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의 아픈 기억들이 올라오고 있군요. 그래서 긴장하고 있고, 긴장하면 소화효소가 적게 분비돼서 점점 소화가 힘들어지죠. 소화가 힘들어지기 시작하니까, 예전의 아팠던 기억이 다시 소환되고, 점점 더 불안해지고. 불안하니까 소화효소 분비가 적어지고, 그러니까 소화가 더 안 되고… 악순환이 시작되려는 거예요."

진짜 소화가 안 되려나?’
당연하다. 그걸 먹으면 소화가 안 된다. 먹기 전부터 불안했으니 소화가 될 리 없다. 결국 소화가 안 되는 날이 하루 더 쌓이고, 이렇게 쌓인 소화불량 경험은 우리를 더 위축시키고 불안하게 만든다.

소화는 부교감신경의 담당 영역이다. 부교감신경은 그야말로 ‘부’교감신경이다. 교감신경과 경쟁하기 힘들다. 부교감신경은 오직 교감신경의 흥분이 잦아들었을 때에만 자기 역할을 슬며시 해낸다.

에너지를 써서 무언가 해야 할 때 필요한 집중, 긴장, 초조, 분노, 흥분, 불안의 신경중추가 교감신경이라면, 부교감신경은 이완, 소화, 배설의 중추이다. 교감신경이 흥분하면 근육이 긴장하고, 침이 바짝바짝 마르고, 동공이 커진다. 장 운동이 멈추고 소화효소의 분비가 줄어든다. 그야말로 소화 불가! 어렵거나 낯선 사람 앞에서 꾸중을 들어가며 밥을 먹었을 때 체하고 마는 것, 우리 모두 알고 있지 않은가. 교감신경이 흥분되니 소화 기능이 떨어지는 거다.

"맛있는 음식을 먹기 전에, 이거 먹고 또 체하면 어쩌지 걱정이 되면 소화제를 먼저 드세요. 그리고 괜찮다고, 나는 소화제를 먹었으니까 이제 잘 소화를 시킬 거라고 편안하게 생각하세요. 괜찮은 날을 하루라도 더 경험하는 게 좋아요. 오늘이 괜찮고 내일이 괜찮아야 앞으로도 괜찮을 거라고 믿을 수 있고, 그래야 불안해하지 않을 수 있어요. 불안이 줄어들면 자연스럽게 소화가 되기 시작할 겁니다."

심장이 멈출 것 같고 숨을 못 쉬어 죽을 것 같은 순간을 겪은 이들은, 비슷한 상황에 놓였을 때 그 순간을 다시 또 경험할까 봐 긴장하고 불안해한다. 이것이 예기불안이다. 불안해질까 봐 미리 불안한 것. 그리고 이런 걱정과 불안이 결국 공황을 부른다.

"같은 상황에 놓여 있어도 이번엔 다를 수 있어요. 그러려고 약을 쓰는 것이니까요. 괜찮은 날들이 하루하루 쌓여갈수록, 상황을 해결할 수 있는 내 안의 힘도 생겨날 겁니다."

근육은 뭉치면 길이가 짧아지므로 목과 어깨의 근육이 점점 짧아지는데, 이렇게 짧아진 근육이 두피의 근막을 잡아당겨, 안구 근처, 양쪽 관자놀이까지 마치 작은 헬멧이라도 쓴 듯 꽉 조이고 욱신거리는 두통이 나타난다.

엉? 이러면 나도 할 게 없는데, 어쩐다? 할 게 없으면 좀 더 자세히 물어보고 환자의 이야기를 들어야 한다. 그것이 그간 경험에서 터득한 진리다.

특히 다른 의사들이 이미 루틴한 방식대로 진료를 했는데도 나아지지 않는다면, 뭔가 모르는 게 숨어 있다는 뜻이다. 다른 의사 선생님들도 다들 실력이 좋기 때문이다. 이럴 때는 환자의 얘기를 더 섬세하게 들어야 한다. 무엇 때문이라고 환자가 생각하는지도 들어야 한다.

