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oon 5 - Girls Like You ft. Cardi B (Volume 2) 


이 노래 운전하면서 듣기만 하다가 방금 유튜브 찾아보니까 생각보다 신난다. 예예예~예예예~예~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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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이 시험이라 공부 좀 하고 자려고 했더니 눈꺼풀이 떠지지 않을 정도로 피곤하다. 어젯밤 12시가 넘어 wordle 한 후에 잠이 들었는데 새벽 3시쯤 눈이 떠졌다. 그 이후로 눈을 감고 잠을 자려고 무던히 노력했지만 허사였고 2시간 후에 자리를 털고 일어나 샤워를 하고 준비해서 병원에 도착하니까 오전 5시 45분이었다. 옷 갈아입고 클락인 하고 6시부터 일을 했는데 오늘은 수술이 별로 없는 날이었다. 원래 7건이었는데 나중에 2건이 추가되어 총 9건. 결국 나는 오후 4시 30분에 병원을 나와서 냉면을 먹으러 간 다음에 파리바게뜨에 가서 먹을 것을 사 오고, 마트에 들러서 나랑 친한 의사가 좋아하는 보리 과자와 참 크래커를 잔뜩 사가지고 왔다. 사무실에서 공부를 하려고 했더니 눈이 안 떠져서 커피와 디저트를 먹었더니 이젠 배가 불러서 졸리다. 하아~~~


그래도 머릿속에서는 계속 내 goal statement를 생각하고 있다. DNP가 되고 싶은 이유, 목적 뭐 이런 거 생각 안 해봤는데 뭐라고 할까? 나는 왜 DNP가 되고 싶은 것인가? 며칠 전에 파사데나 수술실에 갔을 때 PA인 K가 왔다. K에게 너는 PA 스쿨에 신청할 때 goal statement 뭐라고 썼니?라고 물어보니까 자기는 빈민국의 아이들 중에 언청이라고 불렸던 구순구개열로 태어나는 아이들을 돕고 싶다고 썼다고 한다. 


미국에서도 구순구개열로 태어나는 아이들이 있지만, 여기는 태어나자마자 수술을 하니까 그렇게 태어나는 사람들이 없어 보이지만, 유명한 배우 호아킨 피닉스도 구순구개열 수술을 한 자국이 선명히 보인다. 그러고 보니 홍금보도 그렇고 우리나라의 이희준 배우도 수술 자국이 살짝 보인다. 어쨌든 그 친구는 그걸 goal statement로 써서 냈는데 PA 학교를 졸업하고 아프리카로 가려고 했는데 코비드가 발발해서 아직까지 의료시술을 펼치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이 친구뿐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분명한 목표가 있는데,,,, 나는? 나도 사실 없는 건 아닌데 너무 평범하다. 그렇다면 평범한 것이라도 멋지게 표현을 해서 써내야 하는데 그럴 능력이 없으니,,, 이럴 때 글 잘 쓰는 사람들이 너무 부럽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 책을 더 열심히 읽고 따라 해야지. 역시 따라 하는 것은 나의 힘!

















전영애 선생의 책은 말할 것도 없이 많은 도움이 되지만, <소방관의 선택>이 좀 더 실질적인 도움이 된다. 그녀가 쓴 책을 읽어 본 사람은 알겠지만, 우리 뇌가 어떻게 반응(?) 하는지에 대한 글이 있다. 위험에 반응하는 우리의 뇌. 나는 간호사를 하면서 소방관처럼 거시적인 위험에 직면한 적은 없지만, 그녀가 쓰고 있는 상황이 어떤 것인지 너무 잘 느껴진다. 불이 나기 시작하면 걷잡을 수 없는 것처럼 환자의 상태가 나빠지기 시작하면 걷잡기 힘들다. 증상에 따른 대응 알고리듬이 있기는 하지만, 비슷한 상황이 너무 많기 때문에 상태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능력이 우선시 된다. 그런 것을 타고난 사람들도 있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 경험이 중요하다. 그래서 병원에서 경력이 오래된 사람을 고용하려고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나는 PACU에서 경력이 가장 짧은 사람이다. 우리 디렉터가 나에 대한 좋은 얘기를 많이 들어서 경력 미달(2년 이상이 되어야 PACU에 신청할 자격이 된다)이지만 뽑아줬다. 나는 경력은 없지만, 어떤 예감이 잘 맞는 것 같다. 환자가 나빠지는 상태의 냄새를 맡는다고 하면 이상하지만, 나빠지는 걸 잘 알아차릴 수 있다고 해야 하나? 그건 아마도 관심에서 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내 자랑이 아니고 내가 경력이 부족하니까 환자들 곁을 다른 간호사들 보다 열심히 지키고 살피는데 그래서 그런 것 같다. 


