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을 따뜻하게 입고서 오늘 아침 두 번째 시험을 보러 갔다. 갔는데 계속 으슬으슬 춥고 콧물이 나왔다. 하지만 오늘이 마지막 ACLS 볼 수 있는 날이라서 떨어지지 않아야 하니까 최선을 다해야 했다. 아픈 내색도 하면 안 되고.

지난 번 PALS를 봤기 때문인지 오늘 시험은 좀 쉬웠다고 생각은 했지만, 쉬우니까 더 헷갈렸다. 그런데 단 하나 틀렸다. 98%로 합격이 되었다. 왜 이렇게 잘했지??^^;;

암튼 집에 와서 뜨끈하면서 얼큰한 국물을 먹으면 좀 좋아질 것 같아서 풀무원에서 나온 매운 라면을 끓여서 먹었다. 그리고 땀을 내며 잠을 푹 잤다. 일어나서 vitamin C 하고 zinc를 챙겨 먹었다. 아직도 목이 아프고 으슬으슬 하고 그렇지만 오랜만에 침대에 누워있으니까 넘 좋다. ㅋㅋ

그동안 열심히 일했다. 겨우 2년인데도 한 5년을 일 한 것같다. 어쨌든 플루로 지나가게 되어 다행이다. 암튼 덕분에 독보적 챌린지는 하루 쉬는 것으로.

두꺼운 듄 다시 읽고 있다. 10월은 읽다 만 책 다 읽는 것으로 마무리 하고 11월은 새로운 책들과 시작하고 싶다. 새로운 책이라는 단어에 벌써 설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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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나무 2022-10-25 08:5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프시면 안됩니다ㅜㅜ
저는 주변사람들 아픈 게 제일 싫어요!!!
시험을 잘 보셨다니 다행입니다^^
바쁘셔도, 아프셔도 늘 책을 사랑하는 라로님!!♡

라로 2022-10-26 06:03   좋아요 1 | URL
맞아요!! 주변 사람 아픈 거 젤 싫죠!! 저도요!! 시험 봤어요. 이제 2년동안 저 시험 다시 안 봐도 되니까 좋아요. ㅎㅎㅎ 홀가분합니다요!!

2022-10-25 09: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10-26 06: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거리의화가 2022-10-25 09:3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라로님 그동안 시험 준비에 일까지 하느라 몸이 허해지신걸까요. 잘 챙겨드시고 푹 쉬셔야 합니다.
그리고 무려 98% 점수로 합격하신거 축하드려요!^^

라로 2022-10-26 06:06   좋아요 1 | URL
간호대 가기 전부터 쌓인 것이 이제 드러난 것이 아닌가 싶어요. 어제 오늘 아마도 내일까지 푹 쉴 것 같아요. 감사합니다!! 저도 점수보고깜놀했어요. ㅎㅎㅎ

레삭매냐 2022-10-25 10:0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감기 조심~하세요 ~~~

여도 금방 추워져서 오늘
아침에 돗바를 입고 나왔
답니다.

장애인 단체 지하철 시위
로 4호선 난리가 났더라
구요 ㅠㅠ

시험 합격은 추카 추카~
뚜끈한 라멘 땡기네요.

오늘은 월급날! 아이 씐나 -

햇살과함께 2022-10-25 10:46   좋아요 1 | URL
앗 저도 오늘 출근 25분 더 걸렸어요;;
내려서 버스 탈까 하다 귀찮아서 그냥 기다렸네요..
앗 저도 월급날 ㅎㅎ

라로 2022-10-26 06:10   좋아요 1 | URL
돗바!!!ㅎㅎㅎㅎ 저도 돗바입었어요!!!^^

어제 푹 쉬고 오늘도
몇가지 일 처리하고 지금까지 침대에서
뒹굴거리고 있어요. ^^

장애인 단체 4호선 시위라니
어떤 일인지 찾아봐야겠어요.
잘 해결이 되길…

해장국이 참 땡기는데
여기는 구하기가 어려우니까
라면으로 대체. 근데 괜찮네요.
속이 시원했어요. ^^

월급날이시구나!!!! 어제 뭐 드셨어요???
(늘 매냐님뭐 드셨나 궁금한 일인^^;;;)