나는 여기까지 생각한 후 해부학 교과서를 꺼냈다. 목 뒤의 근육과 뼈를 보여주면서, 부딪힌 부위가 여기고, 그 아래에는 어떤 조직이 있고, 어떤 과정을 거쳐서 회복되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겉으로는 멀쩡해 보이지만 사실 피부 밑에는 꽤 조직이 으스러진 상처가 있었을 테고, 이 조직들이 서로 엉겨 붙으면서 회복되는 바람에 지금 목 근육과 두피의 골막까지 잡아당기고 있을 수 있다고, 이것이 두통의 원인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복강경 수술을 받은 환자들도 때때로 이런 종류의 복통을 호소한다. 배를 크게 가른 것도 아닌데 움직일 때마다 불편하다고 한다. 복강경 수술은 구멍을 뚫어서 카메라나 기구를 집어넣기 때문에 크게 열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배를 가르는 외과 수술에서와는 달리 층층이 이어 붙일 수가 없다. 그래서 피부, 피하, 근육, 복막이 모두 한꺼번에 한 땀으로 꿰어진다. 서로 다른 복부의 여러 층들이 한데 엉겨 붙어서 흉터로 남는 것이다. 흉터는 작지만, 마치 배에 수직으로 꽂아놓은 못처럼 작용한다. 복부 각 층들의 움직임을 방해하니 날카롭게 당겨지는, 움직일 때마다 찢어지는 듯한 통증이 생기는 것이다. 이럴 때는 스테로이드 주사 치료가 도움이 되는 경우가 간혹 있다.

아픔에 공감을 해주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공감은 누구나 할 수 있고, 또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통증의 이유를 찾아내 이름 붙이는 건, 그래서 환자 스스로 납득할 수 있는 형태로 만들어주는 건 오직 의료인만이 할 수 있다. 통증에 단순한 공감을 넘어서는 ‘적절한 진단적 공감’이 필요한 때가 있다.

신생아를 돌보는 산모들이 잘 걸리는, ‘드퀘르벵씨병’이라는 손목건초염이 있다. 아기를 들어 올리면서 손목을 자주 꺾다 보니 손목의 근육과 건초 사이에서 마찰이 생겨 염증으로 이어지는 질환이다. 드퀘르벵씨병에 걸린 아기 엄마들은 손목이 조금만 꺾여도 찌릿한 통증을 심하게 느껴, 손을 잘 쓰지 못하게 된다. 이 병은 여자들에게 잘 생긴다. 정확하게 얘기하자면 팔 근육이 약한데 아이를 주로 돌보게 되는 여자들에게 특히 잘 생긴다. 그러니까 독박 육아도 이 병의 한 원인이라고 할 수 있다.

예전 응급실에서 인턴으로 일할 때, 응급실에 산모가 오면 여러모로 힘들었던 기억이 난다. 일단 산모들은, 증상에 관계없이 자신의 상태를 ‘심각하다’고 인식하는 경향이 있어, 중환으로 여겨지기를 바란다. 사실 본인과 태아, 두 몫이니 산모들의 불안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생식과 관련된 사망이 줄어들면서 너무 많은 것들이 ‘책임의 문제’가 되어버렸다. 사실 누구도 잘못하지 않아도 장애아는 태어날 수 있고, 누구도 잘못하지 않아도 아이들은 아플 수 있다. 잘못하지 않았는데도 여전히 사망하는 태아와 산모가 생긴다. 하지만, 이젠 그 모든 것들이 엄마들 혹은 의사들의 책임이 되어버렸다는 느낌이 든다.

외로워서 위태로운 그녀들과 공명하기 위해 나는 그녀들의 몸에 집중한다. 아기가 아닌 그녀들에게 집중. 아기를 위해서가 아니라, 당신을 위해서 몸을 만드세요!

재개발과 도시재생이 가장 다른 점은 원래 그 동네에 살던 사람들이 계속 살 수 있도록 한다는 점일 것 같다.

노인정에 가려 해도 어디인지 잘 모르겠고 모두 똑같이 생긴 아파트 단지 사이에서 길을 잃기도 십상이어서, 결국 집 안에만 계셨다고 한다. 요리도, 장 보는 일도, 청소나 빨래도 굳이 할머니가 직접 할 필요가 없는 아들과 며느리의 집에서, 할머니는 잘 유지해오던 일상적인 기능을 일시에 잃어버렸다. 기억력과 판단력 등 인지 기능도 순간에 놓쳐버렸다.

환경의 변화에 적응하는 데는 상당한 노력이 필요하고, 그 과정은 굉장한 스트레스를 동반한다. 아무래도 나이가 들거나 인지 기능이 떨어진 분들일수록 그런 적응이 힘들 수밖에 없다. 반평생을 살던 정든 동네에서 갑자기 쫓겨났으니, 그 상실감과 당혹감이 얼마나 컸을까. 할머니는 자신이 오래 살아오던 그 집에서 내쫓겨야 하는 이유를 이해할 수도 없었다.