그래서 나는 그런 걸 쓰려고 하냐면 그건 아니고, 나는 비만 인구에 내가 기여할 수 있는 것에 대해 생각해 보고 쓸까? 뭐 일단은 그런 생각인데, 그게 너무 뜬구름 잡는 것 같은 이야기인 것도 같다. 그러니까 마약을 퇴치하자 같은... 머리가 좀 좋아서 거미줄처럼 생각이 퍼져나갔으면 좋겠다. 아직 준비가 안 되어 그런 것이겠지? 역시 결론은 따라 하는 것도 책을 더 많이 열심히 읽어야 한다는 것.


구순구개열 하니까 내 뒤에 앉던 중학교 동창 B가 생각난다. 얼굴은 갸름하게 이쁘게 생겼었는데 구순구개열이라 아이들의 놀림거리가 되고 늘 죄인인 것처럼 지내던 아이. 그래도 지금 생각하니 아주 용기 있는 아이였다는 생각이 든다. 나였다면 학교를 안 다녔을 텐데. 지금 그 아이는 누구의 엄마가 되어 있을 수도 있는데 수술은 했을까? 행복하게 잘 살고 있으면 좋겠다. 


Ed Sheeran & Justin Bieber - I Don't Ca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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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yche 2022-11-01 16:1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노래 좋아해요!

라로 2022-11-03 12:04   좋아요 0 | URL
좋아하실 줄 알았어요!!^^
 

어제 프님에게 댓글 달아서 그런가? 일 일찍 끝나자마자 냉면 먹으러 왔다. 캬! 한국에서 먹으면 금상첨화겠지만, 나는 이것으로도 감지덕지!!!
감사합니다! 잘 먹겠습니다!!! 😋

다 먹고 라로 참새가 어찌 파리 바게트방아간을 그냥 지나칠 수 있냐! 방금 거기 들러서 빵과 케이크등을 사왔다. 다른 건 내일 먹으면 되는데 티라미수하고 모카케이크는 오늘 먹어야 할 것 같아. 박스에 “구입 후 바로 드세요.”라고 써있네. 욕심은 많아가지고 두 개나 사왔다!!😿

그런데 티라미수 사올때마다 위가 지저분하게 되어 있어서 원래 그런 것인 줄 알았더니 차에서 흔들려서 그런 가 보다. 어쨌든 디저트 먹고자야지. 내일 시험이니까. (시험 전 날이라 이렇게 막 사먹는 것 같다!!!는 깨달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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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2-10-19 12:3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미국에도 파리바게트가 있군요? 전 외국에는 파리에만 있는줄 알았습니다 ^^

라로 2022-10-19 12:42   좋아요 2 | URL
파리에도 있겠죠?? 여기 있어서 그나마 한국에 대한 향수를 달래줍니다요. 제가 대전에 살 때 제가 살던 아파트 단지에 파리바게뜨가 있어서 매일 갔었거든요. ㅎㅎ

mini74 2022-10-19 17: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내일 시험이시군요. 저희 아이도 중간고사 기간 ~ 내일 시험 대박나소서 ㅎㅎ*^^*

라로 2022-10-20 03:25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아드님은 당근 A!!!! 🙏🙏🙏
 

모로 가도 서울로만 가면 된다는 말은, 우직한 제가 가장 싫어하는 말 중 하나입니다. 목적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라는 말 아닌가요. 세상이 어찌 되라고 그런 무책임한 말을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대 일에 있어서 다만 바른 일만 행하라
다른 건 저절로 이루어질 것이다.