햇살과함께 2022-10-25 10: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라로님, 축하드립니다~!
역시 라면은 얼큰한 국물 ㅎㅎ
푹 쉬시고요~~

라로 2022-10-26 06:13   좋아요 1 | URL
햇살과함께님도 월급날!!!
젤 신나죠!!!ㅎㅎㅎ
저는 이 주에 한 번 받는데
한국은 어떻게 받나요??
요즘은 이 주에 한번씩받는게 대세죠??
책 사셨다는 글 올라올 것 같아요. ㅎㅎㅎ

햇살과함께 2022-10-26 09:28   좋아요 0 | URL
한국은 아직도 ‘월’급이 대세입니다 ㅎㅎ
책은 월급에 상관없이 내키는 대로요 ㅋㅋ

라로 2022-10-26 12:56   좋아요 1 | URL
아직도 한 달마다 받는 군요,,
여기는 2 주마다 받는 게 대세인데요,,ㅎㅎㅎ
2주마다 받으니까 전 더 돈을 잘 쓰게 되는 것 같기는 해요.ㅠㅠ

transient-guest 2022-10-25 10:5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감기 조심하셔야죠 요즘은 참 이래저래 병이 무섭습니다 ㅎ 푹 쉬시고 회복하시기를

라로 2022-10-26 06:15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 그렇잖아도 플루샷 맞았다고 글을 올렸는데 요즘 플루가 도나봐요. 트랜지언트 게스트님도 플루 조심하세요! ^^

transient-guest 2022-10-26 06:37   좋아요 0 | URL
저도 주말에 맞을 예정입니다 꼭 맞으라고들 하네요 ㅎ

프레이야 2022-10-25 16:0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잘먹고 언능 나으세요!!

라로 2022-10-26 06:15   좋아요 0 | URL
한국 가고 싶다요. 잘 먹게. ㅎㅎ 고마와요!

blanca 2022-10-25 16:5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우, 합격 축하드리고 어여 몸살 나으세요.

라로 2022-10-26 06:16   좋아요 0 | URL
고마와요!! 어제 푹 쉬웠더니 많이 좋아진 느낌이에요! 감사합니다!^^

희선 2022-10-26 00:4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라로 님 축하합니다 시험 잘 보셔서 합격하셨군요 시험 때문에 마음 써서 몸살감기 걸리셨나 봅니다 이제 마음 편하게 먹고 푹 쉬세요


희선

라로 2022-10-26 06:17   좋아요 1 | URL
저도 좀 의외였어요. 점수가 생각보다 잘 나와서요. 네, 덕분에 맘이 편하네요. 희선님도 늘 건강하시고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 ^^

psyche 2022-11-01 16:0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98%로 패스라니! 공부를 너무 잘하시는 거 아니에욧! 그리고 나서 몸살 나셨군요. 이 때 푹 쉬시고 좀 나으신 다음에 장염에 걸리셨던 거군요. ㅜㅜ 지금은 다 나으신거죠?

라로 2022-11-03 10:43   좋아요 0 | URL
저도 믿기지 않는 점수였어요. 대강 턱걸이 할 줄 알았는데 그 전에 PALS를 했기 때문에 도움을 많이 받은 것 같아요.^^;; 지금도 가래가 나오고 뭐 그렇긴 하지만 괜찮아요. 프님도 건강히 지내고 계시죠?? 소식 좀 전해주세요!!^^
 

위대함이란 덧없는 것이다. 위대함은 결코 지속적이지 않다. 그것은 부분적으로는 신화를 만들어내는 인간의 상상력에 의지하고 있다. 위대함을 경험하는 사람은 반드시 자신이 속해 있는 신화에 대한 느낌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그는 사람들이 자신에게 투영하는 모습을 그대로 보여줘야 하고, 강한 냉소적인 감각도 지니고 있어야 한다. 그를 자신이 표방하는 모습에 대한 믿음과 분리해 주는 것이 이것이다. 냉소만이 그가 자신 안에서 운신할 수 있게 해준다. 이러한 자질이 없다면, 잠깐의 위대함일지라도 한 인간을 파멸시키고 만다.
? 이룰란 공주의 『무앗딥 어록집』

‘전형적인 하코넨 영지답군. 인간이 생각해 낼 수 있는 모든 방법으로 사람들을 비굴하게 만드니 말이야.’ 공작은 울화로 속이 뒤틀리는 것을 느끼면서 깊이 숨을 들이마셨다.

