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4시쯤 잠이 들었어서 아침에 일어나기 넘 힘들었다.
남편이 깨워주지 않았다면 세상 모르고 잤을 듯~.
N군 데려다 주고 텃밭에 갔다.
지난번에 사진 올린 무당벌레에 대해 검색을 해보니
28점박이 무당벌레는 해충이란다.
가지과나 감자, 오이등에 피해를 준다는데 특히 가지를 좋아하나 보다.
가지에 가장 많은 피해를 준것 같다.
인터넷이 없었으면 어떻게 살았을까?
검색을 해보니 28점박이 무당벌레를 없애는 방법도 나와있다.
아주 간단한 방법인데 물과 물엿을 섞어서 뿌려주면 된단다.
어제 저녁을 먹고 물엿과 분무기를 사와서 준비해논 28점박이 퇴치 물엿약을 가지고
텃밭에 가서 뿌려줬다.
거의 3~4분이 텃밭을 가꾸고 계신데 오늘은 처음 보는 엄마가 혼자서 호미를 들고 열심히
잡초를 제거하고 있었다.
처음 보는데도 싹싹하게 말을 걸면서 짧은 시간인데도 나에게 자신의 고민을 두가지나 얘기했다.^^;;
너무나 솔직한 그녀의 태도에 약간 당황했지만
나중에 어느 아이의 엄마인지 알고는 이해할 수 있었다.
그녀의 아들 2명이 학교에 다니는데 둘째 아이가 뇌 수술을 한지 한 3개월 정도 된다.
그래서 그 아이의 머리는 삭발을 해서 아주 짧고,
뒤통수에는 한 일자로 길고 두꺼운 수술 자국이 있다.
처음 그 아이를 운동회에서 보고 너무 놀랐던 기억이 있다.
연분홍빛의 연한 살에 꼬맨 자국이 선명하게 드러나 있어서,,,,
자식이 그런 대수술을 하고 나니까 아이들에 대한 그 어떤 기대도 하지 않게 되었단다.
다만 아이들이 건강하게 자라주기만 바라게 되었다고,,,
아이들 떄문에 일희일비하는 나를 부끄럽게 했다.
건강하게 잘 자라는 아이들을 못살게 구는 내 모습을 큰 거울로 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아뭏든 우리가 대화를 나누면서 나는 준비해간 분무기로 열심히 뿌려주고 있는데
그 엄마가 그런다.
"아니 물도 그렇게 일일이 분무기로 뿌려주세요? 너무 정성을 쏟는거 아니에요?
자식이든 식물이든 모든 키우는 것은 어느정도 무관심도 필요하고, 독립심을 키워줄 필요가 있어야 해요, 너무 정성을 쏟다가 허망해질때가 더 많아요."
내가
"아니에요,,,,물을 이렇게 분무기로 매일 주면 몇일 하다 못하게 될거에요. 이거 되게 힘들거든요. 물주는거 아니고 약뿌리는 거에요."라면서 28점박이에 대한 설명을 해줬다.
그랬더니 화들짝 놀라면서 자기도 준비해와서 뿌려야 하겠다는 둥 그러면서
원래 출근을 할 시간인데 오늘 조금 늦게 왔더니 나를 만나 이런 얘기도 듣는다면서
"제가 원래 복이 많아요! 늘 시기 적절할 때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아요. 언제나~"란다.
아뭏든 난 물엿약을 많이 준비해 가서 내 밭에 뿌리고 좀 남았어서 쓰시겠냐고 하니
또, "제가 정말 복이 많아요,,,,"라면서 너무 기뻐한다.
다 뿌리고 나더니 아직도 물엿약이 남아 있자 다른 밭 걱정을 한다.
다른 밭에도 뿌려줘도 되냐고,,,그래서 출근 하셔야 하니까 제가 대신 뿌리겠다고 하면서
내가 뿌렸다.
그 엄마는 이미 출근 한다며 사라졌다.
다른 사람의 밭에 약을 뿌려주며 그 엄마에 대한 생각을 잠깐 했다.
잠깐 나눈 대화였지만 그엄마가 다른 사람들을 많이 생각하고(다른 사람 밭 걱정),
진솔하며(자신의 얘기를 솔직하고 담백하게 함),
부지런하고(새벽 다섯시에 일어나서 아이들 챙기고 텃밭에도 오고, 자기 텃밭이 아닌 다른 사람의 텃밭에 난 잡초도 뽑아주고),
굉장히 긍정적이었다.
가장 중요한 건 감사하는 마음을 갖고 산다는 것이다.
자식이 그런 위중한 병에 걸렸지만 더 심각한 병이 아니라 감사하고,
텃밭을 가꾸기 위해서 더 일찍 일어나야 하지만 단잠을 자게 되어 더 건강해진거 같다고 하고,
조그만 일이 있어도 복이 많아서라며 다 감사하게 생각한다.
감사한 생각을 갖고 사는건 행복하게 살아가기 위한 차표같다.
행복의 나라에 도착하기 위해 꼭 필요한.
덕분에 오늘 아침이 의미있었지만 생각해보니 복 많은 그 엄마는 그냥 가고
복 없는 나는 내가 생각하지도 않았던 다른 사람의 밭에 약을 열심히 뿌려주고 왔다는,,ㅎㅎㅎ
그래도 착한 일을 한것 같아 기분이 좋다. 아무도 모르는 일이라도...