나는 치매 어르신과 함께 살기를 준비하는 일본 나고야의 한 마을에 간 적이 있다. 그 마을 사람들은 인지 기능 장애가 있어도 충분히 지역사회에서 같이 살아갈 수 있다고 믿고 있었고, 그런 마을을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치매 노인이 많이 사는 지역을 알려 그 지역에서는 차들이 지나갈 때 속도를 줄이고 조심해서 운전을 하도록 캠페인을 진행하고, 길 잃은 치매 노인들을 잘 안내하고 치매의 응급 상황에 대처할 수 있도록 주민 교육이 이뤄지고 있었다. 치매에 대응할 교육을 받은 주민들은 오렌지색 링을 팔찌나 목걸이로 달고 있었다. 이 링을 달고 걷는 사람들이 마을에 많아질수록 점점 더 안전해지는 느낌이 든다고 했다.

치매는 분명 뇌의 퇴행성 질환이지만, 그에 못지않게 사회적으로 정의되는 질환이기도 하다.

나는 비혼이고 자녀가 없다. 치매 할머니가 되었을 때 나 같은 손녀는 내게 없을 것이다. 그러니 미리 준비해야 한다. 사랑하는 우리 동네가 재개발되어 싹 다 갈아엎어지지 않도록, 골목과 가게들을 지켜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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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배가 아파서 너무 오랫동안 먹고 싶은 것도 못 먹고 그랬어요. 몇 년 동안 그렇게 살다가 정신과 진료 받으면서, 이제 조금씩 먹고 마시고 일상을 누리고 있었죠. 그런데 며칠 전부터 갑자기 배가 아프니까, 무서웠어요. 예전처럼은 아닌데, 비슷한 느낌으로 아프기 시작하니까 점점 더그럴까 봐 불안한 거죠. 점점 소화도 안 되고요."
환자들의 얘기는 가만히 들으면 대부분 진단명이나 해결책을 그 안에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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톨스토이는 극작가로서 체호프의 능력은 낮게 평가했지만(톨스토이는 그의 희곡들이 정적이고 도덕적 비전이 부족하다고 생각했다. "자네의 인물들이 자네를 어디로 데려가나?" 그는 체호프에게 따진 적이 있었다. "소파에서 폐물 창고로 데려갔다가 돌아올 뿐이야.") 체호프의 단편은 좋아했다. 더욱이, 아주 간단하게, 그는 이 인간을 사랑했다. 그는 고리키에게 말했다. "얼마나 아름답고 훌륭한 인간인지. 소녀처럼 겸손하고 조용해. 심지어 걷는 것도 소녀 같아. 그냥 멋있어." 톨스토이는 일기에(당시에는 모두가 일기를 썼다) "기쁘게도 체호프를…… 사랑한다"고 썼다.

"톨스토이는 우리가 모두(인간이나 동물 모두) 하나의 원리(예를 들어 이성 또는 사랑) 속에서 계속 살 것이고 그 본질과 목표는 우리에게 수수께끼라고 가정하고 있다…… 나에게 그런 종류의 불멸은 쓸모없다.

체호프는 톨스토이와 달리 내세를 믿지 않았고 믿은 적도 없었다. 오감 가운데 하나 또는 몇 개로 파악할 수 없는 것은 절대 믿지 않았다. 그는 인생이나 글쓰기에 대한 자신의 관점과 관련하여 누군가에게 자신은 "정치적, 종교적, 철학적 세계관"이 없다고 말한 적이 있다. "나는 그것을 매달 바꾸기 때문에, 내 주인공들이 사랑하고 결혼하고 애를 낳고 죽는 방식, 또 말하는 방식을 묘사하는 것으로 내 일을 한정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늘 그렇듯이 결혼에 이르기까지 밀고 당기는 걸 더 좋아했다.

체호프는 엄청나게 행복했다. 그는 올가를 자신의 "조랑말", 때로는 "개"나 "강아지"로 불렀다. 동시에 "귀여운 칠면조"나 그냥 "내 기쁨"이라고 부르는 것도 좋아했다.

이 닥터 에발트는 자신이 기적을 일으킬 수 없는 것에, 또 체호프가 그렇게 병든 것에 격분했다.

그의 수명은 한 달이 남지 않았다. 이제 체호프는 자신의 상태에 관해 말할 때, 올가에 따르면, "거의 무모할 정도로 무관심했다".