눈부신 여름날이 폭풍에 날리는 나뭇잎처럼 빠르게 그의 곁을 스쳐 지나가던 것도 기억났다.

그녀는 공작이 자신을 살랑이는 따스한 봄바람 같은 존재로 보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사업은 진보를 만든다! 운은 모든 곳을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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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꿈꾸고 사랑했네 해처럼 맑게 - 괴테와 마주앉는 시간
전영애 지음 / 문학동네 / 2021년 1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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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읽을 책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가끔 이제 책은 열심히 안 읽어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던 차에 만난 책이다. 이 책에 쓰여 있는 전영애 선생의 생각이 어처구니 없을 정도로 우직하고, 곧고, 바람직하고, 순수하고, 따라하고 싶은 것이 많고, 아름다워서 읽는 내내 많이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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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2-10-24 15: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라로님 덕분에 이 책을 알게 되었는데 요즘 많은 분들이 좋아하시네요. 곧 읽을게요. ^^

라로 2022-10-25 09:08   좋아요 1 | URL
많은 분들이 좋아하실만해요, 진짜로 하신 것들이니까요. 리뷰 기대할게요.^^

책읽는나무 2022-10-24 20: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읽고 싶네요.
저도 울 수 있을까요??^^

라로 2022-10-25 09:08   좋아요 1 | URL
저보다 더 많이 우실 것 같아요!!^^

햇살과함께 2022-10-25 10: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찜 합니다~!
출근길에는 읽으면 안되겠네요^^

라로 2022-10-26 07:25   좋아요 1 | URL
출근길에 읽어도 좋죠. 다만 속으로 울먹이시면,,^^;; 어쨌든 이런 분이 계셔서 참 든든해요.
 

그 책은 그것 하나만 들고도 걸음을 옮기기 어려운 무게였습니다. 10킬로그램쯤 된다는 이야기를 전화로 들었지만 과장이려니 했는데, 막상 직접 들어보니 그 갑절이 넘는 것 같았습니다. 안 그래도 힘에 부치는 짐에다 그런 걸 더하였으니 정말 도리가 없었습니다. 어찌어찌 공항까지 가서 비행기는 탔으나, 돌아와서 한 이틀 자리에서 일어날 수가 없었지요.

독일 바이마르에서 열린 괴테 아카데미 행사에 갔는데, 대체로 연로하신 분들이 고전을 다시 읽어보겠다면서 모여, 최고 전문가들의 해설을 들어가며 여러 날을 아침부터 저녁까지 꼬박 공부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 모습도 놀라웠고, 낯선 분들이 제가 거기 있다고 또 한국어 번역에 대한 이야기를 부러 청해 듣는 것도 놀랐습니다. 사실 이런 분들이야말로 문화와 예술, 학문을 키워가는 장본인들이고, 그런 사람들이 많은 것이 제가 독일에서 가장 부러워하는 바입니다. 괴테, 쉴러, 베토벤, 모차르트도 다 저런 분들이 있었기에 활동할 수 있었고 또 우리 곁에까지 와 있는 것이지요. 이들을 위해 괴테 쉴러 아카이브가 육필 원고를 공개하는 특별한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저도 달려가서 손을 떨며 보았습니다.

60년 동안 쓴 괴테도 대단하지만, 그것을 그렇듯 소중히 여기는 후대도 참으로 대단합니다. 더구나 지금은 세계 어디서나 책의 지위가 많이 위축된 시대인데 말입니다.

보통 곁에는 제가 읽어 온 보통 『파우스트』 판본도 놓여 있지요. 그 책은 낱장으로 흩어져 고무줄로 묶어두었습니다. 45년을 두고 읽은 탓입니다.

"첫 번역처럼, 운문처럼"이라고 해설의 제목을 달았습니다. "운율의 보고"라 불리는 그 정교함을 다 살릴 수야 없지만, 초심으로, 평생을 걸고 옮겨 제대로 전하고 싶은 작품이 세상에 있다는 것이 참 감사할 따름입니다.

이제는 속도뿐만 아니라, 천천히 공들이는 일들의 가치에도 조금씩 눈이 가야 할 때인 것 같고, 그래야 사회도 견고해질 것 같아서 더욱 그렇습니다.

