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언제나 도리를 벗어나지 않기를 소망하면서 고마워하고 만족할 줄 알았다.

죽기 전날 그녀는 상상과 열정이 충만한 시를 썼다. 그녀가 자기 의지로 했던 마지막 말은 간호를 맡아주었던 의료진에게 감사를 전하는 것이었다. 원하는 것이 없느냐는 마지막 질문에 그녀는 "난 그냥 죽고 싶어요."라고 말했다.

그녀가 가진 개인적인 매력은 상당했다. 키는 진정 아담하여 정확히 중키 정도 됐다. 자세와 행동거지는 조신하고 우아했다. 생김새는 특히 수려했다. 이목구비가 조화를 이뤄 누구보다 유쾌하고 감수성이 풍부하며 자비로운 모습이었는데, 그것이 그녀의 진정한 성격이었다. 그녀의 용모와 피부는 탁월했다. 적당히 통통한 그녀의 볼은 혈색 좋은 붉은 기를 띠고 있었다. 그녀의 목소리는 정말로 부드러웠다. 정확한 발음과 능변으로 자신을 표현했다.

그녀는 성급하고 어리석거나 가혹한 표현을 하지 않았다. 간단히 말해 그녀의 기질은 재치로 잘 단련되어 있었다.

그녀는 소심하지도, 뻣뻣하지도 않았으며 언제나 평온했고 대화를 나눌 때 무례하게 끼어들거나 자만하지 않았다.

책이나 사람에 관한 태도를 바꾼 적이 거의 없었다.

그녀는 야비한 것들을 정말 싫어했다. 성격이든, 재치든, 유머든 도덕적이지 못한 것과는 조금도 타협하지 않았다.

하지만 나의 다정하고 주의 깊고 지칠 줄 모르는 간호사인 내 여동생이 여러모로 힘을 썼기 때문에 병이 나지는 않았다고 말할 수밖에 없군요. 동생에게 빚진 바가 많아요. 이 점에서는 사랑하는 모든 가족의 염려 어린 애정에 난 그냥 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네요. 그래서 하느님이 우리 가족에게 더더욱 사랑을 베풀어주십사 하고 기도할 뿐이랍니다.

내가 점점 불평이 많아지고 있어요. 아무리 사소한 원인으로 인해 일어난 것이라 할지라도 어쨌거나 그것은 신의 뜻이었습니다.

당신은 ____ 대위가 그다지 예의가 없다고 했지만, 그가 대단히 존경스럽고 좋은 뜻을 가졌으며 그의 아내와 동생들 모두 사람 좋고 의무감이 강하다는 것을 알게 될 거예요. 나는(유행에 뒤처지지 않는다면) 지난해보다 좀 더 긴 페티코트를 하나 장만했으면 해요.2)

서적상으로서는 출판에 적합해 보이지 않는 작품을 두고서 사들일 필요가 있을까 고민해야 했을 것입니다. 이런 점과 더불어 저자든 독자든 13년이 경과하는 동안 어떤 부분은 비교적 쓸모가 없어졌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습니다. 대중 독자들은 이 작품이 마무리된 지 13년이 지나 출판되었고 집필에 착수한 지는 그보다 휠씬 더 오래전이었다는 점을 염두에 두었으면 하고 간청하는 바입니다. 그 세월 동안 장소, 시기, 예법, 책들, 의견들이 상당한 변화를 겪게 되었다는 점을 유념해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어린 시절 캐서린 몰런드를 한 번이라도 보았던 사람이라면 그녀가 소설의 여주인공이 될 운명이라고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걱정한 것처럼 세 번째 아이를 낳다가 죽는다든지 하는 일은커녕, 아이들이 별 탈 없이 무럭무럭 자라는 것을 지켜보았을 뿐 아니라─그 후로도 여섯 명의 아이를 더 낳았다.─그녀 자신도 매우 건강하게 지냈다.

뿐만 아니라 어린 시절 흔히 즐기는 좀 더 여주인공다운 행동들, 즉 동물을 보살펴 주고, 카나리아에게 모이를 주며, 장미꽃에 물을 주는 것들에도 관심이 없었다.

캐서린의 능력은 꽤나 특이했다. 가르쳐주기 전까지는 어떤 것도 혼자 배우거나 이해하지 못했다. 가르쳐주는 것마저도 때로는 익히지 못하거나 이해하지 못했다. 거의 제대로 집중을 하지 않아서 그랬겠지만, 가끔씩은 정말로 멍청해서 이해하지 못하기도 했다.

캐서린의 어머니는 딸아이가 음악을 배웠으면 했다. 캐서린은 자기가 음악을 좋아하는 게 분명하다고 믿었다. 오래 내팽개쳐 두었던 낡은 스피넷 건반을 두드리기 좋아했기 때문이었다.

1년 동안 배웠지만 아이는 더 이상 견딜 수가 없었다. 몰런드 부인은 재능도 없고 취미도 없는 것을 딸에게 억지로 시키려 들지 않았으므로 음악을 그만두어도 좋다고 허락했다.

그녀가 세상 무엇보다 잘하는 것이라고는 집 뒤편에 있는 푸른 언덕 위에서 아래로 데굴데굴 구르며 노는 일이었다.

