그를 읽고 있는 저 자신의 모습도 간간이 드러날 것입니다. 아니, 다시 읽어보니 괴테를 빙자하여 때로 저 자신이 너무 많이 드러나버린 듯합니다. 넓은 마음으로 이해해주시기를 부탁합니다.

그 갖가지 호기심을 그렇게 자기 발로 모험을 하며 찾아와서 해결하는 모습이 얼마나 예쁘던지요.
사실 그 나이에 해봐야 할 일이 바로 그런 일들입니다. 대상이 무엇이든 자기 눈으로 보고, 자기 손으로 만져보고, 직접 해보고, 가보고 하는 것 말입니다. 그렇게 자기 발로 꼭꼭 디디며 깨쳐나간 세계니 얼마나 탄탄할 것이며 얼마나 확실한 자신의 영토일까요. 세상을 돌파하는 힘을 그렇게 스스로 키우고 있는 소년도 예쁘거니와, 그렇게 할 수 있도록 자녀를 믿어주는 부모가 있어 참 든든한 마음이었습니다.

아마도 혼자서는 처음 나섰을 먼 길을 오며 이 작은 소년은 무엇을 느꼈을까요? 어느 순간에는 방향을 잃어 혼란스럽고, 혹 두려웠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소년에게는 올 곳이 있었고, 그곳에 닿기 위해서 용기를 낼 필요가 있었을 것입니다. 가만히 앉아 있으면 방황할 일도 없겠지만, 새로운 경험으로 세상을 배울 수 있는 기회 또한 없겠지요. 예전에야 그 나이에 공부를 하러 아주 집을 떠나기도 했지만 요즘에는 동화 같기만 한 이 이야기가 어쩌면 우리의 인생 여정처럼 느껴져서, 가만히 곱씹어 생각하며 한동안 들여다보았습니다.

"인간은 지향이 있는 한 방황한다."

어떤 법칙을 찾아내어 정리로 귀납시키는 논리적 사유나 과학의 공식의 문장을 복숭아의 씨에 비유한다면, 문학작품이란 달고 신 온갖 맛이 배어 있는 과육과도 같은 것입니다. 시간을 들여 꼼꼼히 읽어내지 않는다면, 그 다채로운 맛을 절대로 느낄 수 없습니다.

한 편의 시詩인 「헌사」는, 벌써 중년이 된 괴테가 친구 쉴러의 간곡한 당부 덕에 생애 세번째로 집중해서 『파우스트』 집필에 매달렸던 시기에 젊은 날 『파우스트』를 쓰던 때를 돌아보며 느껴지는 소회를 담은 인트로입니다.

「천상의 서곡」에서 천사들은 우주의 아름다움을 노래하지만(쓰인 것이 까마득한 오래전인데, 우주선을 타고 바라보는 지구의 모습을 그리는 시각입니다!), 튀어나온 악마 메피스토펠레스는 온갖 "거름더미에 코를 처박고" 천상의 빛인 이성理性을 "짐승보다 더 짐승 같은" 데나 쓰는 인간의 가엾은 꼴을 한없이 비아냥거립니다.

"인간은 지향이 있는 한 방황한다"라는 말입니다. "어두운 충동에 사로잡힌 선한 인간은 바른 길을 잘 의식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지금 방황해도 괜찮아. 다 가고 싶은 마음이 있으니 언젠가 어디인가에 닿아. 그런 쉬운 말보다, 말이 될 듯 말 듯한 이 위로가 주는 여운이 큽니다. 참으로 정교한 비문입니다.

"어두운 충동에 사로잡힌 선한 인간은 바른 길을 잘 의식하고 있다." 이 부연의 문장에서는 비문이 더욱 두드러지게 보입니다. ‘어두운 충동에 사로잡힌 인간’, 단순히 생각해보면 그저 나쁜 사람일 뿐입니다. 그런데 그 안에 선함이 있을 수 있고, 어두운 충동에 사로잡혀 있어도 그 선의 알맹이가 있기에 그에게는 바른 길의 의식도 선연히 있다는 것입니다. 그저 이해하라, 용서하자가 아닙니다. 이 비문은, 고개를 갸우뚱하는 사람에게 던지는 참으로 큰 포용의 메시지입니다. 이 얼마나 잊히지 않는 커다란 껴안음인지요.

괴테가 만들어낸 그 하나의 장치는 바로 ‘24년의 한시적 계약’을, 더는 바랄 바가 없어서 어떤 순간을 향하여 "멈추어라! 너 참 아름답구나!"라는 말이 절로 나올 때까지의 ‘내기’로 바꾼 것입니다.