"히- 히- 공부해야지……"

손에 든 책을 놓지 못해서 화장실을 못 가고 있다가 읽을 책장이 몇 장 안 남자 문득, 다 읽어버리는 것이 아까운 생각이 들었고, 그제야 겨우 자리에서 일어나 잽싸게 화장실을 다녀오던 참이었다. 얼마나 한심하던지. 도대체 내 나이가 몇이던가.

그런 천치 같은, 쉰여덟 아낙의 손에서 아주 잠깐 놓여났던 작은 책은 이제야 손에 잡힌 푸코의 『담론의 질서』였다.

그의 전형적인 지식론, 담론론이 무르익은데다 어눌함을 가장한 듯한 재치와 인간적 매력까지 더해진 강연문인 터라 매료되었던 것 같다.

글의 힘. 아직도 때로는 세상을 움직이기도 하는 글의 힘이 어디에서 나오는가는 지난 몇 년간 골똘히 생각해온 주제이기도 하다. 어떻게 그런 글들은 쓰이는 걸까. 제대로 공부를 했더라면 이제쯤은 가끔은 어쩌면 그런 글을 스스로 쓸 수도 있어야 할 때이건만, 이제야 가까스로 그런 글들을 찾아 읽을 수 있게 된 것 같다.

그러나 삶과의 괴리가 역력합니다. 예컨대 경제관념이 없습니다. 사실 돈을 쓸 시간도 별로 없었지요. 더 벌어들일 시간이야 더더욱 없었습니다. 그럼에도 어떻게든 살아졌습니다. 남 보기에 제법 잘 살아졌습니다. 계발하지 않는 능력은 위축되게 마련이라, 웃지 못할 이야기가 한둘이 아닙니다.

그렇다 해도, 돌아보면 글을 배워 좋은 글들을 읽을 수 있었던 것이야말로, 더할 나위 없는 축복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글을 만나고, 글을 통해 사람을 만나고, 또 같은 글을 읽은 사람들을 직접 만나게도 되고…… 얼마나 많은 소중한 사람들을 만났는지, 그 사람들의 마음속이야말로 제 삶의 천상적 지분인 것 같습니다.

?가까운 창가, 한 그루쯤 나무가 가지를 드리운 곳에 내 자리가 있다.

세계는 내게 도서관 내 자리의 망網이다. 세상 어딘가에, 곳곳에, 나를 아끼는 사람들은 그리로 나를 찾아 올 만큼, 때로는 우편물이 그리로 올 만큼의 내 자리가 있다는 건 얼마나 큰 부유함인지. 그런데 도서관에서야 어딜 가든지 그냥 앉아만 있으면 내 자리가 되니 쉬웠다. 달리 지상 어디에 그리 쉽게 한 자리가 생기겠는가. 세상사 서툰 사람이 세상에서 야무지게 해낸 일도 한 가지는 있는 것이다.

여백서원. 책이 가득한데, 이름은 여백이라 지었습니다. 책도 읽지만 숨 한번 돌리며 자신을 돌아보라는 뜻을 담았는데, 실은 여백餘白이 아니라 여백如白입니다. 흰빛 같이 맑은 사람들을 위한 책의 집인 것입니다.

알 듯 모를 듯한 책들을 그냥 읽었습니다.

대학교 2학년 때 난생처음으로 독일어 원서인 횔덜린의 『휘페리온』을 샀는데, 그게 너무도 귀해서 내내 안고 다녔습니다. 읽기보다는 들고 다녀서 낡았지요. 한 번도 쉰 적 없는 아르바이트 월급날이면 그때부터는, 충무로에 있던 나라에 하나뿐인 독일 책 전문 서점 ‘소피아’에 갔습니다.

볼 책은 자꾸 늘어나는데 책을 구할 수가 없었습니다. 어렵사리 구한 책들은 식구들이 모두 잠든 한밤중에야 일어나 읽었습니다. 집중해서 읽었습니다. 집중해서 읽는다는 건 저에게는 늘 동시에 번역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 어려운 시절의 버릇은 평생 동안 계속되었습니다.

천천히, 번역까지 해가며 읽은 책 한 권 한 권과 더불어, 매번 하나의 세계가 열려 오곤 했습니다. 유라시아 대륙을 끝에서 끝으로 내 두 발로 달려간 것도 같습니다. 나중에는 실제로 달려가기도 해보았지요.