흙에서 뒹굴며 놀기 좋아하던 성향이 사라지면서 몸치장에 눈을 돌리게 되었다. 그녀는 자라면서 영리해졌고 자기 몸을 깨끗이 가꾸었다.

"어여쁜 처녀가 거의 다 됐어요."라는 표현은 태어날 때부터 예쁘다는 칭찬을 줄곧 들어온 여자아이들보다 인생의 초반기 15년 동안 그저 평범한 외모였던 여자아이에게 더 큰 기쁨을 주는 말이었다.

그녀가 전혀 마다하지 않은 책들은 유용한 지식이라고는 전혀 없거나, 이야기만 있고 성찰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그런 종류들이었다.

톰슨의 시구로부터는 "풋풋한 생각이 싹트게 하는 법을 가르치는 것은 즐거운 일"6)이라는 것을 배웠다.

셰익스피어의 시구로부터 그녀는 엄청나게 많은 지식을 얻게 되었다. 그 가운데서도 "공기처럼 가볍고 사소한 것도, 질투에 빠진 자들에게는 성경처럼 확실한 증거가 된다."7)거나 "우리 발밑에 밟힌 가엾은 딱정벌레, 그런 미물 또한 거인이 죽을 때와 마찬가지로 육체적 고통을 느낀다."8)는 것, 그리고 사랑에 빠진 젊은 여성은 언제나 "인내의 기념비처럼 슬픔에 젖어 미소 짓는"9) 것으로 보인다는 것을 배웠다.

현재로서 그녀는 자신이 얼마나 부족한 인물인지 알지 못했다. 스케치를 해줘야 할 연인조차 없었기 때문이었다.

젊은 숙녀가 여주인공이 되려고 할 때면 사방 사십 리 내 가족들이 아무리 심통을 부린다고 해도 그녀를 막을 수는 없는 법이다. 무슨 일이든 일어나게 마련이고 그래서 그녀 앞에 영웅적인 주인공이 나타나게 될 것이다.

"부탁이니, 캐서린, 밤중에 파티 장소에서 나올 때면 언제나 목을 따스하게 잘 감싸고 다녀라. 네가 쓴 돈은 언제나 기록했으면 한단다. 그럴 용도에 쓸 수첩을 주마."

(체통 있는 집안 출신의 젊은 아가씨라면 열여섯 살이 될 동안까지 자기 이름 한번 바꿔보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그녀는 행복할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었고, 그래서인지 이미 행복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앨런 부인은 너무나 사랑하므로 자기와 결혼해 달라는 남자가 이 세상에 존재한다는 사실이 그저 놀라울 따름인 그런 수많은 여성들 중 한 사람이었다. 그녀는 아름답지도 않았고 영리하지도 못했다. 교양이나 예의범절도 없었다. 다만 숙녀다운 분위기, 대단히 조용하고 얌전하며 좋은 품성에 약간 변덕스러운 마음 같은 것들로 인해 앨런 씨와 같은 지각 있고 지적인 남자를 고를 수 있었다.

어떤 면에서 보자면 그녀는 젊은 아가씨를 사교계에 소개하는 데 더할 나위 없이 적격인 인물이기도 했다. 젊은 아가씨들처럼 그녀 자신이 어디나 가고 싶어 하고 모든 것을 구경하고 싶어 하는 성격이었기 때문이다.

그녀의 최고 관심사는 드레스였다. 그녀는 멋진 옷을 차려입는 것을 너무 좋아했다.

남들로부터 흠모의 시선을 받는 것은 언제나 즐거운 일이지만 그 정도까지는 바라지 않았다.

인파가 움직이면서 매 5분마다 그녀의 매력을 뽐낼 자리를 비워 주었다.

어쨌거나 그녀는 약간의 찬사와 더불어 시선을끌었다. 그녀의 귀에 두 명의 신사가 예쁜 처녀라고 말하는 소리가 들렸다. 그런 찬사는 당연히 효과를 발휘했다. 오늘 저녁 무도회가 조금 전까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즐거웠다는 기분이 들었다. 그녀의 겸손한 허영심이 만족되었다.

그녀의 매력을 노래하는 열다섯 행의 소네트 정도는 되어야 진정한 여주인공의 자질에 합당하겠지만, 이 단순한 칭찬만으로도 그녀는 찬사를 보낸 두 젊은이에게 고마움을 느꼈다. 그녀는 모든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기분이 좋아져서 자기 의자로 돌아갔다. 그녀는 자기의 몫으로 이 정도의 대중적 관심을 끌었다는 것에 충분히 만족했다.

바스에 머물면서 앨런 부인의 최대 소망은 여전히 지인들이 많았으면 좋겠다는 것이었다. 아는 사람이 없다는 것을 매일 아침 새롭게 확인할 때마다 그녀의 그런 소망은 되풀이되었다.

"정말, 정말로요!" 과장되게 놀라는 척하면서 그가 말했다.
"왜 그렇게 놀라시는 거죠?"
"왜요, 참!" 어느새 그는 자연스러운 목소리로 되돌아와 있었다. "아가씨 대답에 무슨 반응은 보여야 할 테고, 놀라는 척하는 게 가장 쉬우니까요. 다른 어떤 감정보다도 적절한 반응이기도 하고요. 이제 그럼 계속하지요. 예전에 이곳에 와본 적이 없던가요, 아가씨?"