많이 힘 쏟아 행한 바른 일
그것에 더는 마음 쓰지 않는다
그러나 무시로 저지른 잘못된 일
그건 유령처럼 내 눈앞을 겅중겅중 뛰어다닌다.

인생을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는 자
결코 성취하지 못하며
자기 자신에게 명령하지 않는 자
언제까지이고 종이다

바른 길은 결코 아쉽지 않을 것이니
오직 감정과 양심에 따라서 행동하라.

"덕은 외롭지 않고 이웃이 있게 마련德不孤必有隣"

바른 신념을 갖기도 쉽지 않지만, 겨우 바른 신념을 가졌을 때 그것은 또 얼마나 쉽게 독선으로 반전하곤 하는가요. 자기 혼자만 옳다는 독선에는, 온 세상을 차단해버리는 이 조용한 폭압의 논리에는, 제가 아끼는 젊은이들은 빠지지 않았으면 합니다. 아니, 어느 젊은이든, 어느 늙은이든 빠지지 않았으면 합니다.

수천 권의 책 속에서 진실로
혹은 우화로 그대에게 나타나는 것
그 모든 것은 하나의 바벨탑에 불과하다
사랑이 결합시켜주지 않으면

언젠가 한번 마음을 끈 것, 그 마음에 위로를 준 것은 오래오래 사랑했습니다.

눈여겨보았던 꽃에 대해서는 평생 식물 연구가 이어졌고, 언젠가 마음을 의탁했던 바위에 대한 추억은 평생 지질 연구를 하게 했고, 언젠가 한번 신비롭게 본 색채 현상에는 40여 년 동안의 광학 연구가 이어집니다.

그대 나만큼 오래 떠돌았거든
나처럼 인생을 사랑하려 해보라.

글 배워 책 읽었거든 바르게 살라는 당부를 기억하며 그렇게 만들었다고 합니다.

‘사랑’은, 온갖 저열한 것에도 적용되지만, 모두들 너무도 잘 알다시피 인류가 찾아낸 가장 좋은 것의 이름입니다.

들어서는 사람은 그 자체로 귀합니다. 이 동네를 찾아온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사랑이란, 그 어떤 지침을 받아서가 아니라 저절로 마음속에서 일어나는 것입니다. 때로는 거역할 수 없게, 그냥 그 마음이 일어나기를 바랄 뿐입니다.

서원에는 잘 키워야 할 나무가 많습니다. 서원을 짓기 오래전부터 넓은 서원 터가 나무 고아원이었기 때문입니다.

가까스로 빚을 갚아나가던 10년 동안 그 터에다 학교 계단 틈, 돌 틈에서, 하수구 속에서 잘못 싹튼 나무들을 구출해 심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참 이상합니다. 입양된, 그러니까 주인이 있는 나무들이 아무리 봐도 다른 나무들보다 잘 자랍니다. 아마도 나무를 보면 자연히 그 주인 생각이 나서 자주 바라보고, 그러다보면 뽑은 잡초나 낙엽도 거름이 되라고 그 나무 발치에 한 줌씩 놓아주곤 했으니 그럴 것입니다.

혼자 있어도 늘 많은 좋은 사람들과 함께 있는 것 같아서, 나무 한 그루 한 그루가 얼마나 귀한지 모릅니다. 거름이라도 좀 주고 싶은 마음이 절로 들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급기야 나는 분수 모르고 농부까지 돼버렸고, 구출해온 그 어린 고아나무들이 지금은 모두 믿을 수 없을 만치 우람한 나무가 돼 서원을 지키고 있습니다.