‘옳은 말만 하는’ 이성의 인물 메피스토펠레스의 매끄럽고 멋진 대사에서 빠져 있는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사랑’입니다.

메피스토펠레스라는 긴 이름이 히브리어 ‘거짓말쟁이’와 ‘파괴자’라는 두 단어의 합성이라는 것도 재미있습니다.

악마가 파우스트에게 맨 먼저 제공하는 것이 젊음입니다.

다시 사는 인생도 당연히, 또 여전히 방황으로 점철됩니다.

사랑의 그 넓은 스펙트럼을 들여다보고 있자면, 그건 인류가 지금껏 찾아낸 가장 아름다운 것의 이름인 것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그의 집에는, 그 어떤 악귀들조차 범접하지 못합니다. 그러나 그런 집에도 열쇠구멍을 통하여 스며들 수 있는 것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근심입니다.

작품의 끝, 어딘가 깊은 산 계곡을 파우스트의 영혼이 올라가고 있는 듯한 장면(「심산유곡」)에서 파우스트의 영혼은 궁극적으로 구원되는 듯 보이며 장려한 합창으로 대단원의 막이 내립니다. 그리고 그 알 듯 모를 듯한 「신비의 합창」은 "영원히 여성적인 것이 우리를 구원한다"라는 말로 마무리됩니다.

사람은 늘 무엇인가에 추동되어 살아갑니다. 꿈이든, 이상이든, 사랑이든, 야심이든, 그 어떤 욕망이든 말입니다. 추동력은 좋은 동기가 되는 것이지만, 그것이 과해지면 스스로 시달리고 실족도 하고, 민폐도 끼치고, 악행도 저지를 수 있습니다.

알고 싶은 마음. 아마도 주는 사랑 다음으로 그런 것에 가까운 것 아닐까 합니다. 어린 아이들의 호기심을 생각해보세요. 얼마나 아름다운가요. 온갖 것을 만져보고, 먹어보고, 해보며 세상을 알아가는 아이들. 아이들은 심지어 꽃도 꺾어보고 쥐어뜯어보고, 곤충도 해체해볼 때조차도 스스로 세상을 알아가고, 옆에서 그것을 바라보는 어른도 행복합니다.

그 어떤 요인이든 우리 누구나가 어린 시절에 가졌던 그 아름다운 호기심이며 지식욕을 잃을 때, 이즈음처럼 너무도 일찍이 부과되는 것들로 하여 자발성을 상실할 때 그 무덤덤, 무감각, 무신경의 인생은 얼마나 황폐하며, 얼마나 가여운가요. 얼마나 불행한가요. 그 모든 것을 세상 탓이라고 밀쳐놓고 자신을 피해자의 자리로 옮겨놓고 그 자리를 요지부동으로 고수하면서 어딘가를 향해 목청 높이는 삶은 또 얼마나 옹색하고 불행한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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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대한 작품과 연구 외에도 괴테 자신이 쓴 편지 역시 그 양이 어마어마합니다. 평생 2만여 통의 편지를 쓴 것으로 추정되는데, 그렇게 쓴 사람도놀랍지만 후손들도 대단합니다. 200여 년 전에 이리저리 보낸 편지들을 1만 5000여 통이나 회수해현재까지 보관하고 있습니다. 그것을 100분의 1쯤씩 추려서 번역한 것이 『사랑에게』『친구에게』『세상에게』라는 제목의 세 권의 서간집인데, 현재괴테 전집의 일부로 출간 작업이 진행중입니다. 열정에 가득한 편지들. 거기에 비쳐 있는 성찰로써자신을 빚어가는 인물, 나이 들수록 오히려 새로워지는 인물, 무엇보다 점점 더 넓혀지고 점점 더 깊어지는 그 세계에 대한 경탄을 아마도 저는 누군가와 나누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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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수 종류 안 좋아하는 것이 없는 자칭 타칭(남편;;) 국수 마니아다. 레삭매냐님이 올려주신 짜장면 생각이 머리에서 떠나지 않았는데 오늘 마침 파사데나 수술실에서 일을 하는 날.