"당신이 날 어떻게 생각할지 알아요. 내일 당신의 일기에 난 노력은 했지만 별 볼 일 없는 인물로 묘사될 것 같군요." 그가 엄숙하게 말했다.

매일 교환한 정중한 인사와 찬사를 매일 저녁 일기장에 적어놓지 않는다면, 당연히 그럴 테지만, 어떻게 다른 사람에게 이야기해 줄 수 있겠어요? 당신이 입었던 각양각색의 드레스들은 어떻게 기억하죠? 특히 당신의 얼굴색, 다양하게 묘사될 수 있는 당신 머리카락의 결들은 일기를 계속 들춰봄으로써 알 수 있는 것 아닐까요?

호감을 줄 수 있는 글쓰기 재능은 특히 여성들에게 필요하다고 다들 이구동성으로 말하니까요. 타고난 재능이 있어야 할지도 모르지만, 그렇다 해도 일기를 꾸준히 적으면 근본적으로 도움이 될 겁니다."

"내가 판단하기로는, 대체로 여자들 사이에서 쓰는 편지 쓰기의 스타일은 세 가지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면 흠잡을 데가 없어요."
"그게 뭔데요?"
"전반적으로 주제 의식이 모자라고, 마침표에 신경 쓰지 않고, 문법을 흔히 무시한다는 점이죠."

"여자들이 남자들보다 편지를 더 잘 쓴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라는 점을 강조한 거지요. 여자들은 듀엣으로 노래를 더 잘한다거나, 여자들은 풍경화를 더 잘 그린다는 일반적인 평가들처럼요. 모든 면에서 그런 것들이 취미의 토대가 된다는 점에서, 남녀의 성별에 따라 누가 무엇을 더 잘하는가는 꽤나 뚜렷이 나뉘어 있는 게 분명합니다."

"남자들은 대체로 그런 것들에 관심이 없지요. 제 남편인 앨런 씨는 이 옷과 저 옷조차 구분하지 못하거든요. 선생님의 여동생은 정말 좋겠네요." 앨런 부인이 말했다.

"아시겠지만 부인, 모슬린은 언제나 다용도로 이용할 수 있습니다. 몰런드 양은 그걸로 손수건, 모자, 망토 같은 걸 충분히 만들 수 있을 겁니다. 모슬린은 버릴 게 전혀 없거든요. 여동생으로부터 그 말을 골백번도 더 들었죠. 천을 필요 이상으로 많이 샀거나 부주의하게 잘못 잘라 못 쓰게 되었을 때마다 동생이 되풀이했던 소리니까요."

유명한 작가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남자가 사랑을 고백하기도 전에 여자가 먼저 사랑에 빠지는 것은 용납될 수 없다16)는 것이 사실이라면, 남자가 먼저 그녀의 꿈을 꿨는지를 채 알기도 전에 젊은 아가씨가 남자의 꿈을 먼저 꾼다는 것은 부적절한 것임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바스는 얼마나 즐거운 곳인지 몰라. 여기서 우리가 아는 사람을 만나면 얼마나 좋을까." 앨런 부인은 피곤할 때까지 광천수 홀을 돌아다니다가 커다란 시계 곁에 앉으며 그렇게 말했다.

하지만 우리는 "언제나 절망만 되돌아오지는 않을 것이며, 지치지 않고 부지런히 하다보면 우리가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다."는 말을 듣지 않았던가. 앨런 부인이 지치지도 않고 날마다 똑같은 소망을 되풀이하다 보니 마침내 그녀의 소망은 응답을 받았다.

자녀들이 많은 소프 부인이야말로 자기 이야기를 하는 데 훨씬 유리했다. 재능 있는 아들에 관한 이야기와 미모의 딸들에 관해 상세히 이야기하면서─아들과 딸들이 처한 각기 다른 상황과 입장에 관해 이야기를 했을 때─존은 옥스퍼드에 재학 중이고, 에드워드는 머천트 테일러 상업 학교17)에 다니고 있고 윌리엄은 선원이라고 했다. 아들 모두는 딸 세 명에 비해 각기 다른 영역과 지위에서 존중받고 사랑받고 있다고 말했다. 앨런 부인은 그런 종류의 이야깃거리는 물론이거니와, 기꺼이 들으려고도 믿으려고도 하지 않는 친구를 솔깃하게 만들 만한 자랑거리마저 없었던지라, 친구가 뿜어내는 어머니로서의 자부심이 담긴 이야기들을 그저 입 다물고 듣지 않을 수 없었다. 다만 그녀의 예리한 눈길에 포착된 친구의 펠리스 망토18)가 자기 것보다 초라하다는 사실에 위안을 얻었다.

온갖 주제에 관해 자유롭게 이야기를 하는 것이야말로 젊은 두 여자들 사이에 친밀감을 갑작스럽게 높이는 데 안성맞춤이었다.