"심각하진 않게, 노상 생각한 것 같네요. 몸에다는 워낙 들인 공이 없어서, 언제 회수당해도 불만 없다 하며 살았지요."

달리 보면 하루하루 힘껏 살았고 그걸로 감사했기에 다른 생각이 없지 않았나 싶기도 합니다. 그런데 언젠가 누가 나에게 10년 후에 무얼 하겠느냐고 물었고 그 이후의 10년이 내 생애의 가장 생산적인 10년이 되었다고 했었는데, 그 시간은 꿈에 대해 가장 많이 생각한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10년 정도만 생각합시다. 10년은 내다보고 살아야겠지요. 10년 후의 자기 모습은 마음에 있어야겠지만, 단순히 역할이 아니고 사람 됨됨이면 좋겠습니다. 사람이 있어야 무언가 하지요."

좋은 꿈이라고 해서 하루아침에 이룰 수 있을까요. 삶에다, 마치 조제약에다 한 가지를 첨가하듯 꿈을, 어떻게든 조금씩이라도 섞어가면, 삶이 견디기 낫고 사람도 반듯해지고 꿈도 단단해지겠지요.

꿈을 가장 가시적으로 가장 확실하게 실현하는 것이 아마도 번듯한 집을 짓는 일인 모양입니다.

시골생활은 무엇보다 현지와의 융화가 첫째이고, 그 융화는 참으로 오래 공을 들여야 하는 것입니다. 그러지 못하니, 결국 겉돌기만 하다가 집을 내놓기도 합니다. 내놓은 집이 팔리지 않으면, 그림 같은 빈집이 됩니다. 늘 나도 저렇지 않나 싶어 스스로 돌아보곤 합니다.

꿈의 실현같이 좋은 일에도 조금씩 쌓이는 것이 필요합니다. 하물며 어렵고 문제 많은 일들에서야 더욱더 그렇지 않을까요? 그런데 조금씩 고쳐가고 쌓아가는 일에 우리는 별로 익숙하지 않은 듯합니다. 뭐든 확 바꾸고 와장창 뜯어고칩니다. 확 바꾸면 있던 그 문제야 사라지지만, 대신 다른 문제가 무더기로 생겨날 수밖에 없는데도 문제 해결 방식이 대체로 그렇습니다.

좋은 집이야말로 조금씩, 최소한 몇십 년은 내다보며, 올바른 생각과 수단을 통해 지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러지 않으면 꿈도, 집도 금방 폐가가 되어버리고 말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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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도 내가 찾으려고 했던 페이퍼를 도무지 찾을 수가 없었는데 오늘도 전영애 선생의 책 <꿈꾸고 사랑했네 해처럼 맑게>을 읽으며 예전에 내가 올렸던 글이 있어서 찾으려고 했더니 역시 찾을 수가 없다. 나름 태그를 잘 사용한 줄 알았는데 아직도 부족한가 보다. 


어쨌든 오늘 내가 읽은 부분은 


눈물 젖은 빵을 먹어보지 않은 이

근심에 찬 여러 밤을

울며 밤을 지새워보지 않은 이

그대들을 알지 못하리, 천상의 힘들이여


예전에 엔 군이 볼티모어에서 (바로 작년에 있었던 일이네) 아르바이트로 가가호호를 하면서 pesticide 서비스를 판매하는 일을 했었다. 3개월 동안. 매일 몇 십 마일을 걸어서 모든 집을 노크하고 다녀도 문을 열어주기는커녕 어떤 집은 개를 내보내서 쫓아내는 집도 있다고 했다. 차도 없이 회사에서 어떤 길에 내려주면 데리러 올 때까지 배고파서 꼬르륵거리는 배를 움켜쥐고 세일즈를 하려고 했던 아이. 돈이 없지는 않았지만 목표(트럭을 사려는)가 있기 때문에 돈을 가급적이면 안 사용하려고 했다고 한다. 


