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플을 하면서 가장 좋아하는 기능은 독보적활동인데 올 해 나는 독보적 활동의 상위권 안에 들어서 그런가 더 하는 것이 신난다.
1월엔 5위라는 활동 성적(?)이 나와서 놀랐는데 더 놀라운 사실은 2월에 하루 못 하게 되었는데도 3위라는 믿을 수 없는 성적으로 마감이 되었다. 성적이 중요한 건 아니지만, 어떤 동기부여를 한다는 것까지 부인하고 싶지는 않다. 더구나 16시간 늦은 곳에 사는 사람으로서...
그럼 2월에 읽은 책들을 정리해보자.
위에 보이는 책 말고도 나는 <이세린 가이드>도 읽었고 <신계숙의 일단 하는 인생>도 읽었는데 리스트에는 안 올라가 있다. 그 이유는 왜 그런 건지 알 수 없지만.
그리고 이렇게 리스트가 있어도 또 내가 읽은 책이 있는데 안 올라간 것 같은 찜찜한 느낌도 들고. ^^;;
2월에 가장 좋았던 책을 고르라면 단연코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를 꼽겠다.
이 책은 읽고 너무 좋아서 북플 친구들에게 빨리 읽으라는 200자평을 썼고 (그래서 읽은 친구-프시케 님!!, 읽고 있다고 하는 친구-치니님!!) 딸아이에게도 읽으라고 보냈고, 나와 친한 의사샘에게도 이 책을 사드리겠다고 했더니 제목만 알려주면 사서 읽으시겠다고 하셨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 그중에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다 읽었으면 좋겠다.
딸은 아무리 바빠도 책을 찾아서 읽는 아이니까 꼭 읽을 거라고 생각한다. 딸은 바이올린 연습하면서 보면대에 책을 교묘하게 숨기고 그 위에 악보 올려놓고 연습하면서 책을 읽던 아이니까. 정말 바이올린 선생님과 내가 그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얼마나 놀랐던가 기억난다.ㅋㅋㅋ
엔군도 요즘 자꾸 책을 읽으려고 해서 이쁘다. 이 책을 읽고 그 아이가 뭐라고 할지 너무 기대된다. 지금까지 읽은 대부분의 책이 살아남기, 보물찾기, 마법천자문 등등과 같은 만화가 주를 이루지만, 나이가 들면서 점점 책을 가까이 하려고 하는 모습이 감동스럽다.
막내는 아직 이 책을 읽기엔 좀 어린 것 같다. 남편은...음 취향을 모르겠다.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이 책도 너무 좋았다. 오죽 좋았으면 영문판과 불어판까지 샀을까!!
불어판은 오늘 도착했는데 영문판은 아직 도착하지 않았다. 인증 사진을 찍어서 올릴까 했지만 귀찬;; 나중에 영문판까지 와서 3개 국어로 필사하게 되면 그때 올리는 것으로. 조만간 필사하는 모습을 상상하신다고 했는데 3월 11일에 끝나는 수업의 숙제를 제출하자마자 어쩌면 필사를 시작하게 될 것도 같은데 지금으로서는 장담할 수 없다.
이 책은 40대부터 읽으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내가 40대에 이 책을 읽었다면 지금의 내 모습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달라질 것이 아무것도 없을까? 아니 삶을 대하는 각도가 조금 달라질 테니 10여 년이 지난 지금의 각도는 훨씬 많이 다를 것이다.
삶은 어쩌면 선택의 연속이니까. 당신은 이 책을 읽겠습니까? 네, 아니오의 끝없는 선택이 지금의 나를 만들어 왔을 거라는 생각을 한다. 물론 그런 선택에 책만 중요한 것은 아니지만 책이 차지하는 부분이 적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암튼 어서 수업이 끝나서 홀가분한 마음으로 필사하는 날이 오길.
버지니아 울프의 <올랜도>!!
이토록 재밌는 책이라니!! 동화처럼 그 올랜도의 삶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소설이 끝나가고 있었다. 내가 피상적으로 알고 있던 울프란 조금 따분한 사람이었다. 거기에 자살을 했다는 이미지까지. 하지만 그녀의 책을 하나씩 읽어가면서 내가 알고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깨닫는데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던, 부끄러웠다.