그녀는 바스의 무도회와 턴브리지의 무도회를 비교할 수 있었다. 런던의 패션과 이곳의 패션을 비교할 수도 있었다. 유행하는 의상을 언급한 많은 기사들에 관해 새로 사귄 친구가 갖고 있는 의견을 수정해 줄 수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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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엔 유달리 강력 사건이 많이 발생했다.

"아니죠. 그러면 누굴 사랑하는 게 아니죠. 사랑이 어디 합의할 수 있는 거던가요?"

남자는 그렇게 말하면서 다시 두 눈을 감았다.
최 형사는 남자를 잠시 바라보다가 노트북 전원을 켰다. 봄이니까. 봄이니까. 최 형사는 혼잣말처럼 그렇게 중얼거렸다. 진짜 사랑은 그 사람이 없는 곳에서 이루어지는 법이니까. 창밖에선 또 한 번 난분분, 벚꽃이 흩날리고 있었다.

나는 시외버스 좌석에 앉아 뜬금없이 강된장과 치커리 쌈 따위를 떠올렸다.

어찌된 게 이놈의 나라는 한번 눈높이를 낮추면 영원히 그 눈높이에 맞춰 살아야만 했다.

나는 좀 화가 났고, 또 어이도 없었지만, 그것보단 서글픈 마음이 더 크게 들었다. 사업 자금 때문에 친구를 인부로 쓰다니. 하지만 이미 닭볶음탕도 먹었고, 부모님께 인사도 드렸고, 친구는 어떻게든 사업 자금을 얻어내려고 하는 판국이니…….
나는 목소리를 한껏 낮춰서 물어보았다.
"그래, 일당은 얼만데?"

나이는 이제 겨우 스물두 살이었지만 모니터를 바라보다가 가끔씩 창문 밖 풍경을 오롯이 바라보는 표정에선 뭐랄까, 함부로 오를 수 없는 높다란 담장 위에 핀 백목련의 기품과 분위기 같은 것이 느껴졌다.

반달가슴곰들의 키는 세 마리 다 그의 어깨 높이 정도였고, 그래서 모두 다 중학생들처럼 보였다. 중학생들이 구걸을 하는 것처럼 보였다.

한참 동안 TV를 보다가 어느 순간 슬쩍 베란다를 바라보았는데, 아내가 사라지고 없었습니다. 아, 이런 말 하는 제가 참 괴롭지만…… 사실 전 처음엔 아내가 베란다 너머로, 그러니까 12층 아래로 뛰어내린 줄로만 알았습니다.

이런 말을 하면 좀 미친 사람처럼 보이겠지만…… 우리 집 막내는 제 엄마가 빨래가 되어버렸다는 말을 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아내가 사라지고 난 베란다엔 아무런 흔적 없이 아내가 평상시 집에서 입던 목 부위가 늘어난 티 한 장만이 건조대 위에 초라하게 널려 있었거든요.

한 해 두 해 시험에서 떨어지고, 7급에서 9급으로, 노량진에서 다시 동네 공공 도서관으로 옮겨오는 동안, 그의 머릿속에서 점점 커지고 또렷해진 단어는 오직 하나, 낙오자, 글씨 모양새마저도 강파르고 야박해 보이는 단어, 그거 하나뿐이었다.

그는 그렇게 말하는 스스로에게 조금 놀라기도 했지만, 또 한편 누군가가 못 견디게 그립기도 했다. 그는 어쩐지 조금 눈물이 날 것 같기도 했다.

내가 예전에 TV에서 봤는데, 해수욕장엔 여자들 등에 오일 발라주는 아르바이트도 있대. 이걸 그냥 막 바르기만 하면 돈을 주는 거지.

춘길이의 말에 덕진이는 입을 딱 벌리기만 했을 뿐, 더 이상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그러니까…… 그러니까 내 잘못이 크다……. 나라도 그때 정신을 차리고 친구들을 말렸어야 했다. 여기가 무슨 지중해 연안이라고 오일 발라주는 아르바이트가 있을까? 왜 그렇게 정신을 차리지 못했던 것일까? 오일이라곤 프라이팬에 식용유 쳐본 것이 전부인 처지에…….

나는 어쩐지 좀 눈물이 날 거 같았다. 해변엔 사람들이 손대면 델 것 같은 미소를 머금고 이리저리 뛰어다니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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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든이 옷을 샀다. (즐겨 입는 연어색 옷의 팔꿈치에 구멍이 나서~ 아 놔~~~.^^;;) 비슷한 색으로 사려고 했는데 보이지 않아서 가장 비슷한 색으로 골라서 백화점을 나서는데 우와~~~. 하늘이 보라색인데 구름은 어두운 보라색인 것이다!! 정말 rare한 색상이었다 하지만 아이폰 14이 13보다 카메라 기능이 많이 좋아졌다고 했는데도, 역시 어두울 때 찍는 사진은 잘 안 나온다.ㅠㅠ 



저 위에 우주비행기 같아 보이는 반짝이는 것은 가로등 불빛이 반사되어 생긴 것 같다. 우주비행기 아님.ㅎㅎㅎ


비슷한 색감이 나올 때까지 찍으려고 했는데 포기. 차가 너무 많이 다녀서. 온라인 쇼핑이 일반적일 거라 생각했는데 주말엔 사람들이 백화점으로 오는구나. 제법 늦은 시간이었는데 그 넓은 주차장이 빽빽하게 주차되어 있어서 자리 찾기도 힘들었다는. 어쩄뜬 하늘과 구름은 이 색보다 더 보라색이었다.