6월 13일, 죽기까지 석 주도 남지 않았을 때 체호프는 어머니에게 쓴 편지에서 건강이 회복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편지에서 말했다. "일주일이면 완전히 나을 것 같습니다." 왜 그렇게 말했는지 누가 알겠는가? 그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 그는 본인이 의사였고 자신의 상태를 모를 만큼 어리석지 않았다. 그는 죽어가고 있었고 그것은 그렇게 간단하고 피할 수 없는 것이었다. 그럼에도 그는 호텔방 발코니에 나가 앉아 기차 시간표를 읽었다. 마르세유에서 오데사로 가는 배편 정보를 요청했다. 하지만 그는알았다. 이 단계에서는 알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거의 맨 마지막에 쓴 편지에서는 누이에게 하루가 다르게 건강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자신감을 잃기 시작했어." 그는 올가에게 말했다. "작가로서 끝났다는 느낌이야. 모든 문장이 무가치하고 아무런 쓸모가 없다는 생각이 들어." 하지만 중단하지 않았다.

닥터 슈뵈러의 얼굴에는 아무런 표정이 없었다. 그는 감정적인 사람이 아니었지만 그래도 체호프의 끝이 다가왔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그는 최선을 다하겠다고 맹세한 의사였고 체호프는 비록 박약한 힘이기는 했지만 생명을 놓지 않고 있었다.

닥터 슈뵈러는 피하주사기를 준비하여 심장박동을 빠르게 해준다고 하는 장뇌를 주사했다. 그러나 주사는 도움이 되지 않았다?물론 어떤 것도 도움이 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럼에도 의사는 올가에게 산소를 가지러 사람을 보내겠다는 의향을 밝혔다. 갑자기 체호프가 정신을 차리더니 맑은 정신으로 조용히 말했다. "그게 무슨 소용이 있나요? 그게 오기 전에 나는 시체가 될 건데."

닥터 슈뵈러는 커다란 콧수염을 잡아당기며 체호프를 물끄러미 응시했다. 작가의 뺨은 잿빛으로 우묵하게 꺼졌고 안색은 밀랍 같았다. 숨은 거칠었다. 닥터 슈뵈러는 몇 분 남지 않았다는 것을 알았다. 의사는 아무 말 없이, 올가와 상의하지도 않고 전화기가 달려 있는 벽감으로 갔다. 먼저 전화기 사용법을 읽었다. 어떤 단추를 손가락으로 누른 채 전화기 옆면의 손잡이를 돌려 전화기를 작동시키면 호텔의 아래 구역, 즉 주방과 연락할 수 있었다. 그는 수화기를 들고 귀에 갖다댄 뒤 사용법에서 시킨 대로 했다. 누군가 마침내 전화를 받았을 때 닥터 슈뵈러는 호텔에서 가장 좋은 샴페인을 한 병 주문했다. "잔은 몇 개나?" 그는 질문을 받았다. "셋!" 의사가 송화기에 대고 소리쳤다. "그리고 서두르쇼, 알아들었소?" 보기 드문 영감의 순간이었다. 너무나도 적절해서 불가피해 보일 정도라 나중에 보면 영감에 따른 행동이었다고 생각하기 쉽지 않은 순간.

그는 몇 마디 조의를 전했다. 올가는 고개를 숙였다. "영광이었습니다." 닥터 슈뵈러가 말했다. 그는 가방을 들더니 방을 떠났고, 나아가서 역사를 떠났다.

바로 그 순간 샴페인 병의 코르크가 펑 튀어나갔다. 테이블로 거품이 쏟아져내렸다. 올가는 체호프의 침대로 돌아갔다. 그녀는 발판에 앉아 그의 손을 잡고 가끔 얼굴을 쓰다듬었다. "사람의 목소리, 일상적인 소리는 전혀 들리지 않았다." 그녀는 기록했다. "오직 아름다움, 평화, 그리고 죽음의 장엄뿐이었다."

그는 여자의 주의를 끌고자 하는 마음에 기침을 했지만 그녀는 그를 보지 않았다. 유명한 외국인 손님들은, 그는 말했다, 원한다면 오늘 아침에는 자기 방에서 아침을 먹을 수도 있다. 젊은이(그의 이름은 전해지지 않으며 아마도 1차대전에서 죽었을 것이다)는 기꺼이 쟁반을 하나 들고 오겠다고 말했다. 쟁반 두 개, 그는 그렇게 덧붙이고는 멈칫대며 다시 침실 쪽을 흘끔거렸다.