그런데 일이 너무 늦게 끝나서 그런가 배가 많이 고픈 거다. 첨엔 파사데나 일 끝나면 가는 딘타이펑에서 원탕soup을 먹으려고 했는데 맞은 편에 국수만 전문으로 파는 noodles 라는 간판이 똭!!! 늦은 시간이었는데도 어찌나 사람들이 많은지. ㅠㅠ

줄을 서서 국수를 주문했다. 배가 고픈데 기다리면서 다른 사람들은 뭘 먹나 하고 보니까 다 맛있어 보이는데 같이 먹을 사람이 있는 것도 아니고 해서 겨우 2가지로 줄여서 주문을 했다.

소고기가 들어있는 것은 따뜻한 국물을 붓고 매운 소스를 넣어 먹는 것이고 두꺼운 국수는 밑에 반쯤 보이는 매운 소스를 넣어 먹는 거다. 뭘 먼저 먹을까? 하다가 두꺼운 국수를 먹었는데,,,, 하아~~~~~~!!! 대만식 누들이지만 넘 맛있는 것! 특히 국수 엄청 두꺼운 것이 너무 맛있는 거다. 들어간 것이라고는 국수, 양념소스, 파, 그리고 유부(만두 아니라;;), 근데 유부도 작은 거 겨우 5개 들어있;;;; ㅠㅠ

국수가 손으로 뽑은 거라고 광고 문구에 쓰여있는데 어찌나 쫄깃하던지!! 쫄면의 쫄깃한 느낌이 아닌, 정말 많이 치대서 쫄깃한 느낌!!! 그 국수를 다 먹었더니 이 가게의 시그니처 국수라는 저 소고기 국수는 먹을 수가 없는, 왜 이렇게 배가 금방 부르는지.

어쩔 수 없이 내일 먹어야 할 것 같다. 

괴테가 57년 동안 썼다는 작품인 <파우스트>에서 “인간은 지향이 있는 한 방황한다.“라고 전영애 선생님이 번역을 하셨는데, 나는 지향하는 국수가 너무 많아서 방황했다. ㅠㅠ














오늘 수술실에서 수술이 3건이었지만, 수술 시간이 다 긴 시간을 필요로 하는 수술이라 의사가 수술하는 동안 회복실에서 전영애 선생님의 책을 읽기 시작했다. 

<꿈꾸고 사랑했네 해처럼 맑게>

이렇게 진득하면서 묵직한 사유를 담았는데 그 사유가 그냥 사유가 아닌 자신의 인생으로 풀어내는 사유. 

알라딘이 아니었다면 이렇게 멋진 분의 책을 만날 수 없었을 것이다.

전영애 선생님에 대해 검색을 해보니까 2018년에 67세였다고 하니 올해는 71세인가? 어쨌든 쉽게 괴테 전문가가 되신 것이 아니셨다! 

능력이 없고 팔자에는 더더욱 없는 박사과정을 생각하고 있는 사람으로서 이 책이 나에게 다른 각도로 인생을 바라보는 방법을 알려줄 것 같다. 이제 시작인데 밑줄 작렬이다.

아는 것이 많을수록 익은 벼처럼 고개를 숙이고, 자기가 받은 것을 특정한 누가 아니라 되도록이면 많은 사람들과 함께 나누려고 하는 모습이 무척 인상 깊었다. 나도 내가 배운 간호로 그렇게 할 수는 없을까? 뭐 그렇게 자연스럽게 생각을 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조용한 모범을 더 조용히 따르고 싶은 마음이 이런 것일까?





맛있는 음식을 먹고, 좋은 책을 읽으면서, 미래에 대한 상상을 하고 있으려니

이 책의 제목처럼 <아주 오랜만에 행복하다는 느낌>이 든다.


이것저것 더 지껄이고 싶지만, 오랜 시간을 일하고, 배가 부르도록 먹고, 디저트로 하겐다즈의 민트 초콜릿 칩 아이스크림까지 먹었더니 졸리다. 나이가 들어 그런가? 아니면 폐경기가 다가오는 증상인가? 틈만 나면 막 졸린다. 하아~~~.


어쨌든 국수에 대한 글만 쓰려고 했는데 이렇게 문어발처럼 여러 가지를 썼네. ㅎㅎ







** 그러고 보니 괴테의 책은 읽은 것도 없지만, 읽을 생각도 해 본 적이 없구나. 전영애 선생님 덕분에 이제 좀 관심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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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22-10-15 16: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전영애 선생 저 책 사두고 아직 안 읽었어요
저 얼마전 쌀국수 이틀 연달아 먹었어요. 속풀이엔 국수 ㅎㅎ. 맛있게 보여요. 수술 동안 회복실에서도 안 쉬고 독서하는 라로 님 눈은 괜찮나요? 눈이 넘 힘들어요 ㅠ