올해는 정말 이상하다. 얼마 전에 파리가 들끓었는데 요즘은 또 모기가 극성이다. 파리야 그렇다고 하더라도 캘리에서 모기 보기 힘든데 오늘 병원에서 근무하는 동료가 말라리아 환자가 들어왔다고 연락을 했다! 말라리아 환자??? 모기가 전염시킨다는 병? 이 캘리포니아에??? 더구나 환자가 두 명이래. 우째 이런 일이!!!@@


말라리아는 미국 전체에서도 굉장히 드문 병인데 모기도 별로 없었던 이 캘리에 말라리아 환자라니!!!! 세상이 정말 요지경이다. 어쨌든 코로나처럼 막 전염이 쉽게 되는 병도 아니니까 너무 무서워하지 말자.


요지경이지만 책은 여전히 믿음이 가는 매개(?)다. 매체라고 쓰려다 모기와 어떤 통일된 느낌을 주려고 했는데 매개든 매체든 상관없구나.ㅋㅋ



쥘 베른의 책이다. 번역은 김남주 씨가 했고 출판사는 알마. 

어쩐지 인기 있어질 것 같은 책이지?

쥘 베른이 19세기에 20세기를 예측한 책이라고 하는데, 나는 어렸을 때 소년중앙인가? 뭐 그런 잡지를 보면서 21세기를 상상한 적이 있는데 그때 내 상상엔 날 수 있는 자동차가 생길 것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이제 테슬라에서 self-driving 기능을 탑재한 차가 나왔을 뿐이다. 날 수 있는 자동차는 아직 멀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나는 어려서 공부는 못해도 상상력은 좋았던 것 같다. ^^;;

어쨌든 전자책 출간 알림 신청했다.







이 책도 뭐지? 철학자 비트겐슈타인이 조카이자 친구였던 파울 비트겐슈타인과 나눈 기이한 우정에 대한 회고록이라니. 이 책도 전자책 알림 신청!



현대 독일어권 문학의 거장 토마스 베른하르트가 쓴 자전적 소설. 철학자 루트비히 비트겐슈타인의 조카이자 자신의 친구였던 파울 비트겐슈타인과 나눈 기이한 우정에 대한 회고록이다. 소설치고는 짧지만 그 문체의 독특함, 광기와 천재가 기묘하게 결합된 파울 비트겐슈타인이라는 병적인 인물에 대한 치밀한 묘사, 질병과 죽음, 예술에 대한 서늘한 통찰, 오스트리아적인 모든 것들에 대한 증오의 장광설 등은 베른하르트 문학의 정수를 느끼는 데 부족함이 없다.


-알라딘 책소개



부제가 "이보다 더 확실한 행복은 없다"라니!!! 완전 공감!!!

아무튼 시리즈는 전자책이 나중에 나오니까 신청 안 했다. 잠에 대해서 도대체 무슨 말을 할 것이냐? 설마 렘수면이니 이딴 얘기 적혀있는 건 아니겠지?라는 생각으로 목차를 보니까 그런 건 아닌 것 같다. 


나는 지금까지 나를 가까이서 아는 사람들, 특히 남편이 부러워하는 잠꾸러기다. 잠을 너무 사랑한다. 나는 아무 데서나 잘 수 있고 아무 때나 잘 수 있는 초능력을 지닌 사람이라고 남편이 그랬다.ㅎㅎㅎㅎ

책에는 고등학교 여름방학 때 잘 데가 없어 학교 문예부실에서 청했던 도둑잠, 대학 시절 마치 신생아처럼 기숙사에 처박혀 내리 잤던 통잠, 히말라야 계곡에서 기절하듯 쓰러져 경험한 단잠, 인도 여행 중 잠 수행을 한다는 슬리핑 라마를 찾아 나선 이야기까지 잠과 관련한 인생의 여러 순간이 담겨 있다.

-알라딘 책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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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삭매냐 2022-11-07 13:5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우왓, 캘리에 말라리아가!

하긴 울나라에서도 임진강 주변에서
말라리아가 기승을 부린다는 말을
듣고서 얼매나 놀랐는지요.

군인들이 무사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옷이 구멍을 날 때까정!!! 저랑 비슷하
네요. 저에게 옷이랑 그저 걸치는 것에
불과해서요 ㅋㅋㅋ

라로 2022-11-07 14:34   좋아요 2 | URL
그죠!!!! 저도 깜놀했어요!!!

한국에도 말라리아라구요???
더구나 기승!!!ㅠㅠ
군인들이 무사하기를, 글고 말라리아가 어여 퇴치 되기를!!!