그녀가 말했다. 그녀는 그가 아래층으로 내려가 프런트데스크 담당자에게 어디에 가면 도시에서 가장 존경받는 장의사를 찾을 수 있는지 물어보기를 바랐다. 믿을 만한 사람, 자기 일에 수고를 아끼지 않고 태도가 그에 어울리게 신중한 사람. 간단히 말해 위대한 예술가에게 걸맞은 장의사. 여기요, 그녀는 말하고 돈을 그의 손에 대고 눌렀다. 아래층에 있는 사람들에게 내가 댁에게 특별히 이 일을 해달라고 요청했다고 하세요. 내 말 듣고 있어요? 내가 지금 하는 말을 이해하고 있는 거예요?

한 독자로서 옮긴이가 할 수 있는 말은 카버는 어디에서도 카버다, 라는 것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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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instagram.com/reel/CjMbL05AOWf/?igshid=MDJmNzVkMjY=


이 동영상을 우연히 보게 되었다. 친한 수술실 간호사가 싱글인데 두 마리 푸들을 갖고 있는데 자기가 버는 돈의 다 개에게 쓰는지 이 개들의 옷이니 장식품이니 등등 대단하다. 그 간호사의 포스팅에 좋아요를 몇 번 눌렀더니 가끔 개가 나오는 포스팅이 올라오는데 이건 정말 너무 웃겼다.

남편에게 보여주니까 찬물 끼얹는 소리를 했지만. 저런 비슷한 포스팅이 많다면서 다 훈련시킨 것이라고! 저런 것까지 훈련을 시켰다니 넘 놀라우면서 우리 집 먹보 샘은 절대 훈련을 시킬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우리 샘은 뱉기는 커녕 두 개 다 정신없이 달려들어서 먹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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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 피곤한데도 DNP 신청하고 나니까 잠이 안 온다. 될 대로 돼라 하면서도 저 밑바닥 내 무의식은 그렇지 않은가 보다. 그래서 최승자 시인의 에세이를 필사했다. 다는 아니고. 하하



만년필은 몽블랑 EF 촉이고 잉크는 역시 몽블랑에서 만든 Around the World in 80 Days 블루 잉크.


사진을 찍어서 올릴 생각이 처음부터 있었더라면 잉크가 더 잘 보이게 종이도 더 좋은 종이에 촉도 좀 더 두꺼운 촉으로 천천히 이쁘게 썼을 텐데 완전 잠이 안 오는데 마음이 혼자 막 먼저 가버리는 것 같아서 손이 따라가다 보니 글씨가 날아간다.ㅋㅋ


내가 필사한 산다는 이 일의 글 중에서 마음에 들었던 부분은 이 부분이다.


그러나 애초에 나는 내가 백조라고 믿었다. 그래서 사람들이 미운 오리 새끼라고 손가락질할 때에도 나는 속으로 코웃음만 친다. 그리고 잡균 섞인 절망보다는 언제나 순도 높은 희망을 산다. 


p.22


이 부분은 내 생각과 많이 비슷해서 놀랐고 그래서 좋아한다. 나는 여전히 미운 오리 새끼 같은 인간이지만, 내 안에는 백조가 있다고 생각하니까, 시인에 미치지는 못해도 그런 생각으로 여전히 버티고 있는 것 같기는 하다. 그러니까 희망, 난 언젠가 잘 될 거라는 그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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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유행열반인 2022-12-01 19:1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와 글자 왜 이리 예쁘세요 ㅋㅋㅋ라로체 진짜 정갈한 글씨네요. 제 글씨는 뭔가 보면 웃김 ㅋㅋㅋㅋ

라로 2022-12-03 11:46   좋아요 1 | URL
아잉~~~~ 사람이 이쁘니깐요. 3333 농담이구요. ㅋㅋㅋ 반영샘 글씨 이쁘던데요???(봤다는 확신이 드는 이유는 뭘까??)

레삭매냐 2022-12-01 19:2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는 손글씨가 악필이라
엄두도 내지 못한답니다.

만날 타이핑만 해대서
점점 더 손글씨가 발로...

멋지십니다요.