어쨌든 그곳은 비도 자주 오는 곳이라서 비를 맞으며 빵을 먹기도 자주 했다는데, 비가 오는 어느 날 자기가 왜 다른 친구들처럼 집에서 편안한 일을 안 하고, 더구나 집하고 완전 반대인 곳에 와서 이 고생을 하고 있나? 뭐 그런 생각이 들면서 비를 피한다고 웅크리며 빵을 먹는데 눈물이 나더라고 했다. 사실 엔 군은 그 일을 할 필요도 없었고 그 일을 했다고 해서 돈을 엄청 많이 번 것도 아니다. 오히려 이 나쁜 회사가 순진한 젊은이들을 이런 식으로 이용해 먹는 것인지 모르지만, 이 회사에서 아이들 각자를 개인 사업자로 등록을 해서 더 많은 세금을 내게 된 것이다. 엔 군은 팀에서 가장 많이 판매한 사람이 될 정도로 열심히 일했지만 결국엔 그만큼 세금도 엄청 많이 냈다. 


어쨌든 나는 언제나 괴테의 저 구절을 보면 내가 보지 않았지만 상상이 가는 엔 군의 모습이 떠오른다. 회사에서 준 회사 티셔츠를 입고 회사 로고가 적힌 모자를 쓰고서 잘 못 먹어 살이 속 빠져 고생하는 모습인데 손에는 비와 눈물로 범벅이가 되어 먹기도 힘들어 보이는 빵을 들고 있는 모습. 언젠가 내 꿈에 나타났던 모습, 악몽이라 다행이었지만. 


나도 그런 빵을 먹어봤다. 하지만 나라는 인간은 참 단순하고 머리가 나빠서 그런가 잘 기억이 안 난다. 전영애 선생처럼 어려웠던 일들이 생생하게 기억나지는 않는데 그건 아무래도 내 어려웠던 일이 그분과 비교도 안 되기 때문이겠지. 아니면 내 기억의 매커니즘은 너무 잘 운영이 되어서 (내 입장에) 안 좋은 기억을 차단하는 능력이 있을지도 모르고.


자기가 공부 잘 한 것을 이렇게 겸손하게 말하시는 분은 처음 봤다. 그분의 글을 읽고 넘 부끄러웠고, 조그만 일도 떠벌리는 내가 더 부끄러웠나? 눈물이 났다.

감옥에 앉아 있는 사람들도 있는데, 저도 어딘가에 앉아는 있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도서관에 쭈그리고 앉았고, 그러다보니 졸업 때 그만 성적이 너무 좋아 요란한 상을 받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게다가 학과를 빛냈다고 큰 특전까지 받았지요. 조교 보조가 되어 저녁에 학과 사무실을 지킬 수 있게 된 것입니다.


도서관에서 쭈그리고 앉아서 공부한다고 다 졸업식에 요란한 상을 받거나 학과를 빛내고 할 수 있는 건 아니다.

"똑똑한" 여자가 어디서 용인되는 시절이 아니었지요. 더욱 답답한 것은, 똑똑하지도 못하면서, 똑똑한 여자 취급을 안 받으려는 노력까지 끝없이 기울여야 하는 상황들이었습니다.


똑똑한 여자가 용인되지 않는 시절인데 똑똑한 여자 취급 안 받으려고 노력해도 똑똑한 것은 감출 수 있는 것이 아니지. 기본도 없이 어떻게 살림하다가 시험 봐서 붙는다는 것 자체가. 정말 머리도 좋으신데다 노력도 엄청 하시는 분인 것 같다. 이런 분을 어찌 이겨! ㅎㅎㅎ 그러니 군대 갔다 돌아온 그 조교는 남자라서 전영애 선생의 조교자리를 뺏을 순 있어도 시험에서 이길 순 없었던 것이리라.


어쨌든 내일 아침 6시에 일하러 가야 해서 글을 길게 쓸 수 없지만, 전영애 선생의 글을 읽으며 반성도 하게 되고, 새로운 다짐도 하게 되고, 아들도 생각나고, 감정이 막 춤을 추는 것 같다.