하핫!! 매냐님도 그러시군욧~~~.ㅎㅎㅎ
저는 옷을 아주 고이 입습니다,
그런데 우리 해든이는 매냐님 같아요,,^^;;
옷은 그냥 걸치는 것인데
게다가 겉옷은 자주 잃어버리고 와요,,ㅠㅠ

바람돌이 2022-11-07 14:0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삼성폰이 확실히 야경사진은 아이폰보다 낫더라구요. 하지만 나머지는 아이폰 승! 특히 인물사진, 그래서 인스타같은거러 하려면 아이폰이죠. ㅎㅎ
지금 메리 셀리의 최후의 인간 읽고 있는데 2073년이 배경이거든요. 19세기에서 상상한 미래의 최고 빠른 교통수단은 열기구예요. 보다가 빵 터졌네요. ㅎㅎ
기후이상으로 전염병의 확산 지역도 점점 달라지고 있다는 강의를 유튜브에서 얼마전에 들었어요. 그래서 이번 코비드같은 사태가 앞으로 계속 있을거라는 우울한 전망요. 나도 걱정인데 지구까지 걱정하려니 너무 힘들어요. ㅠ.ㅠ

라로 2022-11-07 14:39   좋아요 1 | URL
삼성폰이 야경이 낫군요!!! 아이폰은 portrate 기능 때문에 그런 것 같아요.
저도 그 기능으로 사진 찍는 거 좋아하거든요.^^
배경이 2073년인데 열기구가 가장 빠른 교통수단!!ㅎㅎㅎㅎㅎㅎㅎㅎㅎ 진짜 웃겨요,,ㅋㅋㅋㅋ
그런가봐요,,, 캘리가 사막인데 점점 열대기후로 변하는 것일까요??? 모기라니,, 더구나 말라리아,,
지구까지 걱정하시는 귀여운 바람돌이님!!! 넘 사랑스러워요!!^^

프레이야 2022-11-07 14:0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보랏빛하늘 멋진데요.
잠 잘 자는 사람 비결 좀 알려줘요. 그냥 타고나야 하나요? 예전엔 나도 잠탱이였는데 수면질이 안 좋아요 이제.
잠 수행이란 게 있는 거 보니 그거도 수행이군요. 그나저나 말라리아요? ㅠ

라로 2022-11-07 14:41   좋아요 1 | URL
보라색이 약간 있는 회색으로 보여요.ㅠㅠ
저런 사진은 어떤 카메라로 찍어야 나올까요?? (전문가 남편분께 살짝 여줘봐주셈.^^;;)
그냥 타고나야 하는 거 같아요,, 뢉은 정말 잠을 통 못 자요,, 그래서 살이 안 찌나봐요.ㅠㅠ
프야님이 잠탱이였다니 상상이 안됨요!!!ㅎㅎ

새파랑 2022-11-07 14:5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미국은 하늘도 보라색이군요. 역시 스케일이 다른 미국입니다~!! 아무튼에서 잠도 나왔군요 ㅋ 왠지 카프카의 꿈이 떠오르네요 ^^

라로 2022-11-08 20:04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ㅎㅎㅎㅎㅎ보라색은 저도 처음(?) 인것 같아요.^^;; 아무튼, 잠도 나왔어요,, 다음엔 아무튼, 꿈도 나오지 않을까요??^^

mini74 2022-11-07 15:0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첫 사진은 마치 그림같아요 ~ 애들 꼭 입는 옷만 입죠 ㅠㅠ 거지발싸개 같아서 새 옷 사주면 묵혀서 입어요 저희애는 ㅠㅠㅠ

라로 2022-11-08 20:06   좋아요 0 | URL
색감이 묘하죠!!^^ 맞아요!! 남자애들은 왜 그럴까요?? 저희 해든이도 그래요!! 저는 새 옷 먼저 입는데, 이녀석은 미니님 아드님처럼 아직 꺼내보지도 않네요.^^;;;

psyche 2022-11-09 07:3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올 여름에 진짜 모기가 많았어요. 이상 기후의 영향인 거 같아요. 올 여름 무척 습했잖아요. 그런데 말라리아라니!!!! 놀랍고 무섭네요.
구멍 날 때까지 입는 해든이를 보니 엠군이랑 똑 같아서 혼자 웃었네요. 신발도 빵꾸날 때까지 신고. 엠군은 보니 오래 입어서 부들부들, 후들후들한 걸 좋아하는 거 같더라고요. 새거는 좀 뻣뻣하달까? 그런 느낌이 있잖아요. 그러니까 낡고 색 바랜 그런 옷만 주구장창 빵꾸나도 계속...ㅜㅜ

라로 2022-11-09 13:02   좋아요 0 | URL
거기 모기 많았군요!!! 여긴 요즘 그런 것 같아요,, 우리 집에서 모기에 젤 잘 무리는 녀석이 해든인데 아직까지 괜찮아요, 어제 오늘 비가 와서 많이 추워졌으니 모기들 다 사라지기를!!
엠군이랑 해든이랑 비슷한 면이 좀 많은 것 같아요,, 자기 형인 엔 군보다 엠군이랑 더 비슷한 게 넘 재밌어요,,ㅎㅎㅎ 신발, 빤스, 뭐든 다 구멍 날때까지,,ㅎㅎㅎㅎ 빨래하다가 발견하지 못하면 그냥 계속 입는,,ㅎㅎㅎㅎ 맞아요!! 질감도 아주 중요하죠!!!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좋은 사람이라고 믿었는데 겪어보니 비겁한 얼굴도 있었다. 나 - P83