라로 2022-12-03 11:47   좋아요 1 | URL
아 저도 그래요. 자꾸 염마를 해야하는데 장비 좋은 것 많은데 안 하게 되네요. 지금 아리조나 가면서 댓글 달아요!!!😅😅😅

거리의화가 2022-12-01 21:4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는 필사는 아니고 순전히 기록용이라 완전 날림체인데 라로님 글씨 참 깔끔하고 정직하네요. 저는 나중에 못 알아보는 경우도 많아요ㅎㅎㅎㅎ

라로 2022-12-03 11:48   좋아요 1 | URL
저도 그래요!!!!ㅎㅎㅎㅎㅎ 저건 만년필로 읽으면서 쓴 거라 빨라도 제법 천천히, 근데 왜 남들은 예쁘다고 하는 글씨가 제 눈엔 안 이뻐 보일까요??

mini74 2022-12-01 22: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진짜 손글씨 예뻐요 라로님.~

라로 2022-12-03 11:49   좋아요 0 | URL
진짜요!!! 제 눈엔 별로로 보여요. ㅎㅎㅎ 원래 그런 건가요??😅

다락방 2022-12-02 06: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 필체 엄청 좋으세요, 라로 님!!

라로 2022-12-03 11:51   좋아요 0 | URL
감싸합니다!! 앞으로 더 정진해서 열심히 해야겠어요!! 글쓰는 마음의 안정을 주는 것 같아요. 색칠하기처럼요. 😅

기억의집 2022-12-02 08: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 글씨는 이제. 완전 개판새판인데.. 한때는 글씨 귀엽다는 말도 들었는데 안 쓴지 꽤 오래 되서 글씨가 어색하고 날림으로 쓰게 되네요. 우리 모두 백조죠!!!ㅎㅎㅎ

라로 2022-12-03 11:52   좋아요 0 | URL
기억의집님은 기억의집님처럼 예쁜 글씨를 쓰실 것 같아요. 이제 시간도 있으시니 다시 필사의 길로 오세요!!ㅎㅎ 우리 모두 백조죠!!!👍

페크pek0501 2022-12-02 10:2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시 필사 조금 했어요.
글씨가 완전 예뻐요.^^

라로 2022-12-03 11:54   좋아요 0 | URL
페크님 필사도 올려주세요!! 남들이 예쁘다고 해주는데 제 눈엔 왜 안 예쁠까요?? 원래 그런 거죠?? 녹음 목소리 들으면 내 목소리 아닌 것 같은?ㅎㅎㅎ

바람돌이 2022-12-02 17:4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라로님 필체 딱 라로님 같은 따뜻한 글씨체네요. 저는 초딩체인데.... 그래서 제가 필사를 안하고, 다이어리를 안씁니다. ㅎㅎ
최승자 시인의 저 애초에 나는 내가 백조라고 믿었다에서 저 말입니까 하고 손들뻔요. ^^
라로님도 저도 우리가 백조임을 굳게 믿고 오늘도 씩씩하게 살아요. ^^

라로 2022-12-03 11:56   좋아요 0 | URL
초딩체라면 아주 반듯한 글씨체 아닙미꽈??ㅎㅎ 우리 모두는 백조인 것 같아요!!! 하지만 그걸 매일 되새겨 보면 기분이 좋아져요. 오늘도 씩씩하게 사셨죠?? 저는 지금 남편과 함께 아리조나로 둘만의 시간을 보내러 갑니다. ㅎㅎㅎ

붉은돼지 2022-12-05 17: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어머!!! 라로님 글씨 너무 예뻐요. 만년필로 써서 그런지 더 정감이 갑니다. 저도 저 몽블랑 높은 봉우리 4810 예전부터 하나 장만하고 싶었는데 너무 고가이기도 하지만 그 돈이면 책이 몇 권이야 이런 생각이 들어서 말이죠. ㅜㅜ

라로 2022-12-05 18:36   좋아요 1 | URL
어머 붉은돼지님!!! 저 붉은돼지님이 예전에 쓰신 여행 책 샀어요!!! 그 책을 미국까지 EMS로 배송해서!!^^;; 암튼 저는 저 몽블랑 다른 분이 선물로 이름까지 새겨서 주셨답니다. 헤헷 안 그랬다면 아직도 갖고 싶어하는 열망에,,^^;; 붉은돼지님 책 콜렉션을 보면 몽블랑 사실 암 것도 아닌 것 같은디요??^^;;;

붉은돼지 2022-12-05 19:59   좋아요 0 | URL
오오오오!!!! 제 허접한 여행기가 저도 못가본 저 머나먼 미쿡까지 가다니 정말 놀라운 일입니다. 그때 다섯 살이던 제 딸이 현재 질풍노도의 여중 2학년이라는 사실도 문득문득 놀랍구요.. 천년만년 살면서 미쿡도 가보고 이 놀라운 세상 많이많이 구경하고 싶습니다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