그녀의 다음 책으로 <자기만의 방>을 읽기 시작했는데 일을 하러 가면서 읽기에는 핸드폰으로 쓱 읽을 수 있는 전자책이 간단하니까 종이책인 <자기만의 방>은 상대적으로 읽을 시간이 부족하다. 첫 페이지 겨우 읽기 시작했다.^^;;
이 책 또한 작가에 대한 새로운 각성(?)과 같은 책이었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자주 뜨끔한 내용을 만나곤 했다. 애거사 크리스티가 보여주는 세계는 단순한 것 같지만 단순하지 않았다. 그 수많은 트위스트를 이 짧은 책에서 발견하면서 그녀의 천재성을 다시 한번 더 느낄 수 있었다.
전달하고자 하는 것이 어떤 것인지 모르지만, 나는 제대로 낚였고 모처럼 깊은 생각에 빠질 수 있었다. 아직 읽지 않은 분들이 있다면 일독을 권하고 싶은 책이다.
그런데 내가 죄의식(?)을 느낀 것이 어쩌면 당연한 것이었을까? <각하, 문학을 읽으십시오>에서 얀 마텔이 애거사 크리스티의 <애크로이드 살인사건>을 수상에게 추천하면서 이러게 쓴다.
그녀의 소설들은 죄의식을 동반한 즐거움을 줍니다.
-모바일 알라딘 뷰어 앱 페이지 97
이 책이 추리소설이 아니었는데도 내 독서 역시 약간의 죄의식을 느끼며 즐겁게 읽었다. 그리고 <애크로이드 살인사건>은 작년 여름에 카탈리나 섬에서 읽은 것 같은데 너무 좋았다.
<온 더 무브>는 블랑카님 덕분에 시작한 올리브 색스의 책 중 내가 읽은 5번째 책이다. 지금까지 읽은 책들이 다 좋았는데 이 책은 자서전이니까 그 책들의 배경이 자세히 나와 있는 것 뿐 아니라 작가 자신이 자신에 대한 글을 쓴 것이라서 그동안 4권의 책을 읽으면서 몰랐던 사실들과 사생활을 나름 자세히 알 수 있었다.
세계적으로 성공하고 영국 여왕으로부터 훈장까지 받은 사람도 결국은 인간이었구나, 엄마에게 받은 상처, 정신병 형이 가족의 일원이고, 4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마약 중독에 빠져 허우적대던 모습을 가감 없이 써 내려가고 있어서 그런가 올리버 색스라는 사람이 존경하는 작가, 의사에서 나와 같은 사람이라는 그 평범함이 어쩌면 더 좋았던 것 같다.
이 책도 그런 의미로 너무 좋았지만, 여전히 내가 가장 좋아하는 (지금까지 읽은 올리버 색스의 책 중에서) 책은 여전히 <모든 것은 그 자리에>이다.
이 책은 자서전 그 어디쯤인 책인 것 같다. 특별히 그의 마지막 투병 이야기는 눈물이 앞을 가려서 글자가 흐릿해 보여서 계속 읽을 수 없었던 기억이 난다. 3월에도 올리버 색스의 책을 하나 더 읽으려고 생각하고 있다.
바로 <고맙습니다>라는 책이다. 기대된다.
그밖에 2월에 읽은 책들
이렇게 9월에 완독한 책은 9권인 것 같다. 기록이다!! 중간중간 읽었던 위의 세 책들이 아니었다면 좋았다는 책들을 읽기 힘들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이렇게 가볍지만 좋은 책들, 가끔 미소 짓게 하거나 <이세린 가이드>, <호호호> 나도 하고 싶다는 소망이 생기는 책(신계숙의 일단 하는 인생>들을 골고루 섞어가며 읽는 것이 꾸준히 독서를 할 수 있는 요령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2월에 시작했지만 아직 끝내지 못한 책들
이 책들은 굳이 쭈욱 읽을 필요가 없는 책이라서 아주 간간이 한 두 페이지씩 읽거나 아니면 한 소재별로 읽는다.