라로 2022-10-16 05:46   좋아요 0 | URL
저 책 같이 읽어요!^^
속풀이엔 국물,, 여긴 맛있는 쌀국수 찾기 힘들어요. 거긴 베트남 이주민들이 많아서 맛있는 쌀국수 많을 것 같아요!! 한국은 먹는 거 천국!!^^;;
저 국수 맛있네요,, 다음에 또 먹어야지,,ㅋㅋㅋ
눈이 당연 안 좋죠,, 전 시력이 너무 나빠졌어요,,ㅠㅠ 노안 라식이라는 게 있다면 당장 하겠어요.ㅠㅠ

바람돌이 2022-10-15 17: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지향하는 국수가 너무 많아서 방황에서 빵 터졌어요. 그러고보니 저는 맨날 방황합니다. 국수앞에서도 방황하고 밥앞에서도 방황하고.... ㅎㅎ
전영애선생님이 누군지 찾아보니 독일문학 번역 주로 하신 분이군요.
거기서는 하겐다즈 좀 먹을만한 가격인가요? 저는 하겐다즈 좋아하는데 우리나라에 하겐다즈 공장이 없대요. 그래서 가격이 진짜 진짜 사악해요. 제이 작은 컵 하나에 5500원인가? ㅠ.ㅠ
하겐다즈에 건의메일 보내고 싶어요. 한국에 하겐다즈 공장을 허하라!!!

라로 2022-10-16 05:50   좋아요 1 | URL
ㅎㅎㅎㅎㅎㅎㅎ우리는 늘 방황하죠!!ㅋㅋ 어디 먹는 것 뿐인가요,,ㅠㅠ
저도 잘 모르는 분이었는데 알라딘에서 알게 되었어요. 여백 서원을 운영하신다고 하는데 가보고 싶어요.
그 여백 서원 근처에 괴테마을도 진행중이래요. 한 사람의 시작이 마을이 되네요.^^
여기도 비싼데 백화점 같은 곳에서 사면 그정도 하고요 마트에서 미리 만든 팩으로 사면 그나마 저렴한 편인데 저는 그것도 세일 하는 거 기다렸다가 사서 더 저렴하게 먹어요.^^;; 그런데 자주 세일을 안 하니까 한 번 하면 쟁여서 사요.ㅠㅠ
공장 문제인지 몰랐어요! 여긴 그럼 당연히 공장이 있는거겠죠??^^;;;

잉크냄새 2022-10-16 22:4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국수가 먹고 싶다

-이상국-

국수가 먹고 싶다

사는 일은
밥처럼 물리지 않는 것이라지만
때로는 허름한 식당에서
어머니 같은 여자가 끓여주는
국수가 먹고 싶다

삶의 모서리에 마음을 다치고
길거리에 나서면
고향 장거리 길로
소 팔고 돌아오듯
뒷모습이 허전한 사람들과
국수가 먹고 싶다

세상은 큰 잔치집 같아도
어느 곳에선가
늘 울고 싶은 사람들이 있어

마을의 문들은 닫히고
어둠이 허기 같은 저녁
눈물자국 때문에
속이 훤히 들여다 보이는 사람들과
따뜻한 국수가 먹고 싶다


----------------------------------
국수만 보면 떠오르는 시입니다.

라로 2022-10-17 08:03   좋아요 0 | URL
국수만 보면 이 시를 떠올리시는 잉크냄새님!!!💘
이 시는 저도 아는 시인데 올려주셔서
다시 읽어보니 넘 좋군요!!
저도 앞으로 국수를 먹으면 이 시가 떠오를 거에요!
이렇게 올려주셔서 넘 감사합니다!!!^^

psyche 2022-10-17 13:2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 저 국수 먹어보고 싶다. 나도 국수 진짜 좋아하는데 하며 내려오다가 지향하는 국수가 너무 많아서 방황했다는 말씀에 빵 터졌습니다. ㅋㅋㅋㅋㅋ

라로 2022-10-17 15:17   좋아요 0 | URL
다음에 한국에서 돌아오시면 엔양이랑 같이 아케이디아에서 만나요!!!
저거 아케이디아 몰에 있거든요, 딘타이펑 맞은편!! 제가 쏠게요!!
그거 먹고 레이디 엠 케이크랑 커피 마셔요!!!!

psyche 2022-10-17 15:45   좋아요 0 | URL
좋아요! ㅎㅎㅎㅎ

라로 2022-10-17 16:08   좋아요 0 | URL
그럼 결정된 거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