함께 책을 읽던 추억은 사람들을 참 오래 묶어주는 것 같습니다.

이제 책 같은 건 없어도 살 듯한 세상이지만, 저는 책이 있어 산 것 같습니다. 책을 통해, 달리는 도저히 만날 수 없는 사람들을 만나며 사는 사치까지 누렸습니다. 글을 읽다보면, 좋은 글을 찾아 읽게 되고, 그런 글을 쓴 큰 사람을, 시공과 무관하게 만나게 됩니다. 잠깐 차 한 잔을 나누어도 가까워지는데, 누군가가 온 힘을 쏟아, 때로는 인생을 다 바쳐 쓴 책 한 권을 읽는다는 건 실로 엄청난 일입니다.

같은 글을 읽었다는 이유만으로도 사람들은 또 얼마나 가까워지는지 모릅니다.

함께 책을 읽는 즐거움을 나눈 멀고 가까운 곳의 참 많은 얼굴들이 끝없이 눈앞을 지나갑니다.

그런 사람들의 마음속이야말로 내 삶의 천상적 지분인 것 같습니다.

그래도 가장 행복한 시간은, 서원에서 해야 하는 일들을 어느 정도 마무리한 늦은 밤, 작은 등불을 들고 캄캄한 후원을 걸어 작은 단칸방 집의 불을 켤 때입니다. 혼자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시간인 것입니다. 노동하고, 읽고, 쓰고. 아마도 그게 마지막 날까지의 저의 모습일 것 같습니다.

긴 노역의 삶 끝에서 이렇게 말할 수 있을까. 성취의 어느 지점쯤에서 이런 말은 나올 수 있을까.

60여 년을 썼다는 『파우스트』 한 편의 이름만으로도 괴테는 버거운 존재입니다. 편수도 잘 헤아릴 수 없는 시들, 사연도 많고 때로 한 장르의 전범이 되기도 하는 소설들, 수많은 드라마…… 40년을 매달린 『색채론』은 또 어떻고요. 식물학, 광물학, 기상학, 동물학에 대한 논문도 많고, 프랑스 왕립 학술원에서 발표된 자연과학 논문도 있다는데 정말 한 사람이 한 일이 맞는가 싶습니다. 게다가 모차르트의 〈마술피리〉 2부도 기획했다고 하고, 남은 그림 스케치만 2500여 점에, 사는 동안 쓴 편지의 양도 어마어마하다는데…… 그의 바이마르 판 전집은 본문만 143권입니다. 뮌헨 판 전집이나 프랑크푸르트 판 전집은 33권, 46권에 불과하지만, 한 권이 1500쪽을 훌쩍 넘기기 일쑤라지요.

문인 괴테는 인간 괴테의 한 면모에 불과합니다.

대체 그것이 어떻게 가능했을까요? 그것도 신기한데, 그런 막중한 사람이 하는 말이 "꿈꾸고 사랑했네, 해처럼 맑게/ 내가 살아 있는 것, 알게 되었네"라니요.
그런데 이 소박함 역시 진정성이 묻어납니다.

씀으로써, 이룸으로써, 자기 자신의 당면 문제를 넘어서고 나아가 자신의 민족의 문학사, 문화사, 세계의 지성사를 써내려갔습니다.

인간이 그 고통 속에서 말을 잃어도
신 하나가 나에게 말하게 했다. 어째서 내가 괴로워하는지

그랬습니다. 그래서 썼습니다. 그 나이에도 그토록 사랑하고 괴로워할 수 있었습니다. 참으로 놀라운 사람입니다.

괴테는, 그 어느 연령에서든, 자연과 세상과 사람을 놀라워하며 바라보았습니다. 사람을 사랑했고, 사랑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 소박함이 아마도 그의 위대함의 핵이 아니었을까 짐작해봅니다.

세상 무엇이든 더이상 놀랍지 않을 때, 그 무감각은, 생물학적 연령이 어떻든 이미 실질적인 삶의 종말인지도 모릅니다.

세상을 그 가장 내면에서 지탱하고 있는 것이 무엇인가 하는 근본 물음과 결코 무뎌지지 않고 결코 무감각해지지 않는 감각, 열림이었을 것입니다.