3월엔 <엔드 오브 타임>을 시작했다. <온 더 무브>는 2월에 끝냈지만 밑줄긋기를 올렸기 때문에 3월에도 올라간 것 같다.
이 책은 <이명현의 과학책방>에서 소개받은 브라이언 그린이라고 생각하면서 글을 쓰다가 갑자기 아닌가?라는 생각이 퍼뜩 들었다. 지금 <이명현의 과학책방>이라는 책은 내 예전 차 트렁크에 있기 때문에 찾을 수 없지만, 다른 책 생각이 떠올랐다. 바로 <실례지만, 이 책이 시급합니다>
이 책에서 이수은 씨가 읽은 과학책 중 브라이언 그린의 <엘레건트 유니버스>를 소개한 기억이 났다!!! 그래서 나는 <엘레건트 유니버스>를 주문했고 (종이책) 그 책은 아직 안 읽었지만 그가 쓴 <엔드 오브 타임>은 전자책으로 구입을 해서 이 책을 먼저 읽자고 생각한 것이.
과알못인 내가 과학책을 읽기 시작한 것은 간호대 들어가기 위한 선수과목 중에 화학, 생물, 미생물, 아나토미, 생리학 등을 들으면서 좀 가까워진 것 같지만, 여전히 물리나 수학 (수학도 들었구나 통계학으로;;;)은 읽어도 내 뇌에서 그냥 걸러내는 것 같다.^^;;
어쩄든 이 책을 읽기 시작한 것은 순전히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라는 책 때문이었다.이 책을 읽고 나는 "진화"니 "존재"니 하는 것에 대해서 더 많이 알고 싶어서 <엔드 오브 타임>을 선택했는데,,, 음 <엔드 오브 타임>이 어려워서 그런가 아직은 뭔지 잘 모르겠다.^^;;;;
그래도 꾸준히 읽어 볼 생각이다. 뭔지 모르는 말이지만 그럴듯하게 읽히는 내용들에 밑줄을 그으면서 읽어가다 보면 어느 날 또렷까지는 아니라도 감이 잡히는 날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가지고.
얼마나 신선한 아이디어 인가? 어떤 작가의 책에 달린 프롤로그와 에필로그를 한 책에 묶어서 낸 것은! 이런 시도가 다른 작가의 책으로도 만나게 되길 바란다. 어제 처음으로 읽었는데 프롤로그와 에필로그 읽는 거 무지 좋아하는 일인이라 그런지 재밌다. 더구나 박완서 작가의 것이라니!!
그렇게혜윰 님의 서재에서 알게 된 책이다. 번역의 문제인지 좀처럼 가독성이 붙지 않는데 그건 어쩌면 번역의 문제라고 생각하고 싶은 내 뇌의 문제이고 사실은 일하고 집에 와서 씻은 후 침대에 편안하게 누워서 잠자기 전에 읽으려고 했기 때문에 그럴 것이란 생각이 든다.
어쨌든 3월에 시작하는 책은 이렇게 3권과 꾸준히 읽고 있는 나머지 세 권이다.
2월은 의외로 독서가 잘 되었던 달이었다. 3월도 그렇게 운이 좋을 거라는 생각을 하진 않지만, 꾸준히 읽고 밑줄 그은 것을 북플에 올리는 작업은 이제 습관으로 자리 잡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습관으로 자리 잡으려면 60일 이상 꾸준히 해야 한다는 말이 있는데 나는 이제 60일 정도 꾸준히 했으니까 근거 있는 소리죠?^^;;)
얀 마텔이 이 책에서 박근혜 씨에게 보내는 편지가 있다. 거기서 그는 이렇게 적고 있다.
픽션을 읽으십시오. 그것이 새로운 세계를 꿈꾸는 하나의 방법입니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나는 픽션에 마침표를 찍고 싶지는 않다. 그리고 책을 읽기 좋은 날이라는 것이 있기도 하겠지만, 어떤 날이든 책을 읽으니 좋은 날이 된 것 같은 날들이 많았다는 것. 뭘 더 바라겠는가! 3월에도 좋은 책들이 나를 만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