쁜 사람이니 피할 궁리만 하고 있었는데 의외로 따뜻하고 온순한 표정을 감추고 있는 경우도 흔한 것이다. - P84

사람은 노력에 의해 타고난 가능성이 확대되는 수도있다. 하지만 여기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 그러므로 무조건 ‘하면 된다‘고 말하는 속내에는 건방진 자부심이깃들어 있다.
인간에게 어찌할 수 없는 한계가 내포되어 있음을 나는 비참하게 받아들이지 않는다. 한 개인이 어떤 식으로생애를 살아가게 될는지는 그의 간절한 소망과 더불어신이 부여한 사명에 달려 있다. - P85

저도 즐거워지는 것이다. 우리가 필연처럼 안고 있는 한계를 인정했을 때 기대를 밑도는 서로의 모습을 이해하게 된다. - P86

사람들은 남에 대해 다 아는 것처럼 소문을 만들어낸다. 하지만 실상은 아무런 사정도 알지 못한다는 게 진실이다.
실제로 우리는 아주 가까운 주변 사람에 대해서도 아는 것이 거의 없다. 부모님에 대해서도, 자녀에 대해서도완벽하게 알고 있는 것은 아니다. 남편은 아내를 모르고아내는 남편을 모른다. 하물며 한 지붕 아래 살지도 않는타인의 실상을 무슨 수로 알아낸단 말인가. 그런데도 인간은 예사로 타인에 관해 이러쿵저러쿵 떠들어댄다. - P91

상대방을 위해 나의 희생을 감수하며 수고한 일이더라도 그가 고마움을 모른다고 해서 서운해한다거나 화를 내서는 안 된다. 그럴 수도 있음을 인식하며미리 각오해둬야 한다. - P93

오해를 이해하지 못하는 데서 관계가 틀어진다. - P93

소문의 밑바닥에는 그 사람의 불행을 바라는 요소가포함되어 있다. 그의 불행한 가정사나, 그가 숨기고 싶어하는 내면의 어둠을 소문으로 끄집어내 그를 구렁텅이에빠뜨리고 싶다는 사악한 욕망의 표출이다.
이 욕망의 뿌리는 그 사람을 멸시하고 나보다 열등한존재로 비하함으로써 나의 지위가 우월해지는 것 같은착각, 다시 말해 자신감을 되찾아 행복해지고 싶다는 조작된 심리에 지나지 않다. - P94

슬프게도 이 세상에서 우리는 제대로 이해받지 못할것이다. 따라서 나에 대한 오해와 억측이 당연하다고 미리 마음먹는 것이 중요하다. 쉽지 않은 마음가짐이며, 때론 싸움도 불사해야 한다. 어느 정도 나이가 되면 산다는것은 따뜻하게 이해받음과 더불어 함부로 무시되고 오해받는 고통이 번갈아 나타나는 현상임을 자연스레 알게된다. 만약 이런 고통이 없다면 우리는 지금의 내 모습보다 훨씬 유치한 사람이 되었을 것이다. 더 빨리 늙게 되었으리라고 생각한다. - P96

칭찬받았다고 해서 나의 실체에 변화가 생기는 것이 아니듯 비방당했다고해서나의본질이 훼손되는 일은 절대로 없다. - P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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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끊임없이 현실을 파악하고 바꾸는이 모든 것은 138억 년 전 한 점에서 폭발하여 존재하게 되었다. 우주의 시작은 베토벤의 <교향곡 제5번>을 여는 음표보다 조용했고, 자아(1)의 대좌에서 내려와 작아진 나(1) 위에 떠 있는 점보다 작았다. - P14

거미가 잎사귀를 돌리려고 계획한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잎사귀가 거미줄에 걸리려고 의도한 것도 아니다. 단지 거미줄과 잎사귀라는 목성의 위성을 궤도에 잡아두는 것과 똑같은 힘으로 회전하는 진자가 우연히 만들어졌을 뿐이다. 아름다움도 모르고 의미에도 관심 없는 영원불멸의 우주 법칙이 빚어내는 한순간의 기적적인 광경은 당혹감에 휩싸인 채 이를 보는 인간의 의식에는 아름다움과 의미로 가득해 보인다. - P15

우리는 평생 우리 존재가 어디에서 끝나는지, 나머지 세계가 어디에서시작되는지 알고자 애를 쓰며 살아간다. 우리는 존재의 동시성에서 삶의 정지 화면을 포착하기 위해 영원, 조화, 선형성이라는 환상에 고정된 자아와이해의 범위 안에서 펼쳐지는 인생이라는 환상에 기댄다. 그러면서 줄곧 우리는 우연을 선택이라 착각한다. 어떤 사물에 붙인 이름과 형식을 그 사물자체라 착각한다. 기록을 역사라 착각한다. 역사는 실제로 일어난 일이 아니며, 판단과 우연의 난파 속에서 살아남은 것들에 불과한데도. - P15