팔을 책상 위의 쿠션에 올려야 할 만큼 지칠 때까지 읽고, 쓰고, 실험하고 또 구술한 사람. 그러나 일어서면 또 흔쾌히 정답게, 적절히 손님을 맞이하던 괴테의 얼굴을 그려봅니다.

놀라울 정도로 다방면의 활동을 하며 방대한 작품을 쓰는 와중에도 괴테가 보낸 편지는 2만여 통으로 추정되는데, 그중 남아 있는 것이 1만 5000통가량입니다. 그 많은 편지를 쓴 사람도 대단하지만, 200여 년 전에 여기저기로 보낸 편지를 그만큼이나 회수해 보관하고 있는 후손들도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지요. 그 힘이 어디서 나올까 생각하게 됩니다.

죽음을 목전에 둔, 닷새 앞둔 시인이 자기수양의 절박함을 이야기하고 조금이라도 더 배우고 싶은 마음을 피력합니다. 또 60년 공을 들인 대작을 "진지한 농담"이라고 부를 여유와 더불어, 마지막 공을 들이고도 그 어떤 이해도 기대할 수 없어 봉인을 해버리는 절망이 함께 거기 있습니다. 그러나 그렇게 마지막 힘까지 쏟아부어 한 작품을 완성한 힘 역시 같은 절망에 닿아 있을 것입니다. 생애의 마지막 순간까지 자신을 닦는 것이, 거짓 가르침이 횡행하는 시대 앞에서 무력할 수밖에 없는 개인이 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현실적 저항으로 읽힙니다.

남을 아껴주고 키워줌으로써 미미했을 수도 있는 그들 자신의 삶이 얼마나 찬란히 빛났는지, 빛나는지를 꼭 전하고 싶기 때문입니다.

도토리 키 재기 하느라 여념이 없고, 자기보다 조금만 더 커 보이면 미워하느라 공연히 스스로를 괴롭히고, 남도 괴롭히고 공기까지 오염시키는 일, 그런 좀스러운 일은 웬만하면 하지 않아야 우선 각자 저 살기가 좀 나아질 것 같고 사회가 건강해질 것 같기 때문입니다.

학교에서 마지막 수업을 하면서 제가 밝힌 저의 노후 직업은 ‘박수 부대’입니다. 바른 걸음으로 큰 길을 가는 이들에게는 언제나 박수를 쳐주고 싶습니다. 생각해보면, 바른 걸음으로 가는 길은, 나중에 돌아보면 다 ‘큰 길’이 되지요. 제가 박수 하나는 참 크게 칠 자신이 있지만, 그만큼 다양하게도 칩니다. 이 글에서도 그런 박수 소리가 조금 배어나오길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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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비가 와서 그런가? 아침부터 지금까지 하늘은 정말 너무 아름답고 신비로와서 숨이 멎는 것 같은 느낌! 그런데 내가 구름과 하늘을 좋아하는 걸 아시는 분도 나에게 그렇게 문자를 보내셨다. 그리고 정말 하늘이 너무 아름답다고! 아름다운 날들이 많지만 오늘은 유독 더 아름다운 것 같은데, 그 이유는 가을이기 때문인 것도 같다. 가을,, 그리고 시월,,, 이제 얼마 안 남은 시월. 그래서 오늘 내가 찍은 거의 50개가 되는 구름 사진 중에 6개를 그분께 보내드렸더니 문자가 왔는데 단 3글자. Wow!



우리 집 바로 코앞

햇살이 고대로 보이는 것 보면 사진기가 얼마나 좋아졌는지 실감이 난다.


이건 먹구름과 흰 구름이 이웃하고 있는 모습인데 참 멋지더라. 그야말로 장관이었음.


흰 구름만 보이는 것도 좋지만, 이렇게 막 어우러져 있는 모습도 느낌있다는!


그리고 현관을 들어가면서 시어머니가 현관 앞을 가을 분위기로 연출하셔서 다른 알라딘 친구들 흉내 내어 책 3권을 골라 찍어봤다. 다 아직 안 읽은 책들임. -.- 하지만 언젠가 꼭 읽을 책들임. 어쨌든 다 가을 느낌 나는 책들이라고 우겨본다. ㅋㅋ















배송하는 주문은 안 하려고 했는데 알라딘 굿즈 때문에 기어이 주문을 하고 말았다. 그리고 우체국에 연락해서 받는 대로 EMS로 보내달라고 했다. 그냥 4권만 샀기 때문에 미적거릴 이유가 없을 것 같아서.