엔 군은 그렇게 비와 눈물에 젖은 빵을 먹어서 그런가 아이가 단단해졌다. 뭘 하든 나는 그 아이가 어려운 고비가 와도 잘 넘길 거라고 믿는다. 이제는 예쁜 여자친구가 생겨서 행복해하면서 학교 공부를 열심히 하는 엔 군이 대견하다. 나는 나대로 어려운 시기를 겪긴 했지만, 내가 겪어야 하는 어려운 시기는 아직 남아있는 것 같다. 슬기롭게, 진득하게 받아들이자. 약은 생각으로 어떻게 넘기거나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아서 넘기려는 생각은 하지 말자고 다시 다짐해 본다. 나는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강하고 멋진 사람일지도 모르니까.


어떤 책들은 이렇게 딱 필요한 시기에 만나게 된다. 기적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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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의화가 2022-10-18 17:2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전영애 선생님 볼수록 대단하신 분 같아요. 누구에게나 그런 고생스러운 순간들이 있겠죠. 눈물젖은 빵! 그런 경험들이 피와 살이 된다고 해도 때론 그것을 외면하고 싶을텐데 결국 그 상황을 감내하고 받아들여야 넘어설 수 있는 것 같아요.
신형철 신간이 나왔네요. 전작을 잘 읽었는데 이번엔 어떨지 궁금합니다. 몇몇 분들이 읽어주시겠죠?^^;

라로 2022-10-19 11:11   좋아요 1 | URL
정말 대단하신 분이에요. 머리가 좋고 대단한 집념과 뭐 그런 것도 그렇지만, 저는 이분의 우직함이 젤로 좋아요. 순수하고 꾸밈없는 모습도 그렇고요,, 예전에 곽아람의 <공부의 위로>인가 읽었을 때 교양수업 들은 이야기 나오는데 지금 되집어 보니까 전영애 교수님의 수업을 곽아람씨가 들었던 거 아닌가? 싶어요,, 앞뒤가 맞는다고나 할까요? 그때 그 부분 읽으면서 엄청 부러웟거든요. ㅎㅎㅎ
암튼, 너무 멋지게 표현하셨어요,, 감내하고 받아들이지 않으며 안 되는 것이 있는 것 같죠!^^
신형철은 사놓기만 하고 읽지 않은 책의 작가인데,, 이제 읽어야 할 것 같아요.^^;

mini74 2022-10-18 19:0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진짜 대견하고 멋집니다. 그런데 왜 제눈엔 ㅎㅎ 예쁜 여자친구가 생겨서…. 가 눈에 쏙 들어오지요. ㅎㅎ 멋진 젊은이 엔군 축하축하 *^^*

라로 2022-10-19 11:12   좋아요 1 | URL
ㅎㅎㅎㅎ 예쁜 여자친구 생겨서가 사실은 포인트거든요!!ㅋㅋㅋㅋ 제 글이 성공한 거죠!!^^;;;

햇살과함께 2022-10-18 19:5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pesticide가 뭔가 찾아봤네요 ㅎㅎ
진짜 살충제?!
자녀분들이 다들 라로님 닮았나봐요~

라로 2022-10-19 11:15   좋아요 2 | URL
살충제로 많이 쓰이지만 살충제를 파는 회사는 아니고 방역회사(?)라고 하나요? 소독하고 방역해주는 회사의 서비스를 파는 거였어요,, 저희 엔 군처럼 순진한 아이들이 많았는지 여름마다 그거 한다고 하는 애들이 엄청 많다네요,,, 저희는 반대하고 싶었지만 해봐야 딴소리 안 하고 부모 말이 옳다는 거 알 것 같아서 그냥 하게 했어요. 그랬더니 저런 얘기를 해주더라구요. 그래서 이번 여름방학엔 그 메니져가 제 아들 다시 일하러 오면 얼마를 더 준다고 꼬셨는데도 안 가더라구요. 경험으로 아니라는 것을 배운거죠.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