아름다움 같은 어떤 진실은 상상과 의미 부여라는 빛을 슬쩍 비출 때 가장 명확하게 보인다. - P15

삶이란 다른 삶과 얽힐 수밖에 없으며, 그 삶의 직물을 바깥에서 바라보아야만 인생의 핵심을 파고드는 질문에 어렴풋이나마 답을 구할 수 있다. 어떤 사람의 인격, 행복, 불멸의 위업을 빚는 요소는 무엇인가? 어떻게 우리는 관습과 불합리한 집단주의의 흐름에 맞서 주체성과 정신의 독립을 유지하는가? 천재적재능이 있다면 행복하게 살 수 있는가? 명성을 얻으면 충분한가? 사랑이 있다면 충분한가? 두 차례의 노벨상으로도 검은 연구복을 입은 여자의 사진에서 뿜어 나오는 구슬픈 애수는 보상되지 못하는 듯 보인다. 성공은 충족감을 보장하는가? 혹은 혼인서약처럼 미덥지 못한 약속에 불과한가? 시작과 끝이 무로 장식된 찰나적인 존재인 우리는 어떻게 존재의 완전함에 도달하는가? - P16

아름다운 삶은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다양한 형태로 존재한다. - P16

세월이 흐르면서 배는 점점 낡기 시작했고, 그에 따라 배의 부품이 하나씩 교체되었다. 판자를 새로대고 노를 새것으로 바꾸고 돛을 새것으로 바꾸니 결국 원래 배에 있던 부품은 하나도 남지 않게 되었다. 플루타르코스는 묻는다. 이 배는 테세우스가 탔던 배와 같은 배인가? 견고하고 고정된 자아란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의 습관, 신념, 사상은 살아가는 동안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진화한다. 우리를 둘러싼 물리적·사회적 환경 또한 변화한다. 우리 몸의 세포 또한 대부분 교체된다. 하지만 그럼에도 우리는 스스로 "우리 자신으로 남는다. - P21

가장 먼 곳을 보는 예언자일지라도 자신이 속한 시대의 지평 너머까지볼 수는 없지만, 인간의 정신이 외부로 시선을 돌려 자연을 이해하고 내면으로 시선을 돌려 기존의 사실에 의문을 품는다면 그 하나하나의 변혁이쌓이면서 지평선 자체가 변화한다. 우리는 자연과 문화로 팽팽하게 조인 확실성이라는 체로 세계를 거르지만, 아주 가끔 우연의 결과는 의식적인 노력의 결과는 망이 느슨해지면서 변혁의 씨앗이 그 사이로 빠져나오기도 한다. - P22

세 세기 후 월트 휘트먼은 정신이 얼마나 육체에 신세를 지고 있는지 주목한다. "재능과 윤리의 순위가 위장의 순위보다 얼마나 뒤떨어지는지 결정하는 것은 위장이라네." - P23

재산을 잃는 것쯤은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자연과 소명이 나에게 운명지운 일을 성취할 기회를 잃는 쪽이 나에게는 훨씬더큰문제다. - P24

현재 내 양심 상태로 그 분야에 갇혀 일을 하는 것보다 더 큰 불안과 염려로나를 고문하는 일은 없다. - P24

현실에 새로운 진실이 자리잡으려면 문화의 톱니바퀴가 몇 차례나 돌아가야 할까? - P25

Pr케플러는 우리가 습관적으로 잊곤 하는 한 가지를 알고 있었다. 상상할 수 없는 일을 상상하고 체계적인 노력을 통해 그 상상을 현실로 이루어낼 때 우리가 지닌 가능성의 범위가 확장된다는 사실이다. - P27

"일단 대중 앞에 시가 발표되고 나면 시를 해석할 권리는 독자에게 넘어가게 돼요." 세세기 후 실비아 플라스sylvia Plath는 어머니에게 쓴 편지에서말한다. 하지만 그 해석은 예외 없이 해석 대상보다 해석자에 대해 더 많은 것을 드러내기 마련이다. - P33

서로 끌어당기는 이 힘은 두 물체가 서로 멀리 떨어져 있을 때보다 가까이있을 때 더 커진다. 그러므로 서로 가까이 있을 경우 두 물체는 떨어지는 일에 한층 강하게 반발한다. 810405 - P41

코페르니쿠스의 지동설은 최초로 인간의 자만심에 도전장을 내민 위대한 사상이다. 그 후 몇 세기에 걸쳐 세계 질서가 여러 차례 새롭게 편성되는동안 인간의 자만심에 대한 도전은 진화론부터 시민권, 동성결혼까지 수없이 많은 형태로 모습을 바꾸어 나타난다. 이 모든 도전에 사회는 케플러의고향 주민들이 보인 것과 비슷한 수준의 적대적인 반응을 보인다. 우주의중심이든 권력 구조의 중심이든, 중심에 있는 것은 그 대가로 진실을 희생할지언정 계속해서 중심에 남아 있어야 한다. - P45

어머니를 불학무식하게 만든 것은 어머니의 본성이 아니라 의세계에서 결정한 사회적 위치였다. 이 세계가 지적인 깨달음과 자아실현의기회를 하늘의 별만큼이나 불변의 자리에 고정시켜 놓았기 때문이었다. - P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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