이 주문을 하게 한 알라딘 굿즈는 바로 우드 리더.

나는 마호가니로 골랐다. 알라딘의 월넛은 안 그런데 다른 사람들이 월넛으로 된 가구를 사용하는 것을 봤는데 별로였다. 색상도 애매하고 촉감도 부드럽지 않고, 그래서 매끄덩 거리는 마호가니로 주문했는데 어쨌든 나무가 중요한 게 아니라 나도 가끔 눈이 안 좋아서 안경을 써도 안 보이는 경우가 있다. 글자가 너무 작은 경우!! 그렇다고 큰 글자 책을 주문할 수도 없고 말이지.ㅠㅠ

광고를 보면 안경을 쓰고 저것을 들고 읽으면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반즈앤노블에서 돋보기를 팔았는데 저렇게 큰 것은 없었다. 다 너무 작아서 사서 읽게 되면 스트레스 더 받을 것 같았는데 알라딘 것은 큼직하니 좋아 보인다. 얼른 받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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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2-10-24 22: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때에 따라서 현관을 저렇게 바꿔서 장식하다니.... 우와 뭔가 저랑은 완전 다른 세계라는 느낌이에요. 그렇게 꾸민 현관도 너무 예쁘구요. 갑자기 우리집 현관이 심란해지는군요. 저놈의 신발 좀 치워야 되는데....ㅠ.ㅠ

라로 2022-10-25 09:16   좋아요 0 | URL
봄여름가을겨울 장식에 해마다 무슨 할러데이 장식까지,, 부지런하시죠. 저는 음,, 말을 말고요.ㅋㅋ 한국은 아파트라서.ㅠㅠ 제 친정이 새로지은 아파트로 이사를 갔을 때 보니까 이제는 빌트인 신발장이 있어서 신발 안 꺼내니까 좋던데요,, 빌트인,, 하셔요.^^;;;

프레이야 2022-10-25 00: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현관에 성조기?는 왜요? ㅎㅎ
호박 탐스러워라. 가을냄새 나는 책들 세 권 좋아요.
근데 노년이래서 흑 ㅠㅠ 담아뒀는데 가격 사악해요.
음악, 당신에게 무엇입니까,는 희령이가 픽해서 전에 연남동 서점에서 사줬는데 좋다고 해요.

라로 2022-10-25 09:18   좋아요 1 | URL
저 성조기는 제가 미국 시민권 따고 받아 온 것인데 왜인지 모르지만 저걸 꽂으시고 안 빼시네요,,, 어머니께 무슨 의미가 있나봐요,, 제가 시민이 된 것이,,ㅎㅎㅎㅎ
노년 책 너무 좋다고 해서 샀는데 두께도 두껍고,, 읽어야 하건만… 음악 책은 제가 음알못이면서 무조건 사는 경향이 있어요,,ㅠㅠ 희령이야 음악에 조예가 깊으니!!

거리의화가 2022-10-25 10: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알라딘에 저런 리더가 있다는 걸 라로님 글 보고 알았네요~ 아직은 필요치 않지만 미리 구비해둘까 싶기도 하고...ㅋㅋ
현관이 정말 아름답습니다. 저희 집은 엉망인데ㅠㅠ

라로 2022-11-03 12:08   좋아요 0 | URL
아직 필요하지 않으셔도 사두면 좋을 것 같기도 해요.. 저 정말 저런 거 여러 군데서 찾아봣거든요, 그런데 안 보이더라구요.
저희 집 현관은 평범한 수준이고요, 여기 사람들 자신은 잘 안 꾸며도 집은 엄청 잘 꾸미는 사람들 많아요.^^;;

psyche 2022-11-01 16: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우드리더?? 저거 뭐죠? 저거 받으려면 무슨 책을 사야하나 빨리 가서 봐야겠네요.

라로 2022-11-03 12:08   좋아요 0 | URL
저거 돋보기에요!!ㅎㅎㅎㅎㅎ 책 찾아보셨어요?? 근데 거의 이 만원이나 하더라구요.ㅠㅠ 저는 잘 사용할 것 같긴 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